토지 4 - 박경리 대하소설, 1부 4권
박경리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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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이 바뀌었다 해도 없는 사람은 살기 어렵다. 노비제도가 없어졌다 해도 살던 곳을 떠나지 못하는 건 살 길이 막막해서겠지. 최참판집 노비였던 사람도 다르지 않았을 거다. 노비뿐인가, 마을에서 최참판집 땅에 농사 짓지 않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지금 최참판집에서 주인 행세를 하는 사람은 최치수 먼 친척인 조준구다. 사람이 참 뻔뻔하구나. 남의 것을 빼앗으려고 하다니. 죽은 윤씨는 진작에 조준구 마음을 알아봤을지도 모르겠다. 죽지 않았다면 서희가 덜 힘들었을 텐데. 사람 목숨은 어쩔 수 없는 건가. 죽은 사람, 죽다 살아난 사람도 있구나. 서희를 도우려 했던 수동도 죽는다.


 이제 겨우 《토지》 4권을 만났다. 이번 건 1부 4권이다. 을사보호조약이 나오기도 한다. 이 말은 일본에서 하는 말이겠구나. 그 일은 1905년에 일어났다. 이름은 들어봤지만 자세한 건 모른다. 조선 외교권을 빼앗으려고 맺었다고 하는데. 일제 강점기는 1910년에서 1945년까지인데, 실제 시작은 1905년일지도 모르겠다. 일본은 동학혁명이 일어났을 때부터 조선을 조금씩 차지하려고 한 건 아닐까 싶기도 하다(더 거슬러가야 하는구나. 임진왜란). 그때부터 일본 병사가 조선에 오고 조선 사람은 자유를 잃어갔겠다. 1905년에는 더 심해졌겠구나. 그때는 조선말이나 글을 편하게 썼을 텐데. 을사조약 소식을 듣고 김훈장은 조준구를 찾아갔다. 조준구는 일본 편에 있는데, 왜 그랬을지.


 김훈장은 정말 사람들과 뭔가 하려고 했던 걸까. 잘 모르겠다. 여러 사람은 일본군이 조선에 오고 마음대로 하려는 건가 했지만, 바로 나서서 싸워야겠다 생각하지는 않았다. 사는 것도 힘든데 싸움까지 하겠는가. 최참판집에서 일하는 삼수는 조준구 비위를 맞추고 마을 사람한테 나쁜 짓을 했다. 삼수 마지막은 그리 좋지 않았다. 마음을 나쁘게 쓰니 그렇게 됐겠다. 조금 억울한 사람은 정한조가 아닌가 싶다. 농사 지을 땅이 없어서 돈을 벌러 다른 곳에 갔다가 돌아왔더니, 조준구가 한조를 폭도라 해서 일본 헌병한테 끌려 가고 죽임 당했다.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조준구 말을 듣고 끌고 가다니. 조준구가 없애고 싶은 사람에는 서희도 있었겠지만, 서희는 쉽게 건드리지 못했다. 다행이라면 다행이구나.


 조준구는 최참판집 재산을 가로채고 서희와 자기 아들 병수를 결혼시키려고도 했다. 그건 잘 되지 않았다. 병수가 서희한테 마음이 조금 있는 것 같았는데, 병수 조금 안됐구나. 길상이도 많이 자라고 봉순이도 많이 자랐다. 봉순이는 길상이를 좋아했지만 길상이는 그 마음을 받지 못한다 생각했다. 마음 깊은 곳에는 서희가 있었던 걸까.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윤보가 돌아오고 몇몇 사람과 최참판집에 쳐들어 갔다. 조준구와 조준구 아내인 홍씨를 죽이려고 했는데 두 사람을 찾지 못하고 패물과 곡식을 훔쳐 달아났다. 거기엔 용이와 길상이도 있었다. 길상이는 왜 거기에 끼었을까.


 용이 아들을 낳은 임이네는 용이와 살았다. 용이가 최참판집에 쳐들어 갔다 사라져서 임이네는 아이들과 거기 살기 어려웠다. 임이네는 월선이를 찾아갔다. 다른 데 갈 수도 있었을 텐데. 월선이는 임이네와 아이들을 받아준다. 월선이는 용이 소식을 들을 수 있을까 하고 날마다 나루터에 나갔다. 어느 날 밤에 용이가 찾아온다. 용이는 월선이한테 자기와 함께 간도로 떠나자고 한다. 서희가 간다고 하면 여러 사람과 떠난다고 했다. 함께 떠나는 사람에는 임이네와 아이들도 들어갔다. 자기 아이를 낳아서 용이는 임이네를 버리지 못하는구나. 월선이는 그걸 당연하게 여겼겠지. 박경리는 왜 둘을 다시 만나게 한 건지. 지난번에는 둘을 좋게 여긴다고 말했는데. 월선이가 힘들어 보인다. 서희도 이곳에 있는 것보다 떠나는 게 낫다고 여기고 떠나기로 한다. 윤씨는 죽기 전에 서희한테 재물을 남겨주었다. 봉순이는 길상이 마음을 알고 함께 가지 않기로 했다.


 조선을 떠나 간도 용정으로 가는구나. 거기에서 사는 거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실제 그때 조선을 떠나 간도로 간 사람 있었겠다. 구천(김환)과 함께 떠난 서희 엄마 별당아씨는 병으로 죽었다. 죽기 전까지 그렇게 안 좋은 건 아니었겠지. 누군가는 죽고 누군가는 떠나는구나. 남는 사람도 있고. 간도로 함께 가는 사람에 김훈장도 있다니. 이 사람이 오래 나오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여기에서 헤어진 사람이라고 해서 아주 못 만나는 건 아니겠지.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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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3-07-15 11: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제 겨우라니요?
벌써 4권인데요!

희선 2023-07-16 00:17   좋아요 1 | URL
페넬로페 님 고맙습니다 앞으로 보다보면 끝까지 보겠지요 남은 주말 편안하게 보내세요


희선
 




상상하려면 여기저기 다니고

이런저런 일을 겪어야 한다지만,

정말 그럴까


걸을 때도 이런저런 생각을 하지만

상상은 방에서 더 잘 돼


실제 멀리 가는 것보다

내 방에서 더 멀리 가


상상은

어딘가에 쉽게 가지 못하는 사람이

발명한 건지도 모르겠어


자기 방에서도

즐겁게 상상해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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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밤 휘이이이잉 바람소리가 들렸어요

바람은 문이라도 열어달라는 듯,

덜컹덜컹 창을 흔들었어요


그건 정말 바람이었을까요

저세상에 가지 못한 누군가의 영혼은 아니었을지


손바닥을 본 것 같아요

그리고 머리,

그저 나무 그림자였을지도


흔들흔들

나무는 바람이 부는대로

이리저리 흔들렸어요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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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15 11: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7-16 00: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새파랑 2023-07-16 14: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싹한 시군요 ㅡㅡ 누구였을까요? ㅋ 요즘 새벽 비바람때문에 잠을 자주 깹니다 ㅋ

희선 2023-07-17 01:31   좋아요 1 | URL
장마철엔 밤에 비가 많이 오는군요 얼마전엔 낮에 쏟아졌는데... 이제 그만 덜 오면 좋을 텐데 피해가 많더군요


희선
 




지키지 못할 말은

하지 않느니 못하다 생각하지만,

그 말을 할 때만은

지킬 마음이 있었겠지요


시간이 흐르고 그대 마음이 바뀐다 해도,

아니 그대가 한 말을 잊는다 해도

그때 그 마음만은 믿겠습니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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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3-07-12 11: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금 보면 믿어선 안될 말이었다고 생각되지만 그래도 그 말을 했을 당시에는 진심이었을겁니다~!!

희선 2023-07-14 23:06   좋아요 0 | URL
말을 할 때는 진심으로 하겠지요 그건 자신도 다르지 않을 것 같아요 말을 한다면 잘 지키기... 그러려고 하는데 저도 잘 못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희선
 
수면 아래
이주란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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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어릴 때는 어땠더라. 별로 생각나지 않는데, 그때도 나름대로 슬펐다. 슬펐지만 어려서 잘 몰랐을지도. 아니 그때는 슬픔을 크게 생각하지 않았다. 어릴 때는 거의 그렇겠지. 큰 일을 겪고 아주 달라지는 사람도 있겠지만, 사람은 살면서 크고 작은 슬픔을 겪고 산다. 산 사람과 마음이 안 맞아서 헤어지거나 다른 곳으로 가게 되어서 헤어지면 조금 슬퍼도 시간이 가면 새로운 사람을 사귀기도 한다. 헤어짐이 없는 만남은 없다고도 하는데 그럴지도 모르겠다. 물건도 고장 나고 부서지면 버리거나 새로 사야 한다. 고장 나도 고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오래 쓰면 부품이 없어서 못 고친다.


 이주란 소설을 그렇게 많이 보지는 않았다. 젊은작가상과 소설 보다에서 단편 한편씩만 만났다. 단편소설 두편 보고 장편을 보는 거구나. 《수면 아래》는 장편이다. 왜 이런 말을 하느냐면 책이 얇아서다. 꼭 두꺼워야 장편은 아니겠지. 이 소설을 뭐라 하면 좋을까. 별 일이 일어나지 않는 소설. 하루하루 사는 사람 이야기. 별 일 일어나지 않지만, 조금 긴장했다. 이건 나만 그럴지도. 뭔가 일어나면 어쩌나 했다. 예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나올까 봐. 나오면 나오는가 보다 하면 될 텐데.


 해인과 우경은 고등학교 동창으로 열일곱살에 만나고 결혼했다가 헤어졌다는 말이 나온다. 왜 해인과 우경은 헤어졌을까. 소설엔 왜 헤어졌는지 나오기도 하는데, 이주란 소설에는 헤어지기까지 일어난 일보다 그 뒤 이야기가 나온다. 힘들고 괴로운 시간을 지나고 헤어진 두 사람이 여전히 가까이 살면서 만난다. 그렇다고 다시 함께 살 마음이 있는 건 아닌 것 같다. 서로를 생각하지만 마음 편한 친구로 지낸다. 해인은 모르겠지만, 우경은 아직도 해인을 좋아했다. 해인이 자꾸 눈에 아른 거려서 눈을 감고 뜨지 않으려 했다니. 이런 말은 우경이 베트남으로 홀로 떠난 다음에 보낸 전자편지에 쓰여 있었다. 소설 앞에서는 두 사람이 가까이 살았지만, 소설 끝에서는 먼 곳에 살게 된다.


 두 사람한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 이야기가 아주 안 나오는 건 아니지만 자세하게 나오지는 않는다. 베트남에서 아이를 잃었다는 말만 나온다. 아이를 잃은 슬픔은 평생 사라지지 않겠지. 아니 누군가를 잃은 슬픔은 언제까지나 사라지지 않고 마음에 남을 거다. 시간이 흐르고 조금 희미해지겠지만. 해인이 만나는 사람은 다 그런 일을 겪었다. 아버지를 여읜 장미, 할머니가 돌아가신 유진,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성규. 할머니 할아버지와 사는 환희. 환희가 할머니 할아버지와 사는 까닭은 나오지 않았지만, 부모가 없어서가 아닐까 싶다. 해인뿐 아니라 해인 엄마는 친척이 없었다. 친척이 없는 게 어떤가 싶기도 하지만. 엄마 친척이 없으니 해인도 없구나.


 여기 나온 사람은 다 슬픔이 있구나. 그런 사람이 만나고 이야기하고 함께 밥을 먹기도 하면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많은 사람이 그렇게 살아가겠지. ‘수면 아래’는 수면 위보다 잔잔할지. 여러 가지 일이 있지만 잘 보이지 않겠다. 사람 삶은 수면 아래처럼 잘 보이지 않는구나. 저마다 마음속에 슬픔이나 아픔이 있어도 그걸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아주 생각하지 않는 건 아니겠지만. 그렇게 되기까지 시간이 걸리겠구나. 처음부터 잔잔하게 살지는 않았겠다. 왜 나한테만 이런 일이 일어나느냐고 신을 원망하거나, 혹시 자기 때문은 아닐까 자책도 했겠다.


 부모가 세상을 떠나는 것도 마음 아프겠지만, 자식이 죽는 건 가슴이 더 아프겠다. 일어나지 않았으면 싶지만, 일어나기도 하는 일. 사람이 죽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그걸 자연스럽게 여기기는 무척 어렵겠다. 슬프고 마음 아파도 친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밥을 먹기도 하면 조금 낫겠지.




희선





☆―


 [해인 씨. 뭐 해요? 내년 4월까지 어떻게 기다리죠?]


 [내년 4월은 왜요?]


 [지난번 치킨집에서 받아온 메리골드 씨앗을 심을 거거든요. 꽃말은 ‘반드시 오고야 말 행복’. 메리골드는 꽃이 오래 피어 있는대요.]  (19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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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3-07-11 10: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수면 아래‘라는 제목이 인상적이네요. 사실 사람을 잃거나 헤어지는 일이 별 일이 아닌 것은 아니죠. 하지만 삶이라는 게 결국 사람들과의 헤어짐의 연속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희선 2023-07-12 03:16   좋아요 2 | URL
잘 보이지 않는 수면 아래... 사람과 헤어지는 건 그렇게 큰 일은 아니다 생각하면서도, 막상 그런 일이 일어나면 마음 아프기도 하죠 그런 건 시간이 흐르면 좀 낫겠지만... 가는 사람 오는 사람 다시 가는 사람이겠습니다


희선

반유행열반인 2023-07-11 14: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이 책 빌렸다가 제대로 펴지도 못하고 못 읽었는데 희선님이 읽으셨다니 궁금하긴 합니다. 저는 ‘모두 다른 아버지’ 소설집으로 이주란을 처음 읽었었는데 ‘넌 그렇게 말했지만’ 거기서부터는 말씀하신대로 별 일 없는 듯 별 일 있는 속시끄러워보이는 소설이라 읽기 힘들긴 하더라구요…힘들지 말길…하고 빌어주고 싶은 주인공들만 나오드라구요.

희선 2023-07-12 03:21   좋아요 2 | URL
얼마 전에 나온 소설 제목은 《별일은 없고요?》네요 지금 보니 소설집이네요 ‘넌 그렇게 말했지만’ 은 제가 처음으로 봤을 거예요 거기에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뚜렷하게 나오지 않았던 것 같네요 평범한 듯 보이지만 그렇지도 않은 그런 걸 쓰는 작가인가 싶은 생각도 듭니다 소설 많이 본 것도 아닌데 이런 말을 했네요 언제 기회가 있으면 한번 보셔도 괜찮을 거예요 사람은 상처도 주고 위로도 주는군요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