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행방 새소설 3
안보윤 지음 / 자음과모음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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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작은 뭔가 재미있었는데, 재미있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주혁은 잠시 누나 집에서 지내기로 했다. 그 누나는 좀 별난 일을 한다. 뭐냐 하면 점을 봐주는 사람이었다. 신내림 같은 걸 받은 것도 아닌 사람이 천지선녀라는 간판을 걸고 그런 일을 했다. 누나는 겨울에 뭔가 힘을 얻을까 해서 산에 수행을 하러 갔는데, 주혁이 함께 갔다가 주혁은 집으로 돌아온다. 자신이 어떻게 산에서 돌아왔는지도 몰랐다. 주혁은 나뭇가지를 가지고 왔다. 나뭇가지는 자는 주혁을 깨웠다. 주혁은 누나한테 붙어야 하는 귀신이 자신한테 붙었다고 여겼다. 나뭇가지엔 귀신이 붙은 걸까. 그날 그곳에 누군가 찾아오는데, 나뭇가지가 그 사람 동생이 죽고 유서가 있는 곳을 알려준다. 그 말을 들은 그 사람은 집으로 돌아가 동생이 쓴 유서를 찾았다고 한다. 나뭇가지가 정말 영험한 걸까. 그 뒤로 여러 사람이 오고 나뭇가지는 여러 죽음을 보고 말해주고 주혁은 그걸 거기 온 사람한테 알려준다.


 사람은 이 세상에 오면 언젠가는 죽는다. 나뭇가지가 죽음을 본다 해도 그 죽음을 막지는 못할 거다. 죽음이 없을 때는 아무것도 몰랐다. 그런 나뭇가지가 있다니. 나뭇가지 이름은 반이다. 어린아이처럼 말한다. 만화에 나올 법한 이야기 같기도 하지만, 이런 설정은 재미있지만 이 소설 그렇게 가볍지 않다. 죽음을 말하는 거니 그럴지도 모르겠다. 소설 제목도 《밤의 행방》이 아닌가. 밤은 곧 죽음을 나타내는 게 아닐까. 밤 하면 어둡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그런 게 생각난다. 사람은 자신 앞에 놓인 죽음을 못 본다. 자기 죽음뿐 아니라 다른 사람 죽음도. 그런 걸 나뭇가지인 반은 보다니. 그런 이야기가 다른 사람한테 알려져서 사람이 찾아오기도 했나 보다. 어떤 아이는 할머니가 죽는지 죽지 않는지 알고 싶어서 찾아온다. 그 아이가 반을 집었을 때 하얗게 보였단다. 그게 죽음이 보이지 않은 건지, 다른 걸 나타낸 건지. 그 아이가 수학여행 가는 모습 어쩐지 세월호가 생각나기도 했다. 이 소설은 세월호보다 그전에 일어난 일을 이야기 하는데. 배가 가라앉는 게 나오는 건 아닐까 조금 조마조마하면서 봤다. 다행하게도 그런 건 나오지 않았지만, 그걸 생각나게 했다.


 예전에 청소년수련원에 불이 나고 아이가 죽은 일이 있었나 보다. 그런 일이 있었다니 몰랐다. 거기엔 주혁 딸 수아도 있었다. 수아는 캠프에 가고 싶지 않았는데, 엄마인 영지가 억지로 보냈다. 유치원에 다니는 수아는 다른 사람과 잘 어울리지 않았다. 그러면 좀 어떤가 싶기도 한데, 왜 영지는 수아가 다른 아이와 같아야 한다고 생각했을까. 엄마여서 그런 건지. 어릴 때부터 다른 사람과 잘 사귀면 좋겠지만, 그게 잘 안 되는 사람도 있는 거 아닌가. 수아가 죽고 주혁과 영지는 서로를 탓한 듯하다. 아이가 죽으면 남은 부모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함께 아이 이야기를 하고 아픔을 나눠야 할지도 모르겠지만, 그것도 그렇게 쉽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영지는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면서 여러 가지 일을 하기도 했는데, 주혁은 그런 모습을 좋게 여기지 않았다. 수아를 그렇게 보내놓고 그럴 수 있느냐고. 처음엔 그런 마음이 든다 해도 안 해야 할 말도 있을 텐데, 아마 주혁은 그런 말도 다 했겠지. 그리고 헤어진 거겠다. 아주 헤어진 건지 그저 따로 사는 건지 정확한 말은 나오지 않기는 했다.


 수아가 죽고 어느덧 열다섯해가 흘렀다. 시간이 그렇게 흘렀구나. 아이를 잃은 아픔은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낫지 않겠지. 그래도 주혁은 이제야 깨달았다. 영지와 함께 아픔을 함께 해야 했다는 걸. 그저 두 사람이 곁에 있기만 해도 괜찮았다고. 그때는 몰랐던 걸 지금이라도 알아서 다행일지도 모르겠다. 나뭇가지는 그걸 알게 해주려고 주혁 앞에 나타난 걸까. 그럴지도 모르겠다. 아이가 죽고 남은 부모가 서로를 위로해주면 좀 낫겠다. 그게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영지도 수아를 생각하고 캠프에 보냈을 텐데, 그런 일이 일어날지 어떻게 알았을까. 여전히 안전을 생각하지 않는 듯하다. 그 뒤에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걸 보면 말이다. 아이가 희생되는 일은 없어야 할 텐데.


 이 책을 다 보니 밤과 반은 비슷한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그저 발음이 조금 비슷한데 그런 생각을 하다니 우습기도 하구나. 밤은 어디로 갔을지.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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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3-07-23 17: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희선님 주말 잘 보내고 계신가요. 오전에는 비가 많이 오고 바람이 불었어요.
7월은 비가 많이 오는 것과 더운 날만 기억날 것 같습니다.
시원하고 좋은 주말 보내세요.^^

희선 2023-07-24 01:16   좋아요 2 | URL
이번 여름은 장마가 길군요 2020년엔 팔월까지 가기는 했네요 그때는 더운 날 그렇게 길지 않았지요 낮에는 밖에 잘 안 나가서 많이 덥지 않기도 합니다 제가 더위를 잘 안 타서 그런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서니데이 님 이번 한주 즐겁게 보내세요


희선

거리의화가 2023-07-24 09: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죽음을 보는 것이 좋을지 나쁠지 모르겠네요. 죽음이 언제 어떤 모습으로 올 지 몰라서 불안하기도 하지만 몰라서 일상을 살아갈 수도 있는 것 같아서요^^
청소년 수련원 화재 이야기하니 예전에 씨랜드 화재사건이 생각납니다ㅠㅠ 아이들이 다치거나 죽는 일이 없으면 좋겠습니다.

희선 2023-07-25 00:57   좋아요 1 | URL
나뭇가지는 죽음이 일어나야 그걸 보더군요 그걸 안다 해도 막지 못할 거예요 자신이나 누군가 죽을 날을 모르고 사는 게 낫겠지요 사람은 그걸 모르기에 힘을 내고 살겠습니다 여기 나온 건 그 사건 맞을 거예요 실제 일어난 일을 썼다는 말 들었어요 그거 찾아보니 1999년이더군요 그때도 그런 일 다시 일어나지 않게 해야 한다고 했을 텐데... 맞는 말씀입니다 아이들이 다치거나 죽는 사고 일어나지 않았으면 합니다


희선

2023-07-24 11: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7-25 00: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7-25 00: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7-25 01: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오늘이 가장 좋은 날이다는 말이 있지만,

‘거짓말’

오늘이 가장 젊은 날이다는 말은,

‘맞을지도’


사람은 하루하루 살고

그만큼 나빠져

그땐 몰라도

해가 갈수록 다르겠지


아주 가끔 괜찮은 날도 오겠지

안 좋은 날도 좋은 날도 흘러가고

누구나 끝은 똑같아


어쩌겠어 좋든 안 좋든

살아야지

그래도 조금 좋게 생각하고 살아

마음만은 즐겁게 평화롭게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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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3-07-23 11: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무더운 여름이라도 마음만은 시원한 여름을 보내자고요...

희선 2023-07-24 01:14   좋아요 1 | URL
해가 쨍쨍할 때는 밖에 나가지 않는 게 좋겠지요 장마가 길군요 끝날 때 된 것 같은데... 칠월이 가면 끝나겠지요 마음이 시원하면 더위 그렇게 힘들지 않을 거예요


희선

거리의화가 2023-07-24 09: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늘이 가장 젊은 날이라고 생각하니 월요일이지만 힘이 솟네요^^ 희선님 한주 활기차게 보내시길!

희선 2023-07-25 00:53   좋아요 1 | URL
습도는 높았지만 비가 오지 않아서 조금 괜찮은 날이었습니다 장마철 길어질지도 모른다는 말이 있던데... 태풍이 생기지 않으면 좋을 텐데 싶네요 거리의화가 님 남은 칠월 건강하게 보내세요


희선
 
책과 우연들 (리커버 에디션)
김초엽 지음 / 열림원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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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금 부지런히 책을 봤다면 좋았을 텐데, 우울한 날이 이어져서 그러지 못했다. 다른 거 생각 안 하고 책만 보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는구나. 혼자 사는 것도 아니니. 그동안 하기 싫은 거 거의 안 했으니 지금은 참아야 할 때인가.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겠다. 언젠가 난 혼자가 될 텐데, 그때 기댈 사람이 없어서 다행이다. 그런 사람이 없으니 난 뭐든 나 스스로 하려고 하지 않겠는가. 남한테 신세지지 않고. 사람이 남한테 신세지고 싶어서 신세지는 건 아니겠지만. 언제든 사람은 움직여야 한다. 그런 생각하면서도 잘 움직이지 않는구나. 지금은 아무렇지 않으니. 가만히 있으면 쓸데없는 생각도 많이 하겠다. 자주는 아니더라도 걸어야겠다.


 소설가는 소설로 말해야지 하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 소설가든 시인이든 산문을 쓸 수 있다. 요즘은 소설가나 시인이 산문 많이 쓰는 것 같기도 하다. 보통 사람도 많이 쓰던가. 소설이나 시에 담지 못하는 것도 있겠다. 소설이나 시에 자기 이야기를 쓰기도 하지만, 그것만 봐서는 그 사람을 알기 어렵다. 몰라도 큰 문제는 없지만. 내가 이렇구나. 아니 지금은 조금 다르기도 하다. 예전엔 그저 소설이나 시를 봤는데, 몇해 전부터는 작가도 보려고 한다. 그러면 소설이나 시가 더 잘 보일까. 모르겠다. 예전에는 그저 재미있게 소설을 봤는데, 지금은 조금 어렵다. 재미있는 것만 생각할 수 없어서 말이다. 아니 재미있으면 좋은 거기는 하다. 재미가 웃기는 것만 나타내지는 않는다. 생각할 거리가 있는 것도 재미에 들어가겠지. 그렇다고 그걸 내세우면 안 되는구나. 어떤 글이든 그렇다. 그거 알면서 난 그런 거 조금 썼던 것 같다. 안 쓰려고 하는데.


 이 책 《책과 우연들》을 보고 지금까지 김초엽이 글을 어떻게 썼는지 조금 알게 됐다. 김초엽 소설을 보고 여러 가지 생각을 하는구나 했는데, 김초엽이 소설을 쓰고 얼마 안 됐을 때는 밑천이 바닥날까 봐 걱정했다고 한다. 그런 말 보면서 난 그런 것도 없구나 했다. 김초엽은 자신이 소설을 쓰게 되리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작법서를 보고는 소설을 써 봐야겠다고 했단다. 이 말 어디선가 들어본 듯도 하다. 아니 조금 다른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야구장에서 야구를 보다 소설 써 볼까 하고 썼다는 말. 그렇게 비슷하지는 않구나. 작법서 같은 걸 보면 글이 쓰고 싶어지겠다. 아니 그런 거 보면 쓰고 싶은 마음이 들어도 아무것도 못 쓴다. 글은 그냥 써야 한다. 별거 쓰지도 못했는데 이런 말을 하다니. 난 글쓰기 책 별로 안 봤다. 아주 안 본 건 아니지만 그런 거 봐도 글 못 썼다. 작법서는 글을 쓰려는 사람보다 글을 쓰는 사람한테 도움이 될 것 같다. 글 쓰다가 막힐 때 보면.


 책을 여러 권 내고 몇해 동안 소설을 썼다 해도 소설은 쓸 때마다 어떻게 쓰면 좋을지 막막할까. 그런 엄살을 부리는 작가도 있겠지만, 거의 어쨌든 쓰겠다. 어쩐지 그런 거 부럽다. 글을 쓰는 사람도 아닌데 그걸 부러워하다니, 이런 나 조금 이상한 거겠지. 난 내가 만족하고 싶어서 글을 쓰려는 거다. 여전히 만족하지 못하는 글을 쓴다. 아니 쓰지 못한다. 쓸 게 없어서. 다른 책을 봐도 쓸거리를 못 찾고 생각도 못한다. 김초엽도 그렇고 작가는 다른 책이나 여러 가지를 보다가 자신이 쓸걸 찾기도 한다. 난 그런 거 못한다. 앞으로도 못할 것 같다. 그러면 그냥 책을 읽어야지 어떻게 하나. 그것도 못하면 더 안 좋을 거다. 책을 이어서 보면 좋을 텐데 그것도 못하는구나. 제대로 하는 게 없는 나다. 이런 생각으로 흐르다니 바보 같다.


 천천히 며칠에 걸쳐서 이 책을 다 보니 김초엽은 앞으로 소설뿐 아니라 과학 논픽션도 쓸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한번 쓴 게 힘들어서 바로 그런 거 쓰고 싶지 않다고 했지만. 그 책은 못 봤다. 첫번째 소설집도. 소설 쓴다고 늘 소설만 써야 하는 건 아니겠지. 김초엽은 과학을 알고 과학책 보는 것도 즐기니, 거기에서 소설 소재를 더 많이 얻으려나. 시간이 걸린다 해도 김초엽이 꼭 쓰고 싶은 것도 쓰기를 바란다. 내가 이런 생각 안 해도 김초엽은 잘 쓰겠다. 지금까지도 잘 썼구나.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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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3-07-22 09: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름처럼 초엽 작가
잘쓰고 있죠
중국에서 번역되어서
국제적인 작가로 !^^

희선 2023-07-23 01:15   좋아요 1 | URL
중국에서 번역되다니, 곧 세계에서 아는 작가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한국에 그런 작가 많겠네요 여러 나라 말로 번역되는 책 있는 듯하더군요 그렇게 해서 한국 작가가 많이 알려지면 좋겠습니다 김초엽 작가는 소설은 어느 나라 사람이든 좋아하겠지요


희선

새파랑 2023-07-22 10: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김초엽 작가님 책은 한권 읽었었나? 그랬던거 같은데~

역시 난사람 이군요 ㅋ 책을 낸다는건 정말 어려운거 같아요~
희선님도 최근이 우울했군요. 빨리 떨쳐내시길 바라겠습니다 ~!!

희선 2023-07-23 01:19   좋아요 2 | URL
작가는 작가가 되고 나면 더 열심히 쓰는 것 같기도 해요 김초엽 작가도 그러지 않나 싶습니다 논픽션도 쓰고 싶다니 그런 거 언젠가 쓰겠지요 소설도 쓰면서... 논픽션 같은 거 보면서 글 소재 많이 얻기도 하겠습니다

새파랑 님 고맙습니다 남은 주말 편안하게 보내세요


희선

페넬로페 2023-07-22 13: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김초엽작가의 소설을 좋아하는데 작가의 에세이도 좋을 것 같아요.
작가들은 항상 무엇을, 어떻게 쓸지 치열하게 고민하며 살겠죠~~

희선 2023-07-23 01:21   좋아요 1 | URL
언젠가 페넬로페 님도 이 책 보시겠군요 어떤 작가든 글을 쓰려고 많이 애쓰겠지요 책을 잘 보기라도 해야 할 텐데 싶네요 그러지 못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희선
 




기록은 기억을 부르고

여러 가지를 떠오르게 해


오래전 일

이젠 희미해지고

빛바랜 기억이야


기록은 기억을

선명하게 해줘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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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3-07-22 09: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기록해 두지 않으면 세세한 사항은 기억을 못하는데
문득 문득 머리 속에 스쳐 지나가는 영상 같은 기억이 뇌 속 저장고에 담겨 있다는 것도 가끔 신기 할 때가 있습니다 ^^

희선 2023-07-23 01:14   좋아요 0 | URL
기억은 거의 사진 한장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네요 이어서 기억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어떤 장면이 생각나기도 하니... 머리 속을 스쳐가는 영상, 그런 건 불쑥 떠오르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일부러 떠올리려 할 때보다... 뭔가 잘 적어두고 기억하면 좋을 텐데, 그러지 못하네요


희선
 




117 어렸을 때 나를 두렵게 했던 건 뭐야?




 학교에 다니지 않았을 때는 내가 학교에 다니고 싶어했다. 왜 그랬을까. 정말 신기하다. 그냥 어딘가에 가고 싶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다 생각나지는 않지만 어릴 때는 지금과 조금 다른 성격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지금보다 좀 밝은.


 난 새학년이 되는 게 싫었다. 학교 친구가 많은 건 아니었지만, 한해가 지나면 그동안 알았던 친구와 헤어지지 않나. 선생님도 바뀌고. 여러 가지 바뀌는 게 정말 싫었다. 두려운 거기도 했다.


 공부 시간에는 그 날짜 번호인 사람한테 뭔가 시키지 않나. 내 번호가 들어가는 날이 가장 두려웠던 것 같다. 제발 시키지 않았으면 좋겠다 싶어서. 책 읽는 건 그나마 괜찮지만, 수학 문제 풀기 같은 건. 그런 걸 하겠다고 하는 아이도 있었다. 지금 생각하니 대단하다. 중학교 때까지는 수학 괜찮았는데 고등학교 때는 어려워서. 내가 중학교 때 제대로 공부를 안 해서 고등학교 때 잘 몰랐던 것 같다.


20230717








118 '친구'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친구 하면 편지가 떠오른다. 다른 것보다 편지라니. 더 멋진 게 있으면 좋을 텐데.


 처음 친구를 사귈 때는 편지 같은 거 생각하지 못한다. 시간이 흐르고 편지 쓰고 싶다 말하기도 한다. 난 별로 안 해 봤지만 다른 아이는 친구와 쪽지를 주고 받는 것 같았다. 그런 거 어쩐지 부러웠는데, 해 본 적은 없구나. 공부 시간에 그런 걸 주고 받으면 안 되지. 선생님 몰래 다른 아이들을 거쳐서 쪽지를 받으면 기쁠 것 같기도 하다. 그런 일 없었지만.


 편지 봉투에 주소를 쓰고 우표를 붙인 편지 받으면 기분 좋기도 하지. 친구가 되고 싶어서 편지를 쓰고 싶어한 적도 있다. 편지에는 이런저런 말을 쓰는데, 실제 만나면 한마디도 못했다. 난 왜 말을 그렇게 못하는지 모르겠다. 그건 지금도 다르지 않다. 잘 못하니 안 하고 할 말이 없으니 안 하니 더 못하는 것 같기도 하다.


20230718








119 좋아하는 단어들을 모두 적어봐




​ 좋아하는 낱말이라 그런 거 많은지 적은지 잘 모르겠네요. 많다면 많고 적다고 하면 적은 거겠지요.


 책, 라디오, 편지, 우표, 눈, 음악, 노래, 피아노, 친구, 별, 하늘, 마음, 글, 연필, 이야기, 소설, 달, 우주, 시간여행, 환상, 꿈, 걷기, 나무, 문.


 생각나는 게 이 정도뿐이네요. 더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이 정도만 쓸게요.


20230719







120 오늘 나의 주된 관심사는 뭐였어?




​ 언제나 비슷해. 책 아니면 글이나 편지지. 요새 편지를 써야겠다 생각하면서 하루하루 미루고 있어. 책을 보기 전에 그걸 썼다면 훨씬 좋았을 텐데. 책 한권만 보고 하자고 했어. 책은 두껍지 않은 거여서 다 읽고 쓰기도 끝냈어. 만화여서 그렇군. 만화지만 쓰기도 해. 거의 내가 기억하려고 쓰는 거야.


 글도 써야 할 텐데, 하면서 쓸 게 없어 하고. 날마다 잠깐 쓰려고 하는 건 쓰기는 하는데 유치해. 유치해도 자꾸 쓰다보면 좀 나은 걸 쓰기도 해. 그러니 안 쓸 수가 없어. 시간을 내서 쓰려고 하는 글도 써야 할 텐데. 어떻게 써야지 하는 건 없어. 쓰다보면 어떻게든 쓰는 거군. 그런 게 아주 없는 것보다 나을지도 모르겠어. 그런 게 많으면 좋을 텐데, 별로 없어.


 책은 늘 봐. 어쩌다 하루나 이틀 다른 일 때문에 못 볼 때도 있지만. 요새 조금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서 지난달보다 못 보기는 하는데. 장마철이 끝나면 마음이 조금 편해서 조금 일찍 자려나. 그렇게 되면 좋을 텐데.


20230720








121 삶에서 모순이라고 느꼈던 점이 있어?




 이런저런 모순이 많지만, 그럴 때마다 그걸 잊지 않고 기억하지 않기도 해.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는지. 아마 내 일이 아니어서 그런가 봐. 내 일이었던 게 아주 없지 않았을 것 같기도 한데, 그런 것도 시간이 가면 잊어. 어떤 건 잊지 않고 오래오래 기억하지만 어떤 건 잊어버려.


 착하게 사는 사람은 병들고 일찍 죽지만, 자기 마음대로 나쁜 짓하는 사람은 오래 사는 거. 자기 마음대로 해서 오래 사나 싶은 생각이 들어.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을 생각하면 멋대로 하기 어렵고 마음에 담아두는 것도 많잖아. 그러니 마음에 병이 들고 그게 몸에도 나타나는 거 아니겠어. 착하게 사는 것보다 남한테 피해주지 않고 사는 게 좋을 듯해.


 남한테 나쁜 짓하는 사람도 끝이 있어. 그런 사람이 끝이 오는 걸 두려워할지 그건 나도 잘 모르겠지만.


20230721








 얼마전에 약을 사고 자판기 커피를 빼마셨어요. 약은 제 건 아니었어요. 약국에 가면 커피 자판기가 있기도 하죠. 병원에도 있던가요. 코로나 때는 커피를 못 마시게 하고 여전히 못 마시게 하는 곳도 있는데, 커피 마실 수 있는 곳도 있어요. 약국 커피 그렇게 맛이 좋지는 않아요. 지난 주에 간 어떤 약국 커피는 맛이 괜찮았어요. 거기는 좀 멀어서 갈 일이 없고 거기에서 약도 안 사서 못 가겠네요. 그날만 괜찮았던 걸지.


 커피를 빼고 컵을 보니 고양이 그림이 있더군요. 이런 거 보면 사진으로 담고 싶기도 해요. 종이컵 안 쓰는 게 좋기는 한데, 가끔 약국에서 커피를 마시는군요. 지구를 생각해야 한다면서 이러다니. 컵에 그린 고양이 어미와 새끼 같지 않나요. 저런 고양이를 보는 것도 기분 좋은 일이네요.


 이번 한주가 거의 다 가네요. 칠월 시간 많이 간 것 같은데 그렇지도 않네요. 어쩐지 시간이 천천히 가는 느낌입니다. 장마철이어서 그런 걸지도. 주말에 비 소식이 있군요. 이번에도 많이 온다고 하는데, 그 말과 다르게 많이 오지 않기를 바랍니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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