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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발로 하는 산책
문소리.류영화 지음, 강숙 그림 / 마음산책 / 2021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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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는 오래 살면 스무해까지 살기도 하던가. 열다섯해가 가장 많을지도. 제주도에 사는 풋코 생각나는데 풋코는 열다섯 넘었다. 지금은 어떨지(풋코는 스무살에 무지개다리를 건넜구나). 이 책 《세 발로 하는 산책》에 나온 달마와 보리는 살아 있을까. 책이 나왔을 때 둘은 열다섯살이었다. 보리는 건강했지만, 달마는 잘 걷지 못하고 누워 있을 때가 많다고 했는데. 책이 나왔을 때가 아니고, 시간이 좀 지난 다음에 볼 때는 책에 나온 동물이 살아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는구나. 지금도 살아 있다면 좋을 것 같은데. 보리는 살아 있을 것 같다. 달마는 모르겠다.
달마와 보리는 진돗개다. 진돗개는 진도에만 산다고 한 듯한데, 그러지 않는 진돗개도 있구나. 문소리는 아는 사람이 백양사 스님과 알아서 함께 백양사에 다니곤 했단다. 백양사에는 진돗개 덕구가 있었다. 덕구라고 하니 수컷 같은데 덕구는 암컷이었다. 덕구가 새끼를 여러 마리 낳았다. 문소리는 식구들과 마당이 넓은 집으로 이사했다. 둘레에는 다른 집이 없어서 밤엔 좀 무서운 느낌이 들어 집 지키는 개가 있었으면 했다. 그때 생각난 게 덕구가 낳은 새끼였다. 스님은 건강한 개와 막내를 함께 데려가기를 바랐다. 개 이름은 스님이 지어주었다. 달마와 보리. 보리달마는 깨달음을 뜻한단다. 스님이 지어준 개 이름 멋지구나.
처음엔 달마와 보리를 자유롭게 풀어주었다. 달마와 보리는 마당에서만 지내지 않고 집 밖으로 나가 뛰어다녔다. 그러다 쥐 새 뱀을 잡아왔다. 고양이도 그런다는데. 진돗개는 야생성이 남아서 훈련이 잘 안 된다. 그래도 문소리는 달마와 보리가 자라자 반려견 훈련센터에 보내서 예절을 배우게 했다. 문소리 어머니 아버지는 비싼 돈 내고 학교에 다니고 배워 온 게 ‘앉아, 일어나, 기다려’ 세 개뿐이냐고 잔소리를 했단다. 개를 훈련 시킬 때는 개만 하지 않고 함께 사는 사람도 하는가 보다. 훈련을 받고는 목줄을 매고 산책을 시키려 했다. 달마와 보리는 산책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는지, 문이 제대로 닫혀 있지 않으면 밖에 나갔다 왔다. 어릴 때 자유롭게 돌아다녀서 늘 그러고 싶었을지도.
어느 날 달마가 집을 나가서는 돌아오지 않았다. 여러 날이 지나고 문소리는 전단지를 붙이고 멀리로 가서 찾아보기도 했다. 달마는 개를 풀어 놓고 기르는 집에 있었다. 거기에는 암컷이 있었다. 달마, 재미있구나. 언제 그런 곳을 찾아내고 갔을까. 달마를 집으로 데리고 오자 밥을 잘 먹지 않았다. 얼마 뒤 달마가 집 밖에 나갔다가 돌아와서는 집 앞에 쓰러져 있었다. 다리를 다쳤는데도 집을 찾아오다니. 달마를 병원에 데리고 가니 교통사고 같다고 했다. 큰 병원으로 가서 수술을 했지만 부러진 뼈는 붙지 않았다. 앞다리를 자를 수밖에 없었다.
함께 사는 동물이 아프면 마음 아프겠지. 다리 하나 없는 개를 보는 마음도 아프겠다. 의사는 개 모습이 달라졌다 해도 전과 똑같이 대하라고 했다. 다리 하나가 없는 개를 불쌍하게 여기면 개는 그 마음을 안단다. 동물도 감정이 있다. 문소리는 처음에는 달마와 보리가 집을 잘 지켜주는 개가 되기를 바랐는데, 함께 살다 보니 달마와 보리가 그저 건강하게 살기를 바랐다. 자식을 생각하는 마음과 비슷하구나. 문소리와 식구가 사는 마당이 있는 집과 둘레를 개발한다면서 그 집에서 이사하라고 했단다. 한국은 어디든 개발하는구나. 그냥 놔두면 안 되나. 문소리와 식구는 낮은 아파트를 구하고 4층에 살게 됐다. 4층 사람은 옥상을 마음대로 쓸 수 있었다. 달마와 보리는 아파트에 사는 데 빨리 적응했다. 문소리 식구들이 달마와 보리한테 마음을 써줘서 그랬겠지.
시간이 흐르고 달마와 보리는 열다섯살이 됐다. 사람이 나이드는 것도 금세일지 모르겠지만, 동물은 더 빠르겠다. 산책 나가면 보리가 잘 못 걷는 달마를 기다려 주기도 했단다. 다리 하나 없이 걷는 건 쉽지 않겠지. 달마는 나이를 먹고는 걷는 게 힘들어졌다. 달마가 아픈 모습 보면 마음 아파도 달마 앞에서는 울지 않는 게 좋겠지. 문소리나 식구들은 그랬을 거다. 달마와 보리뿐 아니라 식구들 이야기도 조금 나왔다. 문소리 딸과 조카인 연두와 수영은 동물에 마음을 썼다. 둘은 유기견 보호소 개 한마리씩을 후원했다. 그런 것도 있구나. 문소리는 달마와 보리와 함께 살고 동물권을 생각하게 됐단다. 고기는 먹지 않으려 했다. 다른 식구도 개를 싫어했는데 달마와 보리와 살게 되고는 개를 싫어하지 않게 됐다. 개가 사람을 달라지게 했구나.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