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리시아의 여정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95
윌리엄 트레버 지음, 박찬원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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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에 펠리시아라는 이름을 봤을 때 다른 게 생각났는데, 찾아보니 책 제목이 달랐다. 난 왜 거기에서 펠리시아라는 이름을 봤다고 생각했을까. 아일랜드가 나와서 그 소설을 떠올린 것 같다. 펠리시아라는 이름을 보고 생각한 소설은 《필로미나의 기적》(마틴 식스미스)이다. 필로미나와 펠리시아 이렇게 다른데. 그래도 그 소설은 아일랜드에서 일어난 일이기도 하다. 아일랜드는 1950년대에서 1960년대에 걸쳐 가톨릭교회 지배를 받았다. 결혼하지 않은 여자는 아이를 가질 수 없었다. 아이를 낳으려면 수녀원에 들어가야 하고 아이를 낳은 다음에는 그 아이를 키우지 않겠다는 각서도 써야 했다. 자기 아이를 자신이 기를 수 없다니. 그런 아이는 거의 미국으로 입양 보냈다. 수녀원에서는 아이 기르는 돈을 줄이려고 아이를 낳은 아이한테 모유를 먹이게 했다. 이 책 《펠리시아의 여정》과 《필로미나의 기적》은 다르지만 생각이 나서 잠깐 말했다. 필로미나가 자신이 어릴 때 낳은 아이 이야기를 한 건 50년이 지난 뒤다. 필로미나는 나중에 결혼하고 아이도 낳았지만, 첫번째 낳은 아이도 줄곧 잊지 못했다.

 

 아이 이야기를 한 건 어쩌면 펠리시아가 아이를 가진 다음 집을 나가서일지도 모르겠다. 이 소설에 나오는 아일랜드는 1980년대다. 그때 아일랜드는 어땠을까. 그렇게 잘 살지는 못하는 것 같았다. 아일랜드에는 일자리가 없어서 영국으로 가는 사람도 있었으니 말이다. 영국으로 간 사람에서 한 사람인 조니 라이서트를 펠리시아가 만나고 펠리시아는 그걸 사랑이다 믿었는데. 조니는 펠리시아를 사랑한 게 아니었다. 어머니 때문에 아일랜드에 왔다고 하고 어머니가 자신과 펠리시아가 함께 있는 걸 못 보게 하려고 무척 애썼다. 여기 나온 펠리시아 나이는 열일곱살이다. 지금은 고등학교 1학년이나 2학년쯤이겠다. 조니는 펠리시아한테 영국에서 잔디깎이를 만드는 공장 창고에서 일한다고 했다. 펠리시아가 나중에 연락하고 싶으니 주소를 알려달라고 하니 피했다. 조니는 주소를 써줄 것 같은 모습을 보이다 결국 안 써주고 가 버렸다.

 

 시간이 흐르고 펠리시아는 아이를 가진 걸 알게 된다. 펠리시아는 아버지와 쌍둥이 오빠 그리고 거의 백살이 된 증조할머니와 살았다. 아버지는 펠리시아가 파트타임으로 일을 하고 증조할머니를 돌보기를 바랐다. 본래 펠리시아는 육가공공장에서 일했는데, 그곳이 문을 닫아서 일자리를 잃었다. 펠리시아는 공장에 다닐 때 더 자유로웠다. 집에만 있으면 집안 일과 증조할머니를 돌봐야 했으니 자기 시간은 하나도 없었겠다. 이제는 펠리시아가 아이를 가져서 집에 있기 안 좋았다. 집을 나갈 생각을 한 펠리시아 대담한 듯하다. 한번도 가 본 적 없는 영국에 가서 조니를 찾으려고 하다니. 아버지가 펠리시아한테 따듯한 말을 했다면 펠리시아가 그렇게 집을 떠나지 않았을지도 모를 일인데. 그런 거 생각해도 어쩔 수 없구나. 펠리시아는 증조할머니가 모아둔 돈을 가지고 집을 나왔으니 말이다.

 

 영국도 어떻게 보면 섬나라인데, 아일랜드를 시골로 여기기도 한 듯하다. 펠리시아는 영국으로 오고 말을 잘 못 알아듣기도 했다. 영국과 아일랜드가 영어를 쓴다 해도 조금 다르기도 하겠지. 한국도 시골에서 큰 도시로 가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기도 한데. 그래도 펠리시아는 힘을 내서 조니를 찾으려고 했다. 그런 모습을 보고 관심을 가진 사람이 있었다. 식당 매니저 일을 하는 힐디치다. 힐디치 좀 이상해 보인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보면 지나치지 못하고 도와주는 사람도 있지만, 힐디치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펠리시아를 표적 같은 걸로 삼았다. 힐디치는 펠리시아를 도와준다면서 펠리시아가 스웨터에 넣어둔 돈을 가지고 가고, 있지도 않은 아내 이야기를 했다. 어떻게 그렇게 거짓말을 술술 하는지. 힐디치는 평범해 보이기도 한다. 그저 몸무게가 많이 나가는 중년 남성으로 보이지만, 마음속은 그렇게 편안해 보이지 않았다. 어머니하고 그리 잘 지내지 못했나 하는 생각만 했는데, 해설을 보니 힐디치는 어릴 때 어머니한테 성폭력을 당했다고 한다. 그런 거였나.

 

 힐디치가 어머니를 생각하는 걸 보니, 본 적 없지만 어디선가 말을 들은 히치콕 감독 영화 <사이코>가 생각났다. 거기 나온 사람과 힐디치가 겹쳐 보였다고 할까. 거기 나오는 아들도 늘 어머니 지배를 받지 않았나. 아니 어머니는 진작에 죽었지만 아들은 어머니가 살아 있다고 여겼다. 어쩌면 그 아들이 어머니를 죽였을지도 모르겠다. 힐디치도 그랬을까. 힐디치는 펠리시아를 멀리에서 보고 다른 여러 여자를 떠올렸다. 힐디치가 여자한테 잘 해줬는데도 다 자신을 떠났다고. 정말 힐디치가 여자한테 잘 해줬을까. 어느 순간 힐디치는 자기 욕심을 보이고 여자는 힐디치 정체를 알아차린 거겠지. 펠리시아도 시간이 흐른 다음에야 그걸 알았다. 그때는 안 좋은 일이 일어난 다음이구나. 그전에 알았다면 더 좋았을지도 모를 텐데. 언제나 깨달음은 늦는다. 소설에서만 그런 건 아니다. 현실에서도 무언가를 바로 깨닫지 못하고 경험한 다음에야 안다.

 

 여기에는 현실과 꿈이 섞여 있다. 힐디치가 하는 건 망상인가. 그런 게 아주 없지는 않구나. 난 펠리시아가 어떻게 됐는지 나중에야 알았다. 안개가 낀 밤 펠리시아는 힐디치 차에 타지 않고 집에서 달아났다. 펠리시아가 힐디치 차에 탔다면 펠리시아는 죽었을지도 모르겠다. 펠리시아가 죽지 않아서 다행이다 여겨야겠다. 펠리시아는 그 뒤에 거의 노숙자가 됐지만. 영국에 오고도 펠리시아는 노숙자한테 도움을 받고 공사 하는 집에서 자기도 했다. 그런 곳에서 자게 해주는 것도 고마운 일인가. 앞으로 펠리시아는 어떻게 될지. 펠리시아 삶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언젠가 아일랜드로 돌아갈 날이 올까. 아일랜드에서 아버지는 펠리시아가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그럴 거였다면 처음부터 펠리시아한테 좋게 말하지.

 

 집을 떠난 여자아이 펠리시아 이야기면서 여자를 여럿 죽인 힐디치 이야기 같기도 하다. 영국에 실제로 많은 여성을 죽인 범인이 있었나 보다. 윌리엄 트레버는 그 사람을 모델로 힐디치를 만든 것 같다. 펠리시아가 힐디치 집에서 떠나고 힐디치는 조금 이상해졌다. 어쩌면 다른 사람과 다르게 펠리시아는 죽이지 못해서 두려웠던 걸지도. 자기 일이 다른 사람한테 드러날까봐. 도둑이 제발 저린다고 하지 않나. 다른 사람보다 노숙자가 눈에 띄었다. 펠리시아가 노숙자를 만날 수밖에 없었던 건 돈이 없어서였을지도 모르겠다. 노숙자가 나쁜 건 아니지만. 1980년대에 영국에는 노숙자가 많이 늘었다고 한다. 윌리엄 트레버는 영국과 아일랜드도 말하고 싶었던 건지도.

 

 

 

희선

 

 

 

 

☆―

 

 여자아이들은 엉망진창이 된 삶에서 달아나려고, 혹은 뭔가 다른 걸 바라고 길을 떠난다. 여정에 있는 그들을 본 이들은 알다가도 모를 아이들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큰 도시나 여자를 사고파는 일이 있을 만한 큰 동네에서는 랜드로버나 폭스바겐, 도요타의 차문이 열리고 아이들을 태운다.  (30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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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1-07-31 02:1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사놓고 언제 읽을까 카운트다운하고 있어요. ^^

희선 2021-08-01 00:04   좋아요 2 | URL
곧 펠리시아를 만날지도 모르겠네요 어느새 팔월로 날짜가 바뀌었어요 바람돌이 님 팔월 즐겁게 지내세요


희선

새파랑 2021-07-31 10: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왜 가족들까지 그렇게 펠리시아한테 상처를 줬는지...있을때 잘해줘야 하는데 안타깝더라구요. 전 책 읽다가 중후반에 펠리시아가 안나와서 살해당한거 아냐? 걱정하면서 읽었어요 ㅋ

희선 2021-08-01 00:10   좋아요 2 | URL
아버지가 딸한테 안 좋은 말을 하다니, 그건 좀 심한 거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옛날이어서 그런 건지... 저도 펠리시아가 힐디치 집에서 쇠꼬챙이를 떨어뜨리고 어떻게 된 건가 했습니다 펠리시아가 죽지 않아 다행이네요


희선

페크pek0501 2021-08-06 15:1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읽으신 분들이 알라딘에 너무 많아요. 저는 안 읽음. 아니 못 읽음. ㅋ
궁금해지네요.

희선 2021-08-07 01:13   좋아요 0 | URL
책이 좋다는 말을 보고... 이 작가 책은 처음이에요 예전에 단편소설 보려다 집중이 안 돼서 못 봤는데, 이건 장편이어서 괜찮았습니다 리뷰 대회가 있다는 걸 보고 안 된다 해도 그냥 읽고 썼습니다 다른 분이 이 책을 읽고 쓰신 글을 많이 보면 대충 읽은 것 같은 느낌이 들지도... 그것도 괜찮지요


희선
 
MAJOR 2nd(メジャ-セカンド) 23 (少年サンデ-コミックス) (コミック)
미츠다 타쿠야 / 小學館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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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 세컨드 23

미츠다 타쿠야

 

 

 

 

 

 

 더운 여름엔 운동하기 힘들 것 같다. 바깥에서 뛰어야 하는 야구는 더. 볕이 뜨거울 때는 야구 안 하는 게 낫겠다. 폭염 때는 볕이 뜨거워서 바깥에 오래 있으면 눈에도 안 좋다. 며칠전 네시쯤에 밖에 나갔다 왔는데도 집에 오니 눈이 안 좋았다. 어두운 색 우산을 쓰는 게 더 낫겠다. 양산 아니고 우산 쓰고 걸었다. <메이저 세컨드> 보고 이런 생각을 하다니 좀 우습구나. 내가 보는 다른 야구 만화 <크게 휘두르며> 보고도 비슷한 생각할지도. 내가 사는 현실은 더운 여름인지만 ‘메이저 세컨드’ 23권은 겨울이다. 지금과 다른 철이라니, 그런 것도 괜찮은 것 같다. 이걸 보고 잠시 겨울을 떠올렸으니 말이다.

 

 후린중학교 야구부에 감독이 새로 오고, 감독은 예전에 메이저에서 야구 한 사토 토시야로 히카루 아빠기도 하다. 교장은 그걸 그렇게 좋게 여기지 않았다. 교장이 야구부가 운동장을 못 쓰게 하려고 운동장에 건물을 짓는 건 아니겠지만, 야구부를 못 살게 굴려는 게 보이기도 한다. 교장이 그래도 될까. 야구부는 곧 후린중학교 운동장을 쓸 수 없었다. 다행하게도 부원이 적은 오오비중학교 야구부를 알게 되고 후린중학교와 합동팀을 만들게 된다. 그것도 교장이 잠깐 방해했구나. 마유무라 미치루와 고다 사나에는 후린중학교에 와서 함께 연습했다. 지난 이야기 정리랄까. 미치루는 후린중학교 야구부 아이들과 야구 연습한 걸 좋게 여겼다. 미치루가 야구를 좋아해서 그런 거겠다. 한사람 무츠코는 미치루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했다.

 

 마유무라 미치루는 투수로 공을 잘 던졌는데, 어깨를 다쳐서 공 던지는 쪽을 바꾸려 했다. 아직은 투수가 아닌데, 무츠코는 미치루를 많이 마음 썼다. 그건 다이고가 미치루를 반겨서가 아닐까 싶다. 무츠코는 다이고와 미치루가 배터리를 하는 꿈도 꾼다. 그런 꿈을 꾸다니. 무츠코는 같은 투수인 니시나와 치요는 느는데 자신은 잘 못한다고 여겼다. 언젠가는 미치루한테도 질 거다 생각했다. 그런 마음 조금 알 것 같기도 하다. 무츠코는 변화구 연습을 해 보려고 다이고한테 함께 하자고 했는데, 다이고는 약속이 있어서 안 된다고 한다. 그 약속은 미치루와 연습하는 거였다. 다이고가 미치루와 연습하는 걸 말하지 않은 건 미치루가 다른 사람한테 비밀로 해달라고 해서였다. 미치루가 그런 말 안 했다면 다이고는 무츠코한테 사실대로 말했겠지.

 

 무츠코가 니시나와 변화구 연습한 걸 감독 토시야가 알고 무츠코한테 서두르지 말고 먼저 몸을 만들라고 한다. 무츠코는 대체 누가 감독한테 말했을까 하다가 다이고가 말했을 거다 생각했다. 무츠코 얘길 한 사람은 다이고도 미치루도 아닌 치바였다. 치바는 1학년으로 야구부다. 토시야한테 점수 따려고 말했다고 한다. 비 오는 날이어서 야구부 연습을 쉬었다. 그날 다이고가 무츠코한테 연락해서 함께 연습하자고 한다. 연습할 곳에 가 보니 거기에는 옮기는 마운드가 있었다. 그건 미치루가 무츠코를 생각하고 갖다 둔 거였다. 그걸로 무츠코 마음은 풀렸다. 무츠코는 다이고뿐 아니라 미치루가 야구를 많이 생각한다는 걸 알았달까. 경쟁자는 있는 게 좋을까. 운동은 자기 편 사람과도 경쟁해야 주전이 된다.

 

 오오비중학교 야구부인 다른 한사람 고다 사나에는 미치루가 야구 하는 모습을 멋지게 여기고 자신도 야구부에 들어왔다. 하지만 사나에는 야구를 잘 하고 싶은 마음은 별로 없고 그저 미치루를 응원하면 좋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미치루는 사나에가 야구에 관심을 갖고 즐겁게 했으면 했다. 감독 토시야는 사나에를 일대일로 가르치기로 한다. 사나에는 이제 야구를 했다. 글러브도 잘못 샀다. 먼저 토시야는 사나에 손에 맞는 글러브를 다른 아이한테 빌려서 끼게 했다. 공 던지기도 손이 작은 사나에한테 맞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그랬더니 사나에가 공을 잘 받고 잘 던졌다. 사나에는 자신이 운동신경 그리 좋지 않다고 여겼는데, 꼭 그렇지도 않았다. 토시야는 사나에가 가진 장점을 알아봤다. 그건 좋은 눈이었다. 동체시력이 아닐지. 사나에는 야구를 조금 즐겁게 여기게 된 것 같다. 아직 얼마 안 됐지만. 사나에는 앞으로가 기대되는구나.

 

 앞에서 다이고가 아이들한테 합숙한다고 했을 때 아이들은 저마다 다른 걸 떠올렸다. 그건 합숙훈련이라기보다 놀러가는 것 같았다. 합숙은 후린고등학교에서 한다고 한다. 합숙 전에 오오비중학교 야구부였던 아이 하나가 더 들어온다. 우오즈미 코타로로 미치루와 야구하려고 시니어를 그만뒀다. 미치루가 어깨를 다쳐서 다시 시니어에 갔지만, 감독이 그리 좋아하지 않고 우오즈미는 감독과 싸우고는 시니어도 그만뒀다. 우오즈미는 미치루가 후린중학교 야구부와 합동팀 한다는 걸 알고 미치루한테 잘됐다고 말했다. 마음속으로는 미치루와 함께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우오즈미가 시니어를 그만둔 걸 미치루한테 말한 건 다른 아이였다. 미치루는 다이고한테 우오즈미 이야기를 하고 함께 야구 할 수 있느냐고 물어본다. 우오즈미는 포수였다. 다이고 걱정 안 될까. 다이고는 우오즈미가 함께 해도 좋다고 했다.

 

 다이고한테 무츠코는 다른 아이한테 공 던지고 싶지 않다고 했는데, 우오즈미가 와서 무츠코가 던지는 공을 받자 좋아했다. 우오즈미는 투수가 공을 기분 좋게 던지게 해줬다. 우오즈미는 다이고보다 일찍 포수 했겠지. 야구부에 투수가 여럿이고 포수가 여럿인 건 좋은 거겠지. 다이고는 우오즈미를 보고 배우기도 할 테고. 다이고는 히카루와 반대로 포수에서 투수로 바꾼다거나 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은 좀 이른 걸지도. 합동팀을 만들고 포수인 우오즈미가 온 게 다이고한테 좋은 일이기를 바란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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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1-07-30 03: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메이저 보고 계시는군요. 저도 한때 열심히 봣었던 만화예요. 그 때는 빨리 완결이 안되어서 어찌나 기다리면서 봤는지.... ^^

희선 2021-07-31 00:50   좋아요 0 | URL
바람돌이 님이 보신 메이저에는 다이고 아빠 고로가 나오겠군요 그건 책은 못 봤어요 몇해 전에 두번째 거 나온다는 거 알고 봤습니다 이건 언제 끝날지...


희선
 
다시 봄 그리고 벤 (리커버 에디션)
미바.조쉬 프리기 지음 / 우드파크픽처북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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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이 채 녹지 않은 이른 봄에 남자는 길에서 벌을 보았습니다. 저는 그런 거 보면 그냥 지나칠 텐데. 남자는 움직이지 못하는 벌을 조심스럽게 종이에 놓고 쌌습니다. 벌이 있을 공간은 남겨두었지요. 잘못하면 벌이 찌부러질 테니. 집으로 돌아온 남자는 종이를 폈어요. 벌을 종이 위에 둔 채 볕이 드는 창가에 두었어요. 다친 새라면 어딘가 치료라도 해줄 텐데, 추워서 쓰러진 벌은 따듯하게 해주면 될까요. 벌을 돌보기로 하다니 신기하네요.

 

 남자가 병뚜껑에 물을 넣어서 벌 옆에 놓아두니 벌이 물을 마셨습니다. 벌은 정신을 차린 거지요. 남자는 벌 옆에 꽃도 놓아두었어요. 남자는 작은 벌을 보고 일찍 세상을 떠난 자기 아이를 떠올렸습니다. 아이는 여름엔 창밖을 오래 바라보는 걸 좋아하고 언제나 남자를 졸졸 따라다녔어요. 아이는 겨울엔 도서관에서 하루를 보냈어요. 그런 걸 떠올리는 건 마음 아플 것 같네요. 남자는 아이한테 뭐든 해주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한 걸 아쉬워했어요. 남자는 벌한테 이것저것 해주었습니다.

 

 사람과 벌이 마음을 나눌 수 있을까요. 아주 못할 건 없겠습니다. 남자가 차를 마실 때 벌도 차를 마셨어요. 그 모습 좋아 보였습니다. 그렇게 남자와 벌이 오래 산다면 좋겠지만 그건 바랄 수 없는 일일지도 모르겠네요. 어느 날 남자가 쓰러지고 병원에 실려갔어요. 다행하게도 남자는 다시 깨어났어요. 남자의 친구가 집에 혼자 남은 벌을 병원에 데리고 왔어요. 벌은 화분 속 꽃에 있었어요. 벌을 옮기는 방법으로 그것만큼 좋은 건 없겠습니다. 남자는 벌을 다시 만나서 기뻤어요. 시간이 흐르고 남자는 병원에서 나오고 집으로 돌아갔겠습니다. 벌과 함께.

 

 벌은 여럿이 모여서 살기는 하겠지만, 남자가 구한 벌은 그 뒤로도 남자와 살았을까요. 벌은 몸이 건강해지고 다른 친구를 찾아갔을지. 그건 모르겠네요. 벌이 친구한테 돌아갔다 해도 괜찮을 거예요. 다시 봄이 왔거든요. 벌은 남자를 기억하고 남자를 찾아왔을 겁니다. 이건 제 바람이지만. 벌은 한해밖에 못 살지도 모르겠군요. 그건 잠시 잊는 게 좋겠어요. 세상에는 사람이 알 수 없는 신비한 일도 일어나잖아요. 이런 생각도 할 수 있겠습니다. 남자가 구한 벌은 어려서 세상을 떠난 남자의 아이가 벌로 다시 태어나고 길에서 우연히 남자와 만나게 됐다고. 제가 별 생각을 다했습니다.

 

 가까운 사람이 세상을 떠나는 건 무척 슬프고 마음 아픈 일입니다. 그때는 살기 힘들어도 시간이 가면 덜 슬프고 덜 아픕니다. 그렇다고 그게 아주 사라지지는 않겠지요. 남은 사람은 떠난 사람을 기억하고 사는 것밖에 할 수 없습니다. 자신이 기억하면 죽은 사람은 자기 안에 살아 있는 거잖아요. 추운 겨울이 가고 따스한 봄이 오듯, 슬픔에 빠진 마음도 가끔 기쁨에 들뜨기도 하겠지요. 그건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우리는 모두 그렇게 이어왔어요.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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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7-29 06: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 이 리뷰 너무 재미있어요. 벌과 같이 지낸다는 발상은 참신한거 같아요~!!

희선 2021-07-30 02:26   좋아요 2 | URL
저는 벌이 작아서 사람이 돕는 건 어렵지 않을까 한 것 같아요 이 책을 보고는 꼭 그렇지도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벌도 함께 있으면 귀엽고 좋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희선

바람돌이 2021-07-30 00:0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슬픈 이야기네요. 아이를 잃은 슬픔이 다른 생명을 돌보게 되고 서로 의지하게 되는...
그 대상이 벌이라고 하니 참신한 발상이네요. 하기야 그것이 무엇이든 뭐가 중요하겠어요. 내 마음 한자락을 기댈 수 있다는게 중요하지...

희선 2021-07-30 02:28   좋아요 2 | URL
어쩌면 아이를 잃은 건 꽤 예전일지도 모르겠어요 그런데도 여전히 아이를 기억하는군요 부모여서 그렇겠습니다 부모는 아이를 가슴에 묻는다고 하니... 책 맨 앞에 나온 아이는 거의 나오지 않지만, 여전히 있는 것 같기도 해요 사람이 세상을 떠난다고 아주 떠난 건 아닐지도... 이런 거 보면 이렇게 생각하지만... 벌과 살기, 이 책을 보니 그것도 괜찮아 보였습니다


희선

thkang1001 2021-07-30 14: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바람돌이 님과 희선 님 말씀에 동의합니다. 자녀들은 자신의 부모님께서 돌아가시면 돌아가신 부모님을 땅속에 묻는다고 하고, 부모님께서는 자신의 자녀들이 죽으면 그 죽은 자녀를 자신의 가슴 속에 묻는다고 합니다.감사합니다!

희선 2021-07-31 01:08   좋아요 0 | URL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고 해도 아이가 죽으면 부모 마음이 아주 아프겠습니다 부모는 아이가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자라기만 해도 기쁠 듯합니다 죽음은 차례가 없다고는 하지만 아이는 부모보다 나중에 세상을 떠나는 게 더 낫겠습니다 마음대로 되는 건 아니겠지만...


희선
 
ゴ-ストハント4 死靈遊戱 (角川文庫)
小野不由美 / KADOKAWA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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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트 헌트 4   사령유희

오노 후유미

 

 

 

 

 

 

 천천히였지만 《고스트 헌트》 한권씩 보고 네권째에 이르렀다. 이번에도 보는 데 생각보다 시간이 걸렸지만, 앞에 세권보다 책을 본 날수는 적다. 다른 때 며칠이나 걸린 건 하루에 책을 본 시간이 얼마 안 돼서다. 처음에는 잘 봐도 갈수록 조금씩 봤다. 이번에도 그리 다르지 않았지만 사흘째에 많이 봐서 좀 나았다. 이런 이야기로 시작하다니. 바로 떠오르는 말이 없어서 그랬다. ‘고스트 헌트’는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로 시작하고 두번째는 어느 집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세번째도 학교에서 일어난 일이었는데, 이번 네번째도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앞에 나온 유아사 여자고등학교와는 다르다. 지금 생각하니 갈수록 일이 커지는 것 같다. 이번에는 료쿠료(綠陸)고등학교다.

 

 시부야 사이킥 리서치, 심령현상조사사무소 소장 나르(시부야 카즈야)는 료쿠료고등학교 교장이 의뢰한 일을 한번 거절했다. 그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이 신문기사에 나오기도 해서였다. 나르는 대중매체에 자신을 드러내고 싶지 않았다. 3학년이지만 학생회장인 야스하라 오사무가 학생들 서명을 들고 일을 의뢰하러 왔을 때는 나르가 그 일을 받아들이기로 한다. 이번에는 처음부터 스님 타키가와 호쇼 무녀 마츠자키 아야코 영매사 하라 마사코 그리고 엑소시스트 존 브라운도 불러서 함께 일하기로 했다. 료쿠료고등학교에서 일어나는 일이 아주 많아서 그랬다. 얼마전에는 어느 교실에 검은색 개가 나타나 학생을 물기도 했다. 다른 교실에서는 모두가 식중독에 걸린 것 같기도 했다. 탈의실에서는 저절로 불이 났다. 불은 12일을 주기로 일어났다. 료쿠료고등학교에서 이상한 일이 일어난 건 지난해 가을쯤부터였다. 지금은 해가 바뀌고 일월말이다. 난 야스하라가 3학년으로 올라간 건가 했는데, 그게 아니고 곧 졸업할 거였다. 그런데 아직도 학생회장이라니. 마이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했다.


 타니야마 마이는 시부야 사이킥 리서치에서 아르바이트 하는 고등학생으로 나르가 마이네 학교에 갔을 때 만나고 그 인연으로 같이 일하게 됐다. 지난번에 마이한테 초능력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이번에도 마이 꿈이 도움이 된다. 그렇다 해도 마이는 정말 자신한테 무슨 힘이 있나 하기도 한다. 마이 힘은 나르나 다른 영능력이 있는 사람을 만나서 드러나게 됐을까. 그럴지도 모르겠다. 료쿠료고등학교에는 스스로 목숨을 끊은 1학년 학생이 있었다. 사카우치는 학교 옥상에서 뛰어내려 죽었다. 사카우치가 남긴 종이에는 ‘나는 개가 아니다’는 말이 쓰여 있었다. 사카우치가 죽고 나서 학교에서는 괴담이 퍼지고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사카우치는 고스트 헌트가 되는 게 꿈이었다. 누군가 장난스럽게 썼을 거다 했지만 정말 그럴까. 내가 보기에 그건 아닌 것 같은데. 정말 사카우치는 고스트 헌터가 되고 싶었을지도.


 난 다행일지도 모르겠다. 뭐가 다행이냐면 내가 다닌 학교는 학생한테 공부만 강요하지 않았다. 아니 그런 분위기가 아주 없지는 않았지만, 내가 그걸 잘 느끼지 못했던 걸지도. 반을 등수대로 해야 한다는 말이 있기도 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담임은 꽤 무서워서 숨 죽이고 살았구나. 다른 반보다 학교에 일찍 가고 쉬는 날에도 학교에 가야 했다. 그렇게 해도 공부가 잘 안 됐는데. 예전에도 한번 말했는데, 점심시간에 나오는 학교 방송도 못 들었다. 앞에서는 학교 생활 그렇게 힘들지 않았다고 했는데, 꼭 그렇지도 않았구나. 난 학교 다니는 거 재미없었다. 그렇다고 안 갈 수 없으니 그냥 참고 다녔다.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지만, 그냥 공부만 하면 괜찮았던 때가 나았다는 생각이 조금 들기도 한다. 그것보다는 그때 공부가 뭔지, 왜 해야 하는지 알았다면 더 좋았을 텐데.


 한국도 그렇지만 일본도 입시에 힘을 많이 쏟지 않나. 료쿠료고등학교는 그런 게 꽤 심했다. 엄한 학교였다. 학생들은 어쩔 수 없이 거기에 따르기는 했지만, 다른 데 의지하기도 했다. 그건 ‘오리키리 사마’라고 지난번에 말한 콧쿠리(영혼을 불러서 물어보는 것)와 비슷한 거였다. 료쿠료고등학교 아이들은 숨돌리기로 오리키리를 했다. 그건 학교 전체에 퍼지고 그걸 안 한 아이가 없을 정도였다. 료쿠료고등학교에 영혼, 도깨비불이 많은 건 그 탓인 것 같았다. 그걸 해도 큰일이 일어나는 건 아니지만, 료쿠료고등학교는 영혼이 벗어나기 힘든 구조였다. 오래전에 유적(무덤)이었던 곳에 학교를 지어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아이 사카우치 영혼도 학교에 남아 있었다. 마이는 꿈에서 사카우치를 보았다. 사카우치는 아주 많은 도깨비불을 보고 즐거워했다.


 고등학교 3학년으로 아직도 료쿠료고등학교 학생회장인 야스하라는 이번에 새로 나온 사람에서 눈에 띄었다. 야스하라는 대학에 붙었나 보다. 공부도 잘하고 뭐든 잘했다. 야스하라가 학생회장이 되고 학교를 바꾸려 애쓰기도 했는데, 사카우치는 죽었다. 이 학교에는 생활지도를 맡은 마쓰야마 선생이 있는데, 이 선생님은 그리 좋지 않았다. 학생들이 이상한 일을 겪는 걸 믿지 않았다. 이 학교에 마쓰야마 같은 선생님만 있는 건 아니지만, 나서서 학생을 돕는 선생님도 없었다. 야스하라는 오리키리가 어떻게 퍼졌는지 알아 보았다. 그건 1학년과 미술부에서 시작됐다고 했다. 사카우치는 미술부였다. 오리키리는 콧쿠리와 다르게 누군가를 저주하는 거였다. 아이들은 그것도 모르고 그걸 했다. 학교를 원망하는 마음은 있었지만, 누군가를 저주하려는 마음은 없어서 그게 바로 나타나지 않았다. 아이들이 부른 영혼은 서로 잡아먹고 고독이라는 게 됐다. 이건 중국에서 전해져 오는 걸로 본래는 벌레끼리 싸우게 하고 마지막 하나 남은 걸로 저주하는 거다.

 

 이번 《고스트 헌트》 4권 보면서는 학교를 많이 생각했다. 지금도 그렇게 많이 바뀌지 않았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공부만 강요하는. 지금은 더하던가. 아이들은 스트레스를 풀지 못해 다른 아이를 괴롭히기도 한다. 코로나19 때문에 학교에 자주 못 갔겠지만, 하교에 가게 된다면 다른 아이 괴롭히지 않기를 바란다. 인터넷에서도 따돌린다는 말 들었는데. 아이들이 그러는 걸 아이들 탓만 할 수 없다. 부모뿐 아니라 학교에서 아이한테 마음을 써야 할 거 아닌가. 공부가 다는 아닌데. 나중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고 하는 일에도 책임은 따르겠지. 그것도 한번 생각해봐야겠다. 아니 모두가 한다고 따라하기보다 그게 뭔지 알아보는 게 낫겠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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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7-27 07: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표지가 왠지 살벌(?)하네요. 저는 학창시절이 아주 재미있었는데 요즘은 무서운 이야기도 많이 들리고 힘든것 같더라구요. 입시가 전부는 아닌데...그래도 즐거운 곳이었으면 좋겠어요😊

희선 2021-07-28 01:21   좋아요 1 | URL
새파랑 님은 학창시절 즐겁게 지내셨군요 학교가 그렇게 안 좋은 곳은 아니기는 한데, 학교폭력 같은 이야기나 입시만 생각하는 학교도 있어서... 학교에서는 아이들을 만나기도 하니 즐겁기도 하죠 코로나19 때문에 학교에 자주 가지 못하는 아이들이 안됐다는 생각도 조금 듭니다


희선
 
복자에게
김금희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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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어릴 때 친구와 사이가 멀어진 적은 없습니다. 한두번쯤 사이가 어색해졌는데 제가 기억 못하는 걸지도 모르겠네요. 지금 생각하니 제가 어렸을 때는 여러 가지 잘 몰랐습니다. 그렇다고 지금 잘 아는 건 아니지만. 여자 친구끼리 하는 그런 것과는 좀 멀었어요. 비밀 얘기 같은 거 한 적 없습니다. 그런 거 왜 해야 하지 생각했고, 지금도 다르지 않습니다. 전 지금도 어떤 사람이 없는 데서 그 사람 이야기 하는 거 안 좋아해요. 그런 일이 많았던 건 아니지만. 제 어린 시절은 어땠는지 모르겠네요. 생각나기는 하는데 별로 좋지는 않았습니다. 친구와 더 친해지려 했을 때 그곳을 떠나설지도. 소설 같은 데서는 아주 짧은 시간 만난 친구하고 일은 오래 기억하던데, 저는 그러지 못했습니다. 친구가 많지도 않았지만, 멀어졌다기보다 어느 날 두 친구가 저하고 말 안 한 적 있어요. 이 말은 한번 했는데 또 하는군요. 왜 그랬는지 지금도 모릅니다. 뭐가 마음에 안 들었던 건지. 시간이 지나고는 다시 말했어요.

 

 이영초롱이라는 이름 참 별나에요. 한번 들으면 쉽게 잊지 않겠습니다. 이영초롱은 초등학교 육학년 때 부모가 하던 일이 망해서 제주 고모 집에 가서 살게 돼요. 동생은 큰아버지 집으로 가고. 영초롱은 육학년 때 똑똑했던 것 같아요. 엄마한테 자신이 서울에 있어야 하는 걸 글로 쓴 걸 보니. 엄마는 그걸 받아들여주지 않았지만. 딸과 아들 조금 차별한 걸지도. 아이를 맡아줄 친척이 있어서 다행이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런 친척이 없어서 더 안 좋은 곳에 가야 하는 사람도 있을 거 아니예요. 제가 별 생각을 다하는군요. 소설 제목 ‘복자에게’에서 복자는 영초롱이가 제주도에 가서 만난 친구예요. 제주 고고리섬이군요.

 

 고모가 있다 해도 고모는 거리가 있기도 하죠. 아주 어리지 않다 해도 어릴 때 부모와 떨어져 살면 마음이 그리 좋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런 빈 자리를 복자가 채워주지 않았을까 싶어요. 그리고 이선 고모도 있군요. 고고리섬에서 가게를 하는 사람인데 복자는 이선 이모라 하고 영초롱은 이선 고모라 했어요. 고모랑 이선 고모가 친하게 지내서 그랬던 건가 봐요. 고모가 아닌 이모였다면 이선 이모가 됐을 것 같네요. 저는 그런 것도 잘 못해요. 잘 모르는 어른한테 이모라 하는 거. 많은 사람이 그렇게 한다고 해서 그걸 따라야 하는 건 아니겠네요. 그냥 이름을 물어보고 이름을 말하는 게 낫겠습니다. 그냥 지나치는 사람이 아닐 때. 아이는 다른 생각 못하겠습니다. 아이가 어른 이름을 말하면 버릇없다고 할 테니.

 

 누군가 비밀이다 하면 그렇구나 하면 좋을 텐데, 영초롱은 뭐가 마음에 안 들었는지 다른 사람이 물어본 말에 사실대로 대답했어요. 그 일은 이선 고모한테 안 좋은 일이 일어나게 하고 복자하고 사이도 멀어지게 합니다. 영초롱은 왜 그랬을까요. 저였다면 복자 말대로 아무 말 안 했을 텐데. 지금은 이렇게 말하지만 저도 영초롱처럼 안 했으리라 할 수 없을지도. 시간이 흐르고 영초롱은 판사가 되고 제주에 다시 오게 돼요. 중간 없이 이렇게 말하다니. 그건 이 소설에도 나오지 않습니다. 영초롱이 혼자 공부를 열심히 했겠구나 하는 생각만 듭니다. 복자하고 사이가 멀어지지 않았다면 달랐을지도 모를 텐데. 영초롱은 이선 고모 일로 복자와 사이가 멀어지고 복자한테 편지를 쓰지만 보내지는 않았어요. 영초롱이 복자한테 편지를 보냈다면 어땠을지. 그때 바로 사이가 좋아지지는 않았을 것 같네요. 고모가 친구한테 편지를 썼지만 답장 받지 못한 것처럼.

 

 영초롱은 복자한테 안 좋은 일이 일어나고 재판을 하려고 했을 때 돕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잘 안 되면 영초롱은 복자한테 미안할 테고, 복자는 영초롱을 원망하고 아주 인연을 끊었을지도 모르겠지요. 영초롱이 판사가 아닌 변호사였다면 달랐을 것 같기도 하네요. 여성이 판사가 되는 일 한국에도 그리 많지 않고 힘들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주도 해녀가 별로 없고 사라진다고 할지도 모른다고 하는데, 여기 나온 것처럼 거기 사는 사람만 받아들여서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건 정말인지. 텃새부린다고 하지요. 어디에나 그런 건 없으면 좋을 텐데. 이것도 제가 당사자가 아니어서 이렇게 말하는 건지도. 처음에는 좀 마음에 안 들어도 진심이 느껴진다면 받아들여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영초롱을 좋아한 고오세도 있는데, 고오세 이야기는 하나도 못했네요. 고오세는 영초롱이 섬을 떠나면서 알려준 주소로 편지를 쓰지만, 영초롱은 거기에 살지 않았어요. 차라리 주소를 알려주지 말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니 그때 고오세는 편지를 써서 조금 나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책 제목이 누군가한테 쓰는 편지 같지요. 복자군요. 여기에는 편지가 나오기도 합니다. 고모는 감옥에 있는 친구한테 답장 없는 편지를 쓰고, 영초롱은 복자한테 보내지 못할 편지를 쓰고, 고오세는 받을 주인 없는 편지를 썼네요. 지금 생각하니 세 편지는 슬프군요. 나중에 영초롱이 복자한테 쓴 편지는 꼭 보냈으면 합니다. 복자는 영초롱이 보낸 편지 반가워하겠지요.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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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7-24 07:1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갑자기 판사가 되서 제주도 간 부분에 대한 희선님의 표현이 정말 재미있네요. 희선님 나름의 유머포인트? 🤔 뭔가 비밀의 발설이 사이가 멀어지는 원인이었군요. 왠지 아쉽네요. 그래도 누군가에게 쓴 편지는 꼭 보내졌으면 좋겠어요 😊

희선 2021-07-27 01:30   좋아요 1 | URL
영초롱이 판사가 되는 건 나오지 않았지만, 왜 제주에 갔는지는 나왔어요 그건 빼먹었네요 영초롱은 말을 잘 한다고 해야 할지 솔직하게 한다고 해야 할지, 자기 생각을 솔직하게 해서 제주도로 쫓겨난 거나 마찬가지였어요 그렇게 해서 제주에 가게 되고 어릴 때 친구를 만나서 좋지 않았을까 싶어요 많이 도와주지 못한다 해도... 나중에 쓴 편지는 복자한테 보냈겠지요


희선

그레이스 2021-07-24 07:5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름들도 재밌어요^^
왜 굳이 복자에게 라고 했을까 생각한 책이예요
확 끌리지 않아서..
희선님 리뷰 보니 읽어봐야겠어요 ~♡

희선 2021-07-27 03:02   좋아요 1 | URL
영초롱이는 영초롱하다는 느낌이 드는데, 복자는 옛날 느낌이 들기는 하죠 복자가 어렸을 때 과학자가 되고 싶어했던 게 생각나네요 갑자기 그런 게 생각나다니... 그레이스 님, 언젠가 기회되면 이 책 한번 만나보셔도 괜찮을 거예요


희선

바람돌이 2021-07-25 02:4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보내지 못하는 편지를 쓰는 마음들이 애틋하네요.

희선 2021-07-27 01:34   좋아요 1 | URL
저는 편지 쓰고 보내지 못하면 아쉬울 듯한데, 영초롱은 처음부터 보내지 못하는 편지를 썼네요 다른 사람은 또 다른 편지를 쓰고... 편지 쓰는 게 나와서 저도 편지 쓰고 싶기도 했습니다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