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사물들 : 사물을 대하는 네 가지 감각

  허수경 외

  한겨레출판  2015년 05월 15일

 

 

 

 

 

 

 

 

 

 

 

 

책을 보기 전부터 무엇을 쓸지 생각했어. 뚜렷하게 생각한 건 아니고, 이 책을 보고 나면 어떤 사물을 말할 수 있겠지 생각했어. 하지만 책을 다 봐도 달리 떠오르는 건 없었어. 이럴 수가. 평소에 내가 사물을 눈여겨 보는지 그것도 잘 모르겠어. 아마 거의 그냥 지나쳤겠지. 무엇이든 잘 관찰하고 이런저런 생각을 할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이렇게 가만히 쓸 때는 그래야겠다 생각하지만 바깥에 나가면 잊어버리고 걷기에 바빠. 꼭 밖에만 사물이 있는 건 아닌데. 여기에 실린 글에도 집에서 보고 쓰는 사물도 있어. 자신이 쓰는 것, 다른 사람이 쓰는 것. 사물을 보고 떠올린 생각을 시로 쓰기도 하는가봐. 여기에 글을 쓴 사람은 다 시인이야. 추억이 많은 듯해. 부모님 이야기도 있고 형제 자매 그리고 친구 이야기도 해. 때론 모르는 사람도 말해. 사물은 그저 사물로만 있는 건 아니군. 사람이 쓰고 보기도 하니 사람 이야기가 될 수밖에 없을지도. 사물은 생각할까, 사람이 쓰고 생각하면 마음을 갖게 될까. 별 생각을 다 했군.

 

 

 

공중전화

 

 

나는 전화하는 거 그렇게 좋아하지 않아. 말을 잘 못해서 그런 것도 있고, 전화하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 할 말이 없어서 전화를 안 하는 거군. 내가 전화를 아주 안 한 건 아니야. 먼저 할 말을 생각하고 전화했어. 공중전화를 자주 쓴 건 아니지만. 우리 집에 전화가 생긴 건 언제였을까. 내가 아주 어렸을 때는 집에 전화 없었어. 셋방에서 살 때도 있었으니까. 전화가 없어서 공중전화를 썼느냐 하면 그런 건 아니야. 숫자는 많이 줄었지만 지금도 길에 공중전화 있어. 예전에는 전화를 쓰고 있으면 뒤에서 다른 사람이 기다리기도 했는데, 지금은 공중전화 쓰는 사람이 거의 보이지 않아. 사람이 쓰러 오지 않아서 공중전화가 쓸쓸하겠다는 생각이 드는군. 지금은 공중전화보다 휴대전화기를 쓰지. 집 전화도 쓰지 않는 사람 많을 것 같아. 우리 집에는 아직 전화 있어. 내가 누군가한테 공중전화로 연락한 이야기를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런 일은 없군. 멀리 떨어진 사람한테 전화할 때는 동전을 준비해서 했다고도 하더군. 이제는 그런 낭만은 없겠군. 동전 떨어지는 소리를 들으면서 시간이 가지 않기를 바란 사람도 있었을 것 같아. 그런 일도 있고, 할 말만 짧게 하기도 했겠어.

 

공일오비 노래 <텅빈 거리에서>에 나오는 공중전화요금 얼마인지 알아. 이십원이야. 그런 때도 있었다니, 그걸 나도 알다니. 공중전화요금 그렇게 많이 오르지 않았어. 아직 칠십원일걸. 시간은 어느 정도나 되는지 모르겠군. 전에는 3분이 기본이었는데. 이것도 바뀌지 않았겠지. 시간이 흐르고 바뀌는 것을 아쉬워할 수만은 없겠지. 아직 길에서 공중전화 볼 수 있지만 언젠가는 거의 보이지 않을 것 같기도 해. 그렇다고 아주 없어지는 건 아니겠지. 나처럼 휴대전화기 없는 사람도 있으니 공중전화 조금이라도 있어야 해. 전화할 일은 없지만 갑자기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 수도 있잖아.

 

며칠 지나고 공중전화가 나오는 꿈 꿨어.

 

 

 

우체통

 

 

지금 많이 보이지 않는 것에는 뭐가 또 있을까. ‘빨간 우체통’이지. 이렇게 말했지만 내 눈에는 우체통 많이 보여. 몇해 만에 우체통 색칠도 새로 했더군. 처음에는 우체국 앞 우체통만 칠했구나 했는데, 며칠 지나니까 다른 곳 우체통도 새로 칠했더군. 하루에 다 칠하지 않고 여러 날에 걸쳐서 칠했는가봐. 얼마전에 우체통에 편지가 얼마 없으면 그 우체통 없앤다는 글을 봤어. 지금까지 내가 본 우체통 가운데 없어진 건 아직 없어. 내가 편지 넣는 우체통은 하나지만. 그 우체통은 나 때문에 사라지지 않을지도. 나만 편지 보내는 것도 아닌데 이런 생각을 했군. 지금은 편지가 줄어서 일자리를 잃은 집배원도 많대. 이건 택배를 보내주는 곳이 많이 생겼기 때문이기도 하겠어. 그래도 편지는 우체국에서 보내거나 우체통에 넣어야 제맛이 나. 예전에는 빠른우편도 있었는데. 그게 있었다 해도 나는 거의 보통으로 보냈어. 시간이 걸려서 가는 게 더 좋잖아. 가끔 생각보다 많이 걸릴 때도 있지만. 편지가 가거나 나한테 오기까지 보통 나흘 걸리는데 이것보다 더 걸릴 때도 있더라구. 편지 줄었는데 왜 그런 일이 생기는지 모르겠군. 사람이 하는 일이니 그럴 수도 있다 해야겠어.

 

공중전화, 우체통은 다 기다리는 거군. 우체통은 자기 안에 편지가 자주 떨어지지 않아서 쓸쓸해할 것 같아. 그러다 그 자리를 아예 떠나야 한다면 얼마나 슬플까. 기다리는 마음 내가 잘 알지. 나도 늘 기다리니까. 아니 나만 기다리는 건 아닐지도 모르겠어. 우체통 하나라도 더 남게 편지 써서 넣어보는 건 어때. 편지 우체통에 처음 넣어보는 사람은 그것을 정말 가져갈까 할지도. 우체통에는 편지 거두어가는 시간도 적혀있어. 그 시간보다 좀더 빨리 넣으면 편지 가져갈거야. 편지 보내려고 우체통에 자주 넣어도 잘 갈까 하는 걱정 여전히 해. 그저 잘 가기를 바랄 수밖에 없고 거의 잘 가.

 

(편지 받는 꿈 꿨어. 나한테는 편지가 한통 오고, 다른 사람한테는 편지가 아주 많이 왔어. 편지함에서 꺼내도 꺼내도 자꾸 나왔어. 나한테 편지 한통이라도 와서 좋았어.)

 

 

 

푸른 곰팡이

──산책시 1

 

이문재

 

 

 

아름다운 산책은 우체국에 있었습니다

나에게서 그대에게로 편지는

사나흘을 혼자서 걸어가곤 했지요

그건 발효의 시간이었댔습니다

가는 편지와 받아볼 편지는

우리들 사이에 푸른 강을 흐르게 했고요

 

그대가 가고 난 뒤

나는, 우리가 잃어버린 소중한 것 가운데

하나가 우체국이었음을 알았습니다

우체통을 굳이 빨간색으로 칠한 까닭도

그때 알았습니다, 사람들에게

경고를 하기 위한 것이겠지요

 

(푸른이 맞을까, 파란이라 해야 할 것 같지만 푸를 때도 있고 파랄 때도 있는 듯...)

 

 

 

사물이 하는 이야기를 듣기보다 내가 생각하는 사물을 말했군. 아니 하나 있어. 공중전화와 우체통은 사람을 기다린다는 거. 사물과 사람한테는 서로가 있어야 해. 이렇게 말하니 앞으로 사물이 하는 말 잘 듣고 싶기도 하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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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거핀 2015-10-05 1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중전화와 우체통, 공통점이 많은 것 같아요. 말씀하신대로 무엇인가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도 그렇고, 사람과 사람 사이를 연결하는 사이에 있는 것이라는 점도 그렇고...이제는 예전보다 찾는 이들이 적어졌다는 점에서도 그런 것 같습니다.

진짜 저는 공중전화를 사용해 본지가 정말 오래된 것 같아요. 동전을 넣는 전화기이든, 혹은 카드를 넣는 전화기이든 말이죠. 공중전화하면 생각나는 일이 있는데, 예전에 학교 다닐 때 공중전화에서 긴줄 서던 기억이 항상 나요. 삐삐 시대에 말이죠. (나이가 나오나요?) 그 때 학교 셔틀버스 타는 데 앞에 공중전화가 있었는데, 거기에는 줄이 항상 정말 길었어요. 하도 줄이 길어서 줄을 설 때면 으레 책을 한 권 손에 들고 기다렸죠. 지금 생각해보면 재미있어요. 그 당시에 그 수많은 사람들이 그렇게도 용케 기다렸구나 하고 말이죠. 요즘 같은 시대에 몇 분만 통화 안되도 답답해 하잖아요. 그런데 그 당시에는 삐삐 보내고 그렇게 한참 있다가 통화하고 그런게 너무나도 당연했는데...

희선 2015-10-07 02:23   좋아요 0 | URL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어주는 것으로 잘 했는데... 아직 아주 없어진 건 아니니까 앞으로도 한동안 그 일을 하겠죠 저는 공중전화 보기는 해도 쓰는 일은 거의 없네요 예전에도 그랬고...

예전에 공중전화카드 돈 조금 든 게 있었는데 그것도 다 못 썼어요 돈 조금 남았는데 예전에 넣어보니 안 나오더군요 남은 거 다 쓸걸 하는 생각이... 그곳에는 공중전화가 하나밖에 없었나보네요 그렇게 길게 줄을 섰다니... 그런 모습 아주 못 본 건 아니군요 기다렸다가 쓰기도 하다니, 예전에는 잘 기다리기도 했는데 지금은 그러지 못하는 듯하네요 세상이 빨리 돌아가는군요 은행에서도 기다리지 못하는 사람 많아요 저는 일부러 기다리기도 하는데, 기다리지 말고 기계로 하라고 하거나 다른 창구에서 받기도 합니다(공과금, 거의 제가 우체국에 내러 갑니다) 사람 대하는 거 안 좋아해도 우체국에서 기계로 하는 것은 별로기도 합니다 예전에는 도서관에서도 그랬는데, 이제는 기계로 빌리고 돌려줍니다 사람보다 기계를 상대하는 일이 더 많아질 것 같습니다 은행 통장 없어진다는 말도 있던데... 좀 빠른 거 아닌가 싶습니다 은행 이야기가 나와서 이런 말을 했네요


희선
 

 

 

헤세 좋아하세요

 

  헤세로 가는 길

  정여울   이승원 사진

  arte(아르테)  2015년 05월 10일

 

 

 

 

 

 

 

 

 

 

 

 

 

부디 헤세를 ‘허세’로 잘못 보지 않았기를 바랍니다. 헤세는 소설, 시, 동화 거기에 수채화를 그린 헤르만 헤세예요.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잘 모르는 사람도 있을 거예요. 저도 헤르만 헤세 이름 알고 소설 몇권 봤지만 다른 건 잘 모릅니다. 시와 동화도 쓴 건 언제 알았는지 모르겠고, 그림(수채화)까지 그렸다는 건 한두해 전에 안 듯합니다. 그러고서 헤세가 그림도 그렸구나 했습니다. 헤세를 좋아하는 사람은 벌써 알고 있었을 텐데. 헤세가 그림을 그린 건 우울증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그림 그리는 게 우울증인 사람한테 다 맞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림을 그리면 다른 건 생각하지 않고 그리는 일에만 집중하겠지요. 저는 그림은 안 될 듯합니다. 우을증이 더 심해질지도. 왜냐하면 그림 잘 못 그리니까요. 헤세는 그림을 잘 그리고 못 그리고와 상관없이 그리는 일이 즐거웠다고 합니다. 저도 아주 어렸을 때는 아무렇게나 그림 그렸을지도 모를 텐데, 언제부터 그림을 잘 그려야 한다고 생각했을까요. 저는 제가 그린 그림 남한테 보이기 싫었고 글짓기 시간에 쓴 글도 남한테 보이기 싫었습니다. 지금은 글 못 써도 여러 사람이 보게 하는군요. 글이라고 말하기 조금 어렵지만. 제가 그림보다 글로 나타내는 걸 더 편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네요. 그래도 그림, 글 다 잘하는 사람 보면 부럽습니다. 헤세도 그렇군요.

 

저는 아주 좋아하는 작가도 책도 없습니다. 좋게 여겨서 그때그때 보는 건 있지만. 글에는 관심 가져도 작가한테는 그리 관심을 가지지 않는군요. 정여울은 헤세를 좋아해서 책을 여러 번 봤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런 책도 썼군요. 정여울은 헤세가 나고 자란 독일 남부 칼프와 헤세가 40년 동안 살다 죽은 스위스 몬타뇰라에 갔습니다. 두 곳 다 조용한 곳입니다. 칼프와 몬타뇰라에는 헤세의 흔적이 남아있군요. 나치 시절에는 독일에서 헤세 책을 낼 수 없었는데, 지금은 독일 사람이 좋아하는 작가 가운데 한사람이라 합니다. 헤세는 자신이 정확하게 어느 나라 사람이라 생각하지 않았더군요. 누군가는 자신이 나고 자란 나라를 떠나 살면 자신의 나라를 그리워하고 힘들어하는데, 헤세는 민족과 나라에서 자유로웠군요. 그래도 독일에 서운함을 느꼈겠지요. 헤세는 떠돌아다니는 걸 좋아했습니다. 이것을 안 것도 그리 오래되지 않았군요. 《싯다르타》가 그냥 쓰인 소설이 아니군요. 몬타뇰라에서 세번째 아내 니논과 살 때는 헤세보다 니논이 여기저기 다녔다고 하네요. 그때 헤세는 첫번째 아내 마음을 조금 알았을 것 같습니다.

 

헤세는 그림을 그리고 거기에 편지를 썼습니다. 그런 편지를 쓰면서 그것을 가지고 있으면 언젠가 큰돈이 될지도 모른다고 했다는군요. 헤세 소설을 읽고 헤세한테 편지를 쓰면 답장을 썼다고 합니다. 지금 작가 가운데 헤세처럼 하는 사람 얼마나 될까요. 지금은 보통 사람도 편지 잘 쓰지 않는군요. 저는 아직 씁니다(이 말을 또 하다니, 그렇게 대단한 일도 아닌데). 헤세는 식구들한테도 편지를 썼다고 하네요. 헤세가 그림을 그리는 것만큼 좋아한 것은 뜰 가꾸기예요. 자연과 함께 하는 게 마음을 좋게 해주었겠지요. 넓은 뜰을 가꾸고 동화책 그림 그린 타샤 튜더가 떠오르기도 하네요. 우리나라 사람은 뜰을 가꾸고 텃밭을 일굴 듯합니다. 어쩌면 헤세가 가꾼 뜰에도 열매 맺는 나무가 있었을지도 모르겠네요. 헤세가 뜰에 씨 뿌리고 과일과 채소를 거두어들이기도 했군요. 헤세는 한때 포도 농사로 먹고 살기도 했습니다. 제가 뜰 가꾸기라고 했는데 헤세가 한 건 농사였네요. 땅에 마음을 쓰고 채소와 과일을 거두어들이는 일은 또 다른 기쁨이었겠습니다. 글을 쓰는 것과 다르지 않은 일이군요.

 

앞에서 헤세가 쓴 소설 몇권 봤다고 했는데 오래전에 봐서 거의 다 잊어버렸습니다. 무엇무엇을 봤는지도. 《수레바퀴 아래서》 《데미안》 《나르치스와 골드문트》(저는 ‘지와 사랑’이라는 제목으로 봤네요) 《싯다르타》는 본 것 같기도 하고 안 본 것 같기도 합니다. 헤세가 쓴 동화도 봤네요. 전에는 몰랐는데 정여울이 쓴 글을 보니 헤세가 쓴 소설 공통점이 있더군요(어쩌면 이건 예전에 알았을지도).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나온다는 겁니다. 그런 사람이 만나서 친구가 되는. 두 사람이지만 그건 한 사람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람한테는 여러 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헤세가 만들어낸 인물은 한쪽으로 치우친 듯합니다. 의식과 무의식이라고 하더군요. 두 사람 관계는 영혼의 동반자예요. 한쪽으로 치우친 게 자신과 다른 사람을 만나 균형을 잡는 게 아닌가 싶네요. 그것을 이룬 적도 있지만 자신의 그림자를 받아들이지 못할 때도 있었습니다. 헤세는 융이 말한 것을 소설에 나타내려 했답니다. 융을 알면 헤세가 쓴 글 좀더 알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소설 이야기를 보면서 소설에 나온 것 같은 영혼의 동반자를 만나는 일이 실제 있을까 했습니다. 한 사람을 둘로 나눈 것 같지만 있겠지요, 지음이라는 거.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영혼의 동반자는 다른 사람이 아닌 자기 자신이라는. 헤세는 자신의 내면을 끊임없이 파고든 듯합니다. 저도 저를 알기 위해 애써야겠습니다.

 

 

 

 

☆―

 

살아있다는 것은 쓸쓸하다는 것 어떤 사람도 다른 사람을 알지 못한다. 모두 다 혼자다.  <안개 속에서> (33쪽)

 

 

진정한 나다움의 실체를 깨닫는 것, 그것이 개성화라면, 개성화의 절정은 자기 안에 잠자는 알 수 없는 힘을 깨닫는 것이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줄도 몰랐던 엄청난 힘을 깨닫는 일. 그리하여 아무도 함부로 자신을 상처주거나 자신의 영혼을 부술 수 없다는 사실을 진정으로 깨닫는 일. 그 깨달음의 순간 개성화는 최고의 클라이맥스를 맞는다. 자기 안의 엄청난 힘을 깨달으면 어떻게, 어디에, 무엇을 위해 써야 할지 생각한다. 힘을 깨닫는 것만으로 개성화가 완성될 수 있다.  (178쪽)

 

 

“나도 누구 도움을 받은 적 없어. 자신을 곰곰이 되돌아보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어. 내면에서 저절로 우러나오는 대로 행동하면 되는 거야. 다른 방법은 없어. 만일 스스로의 힘으로 자기를 찾을 수 없다면 어떤 것도 네 진짜 모습을 찾아낼 수 없어.”  (《데미안》에 나오는 말, 231쪽)

 

 

 

 

 

 

 

오래전 글

 

  나는 여행기를 이렇게 쓴다   辺境・近境 (1998)

  무라카미 하루키   김진욱 옮김

  문학사상  2015년 03월 26일

 

 

 

 

 

 

 

 

 

 

 

 

이 책은 1999년에 나온 것을 다시 낸 것이다. 그때는 책이 어땠을까. 무라카미 하루키는 1999년에도 우리나라 사람이 잘 알았을까. 나는 어땠는지 모르겠다. 어쩐지 1999년에는 모르고 2000년이 지나고 알았을 것 같다. 알고 나서 이런저런 책을 보았다. 그렇게 본 건 무라카미 하루키 글이 마음에 들어서였을까. 그건 나도 잘 모르겠다. 아주 마음에 들지 않은 건 아니었을지도.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다 보기 전에 무라카미 하루키를 알아서 책을 여러 권 사기도 했다. 도서관에 다니면서는 책 오면 빌려보았다. 잘 보고 다 본 건 아니다. 모르는데도 그냥 본 것 같다. 어느 때부턴가 무라카미 하루키 책을 잘 안 보게 되고 몇해가 지난 뒤 산문으로 다시 만났다. 어쩌면 소설 《1Q84》가 먼저였는지도 모르겠다. 그 소설 나온 것을 알았을 때 여전히 소설을 쓰는구나 생각했던 것 같다. 그때 인터넷을 써서 많은 사람이 《1Q84》 이야기하는 걸 알았다. 오랜만에 한번 볼까 했을지도. 이렇게 생각하니 무라카미 안 지 오래되었구나. 우리나라 소설가 가운데서 오래 안 사람은 누굴까. 오래 알았다고 해도 지금까지 읽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아주 좋아하는 작가가 없어서일까.

 

산문을 보고 무라카미 하루키 좀 재미있는 사람인가 하는 생각을 한 듯하다. 글을 재미있게 쓴다고 그 사람도 재미있는건 아닐지도 모르겠다. 열심히라고 할 수 없지만, 무라카미 하루키 산문을 조금 찾아보기도 했다. 그건 또 느낌이 달랐다. 달리기 하는 이야기와 다른 나라에서 살았던 이야기다. 지금 생각하니 이 책 분위기와 비슷했다. 재미있게 본 건 ‘무라카미 라디오’다. 그건 여성잡지에 실린 글이어서였을까(여성잡지에 실린 글 맞던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달리기와 어딘가에 다니는 걸 좋아한다는 걸 안 건 언제일까. 소설 보고 안 건 아닌 것 같은데. 누군가 다른 사람이 쓴 글을 보고 알았을지도 모르겠다. 우리나라 작가가 쓴 글에서 본 적 있을 테니까. 그런 건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구나. 꼭 기억해야 하는 건 아니지만. 아주 좋아하지 않아도 조금 관심을 갖고 있었던 건 아닐까. 나는 책(소설)을 봐도 작가는 거의 생각하지 않는다. 작가도 생각해야겠다 생각한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지금도 잘 모르겠다. 글속에 작가가 있는지 없는지. 아니 소설에서 작가를 보면 안 될지도 모르겠다. 많이 드러난 게 있어도 내가 그것을 모르는 것일지도.

 

책이 나온 때(일본에서는 1998년에 나왔다)도 사람들이 쉽게 여기저기 다녔는데 지금은 그때보다 더하지 않을까 싶다. 어떤 사람은 일을 하다 갑자기 자신이 왜 이렇게 살아야 하지 하는 생각을 하고 일을 그만두고 다른 곳으로 떠나고 그것을 글로 써서 책을 내기도 했다. 지금은 여행작가라는 것도 있던가. 이렇게 말하는 나는 여행기 잘 안 본다. 그것도 관심이 있어야 보는 거지. 어렸을 때 소풍가기 전날 들뜨기도 한 걸 보면 어딘가에 가는 거 아주 싫어하지 않는 것 같기도 하지만, 먼 곳에 가는 거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힘드니까. 벗어나고 싶은 일상도 없다. 좋아서 그런 건가 할지도 모르겠지만, 그렇게 좋지 않다. 책을 보는 게 어디론가 떠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떠나고 싶은 일상이 있는 사람이 더 나은 건지도. 어딘가에 가려면 힘도 있어야 한다. 나는 그런 힘도 없구나. 세상에는 나 같은 사람도 있는 거지. 많은 사람이 떠나는 걸 좋아하겠지만 모든 사람이 다 그런 건 아니다. 여행기 보고 이런 말을 하다니. 무라카미 하루키가 하는 여행은 소설로 이어지기도 한다. 소설을 쓰기 위해 떠나기도 하고 소설에 쓴 곳에 가기도 했다. 《상실의 시대(노르웨이 숲)》도 다른 곳에 다니면서 썼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여행기 쓰는 게 소설 쓰기에 도움 된다고 한다.

 

하루키는 어렸을 때 책을 많이 읽었는데, 그 안에 여행기가 많았다. 그 말 보고 그걸 봐서 어딘가에 가는 걸 좋아하나 했다. 책을 보고 그곳에 간 듯한 느낌을 느끼기도 하지만, 실제 그곳에 가 보고 싶어하는 사람도 있다. 작가가 많이 사는 이스트햄프턴은 글쓰는 사람한테 성지라고 한다. 그곳에는 작가만 사는 게 아니다. 돈 많이 번 사람이 집을 사두고 쉬러 다녔다. 땅값이 비싸단다. 하루키는 사람이 없는 까마귀 섬에서 보내기도 했다(여기는 일본이다). 처음에는 며칠 지낼 생각이었는데 낚시도 헤엄도 칠 수 없고 밤에는 벌레가 엄청나게 나왔다. 겨우 하룻밤만 지냈다. 사람 없는 섬은 조용하고 좋을 것 같은데 그것은 그저 사람이 바라는 것일 뿐이구나. 사람이 없는 곳은 사람이 아닌 자연이 주인이다. 아니 사람이 주인인 곳은 어디에도 없겠다. 사람은 그저 잠시 머물다 갈 뿐이다. 하루키가 멕시코는 한달 동안이나 다녔는데 버스에서 노래를 엄청 크게 틀어둬서 본래 들으려 한 음악은 듣지 못했다. 멕시코에서는 물건이 자꾸 없어졌다. 일본 시코쿠의 가가와 현에서는 우동을 먹는 여행을 하고, 노몬한 전투가 있었던 곳에 가서는 일본을 생각했다. 그곳에는 전쟁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시간이 지난 지금은 어떨까. 아메리카 땅은 차를 타고 가로질렀다. 그런 것도 다 하다니. 마지막은 자신이 나고 자란 곳을 걷고 쓴 글이다. 니시노미야에서 고베 산노미야까지. 큰지진이 일어나고 두해가 지나 때였다. 자신이 살던 때와 바뀐 모습을 보고 아쉬워했다. 시간이 흐르면 바뀌기도 하지만 그곳은 지진 때문에 바뀐 것이었다.

 

떠나는 건 돌아오기 위해서다. 떠나고 돌아오지 않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다. 길 위에서 사는 사람. 자신을 되돌아보고 자신한테 돌아오는 게 더 좋을 텐데. 책을 볼 때도 거기에 푹 빠져야 할 텐데 그러지 못하기도 한다. 나는 다른 것보다 책속으로 떠났다 잘 돌아오고 싶다.

 

 

 

희선

 

 

 

 

☆―

 

그때그때 눈앞 모든 풍경에 나 자신을 몰입시키려 한다. 모든 것이 피부에 스며들게 한다. 나 자신이 그 자리에서 녹음기가 되고 카메라가 된다.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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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피스 77

오다 에이치로

集英社  2015년 04월 03일

 

 

 

만화책 내용을 자세하게 쓰는 건 좋은 게 아니다 생각하지만 다른 거 쓸 게 떠오르지 않는다. 내용 쓴다 해도 그것을 그대로 전달하기 어렵기도 하다. 얼마전에 76권 보고 쓴 다음에 <원피스> 한번 찾아봤는데, 길게 쓴 건 별로 못 봤다(인터넷 책방이 아닌 그냥 블로그에서 찾아봐야 했는지도, 전에 길게 쓴 거 본 적 있는데 제대로 읽어보지 않았다). 그것을 보고 나는 왜 길게 쓰려 할까 했다. 짧게 쓰는 것도 쉬운 게 아니기는 하다. 겨우 두 마디만 쓰면 끝이다. ‘울리기도 하고 웃기기도 한다.’ 이건 너무 짧잖아. 전에도 한 말인데, 2013년에 만화 보고 쓰기 어려워서 일부러 만화 보기 미뤘다. 그 가운데 <원피스>는 더 했다. 그래도 책은 사두었는데 한권 한권 쌓이는 걸 보고 언제 다 보나 했다. 얼마전에 지난해까지 나온 거(70권에서 76권) 다 봤다. 이번 77권은 올해 사월에 나왔다. 이제야 알았는데 조금 늦게 나온 거다. 그동안 나오는 대로 봤다면 다음 권 기다리느라고 목빠졌을까. 77권은 76권 보고 바로 보고 싶기도 했다. 지금 78권까지 나왔는데 우리말로도 78권 벌써 나왔다. 원피스는 다른 만화책보다 더 빨리 나오는 것 같기도 하다. 다른 만화 보는 거 얼마 없는데 이런 말을 했구나. 원피스 볼 거 앞으로 한권 남았다. 다음 권은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되겠지. 드레스로자 편 얼마 남지 않았다. 밀려뒀다 이렇게 보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한동안 안 보면 재미가 덜하다. 멀리 있는 사람보다 가까이에 있는 사람한테 더 마음이 가는 것과 같을까. 아니다 떨어져 있어도 마음은 그대로겠지.

 

사람은 힘든 일을 겪으면 한층 자라고 마음이 단단해지기도 한다. 시련이라는 게 꼭 누군가의 죽음이어야 할까 싶은 생각은 들지만, 어쩐지 원피스는 그럴 때가 많은 듯하다. 지금 그 일이 일어날 때도 있지만 거의 어릴 때 가까운 사람이 죽었다. 루피는 어렸을 때 의형제가 된 사보가 죽었다 생각하고 그 뒤 에이스와 함께 힘을 키웠다(몸을 단련했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는 공부해야 하는데 하는 생각이). 자유롭게 살기 위해서. 두해 전 에이스가 죽고 루피는 한층 더 달라졌다. 그때 그대로 신세계에 갔다면 루피와 동료는 살아남기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힘을 기르는 두해가 루피와 동료한테는 있어야 했다(소중한 사람을 지키기 위해). 그때 에이스만 죽은 건 아니구나. 흰수염도 죽어서 세상은 달라졌다. 한세대가 저물었다고 해야겠다(흰수염 해적단 사람들은 어떻게 됐을까). 흰수염이 해적이라 해도 그렇게 나쁜 짓을 한 건 아닌 듯한데, 흰수염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기뻐한 사람도 있다. 어떻게 그럴 수 있나 싶었다. 흰수염 해적단한테 보호받던 나라는 힘들어졌다. 해적이기 때문에 모두 나쁜 건 아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더 많겠지. 진짜 나쁜 해적도 많기는 하다. 도플라밍고가 만든 해적단도 그랬다. 책 맨 앞에 있는 건 도플라밍고와 돈키호테 패밀리 간부다.

 

도플라밍고 동생 코라손(본래 이름은 로시난테)은 말을 할 수 있다(모두 코라손이 어릴 때 받은 충격으로 말 못하는 걸로 알았다. 충격은 천룡인이어서 사람들한테 쫓기고 죽임 당할 뻔한 일이다). 거기에 악마의 열매 힘도 있었다. 코라손은 자신이 할 일은 동생으로 형 도플라밍고가 하려는 나쁜 짓을 막는 거다 했다. 어렸을 때 같은 일을 당해도 커서 다르기도 하구나. 하긴 코라손은 도플라밍고가 아버지를 죽이는 모습을 보았다. 코라손은 천룡인을 미워해서 자신들을 죽이려고 한 사람보다 아버지를 죽인 도플라밍고를 더 이상하게 생각한 건지도. 코라손은 로한테 도플라밍고처럼 되면 안 된다고 했다. 로 이름에 ‘D’가 없었다면 코라손이 그렇게 로를 살리려고 했을까. 아니 그건 알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코라손이 아이를 싫어하는 척한 건 도플라밍고를 떠나게 하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쫓아낸 아이 많겠지. 로한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 뒤 둘은 도플라밍고 곁을 떠난다. 로 병을 고치려고. 코라손은 희망을 갖고 있었는데 가는 병원마다 로를 괴물로 여겼다. 박연병은 전염병이 아닌데도 말이다. 코라손은 로가 병에 걸렸다는 것을 알았을 때부터 안됐다고 여겼나보다. 로가 자신을 칼로 찔렀을 때 하나도 아프지 않았고 진짜 아픈 건 로였다면서 울었다. 다른 사람 때문에 그렇게 울다니. 자신이 할 수 있는 게 없고 병원에서 안 좋은 일을 겪게 해서겠지. 그런 코라손을 로가 좋아하지 않을 리 없겠다. 그렇게 여섯달이 흐르고 도플라밍고한테서 수술수술 열매 정보를 듣는다. 코라손은 그게 있으면 로가 살 수 있다 생각하고 수술수술 열매를 해적한테서 빼앗는다.

 

도플라밍고는 죽고 싶지 않은가보다. 수술수술 열매를 믿을 만한 사람한테 먹여서 자신이 늙지 않는 수술을 받으려한 듯하다. 하지만 그 수술을 한 사람은 죽는다. 다른 사람을 죽이고 자신은 죽지 않으려고 하다니. 코라손은 그때부터 드레스로자를 도우려고 했는데 뜻대로 안 됐다. 로가 코라손이 준 문서를 해군한테 전해주러 갔는데 그걸 받은 사람은 비밀 일을 하러 간 돈키호테 패밀리 간부 베르고였다(베르고는 펑크해저드에서 로와 스모커와 싸웠다). 도플라밍고는 코라손과 로가 모습을 감춘 뒤 해군한테 쫓기지 않게 되고 코라손을 의심했다. 그런데도 코라손한테 연락해서 수술수술 열매 정보를 주다니. 전에 생각한 것처럼 이 악마의 열매 힘은 의료를 알아야 더 잘 쓸 수 있다. 로한테 딱 맞는다고 코라손은 기뻐했는데. 해군한테 알려주려고 한 정보는 베르고가 없애고, 로와 코라손이 섬을 떠나기 전에 도플라밍고가 나타나 아무도 섬에서 나가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때 로는 지금 드레스로자를 둘러싼 ‘새장’을 경험했다. 로가 수술수술 열매 힘을 제대로 쓸 시간이 있었다면 코라손이 그렇게 죽지 않았을지도 모르는데, 죽은 걸로 보이고 나중에 살았다고 말하는 건 사보뿐이겠지. 루피와 에이스는 사보가 죽었다고 생각했지만 그것을 보는 사람은 사보가 죽지 않았다는 걸 알게 했다.

 

제목 ‘웃음’은 인조 악마의 열매 이름이 아니고 웃는 얼굴이었나보다. 코라손은 로가 자신의 웃는 얼굴을 기억하기를 바라고 웃었다. 그 모습 인상 깊다. 로는 도플라밍고가 동생인 자신을 죽일 리 없다고 한 코라손 말을 믿었는데. 도플라밍고는 동생이라고 죽이지 않을 사람이 아니었다. 아버지도 죽였는데. 로 이야기를 보니 여기 나온 사람은 누군가한테 도움받은 사람이 많다는 게 떠올랐다. 코라손(corazón)은 스페인말로 심장(heart)이라고 한다. 로가 지금 입은 옷 뒤에 그 말 쓰여 있다(다른 옷에도 있었는지 그건 모르겠다). 로는 코라손이 다하지 못한 일을 자신이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름에 ‘D’가 들어가는 사람은 친척일까. 갑자기 이런 생각을. 로가 도플라밍고와 싸우는데 그렇게 잘 되지 않았다. 이쪽 싸움은 다음에 끝날지도. 루피가 도플라밍고를 쓰러뜨리지 않을까. 그러고 보니 루피가 새로운 기술을 쓴다는 말을 봤다. 지금 루피가 싸우는 기술로는 도플라밍고를 쓰러뜨릴 수 없을지도. 베라미는 자신을 배신한 도플라밍고한테 등돌리지 않았다. 그런 마음 존중해야 하는 걸까. 바로 바뀌는 사람보다 나을지도 모르겠지만, 베라미 안됐다(책 속에는 만화를 보는 사람이 그린 그림과 짧은 말이 실려 있는데, 그 가운데 하나에는 베라미를 알아주는 사람이 나타날 거다 하는 말이 있다. 이 말 이번이 아니고 앞에 책에서 봤을지도).

 

다른 쪽은 싸움이 끝나기도 했다. 조로는 피카를 어떻게 쓰러뜨릴지 생각했지만 아직이다. 거인이 간부 한사람 쓰러뜨렸다. 캐번디시와 바로톨로메오가 싸우는 모습 재미있다. 둘이 싸우는 게 아니고 힘을 합쳐 싸우는데 그게 웃긴다. 캐번디시는 잠들면 다른 인격이 나오는데 반반이 되기도 했다. 돈키호테 패밀리 간부 베이비 파이브는 자신이 죽는 일이 누군가한테 도움이 된다면 죽겠다 하고, 베이비 파이브를 막은 건 베이비 파이브와 싸우던 사람이다. 그 사람 이름이 사이(나루토에도 사이가 나오는데)다. 두 사람 정말 결혼할까. 뜬금없이 이런 말을. 도플라밍고는 힘든 일을 겪은 사람을 패밀리에 받아들였다. 밀짚모자 일당도 비슷한데. 도플라밍고는 사람이 괴로운 일을 당하면 그대로 되갚아주어야 한다고 생각한 거겠지. 어쩌면 다른 사람이 그러기를 바란 건지도. 루피는 힘든 사람을 도와줘도 그것으로 자신을 따르게 하지 않는다. 도플라밍고는 힘든 일 겪은 사람이 거기에서 벗어난 뒤 무엇을 하고 싶어하는지 생각하지 않고 자신을 위해 일하기를 바랐다. 펑크해저드 때는 모네한테 죽으라고 했구나. 싸우다 쓰러진 간부를 조라가 아주 작은 사람 톤타타 족 공주 만셸리 힘으로 다시 깨우려고 했는데, 레오가 만셸리를 구했다. 스마일 공장에서 프랑키는 세뇨르 핑크와 싸워서 이겼다. 두 사람은 서로의 공격을 피하지 않고 그대로 맞고 다시 일어났다. 누가 더 오래 버티나 한 것으로 프랑키가 더 오래 버텼다. 세뇨르한테도 가슴 아픈 지난날이 있었다.

 

외다리 장난감 병정이었던 퀴로스도 아직 디아만테를 쓰러뜨리지 못했다. 딸 레베카를 지켜야 해서. 거기에 로빈이 와서 퀴로스한테 마음 놓고 싸우라고 했다. 끝나가니 어쩐지 조금 아쉽다. 그렇다고 원피스가 끝나는 건 아니구나. 앞으로도 싸워야 할 상대는 많다. 모험보다 싸우는 일이 더 많이 나올까. 예전에 사보가 죽지 않았는데 연락하지 않은 까닭도 나오겠지. 코라손 죽지 않았다면 좋았을 텐데 아쉽다. 로는 그 뒤에 어떻게 살았을까.

 

 

 

 

*더하는 말

 

코라손한테 어떤 힘이 있는지 말 안 했는데, 코라손은 소리가 들리지 않게 할 수 있다. 방음벽을 친다고 할까, 힘을 쓰면 바깥 소리가 안에 들리지 않고 안쪽 소리도 바깥에 나가지 않는다. 자신이 내는 소리뿐 아니라 다른 소리도 나지 않게 한다. 범위가 그렇게 넓은 것 같지는 않다. 이런 건 스파이한테 어울릴 것 같은데. 코라손 그것과 비슷한 일 했구나. 가끔 바깥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면 나도 코라손처럼 다른 소리가 들리지 않게 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하기도. 그림은 수술수술 열매다. 이것을 하트 모양으로 그리다니.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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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피스 76

오다 에이치로

集英社  2014년 12월 27일

 

 

 

드디어 76권을 보았다. 75권 보고 며칠 지나지 않았는데 ‘드디어’ 하는 말을 하다니. 내용 아는 건 여기까지다. 남은 두권(77, 78)은 모른다. 남은 거 더 재미있게 볼 수 있겠다(남았다고 말했지만 원피스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내용 알아도 만화로 보는 건 조금 다르기도 하다. 연재하는 것과 책으로 내는 거 조금 다른 걸까. 연재하는 것과 책 별차이 없겠지 했는데 그렇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에서 데즈카 오사무는 연재한 것을 책으로 낼 때 많이 고쳤다는 말 봤다. 오다 에이치로는 어떨까. 연재는 한번도 본 적 없어서 다른지 같은지 잘 모른다. 그건 생각 안 하고 봐야겠다. 내가 다르다고 생각해야 하는 건 책과 만화영환데. 그건 본래 아는 거니까. 책에서 짧게 말하는 걸 만화영화에서는 길게 말한다. 책에 다 그리지 않은 것을 상상하면서 봐야 할 텐데 그러지 못하는구나. 책과 영화는 책이 더 자세한데. 글과 영상이니 나타내는 방법이 다를 수밖에 없겠다. 영화는 영화, 소설은 소설 이렇게 생각해야겠다. 너는 너, 나는 나. 원피스에서는 한사람 한사람이 가진 장점을 더 보여준다. 어떤 사람한테 안 좋은 점도 있지만, 그 사람이 가진 좋은 점 때문에 다른 사람이 살기도 한다(이 생각은 겁이 많아서 달아날 때도 있지만 결국 자기 할 일을 하는 우솝 때문에 한 걸까). 그런 거 보면서 내가 가진 좋은 점은 뭐고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고 싶었다. ‘생각했다’가 아니다니. 생각하기도 전에 없는 것 같아서. 책 본다고 자신이 생기는 건 아니다.

 

미스터리 소설에서 사람을 죽이는 사람이 왜 그렇게 됐는지 말하기도 하는데, 도플라밍고가 왜 나쁜 짓을 하는지 알게 하는 일이 나왔다(도플라밍고가 한 나쁜 짓은 무기를 팔고 전쟁을 일으키고 드레스로자 사람들을 괴롭게 한 일, 뚜렷하지 않구나). 도플라밍고가 하고 싶어하는 건 세상을 부수는 일이다. 베라미는 그것도 모르고 어렸을 때부터 좋아한 도플라밍고를 따르려고 했다. 도플라밍고 동정해야 할 것 같기도 한데 어쩐지 그런 마음이 들지 않는다. 도플라밍고가 어렸을 때 지옥을 맛보지 않았다 해도 지금과 다르지 않았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도플라밍고는 본래 세계귀족 천룡인이었다. 도플라밍고 아버지는 다른 천룡인과 달리 자신은 보통사람과 같다 생각했다. 하지만 보통사람이 천룡인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잘 몰랐다. 그걸 모를 수 있는가보다. 보통사람과 다른 곳에서 살아서 그랬을지도. 도플라밍고 아버지는 천룡인이 아닌 그냥 사람으로 식구와 잘 살기를 바랐다. 도플라밍고 식구가 천룡인이었다는 것을 안 사람들은 도플라밍고 식구를 잡아서 죽이려 했다. 누구 하나 그게 잘못된 일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천룡인이었다는 것만으로 미워하다니. 사람들한테 쫓기다 엄마는 죽고 도플리망고와 동생은 힘들게 살았다. 동생 이름은 로시난테다(코라손이라고 했는데). 아버지와 도플라밍고와 동생 셋은 사람들한테 잡히고 고문 비슷한 걸 당했다. 도플라밍고 아버지를 죽인 건 도플라밍고라고 했다. 도플라밍고는 어릴 때 사람들의 잔인함을 보고 지금은 도플라밍고 자신이 그렇게 되었다.

 

어릴 때 엄청난 일을 겪고 많은 사람을 죽이겠다고 도플라밍고를 찾아간 건 로다. 지난번에 로는 수류탄을 몸에 두르고 도플라밍고한테 자신을 해적단에 넣어달라는 말을 했다. 로가 나고 자란 곳은 하얀 마을이라고 하는 플레반스다. 지금은 그곳이 없어졌다. 하얀색으로 뒤덮인 동화 같은 마을이었는데. 하얀 박연이 사람들을 죽게 만들었다. 박연은 납 종류다. 세계정부는 플레반스에서 박연 사업을 시작했을 때 그게 뭔지 조사를 해서 독이라는 것을 알았다. 세계정부와 왕족은 그것을 숨기고 사람들이 땅속에서 박연을 파내게 했다. 독이라는 것도 모르고 사람들은 박연을 여기저기에 썼다. 예전에 미국에서는 라듐을 여기저기에 썼다고 하던데. 박연은 조금씩 사람들 몸속에 쌓이고 수명이 짧은 아이가 태어났다. 일백년 뒤에는 박연병이 나타나서 많은 사람이 죽었다. 이웃나라에서는 박연병을 전염병이라 여기도 플레반스 사람이 거기에서 나오지 못하게 했다. 플레반스 사람은 거의 죽은 듯하다. 로 동생과 의사 부모가 죽고 수녀와 친구들도 죽었다. 아니 죽임 당했다. 그런 일을 겪은 로는 사람을 믿을 수 없게 되었다. 로빈도 비스한 일 겪은 게 떠올랐다. 나미도 어릴 때 안 좋았지만 루피가 도와주었다. 모든 것을 부수려는 로를 본 도플라밍고는 천룡인이어서 쫓기던 때 일을 떠올렸다. 로가 자신과 비슷하다 느끼고 자기 오른팔로 키우려고 생각했다. 그때 도플라밍고 생각과 달리 지금 로는 루피와 함께 도플라밍고를 쓰러뜨리기 위해 나타났다.

 

뒤에 나오는 이야기를 앞에서 말했다. 로는 해루석 수갑 때문에 아직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했는데. 캐번디시(콜로세움에서 싸운) 말에 루피와 로 그리고 루피가 만든 길을 따라온 퀴로스가 타고 3단계에 갔다(다른 설명 없이 이런 말을). 그전에 루피한테 은혜를 갚겠다고 한 여러 사람은 도플라밍고 패밀리 간부와 싸웠다. 지금까지 따로따로였던 사람이 힘을 합쳐서 루피를 도플라밍고한테 보내려 했다. 루피가 간 곳에 나타난 건 커다란 장난감이다. 사람을 장난감으로 만드는 슈가를 우솝이 엄청난 얼굴로 기절시켰는데 다시 장난감이 나타난 거다. 우솝과 비올라는 그것을 알았다. 리쿠 왕과 우솝, 비올라가 있는 곳에 긴에몬과 칸주로가 왔다. 리쿠 왕과 우솝을 잡으려는 사람들까지 달고. 칸주로가 붓으로 그리는 그림은 빼낼 수 있었는데 칸주로가 그림을 잘 못 그렸다. 그것을 보니 나루토에 나온 사이가 생각났다. 사이도 그림을 바깥으로 꺼내서 쓰는 닌자다. 칸주로도 닌자 같구나. 여기에서는 그런 힘 악마의 열매 때문에 생긴다. 칸주로 힘 때문에 우솝이 루피와 로한테 다가오는 슈가를 다시 막았다. 수갑 열쇠를 전하러 가는 레베카, 로빈, 바르톨로메오 셋에서 레베카만이 왕궁앞 해바라기밭에 가고 로빈과 바르톨로메오는 루피가 있는 곳에 떨어졌다. 이때는 바르톨로메오 힘이 도움이 돼서 루피와 로 그리고 퀴로스가 해바라기밭으로 간다. 우솝이 저격수로 힘을 낸 건 루피와 로가 왕궁 안으로 간 뒤다. 루피와 로는 슈가를 몰랐다. 아주 먼 거리에서 우솝은 자신의 엄청난 얼굴 인형(칸주로가 벽에 그림을 그려서 빼냈다)을 슈가가 보게 날렸다. 우솝이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루피와 로는 인형이 되고 모든 사람은 둘을 잊었겠다. 그랬다면 이야기는 어떻게 흘렀을까. 지난번에 우솝한테 새로운 힘이 깨어난다고 했는데, 그것은 멀리에서 사람 기척을 느끼는 거다. 그게 누군지도 안다. 아무리 우솝이 저격을 잘한다 해도 벽 너머 보이지 않는 표적을 맞추는 건 어렵겠지. 그래서 그런 힘을 깨운 듯하다.

 

루피와 로는 도플라밍고가 있는 곳으로 가서 바로 싸웠다. 좀더 나중에 로가 생각한 작전을 썼다면 더 좋았을 텐데. 베라미는 도플라밍고한테 맞고 실로 조종당했다. 루피가 베라미가 친구기 때문에 공격할 수 없다고 한 건 별로 울림이 없었다. 임펠다운에서 루피는 봉쿠레를 친구라 하고 이완코프한테 치료해달라고 했다. 그때는 감동스러웠는데. 베라미하고는 함께 뭔가 하지 않아서일지도. 봉쿠레는 알라바스타에서 적으로 만났다 친구가 되어 도움받고 임펠다운에서 다시 만나고 또 도움받았다. 봉쿠레는 그 뒤 어떻게 됐을까. 임펠다운에 갇혔을지도. 아니다 꼭 뭔 같이 해야 친구는 아니다. 친구 하자고 말해야 친구인 건 아니다. 루피는 같이 이야기하고 웃으면 다 친구다. 만셸리 공주 병에 좋다고 속고 스마일 공장에서 일하던 톤타타 족 사람들은 동료 때문에 그 일을 알고 스마일 공장 문 열쇠를 푼다. 문은 프랑키가 열고 세뇨르와 여전히 싸웠다. 비올라는 천리안을 써서 톤타타 족 공주 만셸리가 갇힌 곳을 알아내서 레오한테 가르쳐준다. 사보와 해군 대장 쪽은 해군 대장 후지토라가 사보한테 진 척하고 리쿠 왕이 있는 곳으로 갔다. 후지토라는 드레스로자에서 해군이 영웅이 될 수 없다 여겼다. 조로와 피카도 여전히 싸웠다. 조로는 어떻게 하면 피카를 쓰러뜨릴지 안 듯하다. 외다리 병정이었던 퀴로스는 딸 레베카를 만나고, 자기 아내를 죽인 디아만테와 싸운다. 같은 시간에 일어나서 그렇게 여러 곳을 조금씩 보여주는 거겠지. 처음 보는 것도 아닌데.

 

시작은 괜찮게 했다고 생각했는데 뒤는 다른 때와 다르지 않게 썼다. 어쩔 수 없지. 로는 도플라밍고 동생 코라손을 가장 좋아하는 사람이라 했는데, 로가 코라손을 만난 다음에는 코라손을 죽이려 했다. 코라손은 아이를 싫어해서 아이가 자기 곁에 오면 가만두지 않았다. 기회를 보다 로가 코라손을 칼로 찔렀을 때는 코라손이 그 일을 도플라밍고한테 말하지 않았다. 로가 다른 아이들한테 진짜 이름을 말하는 것을 듣고 코라손은 로한테 도플라밍고와 함께 있으면 안 된다고 했다. 코라손은 이때 처음으로 목소리 내서 말했다. 로 진짜 이름은 트라팔가 D 워텔 로다(로 이름은 밑에서 좀더 말할까 한다). 원피스에서 D는 중요하다. 루피 이름에도 D가 있다. 별로 안 좋은 검은수염 이름에도 있지만. 어린시절 이야기에서 아직 로는 코라손을 좋아하지 않았다. 코라손을 좋아하게 되는 이야기는 다음 권에 나오겠지. 이제는 그게 보고 싶구나. 하나 보면 늘 다음 권이 보고 싶다니. 도플라밍고와 로가 어렸을 때 엄청난 일을 겪은 건 비슷해도 로가 도플라밍고처럼 되지 않은 건 도플라밍고는 만나지 못한 좋은 사람을 로는 만났기 때문이 아닐까. 도플라밍고가 좋은 사람을 만났다 해도 괜찮아지지 않았을지도. 그리고 도플라밍고와 로 처지는 똑같지 않았다. 도플라밍고는 건강했지만 로는 박연병 때문에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로가 병을 고쳐서 지금 살아있겠지. 로가 가진 악마의 열매 힘 때문일지도. 수술수술 열매를 먹고 스스로 수술했을지도. 로는 부모가 의사여서 어릴 때 의학을 공부했다. 의학을 모르면 수술수술 열매를 먹어도 그 힘을 잘 쓸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이런 생각을 또 하다니. 전에도 말했지만 다음 권 기대된다.

 

 

 

*더하는 말

 

로 이름을 보고 알아 본 사람 있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하나만 알았다. 워털루다. 트라팔가르와 워털루는 나폴레옹이 진 싸움이다. 워털루는 말만 알고 자세하게 안 건 아니다(백일천하 이것도 말만 알았다). 워털루가 왜 일본말로는 워텔로, 정확하게는 와텔로(ワーテルロー)가 되었느냐 하면 일본말 발음 때문이다. 일본은 거의 영어를 영어 발음이 아닌 알파벳 그대로 읽는다. 이건 영어를 일본말식으로 읽으려고 하는 게 아닐까. 로가 자기 전체 이름을 트라팔가 D 워텔 로(워털루)라고 했을 때 마지막 로는 어떻게 나왔지 했다. 그러고서 워털루 로라고 쓸까 했는데 나중에 생각났다. 워털루에서 루는 loo라 쓴다. 이게 일본말 발음으로는 루가 아닌 ‘로’가 된다. 얼마전에 성인 트라팔가(르도 붙여야 할까)는 어떤 뜻이 있을까 했는데, 트라팔가르 워털루 다 나폴레옹과 관계있는 이름이었다니. 왜 이렇게 지었을까. 로 집안에 나폴레옹과 같은 사람이 있었기 때문일까. 로 집안이 다 나온 건 아니지만 로 부모는 의사였다. 이런 건 일본스러운 거다. 일본은 집안 일을 자식이 이어서 할 때가 많다. 장인뿐 아니라 전문직도 그런 것 같다. 고고학자인 로빈도 엄마가 고고학자였다. 루피는 다르지만. 루피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 자신한테 아빠가 있다는 것도 모르고 살았으니까. 루피한테 아빠 같은 사람은 샹크스(루피가 어렸을 때 만난 해적으로 루피 목숨을 구해주고 한쪽 팔을 잃고 언젠가 밀짚모자를 자신한테 돌려주러 오라고 그것을 루피한테 맡겼다. 지금 사황 가운데 한사람이다)가 아닐까 싶다. 루피는 거의 친구처럼 생각하지만. 로 이름에서 D는 숨기는 이름이고 워텔은 꺼리는 이름이다. 이 다음에 로가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데 코라손이 나타나서 못했다. 언젠가 알 수 있을까.

 

우연히 D가 들어가는 사람과 로 집안이 어떤지 생각한 글을 대충 봤는데 재미있었다. 대충 보고 재미있다고 말하다니. 그런 생각을 한 것이 재미있었던 건지도. 나는 그냥 만화만 보고 조금 생각할 뿐인데. 지금은 일본에 영어 발음 잘하는 사람 많을 듯하다. 가타카나로 쓸 때는 일본식으로 써도 말할 때는 영어 발음과 거의 비슷하게 하는 것 같다. 가타카나로 쓰인 영어(다른 나라 말도) 무슨 말인지 알아보기 어려울 때도 있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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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피스 75

오다 에이치로

集英社  2014년 09월 04일

 

 

 

이걸 보기 전인지 볼 때였는지, 어떤 것을 먼저 써야겠다 생각했는데 다 보고 나니 쓰려고 한 게 뭐였는지 잊어버렸다. 그런 건 생각났을 때 짧게라도 적어둬야 하는데. 그런 일 한두번이 아니기는 하다. 그래도 전에는 다시 떠오르기도 했는데 ‘그거였던가’하는 것밖에 생각나지 않는다. 얼마전에 본 74권 빼고 앞에 네권은 쪽수가 같다. 74권은 좀 많고 이번 것은 다른 것보다 적다. 그래서인지 다른 때보다 보는 데 시간이 덜 걸렸다. 여기까지 쓰니 내가 뭘 쓰려고 했는지 생각났다. 책이 일본말이어도 머릿속에서는 우리말로 해석이 되는데, 아니 우리말로 해석되기보다 그냥 일본말 자체로 보는 것 같다. 일본말을 많이 들으면 어느 순간 우리말로 들릴 때가 있다. 지금 생각해도 신기한 일이다(겨우 일본말 하나밖에 모르는데, 누군가는 다른 나라 말이 우리말로 들릴지도). 일본말을 많이 듣다가 우리말로 하는 만화영화를 우연히 봤을 때 이상했다(라디오는 괜찮았다). 뭐가 이상했느냐 하면 말하는 게 자연스럽지 않게 들렸다. 그게 만화책 볼 때도 그랬다. <원피스> 앞에 것은 우리말로 나온 거 몇권 사두었는데 이거 보기 전에 한권 봤다. 그걸 보니 뭔가 느낌이 달랐다.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을 텐데. 우리말로 나온 만화책은 가끔 인쇄가 잘 안 될 때도 있다. 진할 때도 있고 반대로 연할 때도 있다. 번역 만화책은 어떻게 만드는 걸까. 원고(지금은 컴퓨터 파일 같은 것일 듯)에서 말만 바꿔서 인쇄할 것 같은데. 만화 많이 보는 것도 아니면서 아는 척을. 만화책도 우리나라에서 잘 만들겠지. 크기가 달라서 그런 건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쓰니 아무래도 상관없는 말이구나. 보통 만화책과 종이가 다른 것은 인쇄 문제 없는 것 같다. 종이가 좋은 만화책도 있다.

 

앞에 몇권은 내용 모르고 봤는데, 지난번 것과 이번 것은 좀 알고 봤다. 올해 나온 78권은 거의 모르는 걸 텐데, 76권 77권 알아도 차례대로 봐야지. 지난번에 우솝은 도플라밍고 패밀리 간부 슈가를 엄청난 얼굴로 기절시켰다. 그전에 우솝이 달아나서 조금 실망했는데 다시 돌아와서 다행이었다(다음 권이나 다다음 권에서는 우솝이 가진 다른 힘이 깨어난다. 이건 나오면). 칠무해면서 드레스로자 왕인 돈키호테 도플라밍고는 밀짚모자 일당과 로가 뭘할 수 있겠어 한 듯하다. 드레스로자에서 움직이는 사람은 루피와 동료와 로만이 아니었는데. 루피와 동료는 외다리 장난감 병정과 아주 작은 사람 그리고 레베카와 비올라를 만났다. 늘 이런 식이었던 듯하다. 무엇인가를 하려는 사람과 루피와 동료가 만나고 도와주는. 외다리 병정 아주 작은 사람 레베카 비올라가 없었다면 처음에 하려한 일 스마일 공장만 부수었을지도. 도플라밍고는 드레스로자에 자신한테 대들 사람이 없다 생각했을까. 슈가가 기절하고 장난감이 되었던 사람은 본래 모습으로 돌아오고 장난감이 된 사람을 잊은 사람은 기억을 되찾았다. 도플라밍고는 이런저런 일을 보고받으면서 조금씩 화를 냈는데, 슈가가 기절했을 때는 엄청나게 화냈다. 도플라밍고는 드레스로자 안에 있는 사람 모두를 죽이려고 드레스로자에서 아무도 바깥으로 나가지 못하게 하고(드레스로자를 새장속처럼 만들었다. 도플라밍고가 쓴 기술 이름도 새장이다), 연락도 못하게 했다. 도플라밍고는 사람들한테 자신을 잡을 것인지 드레스로자를 어지럽힌 열두 사람을 잡을 것인지 고르라고 했다. 루피와 로를 합쳐 열두 사람 목에 현상금을 걸었다. 가장 많은 돈을 건건 우솝이다.

 

 

 

 

 

드레스로자를 새장속처럼 만들고 도플라밍고는 실로 사람들을 조종했다(실로 움직이게 하는 인형과 같다). 조종당하는 사람과 그 모습을 보고 사람들은 십년전에 리쿠 왕과 리쿠 왕군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깨달았다. 그렇다 해도 지금 리쿠 왕과 여러 사람을 잡지 않으면 자신들은 죽는다 생각하고 현상금이 걸린 사람을 잡으려고 한다. 거기에는 장난감에서 사람으로 돌아온 사람도 있었다. 우솝이 슈가를 기절시키려고 했을 때 가까운 곳에는 장난감이 많았다. 그 사람들은 마음속으로 우솝을 응원했다. 본래 모습으로 돌아왔을 때는 우솝을 신이라고까지 말했다(이 부분 웃기는데 이렇게밖에 말 못하다니). 그런데 현상금이 걸리자 몇몇 사람은 태도가 바뀌었다. 모두 다 그런 건 아니다. 우솝한테 은혜를 갚아야 한다고 한 사람도 있다. 거의 루피와 콜로세움에서 싸운 사람이다. 서로 도플라밍고를 쓰러뜨리겠다고 하면서 루피 뒤를 따랐다. 루피는 로를 한쪽 어깨에 짊어지고(한팔로 사람을 들 수 있는 사람은 없겠지만, 여기에 나오는 사람은 거의 힘이 세다. 그런 모습이 자주 나와서 그런가 보다 한다. 로는 해루석 수갑 때문에 제대로 움직일 수 없다. 해루석은 악마의 열매 힘을 가진 사람 힘을 빼앗는다. 바닷물을 굳힌 것과 같다고. 로도 악마의 열매 힘을 가졌다) 도플라밍고가 있는 곳으로 가려 한다. 지난번에 루피와 조로 긴에몬이 비올라와 함께 왕궁에 갔다고 했는데 다시 도플라밍고를 찾아간다니. 바위와 하나가 되는 피카가 왕궁하고 스마일 공장을 들어서 다른 곳으로 옮겼다. 이런 모습도 처음이 아니다. 루피는 쓰러뜨릴 상대한테 한번 지거나 놓친 다음에 상대가 있는 곳에 가서 싸운다. 로는 루피와 다시 만났을 때 도플라밍고를 지금 쓰러뜨리면 사황 가운데 하나인 카이도와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루피와 왕궁에 가면서 로는 마음을 정했다. 로가 도플라밍고를 쓰러뜨리려는 까닭은 열세해 전 로가 가장 좋아하는 사람을 도플라밍고가 죽였기 때문이다. 그 사람은 돈키호테 패밀리 최고간부 코라손으로 로한테 목숨을 준 은인이고 도플라밍고 동생이었다. 이건 이렇게 자세하게 말하다니.

 

콜로세움에서 악마의 열매를 두고 결승전이 열렸는데, 콜로세움에서 싸움을 보던 장난감도 본래대로 돌아와서 소동이 일어났다. 장난감으로 만든 건 사람뿐 아니라 동물도 있었다. 루피 대신 루시로 나온 사람 정체가 드디어 드러났다. 사보라는 건 알았구나. 사보는 혁명군 참모총장이다. 예전에 루피 아빠 드래곤이 구했으니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을지도. 아니 자신이 보고 겪은 일을 생각하고 해적이 아닌 혁명가가 된 건지도. 사보가 에이스 힘 활활 열매를 손에 넣어서 먹고 바로 그 힘을 썼다. 레베카와 바르톨로메오와 콜로세움 지하에서 로빈과 우솝을 만난다. 혁명군이 드레스로자에 온 건, 이 나라에서 나가는 무기가 세계 여러 곳에서 전쟁을 일으켜서 다른 나라로 무기가 나가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같은 때 이곳에 루피가 있었던 거다. 사보가 혁명군이지만 자신은 루피 형으로 해군을 막겠다고 했다. 새로 해군 대장이 된 후지토라는 어떤 사람일까. 지금까지 본 사람과 조금 다른 것 같기도 하다. 다 그런 건 아니지만 많은 사람이 해군은 좋고 해적은 나쁘다 생각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해적한테 도움받는 사람도 있고, 해군한테 괴롭힘 당하는 사람도 있다. ‘절대’라는 건 없다고 얼마전에 생각했는데 해적과 해군도 그렇다. 리쿠 왕 딸 비올라는 루피와 로한테 걸었다. 드레스로자의 거짓평화를 깨부숴주리라고. 아주 작은 사람도 우솝과 밀짚모자 일당이 해적이어도 끝까지 믿겠다고 했다.

 

도플라밍고한테 가는 루피와 로 그리고 조로에서 조로는 피카와 싸우려 멈추고, 프랑키는 스마일 공장 앞에서 도플라밍고 부하 세뇨르 핑크와 싸웠다. 거기에 아주 작은 사람(톤타타 족)이 와서 공장 문 열 방법이 있다면서 세뇨르를 막아달라고 했다. 사보는 해군과 대장 후지토라가 루피와 루피를 돕는 사람들을 쫓지 못하게 막았다. 비올라는 루피가 떨어뜨린 수갑 열쇠를 찾고 그것을 레베카와 바르톨로메오와 로빈이 전하러 왕궁이 있는 꽃밭으로 떠난다. 드레스로자 사람과 장난감에서 본래 모습으로 돌아온 해적은 현상금 걸린 사람을 잡으려 했다. 한사람 잊었다. 무사 긴에몬이다. 긴에몬은 자기 동료 칸주로를 찾으러 갔다. <원피스>가 만화여서 다행이다. 사람이 엄청나게 나오니 말이다. 만화여서 알기 어려운 건 피카(돈키호테 패밀리 최고간부) 목소리다. 피카는 커다란 몸집과 달리 목소리는 가늘고 높다고 나온다. 피카 목소리를 처음 들은 사람은 모두 웃었다. 도플라밍고는 그런 사람 용서하지 않겠다고 했다. 패밀리 간부는 자신과 오랜 시간 함께 해서 식구와 같다고. 자신한테 소중한 게 있다면 남한테도 소중한 게 있다는 걸 알아야 할 텐데, 도플라밍고는 모르는 듯하다. 식구 같다는 말만 하고 실제는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는 건지도. 도플라밍고와 처음 만난 어린 로는 모든 것을 부수겠다고 했다. 자기 목숨이 얼마 남지 않았다면서. 로가 왜 그런지 다음에 나오겠지.

 

밀린 거 한권 봐서 좋다. 앞으로 세권만 보면 지금까지 나온 거 다 본다. 상디와 서니호에 탄 사람을 못 봐서 조금 아쉽구나. 드레스로자 편 끝나고 나올까. 루피 동료가 둘로 나뉘어서 루피와 동료를 아주 좋아하는 바르톨로메오가 나온 건가 했는데, 루피를 돕는 건 바르톨로메오 하나가 아니다. 루피는 사람을 끌어들인다. 그것도 힘이겠다.

 

 

 

*더하는 말

 

또야 할지도 모르겠는데 앞에서 말했듯이 앞으로 세권 남았다. 조금만 참으면 된다(보는 사람 얼마 없겠지만). 다음달에 79권 나오지만, 바로 볼지 나중에 볼지 나도 알 수 없다. 다시 만화책 보고 쓰는 게 어렵다는 생각이 들어서. 지금까지 <원피스> 안 봤다 해도 드레스로자 편은 알 수 있게 쓰려고 했는데 내가 쓴 거 봐도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원피스가 무슨무슨 편으로 나뉘기는 하지만, 루피와 동료는 죽 나왔으니까. 루피나 동료가 어떤지 모르면 뭐가 뭔지 모를지도 모르겠다. 드레스로자 사람들만 생각해도 괜찮기는 한데. 백성한테 존경과 신뢰를 받던 왕을 도플라밍고가 덫에 빠뜨려서 쫓아내고 드레스로자를 자기 좋을대로 이용하는, 그런 것을 아는 사람보다 모르는 사람이 더 많은 곳이었다. 이제는 장난감이 되었던 사람이 다시 본래대로 돌아와서 알게 됐다. 도플라밍고는 드레스로자에서 자신이 한 일이 바깥에 흘러나가지 못하게 하려고 그곳에 있는 사람 모두 죽이려고 한다. 루피와 로 그리고 콜로세움에서 싸운 몇몇 사람과 외다리 병정이었던 퀴로스와 톤타타 족은 거기에 맞서 싸운다. 백성은 힘이 없으니 맞서려 하지 못하고. 대충 이런 거다.

 

 

 

희선

 

 

 

 

 

 

루피와 동료가 타는 배 이름은 사우전드 서니호다. 이건 워터세븐 시장인 아이스버그가 지어줬다. 험한 천개 바다를 해처럼 밝게 넘는 배라는 뜻으로. 배 바로 앞에 보이는 건 해도 해바라기도 아닌 사자다. 그래도 사우전드 서니호로 하기로 했다. 이런 것을 실제로 만들다니. 저 안은 정말 만화에 나온 것과 같을까. 저 안에 들어갈 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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