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작은 화판 - 권윤덕의 그림책 이야기
권윤덕 지음 / 돌베개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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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어렸을 때는 책을 거의 읽지도 않았지만, 그때는 그림책이 별로 없었을 거야. 전집 같은 건 있었을지도. 엄마가 공부하라는 뜻으로 책을 사준 적도 없어. 이런 말 처음 하는데, 난 초등학교 중학교 공부를 잘했어. 아니 공부를 잘했다기보다 시험을 잘 봤지. 공부시간에 선생님 말씀을 잘 들었거든. 고등학교도 내가 사는 데서는 좋은 데 갔는데, 그때는 밤에 늦게 자서 공부시간에 졸고, 중학교 때와는 달라져서 잘 못했어. 난 공부하는 버릇 없었어. 그저 학교에서만 듣고 시험 때만 조금 했어. 그때는 잘 몰랐어. 공부는 혼자서도 해야 한다는 걸. 왜 이런 말까지 하게 됐는지 모르겠군. 이젠 돌아갈 수도 없는데. 우리 엄마는 나한테 공부를 시키려는 마음이 별로 없었어. 그냥 내가 알아서 하게 했고, 성적이 좋으면 좋아하기도 했어. 책 안 사줬다고 책 읽지 못했다고 하다니. 그때는 내가 책에 관심이 없었던 거겠지.

 

 고등학생 때 난 나중에 뭘 해야겠다는 생각도 없었어. 어릴 때부터 자신이 하고 싶은 걸 찾고 그걸 하려고 애쓰는 사람 부럽기도 해. 이 책을 쓴 권윤덕도 다르지 않더군. 처음에는 대학에서 그림 공부를 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권윤덕은 그림을 놓지 않고 다시 대학에 들어가고 공부했어. 어릴 때부터 그림 그리기 좋아하고 많이 그렸더군. 그렇다 해도 그림으로 먹고 살기 어렵다는 걸 알게 되기도 했어. 대학을 나온다고 바로 일자리가 생기는 것도 아니고. 그런 걸 알고 그만뒀다면 지금 그림책 작가 권윤덕은 없었겠지. 난 권윤덕이 그림책 작가가 되고 스물다섯해째인 이제야 알았어. 세상에는 작가가 많으니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어쩐지 미안하기도 해. 내가 만난 그림책은 얼마 안 되기도 해. 이것도 핑계군.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어떤 사람은 자신이 갈 길을 찾으면 거기로 나아가려고 많이 애쓰지. 난 하고 싶다 생각했다가 바로 내가 어떻게 하겠어 하고 바로 그만둬. 이 말 처음 하는 게 아니군. 예전에는 글을 전문으로 쓰는 사람이 되고 싶기도 했지만, 난 작가 되기 어려울 것 같더라구. 작가가 되고 싶어서 되는 사람도 있는가 하면, 자신이 좋아서 글을 쓰다보니 작가가 되는 사람도 있더군. 난 글 쓰는 게 좋기는 하지만 거의 나만 좋아서 쓰는 것 같아. 자기가 좋아서 쓰는 글을 다른 사람도 좋아하면 좋겠지만, 그런 사람을 천재라고 한다지. 이 말은 만화영화에서 만화가를 말한 거지만. 어떤 걸 쓰면 누가 좋아하리라는 것도 몰라. 가끔 선생님이 좋아할 만한 글을 썼다고 말하는 사람 보기도 했는데 난 그런 거 못해. 난 내가 안 되는 것만 생각했군. 많은 걸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아. 그런 생각이 들어도 밀고 나가는 게 아주 없지는 않지만. 작가가 된다고 많은 사람이 아는 것도 아닐 텐데, 난 많은 사람이 날 아는 거 싫어. 인터넷 블로그에 글 쓰는 게 마음 편해. 또 내 이야기를 하다니.

 

 그림책을 생각하면 예쁜 그림 예쁜 색과 마음 따듯한 이야기가 떠올라. 세상에 그런 그림책만 있는 건 아닐 텐데. 권윤덕은 그림책 하나를 만들려고 아주 많이 애썼더군. 여기 담긴 그림을 보니 동양스런 느낌이 들어. 권윤덕은 그림을 뭘로 어떻게 그릴지 아주 많이 생각하고 좋은 걸 찾으려 했어. 그렇게 끈기있게 자기 생각을 가지고 해서 지금까지 왔겠지. 권윤덕은 한국 그림책 작가로는 거의 1세대라 하더군. 권윤덕이 어렸을 때는 한국 사람이 그린 그림책 더 없었을 것 같아. 그림책뿐 아니라 동화도. 동화작가는 예전에도 있기는 했지만. 내가 아는 옛날 동화작가 많지는 않아. 한때 동화 많이 보기도 했는데. 난 다 내가 좋아서 보는 거야. 어릴 때 못 봐서 나중에 본 건가. 그럴지도 모르겠어.

 

 권윤덕 첫번째 그림책은 《만희네 집》이야. 제목 들어본 것도 같은데 정말 들어본 걸까. 만희네 식구가 할머니네 집에 가서 할머니와 함께 사는 이야기래. 이건 작가 이야기더군요. 만희는 작가 아이야. 만희는 어릴 때 자기 모습을 그림책에서 볼 수 있겠어. 그건 정말 멋진 일일 것 같아. 좀 쑥스러운 일이기도 하겠지만. 난 좋을 것 같아. 그림책은 그림을 잘 봐야 한다지. 지금까지 본 그림책 그림 그렇게 자세하게 보지는 않았어. 이건 만화책도 다르지 않군. 만화책에도 잘 보면 작가가 일부러 넣은 그림 있거든. 그런 거 찾으면 재미있기도 해. 어떤 때는 만화영화 보다가 이어지는 장면을 잘못 그린 거 보기도 했어. 그런 일은 영상에서 가끔 볼 수 있던가. 그림책은 그런 실수 없을 것 같아. 그림 하나하나에 정성을 들일 테니. 아이는 작가가 그림책에 담아둔 걸 잘 찾을까. 난 잘 못하는 것 같아. 이런 말하니 그림책 자주 보고 싶기도 하군.

 

 아이한테는 좋은 것만 말해야 할까. 어릴 때부터 세상이 무섭고 안 좋은 게 많다는 걸 알면 세상을 안 좋게 바라볼지도 모르겠어. 난 아이한테도 현실을 있는 그대로 알려줘야 한다고 생각해. 그림책에도 그런 걸 담을 수 있겠지. 권윤덕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야기를 그림책으로 만들기도 했더군. 작가는 어릴 때 안 좋은 일을 겪었어. 그때는 자기 잘못이다 생각하기도 했나봐. 뚜렷한 이야기는 없지만 그것 때문에 어린 시절을 어두웠다고 생각했어. 나중에 그림책을 그리려고 어린 시절을 떠올리고는 어릴 때 안 좋은 일만 있었던 건 아니다는 걸 알게 됐어. 예전에는 그런 일 겉으로 드러내지 못했지. 일본군 위안부 이야기도 그때 바로 알려지지 않고 시간이 많이 흐른 뒤에 알려졌지. 일본에서 그 그림책을 내는 데는 시간이 많이 걸렸어. 시간이 많이 걸렸다 해도 그 그림책을 내준 일본 출판사가 있어서 다행이야. 일본에도 예전에 일본 사람이 저지른 잘못을 알고 사과해야 한다 생각하는 사람 있겠지. 그것뿐 아니라 역사를 제대로 알리려는 생각도 있겠어.

 

 역사는 중요하지. 말은 이렇게 해도 나도 역사 잘 몰라. 다 알기는 어렵다 해도 잘못된 건 알아두면 좋을 것 같아. 이 책을 보니 권윤덕은 역사를 담은 그림책을 그렸더라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야기도 있고, 5·18 그리고 제주도에서 일어난 일. 그걸 어떻게 나타내야 할지 많이 생각하고 공부했어. 그림을 잘 그린다고 해도 늘 공부하는 것 같아. 이건 작가라면 하는 거겠어. 난 어딘가에 가서 배우지는 못해도 책으로나마 배우려고 해야겠어. 이런저런 책을 봐야겠군. 거기에 그림책도 넣으면 좋을 텐데.

 

 그림책은 어린이만 보는 건 아니야. 누구나 봐도 괜찮은 게 그림책이야. 다른 나라에 살게 된 사람이 그림책만 봤다는 글 본 적 있어. 그건 어린이 눈으로 그림책 보는 거겠어. 글을 모르면 그림을 더 자세하게 보고 거기에 무엇이 담겼는지 알려고 할 거 아니야. 난 한국에 살아서 그러지 못하겠어. 어린이와 똑같이 생각하기는 어렵겠지만, 어린이 마음은 잊지 않고 싶어.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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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21-07-10 06:3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랑 아이가 권윤덕 작가 그림책 좋아합니다.
책소개 감사합니다. 챙겨서 읽어볼게요. 전 한국에 살면서 그냥 어른의 눈으로 그림책 봅니다. 그래도 좋은 책은 뭔가 다른 느낌을 주는 것 같고요. ^^

희선 2021-07-11 23:47   좋아요 1 | URL
저는 이 책으로 이 작가를 알았습니다 그림책 《만희네 집》은 어디선가 글을 본 것 같기도 한데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릴 때 그림책 못 봤으면 어떤가 생각하는 게 좋겠지요 가끔 그림책 봐야지 한 적도 있는데, 요새는 잘 안 보는군요 좋은 그림책은 누가 보든 감동을 주겠습니다


희선

새파랑 2021-07-10 07:4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와 이책은 그냥 제가 생각하는 그림책이 아닌가 보네요. 글을 모르면 그림을 더 자세하게 본다는 말에 완전 공감합니다~! 정말 그런거 같아요~!!!

희선 2021-07-11 23:48   좋아요 1 | URL
그림책을 그린 작가가 쓴 글이에요 자신이 그림책을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만드는지 말해요 이 책을 보니 그림책 그리고 쓰는 것도 쉽지 않아 보여요 오랫동안 생각하고 만들더군요 그림에 여러 가지를 담는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작가가 마음을 써서 넣은 걸 잘 못 알아볼 때가 더 많은 듯하네요


희선

행복한책읽기 2021-07-10 07:5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림책은 남녀노소 불문하고 보면 좋아하게 되는 것 같아요. 어떤 그림책은 두꺼운 책보다 훨씬 많은걸 생각하게도 해줘요. 권윤덕 작가 책은 못본 모양이에요. 찜합니다~~~^^

행복한책읽기 2021-07-10 08:00   좋아요 3 | URL
아닙니다. 검색해보니 둘째랑 이 작가분책 몇 권 읽었네요. 저자 이름을 기억하게됐음요. 감사해요~~~^^

희선 2021-07-11 23:53   좋아요 1 | URL
그림책을 이야기하는 책도 많더군요 어떤 그림책이 있는지... 그런 것을 보고 그림책을 찾아봐도 좋을 것 같은데, 저는 어쩌다 한번만 봅니다 행복한책읽기 님은 이 작가 책 보셨을 것 같기도 했습니다 이름이 귀에 잘 익지 않기도 하지만, 한번 기억하면 잊어버리지 않겠지요 작가 이름보다 책 제목으로 기억할지도...


희선

mini74 2021-07-10 08: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이랑 만희네 집 신나벌레 난 이 옷이 좋아요 ㅎㅎ 다 좋아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 책도 참 좋지요 *^^*

희선 2021-07-11 23:55   좋아요 1 | URL
미니 님은 여기에서 말한 책 다 보셨군요 여기에서 작가는 지금까지 만든 그림책 이야기를 하기도 하네요 여기 나온 그림책도 한번 보고 싶기도 했는데, 언제쯤 볼지...


희선
 
내가 되는 꿈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33
최진영 지음 / 현대문학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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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란 태희와 어린 태희는 다 사는 게 쉽지 않다. 어린 태희가 좀 더 어른스러워 보이지만, 어른 태희도 앞으로 나아가겠지. 둘이면서 하나 같은 느낌이 드는 태희, 나도 어딘가에 또 있을지. 있으면 좋을까, 지금 나보다 잘 산다면 괜찮을지도.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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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7-08 06: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읽으셨군요? 저는 이책 제목이랑 표지가 인상적이어서 읽고 싶었는데 내용이 도플갱어? 비슷한 내용인가 보네요. 나와 닮은 사람을 만나면 어떤 기분일지 궁금하네요 ^^

희선 2021-07-09 00:47   좋아요 1 | URL
책을 보면 두 태희는 같은 사람처럼 보여요 어떤 일이 생기는데, 그렇다고 아주 다른 사람이나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 같지도 않은... 어린 태희와 어른 태희가 만나지는 않지만, 만난 것 같은 느낌도 듭니다 이상한 말이군요


희선
 
멸망의 정원
쓰네카와 고타로 지음, 이규원 옮김 / 고요한숨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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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이 사는 곳이 싫으면 다른 곳을 상상하거나 평소와는 다른 행동을 할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해도 바뀌는 건 거의 없다. 잠시 동안 꿈을 꿀지 몰라도. 현실은 그래도 소설속은 조금 달라서 이야기를 보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이야기를 보면서 정말 이런 곳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꿈을 꾸는 거다. 그렇게 상상해서 이야기 세계는 그곳에 있을지도. 갑자기 사람들이 상상하지 않게 되어 이야기 나라가 위험에 빠지는 이야기가 생각난다. 그것도 이야기지만 실제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이야기 세계는 많은 사람 상상으로 있을 텐데, 단 한사람이 바라고 상상하면 어떻게 될까. 그런 곳은 한사람이 없어지면 아주 사라지겠다. 이 책이 그런 이야기와 비슷하다.

 

 만화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이 생각나기도 한다. 그건 만화영화도 봤는데 원작은 소설이던가. 이해하기 어려운 만화영화였다. 재미있고 평범한 것 같으면서도 어딘가 이상했다. 그 세계는 스즈미야 하루히 때문에 있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스즈미야 하루히가 우울해지면 그 세계는 멸망한다고 한 듯하다. 그 세계를 지키려고 여러 사람이 스즈미야 하루히가 지루해지거나 우울해지지 않게 하려고 애썼던 것 같다. 그런 이야기는 판타지일까. 잘 알지도 못하는 걸 말했다. 이 소설이 그것과 비슷한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좀 다른 것 같다. 이건 한사람을 지키면 세계를 지키는 게 아니고, 한사람이 세상을 구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한사람이 아주 편하게 여기는 곳은 사라져야 한다. 한사람이 희생하면 많은 사람이 산다고 하는 것 같기도 하구나. 꼭 그걸 나타내는 건 아니겠지만.

 

 스즈가미 세이치는 평범한 샐러리맨으로, 사는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 일을 하고 전철을 타고 집으로 가는 길에 만난 여자한테 사랑을 느끼고 여자를 따라 전철에서 내렸더니, 그곳은 아주 다른 곳이었다. 그곳에서 스즈가미 세이치는 기억을 잊는다. 그래도 자기 이름이나 도쿄는 기억했다. 스즈가미가 있는 곳은 처음 들어보는 곳이었다. 마지막동산역 정령의 숲역이라는 곳도 있었다. 어느 순간 스즈가미는 다른 세계로 빠져든 것 같지 않나. 그곳은 아주 좋았다. 뭐가 좋으냐 하면 그렇게 힘을 쓰지 않아도 마음 편하게 살 수 있는 곳이랄까. 사람들은 친절하고 집은 빈 집에 살아도 됐다. 닭산이라는 데서는 보석이나 금괴를 주울 수 있다. 닭산이 그걸 낳는다고 했다. 가끔 거기에는 마물이 나타나지만, 그건 총이 있으면 괜찮았다.

 

 얼마 뒤 스즈가미 세이치한테 편지가 온다. 제대로 주소가 적혀 있지 않았는데 편지가 왔다. 그 편지는 스즈가미 아내가 보낸 거였다. 아내가 사는 곳은 이상해졌다. 알 수 없는 생물이 지구에 들러붙고는 푸니라는 게 나타나고 푸니 때문에 정신이 이상해지거나 죽는 사람이 많았다. 아내는 스즈가미한테 그 세계로 돌아오라 한다. 스즈가미한테 편지를 쓸 것 같지 않은 사람이 보낸 편지도 있었다. 1월 19일에 지구에 우주 생물이 오고 그 안에 스즈가미 세이치가 있다고 했다. 지금 스즈가미 세이치가 있는 곳은 상념의 이계였다. 자신은 만지고 느끼는데 그런 말을 들으면 바로 믿기 어렵겠지. 처음에 스즈가미는 그 말을 믿지 않았다. 그곳에 마물이 나타나고 현실 세계에서 사람이 와서 스즈가미는 알게 된다. 자신이 있는 곳이 실제가 아닌 자신이 만들어 냈다는 걸. 그렇다고 그걸 없앨 수 있을까.

 

 지구는 멸망이 찾아온 듯했다. 외계에서 이상한 생물이 오고 그 안에는 스즈가미 세이치가 있었다. 이상한 생물이 나타난다. 그걸 푸니라 했다. 작은 건 그렇게 피해가 없지만, 푸니는 서로 먹고 커졌다. 생물이 푸니를 먹거나 저항치가 낮으면 푸니가 되기도 한다. 푸니가 가까이 있으면 정신이 이상해지는 사람도 있었다. 스즈가미는 그림 같은 세상에 살았는데 지구 사람은 지옥에 살았구나. 많은 사람이 죽었다. 스즈가미가 사는 곳에 나타나는 마물은 지구에서 보내는 사람이었다. 푸니 저항치가 낮은 사람은 상념의 이계에서 힘이 약해지고 사람 모습이 아니기도 하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건 달라진다. 상념의 이계와 현실은 시간이 다르게 흘렀다.

 

 책을 보다가 이 작가는 왜 이런 이야기를 썼을까 했다. 재미있는 부분이 아주 없지 않지만,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건지는 잘 모르겠다. 여기 나온 게 무언가를 상징하는 걸지도 모르겠지만, 그게 뭘지. 스즈가미는 다시 지구로 돌아온다. 그동안 스즈가미는 지구 바깥에 있었다. 지구에 있던 푸니는 상념의 이계와 함께 사라졌을까. 그런 것도 제대로 나오지 않다니. 스즈가미는 마지막에 다시 꿈꾼다. 아내와 딸이 있는 곳을. 다시 스즈가미 세이치가 그곳에 갔기를 바란다. 그리고 지구도 괜찮기를. 모든 게 괜찮기를 바라는 건 욕심이 많은 걸까.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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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07 13: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7-07 23: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scott 2021-08-06 15:5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희선님 이달의 당선! 추카~*
8월 건강 잘 챙기세요 ^ㅅ^

희선 2021-08-07 01:04   좋아요 2 | URL
scott 님 고맙습니다 어제 다른 날보다 더워서 힘들기도 했네요 태풍이 지나가면 더위는 가실 듯합니다 한국으로 가까이 오지 않기를... scott 님도 늘 건강하게 지내세요


희선

그레이스 2021-08-06 16:5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령요~♡
희선님~♡♡

희선 2021-08-07 01:05   좋아요 1 | URL
그레이스 님 고맙습니다 이걸 보고 아니 이게, 하는 생각을 했는데... 좀 부끄럽네요


희선

새파랑 2021-08-06 16:5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희선님 완전 축하드려요. 이달의 시(?)도 뽑으면 더 좋을텐데 😊

scott 2021-08-07 01:05   좋아요 2 | URL
이달의 시라면 당근! 희선님 ^^

희선 2021-08-07 01:07   좋아요 1 | URL
새파랑 님 고맙습니다 시도 쓰고 싶기도 하고 이야기도 쓰고 싶은데 지난해부터는 하나도 못 썼습니다 짧은 이야기지만... 앞으로는 못 쓰려나 하는 생각이... 유치해도 좋게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희선

희선 2021-08-07 01:34   좋아요 0 | URL
scott 님 그런 건 만들지 않겠지만, 고맙습니다


희선

초딩 2021-08-06 17: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앙 희선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희선 2021-08-07 01:08   좋아요 1 | URL
초딩 님 이렇게 남겨주셔서 고맙습니다 초딩 님 주말 편안하게 보내세요


희선

서니데이 2021-08-06 18: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희선 2021-08-07 01:09   좋아요 2 | URL
서니데이 님 고맙습니다 오늘이 입추라고 합니다 이제 심한 더위 없으면 좋을 텐데... 서니데이 님 건강 잘 챙기세요


희선
 
- 어느 세월호 생존자 이야기
김홍모 지음 / 창비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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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을 구하고도 자꾸만 그때로 돌아가는 김민용 씨. 돌아가도 할 수 있는 건 없다. 그럴 때 무척 괴롭고 힘들겠다. 그래도 살아가기를 바란다. 김민용 씨뿐 아니라 다른 살아 남은 사람도.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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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얼굴의 여우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85
미쓰다 신조 지음, 현정수 옮김 / 비채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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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 《검은 얼굴의 여우》를 언젠가 보고 싶다 여겼는데 보게 되었다. 미쓰다 신조 소설을 다 만나지는 않았다. 미쓰다 신조가 쓴 이야기에는 무서운 이야기도 있다. 여기서도 그런 걸 조금 기대한 듯하다. 그리 무섭지는 않았다. 그래도 수수께끼는 남았구나. ‘검은 얼굴 여우’는 실제 있는가다. 여우 신이라 해야 할까. 그건 그냥 신비로운 일이다 해도 괜찮겠지. 실제 살다보면 뭐라 말하기 어려운 일은 일어나니 말이다. 귀신, 요괴, 도깨비는 진짜 있을지도 모른다. 난 있기를 바라는 쪽이구나. 제대로 만난 적은 없지만. 실제 그런 걸 만난다면 무서워할 것 같다. 나한테 나쁜 짓을 하지 않는다면 그렇게 무서워하지 않을지도. 귀신은 억울한 일이 있어서 그걸 풀려고 할 때도 있지만, 덮어놓고 사람을 공격하려는 것도 있을 거다. 사람이 다 다르 듯 그런 것도 다를까. 그건 알 수 없겠다. 사람처럼 도덕이나 윤리는 생각하지 않을 것 같다.

 

 책이 두꺼워서기도 하지만 이 책 보는 데 시간 많이 걸렸다. 재미있게 보고 싶었는데. 미쓰다 신조가 만든 새로운 사람이 처음 나온 소설이다. 모토로이 하야타. 시대는 일본이 전쟁에 지고 얼마 뒤다. 그래서 처음에 조선 사람이 일본에 끌려가 광산에서 일한 걸 말했을까. 모토로이 하야타는 엘리트로 대학에 다녔지만 일본이라는 나라에 실망했다. 모토로이는 하던 일을 그만두고 여기저기 떠돌려던 때 광부를 모집하는 사람한테 잡혀서 거기에 끌려갈 뻔했다. 그 사람은 좋은 말로 모토로이를 속이고 광산에 데리고 가려 했는데, 실제 그 사람이 데려가려는 곳는 대우가 아주 안 좋은 곳이었다. 모토로이를 구해준 건 아이자토 미노루로, 아이자토는 예전에 광산 노무보도원으로 일하고 조선에서 사람을 일본으로 데리고 오기도 했다. 아이자토는 모토로이를 보고 예전에 자신이 일본에 데리고 온 조선 사람 정남선을 떠올리고 모토로이를 도와주었다. 이 부분을 보니 나쓰메 소세키 소설 《갱부》(여기서는 ‘광부’라 나왔는데, 같은 말이겠지)가 생각났다. 그 소설 읽지도 않았는데. 여기서도 그 소설 이야기를 잠깐 한다.

 

 모토로이가 대우가 아주 안 좋은 광산에는 가지 않았지만, 아이자토 미노루가 일하는 광산으로 가서 일하게 된다. 그런 인연도 있구나. 아이자토는 모토로이한테 마음을 써준다. 언제부턴가 아이자토 모습이 이상했다. 그리고 갱에서 사고가 일어나고 아이자토만이 나오지 못했다. 갱이 무너지고 가스까지 나와서 바로 아이자토를 구하러 갈 수 없었다. 광산회사는 광부를 그렇게 중요하게 여기지도 않았다. 그런 일 이때만 있었을까. 더 옛날에는 더했다. 그때는 조선 사람을 잡아다가 일을 시켰다. 모든 광산이 그런 건 아니었을지 몰라도, 조선 사람을 사람으로 여기지 않은 곳이 더 많았겠지. 일하는 사람을 죄수처럼 대하는 것 같았다. 돈도 조금 주고 밥도 조금 주고 일은 많이 시키고, 아파서 일하기 힘들다고 하면 때렸다. 예전에 그런 사람이 있었다는 거 잊은 것 같기도 하다. 일본은 그런 짓을 했으면서도 한국에 아무 말도 안 했구나.

 

 갱에서 사고가 일어나고 본래 조선 사람이었던 기도가 금줄에 목이 매여 죽었다. 그걸 모토로이가 가장 먼저 본다. 아이들은 검은 얼굴 여우를 봤다고 하는데. 기도가 죽은 방은 밀실이었다. 밀실살인이구나. 밀실은 갱도 마찬가지였다. 그 뒤로 여러 사람이 같은 방법으로 죽는다. 죽임 당한다고 해야겠다. 경찰이나 과장 스이모리는 처음 두 사람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여겼다. 세 사람째에서 스이모리는 이상해진다. 무언가 알아챈 듯 보였다. 모토로이는 거의 탐정 같다. 세 번째까지 모토로이가 시신을 처음 본 거나 다름 없었다. 언제나 탐정은 사건이 일어난 곳에 있다고 하지 않는가. 모토로이는 과장 스이모리가 남기고 간 조선 사람 정남선이 쓴 수기를 보고 여러 가지 추리를 한다. 정남선 수기에는 조선 사람이 일본으로 끌려가고 광산에서 일한 모습이 쓰여 있었다. 그런 부분이 짧게 나왔지만 한국 사람은 그걸 크게 생각하겠지. 일본 사람은 그걸 어떻게 봤을까. 그러고 보니 언젠가 이 책을 본 일본 사람이 쓴 글 읽었는데 조선 사람 이야기를 크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 사람은 일본 사람이고 난 한국 사람이기에 다르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겠다. 옮긴이도 아쉬운 부분이 있다고 했는데 나도 그런 걸 조금 느꼈다. 옮긴이와 내가 아쉽게 여긴 부분은 다를지 몰라도.

 

 이 소설에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다 해도 일본 사람이 이런 이야기를 쓴 건 좋게 생각하고 싶다. 새롭게 알게 된 게 있다. 전쟁 때 일본은 국민을 속였다고 한다. 그 부분은 이번에 안 것 같다. 그때 일본에는 나라가 전쟁하는 걸 이상하게 여기지 않은 사람도 있었다. 일본이 질 리 없다고도 생각했다. 많은 사람이 그랬을지도. 그런 일은 어디서나 일어날 수 있다. 전쟁이 일어나면 그저 전쟁이 일어났구나 하는 사람도 있을 거다. 내가 그럴 것 같구나. 전쟁은 하지 않아야 하는데. 전쟁으로 얻을 수 있는 건 없다. 모토로이 하야타가 일본에 실망한 건 그런 게 아닐까. 나라가 국민을 속인 것. 누군가는 속은 사람이 바보다 할지도 모르겠지만. 나라만은 국민한테 거짓말 하지 않아야 하지 않을까. 한국에도 그런 일 없지 않았겠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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