路地裏のあやかしたち (2) 綾櫛橫丁加納表具店 (メディアワ-クス文庫) (文庫)
行田尙希 / アスキ-·メディアワ-クス / 201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뒷골목 요괴들 2 - 아야쿠시요코초 가노 표구점

유키타 나오키

 

 

 

이야기가 이어지면서도 단편으로 끝나는 시리즈는 틀이 비슷하기도 하다.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지난번에 마지막에 말한 것처럼 이 책 《뒷골목 요괴들》은 두 권이 더 나와서 이번에는 두번째 책을 만났다. 작가가 첫번째를 쓰고 바로 다음을 썼을지 그것은 잘 모르겠다. 상을 받아서 뒷이야기를 더 쓰면 어떻겠느냐고 편집자가 말했을 것 같기도 하다. 이 책을 보다보면 여전히 요괴가 나오는 만화 《나츠메 우인장》이 떠오른다. 요괴가 살아가는 것은 조금 다르다. 전에도 말했지만 ‘뒷골목 요괴들’은 사람 속에 섞여서 살아간다. 모든 요괴가 그런 건 아니겠지만, 어쩐지 요괴는 사람과 더 잘 어울려서 살아갈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사람은 사람과 어울려서 살아가기 어렵기도 한데. 요괴는 사람과는 다른 시간을 살아서 그럴까. 정말 요괴는 사람보다 더 오래 살까. 요괴는 일본에만 있을까, 어디에나 있을까. 중국, 우리나라에도 있지만 내가 잘 모르는구나. 카(가)마이타치, 자시키와라시, 누라리횬 같은 요괴.

 

카마이타치는 사람을 베는 요괴다. 죽을 정도는 아니고 살짝 베는 게 아닌가 싶다. 이렇게밖에 설명을 못하다니. 자세한 것을 찾아봐야지 생각만 했다(이런 말을 하다니). 코노스케가 가노 표구점에서 표구를 배운 지 한해가 다 되어간다. 코노스케가 언젠가 벚꽃놀이를 가자고 했는데 벚꽃이 피어 꽃놀이를 간다. 거기에서 코노스케는 자리를 맡아야 했다. 꽃놀이 하는 자리에 나타난 요괴가 카마이타치 안즈다. 사람을 베니까 무서울 것 같은데 안즈는 사람 낯을 엄청 가리는 여자아이 모습이었다. 사람 헤이스케, 너구리 이츠키, 텐구 오타는 안즈와 눈을 맞추기까지 얼마나 걸렸는지 말한다. 코노스케는 얼마나 걸릴까. 일본 만화에 가끔 나오는 캐릭터다. 이것은 만화가 아닌 소설이지만.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에 나오는 시오리코와 비슷하다 생각하면 되겠다. 안즈는 다마키(오백년 넘게 산 여우로 전설의 표구사다)한테 오노데라 공장 사장 집에서 족자를 훔쳐달라고 한다. 오노데라 공장을 세운 사장과 안즈는 친구였다. 지금은 손자가 이어서 하는데 손자가 아파서 병원에 있었다. 그 기회를 틈타 손자 아내(이렇게 말했지만 나이는 많다)는 골동품을 팔려고 했다. 공장 일이 잘 안 돼서 그런 걸 팔아서 돈을 마련하려는 거다. 안즈는 오노데라하고 추억이 담긴 족자가 팔리는 걸 걱정해서 다마키한테 훔쳐달라고 했다.

 

아무리 부탁이라 해도 다마키가 남의 물건을 훔치는 일은 하지 않는다. 다행이라 해야 할까 안즈가 소중하게 여긴 족자는 팔리지 않았다. 오노데라 손자 부인이 쓰레기장에 버린 걸 다마키가 찾아서 오노데라 손자가 있는 병원에 갔다. 오노데라 손자가 아프고 공장이 잘 안 된 건 그 족자 때문이기도 했다. 거기에 담긴 마음이 흘러나와서. 나쁜 마음은 아니고 열심히 해야지 하는 오노데라 마음이다. 족자가 오래되고 더러워지면 거기에 담긴 마음이 흘러나온다. 다마키는 족자(그림)에 담긴 마음이 흘러나오지 않게 하는 일을 한다. 안즈가 족자를 소중하게 여긴 것은 오노데라와 자신이 친구였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 거였기 때문이다. 안즈는 오노데라를 친구로 생각했지만 오노데라는 어땠는지 잘 몰랐다. 오노데라도 안즈를 친구로 여겼다는 것을 오노데라 손자가 말했다. 안즈가 어린 여자아이 모습이어도 요괴여서 오래 산다. 안즈는 요괴와 잘 어울리지 못했는데 오노데라는 처음 만났을 때부터 마음이 잘 맞았다. 요괴는 추억으로 살아가는가 싶기도 하다. 그것도 있고 안즈가 오노데라를 만나고 다른 사람과 어울릴 수 있게 된 게 아닐까 싶다.

 

자시키와라시는 우리나라 사람도 많이 들어보지 않았을까 싶은데 어떨까. 자시키와라시는 집안 사람한테 행복을 가져다준다고 한다. 여자아이 모습일 것 같은데 하야세 집안에 사는 자시키와라시는 중학생쯤으로 보이는 남자아이 모습으로 이름은 후타바다. 후타바라는 이름도 여자아이한테 더 잘 붙이던데, 코노스케는 카마이타치 안즈가 자시키와라시 같다고 생각했다. 후타바는 다마키와 요괴한테 하야세 집안 장지문 종이를 갈아달라 하고 맹장지를 갈아달라고 했다. 일을 한번이 아닌 여러번 하게 했다. 그 집에 혼자 사는 할머니 때문이다. 아들이 있지만 아들은 할머니 집에 자주 찾아오지 않았다. 그것도 까닭이 있었다. 전에 그 집에 살던 화가가 그린 그림 때문이었다. 그림에 흠집이 생겨서 화가가 식구를 그리는 마음이 반대로 움직였다. 후타바가 다마키한테 바로 그 그림 이야기를 하지 않은 건 할머니 아들이 그림 때문에 집에 찾아오지 않는 건 아니다 생가하고 싶어서였다. 반대로 생각하면 그림 때문에 아들이 집에 찾아온 것이니까. 그 그림이 조금 영향을 미친 것 같기는 하다. 혼자 사는 할머니니까 후타바가 이야기하고 그러면 좋은데 방안에서 게임만 했다. 후타바가 그러지 못한 건 할머니한테 자신은 진짜 식구가 아니어서였다. 사람을 생각하지만 자신을 진짜 받아들여준 걸까 하는 마음이었다. 후타바가 겉으로는 건방져 보이지만 실제는 속이 깊고 마음이 따듯했다. 본래 자시키와라시는 사람 앞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는데 하야세 집안에 왔을 때는 모습을 드러냈다. 할머니가 자시키와라시를 믿은 게 더 신기한가.

 

누라리횬은 괴물고양이 아게하가 말한 것처럼 남의 집에 멋대로 들어와서 편하게 차를 마시는 요괴일까. 하나 더, 장난도 친다. 예전에 ‘누라리횬의 손자’라는 것을 보았는데, 거기에서는 요괴들이 누라리횬을 따랐다. 여기 나온 누라리횬은 신(이름)으로 사십대 남자 모습이다. 무역회사 일을 하는데 다른 사람 연애에 마음을 쓰기도 한다. 신은 에도시대 때 만난 여자 오리요를 잊지 못했다. 좋아해서기도 하지만 자기 때문에 오리요가 힘들었다고 생각해서다. 요괴와 사람은 맺어질 수 없다고 생각한 신은 오리요 앞에서 모습을 감췄다(그전에 오리요가 먼저 신과 함께 죽기를 바랐다. 두 사람 처지를 생각해서. 그때 두 사람이 함께 죽는 게 널리 퍼져 있기도 했다). 오리요가 신을 만난 건 힘들 때였다. 신을 만나고 오리요는 많이 웃고 바라보는 세상이 넓어졌다. 누군가를 좋아하면 세상이 아름다워 보인다고 하지 않는가. 오리요가 갑자기 신을 만나지 못하게 됐을 때는 슬펐겠지만 신을 만난 일을 기쁘게 생각했을 거다. 어쩌면 신은 오리요한테 더 잘해주지 못한 게 아쉬운 건지도. 곁에 있을 때 잘하기, 그게 가장 좋은 거겠지. 신은 자신이 이루지 못한 것을 다른 사람은 이루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다른 사람 연애를 도와주는 건지도.

 

헤이스케 집안은 대대로 다마키를 스승으로 모시고 표구를 배웠다. 헤이스케가 어렸을 때 아버지와 다마키가 하는 말을 들었다. 그 말은 사람이 표구를 하지 않게 되면 다마키는 산으로 돌아가서 살겠다고 한 거다. 헤이스케는 스승이 산으로 돌아가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생각했다. 그때 생각한 게 창작표구다. 표구를 옛날 그대로 하지 않고 서양식 집에 걸 수 있게 하는 거다. 재미있는 거 하나 더 있다. 헤이스케 집안 사람은 다 자기보다 나이 많은 여자와 결혼했다. 다마키와 어딘가 비슷한. 헤이스케는 약혼을 했는데도 다마키와 다른 요괴한테 바로 말하지 않았다. 몇 달이 지나서야 말한 건 어렸을 때 안 좋은 일이 있어서다. 헤이스케와 결혼할 사람은 박물관에서 일하는 사람으로 이름은 모치즈키 마리다. 모치즈키는 다마키와 다른 요괴를 만나고 바로 친해졌다. 이때는 박물관에 보관한 그림이 이상한 일을 일으켜서 다마키가 그 그림을 찾아낸다. 찾은 건 코노스케라고 해야 하겠다. 코노스케는 고등학교 3학년이다. 이런저런 생각을 한다. 앞으로 일. 하지만 아직 확실하게 정하지 않았다. 코노스케는 앞으로도 다마키와 다른 요괴를 만나고 싶다고 생각했다. 코노스케가 죽 요괴를 만나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표구를 깊게 배워도 좋을 것 같은데 어떻게 할지.

 

겉으로는 요괴와 사람으로 썼지만 그냥 사람 이야기와 다르지 않다. 이런저런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사람. 친구보다 좀더 가까운 관계 식구와 비슷한. 가노 표구점에 모이는 요괴는 그렇다. 다음에는 어떤 요괴가 나오고 코노스케가 어떤 생각을 할까. 책을 보면서 여러 생각을 했는데 그것을 제대로 못 썼다. 이런 일은 처음이 아니구나.

 

 

 

희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의심이 걷히다

 

  나이트 스타   Night Star (2010)

  앨리슨 노엘   김은경 옮김

  북폴리오  2011년 08월 05일

 

 

 

 

 

 

 

 

 

 

 

 

아직 한권 남았지만 곧 끝이 나겠습니다. 이야기는 그렇게 끝나겠지만 그걸로 끝은 아닐지도 모르겠네요. 에버와 데이먼은 죽지 않는 사람이니까요. 영혼이 끝없는 어둠에 떨어지는 게 아니라면 아주 오래 살다가 둘이 함께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언제나 한사람만 바라보고 지낼 수 있을까요. 이렇게 말하는 건 그게 부럽기 때문일지도 모르죠. 자신의 반쪽을 찾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니까요. 벌써 만난 분은 바로 곁에 있는 사람을 소중하게 여기기 바랍니다. 아직 찾지 못한 분은 앞으로 찾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없는 것 같아요. 에버가 저와 같은 생각을 하고 에바 아줌마한테 물어봤습니다. 뭐냐 하면 누구한테나 자신의 반쪽(소울메이트)이 있느냐구요. 에바 아줌마는 그렇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누구나 그 사람을 알아보고 적극 찾아나설 수 있는 건 아니다 했습니다. 알아볼 수 없다면 열심히 찾아보기라도 해야 할지도 모르죠. 저는 둘 다 어려워서. 어쩌다 이런 말을 한 건지 모르겠습니다. 그런 거 자주 생각하지 않아요. 이 책을 볼 때만 잠깐 했습니다.

 

지난번에 에버와 로만 모습을 보고 오해해서 주드가 로만을 죽게 해서 헤이븐이 복수하겠다 했어요. 이런 말을 하니 다른 말도 해야겠군요. 헤이븐은 에버 친구로 로만 때문에 죽어갔는데 에버가 엘릭서를 먹여서 살렸습니다. 그리고 헤이븐은 에버, 데이먼, 로만과 같은 죽지 않는 사람이 되었어요. 헤이븐은 늙지 않고 죽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아주 기뻐했습니다. 헤이븐은 로만을 좋아했지만 로만 마음에는 다른 사람이 있었지요. 다른 사람은 마음이 엇갈리고 마는데 에버와 데이먼은 그러지 않는군요. 이야기에서 중심인물이니 어쩔 수 없겠군요. 하지만 이번에 그런 일이 잠깐 찾아왔어요. 데이먼은 에버를 사백년 동안 찾아다녔거든요. 만나면 서로 좋아하기도 했지만 드리나 때문에 에버가 죽었습니다. 전생을 데이먼과 에버가 보기도 했는데 데이먼은 좋은 것만 에버한테 보여줬어요. 지금에서 바로 앞 삶에서 에버는 미국 남부 노예였는데 데이먼이 에버를 사서 식구들과 좋아하는 사람과 떨어지게 했습니다. 에버는 그 일을 알게 되고 데이먼이 진짜 자기 운명인지 생각하게 됩니다. 주드를 만나면 여전히 마음이 흔들리기도 하고. 혹시 두 사람을 방해한 건 데이먼이 아닐까 했습니다.

 

로만, 헤이븐 그리고 주드는 에버보다 더 많은 일을 알았던가 봅니다. 데이먼이 지난날 어땠는지 알아도 좋아할 수 있을까 하는 말을 했거든요. 데이먼한테는 살아온 삶이고 에버한테는 전생. 지난날은 지나간 일이다 해야 할지, 그것을 제대로 마주보아야 할지. 정말 데이먼이 나쁜 짓을 했을까 하고 에버도 의심합니다. 에버가 헤이븐한테 약한 차크라를 공격받고 섀도우랜드에 떨어질 때, 에버는 모든 전생을 봅니다. 그리고 그때 알게 됩니다. 데이먼이 마법이나 다른 힘을 쓰지 않았다는 것을. 전생에서 에버는 데이먼을 만나면 바로 좋아했습니다. 노예였을 때는 시간이 걸렸지만, 그때는 에버가 흑인이었나보네요. 에버 마음이 확실해지자 에버의 약한 차크라가 나았습니다. 에버는 죽지 않았습니다. 다른 이야기보다 이 이야기를 많이 했군요. 헤이븐하고 다시 사이가 좋아졌으면 했는데 그렇게 되지 않았습니다. 헤이븐은 엘릭서에 중독되고 자신을 제어하지 못했습니다. 힘을 가지면 그것을 올바르게 써야 하는데 헤이븐은 그런 생각은 하지 않았습니다. 학교에서는 다른 아이를 몰아내고 자신이 그 자리를 차지하기도 했어요. 누군가한테 괴롭힘 당하던 사람이 나중에 괴롭히는 쪽이 되기도 하잖아요. 헤이븐이 그랬습니다.

 

그동안 아이들이 치켜올려주던 스테이샤는 그 반대가 됐습니다. 그런 스테이샤를 데이먼이 도와주었습니다. 그리고 에버도. 에버는 스테이샤한테 자기 능력을 좋게 쓴다고 약속하면 본래 자리로 가게 해주겠다고 합니다. 스테이샤가 가장 처음 한 일은 친구한테 미안하다고 한 거예요. 헤이븐은 다시 좋아지지 않았지만 스테이샤는 전보다 나은 사람이 될 듯합니다. 자신이 괴롭힘 당하는 처지에 놓여봐서 그게 어떤지 알 테니까요. 앞에서도 말했는데, 사람은 자기가 가진 힘(재능)을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고 다른 사람을 위해 써야 빛을 내는 듯합니다. 그것은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서도 마찬가지군요. 쌍둥이는 전에 서머랜드에 돌아가려고 해도 그러지 못했는데 다친 주드를 생각했더니 서머랜드에 갈 수 있었습니다. 어쩐지 뭐가 뭔지 모를 말을 한 것 같네요. 여기에서는 사람이 어떻게 살아야 하나 하는 이야기도 하는 것 같아요. 다섯번째가 되어서야 에버는 마음이 좀 자란 듯하고, 그래도 여전히 해독제를 찾으려고 합니다. 고모하고 문제도 아직 있군요.

 

오랫동안 살아온 데이먼은 친구를 깊이 사귀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친구를 사귀게 됐습니다. 에버 친구인 마일스한테 죽지 않는 사람 이야기를 모두 털어놓았습니다. 그리고 주드하고도 사이가 좋아졌습니다. 주드는 에버가 마음을 정한 걸 알고 그것을 받아들였습니다. 다음에는 서머랜드 일이 나올 것 같습니다. 에버가 찾아낸 어둡고 축축한 곳. 서머랜드는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밝은 곳인데 에버가 예전에 가 본 곳은 달랐습니다. 데이먼도 지금까지 서머랜드에 그런 곳이 있다는 것을 몰랐습니다. 그곳은 에버와 관계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여겼습니다. 또 해독제도 찾아야죠. 이 이야기 끝은 좋을 것 같은데 그래도 제대로 지켜보는 게 좋겠지요. 여기까지 왔으니까요.

 

 

 

 

☆―

 

“환생의 핵심은 할 수 있는 한 여러 삶을 경험하면서 사랑과 공감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는 거지. 다른 사람 처지에서 느낀 사랑과 공감이 온전한 내 감정이 되는 거야.”

 

“전에는 환생의 핵심이 업의 균형을 잡는 일이라고 말했던 것 같은데.”
.
.
.

 

“사람은 자기가 내리는 결정에 따라 업을 만들어가는 거야. 이 세상에서 정말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자신이 이 세상에 온 진짜 까닭이 무엇인지 얼마나 빨리 알아차리느냐에 따라 업이 달라지지.”

 

“그게 뭐야? 그러니까, ‘진짜’ 까닭이라는 거 말이야?”

 

나는 여전히 심란한 마음으로 물었다.

 

“서로 사랑하는 것. 그뿐이야. 별거 아니어서 아주 쉬워 보이지. 하지만 방금 본 것도 그렇고, 우리 지난날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람들이 사랑을 실천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알 수 있어.”  (26쪽)

 

 

헤이븐 말이 틀렸다.

 

늘 어느 한쪽이 더 사랑하는 것이 아니다.

 

진정한 인연으로 만난 두 사람은 서로 똑같이 사랑한다.

 

사랑하는 방식은 달라도 그 깊이는 똑같다.  (243쪽)

 

 

 

 

 

 

 

사라지지 않는 영혼

 

  에버래스팅   Ever Lasting (2011)

  앨리슨 노엘   김은경 옮김

  북폴리오  2011년 12월 15일

 

 

 

 

 

 

 

 

 

 

 

 

등불을 들고 여기 서 있을게 먼 곳에서라도 나를 찾아 와

인파 속에 날 지나칠 때 단 한 번만 내 눈을 바라봐

난 너를 알아 볼 수 있어 단 한순간에

Cause Here, I stand for you

 

Here I stand for you에서, 넥스트

 

 

 

드디어 마지막 이야기까지 만났습니다. 여섯권이지만 참 길었습니다. 책이 아니고 제가 이 책을 다 보기까기 걸린 시간이죠. 책을 보면서 죽지 않는 두 사람이 앞으로도 잘 살아갈까 하는 생각을 하고, 때로는 시간 많으니까 천천히 필요한 걸 찾아도 되지 않을까 했습니다. 실제 서두르다 잘 안 되기도 했거든요. 마지막에는 모든 시련을 뛰어넘고 잘 살아가리라 여겼지요. 소설은 바라는 걸 얻기 위해 생고생하는 이야기다는 말을 보았는데 이것도 그래 보입니다. 바라는 것을 얻을 수도 있고 얻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어떤 이야기는 마지막이 아쉽기도 합니다. 어떤 마지막이었는지 뚜렷하게 말해야 하지만 딱히 생각나는 건 없습니다. 지금은 생각과는 다른 마지막일지라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쩐지 아쉬워도 말이죠. 어쩌면 아쉬움이 남는 게 더 나은 건지도. 뭐든 잘되고 좋게 끝나도 아주 좋지는 않더군요. 사람 마음은 이상하네요. 모두 잘된다 해도 그게 끝은 아니겠지요. 이야기가 끝나도 우리 삶은 끝나지 않으니까요. 살아갈 때는 무언가 하나를 끝내면 또 다른 걸 시작하지요. 끝없이 돌을 밀어올리는 시지프스처럼. 그것은 되풀이되는 일상이라는 말을 들은 것 같네요.

 

오래전 데이먼은 연금술로 마시면 죽지 않는 것 ‘엘릭서’를 만들어서 자신과 몇 사람이 함께 마시고 죽지 않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데이먼 삶은 그게 처음이었을까요. 어쩌면 그것보다 먼저 삶이 있는 건 아닐까 합니다. 데이먼과 에버는 그보다 더 전에도 만났더군요. 이름도 모습도 달랐지만. 데이먼이 죽지 않는 사람이 되어 에버를 찾아 헤매게 된 일은 아주 오래전 일 때문입니다. 그때 에버와 데이먼만 있었던 건 아니고 지금 삶에서 만난 사람도 거의 가까이에 있습니다. 그것을 보면서 사람 옷깃이 스치려면 오랜 시간이 있어야 한다는 말과는 반대구나 했습니다. 전생이 진짜 있는지 모르겠지만 여기에서는 모두 다시 태어나고 똑같은 잘못을 저지르더군요. 드리나가 에버를 죽인 것도 더 오래전에 시작했던 거고, 자기와 운명이 아닌 다른 사람을 좋아하는 것도. 그런데 상대는 정해져있는 걸까요. 다시 태어났을 때도 같은 사람을 만난다는. 클램프가 그리는 만화 세계도 그렇습니다. 짝이 정해져 있고 어떤 세상에서든 그 사람을 만나고, 다시 태어나도 그렇게 되더군요. 그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 그렇게 생각하면 사람은 늘 비슷한 삶을 되풀이하는 게 되잖아요. 그걸 사람이 아는 건 아니지만.

 

죽지 않는 사람이 죽으면 영혼은 어둡고 추운 섀도우랜드에 갇힙니다. 우주 법칙은 무엇이든 이 세상에 오면 언젠가는 떠난다잖아요. 거기에 거스르는 게 죽지 않는 사람이지요. 영혼이 갇히는 건 자연 섭리를 따르지 않은 벌일지도 모르죠. 저도 모르게 죽지 않는 사람이 된 사람은 죽음을 바라기도 했습니다. 에버가 해야 하는 건 데이먼과 하나가 되기 위한 해독제를 찾는 게 아니고 모든 것을 본래대로 되돌리는 일이었습니다. 에버가 오랫동안 다시 태어난 것도 그것 때문이었다는군요. 자연 섭리에 따르는 일입니다. 그때는 해독제가 없어도 괜찮아요. 정말 해야 할 일을 알면 다른 것은 자연스럽게 해결되는군요. 죽지 않는 사람 영혼이 섀도우랜드에 가는 것이나 해독제. 에버와 데이먼은 섀도우랜드에 갇힌 영혼을 구하고, 드리나와 로만 그리고 헤이븐 영혼도 만나서 좋게 말합니다. 처음에 이 소설을 봤을 때는 죽지 않고 한사람하고만 살아갈 수 있을까 했는데, 마지막에 이런 게 나오다니. 마지막까지 보기로 한 걸 잘했다고 생각해야겠네요. 안 봤다면 몰랐을 테니까요. 죽지 않는 사람이 모두 다시 나이 들고 언젠가 죽는 사람으로 돌아간 건 아닐지도 모르겠어요. 에버와 데이먼 말고 로만 때문에 죽지 않게 된 사람도 있었거든요. 에버가 그 사람들을 불러서 이야기를 했는데, 나중에 보니 냉장고에 넣어둔 엘릭서가 사라졌습니다. 죽지 않는 사람이 잘못해서 죽어서 섀도우랜드에 가도 이제 그 영혼을 구해줄 사람은 없겠네요.

 

사람이 죽어도 영혼은 사라지지 않는다, 고 하는데 정말 그럴까요. 영혼도 살아있을 때 중요할 것 같은데. 가까이에 누군가 있다고 느껴지세요. 이렇게 말하면 무서울까요. 가까운 사람이 세상을 떠났을 때 그 영혼이 가까이 있다면 무섭지 않겠습니다. 삶이 빛나는 건 죽음이 있기 때문이지요. 죽으면 다시 태어날지 어떨지 모르겠지만 죽음을 그렇게 슬퍼할 것만은 아닌 듯합니다. 자연스러운 죽음이 아닐 때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겠지만. 어쩌면 이런 걸 깨달으려면 시간이 걸리는지도 모르겠어요. 에버와 데이먼도 많은 일을 겪고서야 다시 만나고 몸이 아닌 영혼이 더 중요하다는 걸 알았으니까요. 끝없는 삶은 지루할 것 같기도 합니다.

 

 

 

데이먼, 영혼은 사라지지 않아

지금과 다른 모습일지라도 나는 너를 알아볼거야

우린 다시 만날 수 있어

두려워하지마

 

 

 

*그냥

 

바로 앞에서 한 말은 에버가 되어서 한 겁니다. 책 속에도 이런 말이 있군요. 모습이 달라도 눈을 보면 그 사람인지 알 수 있다고 하던데, 넥스트 노래 Here I Stand For You에도 ‘단 한번만 내 눈을 바라봐’ 하는 말이 있군요. 눈이라……. 글은 자신이 경험한 것을 쓰기도 하지만 바라는 걸 쓰기도 합니다. 누군가를 한눈에 알아보는 거, 처음에는 바라는 일을 쓴 게 아닐까 했는데 경험일 수도 있겠네요. 제가 경험하지 않았다고 해서 남도 그렇다고 할 수 없잖아요. 글로는 실제 할 수 없는 말도 합니다. 자신이 할 수 없는 말을 다른 사람 입을 빌려서 하는 사람 많을지도 모르겠습니다.

 

 

 

 

☆―

 

“내 말은 너희가 엘릭서를 마시는 거 말이야, 음, 뭘 먹는지 자세히 모르지만, 어쨌든 내 요지는 그게 자연 섭리에 어긋난다는 거야. 무슨 말인지 알겠지? 본래 사람 몸은 영원하지 않아. 영원한 건 영혼이야. 영혼이야말로 영원히 죽지 않는 거야. 영혼은 돌고 돌기는 해도 절대로 사라지지 않아. 우린 몸으로 살아가는 세상 저편을 볼 줄 알아야 해. 이 세상에만 집착하면 안 되고…….”  (51쪽)

 

 

식물과 동물에서 사람에 이르기까지, 지구에 사는 모든 생물이 서로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모두 하나다.

 

살다가 죽울지 몰라도 우리 영혼과 본질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우리는 하나같이 끝없다.  (188쪽)

 

 

“우주는 참을성이 많아. 우리가 참된 것을 제대로 알 때까지 여러 기회를 주지. 그래서 우리가 다시 태어나는 거야.”  (192쪽)

 

 

 

 

 

 

 

색칠하기

 

 

 

 

 

 

이 책 제목을 봤을 때 떠올린 건 동화 《비밀의 화원》(프랜시스 호지슨 버넷)입니다. 이것도 그런 동화가 아닐까 한 거예요. 색칠하는 책이라는 것을 안 건 지난달이고 그때 엽서로도 나온 것을 알았습니다. 요새 이런 책 많이 나오더군요. 이런 게 있다는 것도 몰랐습니다. 알았다고 해도 그렇게 관심을 가졌을지 모르겠지만, 이건 엽서여서 색칠해서 쓰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림은 잘 못 그렸지만, 어렸을 때 색칠하기는 좋아했습니다. 그때는 색연필이 없어서 크레파스로 색칠을 했는데, 색연필 갖고 싶었습니다. 크레파스로 칠하면 겉이 끈적끈적해서. 학교에 들어가면 크레파스는 사주지만 색연필까지 사주는 사람은 별로 없었을 것 같습니다. 아이가 바라면 사줬을지도 모르죠. 저는 사달라고 했는지 안 했는지 생각나지 않는군요. 할 수 없었을지도 모르죠. 어쩌면 크레파스조차 없는 아이가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나이를 먹고 문구점에서 색연필을 보니 갖고 싶더군요. 그림을 그리고 색칠할 것도 아닌데 그랬죠. 예전에 사둔 색연필을 이제야 쓰게 됐습니다. 하지만 색연필 색이 적어서 조금 아쉽습니다. 크레파스도 열두가지와 스물네가지 색이 있었군요. 제가 가진 색연필은 연필처럼 갂는 것으로 색이 열두가지예요. 흰색은 칠해도 안 보여서 실제는 열한가지죠. 아직 쉬운 것만 몇장 칠해봤습니다. 처음에는 여러장 칠하기도 했는데 지금은 무엇을 칠할지 결정하기 어렵네요. 천천히 해도 괜찮겠습니다.

 

 

 

희선

 

 

 

 

 

 

 

 

 

 


댓글(4)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장소] 2015-01-09 04: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너무 예뻐요.*^^*
보통아닌 솜씨!

희선 2015-01-10 22:59   좋아요 0 | URL
그렇게 잘 칠하지 못했지만, 예쁘다고 해주시니 고맙습니다 그림까지 잘 그리는 사람에 견주면 별거 아니지만...


희선

2015-01-11 00: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1-11 23: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路地裏のあやかしたち―綾櫛橫丁加納表具店 (メディアワ-クス文庫) (文庫)
行田 尙希 / アスキ-メディアワ-クス / 2013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뒷골목 요괴들 - 아야쿠시요코초 가노 표구점

유키타 나오키

 

 

 

일본에는 요괴(신) 이야기가 많다. 내가 아는 건 얼마 없지만 아마 많을 거다(만화, 소설). 일본이 섬나라이기 때문에 그런 게 많은 게 아닌가 했다. 우리나라 제주에도 신이 많았다는 걸 알고 그 생각이 아주 틀린 건 아니구나 했다. 요괴와 신이 같은가 할지도 모르겠는데, 요괴가 신에 들어갈 때도 있다고 해야 할까 신이 요괴에 들어가기도 한다고 해야 할까. 그냥 요괴도 있지만 사람이 신으로 모시는 요괴도 있다(일본은 사람을 신으로 모시기도 한다). 요괴가 신이 되기도 한다고 해야겠다. 재미있게 본 것은 만화 《나츠메 우인장》이다. 만화니까 요괴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좋기도 했다. 만화 속 사람은 몇 사람 빼고는 그 요괴를 못 봐서 아쉽겠다. 아니 그 안에서 연기를 한다 생각하면 안 보이는 척하는 건지도. 좀 쓸데없는 생각이다. 이 책을 알게 된 건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미카미 엔) 때문이다. 그 책 속에서 이 출판사에서 나오는 책 광고를 보았다. 어떤 책은 조금 관심을 가졌는데 우리나라에서 나오기도 했다(《히구라시 타비토가 찾는 것》야마구치 코자부로, 이 책은 탐정 히구라시 시리즈다)이런 책 광고 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걸 보면 책이 보고 싶어지니까. 이 책은 보기로 했지만. 그러고 보니 거기에서 본 거 이거 하나만 보기로 했구나. 이 소설은 제19회 전격소설대상 ‘미디어웍스 문고상’을 받았다. 이런 것을 잘 아는 건 아니고 그런 말이 쓰여 있어서 말한 것뿐이다.

 

여기에는 어떤 요괴가 나올까. 오백년 넘게 산 여우 요괴 다마키, 괴물고양이 아게하, 둔갑하는 너구리 이츠키, 언젠가 텐구 왕이 될 텐구 왕자 오타, 눈여자(설녀) 렌게, 미용사로 사는 갓파 와시야 조지. 요괴만 나오는 건 아니다. 사람도 나온다. 고등학교 2학년 남자아이 오바타 코노스케다. 이렇게 말하니까 다음에 이을 말이 생각나지 않는다. 먼저 코노스케가 어떻게 요괴를 만나는지 말해야겠다. 너구리 이츠키 앞에만 ‘둔갑하는’을 붙였는데 모두 사람과 같은 모습이다. 요괴라는 말을 안 하면 그냥 사람으로 볼 거다. 사람은 하나 더 나온다. 표구를 하는 사람으로 다마키한테 일을 가져다주는 사에키 헤이스케다. 다마키 겉모습은 젊은 여성으로 언제나 기모노를 입는다. 다른 요괴도 나이 들어보이지 않는다. 오타는 초등학생, 아게하와 렌게는 고등학생처럼 꾸몄다. 이츠키는 이십대 남성이고 조지는 삼십대로 보인다. 오래 살아도 모습에 따라 마음은 다른 걸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어떨지. 다마키가 가장 오래 살았고 다른 요괴도 고등학생인 코노스케보다 오래 산 듯하다. 초등학생 모습으로 초등학교에 다니는 오타는 어떤지 모르겠다.

 

책 제목은 《뒷골목 요괴들》이고 제목 사이에 작게 쓰여 있는 것은 ‘아야쿠시요코초 가노 표구점’이다. 앞에서 코노스케가 어떻게 요괴를 만나는지 말한다고 했는데 다른 말만 했다. 코노스케 아버지가 죽은 뒤에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코노스케 아버지는 화가로 아버지가 죽기 전에 그린 그림 몇 점이 이상한 일을 일으켰다. 늦은 밤에 소리가 났다. 코노스케는 그것을 친구 모리시마한테 말한 적이 있는데, 모리시마가 다마유라길 아야쿠시요코초에 사는 힘센 요괴한테 부탁하면 이상한 일을 해결해준다고 했다. 그 말을 다 믿은 건 아니지만 혹시나 하고 코노스케는 새벽에 그곳에 찾아간다. 그곳에서 코노스케는 기모노를 입고 술을 마시는 동물을 보고 다마키와 이츠키를 만난다. 골목을 안내해준 건 고양이로 나타난 아게하였다. 다마키는 오늘은 늦었으니 다음날 낮게 다시 찾아오라고 한다. 코노스케는 다음날 아야쿠시요코초에 간다. 아버지가 남긴 그림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코노스케 아버지는 코노스케가 태어나고 잠시만 같이 살다가 집을 나가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그림을 그렸다. 아버지가 집에 돌아온 것은 암에 걸려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다. 코노스케는 아버지를 그렇게 원망하지 않았다. 엄마는 아버지하고 결혼할 때 약속한 거였다고 했다. 별나기도 하다. 아버지는 오바타 코센으로 이름이 알려진 화가였다. 집에 돌아오고는 병원 갈 때만 빼고 방에 틀어박혀서 그림을 그렸다. 다른 그림은 다 팔렸지만 다섯장이 남았다. 그 그림이 움직이고 소리를 냈다.

 

다마키는 표구사다. 그림에 남은 마음을 줄이거나 바깥에 흘러나오지 못하게 하는 일도 한다. 표구를 하면 그렇게 되는가보다. 어떤 그림은 나이가 많은 사람이 그린 것으로 꽤 오래되었다. 거기에는 더 살고 싶다는 마음이 남아있었다. 다마키가 그림을 매만지고 그림으로 앞으로 백년 더 살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하니 그림이 조용해졌다(그것은 표구를 새로 하는 것이라고 해야겠다). 코노스케는 혹시 아버지가 남긴 마음도 그런 게 아닐까 했다. 함께 살지 않은 시간이 길었으니 아버지는 아들한테 말로 하기 어려웠을지도. 그림 다섯장 가운데서 제비 그림을 다마키가 표구했다. 그림만 볼 때는 제비 두 마리와 한 마리 사이가 멀었는데, 표구를 하고 나니 세 마리가 같은 하늘을 나는 것처럼 보였다. 표구, 잘 모른다(인터넷에서 찾아봤지만 나온 게 별로 없었다. 내가 잘 못 찾은 건지도). 족자나 병풍을 만드는 것인 듯. 아는 건 이 정도다. 남은 네 장은 코노스케가 표구하면 어떻겠느냐고 해서 다마키한테 배우기로 한다. 다마키가 받는 건 새로 나오는 햄버거다(다마키는 햄버거를 아주 좋아한다). 코노스케는 다마키가 오백년 넘게 산 여우라는 것을 표구를 배우기로 했을 때 안다. 아야쿠시요코초를 아야카시요코초가 아닌가 한다. 이 말 재미있기는 하다. 아야카시는 요괴를 나타내는 말로 아야쿠시와 발음이 비슷해서 그렇게 생각한 거다.

 

코노스케가 다마키한테 표구를 배우는 것과 이상한 일이 일어나서 그게 왜 일어나는지 알아보고 해결하는 그런 이야기다. 텐구, 괴물고양이(네코마타), 너구리, 여우. 뜬금없이 이 말을 하다니. 일은 거의 그림과 관계있다. 다마키가 표구를 하기 때문이겠지. 앞에서도 말했듯이 그림을 그냥 보는 것하고 표구하거나 액자에 넣었을 때 그림이 아주 다르게 보인다고 한다. 아무도 봐주지 않아서 쓸쓸한 그림은 자신을 찾아주기를 바랐다. 상대한테 마음을 전할 수 없지만 조금 알아주기를 바라는 사람도 있었다. 병풍그림 속 공작이 짝과 떨어지게 되어 슬퍼했다. 너구리 이츠키가 일은 조금 웃겼다. 이츠키가 하는 일은 별로 좋지 않은 사기꾼(결혼사기)인데 이츠키는 그것을 잘 못했다. 사귀는 여자가 늘 먼저 헤어지자고 했다. 이츠키 마음이 아주 나쁘지 않아서겠지. 여기에서 일어나는 일과 표구가 이어져서 표구가 어떤 건지 조금 알았다. 예술품은 사람보다 오래 산다고 하지 않는가. 표구도 백년 뒤를 생각하고 한다고 한다. 앞도 중요하지만 뒤는 더 중요하다고. 이런 알 수 없는 말을. 솔직히 말하면 잘 못 알아들었다. 종이를 여러 번 붙이고 풀은 진함과 묽음이 다 다르다는 말만 알았다. 종이에 따라 바르는 풀도 다른 게 아닐까.

 

코노스케는 다마키와 가노 표구점에서 만나는 요괴들을 한달 동안이나 만나지 못했다. 어디에 잠깐 다녀온다고 하고는 연락이 없었다. 코노스케는 모두를 만난 게 꿈이었나 했다. 얼마 뒤 다마키와 다른 요괴들은 돌아왔다. 누군가를 만나면 갑자기 헤어지기보다 제대로 헤어져야겠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나한테는 그런 일 없겠지만. 이 소설은 두 권 더 나왔다. 다음에는 좀더 잘 보고 잘 쓰면 좋겠다.

 

 

 

희선

 

 

 

 

☆―

 

“여섯달밖에 그림을 못 그린다는 것은 너희 식구한테 남길 수 있는 그림을 앞으로 여섯달밖에 그리지 못한다는 거야. 남은 삶이 여섯달이라고 선고 받아서 네 아버지 머리에 먼저 떠오른 것은 식구였겠지. 식구를 위해 짧은 시간 동안 자신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무엇을 남길 수 있을지 그것을 생각했어. 역시 네 아버지는 화가여서 그림 그리는 것밖에 할 수 없어. 그래서 목숨이 다하는 그때까지 그림을 그리자고 생각했을 거야.”

 

나는 죽음이 다가오는 아버지 얼굴이 떠올랐다.

 

“하지만 죽음이 가까이 다가오자 가장 많이 마음을 차지한 것은 아들이었어. 그때 생각난 것은 단오 그림 주제였겠지. 병에 걸리지 않고 건강하게 자라기를, 단단한 아이가 되기를, 행복하게 지내기를, 바람을 담아서 그렸어. 그 마음이 이 그림에 스며든 거야.”  (62~63쪽)

 

 

백년 뒤를 제대로 보는 일. 지금 그림을 백년 뒤에 전하는 일. 그리고 더 앞날로 이어간다. 그 안에 발끝만이라도 들인 게 기쁘고 조금 자랑스럽다.  (184쪽)

 

++이 말을 보니 <시간을 달리는 소녀>에 나온 남자아이가 그림을 보기 위해 그 시대에 왔다고 한 게 생각난다(내 기억이 맞을지). 자신이 사는 시대에서는 그 그림을 제대로 볼 수 없다고 했던 것 같다. 백년, 그것보다 더 뒤를 생각했다면 그런 일은 없었을지도 모르는데(하지만 그런 일이 있었기 때문에 여자아이와 남자아이는 만났다). 지금 사람은 지금뿐 아니고 오래전 그림을 더 오래 가도록 생각하고 무언가 하고 있을까.

 

 

 


댓글(4)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ICE-9 2014-12-29 05: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일본 초등학생 학부모들은 애니메이션 요괴 워치에 나오는 요괴 워치 시계 장난감을 구하느라 야단이더군요. 없어서 못 판다는 말이 들릴 정도로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아주 선풍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고 합니다. 아마도 기후에 영향을 많이 받는 섬나라라는 환경상 애니미즘이 될 수밖에 없고 그 때문에 요괴도 꽤나 인기를 얻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나츠메 우인장이나 유정천 가족이 그러하듯이^ ^ 저도 요괴물을 좋아하는 지라 이 책도 절로 눈이 반짝여지네요. 번역되어 읽어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희선 2014-12-30 01:48   좋아요 0 | URL
역시 제가 모르는 요괴 이야기 있군요 많이 있을 것 같은데, 아는 건 별로 없군요 그걸로 좀 아는 척하는군요 요괴워치를 찾아보니 만화네요 애니메이션으로도 만들었군요 그림을 보니 포켓몬스터가 생각나기도 합니다 포켓몬스터는 알기만 하고 본 적 없어요 어린이가 좋아할 만화군요 우리나라에서도 이 만화 했군요 만화에 나오는 걸 실제 만들면 아이들이 그것을 가지고 싶어하겠습니다 일본은 그런 걸 많이 만들죠 <유정천 가족>도 못 봤습니다 이 작가 책은 한권 보기는 했는데... 나올지, 안 나올지... 우리나라에 나오면 잘 팔릴까요 그런 것을 생각하고 결정할 것 같군요


희선

라로 2014-12-29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아는 요괴중 젤 좋아하는 요괴는 베로입니다. 표구점에서 만나는 요괴들은 좀 착할 것 같아요~~~^^;;;

희선 2014-12-30 02:00   좋아요 0 | URL
베로, 모르는 요괴군요 찾아보니 베로는 요괴인간 벰(妖怪人間ベム)에 나오더군요 1968년에서 1969년까지 모두 26화가 방송되었네요 꽤 오래된 만화영화군요 드라마로도 만들었다고 합니다 베로는 사람이 되었을지 모르겠군요 대충 읽어봤는데 실험으로 만들어진 요괴인간이군요 안됐다는 생각이 듭니다

요괴여서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눈에 띄는 행동은 안 합니다 사람과 어울려서 살아가요


희선
 
밤과 노는 아이들 - 상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이윤정 옮김 / 손안의책 / 2007년 10월
평점 :
절판


 

 

아이가 나타내는 여러가지 뜻에서 하나를 더하면, 우리말로 어린이기도 하다. 다른 뜻은 ‘I 나 자신’ ‘EYE 다친 내 왼쪽 눈’ ‘愛(아이) 그 가치를 인정하고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 ‘哀(아이) 불쌍히 여기는 마음’ ‘i 허수, 없다’ ‘藍(아이) 짙은 청색’이다(이것은 책 속에 나온 아이 뜻이다). 발음은 같지만 다른 뜻이 되는 말 재미있기도 하다. 이것과 똑같지 않지만 이 책 속에는 한번 더 생각해야 하는 게 좀 나온다. 그것을 바로 안 건 아니고 여기 나오는 사람이 생각하는 걸 보고서야 알았다. 거기에는 일본이기에 쓸 수 있는 것도 있다. 문화라고 해야겠다. 한가지만 보기를 들면, 엄마를 엄마라 하지 않고 이름으로 말하는 것이다. 이것은 서양 문화지만 일본은 서양 것을 많이 받아들였다. 아니, 그게 서양 문화를 많이 받아들여서는 아닐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어린이 이름을 말할 때 그냥 이름만 말하지만, 일본은 이름 뒤에 ‘상さん(씨)’을 붙일 때도 있다. 처음에는 그게 좀 별나 보였는데 지금은 그러려니 한다. 여기에서 벌어지는 게임(사람을 죽이는)도 말로 문제를 낸다. 어떤 말이 들어갈까, 그 안에 들어가는 말(글자)이 이름에 있는 사람을 찾는 거다. 자신이 당한 일을 되갚아준 일도 있지만 아무 잘못 없는 사람도 죽인다. 아니 아주 관계없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둘레 사람을 죽여서 누군가 자신을 찾고 멈추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었을지도.

 

제목이 ‘밤과 노는 아이들’ 이어서 아이가 나오는 건가 했다. 밤은 또 무엇일까 싶기도 하다. 어둠. 아이가 순수하다고 하는데 세상에는 그런 아이만 있는 건 아니다. 때론 끝없이 잔인해지는 게 아이다.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어떤 환경에서 자라는지에 따라 사람은 달라지겠지. 아이가 순수하다는 거 아주 틀린 건 아니구나. 무엇에든 쉽게 물든다는 뜻에서는. 아주 잠깐이라도 좋은 환경에서 올바른 말을 듣고 자랐다면 나쁜 환경에 놓인다 해도 그것을 잊지 않고 지키려고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날 때부터 나쁜 환경에서 자란다면, 자신을 지키려는 본능이 더 크겠다. 부모가 없고 시설에서 자란다고 해서 모두 나빠지는 건 아닐 거다. 그 시설에서 좋은 사람을 만난다면 그 아이는 몸 마음 모두 건강하게 자랄 텐데. 시설 환경이 나쁘면……. 아이가 아주 안 나오는 건 아니다. 어린시절 이야기에 잠깐 나온다. 대학생, 대학원생은 어른일까. 나이는 어른일지라도 아주 어른이라고 하기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나도 아직 내가 어른이라는 생각이 안 드는데. 어른은 어떻게 되는 걸까. 겉으로 보이는 게 아니고 스스로 어른이 되어야겠다 생각해야 조금이라도 될 것 같다. 나는 어른이 되고 싶지 않은가보다.

 

책을 보면 거기에 나오는 사람이 보는대로 볼 때가 있다. 앞에서 일본이기 때문에 쓸 수 있었다는 말을 했는데, 한사람만 어떤 사실을 몰랐다. 군데군데 어쩐지 이상한 말이 나오는데 그 사람처럼 나도 그것을 바로 알아내지 못했다. 소설이기 때문에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현실에서는 그렇게까지 모르지 않을 듯하다. 관심 갖지 않으면 모를 수 있을지도. 어떤 사람은 이런 말을 했다. 자신을 멈추게 해줄 것이 있으면 큰일을 저지르지 않는다고. 울리고 싶지 않은 사람이라고 해야겠다. 이것은 보통 사람도 비슷하다. 누군가를 생각해서 잘 살아야겠다 하는 거. 그게 꼭 좋아하는 사람만은 아니다(그 안에 들어가겠다). 식구, 친구여도 괜찮다. 가끔 자신한테는 지킬 게 없기 때문에 아무 거리낌이 없다고 하는데, 사람은 지킬 게 있을 때 더 힘내지 않을까 싶다. 기무라 아사기가 조금만 마음을 열고 다른 사람을 봤다면 좋았을 텐데, 형한테만 매달려서. 어떻게 보면 형한테 매달린 게 아닐지도 모르겠다. 그저 자기 자신을 없애고 싶었던 건지도. 모두라고 할 수 없지만 여기 나오는 사람은 어릴 때 어떤 일이 있었다. 고즈카는 아버지가 암으로 세상을 떠나고 엄마는 아버지 친구와 다시 결혼했다. 고즈카 친구 교지는 어릴 때 비행기 사고로 부모와 동생이 죽어서 아버지 친구 부부와 살게 된다. 가장 안 좋은 건 아사기다(아사기는 고즈카와 같은 연구실 친구다). 아사기는 아버지 없이 엄마와 쌍둥이 형 아이와 함께 셋이 살았는데 엄마가 아사기를 많이 때렸다. 형이 있어서 괜찮았지만, 어떤 일이 생겨서 아사기는 시설에서 살게 된다. 시설 환경은 아주 안 좋았다. 아사기는 그곳에서 아이들한테 괴롭힘 당했다. 자신이 살아남을 방법은 공부밖에 없다고 생각했지만, 공부 잘하는 건 폭력에 아무런 힘도 되지 않았다.

 

사람은 겉모습만 보면 모르는 거다. 대학 사람들은 아사기를 타고난 천재에 왕자님으로 보았다. 고즈카는 애쓰는 모범생. 고즈카와 아사기는 서로의 사정을 모른다. 서로 자기 이야기를 털어놓을 기회가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친구라 해도 여러 모습이 있다. 어떤 게 좋은 건지 모르겠는데,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친구는 친구라 할 수 없을지도. 츠키코 친구 시노는 자신을 여왕처럼 떠받들어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츠키코가 시노를 처음 만났을 때는 괜찮았는데 언젠가부터 이상해졌다. 츠키코는 그런 시노를 만나는 게 편하지 않은데 여전히 친구로 지냈다. 언젠가 시노한테 멋진 남자친구가 생기면 괜찮아질거다 여겼다. 정말 괜찮아질까. 그런 기회는 영영 없어졌지만. 시노한테 츠키코 같은 친구가 있어서 시노가 슬쓸하지 않았겠다 생각해야 할지도. 처음부터 시노가 안 좋은 성격을 드러냈다면 츠키코는 친구가 되지 않았겠다. 시노도 자라온 환경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일지도. 온실 속 화초였다고. 그것보다 시노는 자신이 없었다. 집은 부자였지만 부모한테 사랑받지 못했나보다. 얼굴하고 다르게 행동한 사람도 있다. 얼굴은 순하고 피부도 곱고 따듯하고 다정해 보이는데 여자친구를 때리고 둘이 사귄다는 것도 비밀로 한 사람. 그런 사람한테 빠져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자신을 아껴주는 사람이 아니면 그만두는 게 좋다.

 

이제 끝내야 하는데 어떤 말로 끝내야 할지 모르겠다. 책을 보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했는데, 그것은 다 말하지 못했다. 잊어버려서. 짐작한 게 하나 있다. i와 Θ(아이와 세타). 얼마전에도 비슷한 걸 보았는데. 그런 것을 처음 봤다면 놀랍구나 했을지도 모르겠는데 지금까지 여러번 보아서. 그렇군 했다. 사람 정신(마음)은 약하다는 것을 또 느꼈다. 약하기에 힘을 내기도 하지만. 츠키코도 지금은 현실에서 달아났지만 언젠가는 그것을 받아들이겠지. 책이나 영화에서는 오해하는 일이 벌어져도 현실에서는 그런 일이 적었으면 좋겠다. 만약 깨달았다면 그때 진짜 해야 하는 일을 하기를. 무슨 말이야 할지도 모르겠다.

 

배추흰나비와 기생벌이야기가 나오는데 무섭다. 번데기, 나비도 되지 못한 애벌레구나. 자연은 겉에서 보면 평화롭지만 그 속을 잘 보면 그렇지 않다. 그렇게 살아가는 게 자연스러운 거고 저마다 열심히 살아가는 건지도 모르겠다. 사람은 본능대로만 살지 않고 생각하고 서로 돕고 산다. 거기에서 희망을 찾아야 한다.

 

 

 

희선

 

 

 

 

☆―

 

“뭐랄까. 좋아해서 울리고 싶지 않은 사람을 하나 만들어두는 거야. 스무살도 넘은 남자가 무슨 부끄러운 얘기냐고 웃고 싶으면 웃어도 되는데, 나 이것만큼은 양보 못해. 그러지 않으면 안 된다는 걸 예전에 깨달았거든. 안 그러면 사는 게 점점 무책임해지고 한심해져. 난 무서워. 어떤 것에도 열정이 없고, 집착하지도 못하는 지금 스스로가.”  (하권, 220쪽)

 

 

“아사기는 말이지, 세상에 복수하고 싶어했어. 이 세상은 잔인하고 손 쓸 수 없는 악의로 가득 차 있어. 인간이라는 건 정말 쓸데없이 머리가 아주 좋거든. 자신의 자아를 지키기 위해 남한테 상처를 주면서 살아가는 거야. 자신이 더 잘 살고 싶은 욕구 때문에, 사람은 모두 이기적이고 열심이 되지. 여긴 그런 한심한 곳이야. 아사기는 누군가한테 사랑받고, 누군가를 사랑하고 싶었지만 아무도 자신한테 그렇게 해 주지 않는다고 엉뚱하게 화를 내고 있었어.”  (하권, 453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지금은 좀 나아졌을 것 같은데

 

  살고 싶다 : 제10회 세계문학상

  이동원

  나무옆의자  2014년 05월 23일

 

 

 

 

 

 

 

 

 

 

 

 

군대가 어떤지 나는 잘 모른다. 우리나라에는 국민이 꼭 해야 하는 일 가운데 국방의 의무가 있다. 이것은 남녀 모두한테 해당하지 않는다. 그래서 남자는 조금 불만을 가지고 있을 듯하다. ‘왜 우리만’ 하는. 그냥 보내는 두 해 조금 넘는 시간은 빨리 가지만 군에서 보내는 두 해 이상은 잘 가지 않을 거다(지금은 두 해 안 되려나). 먼저 그곳에는 남자들만 있고 상하관계가 뚜렷하고 해야 하는 것 지켜야 하는 것도 많다. 잘 모른다면서 이런 말을. 책 같은 데서 조금 본 것뿐이다. 일어나고 잠자는 시간, 밥 먹는 시간도 정해져 있다. 건강이 좋지 않은 사람이 군대에 갔다 오고는 몸이 좋아지기도 한다. ‘군대 체질인가 봐’ 하는 말을 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모두 그럴까. 군대 이야기를 보다보니 학교도 생각났는데, 학교가 군대보다 좀 나을 것 같기는 하다. 개성을 존중해주지 않는 것은 비슷하지만. 군대는 모두 같아야 한다. 튀면 안 된다. 지금은 예전보다는 나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일반사회와 동떨어져 있고, 그곳에는 그곳만의 규칙이 있다. 그것을 지키지 않고 적응하지 못하면 아주 힘들다. 군대 잘 적응하면 그럭저럭 지내겠지만 그러지 못하면 지옥같은 곳일 듯하다. 하루가 한 해 같을지도. 그래도 시간은 흐른다. 계급이 조금씩 올라서 전역할 때가 다가온다.

 

가끔 군대에서 사고, 사건이 일어났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자식을 군대에 보낸 부모는 그럴 때마다 걱정이 크겠다. 혹시 저 안에 자기 자식이 있는 것은 아닐까 하고, 아들이 군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괴롭힘 당하는 건 아닐까 하고. 돈과 힘있는 사람은 군대도 가지 않게 하기도 하고, 뒤로뒤로 미루다 잠깐 다녀오는 사람도 있다. 언젠가 자식을 군대에 보내야 하는 부모도 걱정하겠다. 군대에 가야 하는 사람이 생각이 더 많을지도 모르겠다. 누군가를 괴롭히는 것은 군대가 더 심할까. 학교나 일반사회에서는 계급이 없으니까 쉽게 ‘그러지 마’ 할 수 있지만, 군대에서는 계급이 높은 사람한테는 함부로 말하기 어려울 거다. 아니,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 잘못된 거다. 계급과 상관없이 잘못된 일을 하는 사람한테는 그러지 못하게 말해야 한다. 이렇게 말은 잘하는구나. 내가 그런 처지에 놓인다면 잘 말할 수 있을지. 같은 곳에 있으면 그곳이 어떤지 서로 잘 아니 좋게 지내면 좋을 텐데 왜 자기보다 밑에 사람을 괴롭힐까. 사람은 이상하다. 어느 때는 힘과 마음을 모아 대단한 힘을 내기도 하지만, 어느 때는 자신만 생각하기도 한다. 자신이 어디에 있든 어느 자리에 있든 사람답게 살려고 애써야 한다.

 

이 책에는 군대 이야기보다 군 병원 일이 나온다. 일반병원이 아니어서 여기도 힘있는 사람은 그 힘을 쓰고 자기 쪽 사람한테는 좋게 대하고 다른 사람은 심하게 대한다. 군대에서 다치면 군 병원에 가도 제대로 치료받지 못한다. 그저 훈련받지 않고 잠시 쉴 뿐이다. 시간이 흘러 자대에 돌아가면 그곳에서 겉돈다. 위에서도 밑에서도 그 사람을 업신여긴다. 이필립은 군대에서 무릎을 다치고 병원에 여러 번 갔다 왔다. 군대에 오기 전에 이필립은 자신을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군대에서는 쓸모없는 사람이 되었다고 느꼈다. 이필립 같은 사람이 실제로도 많겠지. 어느 날 높은 사람이 이필립을 찾아와서 예전에 있었던 병원에 다시 가라고 한다. 이필립이 알아보아야 하는 것은 정선한 병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까닭이다. 군대에서 자기보다 계급이 높은 사람한테 괴롭힘을 당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도 있다. 정선한은 괴롭힘과는 조금 다른 일을 당했다. 어떤 사람은 자신이 잘못했다고 느끼기도 했지만 어떤 사람은 그저 자신이 편하게 지내기 위해서였다고 했다. 또 한사람은 정선한의 마음을 잘못 받아들였다. 나쁜 일을 당하면 다시 누군가를 믿기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군 병원 안에서도 힘을 가지고 휘두르는 사람이 좀 우스웠다. 어쩌면 그것은 자신이 살아남으려고 한 건지도.

 

누군가를 짓밟고 자신이 바라는 것을 얻으면 안 된다. 이필립이 전역을 앞두고 쉬게 되었는데, 그때 엑스트라 아르바이트를 했다. 이필립은 사회는 군대와 다르겠지 생각했는데 별로 다르지 않았다. 힘있는 사람이 힘을 휘두르고 자기 마음에 드는 사람한테 잘해주고 다른 사람한테는 힘든 일을 시켰다. 그래도 하나 군대와 다른 게 있다. 그것은 절대 따라야 하는 건 아니다는 거다. 아니, 어쩌면 이것은 군대도 해당하지 않을까. 윗사람이라고 해서 꼭 옳은 건 아닐 테니까. 밑에 사람이 하는 말을 윗사람이 잘 들어야 하는구나. 군대도 수직이 아닌 수평이 된다면 좀더 나을 텐데. 조금 어려울까. 앞으로 군대가 더 나아지기를 바란다. 일반사회와는 다르지만 그곳도 소통이 중요하다고 본다.

 

피하지 않고 겪어야 하는 괴로움이나 아픔처럼 군대도 우리나라 남자한테는 꼭 다녀와야 하는 거다. 그 시간을 나름대로 잘 지냈으면 한다. 잘 모르는 내가 이런 말을. 이필립은 그동안 이해하려고 하지 않은 아버지를 알려고 하기도 한다. 군대는 아버지 같은 거라고도 하는데 이필립 아버지는 권위만 내세우는 아버지는 아니었다. 이필립은 군 병원에서 만나 친구가 된 정선한도 생각했다. 정선한한테 마음을 더 열었다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주 힘든 사람은 한마디 말에도 힘을 얻을 거다.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구나(듣고 싶어하는 쪽인지도). 아니, 들어주기라도 하고 싶다(이 말 얼마 전에도 했구나).

 

 

 

 

☆―

 

“더러운 꼴 많이 볼 거다. 억울하기도 할 거고 모멸감도 느낄 거야. 인간이란 게 이런 거구나, 세상 혼자 왔다 혼자 가는 거구나 싶을 거야. 너 자신이 아무 쓸모도 없게 느껴져서 죽고 싶을 수도 있다. 그래, 나처럼 될 거야. 하지만 여기가 끝은 아니잖아? 나갈 때가 오잖아? 군 생활 잘하지 못했다고 좋은 삶 살지 못하란 법은 없잖아.”  (86쪽)

 

 

“네가 없으면 죽겠다는 사람과는 만나지 마라. 사람은 사람을 채워줄 수 없다. 날 채워줄 수 없는 사람한테 나를 채워주길 기대하고 요구하니까 결국은 바닥을 드러내고 메말라 갈라져버린다. 자신이 없으면 살 수 없도록 만드는 것은 사랑이 아니다. 남은 사람 삶을 부수는 사랑은 없다. 포도 냄새만 첨가한 탄산 주스처럼 그것은 사랑이라 했을지 모르나 실체는 다른 것이다. 사랑은 상대를 세워주는 것이다. 건강하게 만드는 것이다. 생명을 낳는 것이다. 모든 것이 끝나도 사랑은 가슴에 남아 그 남은 시간을 살아가게 한다. 나는 누구보다 너와 엄마를 사랑하지만 너와 엄마가 없어도 살 수 있다. 너도 그래야 한다.”  (110쪽)

 

 

“너는 누구 편이냐고 묻는 사람이 아니라 무엇이 옳은 것이냐고 묻는 사람. ‘내가 네 편이 되어줄게’ 가 아니고 ‘옳은 것을 함께 지켜나가자’고 하는 사람. 그런 사람이면 괜찮지 않겠냐?”  (156쪽)

 

 

 

 

 

 

 

한번 가면 자꾸 가고 싶어지는 곳

 

  벚꽃 흩날리는 밤   宵 (2006)

  기타모리 고   김미림 옮김

  피니스아프리카에  2014년 03월 20일

 

 

 

 

 

 

 

 

 

 

 

 

 

단골 손님 가운데 누군가 “내 그림자를 찾으러 이 가게에 오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하고 얼근하게 취해서 하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별 뜻 없는 공허한 넋두리일 뿐이었지만 어찌 된 일인지 가슴 속 어딘가에서 고개를 끄덕이고 저도 모르게 깊이 공감하고 있었다. 자신의 발이 닿는 범위 안에 이런 공간이 있다는 사실이 기쁨과 즐거움, 그리고 안도감을 안겨준다. 혹은 맥주와 술안주, 그밖에 여러 가지 요소가 정신을 맑아지게 하는 곳, 그곳이 바로 ‘가나리야’다.  (13쪽)

 

 

사람은 왜 술을 마실까요. 하나 생각나는 게 있습니다. 어린왕자가 자기 별을 떠나 세번째로 간 별에는 술꾼이 살았습니다. 어린왕자가 술꾼한테 왜 술을 마시느냐고 하니, 술꾼은 잊기 위해서 합니다. 어린왕자가 무엇을 잊기 위해서냐고 하니, 술꾼은 술을 마시는 부끄러움이라고 하지요. 거의 안 좋은 기분을 날리기 위해 술을 마시지 않나 싶습니다. 그것을 좋아해서 마시는 사람도 있겠지요. 거기에 빠져서 의존하지 않는다면 조금 마시는 건 괜찮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술 조금은 약이 되어도 넘치면 독이 되잖아요. 저는 싫어합니다. 무슨 맛으로 마시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바로 이런 말을. 누군가는 술을 마시는 분위기가 좋다고도 하는데 그런 분위기는 어떤 건지. 술 싫어한다면서 왜 이런 말을 했느냐구요. 이 책 속에 나오는 맥주바 가나리야 때문입니다. 맥주바기는 한데 가나리야에 도수 다른 맥주 네가지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주인 구도 데쓰야가 나름대로 만드는 음식도 있습니다. 생각해보니 아주 가끔은 맥주가 아닌 다른 술을 주기도 하는군요. 구도는 술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하면 술이 없어도 맛있게 먹을 만한 걸 줄 것 같아요. 이것은 저만의 바람일지도 모르겠군요. 가나리야는 그리 크지 않아요. 어쩌다 가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단골이 많습니다.

 

가나리야가 어딘가를 떠오르게 하지 않나요. 저는 지난번에도 그곳이 생각났는데 이번에도 그랬습니다. 그곳은 <심야식당>입니다. 아는 사람도 있겠지만 모르는 사람도 있겠군요. 심야식당 주인(이름은 모르는군요)은 재료가 있다면 손님이 해달라는 음식을 해주기도 합니다. 가나리야는 메뉴가 있지만 사람들은 그것을 보지 않고, 구도가 말하는 것을 달라고 합니다. 구도는 손님 마음을 잘 압니다. 관찰력이 뛰어나지요. 구도는 안락의자 탐정입니다. 심야식당에는 사람 사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가나리야를 찾아오는 손님은 수수께끼를 가지고 옵니다. 그곳에서 만난 손님끼리 이야기를 나누고 ‘뭘까’ 하기도 하고, 구도가 생각한 것을 말하기도 합니다. 탐정은 적은 정보로도 잘 알잖아요. 구도도 별말 안 들어도 어떤 일인지 그 일 뒷면에는 무엇이 있는지 잘 알더군요. 확신이 없을 때는 조사를 해보기도 합니다. 신중한 사람이군요. 형사인 사람이 구도가 형사를 하면 범인이 벌벌 떨겠다고 했습니다. 구도 앞에서는 무슨 말이든 솔직하게 하게 되어서요. 그런 사람이 있는 걸까요. 보면 무슨 말이든 하게 되는. 어쩌면 ‘이 사람한테 말해도 다른 데 퍼질 일은 없겠지’ 하는 마음이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주 가깝지도 않고 아주 멀지도 않은 사이로 인상이 좋아서일지도. 구도는 요크셔테리어가 사람이 된 듯한 모습과 분위기라고 합니다. 요크셔테리어 들어봤지만 정확히 어떻게 생긴 개인지 모릅니다. 이 말에서는 그저 친근함이 느껴질 뿐입니다.

 

식당, 맥주바가 배경인 이야기뿐 아니라 커피집이 배경인 이야기도 있어요. 책으로 본 건 아니지만 원작은 책입니다. 커피 한잔이 삶을 바꿀 수 있다는 말도 하더군요. 그 커피집을 하는 사람은 오래전에 사람을 죽였습니다. 그날 아침에 아버지가 커피 한잔 마시고 가라고 했는데 그것을 마시지 않고 나가서 그런 일이 일어났습니다. 커피를 마셨다면 사람을 죽이지 않았을 텐데 했어요. 죽은 사람은 좀 나쁜 사람입니다. 나쁘다고 해서 죽어도 괜찮다는 건 아니지만. 아버지가 죽고 그 사람은 형무소를 나와 커피집을 합니다. 아버지와 같은 커피맛을 내고 싶다고 했어요. 그곳에 찾아오는 사람들 이야기는 평범하면서도 평범하지 않기도 합니다. 바람난 남편 때문에 마음 아픈 아내, 아픈 아내 병간호에 지쳐서 나쁜 마음을 먹은 남편, 형무소를 나와 마음잡고 살아가려는 사람, 폭력을 휘두르는 남편을 칼로 찌르고 그 마을에 온 여자, 남편이 죽임 당한 사람. 생각나는 건 이 정도네요. 이런 사람들이 커피집에서 남자가 내리는 커피를 마시고 생각합니다. 심야식당, 맥주바 가나리야와는 또 다른 분위기가 느껴지겠지요.

 

저는 어디 다른 곳에 가서 무엇인가를 먹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 집 가까운 곳에 편하게 갈 수 있는 곳이 있다면 그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런 곳에 가는 걸 좋아해야겠군요. 저는 이렇게 책으로 가보는 것만으로도 좋습니다. 가나리야 주인 구도가 만드는 먹을거리는 글로만 보아도 맛있을 것 같습니다. 다른 것보다 이런 이야기만 했군요. 가나리야라는 곳이 실제 있는 것처럼. 이야기는 다섯편입니다. 이번이 두번째로 첫번째는 《꽃 아래 봄에 죽기를》입니다. 여기 담긴 이야기는 저마다 재미있습니다. 안락의자 탐정이라고 해서 엄청난 일을 푸는 건 아닙니다. 한사람 죽기는 하는군요. 여기 나온 이야기를 보면서 마음에 안 드는 일 때문에 어떤 일을 꾸미는 사람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저는 귀찮고 크게 바라지 않아서 안 하는 거고, 실제 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좋은 이야기도 있지만, 죄 없는 개를 이용한 사람도 있어요. 어떤 사람은 자신이 행복한 것은 예전 남자친구가 불행하기 때문이라 생각해요. 그 사람이 잘되면 자신은 잘 안 된다고 여겼어요. 자신이 잘되고 잘 안 되고는 다 자기 하기 나름인데 말입니다. 그 여자가 했을 법한 일은 무섭더군요. 그렇게까지 안 했다면 좋을 텐데요.

 

한해 전에 죽은 아내가 남긴 마지막 선물을 안 좋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더군요. 어쩌면 그렇게 생각하는 게 보통인지도 모르겠네요. 저는 아내가 남편한테 복수하려고 한 건 아니다 생각했어요. 같은 여자라 해도 저도 여자 마음을 잘 모르지만, 아주 모르는 건 아닌가봅니다. <벚꽃 흩날리는 밤에>에 나오는 연두색 꽃이 피는 교이코가 보고 싶기도 하네요. 우리나라에도 이 꽃 있을까요. 그러고 보니 이 이야기에서는 아이를 생각하는 엄마 마음도 볼 수 있군요. 아이는 자라면서 엄마를 원망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엄마가 자신을 버렸다고 믿고. 어른 사정 때문에 아이가 마음을 다치는군요. 이런 일은 실제 일어나기도 하겠네요.

 

사람들이 가나리야에 가는 건 맥주와 구도가 해주는 맛있는 먹을거리 때문만은 아닙니다. 다는 아니더라도 다른 사람 이야기를 듣고 말을 나누기도 하거든요. 뭔가 풀리지 않는 일이 있을 때는 살짝 구도한테 말해도 괜찮습니다. 그곳에 가면 마음 편하고 즐거운 거겠지요. 거기에서는 하루 동안 있었던 안 좋은 일 쉽게 잊겠습니다. 책을 보는 우리도 비슷한 경험을 하는 거네요.

 

 

 

희선

 

 

 

 

☆―

 

뚜껑을 열자마자 맛있는 국물 냄새가 김과 함께 코끝에 전해진다. 유자 껍질을 넣었는지 어렴풋하게나마 상큼한 냄새도 풍겼다. 조금 전 가게에 들어서자마자 구도는 조금 독특한 메뉴를 준비해 봤다며 이 요리를 추천했다. 구도가 이렇게 말할 때는 자세히 묻지 않고 바로 주문한다. 특별히 가리는 음식이 없는 데다가 무엇보다 이렇게 주문해서 나온 음식이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거나 어긋났던 적이 한번도 없기 때문이다.  (12쪽)

 

 

“뭐, 요리는 그 녀석, 혀에 뭔가 특별한 장치라도 있는 것 같다니까.”

 

“우리들은 마법장치라고 하죠.”  (173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