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죄의 죄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92
하야미 가즈마사 지음, 박승후 옮김 / 비채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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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나카 유키노 씨 당신은 죽음을 받아들이고 편안하게 눈 감았겠지요. 《무죄의 죄》를 본 저는 마음이 그리 좋지 않습니다. 조금 희망을 가졌는데 그렇게 가다니. 어쩌면 그게 편할지도 모르죠. 사는 건 더 힘드니까요. 지금은 ‘네가 있어야 해’ 말해도 시간이 가면 마음이 바뀔지도 모르죠. 그런 일은 누구나 겪기도 합니다. 아니 누구나는 아닌가. 저는 유키노 씨가 어릴 때부터 힘들게 살았나 했어요. 다나카 유키노 씨 당신은 사귀던 남자친구가 헤어지자고 한 것에 화가 나고 남자친구 집에 불을 질러 남자친구 아내와 쌍둥이 딸을 죽였다는 걸로 사형수가 됐지요. 그 뒤에 열일곱살 어머니와 의붓아버지한테 학대를 받았다는 말이 나왔어요. 그걸 봤을 때는 그런가 했는데, 다음에 나온 이야기는 아주 다르더군요.

 

 유키노 씨 당신 어머님은 유키노 씨를 지우려다 산부인과 의사가 한사람이라도 아이를 사랑하면 괜찮다는 말을 듣고 당신을 낳기로 했어요. 당신 어머님은 유키노 씨 당신을 자신이 꼭 지키겠다고 마음 먹었는데. 당신이 여덟살 때 동네에 안 좋은 소문이 돌고, 누군가 유키노 씨 어머님을 찾아왔지요. 누군가는 바로 유키노 씨 외할머니였군요. 유키노 씨 어머님은 당신을 지키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네요. 외할머니가 나타나기 전까지 유키노 씨는 행복하게 살았는데. 아버님은 어머님이 죽은 뒤 술을 마시고 딱 한번 유키노 씨를 때리고 말았습니다. 그뿐 아니라 유키노 씨는 슬픈 말을 들었군요. 유키노 씨 아버님은 유키노 씨가 아닌 어머님이 있어야 한다고 했지요. 유키노 씨는 그 말을 듣고 무척 충격받고 외할머니가 유키노 씨를 의지하자 그 말을 순순히 따랐습니다. 어릴 때는 그럴 수 있다 해도 나이를 먹으면 달라질 것 같기도 한데, 유키노 씨는 그러지 않았군요.

 

 세상 사람은 유키노 씨 말을 들으려고도 하지 않고 그저 매스컴에서 하는 말만 듣고 유키노 씨를 살인자로만 생각했습니다. 만약 제가 그런 일을 당하면 억울해서 듣는 사람이 없다 해도 난 아니다 말하려 했을 거예요. 유키노 씨는 죽고 싶었지만, 언젠가 누군가 유키노 씨한테 스스로 목숨을 끊지 마라 한 말을 따르려고 사형을 받아들였군요. 왜 저는 자꾸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들까요. 중학생 때 친하게 지낸 오조네 리코는 당신을 이용했지요. 처음에는 그럴 마음이 없었을지 모르겠지만, 나쁜 친구한테 영향을 받아서 그러지 않았을까 싶어요. 유키노 씨는 오조네 리코가 친구라는 것만으로 자신이 죄를 뒤집어썼군요. 그건 친구를 위하는 게 아닌 것 같아요. 그때 잘 말했다면 아주 안 좋은 일이 되지는 않았을지도 모를 텐데. 소년법이 있다고 열세살까지 아무 벌도 받지 않는 건 아니예요. 지나간 말해도 소용없군요. 리코는 책을 즐겨 본 듯한데, 책을 봐도 사람이 아주 괜찮은 건 아니군요. 그건 저를 봐도 알 수 있기는 합니다.

 

 시간이 흐르고 나이를 먹은 유키노 씨는 아무한테도 마음을 열지 않으려 했는데, 이노우에 게이스케 말은 믿었군요. 모두가 그렇지는 않지만, 사람에는 자신이 바라는 걸 이루려고 거짓말도 합니다. 이노우에 게이스케는 여자한테 거짓말 잘 하는 사람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좋은 말만 하는 사람은 믿을 수 없어요. 실제 이노우에는 유키노 씨를 함부로 대했습니다. 왜 유키노 씨는 그걸 그대로 받아들였는지. 어디선가 이런 말 보기는 했어요. 남이 있어야 자신이 있다는 걸 느낀다고. 사람은 남과 이어지려 하기는 해요. 그게 부질없다는 걸 알면서도. 유키노 씨는 부질없다는 생각은 한번도 안 해 봤겠지요. 이노우에 게이스케하고 헤어지고 시간이 가고 유키노 씨는 괜찮아졌는데. 그만 잊지 왜 찾아갔어요. 찾아가도 좋아하지 않고 다시 당신한테 돌아올 리 없는데. 그거 모르지 않았을 것 같네요.

 

 오래는 아니어도 잠시라도 유키노 씨가 좋았던 때가 있어서 다행입니다. 좋은 때는 오래 가지 않아요. 그건 그저 순간일 뿐이에요. 유키노 씨가 바란 건 한사람일 텐데. 저도 그래요. 단 한사람만 있으면 되는데. 한사람을 얻기는 무척 어려워요. 없으면 없는대로 살아야지 어떡하나 해요. 유키노 씨한테는 있더군요. 왜 그게 부러운지. 아니 한사람이 아니군요. 유키노 씨가 살기를 바란 사람. 유키노 씨가 범죄를 저질렀다고 생각하고 뉘우치라 한 친구도 있었지만. 변호사가 된 단게 쇼. 변호사가 돼서 다른 건 생각하지 못하는 건가 했습니다. 오조네 리코는 좀 싫었습니다. 유키노 씨 사형이 확정됐을 때 드디어 유키노 씨에서 벗어날 수 있다 생각했어요. 잘못은 자신이 했으면서 그런 생각을 하다니.

 

 다 끝나버린 일이고 되돌릴 수 없군요. 유키노 씨 저세상에서 편안하기를 바랍니다. 거기에선 쓸쓸하지 않기를 바라요. 언젠가 저도 그런 것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겠지요. 저는 사는 게 더 힘들어도 아직은 살까 합니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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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1-08-19 01: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사랑받고 싶어하는 사람의 얘기인가봐요. 그렇다고 범죄혐의를 뒤집어 쓰는건 좀..... 하지만 그에게도 그만의 사정이 있겠죠. 예전엔 일본 소설들 많이 봤는데 요즘은 왠지 좀 뜸해지네요. 편안한 밤 되세요. ^^

희선 2021-08-20 01:19   좋아요 0 | URL
책을 다 읽고도 꼭 누가 자신이 있어야 한다고 말해야 할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이 사람 건강이 아주 좋지는 않았습니다 늘 아픈 건 아니고 가끔 정신을 잃어요 그건 엄마한테 유전된 건데... 어쩌면 몸이 안 좋아서 그런 생각을 더 했나 싶네요 하지만 사람 마음이 늘 그대론가요 바뀌지요 배신 당하고... 차라리 죽는 게 낫다 생각하고 말았네요 여러 가지 다 안 좋게 흘러요 어떻게 그럴 수가 있을까 싶기도 합니다


희선
 
사랑을 위한 되풀이 창비시선 437
황인찬 지음 / 창비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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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시집 《사랑을 위한 되풀이》를 보기 전에 황인찬 시인이 나오는 라디오 방송을 들으려고 했는데 못 들었어. 그거 듣는다고 여기 담긴 시를 알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다시듣기라도 들어봤다면 좋았을까. 시집 보는 데 광고가 나왔어. 그건 황인찬 시인이 나오는 방송과는 다른 걸 말하는 거였어. 오디오 천국이라고 여러 가지 방송이 나오는 거야. 요새는 잘 안 듣지만, 황인찬과 김새벽이 ‘시로 만난 세계’던가에서 시를 읽는 건데, 그건 어쩌다 한번 들었어. 그게 언제쯤 나올까 하고 기다린 적도 있는데. 지금 그 팟캐스는 끝났지만 오디오 천국에는 가끔 나오는 것 같아. 시인이 다 시를 잘 읽는지 나도 잘 모르겠지만 황인찬 시인은 시 잘 읽더라고. 목소리가 좋다고 할까. 이런 말 신용목 시인 시집 보고도 했군. 그때는 신용목 시인이 시 잘 읽는다고 했지. 황인찬 시인이 시 읽는 거 듣고 싶으면 라디오 방송 잘 챙겨들으면 될 텐데 요새 게을러져서 한동안 못 들었어. 그 라디오 방송도. 내가 못 듣는 사이 바뀌면 아쉬울 텐데. 지금은 라디오 방송 시간 놓쳐도 나중에 들을 수 있지만, 내가 그런 걸 찾아들을 만큼 부지런하지 못해. (이제 황인찬 시인 라디오 방송에 나오지 않아. 그래도 시로 만난 세계는 나와. 전과 조금 다른.)

 

 앞에서 황인찬 시인이 오디오 천국 ‘시로 만난 세계’ 광고 하는 거 들었다고 하다가 다른 말을 했군. 그 방송 말할 때 황인찬은 자기 시를 읽어. ‘비가 내리고 음악이 흐르면 / 이 방에는 사랑이 흘러가고 관념만 남아서 / 그저 기뻐하기만 있으면 좋겠다 // 당신이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것이 이 시에 담겨 영영 이 시로부터 탈주하지 못한다면 좋겠다 (<그것은 가벼운 절망이다 지루함의 하느님이다>에서, 147쪽)’고 하는 부분이야. 글을 보는 것과 듣는 건 조금 다르기는 하지. 이 부분 읽는 것도 괜찮아. 예전에 그걸 듣고 저런 시가 《사랑 위한 되풀이》에 담겼구나 했어. 그리고 이 시집 볼 때 그걸 들었어. 신기한 일이지. 본래 내가 들으려는 건 못 들었지만, 대신 다른 걸 들었으니 말이야. 그거 처음 들은 건 아니었는데 이 시집 볼 때 들어서 반가웠어. 이 말 하니 라디오 들으면서 시집 본 것 같네. 아주 안 들은 건 아니지만, 주파수를 옮기고 들은 거였어. 그것만 듣고 라디오는 껐어. 다음 방송은 책 보면서 듣기에 안 좋아서.

 

 

 

 나는 꿈속에서 부자가 되었다

 높은 집에서 창 아래를 내려다본다

 

 친구가 아래를 지나가며 내게 묻는다

 

 “이거 너희 집이야?”

 

 나는 대답한다

 

 “응, 근데 꿈일 수도 있어”

 

 친구는 말한다

 

 “그럼 일단 깨지 말고 있어봐”

 

 그후로 너무 긴 시간이 지났다 아마 꿈이 아니었던 모양이지만 그렇다면 도무지 깰 방법이 없다

 

-<구곡>, 17쪽

 

 

 

 ‘구곡’은 꿈일까. 시인은 그 꿈에서 아직도 깨지 못했을까. 지금 보니 이 시에는 넓다는 말은 없군. 부자가 되어 높은 집에 살게 되다니. 언젠가 라디오 방송에서 황인찬은 넓은 집에 살고 싶다는 말을 했던 것 같아. 그 기억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그 말 때문에 이 시에서 멈췄을지도. 난 꿈을 꾸면 지금 집이 아닌 예전에 살던 집에 살아. 별로 좋지도 않은데. 지금 집도 그렇게 좋지는 않지만. 더 가난했던 시절 꿈을 꿔. 왜 그런지 모르겠어. 본래 꿈은 그런 걸까. 지금 생각하니 한번인가 넓은 집에 사는 꿈 꾸기도 했어. 그 꿈에서 깨지 않았다면 어땠을지. 언제나 꿈은 깨는 거지.

 

 

 

 어떻게 말을 꺼내지, 어떻게 말하면 부끄럽지

 않을 수 있지

 

 너는 책상에 앉아 있고

 나는 창 너머에 서 있고

 

 백년째 복도를 헤매던 사람도 이제는 지쳤다고 한다

 수업 종이 울리고 선생님이 들어오시면 아이들은 일동 차렷하고 인사를 하네

 

 문을 열고 내가 들어가면 모두 놀라버릴 텐데

 이상한 것도 놀라운 것도 이제는 버거운데

 

 어떻게 말해야 하지, 어떻게 말하면

 경이롭지 않을 수 있지

 

 선생님이 수업을 시작하시면 수업이 시작되시고

 나는 창 너머에서 수업을 지켜봅니다

 

 수업은 좋습니다 한국 교육은 백년 동안 이어졌습니다 선생님은 선량하고 아이들은 무구합니다

 

 너는 판서된 것을 따라 적고

 나는 창 너머에서 그것을 따라 읽고

 

 어떻게 말을 건넬까 어떻게 해야 모든 것을 망치지 않을 수 있을까 그 말을 하지 않고

 어떻게 그 말을 할 수 있지

 

 자꾸 고민하면서

 백년째 말을 걸지 못하는 내가 있고

 

 시간이 지나면 수업 종이 울리고 선생님이 나가시면 아이들이 복도로 밀려나오고

 

 복도에 서 있는 내 앞에 네가 서 있다

 

 손을 내밀고 있었다

 무얼 하느냐고, 빨리 들어오라고

 

-<불가능한 경이>, 46쪽~48쪽

 

 

 

 꿈을 꿨어. 죽은 사람이 나오는. 내가 아는 사람은 아니고 그냥 그 사람이 죽은 사람이라는 것만 알았어. 이 시집 보기 전에 별일이 다 있었군. 꿈에 죽은 사람이 나왔다 해도 무섭지는 않았어. 그런 꿈을 꾸고 시집을 보니 여기에도 그런 사람이 많이 나오지 뭐야. 내 꿈은 좀 흐릿하지만, 시는 선명하군. 시여서 그럴까. 생각하는 것과 그걸 글로 쓰는 건 다르지. 자신이 생각한 걸 하려면 글로 써 보는 것도 좋아. 그렇게 해도 난 못할 때가 더 많지만. 어쩌면 나만 그럴지도. 여기 나온 사람은 아이일까. 아주 오래전에 죽은. 거길 떠나지 못하고 오랫동안 교실 밖에 서 있었나 봐. 한 아이가 그 아이를 알아봤군. 그때 아이는 얼마나 기뻤을까. 살아 있어도 남한테 잘 보이지 않는 사람도 생각나는군. (앞에 시를 다시 보니 하고 싶은 말을 오랫동안 못하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들어.)

 

 여기 담긴 시를 보면 이야기가 떠오르고 그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아. 황인찬 시집은 세번째인데, 난 두번째 시집인 (《희지의 세계》)와 이번 세번째를 만났어. 세권에서 두권이면 많은 거지. 또 말하는데 라디오 방송에서 목소리를 들어서 황인찬 시인을 조금 가깝게 느꼈을지도 모르겠어. 여기에는 알듯 말듯한 시가 담겼어. 시집 보고 이 말 안 할 때 없군. 황인찬 시를 보니, 똑같이 쓰기는 어렵겠지만 이런 식으로 시든 글이든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 뭔가 이야기가 있는 것 같은. 내가 쓰는 건 쉽지. 쉽다 해도 괜찮은 이야기면 좋을 텐데. 가끔 쓸데없는 일 쓰기도 해. 그런 건 일기장에나 써야 하는데. 일기도 공감 가는 게 있기도 하군. 앞으로는 좀 더 생각하고 글 써야겠어.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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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8-17 09:1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황인찬 시인님은 이름은 많이 들어봤는데 직접 읽기는 처음인데 좋네요^^

희선 2021-08-19 01:13   좋아요 2 | URL
시 잘 모르지만 읽어보니 괜찮기도 하더군요 예전에 《희지의 세계》 나왔을 때는 책이 없었다는 말도 있었습니다


희선

그레이스 2021-08-17 09:2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시를 좋아하시는 희선님 ~♡
소개해주시는 시와 자작시 모두 멋져요~!

희선 2021-08-19 01:16   좋아요 2 | URL
늘 잘 쓰지는 못해도 자꾸 쓰다보면 괜찮은 것도 쓸 때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레이스 님 고맙습니다 좋은 말을 보면 기쁘면서도 부끄럽기도 하네요


희선

행복한책읽기 2021-08-17 09:3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구곡 시 좋아요.이 생이 꿈인가 싶을때가 있어요. 희선님은 이미 생각하고 쓰는 삶을 산다네요^^

희선 2021-08-19 01:17   좋아요 2 | URL
시에서는 여전히 꿈에서 깨어나지 않은 것 같기도... 꿈처럼 흘러가는 시간입니다 좋게 생각하고 살아야 할 텐데... 행복한책읽기 님 고맙습니다


희선
 
- 어느 세월호 생존자 이야기
김홍모 지음 / 창비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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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억해야 할 날이 사월에만 있는 건 아니지만, 사월은 더 슬프기도 합니다. 슬프다기보다 아프다고 해야 할까요. 다음에는 화가 나기도. 다른 때는 잘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아요. 지금처럼 책을 안 보면. 《홀》은 ‘어느 세월호 생존자 이야기’예요. 세월호를 말하는 글을 보려면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합니다. 그걸 다 찾아본 건 아니지만. 볼 때마다 마음이 그리 좋지 않습니다. 저만 그런 건 아니겠군요. 그렇다고 아주 안 보면 더 안 좋을 것 같습니다. 조금이라도 보고 기억하려는 게 좋지 않을까 싶어요. 슬프고 아프고 화 나도. 이렇게 말했지만, 저도 제 일에 빠질 때가 더 많습니다. 벗어나지 못하는 우울함 같은 거. 자신이 하고 싶은 거 많았을 많은 아이가 별이 된 걸 생각하니 미안하기도 합니다. 사는 게 더 힘들기는 하지만, 늘 안 좋기만 한 건 아니기도 하지요.

 

 전쟁에서 살아남은 사람이나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사람은 아주 괴롭다고 하지요. 5·18 광주민주항쟁에서 살아남은 사람은 아직도 그 시간에 머물러 있다더군요. 세월호가 가라앉고 일곱해가 흘렀습니다. 저도 일곱해 전에 라디오 방송에서 배 사고가 났지만 모두 구했다는 말 듣고 다행이다 했는데, 그건 아니었군요. 그 보도는 누가 한 걸까요, 그렇게 말하라고 한 건지. 배는 사고가 나면 빠른 시간 안에 사람을 구조해야 살 수 있겠지요. 배가 바닷속에 들어가면 사람은 살 수 없습니다. 그런데도 많은 아이가 살아올 거다 믿다니. 그건 방송 탓이 아닌가 싶기도 하네요. 지금도 왜 그때 가만히 있으라 했을까 싶습니다. 배 바깥으로라도 나왔다면 많은 사람이 죽지 않았을 텐데. 거기에서 구조된 사람도 남은 사람이 구조되리라 믿었겠지요. 그런 믿음이 깨지다니. 해경은 왔다가 선원만 구하고 돌아가고. 다른 민간 배에도 돌아가라고 했더군요. 어떻게 그럴 수 있었는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사고가 나면 사람을 가장 먼저 생각하고 구조하는 분 많겠지요. 배 사고가 날지 아무도 모르고 대비도 안 했을 것 같습니다. 아니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했다면 괜찮았을 겁니다. 드라마에서는 사고가 일어난 곳에 사람을 구하러 가면, 거기 있는 사람이 판단하고 사람을 구조하던데 실제로는 그러지 않는 걸까요. 드라마는 환상일 뿐인가 봅니다. 제가 본 일본 드라마에서 일어난 일은 차 사고로 가스가 터지거나 지진이 일어난 거기는 했지만. 김민용 씨는 아직 배에 사람이 많고, 기자한테 자신이 아는 걸 말했는데 그런 건 방송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김민용 씨는 배가 가라앉으려 했을 때 사람들을 구했어요. 나중에는 구하지 못한 사람을 생각하다 견딜 수 없게 됐어요. 그 일은 김민용 씨 혼자 감당하지 못하고 김민용 씨 아내와 아이도 괴로워했습니다. 이건 김민용 씨 한사람만의 이야기는 아니예요. 세월호에서 구조된 사람 모두의 이야깁니다.

 

 그때 2014년 4월 16일에 괜찮았던 사람은 없겠습니다. 한국 사람 모두가 충격 받았겠지요. 그걸 지켜보는 거 말고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으니. 거기 있었던 사람은 얼마나 더 괴롭고 힘들었을까 싶습니다. 김민용 씨는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고 한해가 되어갈 때쯤 손목을 긋고 여러 번 목숨을 끊으려 했습니다. 그런 건 누가 보상해줘야 하는 건지. 나라에서 해줘야 하는 걸까요. 그때 나라는 없었다고 말하기도 하는군요. 일곱해가 지나는 동안 시원하게 밝혀진 것도 없네요. 알아내려고 하는 거기는 할까요. 이거 쓰다보니 한숨이 나오네요. 제가 뭔가 하는 것도 없고 할 수 있는 것도 없습니다. 이렇게 책을 보고 쓰는 것밖에는.

 

 시간은 자꾸 흘러갑니다. 더 많은 시간이 흐르기 전에 세월호 참사 밝혀지기를 바랍니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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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1-08-15 02:0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세월호는 우리나라 모든 국민의 트라우마라고 생각해요. 저 역시 그날의 기억은 시간 순서대로 다 기억에서 잊혀지질 않네요. 그걸 옆에서 봣던 분들은 얼마나 깊은 상처가 되었을지....

희선 2021-08-17 01:03   좋아요 2 | URL
가까운 곳에서 안 본 사람도 그게 충격으로 남아 있는데, 가까이 있고 사람을 구한 사람을 더했겠습니다 바로 가까이 있는데 구하지 못하기도 해서 더 괴로웠겠지요 자꾸 그때로 돌아가서 더 힘들었겠습니다 지금 생각하니 본래 그런 걸지도 모르겠네요 힘든 일을 겪었을 때 자꾸 그때로 돌아가는 거...


희선

새파랑 2021-08-15 08: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세월호 사건은 정말 충격이었죠. 특히 희생자 다수가 학생들이란게 너무 가슴아팠어요. 구조된 사람들도 엄청난 트라우마가 남았을텐데 ㅜㅜ

희선 2021-08-17 01:06   좋아요 2 | URL
정말 그렇지요 많은 학생 그것도 한 학교 아이들... 남은 사람이나 그 학교 학생도 마음 아팠겠습니다 큰일에서 살아 남아도 힘들기는 마찬가지인 듯합니다 그런 사람한테도 도움을 줘야 할 텐데...


희선

그레이스 2021-08-15 10: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림만 봐도 가슴이 쿵 내려앉아요

희선 2021-08-17 01:09   좋아요 1 | URL
이런 그림 보면 늘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희선

2021-08-16 17: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8-17 01: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초딩 2021-08-16 23:4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ㅜㅜ 네 정말 정말 가슴 아팠습니다.
그리고 일곱해가 지났에요.
끝으로 말씀하신 것처럼 ‘밝혀 졌으면 좋겠습니다! 꼭.‘

희선 2021-08-17 01:12   좋아요 2 | URL
시간은 잘 갑니다 많은 일이 제대로 해결되지 않고 시간만 보내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런 일이 쌓이면 안 될 텐데 싶기도 한데, 자꾸 쌓이는 듯하네요 밝혀지는 날이 와야 할 텐데...


희선

han22598 2021-08-17 02:0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세월호 관련된 생각이 잠시만 스쳐도 마음이 너무 힘들어지는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건을 기억해내고 진상을 규명해내야만 하고, 그리고 다시는 이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하는 일들이 남아있는 사람들이 해야할 일들 인 것 같아요.

희선 2021-08-19 00:57   좋아요 0 | URL
시간은 흘러가고 이런저런 일이 일어나니 시간에 묻히는 일도 있겠지만, 세월호는 그러지 않아야 할 텐데 싶어요 그러지 않겠지요 같은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게 해야 할 텐데, 안전 사고가 일어났다고 하면 여전한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해요 아니 조금씩은 좋아진다고 생각하고 싶습니다


희선
 
Dr.STONE 18 (ジャンプコミックス) (コミック)
이나가키 리이치로 / 集英社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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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스톤 18

이나가키 리이치로 글   Boichi 그림

 

 

 

 

 

 

 세상에 과학자는 많다. 삼천칠백년 전에 모두가 돌이 되었다 해도 센쿠처럼 초를 세고 스스로 깨어난 사람이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 걸 미국에서 알게 됐구나. 그런 사람 앞으로 더 나올 수도 있을까. 그건 더 봐야 알겠다. 센쿠는 고등학생으로 그저 과학을 좋아했을 뿐이다. 과학자가 다 센쿠 같다면 지금 세상이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아니다 이런 생각하면 안 되겠다. 사람이 다 똑같으면 안 될 거 아닌가. 사람이 다르다 해도 제대로 생각한다면 좀 나을지도. 제대로 생각하는 것도 쉽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안 좋다는 걸 알면 그만두기, 그런 생각으로 여러 가지를 하면 좋겠다.

 

 겐은 여기에 있는 과학자 제노를 만나고 자신과 있는 과학자를 타이주라 말했다. 센쿠라 하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바로 들었겠지. 크롬과 코하쿠는 겐이 간 곳과 멀지 않은 데서 망을 보고 센쿠한테 연락했다. 그걸 제노가 들을지도 모른다 여기고 짧게 말했는데, 제노가 연락했다. 제노는 과학자 타이주와 말하고 싶다고 한다. 다들 겐이 거짓말 했다는 걸 알고 타이주가 말하게 했다. 타이주가 처음 한 말은 사람을 총으로 쏘는 건 안 좋은 일이다였다. 제노는 자기네 쪽은 암모니아 공장이 있어서 총알을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고 하고, 돌이 된 사람한테는 질산을 끼얹어서 깨어나게 했단다. 제노는 질산으로 무기를 만들고 돌이 된 사람을 깨우는 건 만들지 않았다. 타이주는 제노한테 돌이된 사람을 깨우는 건 어떻게 만드는지 알려주지 않겠다고 한다. 그건 아예 말 안 하는 게 나을 것 같았는데. 말했으니 어쩔 수 없나.

 

 제노와 센쿠는 조금 달랐지만 같은 생각을 했다. 제노는 과학자라 한 타이주를 죽이려고 했고, 센쿠는 제노를 잡으려고 했다. 그걸 맡은 사람은 츠카사 효가 우쿄 그리고 스이카다. 스이카도 넣다니. 제노는 저격수 스탠리한테 과학자 타이주를 죽이라고 했다. 스탠리는 자기쪽에 있는 사람 루나한테 타이주가 있는 배에 가서 타이주를 알아내고 손으로 가리키라고 했다. 스탠리는 멀리에서 루나가 신호를 보낼 때까지 기다렸다. 루나를 본 센쿠는 정보를 얻을 수 있겠다 생각했다. 그러려면 돌려서 말해야 할 것 같은데, 센쿠는 바로 루나한테 제노가 어떤지 말하라고 한다. 그렇게 해서 잘 되면 좋겠지만 그렇게 되지는 않았다. 프랑소와와 류스이는 먹을 걸로 루나 마음을 열게 하자고 한다. 프랑소와는 아이스크림을 만들었다. 센쿠는 루나가 하는 말을 듣고 제노가 나사에서 일한 과학자였다는 걸 알았다. 제노는 센쿠가 로켓 만들 때 도움을 준 과학자였다.

 

 아주 모르는 사람이 아니면 좋을 것 같지만 그게 그렇지 않다. 예전에 제노는 나사에서 누군가 석기시대에 떨어진다면 어떻게 할 거냐고 하자 자신은 과학으로 독재자가 되겠다고 말했다. 센쿠와 이야기할 때도 과학은 어리석은 사람을 지배할 무기다 했다. 츠카사는 젊은이만 깨우고 깨끗한 세상을 만들려 했는데, 제노는 츠카사보다 더 안 좋다. 자신이 바라는 걸 과학으로 이루려 하니 말이다. 제노와 센쿠는 딱 한번 마주쳤다. 센쿠가 아버지 뱌쿠야를 만나러 미국에 갔을 때다. 그런 인연도 있었다니. 센쿠가 돌이 된 제비를 알았을 때 제노도 그걸 알았다. 제노는 과학장비가 있는 곳에 있어서, 돌이 된 제비가 살아 있다는 걸 알고 질산에 반응한다는 것도 알았다. 제노는 스탠리와 여러 사람을 만났다. 그날 지구는 이상한 빛에 싸이고 사람은 모두 돌이 되었다. 제노는 돌이 되어도 정신을 차리고 있으면 언젠가 깨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걸 둘레 사람한테 말했다. 그 말은 스탠리가 외쳤구나. 거기에 루나도 있었다. 시간이 흐르고 센쿠와 제노는 거의 같은 때 돌에서 깨어났다.

 

 두 사람 센쿠와 제노가 과학자고 거의 같은 때 깨어났다 해도 생각은 달랐다. 제노는 과학으로 독재자가 되려 했고, 센쿠는 과학으로 모든 인류를 구하려 했다. 센쿠와 타이주는 친구고, 제노는 스탠리와 친구였다. 이런 것도 비슷하지만 조금 다르다니. 아이와 어른이어설까. 꼭 그런 건 아니겠다. 배에서 루나는 타이주를 가리켜야 하나 하다가 가리키지 않았다. 루나는 제노가 센쿠와 아는 사이냐고 물어봤다. 말소리는 안 내고 입만 움직였다. 그때 통신기에서 이상한 소리가 났다. 류스이는 루나가 움직인 다음에 그랬다는 걸 알고 저격수가 가까이 있다고 생각했다. 스탠리는 배쪽을 보다 타이주를 알아냈다. 제노가 기다리라고 했다. 제노는 미나미가 센쿠라 한 걸 듣고, 예전에 자신이 로켓 만드는 걸 알려준 아이였다는 걸 기억한 것 같다. 제노는 스탠리한테 진짜 과학자는 센쿠라고 말했다. 제노가 과학자라는 걸 알게 해주려는 듯 제노가 센쿠 키를 계산하는 걸 보여줬다. 지금 생각하니 언젠가 만화 <헌터X헌터>에서 목소리를 들으면 여러 가지 알 수 있다고 했는데, 제노는 녹음한 센쿠 목소리를 알아내고 키가 얼마인지 계산했다(앞에서 제노는 센쿠쪽 주파수를 알고 이야기를 했고 그걸 다 녹음해뒀다).

 

 스탠리는 제노가 알려준 키에 맞는 사람을 보고 거기에서 센쿠를 가려냈다. 스탠리는 과학보다 감으로 하는 사람 같기도 한데. 아니 감보다 경험을 쌓은 걸 살리는 건가. 그 짧은 시간 동안 센쿠는 위기를 벗어나려 했다. 그걸로 총알 위력을 줄이기는 했지만 센쿠는 많이 다쳤다. 죽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이다 여겨야 할까. 의사도 없고 사람을 돌로 만드는 것도 이제 못 쓰는데. 그럴 때 딱 맞는 사람이 있기도 하다. 루나는 의대생이었다고 한다. 그렇기는 해도 공부를 잘 한 건 아니었던 것 같다. 아무도 없는 것보다는 나을지도. 크롬과 코하쿠가 있는 곳에 츠카사 효가 우쿄 스이카가 왔다. 츠카사는 효가와 우쿄와 땅을 파서 제노를 잡으러 가야겠다 한다. 배에 연락했더니 센쿠가 다쳤다는 소식이 왔다. 이건 말로 하지 않고 암호를 썼다. 지금 과학자는 크롬이고 크롬이 힘을 내야 했다.

 

 예전에도 센쿠 죽었다 살아났는데, 이번에도 낫겠지. 여러 사람이 있으니. 제노나 스탠리도 좋게 생각하면 좋을 텐데 독재자가 되겠다니. 남을 지배하는 거 재미있을까. 난 그런 마음 잘 모르겠다. 다음 이야기 어떻게 될지 기대되는구나.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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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디, 얼지 않게끔 새소설 8
강민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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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이 오면 춥고 움직이기 싫어서 사람도 겨울잠을 자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한 적도 있어. 잠시만. 바로 겨울에만 느낄 수 있는 게 있다는 걸 생각했어. 언제부턴가 겨울 하늘이 맑지 않았는데, 어렸을 때 겨울 하늘은 맑았어. 겨울 냄새는 좀 맵기도 한데, 이제 그걸 느낄 수 있는 날이 적어졌어. 학교 다닐 때 한국 겨울은 삼한사온이라고 배우잖아. 사흘 춥고 나흘 따듯한. 그렇다고 아주 따듯한 건 아니지만. 추위가 조금 풀린 것 같고, 차가운 겨울 바람에서 봄기운을 느끼기도 했어. 추운 겨울이어도 파란 하늘이고 어쩌다 눈이 오면 좋았는데. 지구온난화로 괜찮은 겨울은 사라졌어. 아주 옛날에는 겨울 더 추웠을지도.

 

 몇달전에 병원에 가야 할 일이 있었어. 내가 아픈 건 아니었어. 난 병원 싫어하고 아파도 그냥 나을 때까지 기다려. 다행하게도 자주 아프지 않아. 어쩌다 한번이야. 코로나19 때문에 병원에 들어갈 때는 체온을 재야 했어. 그때 내 체온은 좀 낮았어. 35.6인가 35.7이었어. 어쩌면 일어나고 얼마 안 돼서 그랬을지도 모르겠어. 사람 체온은 36.5가 정상이라는데, 꼭 그렇지는 않대. 그것보다 1도 낮아도 이상한 게 아니래. 체온이 조금 낮아서 더 추웠는지 그건 나도 잘 모르겠어. 책에 춥거나 더운 게 나오면 나도 그걸 조금 느끼기도 해. 이 책 《부디, 얼지 않게끔》을 볼 때는 어쩐지 추웠어. 난 체온이 바뀌지 않는데. 난 여름 아주 힘들지 않아. 인경 만큼은 아니지만, 걸으면 땀이 나고 가만히 있으면 괜찮아(더울 때 체온 재니 1도 올랐어).

 

 여행사에서 일하는 최인경은 일로 베트남에 가게 돼. 여행사 사람은 함께 가는가 봐. 회계를 맡은 송희진도 같이 가. 인경과 희진은 말을 자주 나눈 사이는 아니었어. 희진은 더운 여름을 아주 싫어해서 베트남에 안 가겠다고 했는데, 어쩔 수 없이 가야 했어. 회사 사람은 희진이 햇빛 알레르기가 있어서 여름을 싫어한다는 말도 해. 잘 모르면서 그런 말을 하다니. 인경은 다른 사람이 덥다고 해도 더위를 느끼지 않고 한국보다 더운 베트남은 지내기 편했어. 희진이 그런 인경을 봐. 인경은 희진이 왜 자신을 볼까 해. 얼마 뒤 인경은 기분이 나빠서 희진한테 따져 물어. 그랬더니 희진은 인경한테 인경이 땀을 흘리지 않는다고 말해. 희진이 본 게 그거였다니. 인경도 그제야 자신이 땀을 흘리지 않는다는 걸 깨달아.

 

 사람은 다 더우면 조금이라도 땀을 흘려. 땀이 체온을 조절하잖아. 인경 몸은 대체 어떻게 된 걸까.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었던 것 같아. 천천히 바뀌었겠지. 그걸 자신은 몰랐다니. 인경은 그저 자신이 남보다 여름을 잘 견디나 생각했을지도. 하지만 지금은 많이 달라졌어. 변온동물, 아니 변온인간이 되어 버렸어. 그런 일이 일어나다니. 시간이 더 지나고 인경이 그걸 깨달았다면 어땠을까. 그랬다 해도 난 인경이 어떻게든 하지 않았을까 생각하기도 해. 여기에서는 희진이 먼저 알아채고 인경한테 도움을 줘. 혼자보다 누군가 한사람이라도 있으면 견디기 더 낫겠지. 희진이 있어서 인경이 아주 쓸쓸하지 않았을 것 같아. 혼자였다면 힘들었겠어.

 

 여름에 인경은 달리기를 해. 운동 같은 거 잘 안 했는데, 겨울 날 준비를 여름부터 하게 된 거야. 지금 생각하니 나중에 알았다면 좀 힘들었겠어. 준비는 빨리 하는 게 좋잖아. 인경은 회사 사람 누군가 한사람과 친하게 지내지 않았는데 희진과는 친해졌어. 그런 것은 좋은 거겠지. 난 이런 건 소설에서나 일어나는 일이다 생각하지만. 이야기 세상에라도 그런 게 있어서 다행이기는 해. 여름은 인경이 지내기에 좋았지만, 가을이 올 때쯤부터 인경은 차가운 기운을 느껴. 그런 때는 차가운 것도 못 먹다니. 가을 장마가 찾아오기도 했어. 인경은 겨울을 나려고 난방 기구도 사지만, 첫눈이 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쯤에는 일상생활을 거의 못했어. 전기요금을 내려면 돈을 벌어야 하는데. 회사에는 휴직계를 냈지만 다음에 돌아갈 수 있을지.

 

 변온동물은 겨울잠을 자. 인경도 겨울잠을 자기로 해. 그 준비는 희진이 해줘. 인경은 눈을 감으면서 희진을 만나려고 봄에 꼭 일어나야겠다고 생각해. 인경은 봄이 오면 일어나겠지. 인경이 아무렇지 않게 일어나고 여름에는 희진과 다시 제주도에 갔으면 해. 난 겨울잠 자고 싶다고만 생각했지, 겨울잠 자는 사람이 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은 못했군.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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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책읽기 2021-08-10 01:2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책 제목이 맘에 들어요. 겨울잠을 자는 인간이라니. 발상이 발칙합니다. 전 죽을날이 앞당겨지고 있어 겨울잠 거부!!!^^;;

행복한책읽기 2021-08-10 01:31   좋아요 3 | URL
아 글고 겨울의 맵싸한 냄새. 희선님도 아는군요. 코끝을 때리는 그 매운내 저 넘 좋아해요. 지난겨울 모처럼 추웠고 그 냄새에 취해 밤산책을 날마다 했다지요. ^^

희선 2021-08-12 00:08   좋아요 1 | URL
언젠가 그런 사람이 나타날지... 인류가 그렇게 진화한다거나... 그런 일은 없을 것 같기도 하네요 사람이 잠으로 많은 시간을 보내면 아쉽기도 하겠습니다 여기 나온 사람은 몸이 그렇게 돼서 어쩔 수가 없기도 하네요

겨울이 따듯하기도 해서 맵싸한 냄새를 맡지 못하는군요 지난 겨울에는 추운 날이 있기도 했네요 그때 행복한책읽기 님은 밤산책을 하셨군요


희선

바람돌이 2021-08-10 02: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겨울잠 자고싶습니다. 아니 지금은 더위를 피해서 여름잠을....
우리 인간이 모두 겨울잠을 자야하는 존재라고 생각하면 무척 재밌을거 같아요. ^^

희선 2021-08-12 00:11   좋아요 1 | URL
여름잠... 이번주부터는 덜 덥다고 하는데 한낮에는 여전히 덥네요 그래도 아침에는 좀 선선한 듯해요 열두시 넘으면 덥지만... 모두가 겨울잠을 자면 그동안 목숨을 지키는 장치 같은 걸 만들어야 할지도 모르겠네요


희선

새파랑 2021-08-10 09: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독특한 소재군요. 변온인간이라니! 그래서 땀이 안나는 거군요. 저도 겨울잠을 자고 싶어요 ㅜㅜ

희선 2021-08-12 00:16   좋아요 1 | URL
여기 나온 사람은 여름 온도가 살기에 아주 좋은 온도였어요 땀 많이 안 흘리는 사람도 있기는 하지만, 아주 안 흘리지는 않겠지요 추운 겨울에는 잠 더 자고 싶기도 하죠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