眞夜中のパン屋さん 午前 2 時の轉校生 (ポプラ文庫 日本文學) (文庫)
오누마 노리코 지음 / ポプラ社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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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의 빵집 : 새벽 2시의 전학생

 

 

 

빵집이라는 말만 들어도 갓 구운 빵 냄새가 나는 듯합니다. 지난번에 말하지 못한 게 하나 있습니다. 다음 권 보고 하지 했습니다. 제가 빵을 좋아하는 편이라고 했잖아요. 좋아하면 자신이 만들고 싶기도 하죠. 빵 만들기 배워보고 싶기도 하네요. 이 책에 나온 ‘구레바야시 빵집’이 진짜 있다면 좋을 텐데. 책 속에라도 들어가고 싶군요. 그러면 배울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몇해 전에 빵 만들기 배워볼까 했습니다. 나라에서 내주는 것으로. 이게 안 좋았나 봅니다. 제 돈을 내고 배우려고 했다면 별 말 안 했을지도 모를 텐데, 저한테 말을 그렇게 안 해서 어떻게 배우느냐고 하더군요. 말하는 거하고 빵 만드는 거 무슨 상관있을까요. 그 말 들으니 기분 나쁘더군요. 기다려도 연락 안 왔을지도 모르겠지만, 배우지 않기로 했습니다. 이 세상은 말도 잘해야 살 수 있구나 싶습니다. 그런 걸 한두번 느낀 건 아니기도 하네요. 사람들은 말 잘하는 사람을 더 좋아하기도 하더군요. 이건 인터넷도 다르지 않은 듯합니다. 그러고 보니 이번에 말 잘하는 사람이 나오는군요. 그 사람이 나쁜 건 아니지만, 그 사람 생각이 다 옳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이것은 제 생각일 뿐입니다. 그 사람 때문에 새롭게 사는 사람도 있으니까요.

 

말 잘하는 사람 가운데는 사기꾼이 많죠. 앞에서 말한 사람 사기꾼은 아니예요. 의사로 어렸을 때 꿈이 마법사였어요. 대학생 때는 좋은 일 하는 모임 같은 것을 만들었는데, 사람이 많이 모이니까 처음 생각과 바뀌었다고 하더군요. 그거 보니까 신흥종교 같은 게 생각났습니다. 신흥종교만 그런 건 아니군요. 무엇이든 시작은 좋은 생각이었다 해도 사람이 모이고 돈이 모이면 그곳은 처음과 달라지죠. 돈 때문은 아닐지 모르겠지만, 사람은 생각하는 게 다르고 바라는 일도 다 다르잖아요. 시간이 흐르면 처음 생각한 게 무엇인지 다 잊어버릴지도 모르죠. 그런 일은 어디에서든 일어나는 거네요. 어쩌면 그래서 벌써 생겨버린 어둠은 쉽게 없애지 않는 건지도 모르겠어요. 그렇게 해서 균형을 맞추는 건지도. 하지만 균형이 깨지고 어둠이 커지면 그곳은 사라질지도 모르죠. 아무리 좋은 일이라 해도 많은 사람이 모이는 것보다 적은 사람이 하는 게 나을 듯합니다. 어떤 때는 많은 사람이 있어서 도움이 되기도 하는군요. 좋은 일 하려는 모임 일은 조금 나왔는데 이 말을 했네요. 그런 것을 만든 것은 모두가 행복해지기를 바라서였다고 합니다. 뜻은 좋지만……. 저는 이 세상 모든 사람이 행복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행복과 불행도 균형이 맞아야 하니까요. 아니 사람마다 생각하는 행복은 다르겠네요.

 

엄마가 아이를 다른 집에 보내서 살게 하면 아이는 안 좋겠지요. 그래서일까요. 노조미는 어느 때 기억을 잊은 듯했습니다. 맨 처음 것을 보고 말해서 지난번에는 말 안 했는데, 노조미는 구레바야시 빵집에 얹혀 삽니다. 노조미 엄마가 구레바야시 아내 미와코한테 노조미가 동생이라고 했어요. 그 말을 한 건 노조미가 구레바야시 빵집에 오기 얼마전이 아니고 오래전이었던가봐요. 그렇게 말했다고 한 건 미와코가 쓴 편지 때문이군요. 어쩌면 노조미 엄마가 말한 게 아니고 미와코가 그렇게 하기로 한 건지도. 지난번에는 어린 노조미와 미와코가 함께 찍은 사진이 나왔습니다. 노조미는 미와코를 한번도 만난 적 없다고 했는데. 구레바야시와 히로키는 노조미가 기억을 찾았으면 해서 과일 샌드위치를 만들어요. 하지만 노조미는 기억하지 못했습니다. 앞에서 말한 의사(아베 슈헤이)가 기억하지 못하면 억지로 기억을 떠올리게 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그런 말 나오니 노조미한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고 싶기도 하네요. 구레바야시는 뭔가 안 것 같은데. 노조미 엄마 잠깐 나왔습니다. 마지막에는 구레바야시 빵집에 찾아왔습니다. 다음 권에서 뭔가 알 수 있겠네요. 네, 이 책 한권 더 있습니다.

 

이번에는 ‘새벽 2시의 전학생’인데 그 말은 아직 못했군요. 노조미는 고등학교 3학년이 됐어요. 같은 반에 남자아이가 전학왔는데 이 아이 좀 이상했습니다. 미마사카 고타로는 왼손에 인형을 끼고 복화술을 했습니다. 처음에는 그랬는데, 나중에는 아버지를 파멸시키겠다는 말을 하더군요. 고타로 아버지는 미마사카 겐시로 고다마 아버지기도 합니다. 고다마는 초등학생으로 첫째권에서 구레바야시 빵집 사람과 알게 되고는 지금도 친하게 지냅니다. 그런 사람이 더 있군요. 마다라메, 소피아. 아야노와 다가타도 여전히 나왔습니다. 고타로와 고다마는 형제인가, 했습니다. 맞아요, 엄마가 다른 형제네요. 고타로는 처음에는 노조미가 지금은 사이가 멀어진 어릴 적 친구와 이야기하게 하고, 고다마 엄마가 사귀는 의사(아베)를 노조미와 함께 알아봤습니다. 그런 일을 한 진짜 목적은 의사인 자기 아버지를 그 자리에서 끌어내리기 위해서였습니다. 자신을 안 보는 아버지를 원망하는 아이 같았습니다. 아이는 고등학생이 되어서도 아버지가 자신한테 관심 갖기를 바랄까요. 가끔 그런 이야기를 봐서. 부모한테 사랑받지 못한 아이는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부모한테 인정받고 싶어하는지도 모르겠네요.

 

고타로가 하려는 일을 알고 노조미와 구레바야시와 히로키는 말리려고 합니다. 그 일을 제대로 한 사람은 아베 슈헤이예요. 아베는 고타로 아버지 미마사카 겐시와 친구였습니다. 잠깐 연극을 하기도. 고타로, 고다마 아버지 미마사카 겐시는 사람하고 잘 지내지 못했습니다. 그렇다고 아이들 생각을 아주 안 한 건 아니더군요. 어떻게 하면 아버지가 되는지 몰랐던 겁니다. 앞으로는 좀 나아질지도. 사람은 누군가 때문에 조금 달라지기도 하는가 봅니다. 그 상대가 아이일 때가 많은 듯하네요. 고타로도 어렸을 때는 아버지한테 칭찬받으려고 뭐든 열심히 했는데, 고등학생이 되고는 아버지를 원망하다니. 이것은 지나갔군요. 고다마는 누굴 닮았는지 참 착합니다. 미마사카를 위해 빵을 만들고 마음을 썼습니다. 고타로가 왜 노조미 가까이에 왔을까 하는 것에, 고다마는 모두와 사이 좋게 지내고 싶어서였다고 했어요. 저는 고타로가 노조미 사정을 알아서 그런 것 같은데.

 

여러 권으로 나온 책은 쓰기 어렵군요. 이렇게 읽고 쓰는 거 처음이 아닌데 이런 말을 했네요. 중심 이야기도 있고, 여러 사람 마음이 나오기도 해서 그렇습니다. 고다마 엄마가 생각하는 것도 있어요. 그것을 보니 뭐든 잘 못하면 천천히 하면 어떨까 했습니다. 사람은 완벽하지 않아도 되잖아요. 엄마도 그렇죠. 아이를 쓸쓸하게 내버려두지 않는다면 그걸로 괜찮다고 봅니다. 잘 못하는 것도 날마다 조금씩 하다보면 익숙해지기도 하겠지요. 뭐든 하루 아침에 잘할 수 없잖아요. 다음에는 노조미 이야기가 나올 것 같네요. 미와코 이야기도. 지금까지도 나왔는데 이런 말을 했군요. 이 책을 보고 사람이 죽었다고 해서 아주 사라지는 건 아니구나 했습니다. 죽은 사람은 몰라도 산 사람이 그 사람을 기억하니 그 사람은 살아있는 거지요.

 

 

(중요한 건 아니지만, 진작에 타이핑하고 봤다면 틀리지 않았을 텐데 싶습니다. 늘 게을러서 문제군요. 새벽 2시라고 해야 하는데 새벽 1시라고 했답니다. 지금은 고쳤죠. 앞으로는 조금만 게을러야겠습니다.)

 

 

 

희선

 

 

 

 

☆―

 

“처음부터 피가 섞여 있으니까 말해도, 부모가 조건 없이 애정을 준다고 할 수 없어. 그런 것을 생각하는 건 아이의 오만이라는 거야. 너도 기억해두는 게 좋아. 모든 부모가 조건 없이 아이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양복 옷깃을 정리하면서 미마사카는 말했다. 그 얼굴에 망설임은 없었다. 그래서 노조미도 되받아쳤다.

 

“……아아, 그런가요. 훌륭한 지도 고맙습니다.”

 

그것도 말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미마사카 선생님도 기억하세요. 아이 쪽은 어떤 부모라 해도 조건 없이 부모를 생각한다는 거라는 걸……!”  (30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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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태양이 가진 비밀

 

  데가미바치 17

  아사다 히로유키

  集英社  2014년 01월 04일

 

 

 

 

 

 

 

 

중간채용된 치코

 

 

 

몇달이 지나서야 16권 다음인 17권을 보았다. 얼마전에 19권 나와서 빨리 앞에 것 두권을 보고 19권을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지난번 이야기와 이어지는 이야기가 없는 것 같기도 하다. 아니 아주 없는 건 아닌가. 이 책이 만화여서 본래 띄엄띄엄 나오지만, 나도 띄엄띄엄 봤더니 여러가지를 잊어버렸다. 라그 엄마가 남긴 편지를 본 다음에 라그는 왜 ‘깜박임의 날’에 태어난 아이들을 바로 찾으러 가지 않는 건가 했는데, 그건 그 일 보고를 아직 위에 하지 않아서였다. 깜박임의 날(열두해 전)에 태어난 다섯아이한테는 빛이 없는 이곳 앰버그라운드의 아주 오래전 기억이 깃들어 있었다. 그 기억을 이으면 무엇인가 알 수 있다고 한다. 이렇게 볼 수 있다. 깜박임의 날 태어나고 앰버그라운드의 아주 오래전 기억도 잠들어있는 사람. 아니 꼭 사람에 한한 것은 아닌 듯하다. 이번에 그 기억을 가진 동물이 나왔다.

 

여러 번 하는 말인데, 내가 이 책을 보기로 한 건 편지 배달하는 이야기여서였다. ‘편지는 보내는 사람 마음이다’ 하는 말도 있었는데. 앞에는 편지를 보내고 받는 따듯한 이야기도 있다. 언젠가부터 이곳 앰버그라운 정부의 비밀과 반정부집단 리버스(이건 다시 태어나다인가)가 나타나기도 했다. 어디에든 작은 이야기도 있고 커다란 이야기도 있구나. 이번에는 슬프지만 마음 따듯한 이야기와 오래전에 알지 못했던 것을 알기도 한다. 라그는 편지를 아주 소중하게 여긴다. 편지 받을 사람이 죽어서 그 편지를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데, 어떤 여자아이가 나타나서 편지를 찢어버렸다. 여자아이는 라그와 같은 비로 중간 채용된 치코(뒤에서 읽으면 코치라니, 새끼고양이 치 친구가 코치여서 생각난 거다)였다. 갑충 카베르네와 비들이 싸워서 일손이 많이 모자랐다. 라그가 치코한테 도시 안내를 하면서 함께 편지를 배달했다. 여기저기 다니다 편지 받을 주소가 돌로된 나무에 갔다. 주소가 집이 아니어도 된다니. 앞에서 편지 받을 사람이 죽었는데, 이번에도 편지 받을 사람이 죽었다. 그곳에 편지 받을 아이 엄마가 있어서 안 일이다.

 

아이 엄마가 편지를 쓴 건 몇달 전이다. 엄마는 집에 돌아가면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다고 편지에 썼는데, 아이는 마차 사고로 죽었다. 엄마는 편지를 왜 이제야 가져왔느냐면서 죽은 딸한테 편지를 보내달라고 했다. 억지스러운 일이지만 라그는 가만히 있을 아이가 아니다. 라그는 아이 엄마와 돌나무 위에 올라갔다. 거기에는 죽은 딸이 쓰던 공책과 망원경이 있었다. 라그가 심탄총을 쏘니 기억이 보였다. 아이는 엄마가 일하는 모습을 그 나무 위에서 보고 언젠가 자신도 엄마처럼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치코는 다른 데 갔다가 돌아와서 아이 엄마한테 편지를 주었다. 그것은 아이가 엄마한테 보낸 거였다. 아이가 살았을 때 엄마가 함께 시간을 오래 보냈다면 더 좋았을 테지만, 엄마는 아이와 살기 위해 일을 했다. 아이는 그것을 잘 알고 자랑스럽게 여겼다. 우리는 죽은 사람 마음 모를 텐데, 물건에 담긴 기억을 볼 수 있는 이곳에서는 그것을 알 수 있구나. 아니 우리도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다는 아니더라도 알려고 하면 조금 알 수 있겠지.

 

라그는 엄마가 깜박임의 날 태어난 아이를 찾으라고 했다는 말을 하치노스(이 말은 벌집이다. 편지 배달하는 사람을 벌bee이라고 하니 그렇구나)에서 보고 했다. 갈라드(관장이던가, 대리던가)는 깜박임의 날 태어난 아이를 찾는다고 신문에 냈다. 왜 찾는지 말하지 않고 선물을 준다고 썼다. 사람이 아닌 동물한테 보내는 편지가 있었는데, 치코가 그것을 라그한테 배달하라고 했다. 그 편지는 어니스트 시게튼(이 이름은 시튼이 생각난다)이라는 사람이 쓴 것으로, 그 사람이 어렸을 때 (열두해 전) 깜박임의 날 태어난 카피카바 새끼 폰타한테 보내는 거였다. 카피카바, 이름 처음 들어본다. 꽤 커다란 동물인데 새끼는 아주 작았다. 폰타는 아주 빨리 자랐다. 얼마 뒤 마을 밭이 엉망이 되었다. 시게튼은 폰타가 밭을 엉망으로 만들었다 여기고, 살던 곳에서 떠나야 해서 다른 사람이 찾지 못하게 폰타를 숲에 데리고 가서 두고 왔다. 시게튼은 폰타가 커서 사람들을 해친다고 여기고 편지를 썼다. 폰타는 몸집이 아주 컸다. 하지만 폰타가 사람을 해친 건 아니었다. 그 숲은 갑충이 지나는 길이었다. 오래전에도 폰타가 일부러 밭을 엉망으로 만든 게 아니고 갑충이 마을에 들어오는 것을 막다가 그렇게 된 거였다. 시게튼은 폰타와 살려고 집을 다 정리하고 그곳에 왔다. 폰타는 시게튼을 기억했다. 폰타가 쓰러졌을 때 아주 오래전 기억이 나타났다. 해가 있는 앰버그라운드였다. 이곳에 본래는 해가 있었을까. 해가 아닐지도.

 

예전 하치노스 관장이었다가 지금은 리버스에 들어간 로이드가 라그한테 편지를 보냈다. 로이드는 라그한테 자신을 찾아오라고 했다. 인공태양 안에 잠든 커다란 갑충이 깨어났을 때 그것을 쓰러뜨리는 것을 도와주겠다고. 정부는 갑충을 키우려고 인공태양을 만든 걸까.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리버스가 좋은 집단인지 잘 모르겠다. 잘못된 세상을 바꾸기 위해 사람이 모였지만, 잘못된 것을 바로잡기 위해 무언가를 희생해야 한다는 생각이 옳을까.

 

 

 

 

 

 

 

많은 사람을 희생시키지 않으려고

 

  데가미바치 18

  아사다 히로유키

  集英社  2014년 08월 04일

 

 

 

 

 

 

 

소중한 사람들에게

 

 

 

며칠전에 예전에 알았던 사람이 생각나서 찾아보았다. 정확하게 말하면 찾아본 건 아니다. 실제 만난 사람도 아니고 인터넷 때문에 알게 된 사람이어서 내 컴퓨터 즐겨찾기에서 가 보면 된다. 그렇게라도 남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것조차 모르는 사람도 있다. 그게 있다 해도 지금은 아무것도 쓰지 않는 사람도 있다. 나는 참 오랫동안 쓰는구나. 앞으로도 쓰겠지. 예전에 알았다가 어쩌다 연락이 끊겼는데, 다시 무슨 말 해 볼까 하는 생각을 했다가 그만두었다. 나는 가끔 생각해도 다른 사람은 나를 거의 생각하지 않았을 테니까. ‘갑자기 왜 나한테 말하지?’ 하면서 기분 나빠할지도 모르니까. 내가 예전보다 잘 살면 좋겠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아서. 예전에는 무엇인가 꿈이라도 꾸었는데, 지금은 꿈도 없는 것 같다. 아니 아주 없는 건 아니고 이룰 수 있다 생각하지 않고, 그냥 작은 것을 할 뿐이다. 지금 할 수 있는 것이라 해야 할까. 책 읽고 쓰기. 올해는 밀린 만화를 봐야겠다. 이것은 ‘꿈’이라 하기 어려울까.

 

이야기가 조금 다른 데로 흘렀다. 편지 이야기를 잠깐 하려고 했는데. 이 만화가 ‘데가미바치(레터 비)’니까. 이렇게 말해도 잘 모르겠구나. 데가미바치는 편지 배달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이때는 하치(벌)만 말해야 하나, 비라고 하니까). 앞에서 말한 예전에 알았던 사람(언니)한테 편지를 많이 썼다. 편지를 처음 받거나 가끔 받으면 그게 반가울지도 모르겠다. 별 말 없고 어쩐지 어두운 말이 쓰인 편지를 자꾸 받으면 별로 기쁘지 않겠지. 내가 그렇게 어두운 말을 자주 쓴 건 아니다. 지금도 비슷하지만 그때는 쓸쓸하기도 해서 편지를 자주 썼다(쓸쓸했다보다 심심했다고 해야겠다). 이 말은 언젠가 했을 텐데, 내가 편지를 자주 안 쓰게 된 건 책을 읽고 쓰고 난 뒤부터다. 책을 자주 읽게 됐을 때부터 그랬다면 예전에 편지 자주 안 썼을지도 모르는데. 꼭 그 편지 때문은 아니겠지만, 그것 때문에 멀어진 것 같다. 내가 쓰기만 하고 그걸로 끝났으면 좋았을 텐데, 아무 소식 없는 것을 조금 섭섭하게 생각했다. 편지보다 실제 만나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더 좋겠지 하면서. 그런 생각 지금은 안 할까. 그것과는 조금 다른 생각을 잠깐 했는데 그러지 않으려고 한다. 사람은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는가보다. 똑같은 잘못을 하기 전에 알면 좀 나을지도.

 

책을 읽고 쓰면서 편지를 덜 쓰게 됐지만, 편지를 안 쓰는 건 아니다. 편지 이야기도 여러 번 하는구나. 이런 것뿐 아니라 편지도 잘 쓰고 싶다. 잘 쓰기보다 그냥 내가 하고 싶은 말만 쓰다니. 좀더 생각하고 써야겠다. 생각해도 별로 달라지지 않을지도. 사는 곳이 가깝든 멀든 편지로 소식을 주고받는 것도 괜찮은 일이다. 이런 말하니 편지 쓰고 싶기도 하다. 여기에 나오는 데가미바치가 편지를 배달해주면 더 좋을 텐데.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는 집배원이 그 일을 하는구나. 요즘은 편지가 줄어들어서 배달하는 보람이 없을까. 나는 편지를 자주 써서 편지가 줄었다는 실감이 없다. 내 처지에서만 생각하면 안 되겠다. 누군가 한사람한테 보내는 편지는 줄었다 해도 여러 사람한테 보내는 편지는 늘었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은 인터넷 공간에 글 쓰는 사람 아주 많으니까. 그것 또한 편지다. 작가가 쓴 책, 만화도 편지와 같다. 어떤 책이든 편지로 생각하고 읽는다면 더 재미있을지도 모르겠다. 글 쓴 사람이 무슨 말 하는 건지 더 알려고 할지도. 친구가 쓴 글은 좀 더 집중해서 보고 무슨 뜻이 있을까 알려고 하지 않는가. 책을 읽고 쓰는 건 답장(또 다른 편지)인가 싶은 생각도 든다. 그런 건 어떻게 하면 잘 쓸지.

 

이제는 이 책 이야기를 잠깐 해야겠다. 지난번에 나는 조금 잘못 알았다. 앰버그라운드에 오래전에 진짜 해가 있었나보다 한 말이다. 그것은 우리가 아는 해가 아니고 정령충이 갑충이 되기 전에 정령호박이 되고 빛을 낸 거였다. 지금 앰버그라운드에 있는 인공태양 안에는 그 정령호박이 있다. 그 갑충 이름은 스피리터스다. 갑충은 사람 마음을 먹이로 하는 것으로 정령호박 안에 있는 정령충이 깨어나서 되는 거다(정령충이 마음을 잃으면 갑충이 되는 거구나). 이것은 오래전에 나온 건데 잊어버렸다. 이번이 18권이니 앞에 것은 많이 잊어버릴 수밖에. 지금 앰버그라운드에 위험이 다가오려고 한다. 인공태양 속 갑충 스피리터스가 깨어나면 이 세계 사람은 모두 죽는다. 스피리터스는 엄청나게 큰 갑충이다. 여제는 잠자는 스피리터스한테 마음을 주는 장치에서 그것을 더 크게 만드는 일을 하는데, 지금 여제 목숨이 얼마 남지 않았다. 지금까지 여제는 딸만 낳았는데, 이번 여제는 라그(남자아이)를 낳았다. 진짜 사람은 아니지만. 라그는 여제가 되지 못한다. 어쩌면 라그 엄마가 세상이 바뀌기를 바라서 라그가 태어난 건지도.

 

리버스를 이끄는 로이드는 라그한테 자신들이 스피리터스를 쓰러뜨리는 것을 도와주겠다고 했다. 스피리터스를 쓰러뜨리려면 여제와 엄청난 수의 마음을 희생해야 한다고 했다. 그 일을 치코한테 시킬 생각이었다. 라그는 많은 사람을 희생시키기를 바라지 않았다. 누군가를 희생시키지 않아도 된다면 그 방법을 쓰는 게 낫다고 본다.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이 마음을 잃고 죽었다. 정부에서는 마음이 끊기지 않는 인공정령을 만들려고 실험을 했다. 그렇게 해서 죽은 사람도 많고 사람 모습이 아닌 사람도 많다. 치코도 정령이 되지 못한 사람이다. 그 연구를 하는 사람도 괴로워했다. 그러고 보니 그런 건 처음 나왔다. 라그는 왼쪽눈에 있는 정령충 마음을 깨워야 한다는 걸 알게 된다. 그 일이 시간이 오래 걸리는 거였다. 지금까지 시간이 거의 천천히 흘렀는데, 이번에는 한해 가까이 흘렀다. 라그는 사람들한테 사람들 바람이 적힌 편지를 많이 모아달라고 말해두었다. 편지가 바로 마음이기도 하니까. 마지막에 라그가 나왔는데 모습이 조금 바뀌었다. 라그는 스피리터스를 쓰러뜨릴 수 있을까.

 

 

 

 

 

 

 

라그와 치코 수도 아카츠키에

 

  데가미바치(LETTER BEE) 19

  아사다 히로유키

  集英社  2015년 04월 03일

 

 

 

 

 

 

 

수도 아카츠키

 

 

 

이 만화를 보려고 했을 때 책이 여러 권 나온 뒤였다. 그때는 그때까지 나온 것을 빨리 보고 싶어서 조금 부지런히 보았는데, 언젠가부터 밀렸다. 드디어 올해 4월에 나온 19권까지 보았다. 다음 권은 겨울쯤에 나온다고 한다. 지난번에 편지 이야기를 하고 다음에는 쓸 게 없겠다 생각했는데 정말 그렇다. 이번 19권 제대로 본 건지 잘 모르겠다. 이런 생각한 게 처음이 아니기는 하다. 책을 본 다음에 쓰면서 어쩌면 그럴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거나 잘 모르는 것은 그냥 넘어가기도 했다. 설명하기 어려운 거라고 해야겠다. 만화에 쓰여있는 게 아닌 내가 아는 대로 설명하는 거 말이다. 책은 자신이 보는 게 더 재미있겠지. 내가 만화를 보고 줄거리를 자세하게 쓴 건, 시간이 흐르고 그것을 보면 도움이 될까해서였다. 처음에는 그렇게 길지 않았는데, 그것도 자꾸 쓰다보니 늘어났다. 이것은 다른 만화 이야기기도 하다. 그 만화 밀린 거 본 다음에는 어떻게 쓸지. 지금은 이게 더 중요한데, 아직 안 본 것을 먼저 생각하다니. 중요한 것을 짧게 쓰면 좋을 텐데 어렵다.

 

앰버그라운드에는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은 어디에 있을까. 이곳이 지금처럼 돌아가게 하는 사람은 대체 누굴까. 어쩐지 이곳에는 구조가 있고 그것을 사람이 지키는 것 같기도 하다. 비밀을 알고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정부 사람이 제대로 나온 건 아니지만 정부 있다. 정부에 반대하는 게 ‘리버스’다. 정부 사람이 사람을 그렇게 쓰는 것인가. 앰버그라운드 수도는 아카츠키다. 수도 아카츠키에는 인공태양이 있고 인공태양 안에는 갑충이 되기 전에 잠든 스피리터스가 있다. 정부에서는 인공태양이 꺼지지 않게 하려고 여제를 두고 많은 사람 마음을 더 크게 만들어서 스피리터스한테 주었다(자는데도 마음을 줘야 한다니). 여제 목숨이 얼마 남지 않았는지 인공태양이 깜박였다. 지난번에 인공태양이 깜박이는 간격이 줄어들고 갑충이 여기저기에 나타났다. 이 세계가 달라지려고 하는가보다. 사람 마음이 담긴 편지를 전해주는 따듯한 이야기만 하는 게 아니었다니(전에도 한 말이구나). 세상을 구해야 하는 이야기가 되었다. 이런 거 처음부터 생각했을까.

 

자기 왼쪽눈 정령호박 속 정령을 깨우려고 한 라그는 돌아왔다. 삼백오십팔일이 지나서. 전과 조금 다른 모습이었다. 겉모습뿐 아니라 분위기도. 다른 사람은 라그를 반가워했지만, 저지는 인공태양이 깜박였을 때 마음을 빼앗긴 실베트를 보고도 울지 않는 라그를 보고 의심했다. 라그는 슬퍼도 기뻐도 잘 울었는데 이제는 울지 않았다. 겉으로는. 저지가 라그 진짜 마음을 알게 되는 건 헤드 비 후보를 고르는 심사 때다. 저지가 갑충한테 잡혔을 때 라그가 구했다. 그때 라그 마음이 저지한테 흘러들어갔다. 라그는 지금 정령충과 마음을 나누고 있었다. 그런 게 어떤 건지 모르겠지만, 반은 라그 반은 정령충이라고 해야 할까. 그렇다고 정령충이 아주 다른 건 아니다. 그것은 라그의 한 부분이다. 겉으로 울지 않는 라그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는 실베트를 생각하고 울었다. 실베트는 어쩌다가 마음을 빼앗겼을까. 그것은 자세하게 나오지 않았다. 실베트 마음을 다시 찾을 수 있을까. 실베트뿐 아니라 인공태양에 마음을 빼앗긴 사람이 다 마음을 되찾으면 좋겠지만, 그 안에는 죽은 사람도 있겠지.

 

헤드 비 후보는 라그와 치코가 되었다. 리버스는 커다란 배를 만들어서 거기에 많은 사람을 태우고, 치코가 아카츠키로 가게 되자 그 배도 떠났다. 배에 탄 건 마음을 바칠 사람이다. 라그는 사람을 희생시키지 않으려 했다. 라그 생각대로 되면 좋을 텐데, 그렇게 했을 때 라그는 괜찮을까 싶기도 하다. 정령충이 라그한테 심탄으로 라그 마음은 쓰지 마라 했는데, 그것 때문에 라그는 좀 달라진 건지도. 감정을 잘 나타내지 않게 되었다고 할까. 저지와 많은 사람이 라그가 떠날 때 라그한테 편지를 주었다. 이름은 잊었지만 예전에 나온 사람들이었다. 저지는 말이 아닌 편지에는 솔직하게 마음을 써서 편지가 대단하다 했다. 저지는 라그한테 쓴 편지가 처음으로 쓴 건가보다. 이 말 안 했는데 저지도 예전하고 달라졌다. 키도 크고 실력도 늘었다. 스피리터스를 쓰러뜨리는 일을 라그와 치코한테만 맡긴 건 아니다. 남은 사람도 돕기 위해 움직였다.

 

수도 아카츠키에는 사람이 지하에 있었다. 그냥 사는 게 아니고 (마음을 빼는) 기계 안에 있었다. 그 숫자는 엄청나고 모양은 벌집 같다. 여기 사람들은 아카츠키에서 사람은 잘사는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아니 이건 내가 생각한 건지도. 그런 말이 나와서 그랬는지 그냥 그럴지도 모른다 생각한 건지. 아카츠키 정보가 다른 지역 사람한테 흘러가는 일이 거의 없었던 건지도. 헤드 비는 데가미바치면 누구나 꿈꾸는 일인데, 헤드 비가 하는 일은 여제가 많은 사람 마음을 늘리면 그것을 인공태양한테 주는 거였다. 여제는 사람 마음을 크게 하는 장치다. 라그와 치코가 아카츠키에 닿고 얼마 뒤 인공태양이 꺼졌다. 아주 꺼진 건지 빛이 다시 들어올지. 어쩐지 곧 끝날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어떨지. 내가 보는 얼마 안 되는 만화에서 하나라도 끝나는 게 있으면 좋겠다. 만화는 참 길게도 나오는구나. 그런 거 그리는 사람 대단하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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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도 수컷과 암컷이 있습니다
오다 마사쿠니 지음, 권영주 옮김 / 은행나무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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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 제목을 우연히 봤을 때는 산문인가 했습니다. 제목만 슬쩍 보고 무슨 책인지 안 찾아봤습니다. 나중에 소설인지 알았습니다. 어쩐지 요새는 다는 아니지만 새로 나오는 책을 빨리 아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된 지 몇해 되었군요. 이 말은 제가 여기저기 본다는 뜻이군요. 잘 모르던 때는 마음 편했던 것 같습니다. 여러가지로. 새로 나오는 책 빨리 알아서 좋은 점도 있고 안 좋은 점도 있습니다. 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건 안 좋습니다. 책을 바로 볼 수 없으니까요. 그러면 여기저기 안 보면 될 텐데 말입니다. 아예 몰랐다면 모를까 한번 알면 다시 안 보기 어렵기도 하죠. 아니 마음을 독하게 먹으면 못할 것 없기는 하겠습니다. 앞으로는 자주 안 보도록 해야겠습니다. 연이 있으면 만나는 책이 있는 거겠죠. 이 책은 저와 연이 닿은 걸까요.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겠군요. 가끔 이런 생각하는데 왜 다시 다른 생각을 하는 건지(보려고 마음먹으면 볼 수 있다는 건지, 쓸 때는 무슨 생각을 했을 텐데 뭔지 모르겠네요). 사람 마음은 왜 그대로가 아닐까요. 바람 같은 마음은 남의 마음만 말하는 게 아닌가봐요. 자기 마음도 다루기 어려운 바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처음에 이 책이 산문이라 생각했을 때는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책에 암컷과 수컷이 있다는 건 어느 날 자신이 산지도 모르는 책이 나타나서일까 했어요(이건 제 생각인지 다른 글을 봐서인지 확실하지 않습니다). 이런 생각은 누구나 할 수 있겠군요. 저는 책을 아주 많이 사지 않아서 그런 적은 별로 없습니다. 사고 시간이 많이 지나면 잊기도 하지만. 지난해에 어떤 책을 보고 ‘내가 이런 책도 샀구나’ 했어요. 어떤 책은 거기에 있을 텐데 하고 찾아보면 있을 때도 있고 없을 때도 있습니다. 그것은 제가 다른 데 옮긴 것을 잊어버렸기 때문이겠죠. 책이 저절로 움직인 건 아닐 거예요. 아주 가끔 모습을 감추는 책도 있군요. 이건 책뿐 아니라 물건도 그러네요. 저는 아주 늦게 자기 때문에 방 안이 어두운 시간이 길지 않아요. 그래서 제 방에 있는 물건은 쉽게 움직이지 않겠죠(제가 잘 때 움직일지도). 집 바로 앞에 가로등이 있어서 불을 꺼도 방 안은 어둡지 않아요. 그 가로등은 아침이 될 때쯤 꺼집니다. 이것을 아는 건 제가 그때까지 깨어있었던 적이 있는 거군요. 맞습니다. 지금은 소리뿐 아니라 빛 또한 공해예요. 이야기가 엉뚱한 데로 흘렀네요.

 

앞에서 저런 말해서 밤에 책이 움직이는가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움직이는군요. 집 안에서 달각달각, 딸각딸각, 파닥파닥 하는 소리가 들리기도 한답니다. 저는 들어본 적 없습니다. 동화 같은 거 보면 어두운 밤에 집 안 물건이 움직이기도 하잖아요. 이 책이 그런 환상이냐 하면 다 그렇지도 않습니다. 제대로 현실도 있습니다(동화도 그렇군요). 책을 아주 좋아하는 사람 이야기니까요. 그리고 둘레 사람, 둘레에 있는 건 식구겠죠. 아내를 시작해 부모 형제 아이들. 이 이야기는 외할아버지 이야기를 손자가 자기 아들한테 들려주는 거예요. 어쩐지 복잡하죠. 책 앞부분 읽을 때 집중이 잘 안 됐습니다. 그래서 좀 놓치기도 했습니다. 아들이 태어났는지 아직 태어나지 않았는지 모르겠군요. 언젠가 태어나고 자라면 이 책을 보겠죠. 외증조할아버지처럼 환서를 모으고 장서인을 찍고 언젠가 라니나헤라 환상 도서관 사서가 되겠죠. 죽어서 환상 도서관 사서가 되는 거 멋질 듯합니다. 나, 도이 히로시는 외할아버지 후카이 요지로가 환서를 모으고 환상 도서관 사서가 되는 이야기를 해요. 요지로만 그렇게 된 게 아니예요. 외할머니 미키도 환상 도서관 사서가 되게 했습니다. 요지로가 그만큼 미키를 좋아한다는 거죠. 다시 태어나도 같은 사람과 결혼하겠다는 사람도 있잖아요. 요지로도 그런 마음이었군요.

 

요지로가 아내 미키만 생각한 건 아닙니다. 아이와 손자에 증손자까지 생각했습니다. 안 좋은 일이 일어나는 앞날을 알면 사람은 그것을 바꾸고 싶어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요지로는 자신이 죽는다는 것을 알아도 바꾸지 않았습니다(저는 알고 그랬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손자와 증손자를 위해서. 그러고 보니 언젠가 달에 갔다 온 아버지가 자신한테 사고가 일어날 것을 알고도 어딘가에 가는 걸 보았군요. 《궁극의 아이》(장용민)에 나오는 신가야도 좋아하는 사람과 딸을 위해 죽었네요. 이런 일이 진짜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오래전에 무엇인가 하나라도 잘못됐다면 지금 자신은 없을지도 모른다는. 그러면 역사는 벌써 씌어있고 우리는 그것에 따라 살아가는 것인가 할 수도 있겠군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이런 말은 자기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기를 바라고 한 말일 거예요. 저는 그런 생각이 듭니다. 어떻게 앞날을 아느냐면, 책과 책이 낳은 환서 때문이에요. 쓸데없는 책도 나오지만, 아직 쓰이지 않은 책도 나오거든요. 그것은 언젠가 쓰일 책이기도 합니다(일어날 일이군요). 히틀러는 그 책 때문에 죽을 위기를 많이 넘겼다고 했습니다. 이건 믿거나 말거나죠.

 

히로시가 자신이 초등학생 때 할아버지 요지로가 사고로 죽었다고 했을 때는 그렇구나 했는데, 그 이야기를 자세하게 할 때는 어쩐지 슬펐습니다. 그 뒤에 또 다른 이야기도 나옵니다. 그것은 환상에 가깝지만 요지로한테 실제 있었죠. 무엇보다 마음에 드는 건 책 읽기 힘들어하던 미키한테 요지로가 책을 소리 내 읽어준 거예요. 미키는 난독증 같은 것으로 읽고 쓰기를 잘 못해요. 그래도 요지로가 편지 썼을 때는 가끔 답장을 썼습니다. 미키가 읽고 쓰기는 잘 못해도 그림은 잘 그려서 화가가 됐습니다. 요지로가 죽고 몇해가 흐르고 미키가 쓰러졌다 일어난 다음에는 책을 읽을 수 있게 됐어요. 요지로는 전쟁을 경험한 사람이에요. 형은 전쟁에 나갔다 오고 좀 이상해지고 동생은 해군에 자원해서 죽었습니다. 요지로도 죽을 뻔했는데 살아돌아옵니다. 이런 이야기도 조금 있다구요. 볼 것이 많은 때지만 아직 책을 보는 사람은 많다는 말도 하더군요. 사람이 죽으면 책이 된다고 했네요. 여기에는 말장난이 많이 나옵니다. 요지로가 미키를 생각하면서 그 마음을 바로 나타내지 않고 발음이 비슷하거나 글자가 비슷한 말을 씁니다(그것은 일본말이에요). 우리말로 한다면 바로 사랑이라 하지 않고, ‘사탕’ ‘사과’ ‘사기’ 같은 말을 꺼낼까요. 생각나는 건 이것뿐이네요. 일본말로는 고이(恋)입니다.

 

저는 많은 사람이 책을 읽기를 바라는 마음을 작가가 여기에 담았다고 생각합니다. 사랑, 식구 그런 이야기뿐 아니라. 한 집안 이야기로 봐도 괜찮고 신기한 책 이야기로 봐도 괜찮겠네요.

 

 

 

희선

 

 

 

 

☆―

 

사람이 사람한테 줄 수 있는 것 가운데 가장 가치 있는 것은 돈도 아니고 지혜도 아니고 시간이다.         (84쪽)

 

 

“어이, 히로봉, 책이란 말이지. 읽으면 읽을수록 모르는 게 늘어나는 거야. 이놈이고 저놈이고 죄 자기 뇌를 살찌우겠다고 지식을 먹지만, 사실은 책 쪽이 사람 뇌를 먹는 거다. 아니 뇌만이 아니지. 혼까지 같이 먹어. 그렇긴 해도 나처럼 여기까지 오면 이제 읽는 걸 그만둘 수 없단 말이지. (……)”  (22쪽)

 

 

“히로봉, 여기서부터 여기까지 벌 써 다 읽었단다……. 책은 참 재미있어. 책을 영영 못 읽었으면 세상이 절반뿐이었을거야. 아아, 저세상에 가기 전까지 몇 권이나 읽을 수 있을까.”  (369쪽)

 

 

책이란 본래 끝없이 입이 무겁다. 누가 들어펴기 전까지는, 그리고 읽기 시작하기 전까지는 입을 꽉 다물고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책은 나이 먹어가는 것이고, 또 그렇기에 목숨이 다하지 않는다고도 할 수 있다.  (450~45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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眞夜中のパン屋さん 午前1時の戀泥棒 [文庫]
ポプラ社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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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의 빵집 - 새벽 1시의 사랑도둑

(우리나라에서는 《한밤중의 베이커리》라는 제목으로 두 권 나왔습니다)

오누마 노리코

 

 

 

이 책 첫째권을 본 건 2012년이에요. 다음 권 나왔다는 건 나중에 알았습니다. 첫번째가 괜찮아서 두번째 것도 보고 싶다 생각했습니다. 그것을 이제 만났습니다. 이 책은 두 권 더 나왔습니다. 모두 네 권입니다. 처음에는 밤에 여는 빵집이구나 하면서 봤습니다(밤 11시부터 다음 날 5시까지). <심야식당> 알고 있어서 그것을 생각하기도 했지요. 시간이 더 흘러서는 맥주바 ‘가나리야’를 알았네요. 늦은 시간에 여는 식당이나 빵집 괜찮을 듯합니다. 지금은 늦은 밤에도 일하는 사람 많잖아요. 이렇게 말하지만 저는 늦은 밤에 밖에 나가지 않아서, 집에서 아주 가깝지 않으면 거의 안 가겠네요. 빵집이라고 했는데, 빵집 이름은 블랑제리 구레바야시예요. 블랑제리가 프랑스말로 빵집일까요. 구레바야시는 사람 이름입니다. 어떻게 보면 평범한 이름이군요. 블랑제리라는 말 때문에 거리가 좀 먼 듯한 느낌이 듭니다. 저처럼 생각하는 사람 그렇게 많지 않을지도 모르겠네요. 저는 누구나 쉽게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좋습니다. 그렇다고 이곳이 손님을 고르는 가게는 아니예요. 누구나 쉽게 편하게 오기를 바랄 겁니다. 밤에 문을 여는 건 그것 때문이기도 합니다. 아니 구레바야시 아내가 그런 마음을 갖고 빵집을 하려고 했는데, 미와코는 사고로 죽었습니다. 미와코 뜻을 남편 구레바야시가 이은 거예요.

 

세해가 꽉 차게 지난 건 아니지만 첫째권을 본 건 세해 전이군요. 이번과 비슷하면서 조금 달라 보이는 것도 같아서요. 그때는 구레바야시 빵집 사람과 그 둘레 사람 이야기였거든요. 미와코 이복 동생이라고 찾아온 노조미, 엄마하고만 사는 고다마, 뉴 하프(몸은 남자 마음은 여자, 지금은 겉모습은 여성) 소피아, 변태(스스로도 이렇게 말함) 각본가 마다라메. 빵집 주인 구레바야시와 빵 만드는 히로키 이야기도 조금 나왔네요. 고다마, 마다라메, 소피아는 여전히 나옵니다. 빵집 단골이기도 하고 친구기도 합니다. 이런 관계도 괜찮군요. 일본에는 이런 이야기 많군요. 고다마, 마다라메, 소피아는 다 구레바야시 빵집에서 만나고 서로 돕기도 했습니다. 노조미도. 초등학생 고다마는 잘 모르겠지만, 다들 사람 사귀는 건 잘 못하고 쓸쓸하다고 해야 할까. 이번에 책을 보다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에는 히로키가 중학생일 때 여자친구였던 유이 요시노가 찾아옵니다. 지난번에는 이야기가 흐르면서 한사람 한사람 늘어났는데(어쩌면 조금 나왔다가 다음에는 더 나왔을지도), 이번에는 유이 요시노만 들어왔다고 해야겠네요. 다른 일이 밝혀지고 여러 사람이 더 나왔군요. 히로키 친구도 있고.

 

누구나 처음부터 다른 사람한테 도움을 바라는 건 아닐 거예요. 아니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오래전에 안 누군가를 찾아갈 때도 있겠지요. 요시노는 그런 마음으로 히로키를 찾아온 거예요. 히로키가 중학생 때는 불량스러웠나봐요. 집안 사정이 그리 안 좋아서 그랬다고 하는데, 집안이 엉망이라고 모든 아이가 길을 잘못 가지는 않지요. 하지만 그런 아이가 더 많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안 좋을 때 히로키는 구레바야시 아내 미와코를 만나고 달라졌어요. 미와코를 만나지 않았다면 빵 만드는 히로키는 없었을지도 모르겠군요. 미와코가 히로키 가정교사를 하게 됐다고 했는데 어떻게 그렇게 됐는지 모르겠군요. 첫째권에 나왔을지도 모르는데. 요시노는 요시노가 아니기도 합니다. 이런 말을 하다니. 무슨 도움이 필요해서 요시노가 히로키를 찾아왔을까 싶겠군요. 이건 어떻게 말하면 좋을까요. 동생이 잘못해서 그것을 히로키가 막아주기를 바랐습니다. 위험한 일도 있었군요. 일은 어떻게든 해결했습니다. 이렇게 짧게 말하다니. 아주 모르는 사람은 아니라 해도 누군가를 돕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히로키는 미와코가 자신한테 손을 내밀어준 것처럼 자신도 그런 일을 해야겠다 생각했어요. 나쁜 짓을 하는 사람 마음 깊은 곳에는 자신을 거기에서 구해주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잖아요. 그런 마음이 없는 사람도 있지만.

 

사람은 사는 환경에 따라 달라질까요. 잘살던 사람이 못살게 되거나, 못살던 사람이 잘살게 되면. 달라지지 않는 사람도 있지만, 달라지는 사람도 있겠군요. 사람은 약하다는 것을 이럴 때 느낍니다. 안 좋은 일이 자꾸 일어나면 마음이 꺾이고 말겠죠. 남을 속이고 빼앗은 걸로 예전 것을 되찾는다고 그때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보통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알겠네요. 그것만 있으면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 자꾸 생각하면 그렇게 될지도 모른다고 믿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일을 히로키가 막은 거예요. 히로키만 그 사람을 걱정한 건 아니군요. 그런 모습 보니 부럽더군요(이런 말 또 썼군요). 마다라메는 좀 웃겼습니다. 구레바야시, 히로키, 노조미가 요시노가 나쁜 짓을 했다고 말하니, 요시노는 나쁜 사람이 아니다 하고는 셋한테 절교라고 했습니다. 세 사람은 ‘절교’라는 말 초등학생 때 뒤로는 들어본 적 없다고 했어요. 저는 한번도 안 들어본 듯합니다. 말싸움 한 친구가 없었군요. 그런 일도 좋은 추억이 될지도 모를 텐데 없다니 아쉽네요. 마라라메가 다쳐서 다시 만나게 됐습니다.

 

히로키 옛날 여자친구 이야기도 있고, 구레바야시한테 미와코가 보낸 슈트렌을 히로키가 만들기도 했습니다. 슈트렌은 독일에서 성탄절에 먹는 빵인데, 이것은 바로 만들었을 때보다 시간이 지났을 때 더 맛있다고 하네요. 미와코가 쓴 조리법을 히로키와 노조미가 찾아보았는데 거기에 ‘사랑’ 조금이라고 적혀있었어요. 정말 사랑인가 했는데 허브 종류였나봅니다(향신료인가). 그것을 넣으면 소중한 것을 잃지 않는다고 합니다. 미와코는 다른 나라에서 일하는 구레바야시한테 그것을 보냈습니다. 저는 빵 좋아하는 편인데 이름은 잘 몰라요. 여기 나오는 건 거의 프랑스 빵인 듯합니다. 저는 비싼 건 안 먹어봤습니다(없어 보이는 말을). 여기에서 파는 빵 비쌀 것 같아요. 그런데도 빵을 평등하다고 하다니. 저는 이 말 이해하기 어렵네요. 좀더 읽어보면 알까요. 노조미는 히로키한테 초콜릿 만드는 것을 배우고 만들어서 모두한테 나눠줬어요. 노조미가 구레바야시 빵집에 오고는 처음 하는 일이 많다고 하니, 구레바야시가 다음에는 모두와 꽃놀이 가자고 했어요.

 

늦은 밤 붉은 밝힌 빵집 어쩐지 등대 같네요. 미와코는 빵집이 누군가한테 우산이 될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블랑제리 구레바야시, 미와코 뜻대로 되었네요.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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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잘 안 보는 책 가운데는 먹을거리와 관계있는 것도 들어간다. 한때 그런 책이 자주 보이기도 했다. 거기 담긴 건 먹을거리보다 그것에 얽힌 추억이다. 나는 그런 게 없다. 없는 건 이것만은 아니구나. 그래서 피하는 게 좀 있다. 사람은 대리 만족을 한다고 하지만, 자신이 한번이라도 해 보거나 생각해야 그런 것도 좋아하지. 아니다 이건 내 마음이 좁아서다. 이런 이야기도 있구나 하고 그대로 보면 좋은데, 나는 그런 적 없는데 하니까(부러워하는 거다). 그렇다고 늘 안 보는 건 아니다. 어쩌다 우연히 잘 모르고 볼 때도 있다. 그때는 이걸 왜 보기로 한 거지 하기도. 화과자는 먹을거리고 비쌀 것 같지만 과자라는 말이 들어가니 괜찮고, 맏물 이야기는 미야베 미유키 소설이니까 괜찮다.

 

 

 

 

 

무엇에든 이야기가 있다

 

  화과자의 안   和菓子のアン (2012)

  사카키 쓰카사   김난주 옮김

  블루엘리펀트  2014년 08월 12일

 

 

 

 

 

 

 

 

 

 

 

 

 

지금까지 많이 읽어본 건 아니지만 일본은 먹을거리로 이야기를 잘 쓴다. 먹을거리와 장인이 이어진다고 해야겠다. 물건을 만드는 사람도 장인이지만, 먹을거리를 만드는 사람도 장인에 가깝다. 대를 이어서 그것을 하기도 하니까. 지금은 그게 줄어들어서 안타까운 마음으로 그런 이야기를 쓰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조금 든다. 무엇인가 생각하고 쓴다니 부럽다. 옛날부터 지금까지 이어지는 것이 이야기가 되는 것도 괜찮겠지. 표구사, 시계사도 이제 그리 많지 않겠다. 이 책을 보다보니 그런 게 생각났다. 표구사, 시계사는 먹을거리와 관계없지만. 이런 것과 비슷한 이야기 또 있다. 책방 이야기라고 할까. 책방이기는 해도 사람과 책 이야기구나(《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미카미 엔). 《화과자의 안》은 일상 수수께끼에 가깝다. 화과자와 사람으로 어떤 이야기를 만들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드는데, 읽어보면 재미있다.

 

우리나라에도 전통과자가 있는데 그것은 평소에 먹기 어렵고 비싸다. 우리 한과는 무엇을 마실 때 먹으면 좋을까 하니 수정과랑 식혜가 떠올랐다. 우리나라 사람도 차를 즐겨 마시기도 했지만, 그게 서민은 아니었을 듯하다. 그것보다 아는 게 별로 없다. 차 마실 때 과자도 먹었을 것 같은데. 일본은 차와 과자를 먹는 게 널리 퍼졌다. 이 말을 하기 전에 홍차와 양과자 이야기를 할까 했는데, 그것도 잘 모른다. 커피를 마실 때도 과자를 먹기도 할 테지만, 어쩐지 커피는 느긋하게 마시지 않을 것 같다. 영국만 그런 건 아닐지 모르겠지만, 홍차는 차 마시는 시간에 천천히 과자와 먹을 듯하다. 홍차는 맛있게 마시려면 준비를 해야 한다. 일본차도 다르지 않을 것 같지만, 쉽게 차를 우리는 사람도 있다. 찻잎만 넣고 물만 붓는. 일본은 일반 가정에서 차와 과자를 먹기도 하고 격식을 차린 다도라는 것도 있다. 다도는 여러가지와 관계있구나. 오래전에는 차 마시는 자리에서 비밀 이야기를 하거나 자신이 가진 다기를 보여주고, 사람들과 족자를 보기도 했다. 차를 마시면서 화과자도 먹었다. (여기저기에서 본 것을 이렇게 말하다니.)

 

앞에 말을 보고 다도 모임이 나오는가 할지도 모르겠는데 그런 건 안 나온다. 백화점 지하 화과자 가게 미쓰야에서 일하는 사람과 손님 이야기다. 제목 ‘화과자의 안’은 화과자 안에 든 것이라는 뜻도 있고 이름(애칭)이기도 하다. 고등학교를 마치고 화과자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우메모토 교토 이름에 ‘안’이 없어서, 화과자 가게 이름이 ‘안’인가 했는데 가게 이름은 미쓰야였다. 교코라는 이름 안에 ‘안’이 있었다. 이렇게 설명하면 더 모르겠다. 교코라는 이름은 살구를 뜻하는 ‘안즈杏’에 ‘코子’자를 써서 교코杏子라고 읽는다(찾아보니 안즈杏子 이 말도 살구, 살구나무였다). 화과자에 들어가는 소를 나타내는 일본말 ‘안코(앙코)’짱이라 하려다가 안짱이 되었다. 안은 빨강머리 앤이기도 하다. 일본말로 앤은 안アン이라 읽는다. 이런 거 몰라도 읽다보면 알 텐데. 교코는 고등학교를 나왔지만, 아직 하고 싶은 것도 되고 싶은 것도 없었다. 일을 찾아보려다 백화점 지하 화과자 가게에서 일하기로 한다. 교코는 자신이 키도 작고 살이 쪄서 못생겼다 하지만 점장 쓰바키 하루카와 그곳에서 함께 일하는 사람은 교코를 귀엽다고 한다. 쓰바키는 교코를 봤을 때 붙임성 있어 보인다고 했다.

 

화과자 가게 미쓰야에서 일하는 사람은 모두 넷으로, 늘 넷이 일하는 건 아니다. 손님이 적은 시간에는 둘, 손님이 많은 시간에는 셋 이런 식으로 일한다. 점장 쓰바키는 일 잘하는데 도박을 좋아하고 속에는 아저씨가 들어있다고 한다. 이 말은 미쓰야 사원으로 앞으로 화과자 장인이 될 다치바나 소타로가 했다. 다치바나는 교코를 봤을 때 좀 무뚝뚝했는데, 그것은 일부러 그런 거였다. 교코는 자기 겉모습 때문에 남자를 좋아하지 않았다. 그것보다 자신이 통통해서 남자가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다 생각했다. 다치바나도 그런 남자겠지 했는데 좀 달랐다. 다치바나 안에는 여자아이가 있었다. 귀여운 것을 좋아하는. 그렇다고 동성애자는 아니다. 일본에서는 여자아이 같은 남자를 ‘오토멘(乙男)’이라고 한다. 여자아리를 나타내는 오토메(乙女)를 그렇게 바꿨다고 해야겠다. 다치바나는 교코 얼굴에서 볼이 찹쌀떡 같아서 좋다고 했다. 안짱이라는 것도 다치바나가 생각했다. 아르바이트 하는 다른 한 사람 사쿠라이는 예전에는 불량했는데 지금은 얌전한 대학생 모습이다. 어쩐지 재미있는 사람이 모인 듯하다.

 

점장 쓰바키는 관찰력이 뛰어나서 손님이 사는 화과자를 보고 손님이 놓인 형편까지 다 알고 도움을 주기도 한다. 가게에서 자세하게 말 안 해도 자신이 어떤지 알면 또 그곳에 가고 싶을 것 같다. 다치바나는 화과자 장인이 될 거여서 그런지 화과자를 잘 알았다. 교코는 미쓰야에서 일하면서 화과자를 알고 공부한다. 점장 쓰바키가 본 대로 교코는 손님을 잘 대한다. 그것은 좋은 점이다. 화과자에는 여러가지 이야기가 있는가보다. 그게 재미있다. 어떤 이야기인지 하나쯤 말해야 하는데. 그건 그렇고 화과자를 옛날식 그대로 만들지 않고 지금에 맞게 만든다. 달마다 나오는 것은 세 가지가 있다. 그 달에 맞는 주제로 만든다. 그 나라 고유의 것을 오래 지키는 것은 멋진 일이다. 우리도 우리 것을 오래 지키고 물려주면 좋겠다.

 

 

 

 

☆―

 

앞을 보고 걸어간다는 것, 그리고 살아간다는 것.

 

산 사람은 줄곧 울고만 있을 수 없다. 그것을 깨우치지 못하고 땅만 보고 살아온 스기야마 씨에게 쓰바키 점장은 손을 내밀었다.

 

소중한 사람은 당신 가슴속에 있으니까, 그 사람을 슬프게 하면 안 되죠. 그런 목소리가 들린 것 같았다.  (121쪽)

 

 

“양과자와 화과자 차이점이 생각났어. 지금 얘기해줄게. 아주 단순해. 이 나라 역사야. 이 나라에서 나는 재료를 써서 이 나라 기후와 습도에 맞게 만들어서 이 나라 사람들 관혼상제를 색칠하는 것. 그게 화과자가 하는 일이야. 저번에 말해주려고 했는데 깜박했네.”  (249쪽)

 

 

 

 

 

 

 

자신도 어찌할 수 없는 마음

 

  맏물 이야기   初ものがたり

  미야베 미유키   김소연 옮김

  북스피어  2015년 02월 19일

 

 

 

 

 

 

 

 

 

 

 

 

 

지금까지 나는 맛있는 것을 먹고 기분 좋다고 느껴본 적은 없어. 맛있는 것을 먹고 ‘아, 행복해’하고 말하는 사람도 있더라구. 그것은 먹는 것을 즐기는 건지도 모르겠군. 많이 먹는 것하고는 달라. 무엇인가를 즐기는 사람은 사는 게 좀 괜찮을지도 모르겠어. 사람에 따라 즐거움을 느끼는 일은 다르겠지. 내가 아주 안 먹는 것도 먹는 것을 싫어하는 것도 아니야. 그저 그것 때문에 즐거운 적이 없을 뿐이야. 먹을거리에 정성을 쏟는 사람도 있잖아. 그것은 자신이 먹을 것을 할 때보다 다른 사람한테 해줄 때 그럴까. 자신이 먹을거라도 제대로 하는 사람 있어. 얼마전에는 화과자 이야기를 보았는데, 또 먹을거리라니 하는 생각을 잠깐 했어. 이 소설에서 먹을거리가 앞으로 나오는 건 아니지만. 얼마 뒤에는 빵집 이야기 만날지도 몰라. 이런 식으로 책을 만나다니 좀 신기하군. 일부러 그런 건 아니고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된 거야. 내가 정성들여서 하는 먹을거리는 그저 그렇게 생각해도 과자, 빵은 괜찮게 생각해(반대여야 할까). 그렇다 해도 비싼 걸 먹는 건 아니군.

 

맏물은 과일, 푸성귀, 해산물 따위에서 그해 맨 처음에 나는 것으로, 이걸 먹으면 수명이 75일 늘어나서 좋은 것으로 여긴대. 수명이 늘어난다는 말은 처음 알았어. 무엇이든 제철에 난 게 좋다고 하잖아. 수명이 늘어난다는 말 때문일지도. 시간이 지나면 제철에 난 거라도 맏물은 아닐 테지만. 몇해 전에 본 《혼조 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에는 에코인의 모시치 대장이 나왔어. 모시치는 치안을 담당하는 하급 관리인 요리키나 도신 밑에서 범인 찾기와 잡는 일을 맡는 직책 오캇피키야. 지금 생각하니 그때는 나오는 사람보다 어떤 일이 일어나는 건가 하는 것을 더 봤어. 모시치라는 이름이 자꾸 나와서 이 사람 중요한 사람인가보다 했어. 지금이라고 책을 두루두루 잘 보는 건 아닌데, 조금 마음 써서 보려고 해(이 말 얼마전에도 한 것 같군). 어느 날 후카가와 도미오카 다리 기슭에 이상한 노점이 나타났다고 해. 새해가 된 때였나. 그곳은 새벽 두시까지 문을 연다더군. 새벽까지 문을 연다고 하니 <심야식당>이 떠올랐어. 나중에 볼 빵집도 새벽 동안 문 여는 곳이야. 에도시대는 밤이 되면 거리는 어두울 테니 많은 사람이 밤늦게 돌아다니지 않겠지. 새벽 두시까지만 장사하는 건 그 때문일거야. 가게에서 파는 건 유부초밥인데 국물도 있어. 이곳 주인 어쩐지 ‘심야식당’ 주인과 비슷한 느낌이야.

 

모시치는 유부초밥 가게 소문을 듣고 한번 찾아가 보고는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마다 찾아가. 간장을 지고 팔러 다니던 오세이가 죽임 당한 일을 풀 때 그곳에서 먹은 순뭇국에 수제비를 넣은 게 도움이 됐어. 모시치는 유부초밥 가게 주인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어하기도 해. 예전에는 무사였는데 지금은 먹을거리를 팔게 된 걸까. 노점이나 매춘부한테서 돈을 뜯는 뱃집 가지야의 가쓰조와는 어떤 관계인가 하는. 이런 말이 나오면 이 책을 보는 사람도 알고 싶잖아. 책을 끝까지 보면 ‘끝난 거야’ 하는 말이 절로 나와. 아홉가지 이야기에 나오는 일은 어떻게든 풀리지만, 유부초밥 가게 주인하고 영감 스님 미치도 일은 더 알 수 없어. 유부초밥 가게 주인이 그 가게를 하게 된 까닭은 나오는군. 누군가를 찾기 위해서였어. 아이일까 아니면 형제일까. 버린 아이를 찾고 싶다고 했으니 아이일지도 모르겠군. 왜 형제일까 했느냐구. 에도시대 때는 무사 집안이나 상인 집안은 쌍둥이를 꺼렸대. 쌍둥이가 나면 재산 나누기가 힘들다고. 이런 이야기도 있고 첫째, 둘째 이야기도 나와. 첫째는 첫째대로 집안을 이어야 하는 부담, 둘째는 둘째대로 집안에서 좋은 대접을 받지 못하기도 하더군.

 

어떤 사람은 쌍둥이에서 하나를 버렸는데 시간이 흘러서 딸이 죽었어. 버린 딸을 다시 찾고 싶었는지 모르지만 딸을 데려다 키우는 사람한테 큰돈을 쓰려고 했어. 아이를 버리고 싶었던 건 아니지만 결국 버린 거니 잘못이 있는 건데. 돈으로 잘못을 씻을 수 있을까. 그럴 생각은 아니었겠지만. 딸이 가난한 집에서 사는 게 불쌍했대. 돈이 없다고 해서 안 좋은 건 아닌데, 행복을 돈이 있고 없고로 생각했나봐. 쌍둥이여서 일곱살 때 집안에서 쫓겨나고 다른 집 사람이 됐는데, 후계자가 죽었다고 쫓아낸 사람을 다시 불러들인 일도 있어. 불러들이는 건 괜찮은데 지금 가진 가정을 버리라는 거야. 그런 억지를 쓰다니. 가정을 버리지 않는다고 하니 재산을 노리는 사람이라 했어. 그 사람은 집에 돌아올 마음이 없었는데.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을 좋아하는 것을 알고 안 좋은 일을 한 사람도 있었어. 그다음에는 그 사람이 집안에서 쫓겨나는 신세가 되고 죽었어. 나쁜 짓을 하면 언젠가 벌을 받는다 하는 말이 떠오르는군.

 

아무리 좋아해도 그 사람이 예전과 달라지면 마음이 식기도 하겠지. 사람은 사람 욕심을 내도 화를 당하는 듯해. 돈 때문에 어린 자식을 이용하는 사람도 있더군. 모시치는 그런 것을 아주 싫어했어. 현실에서는 아무리 괴로워도 참지. 참지 못하고 상대를 죽이는 사람도 더러 있겠지만. 미야베 미유키 에도시대 소설에서는 언제나 마음을 잘 다스려라 하는 것 같아.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뿐 아니라 좋아하는 마음도.

 

 

 

*더하는 말

 

예전에 에도시대 소설(일본소설이라고 해야겠군)을 보면서, 다리 이름과 다리라는 말이 있는데 왜 또 다리를 쓸까 했어. 본래도 그렇게 쓰였을까 했지. 강이나 산도 그래. 산은 많이 못 봤지만. 도미오카바시에는 다리라는 말도 있어. 이것은 도미오카(富岡) 다리(橋)야. 우리말로 옮길 때 도미오카 다리가 아닌, 도미오카바시 다리라고 하기로 약속한 걸까(나는 이것을 보면서 다리 다리라고 생각해) 후지산은 후지산인데. 이건 일본말로도 후지야마가 아닌 후지산이라 하더군. 일본 지역 이름에 강(川)이나 다리(橋)가 들어가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어. 산(山)도 들어갈지도.

 

 

 

희선

 

 

 

 

☆―

 

“가난뱅이는 일하고 또 일하고, 평생 일만 하면서 살아가는 거다. 더욱이 너는 몸집이 크니 제대로 된 인연은 없을 게다. 스스로 벌어서 잘 살아야 한다고, 저는 줄곧 이야기했습니다. 그런데…….”  (30쪽)

 

 

“오늘 밤에는 어디를 가도, 도깨비들은 바늘방석이지요. 도깨비는 밖으로, 도깨비는 밖으로, 하면서 콩으로 팔매질을 당하고 도망쳐 나와야 하니까요. 그러면 무척 가엾다면서, 주인장이 도깨비들에게 술을 대접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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쫓겨나는 도깨비한테도 갈 곳이 필요하다.  (390~39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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