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서 밤하늘을 올려다 보면

별이 가득히 보이지만

실제 별과 별은 아주 멀리 있어

그거 알아


별은 자신을 도는 위성이 있으면

덜 쓸쓸할까


밤하늘에 셀 수 없는 별이 있다 해도

마음이 쓸쓸한 건

별과 별 사이가 멀어선가 봐


그래도

별과 별이

멀리 떨어져 있어도

별은 혼자다 느끼지 않을 거야

그냥 그런 느낌이 들어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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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24-12-18 09: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별에게 위성이 있어도 영원히 만나지 못하니 그래도 쓸쓸할 것 같네요.

희선 2024-12-21 05:28   좋아요 0 | URL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괜찮을 것 같기는 하지만, 만나지 못하는 건 아쉬울지도 모르겠네요 별과 별은 만나지 않는 게 좋을 듯합니다 만나면 큰일이 일어나니... 이런 생각을 하고 마네요


희선

2024-12-20 22: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12-21 05: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세월 1994-2014 노란상상 그림책 108
문은아 지음, 박건웅 그림 / 노란상상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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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잊을 수 없는, 잊지 않아야 하는 날, 2014년 4월 16일.

 정말 잊지 않고 살아가는 걸까.

 어쩐지 잊는 날도 있는 것 같아.

 시간이 흘러가 버려서 말이야.

 시간이 흐르는 걸 핑계로 삼다니, 미안해.


 우리가 아는 배 이름은 ‘세월호’지.

 처음 이름은 ‘나미노우에 海の上(파도 위)’였대.

 일본 바다를 열여덟해 동안 다녔다고 해.

 배가 오래 되어 그만 쉬게 해줘야 했는데,

 한국으로 가지고 오고 뜯고 고쳤어.

 뜯고 고쳤다면 더 점검해야 할 텐데,

 짐은 더 많이 싣고 사람도 많이 태웠어.


 세월호는 신호를 보냈어.

 그걸 사람은 알고도 모르는 척했겠지.

 좀 더 바다를 달려야 한다고 말이야.


 2014년 4월 15일엔 안개가 끼었어.

 다른 배는 다니지 않았는데,

 세월호는 두 시간 늦게 인천에서 제주로 가려 했어.

 안개가 끼었으니 안 갔다면 더 좋았을걸.

 지금 이런 생각해도 소용없지만,

 막을 수 있었던 참사였다는 생각이 들어.


 아침에 배가 기울었을 때

 가만 있으라, 하지 말지.

 학생이 먼저 119에 신고했대.

 선장과 선원이 먼저 배에서 떠났어.

 아이들한테 배에서 피하라는 말이라도 하고 그러지.


 수학여행 간다고 아이들은 즐겁게 집을 떠났을 텐데,

 끝내 제주도엔 가지 못했군.

 세월호도 아이들 구하고 싶었을 거야.

 그러지 못해서 많이 안타까웠겠어.


 배가 가라앉고

 한 해 두 해 세 해……, 시간은 자꾸 흐르고 열해가 됐어.

 그동안 아무것도 제대로 밝히지 못한 듯해.

 나도 관심을 많이 가지지는 못했어.

 그저 생각만 했어.

 생각 안 하는 것보다 나을지,

 생각만 하면 안 될지도.

 같은 일이 또 일어나면 안 될 텐데 말이야.

 여전히 안전을 많이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아.

 사람은 참.


 2014년 4월 16일,

 잊지 않아야지, 잊지 않아야 해.

 언제까지나 기억해야 해.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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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4-12-17 10: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엇, 세월호의 생년과 출생지를 모르고 있었네요. 그때의 일도 잊고 지내고. 사람이 그러네요. 내 일이 아니면 잊고 사는 거. 그래도 세월호와 관련된 단어나 비슷한 음절이 나오면 기억하는데.ㅠ

희선 2024-12-18 02:41   좋아요 0 | URL
저도 이 책 보고 알았군요 배도 어느 정도 쓰면 더는 못 쓸 텐데... 고치고 짐이나 사람을 덜 싣고 태웠다면 더 나았을 텐데, 아쉽습니다 그러지 않은 게... 돈이 뭐라고... 한국으로 와서 세월호가 되다니, 세월만 흘러가는 느낌입니다 저도 자주 생각하지는 못하네요 4월이 오면 그때구나 합니다 어느새 열해가 넘다니...


희선
 




사람은 이야기를 좋아해요

즐겁고 재미있는 이야기

이야기를 보고 간접 경험해요


어딘가로 모험을 떠나는 사람을 보면

자신도 어딘가로 가는 느낌이 들고

이런저런 사람을 만나고

시간이 흐르고 조금 마음이 자라기도 하죠

아이는 세상을 알고 몸 마음 다 자라는군요

그런 거 보면 기분 좋지요

아니 꼭 자라지 않아도 괜찮아요

그저 살아내는 것도 좋아요

아, 마지막은 이야기보다 삶이네요


이야기를 좋아하면 가난하다는 말은

그것만 보고 다른 건 생각하지 못해설까요

어쩌면 그럴지도……


사람은 이야기가 있어서 살아가요

가끔 이야기에 빠져도 괜찮아요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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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잔잔하면

바다도 잔잔해요


바람이 거칠면

바다도 거칠어요


바람은 바다를 오고 가며

파도를 만들어

바다를 숨쉬게 해요


바다가 숨쉬면

바다에 사는 생물도 좋아해요


바다와 바람은 좋은 친구예요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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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은 노크하지 않는다 창비시선 485
유수연 지음 / 창비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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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시집 《기분은 노크하지 않는다》는 라디오 방송 듣고 한번 볼까 했어요. 그날 방송은 본방송에 저녁에 재방송, 주말에 재방송 두번 더 했어요. 같은 방송이 모두 네번 나온 거예요. 네번에서 한번도 처음부터 끝까지 듣지는 않았지만, 그렇게 여러 번 듣다보니 유수연 시인이나 시집에 관심이 갔습니다. 그때는 그랬는데. 막상 시집을 펼치고 보니……. 여전히 저는 모자랍니다. 시를 보기는 해도 제대로 못 봅니다. 유수연 시인 시집은 이번이 첫번째예요. 한번 죽 보고 한번 더 봤지만 뭐가 뭔지. 슬프군요. 시가 사람을 좌절하게 만들다니(시만 그런 건 아니군요). 두번 보고 알 만한 시는 아닌가 봅니다. 어떤 시든 그렇겠네요.


 앞에서 라디오 방송 여러 번 들었다고 했는데, 라디오 방송이 어땠는지는 하나도 말하지 않았네요. 시간이 흘러서 그때 방송 거의 잊어버렸습니다. 하나 생각나는 건 유수연 시인이 그날 읽은 시예요. 맨 처음에는 <감자가 있는 부엌>일 거예요. 마지막엔 <개평>이었던가. 시가 어땠는지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시인이 감자를 시에 잘 쓴다고 한 건 생각납니다. 그건 유수연 시인이 아니고 라디오 방송 진행자(윤고은)가 한 말이었을지도. 누군지는 잊어버렸지만, 감자가 들어간 시를 쓴 시인이 여럿인 듯합니다. 감자라. 어두운 곳에 두어야 하는 감자. 밝은 곳에 감자를 두면 싹이 날까요. 감자 싹엔 솔라닌이라는 독성분이 있어서 먹으면 안 되죠.


 시집에 담긴 시를 보다 보니 제목에 ‘생각’이라는 말이 들어간 시가 여러 편이더군요. 제가 말할 수 있는 건 이것뿐입니다. 제가 편지 쓸 때 자주 쓰는 말이 ‘생각’입니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는지. 제목에 생각이 들어가지 않아도 시에 생각이라는 게 없지는 않겠습니다. 이 말을 쓰지 않을 뿐이겠지요. 생각, 생강. 조금 쓸데없는 말을.




잠시 녹았을 때 다 흐르지 못했다


가만히 있었다

도망치지 못한 내가


사람은 제일 아팠던 말을 잊지 않아

꼭 그 말로 다른 이를 찌르고 싶어 해


너는 녹을 때까지 안아보자 했다


서로를 깊숙이 찌르며

온몸이 젖을 때까지


괜찮지? 웃으며 바라보는데

내 손엔 아직 들린 것이 있었다


더 아픈 줄 알았는데 나만 녹지 못했다


-<고드름>, 91쪽




 뭔가 알아서 시를 옮긴 건 아니예요. ‘사람은 제일 아팠던 말을 잊지 않아/꼭 그 말로 다른 이를 찌르고 싶어 해’ 가 눈에 띄네요. 천천히 시를 보면, 시에 담긴 말이 무엇을 나타내는지 알까요. 여기엔 그런 게 많을 듯합니다. 그게 뭔지 뚜렷하게 말 못하고, 어떤 건지 짐작도 안 돼요. 자신이 모르는 게 시에 들어가기도 하네요. 시를 제대로 이해하고 싶기도 한데, 시는 이해하기보다 느끼는 거겠지요. 느끼는 것도 쉽지 않은 거네요.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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