十二國記 丕緖の鳥 (文庫, 新潮文庫)
오노 후유미 지음 / 新潮社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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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쇼의 새   십이국기

 

 

 

십이국기에는 단편집이 두권 있습니다. 작가는 이것을 나중에 썼지만, 책을 다시 내면서 이것을 앞에 두었더군요. 그래서 이것을 먼저 보았습니다. 《마성의 아이》는 나중에 보고, 이것은 차례를 지켜서 보았군요. 이 책 보기 전에 제목이 뜻하는 것은 대체 뭘까 했습니다. 첫번째 이야기로 바로 읽으면 ‘히쇼의 새’인데, 이 말도 무슨 뜻인지 바로 알기 어렵습니다. 히쇼가 가진 새, 곧 히쇼가 기르는 새인가 할 수도 있잖아요. 책을 읽으니 ‘히쇼가 만드는 새’더군요. 히쇼는 대체 무슨 새를 만들까 하겠네요. 이 책 볼 때 조금 괴로웠습니다. 어려워서, 우리말로 옮기기도 쉽지 않겠구나 했습니다. 그래도 잘 아는 분은 잘 하시겠지요. 읽으면서 걱정한 게 하나 더 있습니다. 이 말도 자주 해서 그 말 보기 지겹다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떻게 쓰지’예요. 히쇼가 새를 만드는 재료는 도제(陶製 오지로 이것은 진흙으로 빚어서 볕에 말리거나 낮은 온도로 구운 다음 잿물을 입혀 다시 구운 그릇, 흙을 구워서 만든 도자기 따위의 물건)예요. 제가 생각한 건 도자기 새(까치)인데 비슷하겠죠. 왕이 왕 자리에 오른 걸 축하할 때 그것을 날려서 화살을 쏘아 깹니다. 이런 행사 어딘가에 있을까요. 새는 까치 모양이고 깨지는 소리가 음악처럼 들리고 향도 넣는다고 합니다. 히쇼는 정치와는 먼 자리에 있지만 선인입니다. 나랏일을 하는 사람입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는 나랏일 하는 사람을 공무원이라고 하죠. 열두 나라가 있는 곳에도 그런 사람 많이 있을 듯합니다. 왕 가까이에서 정치를 하는 사람도 있고 왕하고는 먼 곳에서 자기 일을 하는 사람도 있겠지요. 여기에는 왕하고는 먼 곳에서 일하는 사람이 나오는군요. 히쇼는 경국 사람으로 오래 살았더군요. 새 왕이 된 사람은 바로 요코예요. 히쇼는 왕한테 희망을 버린 듯했습니다. 왕이 바뀐다고 뭐가 달라질까, 왕은백성을 제대로 보려고 하지 않는다 생각했지요. 요코 앞에 왕은 더 그래서 히쇼는 새를 만들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했습니다. 그동안 만들지 않아서 좋은 생각도 없었습니다. 예전 왕 때 만든 것을 다시 만들까 하다가, 예전에 함께 일한 사람이 한 말을 제자한테서 듣고 좋은 생각을 얻습니다. 그리고 행사도 잘 마쳤습니다(이렇게 말하다니). 히쇼 마음이 요코한테 닿았습니다. 요코는 히쇼한테 “…… 가슴이 아플 정도로 아름다웠다. 잊기 어려운 것을 보았다.” (70쪽)고 했어요. 그 말을 들은 히쇼는 언젠가 또 그것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히쇼는 새를 만들기도 하고 그것을 어떻게 보여주는지(연출)도 정하는군요. 말이 아닌 다른 것으로 마음을 나타낼 수 있잖아요. 히쇼가 왕한테 말하려고 한 것은 ‘백성을 괴롭히지 마라’예요.

 

두번째 이야기 <저물무렵의 짐승>을 보니 히가시노 게이고 책 《공허한 십자가》가 생각나더군요. 이곳에도 사람을 여럿 죽이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유국 법에는 사형이 있지만 이것을 행하지 않은 지 오래되었습니다. 사형제도를 되살리느냐 마느냐로 고민하는 사람 이야기예요. 백성들은 많은 사람을 죽이고, 아주 적은 돈 때문에 어린이까지 죽인 사람을 사형시키기를 바랐습니다. 사형을 되살리면 그런 일이 여기저기에서 일어나는 것을 사법관이 걱정하더군요. 이 나라는 지금 기울고 있습니다. 그래선지 사람들 마음이 메말랐습니다. 죄를 지은 사람도 자신이 한 일을 후회하지 않고 사형시켜달라 하더군요. 죄를 뉘우치는 모습이 보이지 않을까 해서 사법관이 그 사람을 만나보지만 그런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어린이를 죽인 다른 까닭도 없었습니다. 유국이 기울고 있다는 말은 《바람의 바다 밝아오는 하늘》에도 잠깐 나왔군요. 우리가 사는 세상은 대통령(왕)이 잘못해도 나라가 기울지 않아서 다행이군요. 사람이 살아가기 어려운 세상이 되는 건 마찬가지군요. 살인범을 사형시키기를 바라는 것은 자신의 불안을 없애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는 말은 맞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무서운 일을 저지른 사람이 어딘가에 살아있다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지 않잖아요. 하지만 사형이 답도 아닌 것 같습니다. 그것은 또 다른 살인과 같으니까요.

 

세번째는 배경이 안국으로 쇼류가 왕이 되기 전부터 왕이 된 뒤 이야기더군요. 이곳은 왕이 없으면 사람이 살아가기 어렵습니다. 굶어죽지 않기 위해 관리가 되는 사람도 있는 듯합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도 그렇게 하는 사람 있겠군요. 처음에는 자신의 마을과 식구들을 위해 일하는데, 나중에는 그 나라 백성을 다 생각하더군요. 왕이 자리에 오르면 자연재해나 요마가 나타나지 않지만, 나무에 생긴 병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안국 산에는 너도밤나무 숲이 많은 듯했습니다. 너도밤나무에 병이 들어 그게 퍼져가고 있었습니다. 새 왕이 나타나도 그 병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병든 너도밤나무는 뭔가 만드는 재료로 비싸게 팔렸지만(돈은 관리가 챙겼습니다), 산에 나무가 없으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비가 오면 물난리가 나고, 겨울에 내린 눈이 봄에 녹아 땅속에 스며들면 힘이 없어진 흙이 무너져 마을을 덮치겠지요. 몇 사람이 오랜 시간을 들여 병을 낫게 하는 약초를 찾아냈습니다. 그것을 새로운 왕한테 전해서 다음해에 씨앗을 얻기 위해 애씁니다. 한두 사람 힘으로 하지 않고 여러 사람 손에서 손으로 희망을 맡깁니다. 그 부분이 감동스럽습니다. 그 일을 하는 건 그 나라에서 살아가는 백성입니다. 앞으로 나라가 좋아지기를 바라면서 말이에요.

 

마지막에는 책력을 만드는 일을 하는 사람이 나옵니다. 이곳은 어디일까요. 경국입니다. 요코 앞에 왕이 죽기 바로 전부터 요코가 왕이 된 때입니다. 요코는 요코 나름대로 힘들었는데, 백성은 백성대로 힘들었네요. 책력 만드는 사람들은 왕이 죽고 가짜 왕이 나타나고 다시 새 왕이 나타나도 그런 일에는 관심 갖지 않고 일을 하더군요. 나라가 어지러워도 농사짓고 살아가는 사람은 있겠지요. 그런 사람을 생각하고 일을 했습니다. 그런 모습을 바라보는 아이 란카는 잠시 실망하기도 했어요. 사람이 죽기도 하는데 거기에서 눈을 돌리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만 한다고. 전쟁이 일어나도 과학자는 자신이 하고 싶은 연구를 하기도 하잖아요. 그런 모습이 생각났습니다. 책력 만드는 사람은 자기들은 그것밖에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했어요. 이 말도 맞겠지요. 열두 나라가 있는 곳도 시간이 많이 지나면 우리가 사는 세상처럼 과학이 발달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학이 아주 없는 건 아니기도 하니까요.

 

여기 나온 사람들은 다 관리(공무원 같은 것)예요. 관리에는 위가 있고 밑이 있겠지요. 위가 아닌 밑에 있는 사람들이에요. 그래서 좀더 백성과 가까이에 있지요. 책력 만드는 사람들은 현실을 잊고 산다고 했지만. 책력이 가장 필요한 사람은 백성이니 백성을 생각하고 일하는 걸 거예요. 전에 한 말인데 왕만 백성을 괴롭히지 않아야 하는 건 아닙니다. 관리 같은 어떤 자리에 있는 사람도 백성을 괴롭히면 안 됩니다. 여기에도 자기 자신의 이익만을 위하는 사람이 있더군요. 그것을 재미있다고 해야 할지, 우리가 사는 곳과 비슷하다고 해야 할지. 백성이 있고 나라가 있는 것인데, 이 책을 읽다보니 그런 생각이 더 드는군요.

 

 

 

희선

 

 

 

 

(고쳤지만 제가 잘못 썼더군요. 본래는 그 말 안 썼는데 다시 읽어보면서 썼습니다. 그런 건 빨리 했으면 좋았을 텐데. 병든 너도밤나무는 숯으로도 만들 수 없습니다. 그런데 땔감으로 비싸게 팔렸다고 쓰다니. 어쩐지 아닌 것 같아서 책을 찾아보니 아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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風の萬里 黎明の空(下) 十二國記 (新潮文庫) (文庫)
小野 不由美 / 新潮社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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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만리 밝아오는 하늘 하   십이국기

오노 후유미

 

 

 

끝까지 보면 더 나은 제목이 생각나겠지 했는데 그런 일은 없었어(더 생각하지 않아서인가). 나눠서 안 보고 이어서 끝까지 봤다면 더 나았을 것 같아. 그랬다면 이런 말로 시작하지 않았을 텐데. 지난번에는 세 여자아이 이야기를 많이 했군. 요코, 스즈, 쇼케이. 요코는 경국 왕, 스즈는 오래전에 일본에서 이곳으로 와서 재국에서 살았고, 쇼케이는 방국 공주였는데 왕(쇼케이 아버지)이 백성을 괴롭혀서 그것을 보다 못한 관리가 왕을 죽이고 쇼케이를 선적에서 뺐어. 요코는 왕궁을 나와 이곳이 어떤지 배우고, 스즈는 자신처럼 일본에서 온 경왕을 만나기 위해 경국으로 오고, 쇼케이는 경국 왕 자리를 빼앗을 마음을 가졌다가 요코 친구 라크슌을 만나고 자신이 공주로서 해야 했던 일을 깨닫고 경국으로 와. 지금 생각하니 나라가 좁은 것도 아닌데 그 나라에 간다고 왕을 만날 수 있을까 싶군. 왕을 만나려면 왕궁에 가면 되기는 해. 요코가 왕궁에서 아주 먼 곳에 있었던 건 아니야. 그리고 신기하게도 요코가 지내는 곳과 가까운 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려고 했어. 그곳에 스즈와 쇼케이가 온 거야.

 

경국은 요코가 왕이 된 지 얼마 안 돼서 여전히 안정되지 않았어. 이곳은 나라에 왕이 없으면 백성이 살아가기 어렵다고 했잖아. 지난번에 요코를 본 관리가 ‘또 여왕이라니’ 하는 말을 하는 걸 보았는데, 백성도 비슷한 생각을 했어. 그래도 나라에 왕이 없는 것보다 있는 게 낫기 때문에 다른 나라에 갔던 사람이 경국으로 돌아왔어. 왕 혼자 그 나라 사람이 어떻게 사는지 아는 건 어려워. 왕 곁에 믿을 수 있는 사람이 많으면 좋겠지만, 요코 곁에는 기린 케이키밖에 없었어. 케이키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자기 욕심을 위해 왕을 속이는 일은 절대 없어. 나라를 두루두루 살피기에 케이키 하나로는 모자라지. 케이키가 주후인 곳에서도 세금을 많이 거두었어. 그것을 케이키도 몰랐어. 세금을 가장 많이 걷는 곳이 있었는데 그곳에 사는 사람은 아주 힘들어하고 많이 죽기도 했어. 어떤 사람은 공부를 잘해서 관리가 될 수도 있었는데 그곳 향장 밑에서 일할 수 없다고 생각했어. 향장을 봐주는 주후가 있고 주후를 봐주는 사람이 위에 있었어. 여기에 백성을 괴롭히는 관리만 있는 건 아니야. 바른 길을 배우고 잘못된 길을 바로잡으려는 사람도 있었어.

 

스즈와 함께 경국에 돌아온 세이슈는 지수향장 쇼코 마차에 치여죽었어. 스즈는 세이슈가 건방진 아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동생처럼 여겼는데. 세이슈가 쇼코 마차에 치이려고 할 때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어. 쇼코가 무서웠기 때문에. 만화영화에는 쇼코가 많이 나왔는데, 책에는 다른 사람이 말하는 것이 많이 나오고 요코한테 살려달라고 할 때 잠깐 나왔어. 이건 주후 가호나 그 위에 있는 세이쿄(주후보다 더 높은 사람)도 그렇군. 쇼케이는 명곽에서 누군가 죽임 당하려고 할 때 돌을 던졌어. 예전의 쇼케이였다면 그런 일 안 했을 텐데. 라크슌이 가르쳐줘서 쇼케이는 어느 나라도 잘못을 저질렀다고 해서 그 사람을 잔인하게 죽이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어. 명곽 사람들은 아무 말도 못한 거지. 쇼케이는 그런 모습을 보고 저도 모르게 돈을 던진 거야. 그곳에 요코가 있어서 쇼케이를 도와주었어. 그 뒤 쇼케이는 용병을 모으는 사람들 일을 도와. 왕이 가호가 하는 나쁜 일을 알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일을 벌이려는 거였어. 지수향장 쇼코한테 반기를 든 사람도 있었어. 거기에는 스즈가 있었지. 요코는 자신을 가르쳐주는 사람이 누군가한테 붙잡혀가서 그 사람을 구하려다 쇼코를 쓰러뜨리는 일을 함께 해. 이 일은 거리(탁봉과 명곽)는 떨어져있지만 한 주에서 일어나는 거야.

 

이렇게밖에 못 쓰다니. 앞에 것을 읽으면서도 느꼈지만 말하지 못했는데, 이번에도 같은 걸 느꼈어. 뭐냐 하면 중국이 생각난 거야. 작가가 본래 아주 옛날 중국을 생각하고 썼다고 해. 사람들한테 길을 가르치고 바른 길로 가게 하는 것은 공자가 떠오르게 했어. 스무 살이 되면 나라에서 땅을 주는 것(중국은 이러지 않으려나), 결혼하면 같은 곳에서 살아야 하고 다른 나라 사람과 결혼하지 못해(이것도 중국이 꼭 그렇다고 할 수 없으려나). 나라에서 받은 땅을 팔고 다른 일을 하고 살아도 괜찮아. 여기는 자유로운 것 같으면서도 제약이 있는 듯해. 다른 나라 사람과 결혼 못한다고 했는데, 모든 나라가 그런 건 아닐지도 몰라. 다른 나라 사람과 결혼하면 아이가 생기지 않는대. 이것은 왕 때문인지도 모르겠어. 왕은 그 나라에서 난 사람만이 될 수 있거든. 아이를 갖고 싶다고 해서 모두 가지는 건 아니기도 해. 부모가 될 자격이 있는 사람한테 하늘이 아이를 준다더군. 이곳에서는 아이가 나무에 알처럼 열려. 리목에 부부가 함께 수놓은 띠를 묶고 하늘에 빌면 열리는 거야. 자격이 있는 사람이 아이를 갖는다지만, 나라가 살기 어려우면 아이를 버리기도 하는군. 그건 좋은 부모가 될 자질은 있지만 그것을 제대로 끌어내지 못한 건지도. 왕도 비슷하군. 여기는 아이가 갖고 싶은 사람만 결혼한대. 이런 것도 책을 보면 알 수 있는 거군.

 

위에서 사는 걸 힘들게 하면 그것을 바꾸기 위해 내가 무엇인가 할지 그건 잘 모르겠어. 우리나라 독립이나 민주화를 위해 애쓴 사람도 있는데, 그것을 대단하다 생각하지만 내가 하는 건 어려울지도. 그런 시대가 아니기 때문에 이렇게 생각하는 건지. 앞에 나서서 하는 건 못해도 몰래 도와주는 건 할 수 있을지도. 마음이 약하지. 나라 같은 큰 것보다 자신이 다니는 학교나 일터에서 어떻게 하면 좋을까 생각하는 것도 괜찮을 듯해. 스즈도 리요가 자신을 죽일 리 없는데 왜 그렇게 겁내고 아무 말도 못했는지 아쉬워했어. 사람을 까닭없이 괴롭히는 사람 있잖아. 그런 사람한테는 제대로 말하는 게 좋지. 나는 그런 것도 못하고 사람 관계를 아주 힘들어하는데 이런 말을 했군. 안국 왕 쇼류는 자신한테 하고 싶은 말 잘 하는 사람을 곁에 두기도 했어. 위에 있는 사람은 쓴 말도 달게 들어야 하지. 그런 사람이 높은 자리에 앉아야 하는데. 모든 사람이 괜찮고 좋은 나라가 되면 좋겠지만 어려운 일이지. 문제가 아주 없으면 안 좋기도 하잖아. 살아가는 것도 그렇군. 그래도 평화로운 세상이기를 바라.

 

세 사람이 앞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한 건 뭘까, 그건 공부야. 바른 길을 가르치고 그렇게 산 사람이 있다고 했잖아. 그 엔호는 아주 오래 살았는데 아직도 헤맨다고 했어. 사람은 나이를 먹어도 모르는 게 있는 거지. 요코는 이번 일로 믿을 수 있는 사람을 얻었어. 요코가 왕궁에서 관리 눈치만 봤다면 그러지 못했겠지. 스즈와 쇼케이는 자신이 살던 곳을 떠나 여러 사람을 만나고 전보다 세상을 넓게 보게 됐어. 어딘가에 떠나야 세상을 넓게 보는 건 아니지만, 그게 필요한 사람도 있다고 봐. 떠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누구를 만나느냐도 중요하지. 셋이 만난 것도 좋은 일이었지. 서로 몰랐을 때는 기대하고(스즈) 샘내고 미워했는데(쇼케이), 만나고는 왕이라고 자신과 다르지 않다는 걸 깨달았지. 왕도 나름대로 이런저런 일 때문에 걱정이 많다는 거야. 경국도 살기 좋은 나라가 되어서 백성들이 요코를 좋아하면 좋겠어. 이런 생각도 드는군. 살기 좋은 나라는 왕 혼자 만드는 것인가 하는, 백성도 함께 만들어야 하겠지.

 

 

 

희선

 

 

 

 

☆―

 

“안이나 주에서 태어났다면 좋았겠네.”

 

셋키는 쓴웃음 지었다.

 

“그런 것을 생각해도 소용없어. 나는 경에서 태어났는걸. 결국 태어버렸으니 다음은 얼마나 자신답게 살아야 하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해.”  (203쪽)

 

 

“참으면 참지 못하는 게 무서워져. 지금 아무리 괴로워도 참는 걸 그만두면 훨씬 나쁜 일이 일어날 것 같아…….”  (301쪽)

 

 

“사람은 누가 더 불행한지 겨루지. 죽은 사람이 가장 불쌍한데, 누군가를 불쌍하게 여기면 진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거야. 자신이 가장 불쌍하다고 생각하는 건, 자신이 가장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기분 좋은 일일지도 몰라. 자신을 불쌍하게 여기고 남을 원망하고, 진짜 해야 하는 일에서 달아나는…….”        (30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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風の万里 黎明の空(上)十二國記 (文庫, 新潮文庫)
小野 不由美 지음 / 新潮社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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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만리 밝아오는 하늘 상   십이국기

오노 후유미

 

 

 

내가 썼지만 제목 별로네. 이번 이야기는 두권으로 나뉘었어. 처음 이야기 《달 그림자 그림자의 바다》도 두권이지만, 그것은 합치면 오백쪽이 조금 넘어. 그래서 한번에 읽었지. 이번에는 두권 다 두꺼워서 나눠서 보기로 했어. 그러고 보니 지난해에는 한권을 한주 넘게 보기도 했군. 낮에 잠깐 지난해에는 어떻게 지냈더라 하는 생각을 했는데 떠오르는 게 없었어. 지금과 별로 다르지 않았겠지 했을 뿐이야. 그래서 조금 우울했는데. 별거 없는 하루하루라도 뜻있게 보내려고 해야 할 텐데 마음대로 안 되네. ‘뜻있게’가 안 좋은 건가, 그러면 ‘즐겁게’로 바꿔야겠어. 지난해가 떠오르지 않으면 어때, 지금 괜찮으면 된 거잖아. 큰일 없이 지냈기 때문에 지금 책을 볼 수 있는 거니까. 아무 일 없는 하루하루가 지루할지 몰라도 그것만큼 좋은 건 없을지도 몰라. 나한테 책 살 돈이 조금이라도 있어서 이 책을 사서 보기도 하잖아. 내가 이 책을 보기로 한 건 문고로 나왔기 때문이야. 이렇게 말하다보니 잘 찾아보면 고마워할 일이 많겠다는 생각이 드는군. 지금 사는 곳이 아닌 다른 곳에 갈 일도 없고, 하지만 사람 일은 알 수 없지. 무슨 일이 일어났을 때 난 잘 살아갈 수 있을까.

 

지난번에 마지막에 잠깐 말했지. 이번에는 세 여자아이가 나온다고. 아는 사람도 있을 테지만 한사람은 요코야. 요코는 일본에서 고등학생이었는데, 어느 날 기린 케이키가 학교에 나타나서 이곳 열두 나라가 있는 곳으로 데려왔어. 이제는 말해도 될까. 요코는 한 나라, 경동국(경국) 왕이야. 고등학생 여자아이한테 너는 왕이다 하면 그것을 바로 받아들일까. 그건 고등학생이 아니어도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 같아. 높은 자리여서 좋을 것 같지만, 왕 자리에 앉는 건 그렇게 가벼운 게 아니야. 이곳은 왕이 길을 잃으면 죽으니까. 일을 잘못하면 그 자리에서 내려오기만 하면 되는 것과 아주 다르지. 왜 그렇게 만들었을까. 책임을 가지고 나라를 다스리라는 뜻일까. 왕이 되고 싶지 않은 사람이 왕으로 뽑히면 괴로울 듯해. 요코도 좀 힘들어해. 요코가 왕이 되었지만 요코를 보고 관리들이 ‘또 여왕이라니’ 하는 생각을 했거든. 이것은 여자와 남자를 차별해서 하는 말은 아니야. 경국은 요코 전까지 여왕이 셋이었는데, 좋은 왕이 아니어서 그렇게 생각한 거야. 요코는 자신이 일본에서 사람들 눈치만 보던 것과 지금 관리들 눈치를 보는 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고 왕궁을 나와서 보통 사람과 살면서 이곳을 배우기로 했어. 요코 곁에는 아직 믿을 만한 신하가 없어, 기린 케이키밖에. 왕을 도와서 제대로 일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잖아. 경국 관리는 예전 왕 때 그대로고. 한 나라 왕이 되는 건 쉽지 않겠지. 그래도 요코는 거기에서 달아나려고 하지 않아. 그것만으로도 대단한 듯해.

 

왕은 백성을 괴롭히지 않아야 해. 그런데 방극국(방국) 왕은 법을 엄격하게 만들어서 백성을 괴롭게 했어. 기린은 병이 들었어. 기린이 죽고 왕이 죽을 때까지 시간이 걸려. 그동안 얼마나 많은 백성이 괴로움을 당해야 할까 생각한 사람들이 힘을 모아 왕과 왕비 기린 목을 베었어. 이건 왕 자리를 노리고 한 일은 아니야. 왕을 죽이는 일에 앞장 선 겟케이는 언젠가 그 벌을 받겠다 생각했을지도 모르겠어. 방국 왕한테는 열세살 먹은 딸이 있었어. 손쇼(성과 이름) 쇼케이야. 쇼케이는 어머니가 죽는 모습을 보아야 했고, 선적에서도 빠졌어. 쇼케이는 열세살인 채로 왕궁에서 서른해를 지냈어. 앞으로는 보통 사람으로 나이들어야 해. 쇼케이는 그 일을 무척 억울하게 생각했어. 아버지가 무슨 일을 했는지 자신을 몰랐다면서. 아버지, 어머니는 쇼케이한테 아무것도 몰라도 된다 했대. 왕뿐 아니라 왕 자녀도 그에 맞는 일을 해야 하는군. 관리만 왕한테 제대로 말해야 하는 건 아니기는 하지. 공주도 자기 나라 백성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알고, 자신이 할 일이 없는지 찾아보아야겠지. 왕이 되면 아주 많은 것을 가지게 돼. 그것을 왕한테 주는 것은 일을 잘 하라는 뜻이기도 해. 쇼케이가 부모 없는 아이들이 사는 곳에서 일하고 지낸 지 세해가 흘렀어. 쇼케이는 자기 나이와 비슷한 여자아이가 경국 왕이 됐다는 것을 알게 돼. 그때 쇼케이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쇼케이는 요코가 자기 것을 빼앗아갔다고 생각해. 그런 생각을 하다니. 쇼케이는 경국에 가서 요코한테서 왕 자리를 빼앗아야겠다 마음먹어. 엄청난 생각을 했지. 다행하게도 쇼케이는 경국에 가기 전에 라크슌(교국에서 요코를 도와준)을 만나. 라크슌은 쇼케이한테 공주가 해야 했던 일을 가르쳐줘. 지금까지 자신은 잘못한 게 없다 생각한 쇼케이가 자기 잘못을 깨달아.

 

세 사람이니 한 사람 남았군. 이름은 오오키 스즈. 스즈는 재주국(재국)에서 비선 취미군 리요가 사는 곳에서 일을 했어.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스즈는 일본에서 이곳으로 왔어. 꽤 오래전에. 스즈는 이곳에서 산 지 일백년이 다 되었다는군. 나이는 열여덟이라던가(어쩌면 한살 적을지도). 스즈는 본래 보통 사람이었는데, 이곳 사람과 말이 통하지 않아서 무척 괴로워했어. 이곳에 오고 몇해가 지나고 스즈는 자신과 같은 말을 하는 리요를 만나고 자신을 데려가 달라고 해서 선인이 되었어. 그런데 이 리요는 일하는 사람을 좀 괴롭혔어. 그 가운데서 스즈를 가장 심하게 대했어. 어느 날 스즈는 자기 나이와 비슷한 여자아이가 경국 왕이 되고, 일본에서 왔다는 말을 듣고 경왕을 만나고 싶어해. 경왕이 힘든 자신을 도와주리라 생각한 거야. 재국 왕이 도와줘서 스즈는 경국으로 떠나. 그렇게 떠나기까지 여러가지 일이 있었고, 경국으로 가는 배에서는 남자아이를 만나. 쇼케이도 누군가를 만나고, 스즈도 만나는군. 스즈는 지금까지 자신이 어린애처럼 살았다는 걸 조금 알게 돼. 스즈는 다른 사람과 말을 할 수 있게 되고도 사람을 잘 사귀지 않은 듯해. 스즈는 자신만 무척 힘들다고 여겼어. 사람은 자신이 괴로우면 거기에 빠져서 둘레를 못 보잖아. 힘들게 사는 사람은 많은데 그런 걸 생각하지 못하지.

 

다른 곳에 있던 셋이 한곳에서 만나, 이것은 다음권에서. 경국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려 해. 여기에서는 사람이 쉽게 죽겠다는 생각이 들어. 왕이 없어서 나라가 어지러우면 요마가 나타나거든. 사람은 요마 때문에 죽기도 하고, 자연재해 때문에 농사가 잘 안 되면 굶어죽기도 해. 어쩐지 이곳은 옛날 같은 느낌이 들어. 책을 보면서 여기 사람은 다른 즐거움을 어디에서 얻을까 했어. 예인이라고 해서 나라를 돌아다니면서 연극을 하는 사람이 있지만. 먼저 나라가 안정되어야 문화생활도 하겠군. 이런 것보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 생각하는 게 더 나을까. 보통 사람으로. 스즈, 쇼케이를 보니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어. 그것을 잘 말하지 못했지만. 요코도 마찬가진가. 하지만 나와 왕하고는 거리가 먼 것 같아. 이런 생각은 왕을 차별하는 건가. 요코를 보면 자신이 할 일을 내던지지 않고 공부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자신 안에 갇히지 않아야 하는 것도 있어. 지금은 이렇게 생각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잊어버릴지도 모르겠어. 앞으로도 이런저런 책을 만나면 좀 낫겠지.

 

 

 

희선

 

 

 

 

☆―

 

“응. 그때 생각했어. 아, 사람이 웃는 데는 두 가지가 있구나 하고. 자신이 불쌍해서 우는 것, 그냥 슬퍼서 우는 것. 자신이 불쌍해서 흘리는 눈물은 어린애 눈물이구나. 누군가 어떻게 좀 해줘 하고 우는 거니까. 아빠 엄마 아니면 옆집 아줌라도 괜찮으니 도와달라고.”  (317쪽)

 

 

“책임을 다하지 않고 손에 들어오는 것은 없어. 있다고 하면 그건 뭔가 잘못된 거야. 잘못된 것을 방패로 삼아도 아무도 봐주지 않아.”  (342쪽)

 

 

“방국 공주는 알아야 할 것을 몰랐기 때문에 벌받은 거야. 그것은 벌써 끝난 일이야. 아쉬워해도 소용없어. 하지만 쇼케이 삶은 이제 막 시작됐잖아. 말하자면 이제 세 살쯤이 아닐까. 서두를 거 없어.”

 

“그렇게…… 생각해?”

 

“응. 이 세상에는 되돌릴 수 없는 일이 있어. 공주 삶은 이제 끝났으니까 바로잡을 수 없어. 그럴 때는 깨끗하게 내려놓고 뭐가 나빴는지 그것만 기억해두면 괜찮지 않을까?”

 

“그런 걸까…….”

 

“왕이나 공주는 불편하군. 어쨌든 왕은 한번 자리를 잃으면 다시 시작할 수 없으니까. 그런 점에서 백성은 편해. 죽지 않는 한 다시 시작할 수 없는 일은 없으니까.”  (349~35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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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도 길고양이가 되려고 하지만

 

  치즈 스위트 홈 9

  코나미 카나타

 

 

 

 

 

 

 

 

 

 

 

 

 

어렸을 때는 만화책을 보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집에서는 그런 말 듣지 않았는데, 학교에서 만화는 보면 안 된다고 했던가. 정말 그랬는지 나도 잘 모르겠다. 학교 선생님이 만화는 안 좋다고 했을 거다. 지금 생각하니 만화책은 쉽게 보기 어려워서 안 봤던 것 같다(만화책뿐 아니라 다른 책도 안 봤구나). 고등학생 때 아주 가끔 책방에 갔는데 거기에는 만화책이 없었다(만화책이 있는 책방을 보고 책방에서도 만화책을 파는구나 한 적도 있다). 지금도 만화책 빌려주는 곳 있겠지만, 예전에는 만화책을 거의 빌려서 봤을 거다. 어쩌면 만화책을 보는 것보다 만화방에 가는 것을 안 좋게 여겼던 건지도. 나는 한번도 안 가 봤다. 책 빌려주는 곳에서 한두 번 빌려다 본 적은 있다. 그때 언제까지 봐야 하는지도 못 물어봤다. 그게 뭐 어렵다고 물어보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하루만에 다 봐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아주 조금만 빌려다 보았다. 그것도 몇번뿐이다. 누군가 만화책 빌려보기보다 사서 봐야 한다고 말한 것을 듣기도 했다. 그것은 우리나라 만화가였는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만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모든 만화가 다 좋은 건 아니지만, 만화로 배울 수 있는 건 많다. 거기에서 가장 큰 건 상상력이다. 만화를 봤다고 상상력이 는 건 아니지만. 나는 띄엄띄엄 보고 얼마 안 봐서 그런 거겠지. 진짜 많이 보는 사람은 또 다를지도 모르겠다. 이제는 만화에 어느 정도 익숙해졌지만, 만화를 본 지 얼마 안 됐을 때는 움직이지 않는 그림을 보는 게 조금 어려웠다(내용을 더 보기는 했다). 내가 더 좋아하는 건 움직이고 말도 하는 만화영화다. 만화책도 자꾸 보다보니, 실제는 멈추어 있지만 움직이는 것처럼 보게 되었다. 이것도 자주 봐야 그것을 느끼는데 가끔 봐서, 감이 떨어지기도 한다. 밀려있는 책 봐야 할 텐데. 책 읽을 때는 잠깐 다른 생각도 하지만, 만화는 여기에 빠져들게 한다. 글자뿐 아니라 그림이 있기 때문이겠지. 글을 보고 상상하는 게 더 나은 걸까. 그건 그것대로 좋은 거고, 만화는 만화만이 가진 좋은 점이 있는 거다. 세상에는 볼 책이 많기도 하구나. 거기에서 볼 수 있는 게 얼마 안 된다는 게 조금 아쉽다.

 

새끼고양이는 몇달만 지나면 엄청 클지도 모르는데 치는 아직도 새끼고양이다. 예전에도 한 말이다. 눈병이 나서 엘리자베스 칼라를 한 치는 그것을 아주 귀찮아했다. 그래도 위를 보고 계단을 오르거나 밥그릇을 엘리자베스 칼라로 다 덮어서 밥을 먹기도 했다. 딱 하나만은 할 수 없었다. 조금 열린 문을 지나 밖으로 나가는 일이다. 다음날 엘리자베스 칼라를 뺐다. 아빠는 치가 밖에 나가는 것을 걱정해서 바깥으로 나가는 문을 닫았다. 이것은 바깥이 위험해서 아이를 밖에 내보내지 않는 것과 같구나. 치는 코치가 공원에서 기다린다고 생각하고, 코치는 공원에서 치를 기다렸다. 아빠는 옆집 사람이 개 산책시키는 것을 보고, 치한테도 목걸이와 줄을 달았다. 아빠는 치와 산책할 수 있다고 기뻐했는데, 치는 자기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해서 짜증냈다. 치가 이리저리 움직이니 목걸이가 빠졌다. 치는 곧장 공원으로 달려갔다. 거기에는 코치가 없었다.

 

한편 코치는 공원 분수에 있다가 더는 못 기다려 하고 다른 곳으로 가다 치를 보았다. 치인지 알고 따라가서 반갑게 알은체했는데 치와 닮은 고양이였다. 어미와 새끼 한마리가 더 있었다. 그것은 치 엄마다. 가까운 곳에 살고 있다니. 코치를 기다리던 치는 그만 집에 가야 하나 했다. 거기에 삼색털고양이가 와서 치한테 그만 집에 가라고 했다. 치는 코치가 집에서 나오지 않은 건가 했는데, 삼색털고양이가 코치한테는 집이 없다고 말했다. 전날 코치가 늦게까지 분수에 있었다는 말도 했다. 해가 지고 어두워졌을 때에야 치와 코치는 만났다. 고양이가 다른 고양이 친구를 만나려고 기다리고 찾아다닐까. 집에 돌아가겠다고 말한 치한테, 코치는 집은 귀찮은 거다 하고 자신은 자유롭다고 했다. 이 말에 치도 자유로워지겠다고 한다. 치는 바깥에서 살아가는 게 어떤 건지 잘 모른다. 먹이를 먹으러 가서 다른 큰 고양이 때문에 얼마 먹지 못하고 다른 집에 가서 밥달라고 울었다(사람이 보면 우는 거지만 치는 말한 거다). 그나마 거기에는 코치와 둘만 있어서 배불리 먹었다. 치는 밥을 먹고 배가 부르면 누워버린다. 치가 길에서 눕고 자려고 하니, 코치가 자면 안 돼 하고 깨웠다. 얼마 뒤 코치까지 잠들었다. 다행스럽게도 치를 찾으러 엄마 아빠 요헤이가 밖에 나와서 치와 코치를 집으로 데리고 갔다. 그전에 아빠도 치와 닮은 고양이를 보았다.

 

잠에서 깬 치와 코치는 거기가 어딘가 하고 깜짝 놀랐다. 치는 집이란 걸 알고 어떻게 자신이 집에 있는지 신기하게 생각했다. 코치는 집이란 게 어떤 건지 잘 몰랐다. 먹이를 먹고 편하게 눕고 요헤이와 놀고 누워서 집이란 거 괜찮네 했다. 새끼고양이가 바깥에서 사는 건 쉽지 않을 거다. 사람뿐 아니라 같은 고양이도 조심해야 하니까. 치는 집에서 살아서 밥을 먹고 배가 부르면 바로 눕는다. 그런 치를 보고 놀라는 코치 모습이 조금 웃겼다. 다음권에서는 아빠가 치를 찾는다는 전단지를 본다. 치는 어떻게 될지. 앞으로도 요헤이네 집에서 살까.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

 

 

 

 

책을 읽고 나서 쓸 때는 어찌어찌 쓰는데 시간이 지나서 내가 쓴 것을 보면, 대체 왜 이렇게 쓴 거지 한다. 이것도 그렇다. 한권이 아니고 여러권인 만화를 보다보니 그렇기도 한데, 뭔가 다른 생각도 나면 좋겠다. 쓸 때는 왜 그런 생각을 못하는 건지. 책을 보고 어떻게든 쓰면 좋다. 기분 좋은 건 그때뿐이라는 거다. 나중에 봐도 좋게 써야 할 텐데. 나는 책을 보고 무엇을 생각하고 느꼈는지 말하기보다 이 책이 어떤지 말하고 싶은가보다(늘 그런 건 아닌데 그럴 때가 더 많다). 이 책 다음권을 조금 봤는데 치를 찾는다는 전단지 보는 건 거의 끝에 나온다.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지만 덧붙일 수 있다

 

  추억의 시간을 고칩니다

  다니 미즈에   김해용 옮김

  예담  2014년 10월 06일

 

 

 

 

 

 

 

 

 

 

 

 

지금은 세상이 빨리 가는 것처럼 시간도 빨리 가는 것 같다. 시침이 움직이는 소리를 들을 시간이 있는 사람 얼마나 될까. 조용한 방에서 시계 초침만이 움직이는 상상을 하면 좀 무서울까. 그런 일 한번이라도 겪었던가. 지금 생각하니 한번도 없었다. 아니 새벽에 어두운 방에서 잘 때쯤 들어본 것 같기도 하다. 태엽을 돌려주면 돌아가는 시계도 없고 그런 걸 본 적도 없다. 태엽을 돌리는 시계가 벽시계만 있는 건 아니다. 그런 손목시계도 있다. 사람은 참 편한 것을 좋아한다. 태엽감는 게 귀찮아서 건전지만 갈아끼우면 되는 것을 만들었으니 말이다(이것은 시계만 그런 건 아니구나). 시계 잘 모르면서 이런 말을 했다. 어디선가 보니 시계는 여름과 겨울에 한번 손봐야 한다고 했다. 철길도 여름에는 늘어나서 빈틈이 있다던가. 나는 여름과 겨울에 손봐줄 섬세한 시계는 없다. 내 시계는 산 것도 아니고 길에서 주웠다. 멀쩡해서 약(건전지)만 넣어서 쓴다. 시계줄은 오래돼서 갈아야 하는데 귀찮아서 그냥 두었다. 밖에 나갈 때 시계 안 갖고 간다. 시간을 몰라도 큰 문제는 없기 때문이구나.

 

커다란 시계는 사람이 만들 수 있을 것 같은데 손목시계도 만들 수 있는가보다. 하긴 오래전에는 다 사람이 부품 하나하나를 만들어서 시계를 만들었겠지. 지금은 그런 시계 비쌀 거다. 옛날에도 비쌌겠다. 사람 품이 많이 드는 건 거의 비싸다. 산업이 발달하면서 같은 물건을 많이 빨리 만들게 되고는 가격이 내렸다. 이것은 서민한테는 좋은 일이기는 하다. 그런데도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드는 건 왤까. 시계도 그렇지만 요즘은 물건을 쉽게 바꾼다. 조금 고치면 쓸 수 있는 것도 새 것으로 바꾼다(이건 물건 파는 사람이 그렇게 하게 만들기도 한다). 시계가 고장났다고 고치는 사람 별로 없겠지. 고치는 것이나 새로 사는 것이나 값이 비슷할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추억이 없는 것인가. 아니 이건 아니다. 물건은 사람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추억을 쌓아간다. 나한테는 그런 물건이 없는 것뿐이구나. 그래도 뭔가 한번 사면 오래 쓴다. 새로 사는 걸 귀찮아하는 것이기는 하다. 나는 한번 사면 오래 쓸 수 있는 게 좋다. 시계 이야기하다가 이런 말을 하다니. 여기에 시계사가 나와서 그렇다. 젊은 나이에 시계를 고치는 일을 하는 거구나. 이 일을 하는 사람이 많지 않아도 아주 없는 건 아닐 거다. 이다 슈지는 시계 만드는 일을 하고 싶어한다. 본래 꿈은 그거였다.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일본도 가게가 많이 모인 곳이 줄어들었다. 그 가게를 잇는 사람이 없어서 거의 문을 닫는다. 사람들이 이제는 그런 곳이 아닌 다른 곳으로 가기 때문이겠지. 우리나라로 치면 시장일까. 그래도 모든 가게가 문을 닫은 건 아니어서 그곳에서 사는 사람도 있다. 시계방(시계를 고치는)이 있고 다음은……, 모르겠다. 가끔 문을 여는 곳도 있는 듯하다. 이야기는 다섯편이다. 다섯편 다 괜찮기는 한데 첫번째는 좀. 좋게 보이게 하려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슈지가 오르골을 고쳐서 또 다른 추억이 늘었지만. 다른 책에서는 아버지가 여기저기 다니면서 그림을 그리려고 식구들과 함께 살지 않았지만, 죽을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 돌아왔다. 첫번째 이야기에 나온 아버지는 위험한 일(사진 찍기)을 해서 자신이 딸한테 아버지 노릇을 못한다면서 아예 죽은 걸로 했다. 아버지는 딸이 그리워서 몰래 보러왔는데 그때마다 거기에 고양이가 있었다. 딸은 고양이와 아버지가 이어져 있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아버지가 살아있다는 걸 딸이 모르는 게 나을까. 살아있는데 죽었다고 한 게 좀 마음에 안 들었다. 내가 이상한가. 딸이 제대로 커서 다행이다. 이제는 아버지가 없어도 살아갈 나이가 되었다.

 

나이가 어려서 자기 마음을 잘 몰랐던 사람은 그때로 돌아가고 싶어했다. 그 일을 슈지와 아카리가 했다. 그렇게 해서 반지를 찾았다. 그 반지는 오랫동안 그 옷속에 있었던 걸까. 신기한 일이 일어난 걸까. 딸을 잃은 엄마와 엄마를 잃은 딸은 같은 인형을 찾았다. 어쩐지 이 두 사람 관계있는 것 같았는데 아니었다. 그저 우연히 그런 일이 있었나보다. 그래도 딸은 엄마를 생각하고 엄마는 딸을 생각했다. 그걸로 오래전 상처가 좀 나았겠지. 슈지 이야기도 나왔다. 슈지는 형이 자신을 미워한다고 생각했는데, 형이 그런 마음을 가진 적이 한번도 없는 건 아닐거다. 자신은 하고 싶은 거 마음대로 못하는데 슈지는 시계사가 되려고 공부했으니까. 하지만 형도 알았다. 자신보다 슈지한테 시계사가 될 재능이 있다는 걸. 자신이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게 맞으면 좋겠지만 모두 그런 건 아니다. 그런데 잘 못해도 하면 안 될까. 슈지는 형이 마지막으로 한 말을 잘 듣지 못했는데 여섯해가 지나서 확인했다. 이제라도 알아서 다행이구나. 슈지는 마음 편하게 앞으로 나아가겠지. 지금까지 그러지 않은 것 같다. 겉으로는 밝아보였지만 지난날에 매여 있었다. 이제는 그것을 떨쳐냈다.

 

어릴 적 기억이 다 옳은 건 아닐 거다. 어떤 때는 자기 스스로 기억에 뚜껑을 닫아버리고 아예 없었던 일로 만들기도 한다. 이런 것은 안 좋은 일일 때 그러는데, 좋았던 것도 그러는가보다. 아니 그때는 좋았지만 나중에 그러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그렇게 해야 했구나. 아카리는 어느 한때 기억을 잊어버렸는데, 그것을 기억해냈다. 벌써 일어난 일은 바꿀 수 없다. 그때는 아프고 슬퍼서 잊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제대로 몰랐던 게 아닐까. 아무리 되돌아보아도 잘 모를 때도 있겠지만. 그래도 어떤 일과 제대로 마주하는 시간은 필요하다.

 

 

 

 

 

편지야 잘 가

 

 

 

우체국 앞을 지나는데 누가 우는 소리가 들렸어요. 둘레를 둘러보니 우체국으로 들어가는 계단 옆 우체통에서 나는 거였어요. 처음에는 우체통이 우는 건가 했습니다. 잘 들어보니 우체통은 아니고 우체통 속에 들어가지 못한 편지였어요. 우체통이 우는 소리를 들어도 놀랐을 테지만, 편지가 우는 소리를 듣다니 제 귀가 이상해졌는지 알았습니다. 혹시나 하고 우는 편지한테 말을 걸어봤어요. 그랬더니 편지는 자신이 우체통 속에 들어가지 못해서 운다고 했습니다. 우체통에서 편지 넣는 곳을 보면 미는 뚜껑 같은 게 있잖아요. 편지는 거기에 걸려있었어요. 편지 보내는 사람이 제대로 넣지 않은 거였어요. 집배원이 편지를 거두러 와도 그 편지를 알아차릴 테지만, 우는 편지를 그냥 둘 수 없어서 제가 우체통 속으로 넣었어요.

 

편지는 가야 할 곳에 잘 갔을까요.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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東の海神 西の滄海―十二國記 (文庫, 新潮文庫)
小野 不由美 지음 / 新潮社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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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쪽 바다 신 서쪽 파란 바다   십이국기

오노 후유미

 

 

 

세번째 이야기지만 네번째로 보았습니다(차례대로군요). 《마성의 아이》는 영(0)입니다. 그런데 저는 그것을 세번째로 만났군요. ‘마성의 아이’를 보고 난 다음에 바로 다음 책 보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막상 보니 생각했을 때와 다른 마음이 들더군요. 이번 이야기가 재미없어서 그런 건 아니고, 조금 어려워서 그랬습니다. 우리말로 나온 건 그렇게 어렵지 않을 거예요. 제가 잘 모르는 말이 좀 있어서 그렇게 느꼈습니다. 다음 이야기까지는 만화영화로 만들어서 거의 알아요. 이것은 차례는 다르지만 나왔습니다. 이번에는 안주국(안국) 왕과 기린이 중심이라고 해야겠네요. 안국인데 왕은 연왕이라고 해요. 경왕은 그대로 경왕인데, 글자가 다릅니다. 연왕 쇼류는 앞에 세권에 다 나왔습니다(다음에도 잠깐 나올지도). 이것을 생각하니 재미있더군요. ‘마성의 아이’에는 곧 연왕이 온다는 말만 나오고 모습은 나오지 않았네요. ‘달 그림자 그림자의 바다’에서는 연왕이 경왕이 될 사람을 도와주었습니다(경왕이 누군지 아직 말 안 하는 게 나을 듯). ‘바람의 바다 미궁의 기슭’에서는 대국 기린 다이키를 위해 잠시 연극을 했지요. 그렇게 조금씩 나오다 이번에는 중심이 되었군요. 안국 왕이 되고 스무해가 지난 때, 왕이 되기 전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이곳과는 다른 세계 열두 나라가 있는 곳에서는 기린이 하늘 뜻에 따라 왕을 고르고, 왕은 하늘 뜻을 거스르지 않고 나라를 다스려야 합니다. 아주 어린 기린도 왕을 고를 수 있다고 하더군요. 오래전(오백년 넘을 듯) 안국과 봉래(일본)는 모두 나라가 어지러웠습니다. 그때는 일본을 왜라고 했겠군요. 이제 네살인 로쿠타를 아버지와 엄마는 버렸습니다. 살기 위해서 그랬죠. 아버지는 네살밖에 안 된 로쿠타가 무엇이든 잘 알아서 무섭다고도 하더군요. 로쿠타는 안국 기린 엔키였습니다. 로쿠타가 죽기 바로 전에 봉산에서 로쿠타를 데리러 왔습니다. 봉산에서 지내던 로쿠타는 자신이 왕을 골라야 한다는 것을 무척 싫어했습니다. 로쿠타는 왕이 있기에 나라가 망한다고 생각했거든요. 안국을 위해 왕을 골라달라는 여선도 있었는데. 로쿠타는 봉래로 달아났습니다. 봉래에서 돌아다니다 세토우치에서 왕을 만나요. 왕이 그곳에 있어서 간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했어요. 로쿠타가 만난 사람이 바로 안국 연왕 쇼류예요. 그때는 코마츠 집안을 이을 사람이었는데, 다른 집안 사람과 싸우다 백성과 땅을 모두 잃었습니다. 로쿠타는 싫어하면서도 왕을 구했습니다. 로쿠타가 싫어하는 건 쇼류가 아닌 ‘왕’이라는 자리예요. 기린은 왕을 거스르지 못한다고 합니다. 기린 그렇게 좋은 건 아니군요. 사람이 아니니 어쩔 수 없지만. 안국은 기린과 왕이 모두 태과예요(열두 나라가 있는 곳에서는 사람이 나무에 열리고 태어납니다. 그것은 난과예요). 이것을 보면서 보통 사람이 식(자연재해)에 휩쓸려 봉래에 오는 일은 없을까 생각했습니다. 왕이나 기린은 저쪽에서 찾으려고 하지만, 보통 사람은 누가 찾지 않잖아요. 이쪽에서 어쩌다 가는 사람은 나오지만, 그 반대는 나오지 않아요. 이야기가 펼쳐지는 곳이 이곳이 아닌 다른 곳이기 때문이군요.

 

열두 나라가 있는 곳은 신기합니다. 나라에 왕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아주 다르거든요. 왕이 있다는 것만으로 나라가 좀 나아집니다. 아주 좋아지기까지 시간이 걸리지만. 나라에 왕이 없으면 자연재해가 일어나고 요마가 나타나서 사람이 살아가기 어려워요. 안국에 왕이 없어서 사람들은 굶주렸어요. 그때 가장 해를 입는 건 아이예요. 먹는 입을 줄여야 한다는 생각으로 아이를 버리는 거죠. 이런 일 오래전에 진짜 있었군요. 안국에는 로쿠타처럼 부모한테 버림받은 아이가 있었습니다. 그 아이를 요마가 길렀습니다. ‘바람의 바다 미궁의 기슭’ 소설에는 요마와 다니는 코야가 나오지 않아서, 본래는 없는 건가 했는데 여기에 나오더군요. 코야라는 이름은 로쿠타가 지어준 거예요. 예전에 만화영화 보면서는 그 생각을 못했는데, 이번에 책을 보면서는 했습니다. 무슨 생각이냐구요. 아주 어릴 때 엄마한테 버림받고 요마와 살았는데 어떻게 말을 할까 한 거예요. 그런 말 나오더군요. 코야가 하는 말은 사람이 하는 말이 아니고 새 울음소리였다고(코야를 기른 건 새처럼 생긴 요마예요. 천견이라고 하더군요). 기린이나 왕 그리고 선인은 어떤 말이든 이해합니다. 기린인 로쿠타는 코야가 요마 말로 하는 것을 알아들은 거예요. 그렇게 만나고 스무해가 지나서 로쿠타와 코야는 다시 만납니다. 코야는 어른이 됐을까요. 이런 말하니 좀 우습지요. 코야는 이제 사람 말을 하고 선인이어서 나이도 먹지 않습니다(열다섯살쯤으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로쿠타는 열세살 모습이라는군요. 로쿠타, 엔키는 다른 나라 기린보다 어린 모습입니다.

 

이곳은 우리가 사는 곳과 다르죠. 왕을 기린이 고른다는 게. 그렇다고 기린 마음대로 왕을 고르는 건 아니예요. 하늘이 왕을 가르쳐줍니다. 이 일을 그렇구나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왜 왕을 기린이 골라야 할까 생각하는 사람 없을까요. 하늘을 시험해보고 싶은 사람 있을지도 모르죠. 이런 사람은 《바람의 바다 밝아오는 하늘》에 나오는군요. 여기 나온 아츠유는 좀 다르군요. 아츠유는 말로는 백성을 위해서라 하지만, 이것은 그저 겉으로만 하는 말이고 자신을 좋게 보이려고 했습니다. 사람은 잘못하기도 하는데 아츠유는 자신이 완벽하다고 생각하더군요. 잘못은 다 남한테 덮어씌우고 자기는 잘못한 게 없다고 하죠. 아츠유는 왕 위에 상제를 두어서 원주를 다스릴 모든 권리를 가지려고 했습니다(원주 한곳만 생각한 건지 나라를 다 다스리려고 한 건지). 조금 이상하죠. 왕이 아닌 왕 위에 서고 싶다니. 어쩌면 자신이 하늘이 고른 왕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네요. 아츠유는 조금 자랑하듯이 자신은 왕이 되려고 봉산에 오르지 않았다고 합니다. 욕심없는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실제는 자신 없어서 그런 거죠. 쇼류는 왕 자리보다 백성을 생각하더군요. 왕은 나라를 평화롭고 잘살게 만들어서 백성한테 주어야 한다고 했어요. 나라가 자기 것이니 마음대로 해도 된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나라에 문제가 없어서 질리면 나라를 망하게 하고 싶어질지도 모른다고 했지만. 이 말은 다른 책에서 그것도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 한 거네요(앞에서 봤다고 생각했는데 다음 책에 있더군요).

 

나라에 왕이 나타나고 어지럽던 나라가 진정되기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요. 이것은 저도 잘 모릅니다. 왕 혼자 한 나라를 다스리는 건 어려운 일입니다. 그래서 신하가 있는 거죠. 여기는 나라를 아홉주로 나눕니다. 거기에 주후를 두고 그 밑으로 또 있겠지요(이렇게 얼버무리다니). 쇼류는 예전 신하를 모두 바꾸지 않았습니다. 왕이 바뀌었다고 해서 신하까지 싹 바꾸는 건 좀 어려운 일이죠. 그것은 시간을 두고 천천히 해야겠지요. 쇼류는 그것을 잘 아는 듯하더군요. 왕에 맞는 그릇인 거죠. 아니 기린이 고른 왕은 다 현명한 왕이 될 자질이 있다고 합니다. 보통 사람에서 왕이 되어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잘하면 오랫동안 살고 그 나라도 살기 좋은 곳이 되겠지요. 왕이라는 무게에 짓눌리면 길을 벗어나고 말겠지요(어떤 나라 왕은 법을 아주 엄하게 만들어서 작은 잘못을 저질러도 그 사람을 죽였습니다. 중국에 그런 사람 있었던 것 같군요). 백성을 괴롭히지 않고 길에서 벗어나지 않아야 하는 건 왕뿐일까요. 정치를 하는 사람은 다 그래야 합니다. 왕이 길을 잃으면 기린이 병들고 기린이 죽은 뒤 왕도 죽습니다. 다른 사람은 왕이 알아내서 벌을 주겠지요. 왕은 사람을 잘 봐야겠습니다. 좋은 말만 하는 사람이 아닌, 백성과 나라를 생각해서 올바른 말을 하는 사람을. 이것은 지금도 마찬가지죠. 왕이 괜찮다고 해서 그 나라가 잘 되는 건 아니죠. 왕을 돕는 사람도 괜찮아야 합니다.

 

다른 책에도 왕이나 기린이 나오지만, 개인이 어떻게 살아야 할까 생각하게 했습니다. 이번에는 정치가 좀 나오는군요. 어쩌면 이것을 제가 어렵게 여긴 건지도 모르죠. 나와는 별로 상관없다고 생각하고. 저같은 사람이 많으면 안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백성이 나라 주인이다는 말도 있잖아요. 여기 나온 백성도 왕이 없으면 나라가 어지러워진다는 것을 알고 왕을 돕습니다. 왕을 위해서라기보다 자신과 아이들을 위해서죠. 그것도 괜찮지 않을까요. 다음 이야기에는 여자아이 셋이 나옵니다. 요코와 스즈 그리고 쇼케이예요. 곧 만나봐야겠습니다.

 

 

 

희선

 

 

 

 

☆―

 

“백성이 있어야 왕이 있어. 내가 왕일 수 있는 건 백성이 나한테 나라를 맡겼기 때문이야! 그 백성이 나라 따위 망하는 게 낫다고 한다면, 나는 무엇 때문에 여기에 있어야 하지!”  (293쪽)

 

 

“누구나 굶지 않아도 되는 풍족한 나라. 추위에 떠는 일도 밤이슬에 젖는 일도 없는 집, 백성 누구나 조용하고 편안하게 굶는 걱정도 전쟁에 휩쓸리는 걱정도 없는 편안한 땅이 갖고 싶어. 나는 쭉 그게 갖고 싶었어. 부모가 아이를 버리지 않아도 살아갈 수 있는 모자람 없고 넉넉한 나라를…….”  (33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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