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 그리는 아침

널 그리는 낮

널 그리는 밤


그리운 마음이 드는 데

어울리는 때는 밤이지


아침엔 하루를 시작해서

낮엔 한창 움직여서

누군가를 그릴 틈이 없군

밤엔 조용히 하루를 돌아보고

이런저런 생각에 잠기니

누군가를 그리기도 하겠어


널 그리는 밤

널 생각하는 밤


넌 누굴 생각할까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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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복이 이야기 4
공삼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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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 시대 고양이는 어떻게 살았을까. 알 수 없구나. 그때는 집고양이는 거의 없고 들고양이가 많았을 것 같다. 사람 집에 살아도 자유롭게 드나들지 않았을까. 고양이한테는 그게 더 좋을지도. 지금 고양이는 집에 살다 밖으로 나오면 살아가기 힘들 거다. 고양이를 잃어버리고 찾으려는 사람도 있겠지만, 일부러 집에서 먼 곳에 버리는 사람 있을지도. 이런 거 생각하니 슬프구나. 고양이가 안됐다. 개와 고양이 다. 새끼일 때는 귀엽게 여겨도 자라면 무서워하다니. 의균 집에 찾아오는 묘왕이가 그랬구나. 묘왕이 이야기는 다른 권에 따로 잠깐 나왔다.


 밤이 되고 사람이 된 금복이는 복성이를 만나러 갔다. 복성이는 이끼인가 보다. 털인지 알았는데. 복성이는 현실에는 없는 생물이구나. 금복이 친구고. 복성이는 의균한테 준 꽃을 또 찾고 꽃이 추울까 봐 자기 이끼를 떼어내서 따듯하게 해줬다. 금복이는 그걸 보고 의균이 사준 옷을 주고 그걸로 꽃을 덮으라고 한다. 둘은 좋은 친구 사이구나. 날이 샐쯤 금복이는 담을 넘어 집으로 들어왔다. 그걸 의균 동생 하균이 보았다. 아이가 간 곳이 형 방인 걸 알고 가 보니 거기엔 아이가 아닌 고양이 금복이가 있었다.


 하균은 금복이를 보고 의심했다. 금복이가 사람으로 바뀐다고. 괴물로 여겼다고 할까. 의균은 가벼운 고뿔이고, 의균이 나갈 때 금복이도 문 밖으로 나갔다. 금복이는 문앞에서 의균이 올 때까지 기다렸다. 그날 밤 금복이 몸이 좀 안 좋아서 사람이 되고도 밖으로 나가지 않고 의균 옆에서 잤다. 이튿날 의균 고뿔이 심해졌다. 그날 밤 하균이 의균 방에 오고 금복이가 사람이 되는 걸 보게 된다. 그렇게 들키다니. 금복이는 울면서 집을 뛰쳐나갔다. 하균은 의균이 금복이를 좋아한다는 걸 알고 금복이가 사람이 된다는 걸 다른 사람한테 말하지 않겠다고 한다.


 사람이 된 걸 하균한테 들켜서 금복이는 이제 의균과 못 살겠다고 여겼는데, 그렇게 되지 않아 다행이구나. 한번은 사람이 되고 하균 방에서 밤을 보낸다. 하루뿐이었다. 전에 의균이 대장간에서 만들어 달라고 한 솟대를 가지고 왔다. 거기에는 금복(金福)이란 이름을 새겨 넣었다. 그걸 본 의균은 대장간 사람한테 이름을 물어본다. 산호라 했다. 금복이는 솟대 좋아했다. 거기에 올라가고 놀면 좋을 텐데. 어쩌다가 아버지가 아끼는 도자기를 깨고 의균이 공부하는 거 방해하고 먹물을 다 쏟고 방을 엉망으로 만들어뒀을까. 사람이 된 금복이는 일부러 그런 게 아니다 하면서 울었다. 그러다 의균과 마주쳤다. 의균도 하균이 한 말을 듣고 아이가 금복이가 아닐까 생각하는 듯했다.


 어디선가 새끼 고양이가 왔다. 어디에서 온 건지. 금복이와 조금 친해진 느낌이다. 하균이 부인도 이 집(시집이구나)에 오고 의균을 만나러 와서는 새끼 고양이와 금복이를 보게 된다. 금복이와 새끼 고양이가 방에서 놀 때 사람들이 들어온 거다. 그 새끼 고양이는 하균이 부인이 데리고 갔던가 보다. 앞으로 하균도 고양이와 살지도. 집으로 데리고 갈 것 같다. 겨울이고 눈이 와서 사람이 된 금복이는 추웠다. 사람이 되면 밖으로 나오니. 그런 금복이를 묘왕이 따듯한 곳으로 데리고 갔다. 묘왕이는 좋은 친구구나. 이튿날 금복이는 의균이 자기한테 준 생선을 묘왕이한테 갖다줬다. 귀엽구나.


 감 농사하는 사람 닭을 어떤 짐승이 다 죽였다. 그건 의균 아버지가 다 샀다. 부자구나. 자신이 가진 걸 잘 쓰는 사람이다. 그날 일하는 사람뿐 아니라 고양이도 맛있는 닭고기를 먹었다. 모두가 배부르고 즐거운 날이었다. 사람도 고양이도.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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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만 하고

늦게까지 자고

다음날이 되면

또 이번만 더 자자 하네


게으르구나


어쩐지 자꾸 하면 안 될 것 같은 건

이번만 하고 안 해야지 하지만,

다시 하네


마음이 그렇게

단단하지 못하다니

자기 관리를 못하는 건가


본래 ‘이번만’은

자꾸 지키지 못하는 건지도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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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날을 살다 보면

어딘가 가고 싶기도 할까

답답한 일상을 벗어나고 싶은 마음


되풀이되는 하루하루가

소중하다는 거 알지

그런 하루하루가 있기에

지금이 있는 거야


여기가 아닌 다른 곳을 그려도

돌아와야 할 곳은 단 한곳이지

바로 집,

자신인가


떠났다 돌아오는 사람이 많겠지만

언제나 떠나는 사람도 있어

한곳에 머물지 못하는 사람

그건 어쩔 수 없지


한곳에 머물지 못한다 해도

돌아가고 싶은 곳이 있기를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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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 현대문학 핀 시리즈 장르 3
이희영 지음 / 현대문학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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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 자기 얼굴만 못 보는 사람이 있을까. 그런 일이 있다면 답답할지, 얼굴에 덜 마음 쓸지. 《페이스》에서 인시울은 자기 얼굴을 보지 못했다. 시울이 거울을 보면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시울이는 여섯살 쯤까지 모두 그렇다고 여겼다. 다른 사람은 자기 얼굴을 볼 수 있다는 걸 알게 되고 조금 충격 받았다. 아빠나 엄마 어느 한쪽하고만 살던 아이가 다른 집은 엄마 아빠가 다 있는 걸 본 것과 비슷하려나. 아니 좀 다른가. 남과 이야기하지 않으면 남도 자신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정말 그럴까. 난 어릴 때 그러지 않은 것 같다. 다른 사람이 나와 다르다는 걸 알았던 것 같기도 한데. 어저면 이건 좀 더 자랐을 때 생각한 걸지도.


 사람은 자기 자신을 제대로 못 보기도 한다. 남이 보는 자신과 자신이 보는 자신이 조금 다르기도 하지 않나. 시울이는 자신을 아예 못 보니 다른 걸 잘 보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라미는 늘 자기 이가 비뚤어져서 교정해야 한다고 하지만, 시울이가 보기에 라미는 괜찮다. 라미는 사진을 찍을 때와 다르게 활짝 웃기도 한다. 그 모습을 라미 자신은 제대로 못 본다. 보려고 하지 않던가. 거울로 보는 자신이 진짜 자신이다 할 수 있을까. 거울 속 자기 모습은 좌우가 바뀐 거 아닌가. 그걸 이상하게 여기지는 않는구나. 자신을 남이 보는 것처럼 보지 못하는 건 어쩔 수 없다.


 어릴 때 시울이는 자기 얼굴이 안 보인다고 했다가 여러 병원에 가기도 한다. 엄마와 아빠가 걱정하는 걸 보고 시울이는 자기 얼굴이 보이게 됐다고 거짓말한다. 어느덧 시울이는 고등학교 2학년이 되었다. 시울이가 거울을 보면 거기엔 얼굴이 아닌 다른 게 보인다. 사진이나 영상으로 찍어도 그게 안 보인다니 별난 일이 다 있다. 시울이는 가끔 엄마한테 자기 얼굴이 어떤지 묻는다. 그때마다 엄마는 예쁘다고 말한다. 사람 얼굴을 나타내는 말은 그리 많지 않구나. 자기 얼굴이 어떤지 설명하라고 하면 말하기 어려울 듯하다.


 시울이가 이마를 다치게 된다. 같은 반 아이 묵재가 바닥에 튕긴 공이 시울이 옆얼굴을 치고, 시울이는 사물함 모서리에 이마를 찧었다. 묵재가 일부러 그런 건 아니다. 그건 어디까지나 사고였다. 시울이는 이마를 다치고 지금까지 얼굴을 다친 적이 없다는 걸 깨닫는다. 이마가 많이 찢어졌는지 스무 바늘이나 꿰맸다. 엄마와 라미는 흉터가 생기면 어쩌나 걱정하고 묵재도 흉터를 자신이 없애주겠다고 한다. 실밥을 빼고 거울을 보니 꿰맸던 자국이 보였다. 다른 곳은 여전히 안 보였는데 꿰맸던 자리는 잘 보였다. 시울이는 이제야 자기 얼굴을 본 듯 기뻐했다. 미술시간에 시울이는 얼굴은 파랗게 칠하고 흉터를 그렸다. 자화상을 그려야 해서다. 다른 사람은 믿지 않겠지만, 그게 시울이가 보는 자기 모습인데 묵재는 시울이가 흉터를 마음 쓴다고 여겼다.


 얼굴 전체가 아니고 아주 조금이라도 보이면 기쁠까. 그런 일이 없어서 시울이 마음을 다 알기는 어렵다. 시울이가 흉터만 보는 건 자기 상처와 마주하는 거다 하는데 그게 맞는 것 같기도 하다. 지금까지 묵재는 자기 상처와 마주하지 못했는데 시울이를 알게 되고 이야기하다가 엄마 이야기를 한다. 그 이야기는 아무한테도 못했던 거다. 어떤 건 누군가한테 이야기하는 것만으로 조금 나아지기도 하겠지. 시울이와 묵재는 같은 반이어도 말을 나누지 않았는데, 사고를 기회로 서로 이야기하게 됐구나. 우연히 그렇게 됐다 해도 그런 우연이 일어나서 다행이다. 시울이는 다쳐서 아팠지만, 그걸로 자기 얼굴에서 아주 조금을 보게 됐구나. 사람은 서로한테 영향을 주고받겠지. 자신이 보지 못하는 걸 상대가 보고 말해주기도 하겠다. 묵재가 웃는 게 묵재 아빠와 닮았다는 것도.




희선





☆―


 나는 내 얼굴을 볼 수 없다. 하지만 거울 속에 비친 모습은 늘 다채롭다. 안개에 싸여 있거나, 검게 물들어 있거나, 이상한 꽃이 활짝 피거나, 동그라미가 가득 차 있거나, 색색의 블록인 적도 있었다. 이렇게 기묘한 삶을 살다 보니 아침마다 새로운 모습을 보는 것도 하나의 즐거움이 됐다. 그런데 날마다 보는 엄마의 얼굴은 늘 똑같다. 아니, 똑같다고 믿었다. 그런데 거울 속 내 모습처럼 엄마도 날마다 조금씩 바뀌어갔다. 조금씩 세월에 물들어갔다. 익숙함이란 안개가 가려서 나는 그걸 보지 못했다. 애써 못 본 척했다.  (73쪽)



 정말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게 인생이구나. 삶이란 결국 짙은 안갯속을 걸어가는 것이다. 한 발 그 너머에 뭐가 있는지 전혀 안 보이니까. 깊은 구덩이가 나올 수도, 커다란 벽에 가로막힐 수도 있다. 그런데도 모두 거침없이 보이지 않는 길을 잘도 걸어간다. 하루하루 살아간다는 건, 어쩌면 생각보다 훨씬 더 큰 용기가 있어야 하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98쪽)



 “나는 인간이 스스로를 정확히 보는 게 뜻밖에 힘들다고 생각해. 그런데 어떤 사건이나 기회로 비로소 보일 때가 있어. 그것이 더 나은 부분일 수도 있지만, 애써 감추려 했던 아픔이 수면으로 올라올 수도 있어. 누군가한텐 상처가 될 수도 있다고. 뻔한 말이지만 어쨌든 흉터는 그 고통의 시간을 지나왔다는 상징이니까, 굳이 감춰야 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  (14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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