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참 잘 간다. 시간은 사람 사정 봐주지 않고 저 혼자 잘도 간다. 얼마전에 ‘희망이 외롭다’는 시를 보았는데, 시간도 외로울 것 같다. 아니 어쩌면 그게 답인지도 모르겠다. 사람은 누가 죽어도 산 사람은 살아야 하고, 큰일이 일어난 곳에도 삶이 있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내 일이 되면 이런 생각하기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그때는 시간이 흐르기를 바라야겠지. 마음의 시간은 멈춘다 해도, 하루하루 날이 가면 슬픔이나 아픔은 조금씩 낫는다. 그렇다고 그게 깨끗하게 없어지느냐 하면 아니다. 사람은 아프고 슬퍼도 웃는다. 사람이이기에 그럴 수 있는 건 아닌가 싶다. 사람한테 그런 힘(슬픔에 주저앉았다 다시 일어나는)이 없었다면, 지금 인류는 남아있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이런 엄청나게 커다란 말을 하다니. 2014년 10월 27일 밤에 컴퓨터를 켰더니 그 소식이 있었다. 세상을 떠난 게 겨우 몇 시간 전이라니 믿기 어려웠다. 라디오 방송에서 쓰러지고 병원에 있다는 말을 듣고, 좋아지기를 바랐는데.

 

누군지도 제대로 못 쓰다니. 마왕, 신해철 뭐라고 하면 좋을지. 고스트스테이션, 고스트네이션 잘 들었으니 마왕이라고 할까보다(마음속으로는 마왕이라고 한다. 그전에는 그냥 신해철이라고만 한 듯. 뒤에 오빠도 붙였던가. 오빠라는 말은 하기 어색하다. 형이라는 말이 있구나. 이 말이 좀더 편한 느낌이지만 해본 적은 없다). 책 제목은 조금 마음에 안 든다. 이런 책 내야 했을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샀다. 이 책 살 때 노랫말 모음집 준다고 해서 그것을 받으려고 주문과 취소를 되풀이했는데도 못 받았다. 그러면서 나는 운이 없구나 했다. 다 생각나지 않고 몇회인지 잘 모르지만, 1988년 12월 24일이라는 것은 기억한다. 맨 마지막 16번인 무한궤도도. 16번이 대상 받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 정말 그런 생각을 했는지 확신하기 어렵지만, 했다고 생각한다. 꽤 오래전부터 알았다니, 놀라운 일이다. 앞에서 고스트스테이션, 고스트네이션 말했는데, ‘하나 둘 셋 우리는 하이틴’도 들었다(마왕이 그만두고 얼마 뒤에 윤종신이 했다. 그때는 잘 안 들었다). 다음이 밤의 디스크쇼, 그다음이 음악도시다. 밤의 디스크쇼에 친구 생일 축하해 달라는 엽서 보냈는데 그게 나왔다. 그렇게 나온 건 내가 엽서를 예쁘게 꾸미거나 글을 잘 써서는 아니고 마왕이 그 방송 진행한 지 얼마 안 되어서였다.

 

라디오 방송 처음에는 열심히 들었는데 시간이 흘러서 듣지 못하는 날이 늘었다. 이상하게도 그럴 때 꼭 그만두었다. 밤의 디스크쇼뿐 아니라 음악도시도. 고스트스테이션은 어떻게 알았는지 모르겠다. 라디오 주파수 돌리다 알게 된 건지. 그때 그거 듣고, 이 사람이 이랬단 말이야 했다. 밤의 디스크쇼나 음악도시 할 때는 달랐던 것 같은데. 바뀐 건 아니고 있는 그대로 방송하게 된 거 아닌가 싶기도 하다. 언젠가 끝날지도 모르니 고스트스테이션 잘 들으려고 했는데 그러지도 못했다. 이것은 MBC에서 할 때 한 생각인가. MBC에서 하다가 그만뒀을 때 아쉬웠다. 2008년에 SBS에서 했다는 건 몰랐다. 아니 알았던가, 그때 못 들은 듯하다. 라디오로 들을 수 없어서 그랬을지도. 2012년 8월에 우연히 MBC에서 하는 거 들었다. 꽤 반가웠는데 며칠밖에 듣지 않았다. 새벽에 라디오 안 들은 지 오래돼서. 새벽에는 듣지 않아도 여전히 라디오 듣는다. 라디오 이야기만 하다니. 라디오 방송으로 많이 만나서겠지. 지난해 구월에 배철수 아저씨가 쉬어서 마왕이 음악캠프를 진행했다. 잠시지만 오랜만에 라디오 방송하는 거 들어서 좋았다. 언젠가 라디오 방송해도 괜찮겠다 생각했는데 이젠 할 수 없겠다. 지난해 10월 28일에 음악캠프 끝날 때 마왕이 음악캠프에서 한 말 들려줬다. 참 좋은 말이었는데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다니. 라디오 방송은 진행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 일대일로 만나는 거다 했던가.

 

처음에 말하려고 했는데 못했다. 이 책 보기 전에 꿈에 마왕이 나왔다. 꿈에 나온 것만 기억하고 어떤 내용인지 모른다. 그전에도 꿈에 나온 적 있을 텐데 잘 생각나지 않는다. 꿈속에서 노래 들은 건 생각난다. 이름이 잘 알려진 사람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우연히 들어도 기분이 이상한데, 마왕이 세상을 떠났다는 말은 믿기 어렵고 시간이 좀 흐르니 슬펐다. 마왕은 나를 몰라서 내가 예전처럼 마음 별로 안 써도 섭섭하지 않았을 테지만, 그게 미안했다. 지난해에는 음악캠프에 나온 거 들어서 소식 조금 알았다. 텔레비전 방송에도 나온 듯한데 그런 건 거의 못 봤다. 올해 오월에 MBC에서 한 <휴먼다큐 사랑>도. 이거 알았으면 봤을 텐데. 이제와서 하는 생각은 들지만. 지난해 10월 27일 뒤부터 라디오에서 노래 들으면 ‘진짜 세상에 없구나’ 생각했는데 이건 지금도 그렇다. 마왕이 한 음악이 있다는 게 다행이지만 아쉽다. 이 책 보니 목소리 들리는 듯했다. 고스트스테이션, 고스트네이션에서 한 말 같기도. 사람이 죽어도 산 사람 마음속에 살아있다고 한 말을 실제 느꼈다. 이건 나뿐 아니라 많은 사람이 그렇겠다. 저마다 다른 추억을 가졌겠지.

 

누군가는 마왕을 알아서 많이 달라졌을지도 모르는데, 나는 그렇게 달라지지 않았다. 어떤 말을 들어도 그렇구나 하고 말았다. 오래전에 들은 말 하나 있다.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 싫어하는 일을 한다는. 그 말대로 하려고 한 적도 있지만, 늘 그러기는 어렵다. 혹시 내가 잘못 들은 걸까. 책을 보니 그런 말은 없어서. 좋아하는 거 해도 어려움은 있다. 어쩌면 그런 뜻으로 한 말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이런저런 말 본 적 없다. 예전에 라디오 방송에서 자신이 한 말을 기자 같은 사람이 앞뒤 자르고 썼다는 말을 했는데, 그렇게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여기에는 지어낸 말도 있다고 나온다). 그 말 들었을 때 무슨 그런 사람이 있나 했을지도. 글로 그 말을 보니 ‘그런 일 괴로웠겠다’ 했다. 이름이 잘 알려진 사람은 힘들겠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까’ 하는 말도 있지만, 모든 게 참은 아닐 거다. 나는 그런 데 거의 관심없기는 하다. 어떤 말은 다 그대로 믿기도 한 것 같다(이건 소문을 말하는 건 아니다). 지금은 좀 다를지도. 이런 식으로 생각하는 건 마왕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나도 모르게 영향 많이 받았겠지.

 

마왕은 음악에서 소리(사운드)를 중요하게 여겼다는데, 그러고 보니 이 말 여러 사람이 했다. 음악 하는 사람은 다 그런지도. 듣는 사람은 노랫말, 멜로디일까. 멜로디가 먼전지 노랫말이 먼전지. 소리 잘 몰라도 그게 좋다면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을까. 마왕도 사랑 노래 만들었지만, 그게 아닌 것도 많다. 삶, 죽음, 마왕의 철학. 예전에는 철학과여서 그런 노랫말을 쓰는가보다 하기도. 그런데 학교 마치지는 못했구나. 성당에 다닐 때 이런저런 것을 물어봤다는데 그거 재미있다. 그런 생각을 해서 철학과에 갔나 했다. 나는 있는 그대로 보고 다른 생각은 하지 않을 때가 많았다. 보기를 들면 성경 같은 거(이건 다 읽지 못했다. 예전에는 몇 권 있었는데 아쉽게도 지금은 하나도 없다). 무엇에든 의문을 가져야 하는데, 지금은 예전보다 의문을 가지기도. 내가 생각하는 건 별로인 것 같고, 나는 아직도 내가 만든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것은 그것대로 괜찮다고 생각한다. 억지로 다른 사람처럼 생각할 까닭은 없지 않은가. 나는 나대로 생각해도 괜찮겠지. 단 내가 옳다고 우기지 않기, 그것은 잊지 않아야겠다.

 

무한궤도 신해철 넥스트 노댄스 비트겐슈타인 크롬(이것은 음반은 아니고 그냥 이름이다). CD가 다 있다면 좋겠지만 조금밖에 없다. CD 들을 수 있게 됐을 때 하나씩 사두는 건데 왜 안 샀을까. 지금까지 공연 손으로 꼽을 만큼밖에 안 봤는데, 그 안에 넥스트도 들어간다. 친구도 넥스트를 좋아해서 함께 갔다. 그때 친구가 가자고 한 것 같다. 그 친구는 언제부터 넥스트를 좋아했을까. 무한궤도 때부터 알았을까. 아쉽게도 그건 물어본 적 없다. 멀리서 한번이라도 공연 봐서 다행이다. 라디오에서 가끔 노래 나오면 좋겠다. 이건 내가 바라지 않아도 그렇게 되겠지. 마왕이 ‘있을 때 잘해’ 자주 말했다는데 나는 잊었나보다. 책을 보다보니 들어본 것 같기도 했다. 가끔 뭐 한다더라 하는 소식 듣고 살기를 바랐는데. ‘있을 때 잘하기’는 마왕에 한한 건 아니다.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한테는 그래야 한다. 나는 그러고 있는지, 그래야 할 텐데.

 

 

 

아무도 내게 말해주지 않는

정말로 내가 누군지 알기 위해

 

 

_민물장어의 꿈에서

 

 

 

엄청난 일은 없지만 마왕 신해철이 있어서 웃고, 음악과 말을 듣고 힘을 받기도 했다. 받기만 하다니. 잘 알려진 사람과 보통 사람 사이에서는 주고받는 게 이뤄지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음악 듣고 CD 사는 게 답일지도. 시간이 흐르면 지금보다 덜 슬플까. 그건 아니겠지. 우연히 라디오에서 음악을 들을 때면 마음속이 따끔따끔 할지도. 어쩐지 마왕은 ‘웃고 살아’ 할 것 같다.

 

 

“마왕, 편안하게 쉬세요. 어쩌면 그곳에서도 늦은 밤에 방송하면서 놀지도 모르겠군요.”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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草枕 (小學館文庫 な 14-1) (文庫)
나쓰메 소세키 / 小學館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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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베개

 

 

    

 

 

 

몇해 전에 《신의 카르테》(나쓰카와 소스케)를 읽고 그 안에 나온 나쓰메 소세키 소설 《풀베개》를 알았다. 거기에서 이 책을 즐겨읽은 사람은 내과의사 구리하라 이치토다. 책을 언제나 가지고 다니고 외우기도 했다. ‘신의 카르테’에서는 죽음과 삶을 이야기한다. 삶, 죽음은 많은 책에서 말하는 주제다. ‘신의 카르테’에는 삶보다 죽음이 더 많이 나온다. 죽는 사람이 나와서 그렇게 생각했나보다. 어쩌면 그건 죽음보다 삶을 이야기하는 건지도. 병에 걸려도 그 병이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이야기도 있지만, 죽음을 맞는 이야기도 많다. 이치토가 일하는 병원에는 대학병원에서 받아주지 않는 말기암 환자가 찾아온다. 이치토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 잠시 아픔을 가시게 할 뿐이다. 환자를 보낼 때마다 이치토는 힘들어한다. 그래도 그곳에서 이치토를 만난 사람은 그것을 다행으로 여긴다. 이치토는 아픈 사람 마음을 생각하는 의사다. 대학병원은 환자를 제대로 안 보고 나을 수 있는 사람만 받기도 한다. 환자를 제대로 보지 않는다는 건 진찰 시간이 짧다는 거다. 사람이 많이 가서 그럴 수밖에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좀더 마음을 쓰면 좋을 텐데. 나는 병원에도 잘 가지 않는데 이런 말을 했다. 병원은 할 수 있는 한 안 가고 싶다.

 

이치토가 늘 가지고 다니고 즐겨읽는 모습을 보니, 나도 언젠가 《풀베개》를 봐야겠다 생각했다. 나만 그렇게 생각한 건 아니었나보다. ‘신의 카르테’를 보고 ‘풀베개’를 읽어보겠다고 작가한테 말한 사람이 많았다고 한다. 나쓰카와 소스케는 여기에 해설을 썼다. (이것은 다른 이야긴데 나쓰카와 소스케가 쓴 《신의 카르테 3》 뒤에는 강상중이 글을 썼다. 그 책을 읽으려고 사두었는데 아직 못 보았다. 강상중은 이름만 알고 잘 모른다.) 나쓰카와 소스케는 소세키 소설에서 ‘풀베개’를 가장 먼저 보는 건 별로 좋지 않다고 말했다. 소세키 소설 이게 처음은 아니지만, 이 책을 본 뒤 그 말을 보고 ‘맞아, 맞아’ 했다. 나쓰카와 소스케 이름은 지은 거다(소세키도 본래 이름이 아니구나). 나는 나쓰메 소세키하고 관계있는 이름으로만 생각했는데 여러 곳에서 가져온 거였다. 나쓰메 소세키에서 한 글자 ‘나쓰夏’, 풀베개에서 한 글자 ‘소草’, 가와바타 야스나리에서 한 글자 ‘카와川’,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에서 한 글자 ‘스케介’를 써서 나쓰카와 소스케(夏川草介)가 되었다. 이름을 이렇게도 짓다니. 소세키는 이름뿐 아니라 소설 제목에서도 가져왔다. 소설을 쓴 것도 이 책 때문이었다고 한다. 소세키 글을 보고 글을 쓴 사람은 나쓰카와 소스케만은 아니겠지.

 

 

산길을 걸으면서 이렇게 생각했다.

 

이지(理智)에 치우치면 모가 난다. 정을 따르면 자신을 잃는다. 자기 뜻만 내세우면 답답하다. 어쨌든 사람 세상은 살기 힘들다.  (7쪽)

 

 

이 소설 시작하는 부분이다. 두번째 문단에서 이지(理智)는 지(智)만 쓰여 있다. 찾아보니 우리나라에서 나온 책에는 이지라고 쓰여 있어서 나도 그렇게 썼다. 알고 써야 하는데. 십이국기 시리즈를 여러권 이어서 봤으니 ‘풀베개’도 읽어보면 괜찮지 않을까 했다. 어떻게든 끝까지 읽었지만, 아직 만날 때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든다. 여기에서 말하는 사람 이름이 ‘요’라는 것도 조금 읽은 다음에 알았다. 앞에도 이름이 나오는데 그것을 이름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면 무슨 뜻으로 생각하고 본 건지. 예전에 소세키가 만든 말이 많다는 말을 들었다. 이 책을 보면서 그렇구나 했다. 《풀베개》는 소세키 자신도 이것을 쓰기 전에 쓴 소설과 다르다고 했다고 한다. 이 소설 우리말로 만났다 해도 잘 몰랐을 것 같다.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본 다음에 쓸까 하다가 그만뒀다. 잘 모르면 모르는 대로 쓰려고. 앞에서 다른 말을 한 건 그래서다.

 

그림 그리는 요는 사람 사는 세상과 떨어진 시골 온천여관에 간다. 요는 그곳에서 그림은 그리지 않고 시만 쓴다(쓴다기보다 생각하는 건가). 그림보다 시를 더 좋아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요는 결혼했다 헤어지고 집으로 돌아온 여관집 딸 나미를 만나고 이발소에도 가고 절에 가서 스님을 만나기도 한다. 예술을 말하고 서양 작가 이름도 많이 나온다. 요가 가장 많이 말하는 것은 요가 만나는 자연이다. 봄풍경이라고 해야겠다. 산벚꽃, 동백, 목련, 명자나무. 요는 명자나무가 되고 싶다고도 한다. 다른 것도 말했을 텐데 적어두지 않았다. 요는 온천여관에 가기 전에 꾀꼬리소리를 듣고 싶다고 했는데. 요는 양갱을 보고 서양 먹을거리는 색이 좋은 게 없다고 한다. 양갱은 일본에서 만든 과자일까. 일본에서는 차와 단 과자를 함께 먹기도 한다. 양갱을 내놓을 때가 많고 물양갱이라는 것도 있다. 이런 말을 늘어놓다니. 책 제대로 본 거 맞아 할지도.

 

해설을 쓴 나쓰카와 소스케는 《풀베개》에서 봐야 하는 것은 말이라고 했다. 이런 말 안다고 내가 잘 보는 것도 아닌데. 책을 다 본 다음에 본 말이고. 나는 말을 어떻게 쓰면 좋은지 잘 모른다. 앞으로도 잘 모를 것 같은데. 요가 책을 보고 있으니 나미가 공부하느냐고 묻는다. 그러자 요는 책상 위에 책이 있어서 아무데나 펼쳐서 본다고 했다.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야 하는 법은 없다고. 이 말 봤을 때 이것은 이 책을 그렇게 보라는 건가 했다. 나는 그런 적 별로 없지만, 어떤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읽지 않고 아무데나 펼쳐봐도 괜찮다. 혼자 시골 여관에 가서 누군가를 만나면 뭔가 일이 일어날 것 같은데, 그런 일은 없다. 이 소설은 그림이나 시 같은 것인지도. 소세키 다른 소설을 본 다음에 이 책을 봤다면 더 나았을까, 일본말을 더 안 다음이었다면, 한번 더 읽어봤다면. 언젠가 다시 이 책을 볼 날이 올지 나도 잘 모르겠다. 그때는 말을 잘 볼 수 있다면 좋겠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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黃昏の岸 曉の天 十二國記 (新潮文庫) (文庫)
小野 不由美 / 新潮社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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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스름 내린 물가 새벽하늘   십이국기

오노 후유미

 

 

 

십이국기가 재미있지만 읽다보면 어쩐지 기분이 안 좋기도 하다. 그것은 내가 생각하고 싶지 않은 게 나와서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나라를 위해서 무엇인가 하고 싶다는 생각이 없으니까 말이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나라보다 백성이다. 그럴 만한 자리에 있는 것도 아닌데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들다니. 이런 말하지 않는가. 정치 몰라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이다. 나는 정치뿐 아니라 경제에도 별 관심없고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잘 모른다. 이번 책 보기 전에는 내가 살아도 되는가 하는 생각을 했다. 가끔 그런 생각에 빠졌다가 다시 살아야지 한다. 살고 싶어도 병에 걸려 얼마 못 사는 사람도 있고, 하고 싶은 게 많은데 갑작스런 사고로 죽는 사람도 있다. 죽은 사람을 생각하면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기뻐해야 하는데. 이 책을 읽고 좀 나아졌다고 말하기 어렵다. 그래도 책 읽는 동안은 이야기속에 빠졌다. 이야기는 두 부분으로 나뉘어 있는 듯하다. 하나는 대국 왕 교소와 기린 다이키가 어디론가 사라지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다이키를 찾는 것이다.

 

열두 나라가 있는 세계에서는 다른 나라 일에 간섭할 수 없다. 아주 조금 도와주는 건 괜찮지만 군대를 다른 나라에 보내면 안 된다. 다른 나라 왕이 군을 빌리는 건 괜찮은가보다. 나라와 나라가 싸우는 일은 없고 내란이 있을 뿐이다. 교소는 내란이 일어난 곳에 가서 소식이 끊기고, 그 무렵 왕궁에서는 다이키가 사라졌다. 대국은 가짜 왕이 다스린다. 교소와 가까이 있던 사람이 배신했다. 그런데 그 사람은 백성을 생각하고 왕이 된 게 아니었다. 그 자리가 갖고 싶었던 건지, 자신과 교소가 비슷한데 자신이 아닌 교소가 왕이 된 것을 안 좋게 여긴 것인지. 대국은 왕도 기린도 없어서 사람이 살아가기 힘들었다. 본래 겨울에는 무척 추운 곳인데. 왕이 있다 해도 모습이 보이지 않으면 나라는 기우는 걸까. 시간은 여섯해가 흘렀다. 요코가 경국 왕이 되고 시간이 좀 지났다. 전에 쇼케이와 스즈는 요코와 비슷한 나이여서 만나고 싶어했는데, 대국 장군 리사이도 다이키와 나이가 비슷한 경국 왕 요코 이야기를 듣고 도움을 바란다. 리사이는 요마 때문에 거의 죽을 지경이었는데 요코를 만나 대국을 구해달라고 한다. (요코 이름 글자는 같은데 요시라고 했다. 다른 것도 다 요시라고 해야 하는지. 나중에 다시 요코라고 한다. 왜 그런 건지. 나는 요코라고 썼다.)

 

리사이는 장군인데 중요한 오른팔을 잃고, 다이키는 기린한테 중요한 뿔을 잃었다. 《마성의 아이》를 볼 때 다이키가 돌아가도 기린으로 살 수 있을까 했는데, 뿔은 다시 나기도 한다고 한다. 그 말을 보니 사슴 뿔 자르는 게 생각났다. 요코는 대국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하다 여러 나라가 도와서 다이키를 찾자고 한다. 지금까지 이곳에서는 여러 나라 왕이나 기린이 힘을 합친 적은 없다. 거의 처음으로 힘을 모은다. 범국 왕과 기린도 나오는데 조금 웃기기도. 가장 큰 도움을 주는 건 연국 기린 렌린이다. 렌린은 《마성의 아이》에도 나왔는데, 그때 사람들이 보고 귀신으로 여기기도 했다. 예전에 열두 나라에 사는 사람이 봉래로 가는 일은 없을까 했는데 그런 일은 없다고 한다. 봉래에서 열두 나라에 오는 일은 있지만. 사람 모습이 아닌 난과일 때는 허해를 건널 수 있다고 한다. 그런 난과 가운데 왕이나 기린이 아닌 사람은 없을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아주 없지 않을지도. 있다 해도 그런 사람 이야기는 알 수 없겠다.

 

리사이는 하늘(신)이 있는데 왜 자신들(대국)을 도와주지 않느냐고 한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도 신이 있다면 왜 도움을 주지 않느냐고 말하기도 한다. 그런 말을 보니 하늘이 무엇이든 도와주면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늘은 기린한테 왕을 고르게 하고 나라를 다스리게 하는 것만 하는 건 아닐까. 왕을 찾고 가짜 왕을 내쫓고 나라를 좋게 만드는 것은 거기에서 사는 사람이 해야 한다. 다이키는 예전과 다르게 컸다. 큰 모습을 보고 여러 사람이 쓸쓸하게 여겼다. 이제 작은 다이키는 없다고. 시간이 흘렀으니 자라는 것은 당연한데, 그것을 보니 많이 자란 앤을 보고 쓸쓸해하던 마릴라가 생각났다. 다카사토였을 때보다 다이키일 때가 더 나아보인다. 자기 자리로 돌아와설까. 돌아왔다고 해도 아직 큰일이 남았다. 리사이와 다이키는 대국으로 돌아가기로 한다. 그다음 이야기가 언젠가 나올까. 나라와 나라가 싸우지 못하게 하는 섭리가 있어서 좋지만, 도와주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건 안 좋기도 하다. 그 나라 사람이 그 나라를 좋게 만들어야 하는 건 맞지만.

 

어쩌다 보니 또 이런 식으로 썼다. 경국은 아직 가난하고 나라가 어수선하다. 그래도 요코 곁에 여러 사람이 있다. 그런 것을 안 좋게 여긴 사람도 있다. 사람은 누군가 알아주지 않아도 성실하게 자기 일을 해야 하는데 알아주지 않으면 그것을 아쉬워하고 원망하기도 한다. 그런 사람은 본래 그런 걸까. 가끔 자신이 잘못한 것을 알고 바뀌는 사람도 있다. 그런 사람이 많으면 좋겠지만 적을 것 같다. 자기 자리는 스스로 만든다는 말도 있던가. 나는 그런 것과 먼데 이런 말을. 누군가 자신을 어떻게 대하는지도 자기하기 나름이다. 조금 이상한 말을 한 건가. 경국에서 잠깐 안 좋은 일이 일어났다. 요코가 반은 사람 반은 동물이나 출신이 별로 안 좋은 사람을 가까이 두고 일을 시켜서. 다른 나라 왕이나 기린이 오고 가는 것도 뭐라 했다. 요코는 나름대로 경국 백성을 생각하고 한 일인데. 윗사람이 무슨 생각으로 일을 하는지 알기 어려워도 알려고 하면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것도 알아보지 않고 자신을 안 좋게 대한다고 화내다니. 화낸 것보다 더 큰일을 했다.

 

열두 나라에는 왕과 기린이 중요하지만, 그곳을 살아가는 백성도 중요하다. 관리도 백성 가운데 한 사람이다. 이야기가 왕이나 기린 관리 중심으로 펼쳐지지만, 자신은 자기 자신으로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커다란 일은 안 해도 되지 않을까. 이렇게라도 생각해야 마음 편하지. 작가도 큰 걸 바라고 이런 이야기를 쓴 건 아니겠지.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보이면 돕고, 자신이 바라는 게 있으면 누군가한테 기대기보다 스스로 애써서 손에 넣어야 한다. 좋은 나라도 우리가 만들어야 한다. 서로 도울 때는 도와야겠구나. 요코는 열두 나라가 서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우리 세계에는 ‘국제 기구’라는 게 있지 않은가. 자기 나라만 잘살면 된다 생각하지 않고 다른 나라도 생각하면 더 나을 텐데. 우리 세계도 다르지 않다. 이건 작은 게 아니고 큰 것이다. 왜 이렇게 흘렀는지.

 

책을 본다고 사람이 바로 바뀔까. 바뀌는 사람도 있지만, 아주 많지 않겠지. 나는 다른 것보다 나를 믿어야겠다. 잘하는 건 없지만, 책을 보고 조금이라도 나아지기를 바라야겠다. 내가 해야 하는 건 나 자신을 바로 세우기일지도 모르겠다. 가끔 괜한 생각에 빠져서 우울해지기도 하니까. 그런 건 쓸데없는 일인데 말이다. 쓸데없는 일이 다 나쁜 건 아니지만, 자신을 불쌍하게 여기는 건 안 좋겠지. 자신을 좋아해야 한다. 이런 말 다른 책 보고도 했을 텐데. 지키기 어려운 거여서 여러 번 말하는가보다. 십이국기 지금까지 나온 거 다 봐서 기쁘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다. 앞으로는 책 즐겁게 만나야겠다. 좀 못 쓰면 어떤가. 재미있게 나 나름대로 보면 되는 거지.

 

 

 

희선

 

 

 

 

☆―

 

“만약 하늘이 있다면 그것은 잘못된 게 아니야. 실재하지 않는 하늘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지만, 만약 진짜 있다면 반드시 잘못을 저지르겠지.”

 

리사이는 이상한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하늘이 진짜 없다면 하늘이 사람을 구하려고 할 리 없어. 하늘이 사람을 구할 수 있다면 반드시 잘못을 저질러.”

 

“그건…… 무슨…….”

 

“사람은 스스로 구할 수밖에 없다는 거야. 리사이.”  (390쪽)

 

 

“먼저 자신이 제대로 서지 않으면 남을 도울 수 없을 것 같아서.”

 

요코가 말하자 그렇지도 않아, 하고 로쿠타는 창에 이마를 댔다.

 

“남을 돕는 걸로 자신이 설 수도 있으니까.”  (46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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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여름을 좋아했다. 더워도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 언젠가 여름에는 아주 더워서 잠을 잘 수 없었다. 그때부터 여름을 싫어하게 되었다. 지금은 싫어하는 것과 조금 다르다. 비가 아주 많이 내린 여름을 겪어서 무서운 것 같기도. 이젠 소나기도 없어졌다. 여름이면 갑자기 비가 내렸다 얼마 뒤 그치고는 했는데, 몇 해 동안 그런 여름을 지낸 적이 없다. 조금씩 바뀌어서 그렇게 됐을 텐데. 지금은 딱히 좋아하는 철은 없다. 싫어하는 철도 없다. 이건 철만 그런 건 아니다. 시간이 흐르면 마음은 애매해지는 건지. 무엇인가 좋아하는 마음이 줄어드는 듯하다. 그것보다 많이 좋아하지 않으려는 건지도 모르겠다. 아직 살아있는데.

 

여름에 만나면 더 좋을 것 같은 나츠메 우인장을 오랜만에 보았다.

 

 

 

 

 

예전보다 친구와 잘 지내는 나츠메

 

  나츠메 우인장 19

  미도리카와 유키

  白泉社  2015년 05월 01일

 

 

 

 

 

 

 

 

 

 

 

 

 

지난해 구월에 18권 나왔는데, 19권은 이제야 나왔다. 올해는 이것만 나오고 다음 권은 2016년 봄에 나온다고 한다. 그렇게 중요한 건 아니지만. 19권이기는 한데 나온 시간은 길다. 십년이 넘었으니 말이다. 지난해가 연재하고 십년째라고 했던가. 책이 나온 것도 십년이 다 된 듯하다. 1권 나온 건 2005년이고 내가 그것을 본 건 2012년이다(이 말 처음 하는 게 아닐지도). 이것도 쓸데없는 말이구나. ‘나츠메 우인장’ 오랜만에 보았다. 처음 봤을 때는 재미있었는데, 지금도 재미있다. 한권을 보면 다음 권이 보고 싶어져서. 이건 밀리지 않아서 이렇게 됐지만. 나올 때 바로 봐서 좋으면서도 조금 아쉽기도 하다. 사람 마음은 참 이상하다. 하기 전에 그것을 하면 기쁠 텐데 하다가도 막상 그것을 하고 나면 아쉬워한다. 그렇다고 안 할 수도 없고. 어딘가에서는 하고 싶지만 안 하는 모습을 본 것 같기도 하다. 그것은 어디고 무슨 일이었을까. 알면 안 되는 일을 덮어두고 사는 거였을지도. 이것은 좀 다른 이야긴가. 어떤 일이냐에 따라 밝히기도 하고 덮어두기도 한다. 어떻게 하느냐에 정답은 없는 건지도. 이런 게 나오는 것도 아닌데 이런 말을. 나츠메가 알고 싶어하는 일이 있기는 하다. 다시 생각하니 아주 없는 건 아니다.

 

앞에 책을 보고 시간이 흘러서 어떤 이야기가 있었더라 하고, 마지막에 나오는 하코자키 이름 들어봤는데 했다. 지난번에 나츠메는 나토리와 요괴연구를 하다 죽은 하코자키가 숨겨둔 서재를 찾았다. 거기에 있던 서류는 다 타버렸지만. 하코자키를 따르던 요괴가 나츠메를 닮은 남자를 본 적이 있다고 했다. 그 이야기가 나오는가 했는데 이번에 나오지 않았다. 나츠메는 하코자키 손녀한테 하코자키 집을 찾아온 사람 가운데 나츠메와 닮은 사람이 있었는지 물어보고, 그런 게 있으면 연락해달라고 했다. 나츠메가 그 집에 왜 갔느냐 하면, 그 집 둘레에 이상한 기척이 있어서였다. 그 집 둘레를 돌아다니는 건 마토바 집안 사람이 만든 요괴였다. 마토바 집안은 요괴 쫓는(없애는 일에 가까운) 일을 하는데, 힘센 식을 만들려고 약한 요괴를 많이 모아서 인형에 가두었는데 그게 달아났다. 나츠메는 하코자키 집에서 마토바를 만났다. 마토바는 요괴를 없애기 위해서 자신을 쫓아다니는 요괴를 이용하기도 했다. 마토바는 요괴는 다 없애야 한다고 생각한다. 요괴 쫓는 일을 하는 사람은 거의 다 그럴지도. 나토리는 나츠메를 만나고 조금 달라졌다. 나츠메는 아직 우인장 이야기를 나토리한테 자세히 하지 않았다. 아니 그 모습이 나오지 않은 거고 이야기했을지도. 다음에 나오면 어쩌지.

 

오랜만에 시바타가 나츠메한테 전화해서 자신을 만나러 오라고 했다. 시바타는 초등학생 땐가 나츠메와 같은 반이었던 아이로 전에 한번 나왔다. 등나무 요괴를 사람으로 알고 만나다 나츠메를 찾아왔다. 이번에도 요괴와 관계있는 이야기를 했다. 나츠메는 타누마와 같이 시바타를 만났다. 시바타가 공원에서 만난 여자아이한테 들은 이야기로 얼마전에 여자아이 옆집에 벼락이 떨어졌는데, 그날 뒤로 밤마다 옆집에서 소리가 들린다고 했다. 나츠메는 그 집 창문에서 인형 둘을 보았다. 그 집에 인형을 모으는 사람이 살았는데 인형은 저주하는 데 쓸 거였다. 많은 인형을 방에 두고 집을 비우고 돌아왔을 때 인형마다 흠집이 나고 두 개만 멀쩡하면 성공한 거였다. 이것은 요괴 만드는 것과 비슷할까. 인형 안에 요괴가 들어갔다고 해야겠다. 그 요괴는 어렵지 않게 쫓아냈다. 타누마네 집인 절에서. 타누마와 시바타도 도왔다. 나츠메는 남과 다르게 요괴를 볼 수 있어서 친구를 잘 사귀지 못했다. 이제는 나츠메가 요괴를 볼 수 있다는 것을 아는 친구가 몇 생겼다. 시바타도 그 안에 들어간 건가. 시바타는 야옹 선생이 말을 한다는 걸 모른다. 알면 참 좋아할 것 같은데.

 

가끔 나츠메한테 도움을 바라고 찾아오는 요괴도 있고, 우연히 나츠메를 보고 도와달라고 하는 요괴도 있다. 이시아라이 나나마키는 나츠메를 보고 여섯달 전에 연락이 끊긴 제자 찾는 걸 도와달라고 한다. 스승의 날이 얼마전이었는데 이런 이야기가 나오다니. 이시아라이는 돌, 바위, 산의 부정을 깨뜻하게 씻는 요괴다. 꽃 그림을 그리면 부정이 씻긴다. 나츠메는 다른 사람은 그것을 못 봐서 아쉽게 여겼다. 나나마키는 고향에서 갈 곳 없는 요괴를 자기 집에 두게 하고 이시아라이 일을 가르쳤다. 제자는 실력이 좋았다. 훌륭한 이시아라이가 되어서 돌아오겠다고 하고 떠났는데 연락이 끊겼다. 이시아라이가 되려면 부정을 씻는 일을 어느 정도 해야 했다. 제자는 요괴 쫓는 사람한테 봉인당해서 더는 이시아라이가 될 수 없었다. 봉인당하는 것은 더려움을 타는 거여서. 제자가 연락을 끊은 건 다시 돌아갈 수 없어서였다. 나나마키는 제자한테 자신과 다니면서 돌아갈 곳을 찾자고 한다. 나는 제자가 사람을 원망하다 나쁜 요괴가 되었으면 어쩌나 했는데 그런 일은 없어서 다행이다. 요괴도 사람도 혼자보다 둘이면 더 낫겠지.

 

 

    

 

 

 

레이코(나츠메 할머니)는 언제나 요괴와 싸워서 나츠메를 찾아오는 요괴는 나츠메한테 이름을 돌려달라거나 나츠메를 레이코로 알고 가만두지 않으려고 했는데, 이번에는 레이코한테 고맙다는 인사를 하려고 찾아왔다. 지금 생각하니 레이코가 히노에도 도와준 거였다. 레이코는 요괴를 돕는다는 생각으로 한 건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그런 일은 많았을 것 같다. 오래전에 레이코가 간 산에서 힘 센 요괴 둘이 싸워서 힘들던 요괴들은 레이코한테 싸움을 말려달라고 부탁했다. 레이코는 자신이 왜 그런 일을 하느냐고 했는데, 그 둘이 싸우는 까닭을 알고 레이코도 그 둘과 싸우기로 했다. 둘이 싸운 건 예쁜 요괴와 결혼할 사람을 정하기 위해서였다. 예쁜 요괴는 그 둘이 잡은 거였다. 예쁜 요괴는 그 둘 가운데 누구와도 결혼하고 싶지 않았다. 레이코는 다른 요괴보다 잡힌 요괴를 도와주고 싶었던가보다. 힘 센 요괴라 해도 레이코가 이겼다. 두번째는 좀 어려웠지만 다른 요괴와 힘을 합쳐서 이겼다. 그 산에 사는 요괴는 레이코가 다시 그곳에 찾아오지 않을까 기다렸다고 한다. 나츠메를 찾아온 요괴는 그때 레이코가 구해준 요괴와 결혼한다고 했다. 요괴도 결혼하다니(이건 앞에서 말해야 하는 거였다). 레이코 대신 나츠메와 야옹 선생이 찾아가서 축하했다.

 

사람은 친구를 사귀고 사는데 레이코는 그런 관계를 만들지 않았다. 상처받지 않기 위해서였을까. 레이코를 만난 요괴는 거의 레이코를 잊지 않았다. 레이코는 어땠을까. 사람이든 요괴든 친구가 되는 거 괜찮을 것 같은데. 얼마 되지 않았지만 나츠메는 그렇게 산다. 그것은 다행한 일이다. 레이코는 쓸쓸하게 살았는데 늘 쓸쓸한 건 아니었을지도 모르겠다. 많은 요괴가 레이코를 좋아하고 기억하니까. 자신이 그것을 모르면 별 도움 안 될까. 레이코가 즐겁게 지내는 모습 언젠가 나오면 좋겠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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華胥の幽夢 十二國記 (文庫, 新潮文庫)
오노 후유미 지음 / 新潮社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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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서의 꿈   십이국기

오노 후유미

 

 

 

우리가 사는 곳에도 여러 사람이 있고 여러 나라가 있는데 이런 제목을 썼네요. 긴 이야기에는 한 나라 사람과 그 나라 이야기가 나오지만, (좀 긴) 단편집에는 여러 나라 사람이 나옵니다. 그것보다 딱히 떠오르는 제목이 없어서 저렇게 썼습니다. 이 책은 십이국기에서 두번째 단편집인데, 작가는 이것을 더 먼저 썼어요. 지난번에 본 《히쇼의 새》는 아주 오랜만에 나온 십이국기 이야기였어요. 그 책은 조금 읽기 어려웠습니다. 이상하게 잘 안 읽히더군요. 이번 단편은 그때보다 좀 나았습니다. 그렇다고 잘 읽었느냐 하면 그렇지도 않아요. 이런 말을 먼저 했군요. 잘 읽지 못했지만 다섯가지 이야기는 나름대로 재미있습니다. 대, 방, 경, 재, 주 나라로 다섯곳이군요. 주는 그 나라 이야기보다 리코가 다른 나라를 돌아다니고 와서 이야기하는 거군요. 다른 책에 나온 것과 비슷하기도 합니다. 그것은 《도남의 날개》예요. 리코는 주국 왕 둘째 아들입니다. 주국은 열두 나라 가운데서 한 왕이 가장 오래 나라를 다스렸습니다. 육백년이랍니다. ‘도남의 날개’에도 잠깐 나왔는데 주국은 왕 혼자 일을 결정하지 않습니다. 아내와 아들 둘 그리고 딸이 함께 이야기합니다(모두 다섯이군요). 혼자 생각하고 결정해야 하는 사람보다 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주국 왕은 안국 왕이 혼자 여러가지를 하는 걸 대단하게 여겼습니다. 안국에는 뛰어난 관리가 많습니다. 그것도 복이겠지요. 무엇이든 언젠가 끝이 온다는 이야기도 나오더군요. 어느 왕조든 무너진다고.

 

유가 기울고 있다는 말은 다른 데서도 나왔는데 여기에도 나왔습니다. 유국 왕이 어떤지 언젠가 나올지. 전에 나라에 왕이 없으면 요마가 나온다고 했는데, 왕이 길을 잃고 기린이 병에 걸려서 나라가 기울어도 요마가 나옵니다. 요마가 나오면 다시 바로잡기 어렵다고 합니다. 남의 나라 일이라고만 생각하지 않기도 해요. 한 나라가 기울면 바로 옆나라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니까요. 왕이 없는 나라 백성은 자기 나라를 떠나 다른 나라에 가기도 합니다. 그때 다른 나라에서 해주는 것은 희망을 갖게 하는 것이라는군요. 아주 적은 도움을 주는 거네요. 물고기를 주는 게 아니고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친다고 하면 알기 쉬울까요. 그런 거라도 있어서 다행이죠. 어떤 나라, 지금은 왕이 죽어서 그곳은 기울기만 하는데 요코가 처음 간 곳은 교국입니다. 교국은 난민을 별로 도와주지 않았습니다. 안국에서나 난민을 잘 받아주었어요. 안국에는 교국이나 유국에서 난민이 가겠네요. 주국이 교국 난민을 받아들여서 안국이나 경국을 편하게 해주려고 하더군요. 주국 바로 옆(위쪽)이 교국입니다.

 

열두 나라에서 왕과 왕이 아주 친하게 지내는 곳은 없습니다. 어쩌다 우연히 다른 나라 왕이나 기린이 알게 되기도 하지만. 대국 기린 다이키는 연국 기린이 도와주어서 봉산에 돌아오게 됐습니다. 대국은 겨울에는 눈이 많이 내려서 살기 힘듭니다. 이런 때 왕 교소는 다이키한테 연에 다녀오라고 해요. 다이키는 자신이 어려서 왕이나 백성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연국 왕을 만나고 자신은 잘 자라면 된다는 걸 깨달아요. 이것은 어린이가 하는 일이기도 하네요. 기린이라고 해도 어릴 때는 보통 어린이와 다르지 않겠네요. 다이키를 보니 조금 부러웠습니다. 뭐가 부럽냐구요. 다이키는 다른 거 안 해도 꼭 있어야 하잖아요. 기린은 그 나라에 있기만 해도 괜찮으니까요. 사람은 누군가한테 도움을 주고 싶어하는데 그것을 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다이키는 사람으로 산 시간이 길어서 기린이 어떤 건지 아직 다 모르는 듯합니다. 자신이 왕한테 방해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는데, 연에서 돌아온 다이키를 본 왕 교소는 반가워했습니다. 다이키가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가라앉는다고 했어요. 누구든 이런 말 들으면 기쁘겠지요. 누군가한테 자신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면.

 

다른 사람은 백성을 위해 겟케이가 왕을 쳤다고 생각하지만, 겟케이는 죄를 짓는 왕을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아서 왕을 죽이게 되었다고 합니다. 방국 왕은 자신과 백성이 모두 청렴결백하기를 바랐습니다. 아주 작은 잘못을 저질러도 사형이었어요. 나라를 다스리는 일은 아주 어렵습니다. 두루두루 살펴보고 여러 사람 말에 귀 기울여야 하는데 방국 왕은 왕비 말을 듣고 그것을 다 믿었습니다. 그런 방국 왕을 친 것은 혜주후 겟케이예요. 관리들은 겟케이가 임시 왕이 되기를 바랐는데 자신은 그럴 수 없다고 했습니다. 왕을 죽인 죄가 있기 때문에. 겟케이는 왕 자리가 갖고 싶어서 왕을 죽인 게 아니었어요. 어떤 일을 했을 때 그것을 죄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누군가를 위한 일이라고 해도 사람을 죽이는 건 큰 죄죠. 겟케이는 그것을 잘 알더군요. 죄를 알고 백성을 위해 겟케이는 임시 왕이 되기로 합니다. 그렇다 해도 하늘이 정한 왕이 나타나기 전까지 그 나라는 기울기만 한다는군요. 겟케이가 그렇게 마음먹은 건 예전과 달라진 쇼케이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비뚤어진 마음을 바로잡는 건 쉬운 일이 아니지만, 그것을 하는 사람도 있지요. 사람은 바뀌기도 합니다. 혼자 그렇게 되는 건 아니고 누군가를 만나야 할 것 같아요.

 

요코와 라크슌은 편지를 나눕니다. 이곳에서는 편지를 쓰지 않나 하는 생각을 만화 볼 때 했군요. 종이에 써서 보내는 거 말이에요. 그런 게 아주 없는 건 아닌데 시간이 많이 걸린답니다(이건 책을 보고 알았습니다). 요코와 라크슌은 말로 합니다. 새가 그 말을 서로한테 전해줍니다. 그것도 말하는 사람 목소리를 그대로 들려줘요. 별난 새죠. 새한테 목소리 녹음하는 것 같군요. 보통 사람은 그런 새 쓰기 어렵겠죠. 요코는 왕이니 쓰는 거네요. 새가 먹는 건 가루에 가까운 은조각입니다. 라크슌한테 은조각을 주는 건 안국 왕입니다. 예전에 요코가 라크슌을 만나서 다행이다 생각했는데, 라크슌도 요코를 만나서 잘된 거더군요. 교국에서는 대학에 다닐 수 없었는데 안국에서는 요코를 아는 안국 왕 때문에 대학에 다니게 됐으니까요. 안국 왕이 요코를 알아서만은 아니겠네요. 안국 왕 쇼류는 사람을 잘 봅니다. 안국에서 대학에 갈 수 있다 해도 라크슌이 공부를 못했다면 어려웠겠네요. 요코와 라크슌은 힘들어도 그런 말은 안 하고 서로 잘 지낸다고 합니다. 요코는 라크슌이 안국에서 지내는 게 편하지 않을 거다 생각하더군요. 안국이 교국보다 낫지만 라크슌이 반은 사람 반은 동물이기 때문에 차별이 아주 없는 건 아니었어요. 말하지 않아도 힘들게 살아가겠구나 하다니, 이런 사이도 부럽군요. 저도 그런 생각해야 하는데 자꾸 잊어버리네요. 다 말하지 않아도 어떨지 생각해야겠습니다.

 

 

                

 

 

 

왕이 나라를 잘 다스리지 못해서 백성이 힘든 것을 보면, 자신은 더 좋은 나라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요. 하지만 그게 옳고 모두가 좋아할까요. 나라를 다스리는 일은 옳고 그른 것과 상관없을지도 모르겠군요. 백성은 한 사람이 아니고 아주 많으니까요. <화서>에는 자신들이 한 일에 무슨 잘못이 있는지 잘 모르는 사람들이 나오더군요. 저도 그 말을 보고 뭐가 잘못돼서 기린이 병 들고 나라는 기울까 했습니다. 왕은 자신이 바라는 나라를 만들 수 있다 했지만. 백성이 먼저일까, 나라가 먼저일까 싶더군요. 왕이 생각하는 나라와 백성이 생각하는 나라는 같을까요, 기린은 어떨지. 자기 생각만 옳다고 여기면 안 되겠지요. 어떤 일을 했을 때 그 뒤에 어떻게 될까도 생각해야 하고. 이런 말을 하더군요. 아무리 좋은 일이라도 의심해야 한다. 맞는 말입니다. 사람은 잘못을 합니다. 스스로 잘못을 깨달으면 좋을 텐데 그것을 못하게 되기도 하더군요. 둘레 사람과 함께 이야기하면 좀 낫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상이 아닌 현실을 제대로 봐야죠. 사람도 나라도 완벽할 수 없습니다. 남을 쉽게 비난하지 않아야 한다는 말도 하더군요. 남한테 뭐라고 하기 전에 자신은 어떤지 살펴봐야 하겠네요. 말하기보다 행동하라는 말도 있군요.

 

십이국기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지금까지 나온 것에서 볼 게 한권 남았습니다. 책이 재미있지만 읽기 힘들기도 했습니다. 남은 한권은 즐겁게 만나야겠습니다.

 

 

 

희선

 

 

 

 

☆―

 

“능력이 없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니잖아요? 저도 못하는 일은 아주 많아요. 검은 거의 쓰지 못합니다. 못하는 것을 나쁘다고 말하면 안 되겠지요. 사람은 잘하는 것과 못하는 게 있으니까요.”  (288쪽)

 

 

“종왕(주국 왕)도 예전에는 마을 여관 주인이었다고 들었어요. 그 종왕이 정치가 뭔지 알았을까요. 슈카도 시쇼도 저 또한 모르는 것을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슈카가 부끄러워하고 후회할 일이 있다면 단 하나예요. 그것은 확신을 의심하지 않았다는 거예요.”  (<화서>에서, 295~296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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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BBP 2015-06-10 16: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희선님~~~ 추카추카

희선 2015-06-13 00:06   좋아요 1 | URL
별일이 다 있군요 잘 쓰지 못했지만 저한테도 운이 돌아오기도 하는군요 다른 분은 잘 써서 되지만, 저는 운인 것 같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나는 잘 못 쓰는구나 하기도 합니다 잘 쓰고 싶은데...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