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편함 속 세계사 - 129통의 매혹적인 편지로 엿보는 역사의 이면
사이먼 시백 몬티피오리 지음, 최안나 옮김 / 시공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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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은 통신이 아주 발달해서 전자편지가 가는 시간은 얼마 걸리지 않는다. 전자편지보다 휴대전화기로 메시지를 주고 받는 사람이 더 많던가. 나도 예전만큼 전자편지는 쓰지 않는다. 컴퓨터를 쓰고 얼마 안 됐을 때는 신기해서 전자편지 자주 쓰기도 했는데, 조금 아쉽다. 지금이라고 못 쓸 건 없지만, 이제는 전자편지가 아니더라도 연락할 방법이 있기는 하다. 앞에서 말한 휴대전화기는 아니고 블로그다. 그것도 함께 이야기하기 쉽지 않던가.


 편지는 꽤 오래전부터 썼을 거다. 명령이나 알림 같은 건 거의 편지로 전했겠다. 비밀 같은 것도 그랬겠지. 그건 믿을 수 있는 사람한테 전해달라고 했겠다. 사람은 문자를 만들고 글을 쓰고 편지를 썼겠지. 그림으로도 편지 썼던가. 종이가 없었을 때는 나무판에 편지를 썼다는 말 본 듯하다. 암호로 쓴 편지도 있었겠다. 그렇구나, 정치 편지는 암호로 써서 전했겠다. 그런 걸 가로채서 어떤 내용인지 알아본 사람도 있었겠지. 지금은 편지 쓰는 사람이 많이 줄었다. 난 지금도 편지를 쓰기는 하는데 내가 쓴 편지는 아무것도 아니다. 그저 말이다. 작가가 쓴 편지나 일기는 중요한 글로 여기는구나. 한사람 편지를 죽 보면 좀 더 좋기는 한데, 이 책 《우편함 속 세계사》에는 한사람 편지가 한통밖에 나오지 않는다. 여러 통 실은 것도 있구나.


 책 한권을 꽤 오랫동안 만났는데, 무엇을 본 건지 영 생각나지 않는다. 편지를 보고 역사를 조금 알려나 했는데. 내가 집중하지 못해서기는 하다. 예전 사람 편지가 남아 있기도 해서 이런 책이 나왔구나. 다 알지는 못하지만 이름 아는 사람이 많다. 프란츠 카프카는 친한 친구한테 자신이 쓴 글을 모두 태우라는 편지를 남겼는데, 친구는 그 말을 그대로 듣지 않았다. 이건 잘 알려진 거기는 하구나. 카프카와 같은 사람은 더 있다. 조선시대 시인 허난설헌도 그랬고 시인 에밀리 디킨슨도 그랬다. 그런 편지를 남긴 사람 더 있을 텐데 아는 사람이 별로 없다.


 홀로코스트로 죽음을 맞이하려는 사람이 남편과 아들한테 남긴 편지가 나중에 남편한테 전달됐다. 그 일은 정말 기적이 아닐까 싶다. 죽음을 앞두고 편지를 남기다니. 어딘가 아파서 죽을 걸 알면 편지를 쓸 것 같지만, 곧 죽임 당한다는 걸 알면 어려울 것 같다. 자신이 죽을 걸 알고 편지를 남긴 사람 더 있기도 하다. 남은 사람을 생각하고 쓴 편지였다. 그걸 받은 사람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누군가를 죽이라는 편지도 있구나. 스탈린이나 히틀러가 쓴 편지도 담겼다. 마하트마 간디가 히틀러한테 편지를 썼던가 보다. 히틀러는 그 편지 보고 별 생각 안 했을 것 같다. 그 편지 버리지 않고 남겨두었다니 그건 좀 신기하구나. 히틀러가 그 편지 안 봤을 것 같은 생각도 든다. 어땠을지.


 어떤 글보다 편지는 솔직하게 쓰겠다. 일기를 더 솔직하게 쓸까. 일기는 자신한테 쓰는 편지고 편지는 다른 사람한테 쓰는 거다. 거기에 더 마음을 담을 것 같다. 그러지 않는 편지도 있겠다. T.S. 엘리엇이 조지 오웰한테 쓴 편지도 실렸다. 지금 조지 오웰 소설 《동물 농장》은 고전이 아닌가. T.S. 엘리엇은 그 소설을 책으로 낼 수 없다는 편지를 조지 오웰한테 썼다. 그런 일이 있었다니. 지금 잘 알려진 소설이어도 처음부터 환영받은 건 아닐지도 모를 일이다. 그걸 알아본 사람이 있어서 다행이다.


 지금은 많은 사람이 편지를 잘 쓰지 않지만, 아주 안 쓰는 건 아니다. 편지로 썼을 때 더 잘 전해지는 것도 있다. 앞으로 편지 쓰는 사람이 아주 사라지지는 않기를 바란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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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25-04-05 06: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자신의 필체를 인정 받기 어려우면 인장이라는 도장 형태의 봉인을 통해 펀지, 서찰을 전하기도 했죠. 저도 종이 펀지를 주고 받던 시절에는 글을 좀 잘 쓴다는 이유로 친구들에게 인정받는 시절이 짧게 있었어요. 이메일이 생긴 이후 전세계 여러 대륙 여러 나라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세상이 정말 달라졌구나 느끼기도 했구요. 하지만,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세상은 별로 달라지지 않았음을 느껴요.

삐뚤빼뚤 글씨로 써내려간 연애 편지가 새삼 부러워지는 아침이네요.

희선 2025-04-11 00:49   좋아요 0 | URL
감은빛 님은 편지를 대시 쓴 적도 있으시군요 편지 잘 쓰고 싶지만 그러지 못해서 그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편지는 아주 잘 쓰지 못해도 괜찮은데, 그저 자기 마음을 솔직하게 나타내면 괜찮겠지요 친구한테 쓰는 편지일 때일지... 누구한테든 다르지 않을 것 같기도 한데...

다른 나라 사람과 편지 쓰는 것도 멋질 듯하지만, 지금은 편지보다 빠른 걸 쓰겠습니다 다른 나라 사람이 보낸 편지 받은 적 없지만... 우표가 한국 것과 달라서 다른 느낌이 들겠습니다


희선
 




세상은 그 사람을 내버려두지 않았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았는데

도움을 주겠다면서 주민센터에서 자꾸 찾아왔다


오지 마라고

자꾸 말해도 듣지 않았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사람을

왜 내버려두지 않는 건지

그 사람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게 괴로웠다


아무리 괜찮다 말해도 듣지 않았다

아무도

그저 도움을 받으라 했다

그런 억지가 어디 있나


결국 그 사람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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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25-04-05 06: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목숨을 끊은 그 분의 마음을 모두 공감할 수는 없지만, 가능하면 최대한 이해하고 싶어요. 언제나 약자는 불리할 수 밖에 없으니까요.

희선 2025-04-11 00:53   좋아요 0 | URL
세상에는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도 있겠지요 저도 다르지 않네요 다른 사람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하고 이상하다고 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어쩔 수 없는...


희선
 




모두 있거나

모두 해 본다고 하는데

모두에 들어가지 않는 사람도 있다네


누구나 때에 따라

모두가 되지 못하기도 해

그걸 잊지 않아야 해


하나하나 다 돌아보기 어렵겠지

너와 가까이 있는 사람이라도 잘 봐


모두와 하나는

다 중요해

누구나 모두면서 하나야





*언젠가 비슷한 거 쓴 적 있을 텐데, 또 썼지만 비슷하면서 다른 것도 있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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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25-04-05 06: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람은 누구나 항상 자신의 처지에 빗대어 세상을 바라본다고 생각해요. 그 틀을 넘어서서 세상을 직시할 수 있는 사람은 대단한 사람이라고 느껴요. 세상은 결국 자신의 잣대로만 볼 수 있는 사람들이 모인 하나의 스팟일 뿐이죠.

희선 2025-04-11 00:51   좋아요 0 | URL
자기 처지에서 보는 게 나쁜 건 아니겠지만, 때론 다른 처지에서 보기도 해야겠네요 이렇게 생각해도 저도 잘 못할 때가 많습니다 시간이 지나고서야 예전에 잘못 봤나 보다 하는 듯도 합니다 앞으로는 잘 보려고 해야겠습니다


희선
 
나쓰메 소세키 기담집 - 기이하고 아름다운 열세 가지 이야기
나쓰메 소세키 지음, 히가시 마사오 엮음, 김소운 옮김 / 글항아리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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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담과 괴담은 어떻게 다를까. 비슷한 듯하지만 조금 다르겠지. 괴담은 괴상한 이야기고, 기담은 이상야릇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다 한다. 기담과 괴담은 무서운 이야기 같은 느낌이 더 크기도 한데. 나쓰메 소세키 소설을 여러 권 보기는 했는데, 거기에 기담이라 할 만한 건 없었다. 아니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는 조금 그럴까. 이 책 《나쓰메 소세키 기담집》에는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에서 발췌한 부분이 실렸다. 글은 나쓰메 소세키가 썼지만 히가시 마사오가 글을 엮었다. 나쓰메 소세키는 이런 책이 나오리라고 생각했을까. 못했겠지. 기담이라고 하는 것만 엮은 걸 좋아할지 어떨지 모르겠다. 읽지는 않았지만 《열흘밤의 꿈(몽십야)》은 따로 나오지 않았나. 그 책은 아는구나. 여기에 열 세가지 이야기가 담겼다고 하는데, 열흘밤의 꿈을 하나로 보았다.


 나쓰메 소세키 소설을 여러 권 보기는 했지만, 모두 보지는 못했다. 언젠가 볼지 안 볼지. 기담이 아닌 소설은 그 시대 젊은이가 나오지 않나 싶다. 꼭 그런 건 아닌가. 예술을 말하는 이야기도 있구나. 셰익스피어도. 여기에도 셰익스피어와 상관있는 이야기가 실렸다. <맥베스의 유령에 관하여>인데, 이 글은 기담보다는 평론에 가까운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맥베스에 나오는 유령이 둘인지 누굴까 한다. 두 사람이 다른 사람인지 같은 사람인지. 소세키는 셰익스피어를 좋아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또 했다. 겨우 그걸 보고 이렇게 생각하다니. 다른 소설에도 셰익스피어가 떠오르게 하는 말이나 글 구성이 나오기도 한다.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걸지도 모르겠지만.


 예전에 <런던탑>을 읽은 것 같은데, 이번에 두번째 보는 건데 예전에 본 게 하나도 생각나지 않았다. 런던탑에 유령이 나온다는 말이 있는가 보다. 그런 것도 모르고 있었다니. 그건 도시전설 같은 거구나. <취미의 유전>에서는 전쟁에 나갔다 죽은 친구와 조상이 비슷한 여성을 좋아한 이야기를 한다. 읽을 때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지금 그걸 생각하니 조금 우습기도 하구나. <환영의 방패>에서 흰색 깃발과 빨간색 깃발 나오는 건 다른 이야기에서 본 것 같은데. 그저 깃발만 생각난다. 예전에 한번쯤 본 것과는 아주 다른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환영의 방패에서는 방패 속 세상에서 잘 살았다로 끝난다. 그것도 나쁜 건 아니겠지.


 지금까지 소세키가 셰익스피어를 좋아한다는 건 알았지만, 아서왕 이야기를 좋아한다는 건 처음 알았다. 《아발론 연대기》는 읽어보지 못했지만. 어렸을 때 만화영화로 본 것 같은데 잘 생각나지 않는다. 바위에서 검을 뽑아낸 것만 어렴풋이 기억한다. 그게 아서왕이던가. 소세키는 아서왕 이야기를 <해로행>에서 했다. 아니 아서왕보다 랜슬롯 이야긴가. 그걸 보면서 소세키가 더 오래 살고 소설을 썼다면 판타지도 썼을 것 같은 생각을 잠깐 했다. 소세키는 그저 재미로 써 본 거야 했을지도. 여기 실린 이야기도 그런 느낌 같기도 하다. 다른 소설을 쓰면서 뭔가 다른 게 생각나면 쓰지 않았을까. 이런 걸 멋대로 생각하다니.


 내가 잘 모르는 거고, 여기에도 소세키 소설이 가진 특징이 조금 담겼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걸 잘 알아보지 못하다니. 소세키 소설은 조금 심심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여기 실린 소설에도 감정을 크게 흔드는 건 없는 듯하다. 이건 비슷한 건가. 어쩌면 소세키가 쓴 것과 다르게 생각하는 건지도. 소세키는 나름대로 이런저런 감정을 담았을 텐데, 내가 그걸 알아채지 못하는 거 말이다. 여기 실린 이야기뿐 아니라 다른 소설도. 소세키 자신의 이야기를 많이 담은 《한눈팔기》는 여러 감정을 느끼게 해줄지도 모르겠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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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5-04-01 10: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소세키 소설이 조금 심심하긴 하죠 ㅋ 소세키와 기담이라니 약간 안어울리긴 합니다. 저에게 소세키 이미지는 왠지 진지한 아저씨 입니다~!!

희선 2025-04-05 03:36   좋아요 1 | URL
소세키 소설은 심심한 맛으로 보는 건지도 모르겠네요 그런 게 많은 듯해도 잘 보면 유머도 있는 듯합니다 제가 그걸 다 알아보는 건 아니지만... 이 책은 소세키 자신이 기담으로 쓴 게 아니고 다른 사람이 그렇게 묶은 거군요


희선

꼬마요정 2025-04-01 15: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신기하죠? 저는 참 재미있게 읽었더랬죠. ㅎㅎㅎ 표현도 재미나고... 랜슬롯과 기네비어 이야기를 자기 나름 풀었더라구요. 말씀처럼 소세키가 더 오래 살았더라면 귀신 이야기를 더 쓰지 않았을까 싶어요. 소세키는 은근 환상을 갖고 있는 작가였네요.

희선 2025-04-05 03:41   좋아요 0 | URL
처음 쓴 소설은 고양이가 사람을 보는 거였네요 그건 그때도 많은 사람이 재미있게 봤을 듯합니다 소세키 조금 아쉽겠습니다 소세키보다 더 짧게 산 사람도 있지만... 일찍 죽은 작가가 더 오래 살았다면 다른 소설을 썼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죠 소세키도 그랬을 텐데...


희선
 




생각해도 떠오르지 않아

무엇을 써야 할지

무엇이 아니고 어떻게 쓰는지가

중요하다고 하지만,

쓸 게 있어야 어떻게든 쓰지


쓸 게 떠오르지 않는 걸 이렇게 써

지금은 그저 우울하다는 것밖에 생각나지 않아

우울보다 좋은 게 떠오르면 좋겠는데

마음이 가라앉아서야


마음이 가라앉으면

가라앉는대로 둬도 괜찮지

잠시 그럴 때도 있잖아


피곤해

몸도 마음도

좀 쉬어야겠어

쉬면 나아질 거야


뭐든 쉬고 나아지면 마음 놓겠는데,

다 그런 건 아니군

그래도 지금은 좀 쉬어야겠어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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