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종기, 루시드폴(2009, 2014)

 

 

 

컴퓨터 키보드를 두드려 편지를 쓴다

‘보내기’만 누르면 되는데,

내게 다시 돌아올까봐

임시보관함으로

보내지 못한 편지가 쌓여간다

 

 

 

이 책이 나오고 시간이 좀 흘렀습니다. 마종기 시인과 루시드폴(조윤석)이 나눈 전자편지가 책으로 나왔다고 했을 때 조금 관심을 가졌는데 바로 만나지 못했습니다. 얼마전에 우연히 두번째가 나왔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기억이 정확한지 모르겠지만 그때 루시드폴 생각을 한 것 같기도 해요. 그냥 갑자기 한 거죠. 그런 일 가끔 일어나잖아요. 우연히 생각한 것을 만나는 일. 마종기 시인 이름은 알지만 시는 많이 못 보았습니다. 루시드폴은 2집이 나왔을 때 알았습니다. 루시드폴이 마종기 시인 이야기를 해서 시인한테 관심을 가졌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시집 한권 샀는데 제대로 못보았네요. 루시드폴 알고 나서 ‘미선이’도 알게 되었습니다. 나온 지 얼마 안 된 새음반은 못 샀군요. CD 플레이어가 고장나서 CD 듣기 어려워서 그렇다는 핑계를 대고 싶습니다. 루시드폴이 스위스에서 하던 공부를 끝내고 우리나라에 와서 한 라디오 방송은 들었습니다. 그때 ebs에서 <세계음악기행>이라는 방송을 했어요. 우리나라 사람이 책 많이 읽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책 읽어주는 라디오’로 바꾼 걸 나쁘다고 말하기 어렵지만, 음악방송이 하나도 없는 건 조금 아쉽습니다. ebs인데 음악방송 하기를 바라는 건 억지스러울지도 모르겠군요. 제가 ebs를 들은 건 음악방송이 있어서였어요. 교육방송인데 음악방송이 다 있구나 했습니다. 그것은 밤 방송이었습니다. 루시드폴 라디오 방송은 안 해도 음악은 여전히 하고 있엇꾼요. 제가 관심을 덜 가져서 그것을 빨리 몰랐던 거네요. 생명공학 쪽은 어떻게 하고 있을지. 어쩌면 두번째 책에 나올지도 모르겠군요.

 

전자편지(앞으로는 그냥 편지라고 할게요)라고 해도 오랫동안 주고받기 어렵습니다. 루시드폴이 마종기 시인한테 편지를 썼다 해도 마종기 시인이 답장을 쓰지 않았다면 주고받는 대화가 되지 않았겠지요. 마종기 시인을 시를 쓰고 루시드폴은 음악을 해서 서로 다른 것 같지만, 두 사람한테는 공통분모인 과학이 있었습니다. 과학이라 해도 분야는 다르지만(마종기 시인은 의사고, 루시드폴은 공학박사). 시와 음악은 아주 동떨어진 건 아니죠. 시는 노래할 수 있어야 한다고도 하니까요. 예전에 친구와 루시드폴이 쓴 노랫말은 시같다는 말을 했습니다. 루시드폴은 시를 쓰고 싶다고 하더군요. 벌써 쓰고 있으면서 그런 말을 하다니. 어쩌면 시인이 인정해주는 시를 쓰고 싶은 것일지도 모르겠군요. 두 사람이 나누는 편지를 보니 저도 편지 쓰고 싶었습니다. 제가 쓰고 싶은 건 전자편지가 아니고 그냥 편지예요. 다른 사람이 쓴 편지를 보니, 내 생활은 정말 단순하구나 했습니다. 무엇인가 다른 일이 있어야 그런 일을 말할 텐데, 날마다 거의 비슷한 날이어서 비슷한 말을 합니다. 한사람(마종기 시인)은 미국 플로리다에서 한사람(루시드폴)은 스위스 로잔에서 할 일을 하면서 어디론가 떠나기도 하더군요. 갔다 와서는 그곳 이야기를 하고, 책과 CD 를 서로 보내주기도 했어요. 이렇게 말해도 괜찮을지 모르겠지만, 두 사람은 그냥 친구처럼 보였습니다. 나이 차이를 아버지와 아들에 가깝지만. 이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마종기 시인 아들과 루시드폴 아버지는 두 사람 사이를 부러워하지 않았을까 하는. 마종기시인 아들은 좀 달랐을지도 모르겠군요. 한글이어서 읽지 못할지도 모르니까요. 부러움을 느끼지 않게 마종기 시인은 아들과 루시드폴은 아버지와 잘 지냈을 것 같네요.

 

자신이 나고 자란 나라를 떠나서 사는 일은 쉽지 않겠지요. 조금 다른 형편이지만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 있다는 게 서로 마음을 열게 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두 사람은 편지로 솔직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전에 한번 들었을 텐데 잊어버린 것이 생각났습니다. 마종기 시인 아버지가 동화작가 마해송이라는 거예요. 마종기 시인과 마찬가지로 이름은 알지만 만나 본 동화는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그래도 조금 신기해서. 동화가 시와 닿아있다는 거 아세요. 시·소설 이런 갈래가 있지만 모두 글이라는 것은 같군요. 어떤 게 더 낫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도 여러 사람이 시를 보라는 말을 하기도 합니다. 제가 시를 많이 보고 잘 아는 게 아니어서, 여러 사람이 왜 그런 말을 하는지 말하기 어렵네요. 루시드폴은 마종기 시인 시를 여러번 보았다고 하더군요. 좋아하는 시, 시인이 있는 것도 좋은 거예요. 저요, 저는 아주 많이 좋아하는 시인이 있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아쉬워요. 이 말은 전에도 했군요(아주 좋아하는 작가가 없다고). 우연히 괜찮은 시를 보면 그 시인은 어떤 시를 쓸까 조금 알고 싶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시 한편은 좋아도 시집 안에 있는 시가 다 좋지는 않더군요. 음악은 CD 한장에 들어있는 게 다 좋기도 합니다. 제가 시집 한권을 제대로 못 봐서 그런 거겠지요. 편지보다 시 이야기를 했군요. 자주 보는 건 아니지만 저도 아직 시를 좋아합니다. 생각만 하지 않고 앞으로는 시를 봐야겠습니다. 예전에 사둔 마종기 시인 시집을 먼저 만날까봐요.

 

마종기 시인은 과학을 하는 사람도 문학을 알면 좋다고 했습니다. 꼭 문학만 말한 건 아닙니다. 철학, 음악, 미술……. 마종기 시인은 우리나라 대학에서 ‘문학과 의학’ 강의를 했습니다. 과학을 하는 사람이 과학에만 관심을 갖는 건 아니겠지요. 마종기 시인처럼 의사면서 시를 쓰는 사람도 있고, 소설을 쓰는 의사도 있습니다. 두 가지를 하는 사람 부럽군요. 저는 하나도 못하는데……. 책을 보면서 아무것도 못하는 저를 생각했습니다. 루시드폴은 공학뿐 아니라 여러 나라 말도 하더군요.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공부하니 그쪽 말을 알아야 했겠지만. 루시드폴 소설도 쓰고 다른 나라 소설을 우리말로 옮기기도 했습니다. 두권 다 아직 못 봤지만. 하나를 잘하는 사람은 여러가지를 다 잘하기도 하더군요. 이런 것도 그런가 보다 해야죠.

 

나이 차이가 나도 이렇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거 좋다고 봅니다. 얼마전에 라디오 방송에 나온 의사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지금 우리나라에는 세대 사이에 소통이 없는 게 문제다고(여러 사람이 모여서 이야기하는 곳이 없어졌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죠. 서로 상대 말을 귀 기울여 듣기보다 자기 말을 더 하려고 하니까요. 어른은 아이 말을 아이는 어른 말을 귀 기울여 들으면 어떨까 싶네요. 말로 하기 어려우면 이렇게 편지로 하는 것도 좋겠지요.

 

 

 

임시보관함에 쌓인 편지를 하나씩 지운다

끝내 너에게 건네지 못한 마음

 

 

 

*더하는 말

 

조금 쓸데없는 말인데 짧은 글은 제 이야기 아닙니다. 글은 자신이 아닌 남이 되어보는 것이기도 하죠. 이 말을 듣고 저도 제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어서 글을 써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니 사실은 그 말 나중에 들었습니다. 제가 말을 조금 바꾸었네요. 글을 쓸 때 자신을 다른 사람으로 써보는 것도 좋다고 했어요. 다른 사람이 되어서 생각해보는 것과 다르지 않을 것 같기도 한데. 저는 편지 쓰면 쌓아두지 않고 다 보냅니다. 저하고는 다르게 쓰고 차마 보내지 못하는 사람도 있더군요. 얼마전에 본 책에도 그런 사람이 나왔습니다. 제가 본 이 책은 개정판이 아니고 예전에 나온 겁니다. ebs 라디오 음악방송이 없어서 아쉽다고 했는데 얼마전에 개편을 했습니다. (음악과 책을 함께 들려주겠다고 하더군요. 조금 들어봤는데 다른 라디오 방송과 비슷해졌습니다. 몇번 듣지도 않고 이런 생각을 했네요). 전에 하던 방송이 거의 없어지고 아주 달라졌습니다. ebs는 많은 게 한번에 바뀌더군요. 날마다 들은 건 아니지만 그렇게 없어지니 아쉬웠습니다. 좋아하는 걸 만들지 않아서 다행이야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어쩌면 이런 생각은 좋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언젠가 헤어질 텐데 사람(친구)을 왜 사귀나 할 수 있으니까요(친구와 사이가 나빠지거나 어쩌다 연락이 끊기기도 하잖아요). 그런 마음이 아주 없는 건 아니지만, 사람하고 라디오 방송은 좀 다르기도 하죠.

 

 

 

희선

 

 

 

 

☆―

 

서둘러 윤석 군의 《국경의 밤》 앨범을 귀 기울여 들었습니다. 첫 결과는 ‘어리둥절함’이었습니다. 내가 몰라도 한참 모르는구나. 아니면 이게 세대 차이라는 것일까. 그러다가 아는 사람이 ‘아주 좋은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라고 강조하던 생각이 나서 다시 듣기 시작했지요. 그러면서 아, 이 노래들은 혹 대화를 나누려는 외로운 영혼의 숨소리 같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바흐처럼 나를 맑게 정돈시키는 힘을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 베토벤처럼 나를 압도하고 소름 끼치게 진리를 설파하는 것도 아니고, 모차르트처럼 천상의 황홀을 보여주는 것도 아니지만, 바로 이 음악이 외롭고 고달픈 또래 영혼에게 위로와 안식을 주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번뜩 들었습니다. 같은 세대가 느끼는 동류의 슬픔을 같이 흐느끼면서 서로에게 위안이 되고 서로가 동료 의식으로 힘이 되는 그런 부드러움. 부드러움이 결국 힘이 되고 열기가 되어 불꽃으로 피어날 수도 있는 그런 노래가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였습니다.  (84쪽)

 

 

 

 

 

청솔 그늘에 앉아

 

이제하

 

 

 

청솔 푸른 그늘에 앉아

서울친구의 편지를 읽는다

 

보랏빛 노을을 가슴에

안았다고 해도 좋아

 

혹은 하얀 햇빛 깔린

어느 도서관 뒤뜰이라 해도 좋아

 

당신의 깨끗한 손을 잡고

아늑한 얘기가 하고 싶어

 

아니 그냥

당신의 그 맑은 눈을 들여다보며

마구 눈물을 글썽이고 싶어

 

아아 밀물처럼

온몸을 스며 흐르는

피곤하고 피곤한 그리움이여

 

청솔 푸른 그늘에 앉아

서울친구의 편지를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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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02 16:3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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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04 01:5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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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 철도의 비밀
아리스가와 아리스 지음, 최고은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4년 5월
평점 :
절판


 

 

“…… 자고 있을 테니까 오사카에 데려다 줘.”  (440쪽)

 

이야기가 거의 끝나갈 때쯤 아리스가와 아리스(와 임상범죄학자 히무라 히데오)는 말레이시아 카메론 하일랜드에서 이포로 가서 비행기를 타고 일본에 돌아가야 했다. 아리스는 밤을 새우고 잠깐 자고 일어나서 저런 말을 했다. 왜 내가 처음에 저런 말을 썼느냐 하면, 나도 비슷한 마음이기 때문이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볼펜을 쥐고 있을 테니 이 책 이야기를 써줘’ 다. 그런데 이 말은 누구한테 하는 것이지. 손일까, 볼펜일까. 이런 마음은 늘 든다. 어떤 식으로 쓰이길 바랐던가. 볼펜을 쥐면 글이 술술 쓰이는 거였나. 요술만년필, 만년필은 없으니 요술볼펜이 있으면 좋겠다(요술키보드도 괜찮겠다). 이것을 꼭 써야 하는 것도 아닌데 이런 생각을 했다. 내 힘이 아닌 다른 힘이 써주면 ‘이건 내가 쓴 게 아니야’ 할 거면서. 그렇게 잘 쓰지 못해도 내가 쓰는 게 낫겠지.

 

앞에서 이름을 말했는데 이 책 《말레이 철도의 비밀》은 임상범죄학자 히무라 히데오와 작가 아리스가와 아리스가 나오는 것 가운데 하나다. 아리스가와 아리스는 작가 이름이기도 하다(소설 속 아리스도 작가구나. 진짜 작가보다 이름이 잘 알려진 건 아닌 듯하다). 이것은 ‘작가 아리스’ 시리즈고, 에이토 대학 추리소설연구회 부장 에가미 지로가 탐정으로 나오는 ‘학생 아리스’ 시리즈도 있다. 엘러리 퀸이 나라 이름을 제목에 넣어서 쓴 것처럼 아리스가와 아리스도 제목에 나라 이름을 썼다. 러시아, 스웨덴도 있다. 이 소설을 쓰기 전에 말레이시아에 취재를 갔다는데 러시아와 스웨덴에도 갔다 왔겠지. 이런 이야기는 책 날개와 작가가 쓴 글을 보면 다 알 수 있다. 이렇게 써두면 좀더 기억할 테니까. 작가 아리스가 나오는 이야기는 예전에 한번 본 적 있는데 어땠는지 생각나지 않는다. 히무라 히데오도 아리스와 같은 학교에 다녔는데 학생 아리스 시리즈에는 한번도 안 나왔을까(내가 본 책에는 나오지 않은 듯하다). 탐정은 한사람만 있으면 될지도 모르겠다.

 

책을 보면서 이것은 어디에 들어갈까 했다. 일본은 추리소설을 본격, 신본격으로 나누기도 한다. 이것은 본격에 가깝지 않을까 했는데 아리스가와 아리스도 본격이라 말했다. 갑자기 ‘이 본격이 뭐지’ 하는 생각이. 사건이 일어나고 범인을 찾아가는 것, 수수께끼와 트릭을 푸는 것. 이런 것도 그렇게 많이 본 게 아니어서. 이야기를 듣고 풀었다기보다 범인을 짐작했다. 아니,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에 범인을 짐작할 수 있었던 건가. 이런 책은 범인을 맞히기보다 트릭을 푸는 게 재미있는 건지도. 한번 더 말하면 본격 추리소설은 어려운 수수께끼를 논리있게 풀어가는 것이다. 이것은 어떤 이야기나 마찬가지구나. 밀실이 나온다. 트레일러하우스 안 문과 창은 테이프로 막혔고 캐비닛 안에 시체가 있었다. 범인은 어떻게 밖으로 나갔을까. 밀실은 일부러 만들기도 하고 저절로 될 때도 있다. 밀실을 만드는 것은 그 안에 있는 사람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걸로 꾸미기 위해서일 때가 많다. 히무라도 여기 경찰이 웡후(죽은 사람)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걸로 처리할까봐 걱정했다. 아리스는 엉뚱한 추리를 했다. 아리스가 예전에도 이랬던가 했다. 아리스가 하는 엉뚱한 추리가 히무라한테는 도움이 되는가보다. 추리소설가가 사건을 해결하려고 할 때도 있던데 아리스는 아니구나. 쓰는 것과 푸는 것은 조금 다를지도. 재미있는 게 하나 더 있다. 아리스는 영어를 다 못 알아듣기도 하는데 그런 부분은 ‘XXXX’로 썼다(이 책을 보는 우리도 아리스와 같은 거다. 그 말 몰라도 상관없기 때문이겠지).

 

아리스와 히무라는 쉬려고 말레이시아 카메론 하일랜드에 간다. 그곳에서 게스트하우스를 하는 친구 타일론이 한번 오라고 해서다. 카메론 하일랜드에서는 오래전에 실크 왕 짐 톰슨이 사라진 일이 있었는데, 그 일은 아직도 해결되지 않았다고 한다. 어쩐지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말을 하는 것 같기도 하다. 히무라와 아리스는 우연히 차 바퀴를 갈려고 하는 일본 사람 모모에 준코를 보고 도와준다. 모모세 준코는 다음날 함께 차를 마시자고 한다. 그곳에서 사업을 하는 남편이 다음날에는 집에 있다면서. 지금 이 말을 해야겠다. 탐정이 가는 곳에는 사건이 일어난다. 아리스와 히무라가 찾아간 모모세 준코 집에 있는 트레일러하우스 안에는 시체가 있었다(이걸 먼저 앞에서 말했구나). 트레일러하우스는 밀실이었다. 그 뒤에 사람이 더 죽는다. 아리스와 히무라가 카메론 하일랜드에 있을 수 있는 시간은 얼마 안 남았다. 일본에 돌아가기 전에 사건을 해결하려고 한다. 친구 타일론이 의심을 받기도 해서. 이렇게 말하니 다음에 어떤 말을 하면 좋을지 모르겠다. 죽은 사람을 말할까. 트레일러하우스 안 캐비닛에 있던 사람은 웡후로 아리스와 히무라는 전날 이 사람을 만났다. 다음에 죽은 사람은 일본 사람으로 웡후와 싸운 사람이었다. 다음에 죽임 당한 사람은 아리스, 히무라와 같은 게스트하우스에 묵은 영국 사람으로 작가다.

 

갑자기 일어난 일처럼 보이는데 그렇게 갑자기는 아니다. 한주 전 열차 사고가 일어났을 때 누군가 씨앗을 뿌렸다. 사람은 죽을 때가 되면 솔직해진다. 자신의 마음을 전하고 싶어하고 잘못한 일을 말하고 용서받고 싶어한다. 열차 사고로 죽어가던 사람은 예전에 있었던 일을 누군가한테 말한다. 그 말을 들은 사람은 자신이 그 일을 알아보지 않고 자신과 같은 처지인 사람한테 말해서 그 사람이 행동하게 한다. 말만 하는 건 죄가 되지 않겠지. 자기 손이 아닌 다른 사람 손을 더럽히려는 사람이 있다.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건 돈과 관계있을 때가 많다. 지난날에는 그랬고 지금은 자신의 죄가 드러나는 일을 막기 위해서였다. 남을 죽여서 재물을 얻으면 기쁠까. 처음에는 돈 문제가 해결돼서 한 고비 넘었구나 해도 죄책감은 마음속에 남지 않을까. 그렇게 해서 얻는 건 오히려 자신을 더 괴롭힐 텐데. 일이 잘 안 풀리면 다른 방법을 찾아보는 게 더 낫다고 본다. 내 일이 아니니까 이런 말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소설이니까 이런 거지 해야겠다. 어쩌면 내가 모르는 어딘가에서 일어나는 일일지도. 내가 이 세상 사람을 다 아는 것은 아니니까. 나쁜 쪽으로 넘어가는 사람보다 그러지 않으려고 하는 사람이 더 많을 거다.

 

말레이시아는 마약을 갖고 있는 것만으로도 사형이라고 한다. 어쩐지 무섭구나. 내가 말레이시아에 갈 일도 없고 마약 같은 걸 갖게 될 일도 없겠지만. 나는 반딧불이를 한번도 본 적 없다. 말레이시아 쿠알라 셀랑고르 강에서는 반딧불이를 볼 수 있다. 강가 맹그로브 숲에서 반딧불이 몇십만 마리가 빛을 내는 모습 멋질 것 같다. 반딧불이는 우리나라에서도 볼 수 있겠구나. 말레이시아 철도니까 기차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야 할 것 같지만 그런 일은 없다.

 

 

 

희선

 

 

 

 

☆―

 

악이란 무엇인지.

 

또는 모모세 토라오, 준코, 웡후, 오이 후미치카, 그들 저마다의 죄를.

 

또는 사건의 발단을.

 

인과를 따라가면 그 끝에는 열차건널목에서 고장 나 말레이 철도를 큰 사고로 이끈 트럭 한대가 있었다. 그 엔진이 변덕을 일으켜 멈추지 않았다면, 운전기사가 제대로 차를 정비했더라면…….

 

호랑이는 죽 잠들어 있었을지도 모른다.  (45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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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거리에서 1
오쿠다 히데오 지음, 최고은 옮김 / 민음사 / 2014년 2월
평점 :
절판


 

 

책을 다 본 지금 무슨 말을 먼저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슬프다, 우울하다, 화난다, 어이없다, 어떻게 그럴 수 있지……. 작가는 ‘모든 일에는 흑백을 가릴 수 없는 면이 있기 마련이라, 100퍼센트 악도 100퍼센트 정의도 없다’ 고 했습니다(악을 말하고 선이 아닌 정의를 말했군요. 정의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쩐지 이 말을 따라 글을 쓴 것 같습니다. 작가가 한 말 틀렸다고 할 수 없습니다. 그 말을 보고 제가 생각한 것은 사람한테는 좋은 면도 있고 나쁜 면도 있다였어요. 여기 나오는 사람은 거의 현실에서 달아나고 있습니다.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모두 다. 이것은 제가 그렇게 본 것이지 저와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요. 아이는 아직 어려서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몰라서 다른 아이를 따라하고 아이들과 한 약속을 지켰다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른, 부모는 자기 아이가 아니면 괜찮고, 자기 아이한테만 나쁜 일이 없기를 바랐습니다. 부모는 아이들 사이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려고 하지 않고 그냥 시간이 흘러서 아이가 다시 웃는 일상을 살아가기를 바라더군요. 자기 아이한테 큰일이 없으면 어떤 일이 있었든 상관없다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자기 아이가 귀하면 남의 아이도 귀한 법인데 요즘은 이것을 잊어버리는 부모가 많은 듯합니다(자기 자식만 생각하는 부모만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이상한 말로 시작했군요. 어떤 일이 있었는지 말하는 게 좋겠지요. 7월 1일 저녁무렵 구와바타 시립 제2중학교 교무실에 전화가 걸려옵니다. 전화를 한 사람은 2학년 B반 나구라 유이치 엄마였어요. 나구라가 아직 집에 오지 않았다고 했어요. 전화를 받은 국어교사 이지마 히로시는 학교 안을 둘러보다가 콘크리트 도랑에 머리를 부딪쳐 죽은 나구라를 찾아냅니다. 나구라는 죽었습니다. 운동부 아이들은 운동부실 지붕에서 옆 은행나뭇가지로 건너뛰는 일을 즐겼습니다. 나구라는 테니스부였어요. 이지마는 나구라가 운동부실 지붕에서 나뭇가지로 건너뛰다 떨어져 죽은 걸까 했어요. 경찰이 오고 신문 기자도 알게 되고 텔레비전 뉴스에도 나구라 유이치 일이 나왔습니다. 처음에 경찰은 나구라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건가 했어요. 어쩐지 경찰이 가장 처음 생각하는 것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건가 싶기도 하군요. 그런 게 처리하기에 편할지도 모르죠. 나구라 등에 꼬집힌 자국이 있는 것을 본 형사는 사고가 아닌 사건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나구라 유이치를 괴롭혔다고 생각되는 아이 넷(가네코 슈토, 후지타 가즈키, 사카이 에이스케, 이치카와 겐타)을 만납니다. 넷은 나구라와 같은 테니스부예요. 혹시 넷이 말을 맞출지도 몰라서 형사는 열네 살 이상과 열네 살 미만 아이들을 나누어서 잡아두었습니다. 같은 중학생인데 생일이 빠르고 늦고에 따라 나뉘다니. 다행이다 생각하는 부모, 억울하다 생각하는 부모가 있었어요.

 

학교에서는 집단 괴롭힘이 있었어요. 어쩌다 보니 네 아이가 드러났는데, 나구라를 괴롭힌 건 네 아이만이 아니었습니다. 반 아이들, 운동부, 테니스부……. 어떤 아이는 이런 말을 하더군요. 나구라가 따돌림 당하는 일을 괴로워하면 그만둘지 모르는데 힘들어하지 않아서 괴롭히게 된다고. 아이들한테 따돌림 당하고 괴롭힘 당해서 기분 좋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요. 나구라가 분위기를 잘 못 읽지만 괴롭힘 당해서 마음 안 좋았을 거예요. 덮어놓고 나구라가 안됐다고 생각하기도 어렵습니다. 나구라는 아이들한테 괴롭힘 당하게 행동하기도 했습니다. 힘있는 아이한테는 꼼짝 못하고 자기보다 힘없는 아이한테는 분풀이를 하는 듯했습니다. 그 안에서도 여자아이한테. 중학생 무섭습니다. 초등학생과 고등학생 사이여서 그런 걸까요. 어린이도 어른도 아닌 어중간한 때. 고등학생도 다르지 않지만 중학생보다 덜 어중간할지도. 남자아이만 있을 때는 또 다르겠지요. 폭력은 또 다른 폭력을 낳는 게 확실하게 보이고, 그 폭력 안에 있으면 괜찮은 아이도 그 분위기에 휩쓸릴 수 있더군요. 나구라가 괴롭힘 당하는 걸 봐도 내 일이 아니니까 그냥 보기만 하고, 도와주었지만 아무 말 안 해서 괜히 도와주었다고 하기도 하고. 누군가를 도와줄 때는 상대가 어떻게 하기를 바라지 않는 게 가장 좋은데 말입니다. 아직 어려서 도움을 받은 상대가 ‘고맙다’고 말해주기를 바랐을지도 모르죠. 어떤 아이는 좀 잘못 생각하고 있더군요. 솔직하게 말하지 않고 자신이 모든 걸 뒤집어쓰면 된다고. 그 아이 괜찮기도 했지만 아주 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좀더 세게 말려야 하는데 겨우 한마디 하고 그걸로 됐다고 생각했거든요. 어쩌면 이 책에 나온 사람들 현실에 더 가까울지도 모르겠습니다. 조금 슬프고 씁쓸하군요. 세상에는 자신을 더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이 많다 해도 저는 남을 생각하고 안 좋은 일을 막으려고 하는 사람도 있다고 믿고 싶습니다. 여기 나온 아이들 아직 중학생이니 나이를 먹으면 달라질지도 모르죠.

 

부모는 아이가 학교에서 친구 잘 사귀고 공부 잘하기를 바라겠지요. 요즘은 아이가 중학교에 올라갈 때 걱정하는 부모가 많다고 하더군요. 우리나라 학교도 폭력에서 자유롭지 않으니까요. 언제부터 우리나라에 집단 따돌림이 퍼지게 된 것인지. 아니, 이런 일은 오래전부터 있었을지도 모르죠. 다만 정도가 달랐을 뿐이겠지요. 요즘 아이들은 잔인한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듯합니다. 이것은 대체 무엇 때문일까요. 입시만을 생각하고 공부만 잘해라 해서일까요. 공부만 잘하면 된다는 생각이 문제기도 하지만 부모가 학교에 아이를 맡겨두기만 하는 것도 문제가 아닐지. 나구라 엄마는 그 지역 큰 포목점 며느리로 아들을 낳아야 했어요. 처음과 세번째 아이는 배 속에서 죽고, 두번째인 나구라만 이 세상에 나왔습니다. 그러니 엄마는 나구라가 얼마나 소중하겠습니까. 소중하게 여기면 아이가 말하는 것을 모두 들어주기도 하죠. 엄마만이 아니고 할머니도 나구라를 옥이야 금이야 했습니다. 아이를 그렇게 키우는 것은 안 좋은 듯합니다. 그렇게 자라도 학교에 다니면서 아이들과 사귀면 세상을 알게 되는 아이도 있지만 나구라는 그러지 않았습니다. 사회성이 떨어진다고 해야 할까요. 아쉬운 일입니다. 나구라가 좀더 다른 사람 마음을 아는 아이였다면 좋았을 텐데. 친구는 돈으로 사귈 수 있는 게 아닌데 나구라는 그것도 잘 몰랐습니다. 아이들이 나구라를 그런 아이구나 했다면 좋았겠지만, 그러지 않고 따돌리고 괴롭혔군요.

 

누구 하나 잘못하지 않은 사람은 없어 보입니다. 그리고 누구 하나 잘못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없습니다. 아, 그래서 ‘침묵의 거리에서’군요. 정말 말하고 생각해야 하는 것은 하지 않고, 남이 알아도 상관없는 말을 하고 부모는 자기 아이만 생각하는군요. 책속에서 어떤 결론이 난 것은 아닙니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생각하는 것은 우리 몫입니다. 저는 희망을 갖고 싶습니다. 부질없는 바람일지도 모르겠지만.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고 하잖아요. 그래도 아이는 바뀔 수 있겠지요. 중학생이잖아요. 지금 말하지 않으면 평생 그 짐을 짊어져야 합니다. 그걸 깨달으면 좋을 텐데요.

 

 

 

희선

 

 

 

 

☆―

 

애초에 중학생이란 도통 속을 알 수 없는 존재다. 이지마는 중학교 교사가 된 뒤로 날마다 그것을 실감했다. 어째선지 제 뜻과는 상관없는 일도 저지른다. 아이들이 무엇보다 두려워하는 건 고립이다. 장단을 못 맞춘다거나, 따분하다는 말을 들을까 상식에서 벗어나고 만다. 연못에 뜬 물풀처럼 뿌리 없이 불안정하다. 덤으로 집안 분위기에 쉽게 잠식되고 휩쓸린다. 게임과 현실을 구분하기 가장 어려운 나이대인 까닭에 끔찍한 사건을 일으키는 일이 많다.  (1권, 226쪽)

 

 

 

기분 나쁜 장면을 봤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왕따가 된다는 건 저런 일을 당하는 것이다. 둘레가 모두 재미난 일처럼 바라본다. 아무도 말리지 않는다. 외로움 속에서 그저 견디는 수밖에 없다. 만일 자신이 저 처지에 놓인다면…….  (2권, 33쪽)

 

 

겐타는 딱히 하고 싶지 않았지만 거절하면 분위기를 깰 것 같아서 꼬집었다. 에이스케도 말없이 따라했다.  (2권, 235쪽)

 

 

아이들은 목숨의 존엄성도, 삶의 뜻도, 사람 마음도, 자기 마음조차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2권, 28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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ビブリア古書堂の事件手帖3 ~?子さんと消えない絆~ (メディアワ-クス文庫) (文庫) ビブリア古書堂の事件手帖 (文庫) 3
미카미 엔 지음 / アスキ-·メディアワ-クス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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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3 - 시오리코 씨와 사라지지 않는 인연

미카미 엔

 

 

 

문득 이 책이 시리즈여서 만화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이 책은 두 곳에서 만화로도 나온다. 둘에서 하나를 보다가 그만 보기로 했지만. 그냥 소설을 보려고. 두번째 책을 보고 시간이 많이 흘렀다. 비블리아 고서당은 헌책방이다. ‘헌책’이라고 하면 책이 안 좋을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는데, 보통 헌책도 있고 비싼 옛날 책도 있다. 언젠가 본 책에 나온 모리사키 책방과는 조금 다르기도 하다. 그곳에는 비싼 책은 없었다. 헌책방이 나오는 이야기 하나 더 알았다. 《도쿄 밴드 왜건》(쇼지 유키야)이다. 솔직히 말하면 이 책 제목이 책방 이름인지 예전에는 몰랐다. 그래서 그렇게 관심은 가지지 않았다. 헌책방이라는 걸 안 지 얼마 안 되었다. 이 소설은 책 이야기라기보다 ‘도쿄 밴드 왜건’이라는 헌책방을 중심으로 그곳에 사는 식구(많은 식구가 모여 산다)와 그곳에 찾아오는 손님 이야기다. 그렇다고 책 이야기가 아주 안 나오는 건 아닐지도 모르겠다. 맞다, 이곳은 바로 옆이 찻집이다. 책도 안 읽고 이런 말을, 책이 아닌 드라마를 봐서 아는 거다. 책을 봐도 괜찮을 것 같기도 한데 언젠가 기회가 온다면 볼 수도 있고. 우리나라 소설도 그럴 테지만 일본 소설은 두 가지가 있는 듯하다. 남 일에 관심없어하는 사람이 나오는 것, 남 일에 관심 많이 갖고 자기 일처럼 도와주려는 사람이 나오는 것. 두 가지만 있는 건 아니지만. 우리나라 일일드라마 같은 이야기가 일본에도 있다는 거다. 이것은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일지도 모르겠다.

 

어떤 이야긴지 잘 모르는 건데 한번 보면 괜찮을 만한 거 하나 더 있다. 그것은 만화다. 내가 예전에 그 만화를 알았을 때 볼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보는 만화를 늘리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고 그만두기로 했다(다른 까닭도 있지만). 요새 만화책을 사고도 바로 안 봐서 하나 그만 볼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기도 하다.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은 어느 정도나 나올까. 이 세상에 책은 많고 그걸로 만들어낼 수 있는 이야기는 많을지 모르겠다. 이렇게 생각해도 어려워 보이지만. 이 책 그렇게 많이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길게 나와서 좋은 것도 있지만 길어져서 지루해질 수도 있으니까. 잠깐 다른 이야기를 하다니(쓸데없는 말을 늘어놓았다). 만화는 <도서관 주인>(시노하라 우미하루)으로 우리말로 7권까지 나왔다. 이 만화는 도서관에서 일어나는 일이 나올 것 같다. 그것도 책과 관계있는. 일본 만화여서 우리나라 책이 나올 일이 없다는 게 아쉽다. 이것은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도 마찬가지다. 전에도 한번 책방과 도서관이 나오는 책 말한 적 있는데, 내가 아는 건 얼마 안 된다. 내가 모르는 게 더 있을 거다. 책 이야기가 나오는 책은 책을 좋아하는 사람만 즐겁게 볼 수 있을까. 책 이야기라 해도 꼭 책 이야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 안에는 사람이 있다. 책은 사람이 쓰고 만들고 보는 것이니 사람이 빠질 수 없다. 어떤 이야기든 사람을 이어주는 어떤 것이 있는데 여기에서는 그 일을 책이 한다. 겨우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으로 돌아왔다.

 

이야기가 세 가지라고 해야 할까, 네 가지라고 해야 할까. 전에는 다이스케(이제는 고우라가 아닌 다이스케라 쓸까 한다)가 이야기를 시작했는데 이번에는 시오리코 동생 시노카와 아야카가 쓰는 일기로 시작한다. 끝도 아야카 일기다. 아야카는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에 나오는 이발사가 강가에 구멍을 파서 말한 것처럼, 다른 사람한테 말할 수 없는 일을 일기로 쓴다. 아야카는 아야카대로 쓸쓸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 아야카가 언니 시오리코한테 자기 마음을 솔직하게 말하면 좋겠다(그것은 안 나오고 말한 걸로 될지도). 자매니까 말하기 좀더 편하지 않을까 싶은데 그게 그렇지도 않은가 보다. 식구라고 해도 모두 솔직하게 말하지 않기도 한다. 이 말이 나와서 먼저 말해야겠다. 전에도 한번 나온 적 있는 사카구치 시노부(남편이 눈이 안 보이게 돼서 부부 두 사람한테 소중한 책을 팔려고 했던)는 어릴 때 보던 책을 시오리코한테 찾아달라고 한다. 시노부는 책 제목도 작가도 모르고 ‘너구리와 악어와 개가 나오는 그림책’이라고 말했다. 책도 중요하지만 부모와 딸 관계를 이야기한다. 한식구라고 해야겠구나. 마음과는 다르게 안 좋은 말을 하는 엄마와 딸이다. 아버지는 그 사이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그냥 모르는 척한다. 딸인 시노부는 엄마가 하는 안 좋은 말 때문에 다른 것은 깨닫지 못한다. 안 좋은 말을 하는 사람 마음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이렇게 말했지만 마음을 가라앉히고 잘 보면 볼 수도 있다. 시노부는 그것을 보지 않으려고 한 게 아닐까. 시노부가 오랫동안 부모 마음을 잘못 알고 있었는데, 찾는 책 때문에 알게 되었다. 시노부가 앞으로는 부모와 잘 지내겠지.

 

첫번째와 세번째 이야기는 도둑맞은 책을 찾는 거다. 하나는 고서교환전에서 사라진 《민들레 소녀》(로버트 F. 영)고 하나는 《봄과 수라》(미야자와 겐지) 초판본이다. 《봄과 수라》는 책을 찾아달라고 부탁한 사람 집에서 사라졌다. 다른 사람 이야기 사이에 시오리코 엄마 시노카와 지에코 이야기가 조금씩 나온다. ‘민들레 소녀’는 시오리코 엄마가 아버지한테 선물한 책이었다. 이 말을 해준 사람은 이 책을 훔친 사람이다. 도둑맞은 ‘봄과 수라’를 찾아달라고 한 사람은 시오리코 엄마(지에코)와 동창이었다. 다른 것보다 시오리코 엄마 이야기를 하다니. 시오리코는 엄마가 갑자기 집을 나가서 엄마한테 안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다. 그래도 마음 깊은 곳에는 엄마한테 어떤 사정이 있어서 집을 나간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번에 시오리코 엄마 이야기를 한 건 다음 권에 시오리코 엄마가 나오기 때문이겠지. 아직 책은 못 봤지만 내용은 조금 안다. 내용을 모르고 책을 보는 게 더 나았을지도 모르겠다. 그랬으면 시오리코만큼은 아니어도 다이스케만큼은 알아봤을지도. ‘민들레 소녀’와 ‘봄과 수라’를 가져간 사람 말이다. ‘민들레 소녀’는 한번 읽어보고 싶기도 하다. 이 소설에서는 지금 당신 곁에 있는 사람이 바로 당신이 찾는 사람이다고 말한다.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할지도(소설 속에서는 맞다). ‘봄과 수라’는 아버지와 딸 그리고 손자(조카)를 이어준다.

 

이 책(지금까지 본 것 다)에 나오는 이야기를 보면 어떤 우화가 생각난다. 아버지는 죽으면서 세 아들한테 포도밭에 보물을 묻어두었다고 한다. 세 아들은 포도밭에서 보물을 찾으려고 밭을 파헤친다. 시간이 흘러서 포도나무에 열매가 열린다. 진짜 보물은 그거였다. 그리고 형제가 사이 좋게 지내는 것도. 포도밭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이번에 작은 제목은 ‘시오리코 씨와 사라지지 않는 인연’인데, 여기에서 ‘사라지지 않는 인연’은 ‘끊어지지 않는 인연’이라 해도 괜찮겠다. 식구 사이는 어떻게 해도 끊어지지 않으니까. 아니 식구보다는 부모 자식 사이라고 해야겠다. 거기에는 시오리코와 시오리코 엄마도 들어갈까. 부모 자식이라고 해도 나름의 삶이 있다. 시오리코 엄마는 좀 일찍 자기 삶을 찾아갔지만. 왜 그랬는지 다음에 알 수 있을까. 그것을 알아도 이해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시오리코 엄마는 남이 안 좋게 여기는 일도 서슴없이 하는 듯해서. 시오리코는 책에 담긴 이야기뿐 아니라 그 책을 둘러싼 이야기를 알아내기도 하고 책을 찾기도 한다. 시오리코 엄마는 예전에 시오리코와 같은 일을 했다고 한다. 그동안 시오리코는 그런 일을 하지 않았는데 다이스케가 오고 나서 하게 되었다. 이런 소문이 그 지역에서 헌책방을 하는 사람들한테 퍼졌다고 한다. 다이스케는 지금까지 기회가 없어서 시오리코가 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그럴까, 나는 시오리코가 다이스케를 만났기 때문에 그 일을 하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사람은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니까. 시오리코가 조금씩 바뀌어가는 듯하다. 앞으로 그런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겠지.

 

 

 

다시 만나다

 

 

몇 해 전 아빠 일 때문에 학교를 옮기게 된 나한테 친구가 책을 주었다

친구는 언니 책장에서 그럴듯해 보이는 책을 골랐다고 했다

그 책은 미하엘 엔데의 《끝없는 이야기》였다

 

새로운 학교에 다니는 일은 쉽지 않았다

내게 힘을 준 것은 친구가 준 책이었다

말을 잘 못하는 나는 ‘끝없는 이야기’에 나오는 바스티안처럼 아이들한테 괴롭힘을 당했다

그런 아이들을 상대하지 않자, 아이들은 곧 나에서 관심을 잃었다

 

얼마 전에 초등학교 때 친구를 만났다

아니 멀리에서 보았다

그 아이는 나를 기억할까

 

신기하게도 그 아이와 나는 같은 책을 보았다

책에 얽힌 수수께끼를 푸는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이다

다음에 그 아이를 보면 인사해야겠다

 

오래전에 네가 준 책이 나를 구해주었다 고.

 

 

 

희선

 

 

 

 

☆―

 

한번도 만난 적 없는 사람이 오래된 책으로 이어져있다. 어쩐지 신기한 느낌이다.  (216~2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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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8-12 15:2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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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8-13 02:0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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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게 휘두르며 21

  히구치 아사

  講談社  2013년 04월 23일

 

 

 

 

 

 

 

 

 

 

 

 

일본 고교야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면 그것을 조금 말할 텐데 잘 모른다. 전에 한번 나온 적 있기는 한데. 일본 고등학교 야구부가 늘 가고 싶어하는 곳은 고시엔이다. 고교야구 전국대회와 비슷하다. 먼저 현에서 1등 해야 고시엔에 갈 수 있다. 여름이 가장 큰 듯하고 봄, 가을에도 가는 건지 이것은 잘 모르겠다. 여름대회는 끝나고 니시우라 고등학교는 졌다. 한번 지면 끝이다. 사이타마 현에서 고시엔에 간 학교는 ARC 학원으로 2회전에서 졌다고 한다. 사이타마 현에서 신인전이 열렸다. 니시우라는 세 경기를 모두 이겨서 시드가 되었다. 시드가 되는 게 좋은 건지 어떤 건지 모르겠지만, 가을대회 때 센 학교하고 바로 경기하지 않는 건지도. 니시우라가 그렇게 센 건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잘한다. 신인전에서 모두 이긴 걸 보면 합숙훈련한 게 좋게 나왔나보다. 20권 보고 시간이 많이 흘러서 그때 어땠는지 잘 생각나지 않는다. 이 말 또 하다니. 가을대회 추첨(경기하는 상대)은 고문 선생님과 하나이, 사카에구치가 갔다. 여름대회하고는 뭐가 다를까. 그때는 추첨 넓은 곳에서 하고 야구부원 모두가 그곳에 있었다. 니시우라 첫상대는 무사시노 제1고교가 되었다. 언젠가 싸우게 되리라고 생각했는데 그때가 이렇게 빨리 오다니. 전에 책 사고 그걸 알았을 때는 그냥 기대했는데, 이번에 보면서는 ‘그렇구나’ 했다. 내 마음이 왜 이런지 모르겠다.

 

학교에 돌아온 하나이를 보고 타지마는 배팅센터에 가서 연습하고 싶다고 한다(타지마가 말한 바센バッセン이 무슨 말인지 처음에는 몰랐다. 나중에 배팅센터라는 것을 알았다. 앞으로는 말하는 걸 잘 봐야겠다. 말투라고 해야 할까). 하루나가 던지는 빠른 공을 칠 수 있도록. 무사시노와 경기 하게 돼서 좋아한 사람은 또 있다. 투수 미하시다. 그냥 미하시가 아니고 투수 미하시라고 하니 조금 이상하다. 미하시가 기뻐한 것은 아베가 경기에 나가서다(여름대회 때 다쳐서 한동안 쉬었다). 미하시는 아베한테 ‘이길거야’ 했다. 미하시 바로는 아니더라도 예전보다 말 잘하게 되었다. 아베한테 의지하지 않고 자기도 생각하고 공 던지기로 했으니까. 니시우라 고등학교는 문화제 하는 때였다. 야구부 아이들은 자기반이 무엇을 하는지 모르기도 했다. 하나이와 몇몇 아이들은 반 아이들을 도와주러 갔다. 이런 것도 잠깐 넣다니(전에는 체육대회가 잠깐 나오기도 했구나). 이것을 뭐라고 해야 할까. 잠깐 쉬어가는 시간. 하나이와 사카에구치는 추첨할 때 예전에 모모 감독과 한사람뿐인 야구부원 이야기를 하다 그 사람이 죽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그 사람이 죽은 것보다 모모 감독이 왜 고시엔에 가려고 하는지가 중요한가. 야구를 좋아해서). 그것을 다른 아이들한테 말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생각했다. 다음날 모모 감독이 하나이가 그것을 안다는 것을 알고 다른 아이들한테 말해주라고 했다. 야구를 하다가 죽은 건 아니고 산에서 어떤 일이 있어서였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어떨까. 야구부 선배가 하나 있었는데 죽었다고 하면. 하나이는 지금 함께 야구하는 아이 가운데서 누군가 죽는 건 상상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만화를 모르는 사람이 이것을 본다면 무슨 이야기인가 하겠다. 책을 안 본 사람도 알 수 있게 써야 하는데 내가 그렇게 잘 쓰는 게 아니어서. 여기에서 잠깐 무사시노 제1고교와 하루나 이야기를 할까 한다. 하루나는 니시우라 고교 야구부에서 포수인 아베와 같은 중학교에서 야구를 했다(학교가 아니고 야구팀이었던가). 아베는 하루나가 팔을 다치고 나은 다음에 만났다. 하루나는 빠른 공을 던졌다. 중학교 때는 성격이 별로였다. 그것보다 팔을 다친 일 때문에 몸을 사렸다. 나중에 프로가 되기 위해 하루나는 한 경기에서 80구만 던졌다. 아베가 처음부터 하루나 공을 잘 받은 건 아니다. 많이 받다가 겨우 받게 되었다. 그때 아베는 하루나와 배터리인 게 자랑스러웠다. 그런데 어떤 경기에서 하루나는 80구를 다 던졌다면서 마운드에서 내려갔다. 아베는 단 한구라도 좋으니 빠른 공을 던져달라고 했는데. 그때부터 아베는 하루나를 싫어하게 되었다. 아베는 고개 젓는 투수를 싫어했다. 미하시한테도 고개를 젓지 못하게 했다. 미하시는 중학교 때 포수가 사인을 보내준 적이 없어서 아베가 사인을 보내주는 것만으로도 기뻤다. 여름대회 때 상대팀이 그것을 알고 이용했다. 아베는 다리는 다치고 그 경기는 졌다. 아베는 다리를 다쳐보고 중학교 때 하루나 마음을 알게 되었다(하루나는 또 다치지 않으려고 공을 적게 던졌다). 여름대회가 끝나고 미하시는 미하시대로 아베한테만 생각하게 한 것을 미안하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자신도 생각하기로 했다. 여름대회 때까지 미하시는 아베가 보내는 사인대로 공을 던졌다(한번은 고개 젓는 사인도 만들었다). 하루나는 아베와 인연이 있다. 미하시는 잠깐 아베가 하루나와 야구하고 싶어하지 않았을까 생각하고 우울해한 적도 있다. 지금은 그런 마음에서 벗어났다.

 

고교야구는 잘하는 사람 한사람이 있어도 잘되기도 한다. 한사람은 투수다. 포수도 있으면 더 좋을까. 프로는 좀 다르겠지만. 무사시노 제1고교는 하루나가 들어가고 야구부 성적이 좋아졌다. 하루나는 중학교 때와 달라지기도 했다. 아무리 빠른 공을 던져도 그것을 받아주는 사람이 없으면 그것을 살리지 못하기도 한다. 무사시노 제1고교에는 하루나가 던지는 빠른 공을 받을 수 있는 포수가 없었다. 정포수가 아닌 포수는 하나 있었지만. 아키마루는 어렸을 때부터 하루나가 던지는 공을 받았다. 여름대회 결승전에서도 아키마루가 받았다. 아키마루는 하나만 잘했다. 하루나가 던지는 공을 받는 것. 아키마루가 야구를 좋아하지 않는 것은 아닌데 다른 아이들만큼은 아니었다. 어쩌면 그래서 하루나는 아베가 자기 공을 받아주던 때를 그리워하는지도. 아베는 미하시한테 사인대로 던지라고 했는데, 아키마루는 하루나한테 사인을 보내지 않았다. 사인을 보내도 그렇게 던지기 어려워서. 하루나는 사인을 크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다른 사람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 듯하다. 니시우라 고교 아이들도 그 점을 알았다. 배터리는 두 사람이 하나다. 서로 이야기를 해서 공을 던져야 더 잘되는데 하루나와 아키마루는 그걸 안 하는 거다. 둘이 경기한 지 얼마 안 되기도 했다. 그런 거 고교야구에서는 어느 정도 괜찮지 않을까. 그렇다고 고교야구를 얕보는 건 아니다.

 

다른 이야기를 잠깐 한 건 무슨 말을 하면 좋을지 몰라서였다. 이제는 어느 정도 해서 그런지 연습하는 건 잘 안 보여준다. 지금까지 하지 않은 걸 하면 보여줄지도 모르겠다. 가을대회 1회전이 시작됐다. 이번에 4회말까지 했다. 반은 아니지만 많이 흘러갔다. 무사시노 제1고교 2회초는 4번 타자 하루나부터 시작해서 1점 얻었다. 니시우라가 2회말 때 1점 얻는 것은 조금 웃긴다. 전에 봤는데도 아키마루가 어땠는지 몰랐다. 이번에 조금 알았다. 아키마루는 하루나가 던지는 공은 잘 받지만 다른 데 던지는 것은 잘 못했다(앞에서도 한 말). 마음먹고 던지면 잘 갔지만. 아키마루가 공을 잘 못 던지는 걸 이용해서 니시우라는 4번 타자 타지마가 들어와서 1점 얻었다. 무사시노 제1고교 타자가 한바퀴 돌고 다시 하루나 차례가 왔을 때, 아베는 미하시한테 ‘미하시 직구’를 던지게 했다. 그렇게 해서 하루나를 삼진시켰지만 나중에 감독한테 혼났다. 미하시가 던진 공이 하루나한테 맞을 뻔했다. 미하시가 이상해진 걸까 했는데, 그게 아니고 하루나가 ‘미하시 직구’를 잘 못 보게 하려고 아베가 미하시한테 그런 공을 던지게 했다. ‘미하시 직구’는 잘 쓰면 무기지만 많이 보여주면 누구나 칠 수 있다. 4회말 때 무사시노 제1고교 포수 아키마루는 하루나한테 사인을 보냈다. 그것을 어떻게 보낸 거냐면, 하루나가 다음에 던질 공을 아키마루가 먼저 알고 한 거다. 아키마루는 하루나가 어떤 공을 던질지 다 알다니, 이것도 오래 해야 그렇게 되겠지. 이게 다음에 어떤 도움이 될지. 하루나는 아키마루가 사인을 보내는 걸 이상하게 여겼다. 볼넷을 던지기도 했는데 점수는 내주지 않았다.

 

나는 니시우라가 이겼으면 좋겠다. 미하시가 자신을 더 가졌으면 해서. 다음권 예고에 아키마루가 ‘미하시 직구’를 보는 게 나온다. 그 공 비밀을 알게 될지도. 그렇다 해도 아베와 미하시가 함께 생각해서 잘 해내기를 바란다. 다른 아이들은 점수를 넣어줄거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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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8-12 15:3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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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8-13 01:3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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