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의 전화
야쿠마루 가쿠 지음, 최재호 옮김 / 북플라자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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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을 보면 경찰은 조직을 먼저 생각한다고 하는데 정말일까. 실제 그런 일이 일어나니 그런 소설이 나오기도 하는 거겠지. 다른 곳은 몰라도 경찰만은 깨끗하면 좋을 텐데, 경찰은 정치가가 잘못한 일을 숨겨주거나 경찰이 잘못해서 일어난 일을 숨기려 한다. 그걸 하려고 사건을 꾸며 내기도 한다. 그런 거 하고 양심에 찔리지 않을까. 그런 일이 일어난다 해도 평범한 사람은 그런 것과 상관없이 산다. 피해자가 되면 좀 다를지도 모르겠다. 피해자나 피해자 식구는 되고 싶지 않구나. 그게 자기 마음대로 되는 건 아니겠지만. 경찰조직 사람이 다 사건을 숨기고 거짓으로 꾸며내지는 않을 거다. 정의를 생각하고 피해자를 생각하는 경찰이 더 많다고 믿는다. 피해자나 피해자 식구를 생각하고 범인을 잡거나 진짜 일어난 일을 알리려는 경찰.

 

 이상하다. 법률가나 경찰은 다른 누구보다 윤리, 도덕이 높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람이라는 것은 같은데. 그런 기대를 하면 안 될지도. 선생님이나 정치가한테도 그런 걸 바라는구나. 그런 일하는 사람은 스스로 자신이 반듯해야 한다고 여기지 않을까. 처음에는 그런 마음이어도 나이를 먹고 높은 자리에 앉으면 잘못된 일에 눈을 감기도 하던가. 경찰조직을 생각한다고 하지만 진짜 마음은 자신이 비난 받지 않으려는 거 아닐까. 한번 잘못한 일을. 처음부터 잘못을 하지 말지. 아사쿠라 장인이 그래 보였다. 뜬금없이 이런 말을. 세해 전에 형사였던 아사쿠라 신지는 폭력조직한테서 돈을 받았다는 걸로 경찰에 잡히고 아내와는 헤어지고 혼자 살았다. 그때 아사쿠라는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았는데 폭력조직한테 돈을 받았다는 건 누명이었다. 혼자 아니다 해 봤자 조직에 이길 수 없고 아사쿠라가 가진 정보를 경찰에 줄 수도 없었다. 아사쿠라는 자신이 몸담았던 조직이었지만 경찰을 믿지 않게 됐다.

 

 모르는 번호에서 아사쿠라한테 전화가 오고 아사쿠라는 ‘아빠’라 하는 걸 들은 것 같았다. 아사쿠라는 세해 전에 헤어지고 한번도 연락하지 않은 아내 나오미한테 전화했다. 나오미는 딸 아즈사는 친구와 디즈니랜드에 갔다고 한다. 나오미가 아즈사 친구 엄마한테 전화해서 물어보니 아즈사는 아파서 디즈니랜드에 함께 가지 않았다고 했다. 나오미가 집에 가니 아무도 없었다. 나오미는 아사쿠라한테 연락하고 함께 아즈사를 찾아보았다. 얼마 뒤 나오미는 모르는 사람한테서 온 전화를 받는다. 그 사람은 아즈사를 유괴했다면서 돈 1억원을 준비하라고 했다(일본 소설 보면 엔으로 나올 때가 많은데 원으로 나와서 좀 이상했다). 나오미는 그 일을 아사쿠라한테도 알렸다. 나오미가 경찰에 신고하려고 하니 아사쿠라는 경찰한테 전화하지 마라 한다. 그 일 때문에 경찰이 아사쿠라가 아는 정보를 또 말하라고 할까봐서였다.

 

 몸값을 유괴범한테 주는 방법이 무척 복잡했다. 돈은 마약으로 바뀌었다. 범인은 세해전에 일어난 교통사고를 말했다. 그 일은 마약을 한 사람이 차로 교사 둘과 유치원생 다섯을 치여 죽인 사고로 보도됐다. 차를 운전하던 사람도 죽었다. 겉으로 알려진 건 그랬지만 실제는 아니었다. 아사쿠라는 세해 전에 차를 운전한 아라리 도시히코가 마약을 하지 않았다는 제보를 받고 그 사건을 혼자 알아보다가 누명을 쓰고 경찰을 그만두었다. 경찰이 무언가를 숨기려 했다. 차에 치여 죽고 다친 피해자 식구는 실제 일어난 일을 알면 좀 나을까. 마약을 한 사람이 운전한 차에 치여 죽었다고 아는 것보다는 좀 나을지도. 경찰이 잘못한 일은 숨기지 않아야 하는 거 아닌가.

 

 어떤 일을 밝히려고 범죄를 저지르는 것도 그리 좋지는 않다. 개인이 경찰 조직에 맞설 방법은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아이가 유괴된 부모 마음도 생각해야 하는 거 아닌가. 세해 전에 정치가를 협박해 돈을 빼앗으려 한 사람도 있었다. 그것도 경찰이. 안 좋은 일이 안 좋은 일을 낳고 아무 상관없는 사람이 피해를 입기도 하는구나. 다행한 건 정의를 지키려는 사람이 있다는 거다. 그런 사람이 없다면 이 세상은 무척 어둡겠지.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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ゴ-ストハント1 舊校舍怪談 (角川文庫)
小野不由美 / KADOKAWA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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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트 헌트 1

오노 후유미

 

 

 

 

 

 

 학교에 이런저런 이야기가 전해오는 건 어느 나라나 그럴까. 중국은 있을 것 같고 일본도 있고 한국 또한 다르지 않다. 하지만 서양은 어떨지. 서양 동양 다르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학교는 아이들이 많이 모인 곳이고 자유롭지 못하기도 하다. 거기에서 고등학교는 더하겠다. 내가 다닌 초등학교에 전해오는 이야기가 있었다. 옛날에 학교 사람이 용인지 뭔지와 싸우고 그걸 학교 운동장에 묻어서 학교에 행사가 있는 날에는 비가 온다는 거였다. 이건 별로 안 무서운가. 밤 12시에 동상이 움직인다는 것도 있다. 이건 어느 학교에나 있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아는 건 이 정도뿐이다. 더 많은 이야기가 있을 텐데 그런 거 못 들었다. 난 학교 다닐 때 무서운 이야기 즐겨하지 않았다. 그런 거 즐겨한 아이도 있을지 모를 텐데, 그런 친구도 없었다. 이제와서 좀 아쉽다니.

 

 이 소설 《고스트 헌트》는 오노 후유미가 1984년에 쓰기 시작하고 1992년까지 썼나 보다. 십이국기 이야기 만큼 오래전에 쓴 이야기구나. 이 책은 모두 일곱권이다. 그래도 이건 끝냈구나. 그러고 보니 다섯권으로 나온 《시귀》도 있다. 오노 후유미 소설에는 한권으로 끝나는 것도 있고 여러 권인 것도 있다. ‘시귀’는 못 봤지만, ‘고스트 헌트’는 책으로 보게 됐구나. 일본에서 2020년 6월부터 문고로 다시 나왔다. 그 소식은 그때 바로 알지 못하고 나중에 알았다. 지난(2020) 12월에 4권이 나왔다. 앞으로 세권 남았구나. 일곱권이 다 나오면 그걸로 끝일까. 다음 이야기가 더 있으면 좋을 듯하지만 그걸로 끝나도 어쩔 수 없겠다.

 

 맨 앞에서는 학교에 전해오는 이야기 하다가 이 소설 이야기를 잠깐 했다. 첫번째 이야기가 학교와 상관있는 거여서 그랬다(앞으로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 더 나오는구나). 실제 귀신이나 영감, 영능력은 있을까. 이 말을 하다니. 어쩐지 난 아주 믿지 않는 것 같구나. 귀신이 있으면 괜찮겠다고 생각하지만 그런 건 본 적이 없어서. 예전에 이상한 일이 있기는 했지만. 이 소설에서는 그런 게 있다고 여기고 이야기를 풀어간다. 판타지 호러라고 한다. 십이국기도 처음에는 그렇게 말하지 않았던가. 거기에서 좀 무시무시한 건 《마성의 아이》 정도가 아닐까 싶다. 십이국기를 다 보면 그 이야기가 다른 것과 아주 상관없지 않게 보인다. 거기에서 사람이 많이 죽어서 그래도 괜찮을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고스트 헌트’를 바로 말하면 유령 퇴치다. 이건 시부야 사이킥 리서치(심령현상 조사사무소) 소장 시부야 카즈야가 한 말이다. 실제 이런 거 하는 사람 있을까. 난 소설에만 나오는 것 같기도 한데, 세상에는 이런저런 일이 있으니 아주 없다고 말하기도 어렵겠다.

 

 어느 고등학교에서 오래된 학교 건물을 부수고 거기에 새로 체육관을 지으려 했는데, 공사를 하다 사고가 나고 안 좋은 이야기가 퍼졌다. 귀신, 유령이 나온다는 이야기였다. 시부야 카즈야는 그걸 조사하러 오고 타니야마 마이는 그 학교에 다니는 학생이다. 마이는 늦은 밤에 친구와 학교에서 무서운 이야기를 하다가 시부야를 만난다. 그렇게 만나고 끝나지 않고 다음날 마이는 오래된 학교 건물을 보러 간다. 그때 사고가 나서 거기 있던 사람이 다친다. 그 사람은 시부야 조수였다. 시부야는 마이한테 조수가 다쳤으니 조수 대신 일하라고 한다. 가벼운 기계 옮기기 선반 조립하기. 심령현상 조사사무소에서는 여러 가지 기계로 그곳에 영혼이 있는지 없는지 알아봤다. 가끔 무서운 이야기 하면 오싹한 느낌이 들지 않나. 영혼이 있는 곳은 다른 곳보다 온도가 내려간다고 한다. 정말 무서운 이야기는 죽은 사람 영혼을 부를까.

 

 교장 선생님은 시부야뿐 아니라 무녀, 스님, 영매사 그리고 엑소시스트인 신부도 불렀다. 아니 그건 교장 선생님 생각이 아니고 이사장이 그래야 한다고 했나 보다. 무녀는 마츠자키 아야코 스님은 머리가 긴 파계승 타키가와 호쇼고 영매사는 이름이 꽤 알려진 하라 마사코로 텔레비전 방송에도 나오는가 보다. 신부인 존 브라운은 열아홉살로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왔다. 존은 관서 사투리를 썼는데 말을 이상하게 했다. 누군가 존한테 장난으로 일본말을 알려준 게 아닐지. 그건 그렇고 서양 사람이 관서 사투리 쓰는 걸 보면 서양 사람이 부산말 쓰는 게 떠오르기도 한다. 인물 소개도 잘하면 좋으련만. 이 정도밖에 못 쓰는구나. 시부야 사이킥 리서치 소장 시부야 카즈야, 어쩌다 시부야 조수가 된 타니야먀 마이. 조수는 린이다.

 

 마이와 같은 반인 쿠로다 나오코는 오래된 학교 건물에서 전쟁 때 죽은 영혼이나 간호사 영혼을 보고 어린이 영혼이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영매사인 하라 마사코는 오래된 학교 건물에 영혼은 없다고 한다. 시부야가 설치한 기계도 그 건물에 영혼이 있다는 건 잡지 못했다. 무녀가 갇히고 쿠로다가 무언가한테 습격받고 영매사 마사코가 다친다. 다치기는 했지만 마사코는 자신이 잘못해서 일어난 사고다 한다. 오래된 학교 건물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걸까. 그 안에 있으면 무섭고 뭔가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겠지만, 글로 봐서 아주 무섭지는 않았다. 쿠로다는 정말 영감이 있고 영혼을 본 건가 하는 게 가장 알고 싶었다. 자신은 영감이 있고 남과 다르다 말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건 영능력자인 사람도 다르지 않았다. 자기한테는 힘이 있지만 다른 사람한테는 신비한 힘이 없다고 여기는 듯했다. 영능력자가 아닌 보통 사람도 다르지 않구나.

 

 옛날 학교 건물에서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유령이 나온다는 이야기가 퍼지기는 했지만, 그건 잘 보면 설명할 수 있는 거였다. 귀신이 건물을 부수는 걸 방해하는 게 아니었다. 그런 말 들으면 좀 아쉬울까. 뭔가 있을 것 같은 곳인데. 이야기일 뿐이다 하면. 난 잘 모르겠다. 첫번째 이야기에는 귀신(유령)이 나오지 않았다. 그래도 시부야는 한 아이를 생각하고 일을 마무리했다. 모두 힘을 합쳐 귀신을 다 없앴다고 하기로. 그것도 괜찮지 않나 싶다. 첫번째여서 조금 가볍게 부드럽게 시작한 것 같다. 유령, 나쁜 영혼은 있다고 여기고 하는 이야기니. 폴터가이스트도 나타났다. 그건 유령이 일으키기도 하고 사람이 일으키기도 한단다. 그건 초능력인가 보다. 저도 모르게 힘을 쓰는 거였다.

 

 조금 웃긴 것도 있었다. 그건 마이가 시부야 카즈야를 나르라 한 거다. 나르시시스트인 그 나르다. 시부야를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 많았는지 나르 시부야는 마이한테 그거 누구한테 들었느냐고 한다. 이번에는 시부야라 썼지만 앞으로는 나도 나르라 할까 보다. 마이는 일이 끝나고 앞으로 나르를 만나지 못하는 건가 하고 아쉬워했다. 얼마 뒤 나르가 학교로 전화한다. 나르는 마이한테 아르바이트 한 돈을 준다고 하고, 시부야 사이킥 리서치에서 아르바이트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마이는 그 말을 기쁘게 받아들인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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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드 스트라이크
구병모 지음 / 창비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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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늘을 나는 사람이 있다면 어떨까. 커다란 날개를 펼치고 하늘을 날고 땅에서는 날개를 접고 다닐 것 같은데. 날개 하면 천사나 악마가 생각나지만, 천사에 더 어울린다. 사람 몸은 새와 달라서 날개가 있다 해도 날기 어려울 거다. 새와 같은 몸 구조라면 모를까. 이런 생각을 먼저 하다니. 《버드 스트라이크》에 나오는 나는 사람은 도시 사람과 달랐다. 익인이라 하는데 왜 난 자꾸 그 글자를 악인이라 읽은 건지. 그냥 나는 사람이라 하면 안 될까(나는 사람이라 하면 나는 사람이다 같을까. 날개 달린 사람도 괜찮겠다). 나는 사람은 소수 민족이라 봐도 될 듯하다. 많은 사람은 소수 민족을 자신과 다르다 여기고 차별하고 자기들이 바라는 건 그냥 빼앗으려 한다. 그런 일은 오랜 세월 이어졌다. 지금이라고 그런 게 없지 않겠지. 나는 사람은 지구에 온 외계인 같기도 하다. 도시에서 무기 만드는 곳 사람은 나는 사람 무덤을 파헤치고 살아 있는 사람을 연구하려고 했다. 그나마 그걸 많은 사람이 찬성하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사람은 피부색이 달라도 말을 하면 서로 알아듣는다. 말이 아니어도 몸짓 손짓 발짓으로 마음을 나눌 수 있다. 피부가 다른 게 아니고 난다면 어떨까. 그것도 다르게 여기겠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는 별나게 보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소설 속에서는 그렇게 별나지 않다. 도시 사람과 떨어져 살기는 하지만. 서로 어울려 살면 안 되는 걸까. 도시 사람이나 나는 사람은 서로 섞이는 게 싫었을지도 모르겠다. 지금 생각하니 그랬던 거구나. 순수한 피여야 한다고 생각한 걸지도. 그런 게 언제까지나 이어질까. 서로 달라도 만나면 서로가 그렇게 다르지 않다는 걸 알 거다. 그렇게 해서 나는 사람에는 혼혈이 생겼다. 바로 비오다. 비오는 다른 나는 사람과 다르게 날개가 작았다. 비오가 자라기는 했지만, 하마터면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비오와 비오 엄마를 받아들인 다이오가 있어서 비오가 세상에 나고 자랐구나. 다르다 해도 다 품을 수 있는 마음은 누구나 가질 수 있을 텐데.

 

 비오는 나는 사람이지만 그 안에서 다른 대접을 받았다. 사람은 무리 안에 조금 다른 게 있으면 그걸 차별하는구나. 그저 같은 사람일 텐데. 루는 전시행과 비서 사이에서 난 아이였다. 이럴 때도 사람은 차별한다. 루와 비오가 만나고 루는 잠시 비오 식구와 지낸다. 루는 비오가 다른 나는 사람이 하는 성인식 같은 시행식을 못한다는 말을 듣고 지장한테 따진다. 비오도 나는 사람이 아니냐고. 무리 안에서 당연하게 여기는 일이어도 바깥 사람이 보면 아닌 것 같기도 하겠지. 루는 그걸 알고 말한 거겠다. 어쩌면 루가 비오와 같은 처지여서 그랬을지도. 루가 전시행 아이는 맞아도 시행 부부 아이는 아니고 그것 때문에 시청에 있을 자리가 마땅치 않았다.

 

 앞에서 차별 같은 말을 했지만 이 이야기는 루와 비오가 만나고 서로한테 끌리는 이야기다. 단순하게 말했나. 서로 다르다 해도 마음이 끌릴 수도 있겠지. 루와 비오가 그런 마음을 바로 말하지는 않았지만, 처음에 그럴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비오 아버지나 동생 가하가 죽은 건 안타까웠다. 그 일 때문에 비오는 루를 다치게 했다. 비오가 루를 살리기도 했는데 나중에는 다치게 하다니. 이 이야기를 어떻게 끝내려나 했다. 아주 좋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그리 나쁘지 않았다. 쓰러졌던 전시행은 세상을 떠나고 아들 휴고가 시행이 된다. 휴고는 아버지가 죽고 나자 단호해지고 외갓집 사람을 물리쳤다. 여기에도 힘을 가지려 다투는 사람이 있었다. 루는 그런 사람 때문에 위험했는데 이제는 그렇게 걱정할 일은 없을 것 같다. 휴고가 루와 루 엄마를 지켜주겠다고 했다. 루와 루 엄마는 시청이 아닌 외할아버지 과수원으로 돌아갔다. 비오는 무리를 떠났다. 루가 깨어나기 바로 전에. 루는 비오를 찾으려 한다. 언젠가 루는 비오를 찾을지.

 

 나는 사람은 날개가 나왔다 들어갔다 했다. 만화 같은 데서 본 날개 달린 사람은 그저 날개를 접었는데. 날개를 꺼내지 않으면 그저 좀 작은 사람으로 보이지 않을까. 그렇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보통 사람보다 작고 몸도 가벼울 테니 말이다. 루와 비오 이야기만 했는데, 다른 것도 생각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난 모습이 달라도 말을 나누면 같은 사람이다밖에 생각나지 않는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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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1-03-28 02: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름을 그냥 다름으로 인정하는 것, 다르니까 세상이 더 근사해지는구나 생각할 수 있는것이 왜 그렇게 어려운지 모르겠어요. 좋은 소설, 희선님의 좋은 생각 잘 읽었습니다. ^^

희선 2021-03-29 00:18   좋아요 0 | URL
이런 걸 보면 달라서 차별하는 게 잘못됐다고 여기는데, 저는 그러지 않을지 자신 없기도 하네요 달라 보이는 걸 멋지게 여기거나 다른 생각을 재미있게 여기기도 하니 괜찮겠지요 제가 이런 걸 물어보다니...

주말이 다 가고 새로운 주 시작이네요 바람돌이 님 이번주 즐겁게 시작하세요


희선
 
드립백 에티오피아 구지 지게사 - 10g, 5개입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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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에는 디카페인 커피만 마시고 다른 건 마셔보지 못해서 아쉽다고 했는데, 그 커피가 이달 삼월로 넘어왔더군요. 나온 지 얼마 안 된 게 바로 없어지는 건 아니지만, 그달 커피를 마시고 싶기도 해서. 커피 이야기를 쓰면 다음달에 적립금을 받습니다. 그건 한달 안에 써야 해서 또 책이나 커피를 사게 만듭니다. 그래도 재미있네요. 백자평을 적어도 상관없지만, 그건 더 쓰기 어려워서 그냥 이렇게 씁니다. 별로 도움은 안 되는 글이지요.

 

 

  

 

 

 

 얼마전에 본 어떤 소설에서 믹스커피만 많이 마시던 엄마가 나이가 들고는 드립커피를 마시게 됐어요. 저처럼 대충도 아니고, 그 소설에 나온 엄마는 커피 내리는 것도 배웠어요. 소설 속 엄마는 커피 산미가 좋다고 하더군요. 알라딘 커피는 거의 산미가 있어요. 산미가 덜한 것도 있었을지 모르겠지만, 저는 거의 느낀 듯도 합니다. 그것도 자꾸 마시다 보면 괜찮아지는가 봅니다. 홍차에 레몬 넣으면 시겠지요. 레몬 홍차는 좋아하는 편입니다. 홍차에 레몬 넣은 건 아니었지만.

 

 이번 커피 에티오피아 구지 지게사는 딸기 산미와 초콜릿 단맛을 맛볼 수 있는 거군요. 어렸을 때 먹은 딸기는 달았던 것 같은데, 지금은 딸기가 하나도 달지 않아요. 저만 그렇게 느끼는 걸까요. 누군가는 예전보다 과일이 달다고 하던데. 저는 과일 잘 안 먹어요. 과일이나 채소 먹는 게 좋다고 하는데. 커피를 말하다가 다른 말로 빠졌네요.

 

 커피 마시면서 이런저런 생각에 빠지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다른 때는 그러지 않았습니다. 그냥 책 보거나 글 쓸 때 마셨어요(믹스커피). 언젠가 차나 커피 마시는 시간을 온전히 즐기라는 말 보고, 꼭 그래야 할까 했는데. 이제 그 말을 제가 하는군요.

 

 저는 늘 혼자 커피 마시지만, 누군가와 함께 마시는 사람도 있겠지요. 그 시간이 좋은 기억으로 남기를 바랍니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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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림트 - 빈에서 만난 황금빛 키스의 화가 클래식 클라우드 3
전원경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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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 처음 클림트 그림을 봤는지 모르겠다. 누구 그림이든 처음 본 게 언제인지 기억하지 못하면서 이런 말을 했다. 그림은 다 책에서 봤다. 그래서 기억하지 못할까. 누군가는 그림을 실제 보고 그 날을 기억할지도 모를 텐데. 실제 그림을 보는 느낌이 어떤지 잘 모른다. 전시회는 한번도 가 본 적 없으니. 가끔 도서관에 동화책 원화를 둔 적 있는데, 그런 건 거의 스쳐지나갔다. 그것도 그림이니 한번쯤 잘 봤다면 좋았을 텐데. 내가 잘 모르는 사람이어서 그랬겠지. 그림을 즐기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텐데. 나도 그림 보는 거 좋아하기는 한다. 난 책에 실린 그림이면 된다. 그렇다 해도 그런 거 자주 안 보는구나. 내가 아는 작가는 그리 많지 않다. 이름이 잘 알려진 사람만 조금 안다. 구스타프 클림트도 이름이 잘 알려졌구나. 클림트는 그림 조금과 이름밖에 몰랐다. 다른 작가도 다르지 않구나.

 

 대단한 한사람이 살거나 갔던 곳을 찾아가고 그 사람을 이야기하는 이 책은 이번이 네번째다. 어딘가에 간다 해도 그곳 모습보다 그 사람 이야기를 더 많이 하는 듯하다. 어쩌면 내가 그렇게 읽는 건지도 모르겠다. 클림트는 오스트리아 빈에서 1862년에 뇌출혈로 쓰러지고 독감에 걸려 죽었다. 스페인 독감이 퍼지던 때였나 보다. 클림트 아버지는 쉰여섯에 뇌출혈로 죽고 동생 에른스트는 스물여덟에 심근경색으로 죽었다. 심근경색은 나이 많은 사람한테만 나타나는 게 아닌가 보다. 아버지와 동생 이름은 에른스트고 아버지가 죽고 여섯달 뒤에 동생이 죽었다. 그런 일이 일어나다니. 클림트는 자신도 아버지처럼 뇌출혈로 죽을 거다 생각했단다. 그런 생각을 오랫동안 해서 실제 그런 일이 일어난 건 아닐까. 클림트는 쓰러지고 마음이 약해졌을지도 모르겠다.

 

 사람은 다 죽는다. 그건 아무도 피할 수 없다. 클림트가 죽음을 더 생각하고 그림을 그린 건 1910년이다. 1910년부터 1915년까지 클림트는 <죽음과 삶>을 그렸다. 삶과 죽음이라 말할 때가 더 많은데 클림트 그림은 죽음과 삶이구나. 이 그림 처음 봤다 생각했는데, 다른 데서 한두번 본 것 같기도 하다. 클림트 그림 <키스>와는 많이 다른 색이다. 클림트 하면 황금색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데, 클림트가 처음부터 그런 그림을 그린 건 아니었다. 그림에 실제 금을 칠했단다. 이건 이번에 알았다. 클림트는 친구 프란츠 마치와 동생 에른스트와 미술학교를 마치기 전에 예술가 컴퍼니를 만들었다. 그때 그린 그림은 부르크 극장 천장화와 빈 미술사 박물관 벽화다. 빈대학 천장화도 그릴 뻔했지만 그건 못했다. 나중에 다시 의뢰받았지만 클림트 그림을 그때 사람은 받아들이지 못했다. 시간이 흐르고 그림이 바뀌었으니 말이다.

 

 클림트는 일찍 이름을 알렸다. 천장화를 그리던 한스 마카르트가 갑자기 죽어서 클림트와 친구와 동생이 그 사람이 하려던 일을 대신했다. 프란츠 마치는 한스 마카르트를 이으려 했지만, 클림트는 그것과 다르게 그리고 싶었다. 클림트가 영감을 얻은 건 비잔티움 제국 모자이크에서였다. 그렇게 해서 클림트는 누구와도 같지 않은 그림을 그렸다. 그래도 전원경은 클림트를 빈 사람이다 한다. 클림트가 산 오스트리아는 새로운 걸 받아들이지 않았다. 황제부터 그리고 사람들은 정치보다 예술을 즐겼다. 그건 황제가 민족주의가 싹트지 못하게 해서 그런 거기는 했다. 그래도 세상은 조금씩 바뀌었겠지. 좀 늦어도. 클림트가 예전 것을 받아들이고 그림을 그렸다 해도 내용은 앞서지 않았나 싶다.

 

 에밀리 플뢰거는 클림트한테 중요한 사람이었다. 동생이 결혼한 사람 동생이었는데. 클림트는 에밀리하고 결혼하고 싶어했을지. 에밀리는 의상 디자이너로 자기 일을 했다. 그 일을 하고 싶어서 결혼은 생각하지 않았단다. 에밀리 생각은 그랬겠지만 클림트 마음은 어땠을지. 에밀리는 클림트가 죽고 클림트가 쓴 편지를 많이 태웠단다. 이름이 알려진 사람이라고 해서 모든 게 알려지면 안 좋겠다. 클림트 사생아가 열명이 넘는다니. 난 그런 사람에서 그림 그린 사람은 없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어쩐지 대단한 사람 자식은 거의 부모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듯하다. 부모가 무척 대단하면 그럴 수밖에 없겠다. 클림트는 풍경화도 그렸다. 클림트는 다른 곳에 잘 다니지 않았는데 여름이면 에밀리와 식구와 아터 호수에 갔다. 거기에서도 그림을 그릴 때가 더 많았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곳이 있었다니 좀 부럽구나.

 

 그림을 보고 그걸 그린 사람 마음을 다 알기는 어렵겠지. 클림트는 자기 그림 이야기는 하지 않았단다. 그림 보는 사람이 자유롭게 생각해도 된다고 여긴 건지, 말 안 해도 알겠지 한 건지. 자신이 그린 그림을 잘 말하는 사람 얼마나 될까. 그런 사람 그리 많지 않을 것 같다. 난 그냥 그림만 봐야겠다.

 

 

 

희선

 

 

 

 

☆―

 

 자신을 말하지 않는 대신, 클림트는 작품으로 수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클림트 그림들은 화가 한사람이 그렸다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다채롭다. 가장 많이 알려진 경향은 <키스> <아델레 블로흐 - 바우어의 초상> <다나에> <유디트>처름 금을 재료로한 황금시대 작품들이지만, 그밖에도 클림트는 조용하고도 장식 같은 풍경화들, 초창기 전통 역사화들, 1910년 뒤에 중점으로 탐구한 동양풍 장식 초상화들, 삶을 우의화한 만년 작품들을 남겼다. 그는 한 장르에서 다른 장르로 넘어가기를 두려워하지 않았고, 한번 새로운 길을 찾기 시작하면 본래 스타일에 어떤 미련도 보이지 않았다.  (285쪽~28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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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26 13:2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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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27 01:2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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