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소설가의 살인사건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소미미디어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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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전에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 《왜소 소설》을 만났는데, 이번에 만난 《추리소설가의 살인사건》은 그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추리소설가와 출판사 편집자가 나오는 게. 이 소설을 먼저 쓰고 ‘왜소 소설’을 나중에 썼다. 지난번에 책 보면서 어이없기도 했는데, 이번에도 그랬다. 정말 이런 일이 일어날까 했다. 그럴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지. <독서기계 살인사건>은 언젠가 그런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것 같기도 했다. 평론가나 작가한테 책을 읽고 글을 쓰게 하거나 소설을 어떻게 쓰면 좋을까 알려주는 기계가 팔릴까. 팔릴 수도 있고 팔리지 않을 수도 있겠지. 같은 기계를 써서 글이 같은 일도 일어났다. 그건 좀 너무한 거 아닌가. 책은 스스로 보는 게 더 좋은데. 그 책을 잘 소화하지 못한다 해도.

 

 책 읽고 평론이나 감상을 쓰는 기계나 소설 쓰는 기계가 나오면 사람은 무얼 해야 할까. 소설이 잘 팔리면 세금도 많이 내야 하는가 보다. 그런 얘기는 만화가가 나온 이야기에서 잠깐 봤는데. 만화와 소설은 팔리는 게 다르지 않을까 싶다. 아주 잘 팔리는 건 어느 정도일까. <세금 대책 살인사건>에서 작가는 다음에 자신이 내야 할 세금을 알고는 세금을 내지 않으려고 소설을 썼다. 소설을 쓰려고 쓴 돈은 세금에서 빠질까. 이런 거 잘 모르는구나. 어쨌든 자신이 쓴 돈을 소설을 쓰려고 쓴 것처럼 하려고 해서 소설이 무척 억지스러워졌다. 그런 소설을 쓸 바에는 안 쓰는 게 낫겠다. 그런 소설 읽는 사람 있을까.

 

 맨 앞에 나온 <세금 대책 살인사건>과 비슷한 건 <장편소설 살인사건>이다. 여기에서는 편집자가 작가한테 원고지 장수를 늘리게 한다. 본래 그리 길지 않았는데, 짧으면 잘 팔리지 않는다면서 억지로 늘리게 했다. 그렇게 늘린 소설은 늘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다음 소설은 더 많이 늘리고 무게까지 나가게 해서 책이 우스운 모습이 됐다. 실제 그런 일 있을까. 짧은 걸 늘려쓰는 일 말이다. 가끔 소설 보다 보면 안 써도 되는 거 쓴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는데. 그건 늘리려고 한 건 아니고 정보를 주려는 거였겠지. 정보가 없으면 이야기가 맞지 않을 수도 있으니(난 말이 적어서 문제다). <범인 맞히기 소설 살인사건(문제편 · 해결편)>은 인기 작가한테 원고를 받으려는 이야기로 마지막에는 진짜 살인이 일어난다. 여기 실린 소설은 거의 다 액자 형식이다. 이걸 이제야 말했구나.

 

 소설 속에서 추리소설을 모방한 범죄가 일어나기도 하는데. <예고소설 살인사건>에서 그다지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 소설이 그랬다. 그 소설이 화제가 되고 팔렸다. 그 뒤에 범인이 작가한테 전화해서는 자신이 죽이는 사람을 소설로 쓰라 한다. 범인이 전화했다면 바로 경찰에 신고해야 할 거 아닌가. 작가는 신고하지 않고 소설을 썼다. 실제 그런 일은 없어야 할 텐데. <고령사회 살인사건>은 우습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하다. 치매에 걸린 소설가가 소설을 쓰고 치매에 걸린 편집자가 원고를 받는다. 앞으로 책을 읽는 사람은 줄고 나이 많은 사람만 책을 보면 그런 일 일어날지도 모르겠다. <마카제관 살인사건(최종회 · 마지막 다섯 장)>은 끝내 범인이 밝혀지지 않았다. 그건 작가가 갑자기 죽어서다. 그런 일도 있을 수 있겠다.

 

 여기 담긴 소설은 가볍게 봐야 할까, 뭔가 다른 걸 생각해야 할까. 추리소설가나 출판계 책 읽는 사람을 비꼬는 것 같기도 하다. 출판사는 그런 거 안 좋아하지 않을까. 그래도 이렇게 책이 나왔구나. 이 이야기는 진짜와 가짜 사이에 있을지도. 원고 늘리는 이야기 보니, 나도 이런 거 늘리고 싶은데 하는 생각이 들지만, 무슨 말을 더 쓰면 좋을지 모르겠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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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10-29 10: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책을 찍어내는(?) 히가시노 게이고가 출판계를 비꼰다는게 신기하네요 ^^
요즘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을 안읽었는데 한번 읽어봐야 겠어요

희선 2021-10-29 23:57   좋아요 1 | URL
개정판이 나오는 가운데 새로 나오는 책도 있어요 이것도 그런 거네요 얼마전에는 소설가가 되고 서른다섯해 기념으로 쓴 소설 《백조와 박쥐》가 나왔어요


희선

stella.K 2021-10-29 10:1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치매에 걸린 소설가가 소설을 쓰고 치매에 걸린 편집자가 원고를 받는다.
좀 웃프네요. 치매 걸린 독자가 읽으면 또 어떻게 되는 걸까요?ㅋㅋ
아, 이거 웃으면 안 되는데...ㅠ

희선 2021-10-30 00:00   좋아요 2 | URL
작가 편집자 독자까지 치매에 걸리면 슬프겠네요 책을 보고 앞뒤가 안 맞아도 잘 모를지도... 책을 읽는 사람이 줄어든다고 하지만, 아주 없어지지는 않겠지요 책에서 얻을 수 있는 것도 많으니...


희선

scott 2021-11-02 15:4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책 히가시노 게이고 이천년 이전에 쓴 작품 중 가장 현실을 냉소적으로 풍자한 작품입니다
게이고가 워낙 다작을 해서 게이고 소설 가이드 북을 팬들이 펴낸 적이 있는데 초기작들이 게이고의 주변에서 실제로 일어나고 겪은 일들이라고 하더군요
버블 경제 시대와 단카이 세대들은 그래서 게이고의 엄청난 팬층이라고 !

저는 예전엔 문고본 기다리기 힘들어서 하드커버 나오자 마자 읽었는데 몇년 전 부터는 문고본 나올때까지 기다리고 있습니다
전에는 가끔 영풍에서 1년에 한번 일본어 서적 폭탄 세일을 해서 천원에 한가득 구매 한적 도 있었는데 ....

희선 2021-11-03 00:44   좋아요 1 | URL
전에 작가가 되고 서른해 됐을 때 여든 권 넘었다고 한 것 같기도 하네요 지금은 그것보다 더 늘었겠습니다 얼마전에 나온 책은 작가가 서른다섯해 기념으로 썼군요 그게 2021년인지... 그런 건 빨리 나오기도 하니 그럴 것 같기도 합니다 팬이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 가이드 북을 만들기도 하다니, 히가시노 게이고 좋아했겠습니다

영풍에서 일본어 책을 싸게 팔기도 했다니, 그런 거 알아도 갈 수는 없겠지만 좋은 걸 하기도 했네요 어떤 건 문고가 빨리 나오기도 하지만, 긴 건 거의 세해 걸리더군요(그것보다 더 걸릴 때도 있겠습니다 아예 안 나오는 것도 있겠군요) 가가 형사 시리즈는 그랬던 것 같아요 그래도 한국에는 늦게 나왔지만...


희선
 
Dr.STONE 22 (ジャンプコミックス)
이나가키 리이치로 / 集英社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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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STONE 22

이나가키 리이치로 글   Boichi 그림

 

 

 

 

 

 

 처음 하는 말은 아니지만, 어릴 때 난 만화는 보면 안 좋다고 생각했다. 왜 그런 생각을 갖게 됐는지 모르겠다. 그림만 있어선지 학교 선생님이 안 좋다고 말해선지. 학교에서 그런 말 들었겠다. 학교 다닐 때는 만화뿐 아니라 다른 책도 안 봤다. 이제는 만화책 보지만 그렇게 많지는 않다. 만화는 길어서 끝까지 보려면 시간이 많이 걸릴 거 아닌가. <원피스>는 오래됐지만 책을 처음부터 보지는 않았다. <닥터 스톤>은 다른 것보다 오래되지 않았구나. 이 책은 한 해에 다섯권이나 나온다. 이걸 몰랐을 때는 원피스가 가장 많이 나온다고 생각했다. 원피스는 한해에 네권 나온다. 닥터 스톤은 거의 두달에 한권 나오고 한권만 나오는 데 석달 걸린다. 만화가 시작하고 얼마 안 됐는데도 벌써 22권이다. 내가 모르는 만화에는 닥터 스톤처럼 두달에 한권 나오는 거 있겠지.

 

 삼천칠백년 전 지구는 이상한 빛에 덮여 사람은 모두 돌이 되었다. 삼천칠백년 뒤 일본에서 돌에서 깨어난 센쿠, 미국에서는 제노가 가장 먼저 깨어났다. 센쿠는 일본에서 동료와 인류를 구하려고 배를 타고 미국에 간다. 센쿠는 그저 과학을 좋아하지만 제노는 과학으로 독재자가 되려 했다. 마음이 맞지 않으면 이야기를 해야지 그게 아니었구나. 제노는 센쿠를 죽이려 했고 센쿠는 제노를 잡으려 했다. 제노가 센쿠 쪽에 잡혔다. 그 뒤를 군인이었던 스탠리와 다른 사람이 쫓았다. 센쿠는 앞으로 일을 생각하고 광석이 많은 브라질 아라샤로 가서 요새를 만들고 싸울 준비를 했다. 싸울 준비라 해도 사람을 돌로 만드는 장치를 써서 스탠리와 군인뿐 아니라 센쿠 쪽 사람도 모두 돌로 만드는 거였다. 스이카가 돌이 된 센쿠 쪽 사람을 구하는 일을 맡게 되고 프랑소와와 요새를 떠났다. 하지만 스이카와 프랑소와는 스탠리 쪽 사람이 거미에 물린 걸 보고 치료해주고 잡힌다.

 

 코하쿠 츠카사 효가는 먼저 통신기를 부수려 했다. 셋이 함께 싸우게 되다니. 스탠리와 군인은 총이 있었다. 셋이 싸움을 잘 해도 총에는 지겠지. 츠카사가 격투가인 사람을 쓰러뜨렸지만 총에 맞았다. 다음은 효가가 총에 맞았다. 남은 건 코하쿠뿐이었다. 츠카사와 효가는 코하쿠가 해내리라는 걸 알고 맡겼다. 코하쿠는 스탠리 쪽 통신기를 부쉈다. 부수고 코하쿠도 총에 맞았다. 총에 맞아도 죽지 않아야 할 텐데. 괜찮겠지. 코하쿠 츠카사 효가는 통신기를 부수면 스탠리가 그걸 고치려고 멈출지 알았는데, 스탠리는 그러지 않았다. 잘 싸우는 세 사람을 쓰러뜨려서겠다. 생각대로 안 되는 것도 있구나. 그렇다고 희망을 버리면 안 되겠지. 끝까지 애써 볼 수밖에.

 

 카세키는 사람을 돌로 만드는 장치에 넣을 다이아몬드 전지를 잘 깎지 못했다. 이렇게 끝나는구나 했는데, 미국에 있는 시계 기술자 조엘이 성공했다는 소식을 보냈다. 통신기를 쓰기는 해도 두쪽 다 다른 쪽 건 들을 수 있나 보다. 브로디는 뭔가 냄새를 맡았다. 브로디는 시계 기술자 조엘한테 가서 사람을 돌로 만드는 장치를 빼앗았다. 이제 어떻게 될까 했다. 스탠리와 군인은 요새에 오고 그걸 막으려고 한 타이주는 총에 맞고 쓰러졌다. 겐은 스탠리 쪽에 잡힌 사람이 긴로 마츠카제 스이카 프랑소와라는 걸 알고 세 사람 코하쿠와 츠카사 효가가 아무것도 안 했을 리 없다 여겼다. 겐은 세 사람이 통신기를 부쉈으리라 생각했다. 눈치 빠르구나. 지금까지는 암호로 연락했는데, 그때는 일본말로 했다. 브로디는 센쿠 동료가 그걸 듣지 못하게 하라고 했는데 모두 그걸 들었다.

 

 사람은 이것저것 앞을 내다보고 준비를 해둔다. 통신기를 듣지 못해도 통신기가 아주 없지 않았다. 조엘이 가진 시계가 통신기와 같았다. 다른 데서 말하는 소리만 들을 수 있지만. 센쿠는 미국에 있는 동료한테 지구 사람 모두를 돌로 만들라 했다. 브로디가 빼앗아간 사람을 돌로 만드는 장치를 되찾으려고 싸웠는데 모두 총에 맞고 쓰러졌다. 마지막으로 조엘이 사람을 돌로 만드는 장치를 넣은 곳에 손을 넣었다. 그거 뚜껑은 닫혔다. 돌이 되는 범위와 시간을 말해야 하지만 그건 달에서 오는 전파를 이용했다. 달에서는 여전히 지구 사람을 돌로 만들려는 전파(말)가 왔다. 조엘이 찬 시계에서 그 소리가 나와서 곧 지구에 있는 사람은 모두 돌이 될 거다. 삼천칠백년 전에는 갑자기 당한 일이지만 이번에는 스스로 그렇게 만들었구나. 센쿠뿐 아니라 동료는 믿었다. 다시 깨어날 수 있다고.

 

 스탠리가 요새에 가까이 오고 제노를 구했다. 제노가 잡혀 있었다 해도 자유로웠지만. 센쿠는 돌에서 깨우는 게 저절로 떨어지는 장치를 만들었다. 거기에 사람을 돌에서 깨우는 액체가 든 병을 놓으려 했는데 총에 맞는다. 센쿠가 총에 맞다니. 우쿄는 그걸 알고 프랑소와 밧줄을 화살을 쏘아서 풀어주었다. 프랑소와는 스이카를 풀어주었다. 스이카는 곧바로 센쿠가 있는 곳에 가서 돌이 된 사람을 깨우는 액체를 나중에 저절로 떨어지는 장치에 놓았다. 그건 소리로 병을 깨뜨리는 건가 보다. 스탠리는 그 병을 깨뜨릴지 말지 생각했다. 그걸 깨면 인류는 언제 깨어날지 알 수 없었다. 스탠리는 자신은 돌이 된 채여도 제노는 깨어나리라는 걸 알고 그걸 그대로 두었다. 스탠리가 그 병 깨뜨리지 않아서 다행이다. 제노가 바라는 세상이 되지 않는다 해도 제노가 깨어나는 게 낫겠지. 시간이 흘러서 제노 마음이 바뀌면 좋을 텐데. 그러면 스탠리도 같은 편이 될 거 아닌가.

 

 미국에 있던 사람뿐 아니라 일본에 있는 이시가미 마을 사람과 보물섬에 있던 사람은 모두 돌이 되었다. 그런 일이 다시 일어나다니. 그래도 한사람이 돌에서 깨어났다. 그건 누굴까. 스이카다. 모두 돌이 되고 혼자만 깨어나면 쓸쓸할 텐데, 스이카는 돌이 된 사람이 말을 하는 상상을 했다. 센쿠는 사람을 돌에서 깨우는 액체 만드는 방법을 종이에 써두었다. 스이카가 글자 읽을 수 있으려나 했는데, 전에 일본에서 배웠다. 글자를 읽을 수 있다 해도 사람을 돌에서 깨우는 액체 만들기 쉽지 않겠다. 그래도 스이카는 혼자 해냈다. 그때까지 걸린 시간은 일곱해였다. 이번에도 센쿠는 돌이 되고 초를 세고 있었구나. 어렸던 스이카가 꽤 자랐다. 츠카사 동생 미라이보다 어렸는데 이제 친구처럼 보이겠다. 책에서는 일곱해 빨리 지나갔지만, 스이카 외롭고 힘들었겠다. 센쿠와 모두를 다시 만나려고 힘냈겠다. 스이카 대단하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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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의 나라에선 누구도 시들지 않기 때문, 문학동네 시인선 146
김희준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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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시집을 보기 전에 조금 우울한 일이 있었다. 큰일은 일어나지 않았으니 다행이다 해야겠지만. 엄마 휴대전화기에 온 게 문자피싱이라는 걸 좀 늦게 깨달았다. 그걸 봤을 때 이상한 느낌이 들었지만, 그때 그 생각은 바로 못했다. 엄마 전화기가 스마트폰이 아니어서 다행이었다. 폴더폰과 스마트폰 중간이라 해야 할까. 세상에는 왜 남의 돈을 쉽게 가지려는 사람이 있는지. 자기 부모가 그런 일을 당해도 괜찮다 생각할까. 그런 사기 치는 사람은 부모 생각하지 않을지도. 아무 일 없었지만 조금 우울해서 잤다. 잠을 잘 못 자도 잠이 오지만 기분이 안 좋아도 잠이 온다.

 

 요새 자꾸 안 좋은 꿈을 꾼다. 잘 때 안 좋은 꿈 꾸지 않기를 바라고 자기도 했는데. 꿈에서 노래를 들었다. 그게 어디에서 나왔느냐 하면 엄마 휴대전화기에서였다. 그건 내가 듣던 거였는데, 그게 꿈과 섞였던 거였다. 그 꿈은 안 좋은 건 아니었지만, 꿈속에서는 기분이 안 좋았던 것 같다. 왜 그랬을까. 낮에 꾼 개꿈. 다른 꿈도 꾸었을 텐데 잊지 않은 건 그것뿐이었다. 더 자기 그래서 일어나서 이 시집 《언니의 나라에선 누구도 시들지 않기 때문,》을 보았다. 어떤 책을 볼까 하다가 시집 보기로 했다. 시집 사두고 몇달 지났으니. 시가 어떨지 몰라서 쉽게 펼치지 못했다. 시를 보기는 하지만 늘 잘 못 본다. 이 말 또 했다.

 

 김희준 시인은 처음 알았는데 벌써 이 세상을 떠났다. 지난해 여름에 내가 그걸 알게 된 게 정확하게 언젠지 모르겠다. 2020년 8월이나 9월초쯤일 거다. 새벽이었다. 그날 김희준 시인뿐 아니라 잘 모르는 사람 죽음도 알았다. 그 사람은 음악한 사람이었다. 그때 내 기분이 아주아주 안 좋았다. 그럴 때 그런 걸 알게 되다니. 지난 2020년에는 코로나19로 세상을 떠난 사람도 많다. 그게 아니었다면 더 살 사람도 있었겠지. 이런 생각은 쓸데없을지도. 죽음은 누구의 죽음이든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겠다. 그게 아니었다면, 하는 ‘만약에’를 끝없이 생각할 거다. 갑작스러운 죽음일 때는 더하겠지. 산 사람은 죄책감을 느끼고.

 

 

 

 며칠 째 태양이 발광을 멈췄다 TV에선 인공태양을 만들자 혹은 전구를 달고 태어날 수 있게 유전자조합을 하자 토론이 진행되었다 공약으로 하나같이 태양을 걸었으니 표백된 정오는 서늘했다 쓸모가 없어진 태양은 뒷골목에서 얼마의 값으로 팔렸다 한편에선 고래가 집단 자살을 했다 단속반이 동네를 헤집자 불법으로 키우던 인어를 하수구에 버렸다 비린내 나는 죽음이었다 해돋이를 편집한 영상이 세계 박스오피스를 기록했다 그야말로 발광이었다 인류에게 새로운 진화와 종교가 생겨났다 그것은 ‘검은 태양의 아이’로 명명했다 이들은 캄캄한 피부였지만 성기가 야광이었다 집단 난교를 즐기는 이 무리에서 태어난 다음 세대는 온몸이 빛났다 빛을 두른 자는 모이거나 포옹하거나 특별한 특징을 가졌다 수만 명의 세대는 손을 잡고 원을 돌았다 중력을 밟고 하늘로 올라가는 동그라미, 분리되지 못한 내일이 눈을 깜박이자 원은 한꺼번에 사라졌다

 

 다음 날 지구에 존재하는 나머지 생물이 중얼거였다

 

 아침.

 

-<새벽에 관한 몽상>, 18쪽

 

 

 

 어쩐지 앞에서 말을 끝맺지 못하고 시를 옮긴 것 같다. 김희준 시인은 시쓰기 대회에서 상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어릴 때부터 그랬겠지. 재능있고 앞으로 쓸 시도 많았을 텐데. 갑자기 세상을 떠났구나. 그 소식을 듣고 많은 사람이 안타까워하고 시인 어머니는 무척 마음 아팠겠다. 앞에 옮긴 시 <새벽에 관한 몽상>은 SF 같지 않나. 김희준은 어릴 때 엄마와 함께 별을 보았다고 한다. 별 동화 환상 꿈. 여기 담긴 시는 바로 알기 어렵다. 내가 알아들은 건 별로 없다.

 

 

 

글을 모르는 당신에게서 편지가 왔다

흙이 핥아주는 방향으로 순한 우표가 붙어 있었다

숨소리가 행간을 바꾸어도

정갈한 여백은 맑아서 읽어낼 수 없었다

문장의 쉼표마다 소나기가 쏟아졌다

 

태양은 완연하게 여름의 것이었다

고향으로 가는 길에선 계절을 팔았다

설탕 친 옥수수와 사슴이 남긴 산딸기

오디를 바람 개수대로 담았다

간혹 꾸덕하게 말린 구름을 팔기도 했다

속이 덜 찬 그늘이 늙은 호박 곁에 제 몸을 누이면

나만 두고 가버린 당신이 생각났다

 

찐 옥수수 한 봉지 손에 들었다

입 안으로 고이는 단 바람이 평상에 먼저 가 앉았다

늦여름이 혀로 눌어붙고

해바라기와 숨바꼭질을 하던 나는

당신 등에 기대 달콤한 낮잠을 꾸었다

 

해바라기는 태양을 보지 않고도 키가 자란다

기다리는 마음을 이해하지 못한 채

빈 종이에 스며든 그날 체온이 기척 없이 접힌다

일도 높은 당신이 하늘에서 쏟아진다

 

-<오후를 펼치는 태양의 책갈피>, 108쪽~109쪽

 

 

 

 시를 보다 <연필>이나 <우체통>도 마음에 들기는 했는데. 뒤에 실린 발문을 보니 두 시는 시쓰기 대회에서 대상을 받았단다. 내가 시를 잘은 모르지만, 그걸 보면서 뭔가를 느꼈나 보다. 내가 ‘연필’과 ‘우체통’으로 글을 쓰면 쉬운 이야기가 될 텐데. 그런 거 쓴 적 있구나. 시 제목에 ‘소행성09A87E’라는 게 들어가는데, 난 그걸 봤을 때 윈도우 업데이트가 떠올랐다. 숫자와 알파벳이 비슷해 보인다. 장옥관 시인은 김희준이 그곳으로 돌아갔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게 있어서 좋겠구나. 누군가는 그 소행성을 떠올리고 김희준이 그곳에 있다고 여기겠다. ‘올리브 동산’도 있다. 거기는 김희준이 만나자고 한 곳이다. 언젠가 그 올리브 동산에서 김희준을 만날지도.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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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10-23 10: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글을 모르는 당신에게서 편지가 왔다
흙이 핥아주는 방향으로 순한 우표가 붙어 있었다
숨소리가 행간을 바꾸어도
정갈한 여백은 맑아서 읽어낼 수 없었다
문장의 쉼표마다 소나기가 쏟아졌다]

한자 한자 꾹꾹 눌러 쓴 손글씨에 적혀진 한 편의 시 처럼 읽었습니다

이렇게 좋은시를 남긴 시인이 세상을 떠났다니 너무나도 슬프네요 ㅜ.ㅜ

주말 희선님이 올려주신 시들 천천히 읽으며,,,

주말 햇살 가득하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ㅅ^

희선 2021-10-24 00:30   좋아요 1 | URL
지난해 여름이었다고 합니다 시집 한권이라도 남아서 다행일지, 시인을 아는 사람은 더 슬프겠습니다 오래 살고 시를 더 많이 썼다면 좋았을 텐데... 시를 다 알기 어렵지만 느낌이 좋네요


희선
 
지금부터의 내일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93
하라 료 지음, 문승준 옮김 / 비채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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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보면 아무것도 안 쓸 수 없어서 쓰기는 하는데 이 책 《지금부터의 내일》은 무슨 말을 써야 할지 모르겠다. 그저 이런 사람도 있구나 해야 할지, 무언가 배워야 할지. 배워야 할 걸 놓쳤을지도 모르겠다. 와타나베 탐정사무소에는 와타나베는 없고 사와자키 한사람밖에 없다. 지금 보니 사와자키라는 이름만 있구나. 이건 성이겠지. 예전에 본 이야기에도 사와자키라고만 나왔을까. 그 책 본 지 오래돼서 생각나지 않는다. 생각나지 않지만 첫번째부터 와타나베는 없었을 것 같다. 이번 이야기에서 사와자키는 탐정사무소를 옮겨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마지막에 사무소를 옮겼다. 새로운 곳으로 옮기니 탐정사무소 이름 바꿔도 되지 않을까 했는데 사무소 이름은 여전히 와타나베 탐정사무소다. 이게 뜻하는 건 뭘까. 시간이 흘러 세상이 바뀌어도 바뀌지 않는 것도 있기를 바라는 걸까.

 

 탐정사무소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신사 같은 사람이 와타나베 탐정사무소를 찾아와서는, 사와자키한테 아카사카 요정 나리히라 여주인 히라오카 시즈코 신변을 조사해 달라고 한다. 모치즈키 고이치라는 이름으로. 사와자키는 그 뒤로 모치즈키 고이치를 다시는 만나지 못하게 된다. 사와자키는 요정 나리히라 여주인이 죽었다는 걸 알고 모치즈키한테 연락하려고 했는데 잘 되지 않았다. 사와자키는 모치즈키를 바로 만나려고 모치즈키가 일하는 밀레니엄 파이낸스에 찾아갔다가 강도사건에 휘말린다. 그런 일이 일어나면 탐정이 강도사건을 벌인 범인을 알아낼 것도 같은데 사와자키는 그런 일은 하지 않는다. 그런 걸 하려고 해도 경찰이 가만히 두지 않겠다. 밀레니엄 파이낸스 강도사건이 일어나서 온 경찰은 사와자키와 아는 사람이었다. 안다고 해도 사이는 좋지 않았다. 경찰은 사와자키와 강도사건이 상관 있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했다. 사와자키가 만나려고 한 그곳 지점장 모치즈키 고이치가 어디 있는지 알 수 없게 됐다. 모치즈키는 살아 있을지.

 

 이야기를 볼 때는 조금 복잡한 느낌이 들었는데 그렇게 복잡한 건 아닐지도 모르겠다. 폭력 조직 두 곳이 모치즈키한테 비자금을 맡겨두고 누군가 강도사건을 일으켰다. 누가 조직 돈에 손을 대서 그걸 숨기려한 걸지도. 이걸 말하면 안 되는 건가. 사와자키한테 일을 의뢰한 모치즈키와 밀레니엄 파이낸스 모치즈키는 다른 사람이었다. 사와자키가 강도사건 때 만난 가이즈 가즈키는 우연히 만난 게 아니었다. 가이즈는 괜찮게 보이기도 했는데, 알고 싶은 게 있어서 가이즈는 사와자키한테 다가온 거였다. 두 사람이 찾는 사람은 같은 사람이었다고 할까. 밀레니엄 파이낸스 지점장 모치즈키를 잘 몰랐지만, 모치즈키가 폭력조직한테 죽임 당하지 않았을까 걱정했는데 죽지 않았다. 그렇게 괜찮은 사람은 아니지만 죽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앞에서 무슨 말인지 모를 말을 한 것 같다. 사람은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바뀔 수 있다일까. 아니 진짜 모치즈키와 가짜 모치즈키에서 만나는 게 좀 나은 사람은 가짜 모치즈키인 것 같다. 가이즈 가즈키는 그걸 사와자키를 만나고 알게 됐다. 진짜 모치즈키가 가이즈한테 도움을 주기는 했지만, 그건 자신한테 이익이 있어서였다. 아니 가이즈는 모치즈키 다른 모습은 몰랐다. 가이즈가 사와자키를 만나지 않았다면 영영 몰랐을까. 이렇게 말하니 가이즈가 만나야 할 사람은 가짜 모치즈키가 아니고 탐정 사와자키인가. 어쨌든 가이즈는 사와자키를 만나고 사귀는 사람한테 자신이 하는 일을 솔직하게 말했다. 가이즈가 안 좋은 일을 해서 말하지 않은 건 아니다. 그 반대다. 돈 잘 버는 일을 했지만 예전에 사귄 사람은 돈 때문인지 다 달라졌단다. 지금 여자친구는 괜찮지만 다른 사람처럼 바뀌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었다. 그래도 사와자키는 가이즈한테 솔직하게 말하라고 했다.

 

 사와자키 이야기는 또 나올까. 예전에는 뭔가 좀 쓴 것 같은데, 이번에는 이상한 말만 한 것 같다. 사와자키가 사무소를 옮기고 조금 큰 지진이 일어났다. 사무소를 옮기지 않았다면 큰일날 뻔했다. 사와자키한테 좋은 일은 이건가. 그러고 보니 사와자키가 나중에 알아 본 일은 부모 몰래 자식이 하거나, 자식 몰래 부모가 한 거였다. 부모와 자식이라니. 이것도 생각난다. 진짜 모치즈키는 자기 딸을 연줄을 써서 일자리를 구해주고 가짜 모치즈키는 일하는 곳에서 의붓아들과 자신의 사이를 밝히지 않았다. 이 일을 보니 가짜 모치즈키가 좀 더 낫지 않나 싶다. 생각해 볼 건 이 정도다. 죽은 나리히라 여주인이 멋진 사람이라는 것도 있구나.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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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1-10-21 18: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하라 료는 제목은 많이 들었지만 아직 읽어보지 못한 책이 많아서 그런지 하드보일드만 생각납니다.
잘읽었습니다. 희선님, 좋은 저녁시간 되세요.^^

희선 2021-10-22 00:58   좋아요 3 | URL
이 작가 잘 모르지만, 소설을 그렇게 많이 안 쓰더군요 일본에도 책이 별로 안 나오고 이 책도 꽤 오랜만에 나왔을 거예요 하드 보일드 맞아요

이번주도 거의 다 갔네요 오늘만 가면 주말이라니... 서니데이 님 오늘도 춥지 않게 지내세요


희선

scott 2021-10-22 00: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하라료! 이 책이 번역 되었군요
이분 책 출간 시간이 넘 길어서 ㅎㅎ

전 ‘내가 죽인 소녀‘를 가장 재밌게 읽었습니다 ^ㅅ^

희선 2021-10-22 01:06   좋아요 1 | URL
그 책 읽었는데, 잘 생각나지 않습니다 쓰기도 했는데 별로 잘 쓰지 못했습니다 이것도 별로 못 썼네요 쓴 거 보면 조금 생각날지... 찾아보니 2010년에 읽었군요 그때 책 읽고 쓰기 시작해서 무척 못 썼습니다 열해 넘게 흐른 지금도 별로 못 쓰는... 하라 료 소설은 그게 처음이었어요


희선

그레이스 2021-10-22 00: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못들어본 작가
아무래도 제가 일본 작가는 ...ㅠ

희선 2021-10-22 01:08   좋아요 1 | URL
이 작가 책은 몇 권 보기는 했는데, 이름 외웠는지 잘 모르겠어요 책이 아주 조금 나와서... 일본에는 책을 자주 내는 사람도 있지만, 이 작가처럼 어쩌다 한번 쓰는 사람도 있어요 한국도 다르지 않겠습니다


희선
 
모두 너와 이야기하고 싶어 해 오늘의 젊은 작가 27
은모든 지음 / 민음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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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을 쓰는 건 다른 사람 말을 들어주는 게 아니고, 자신이 말하는 거겠지. 난 말을 아주 못해. 말 안 해도 살기는 하지만. 글말은 많이 하는 것 같아. 아니 그것도 그렇게 잘하지 못해. 말보다 조금 나을 뿐이야. 말도 잘 알아듣기 어렵기도 한데, 글은 더하지 않을까 싶어. 그래도 천천히 보면 다는 아니어도 조금은 알아듣기도 해. 그렇지. 이건 내 생각일 뿐일까. 왜 이런 말을 했느냐고. 이 책 《모두 너와 이야기하고 싶어 해》를 봐서지. 은모든 작가 이름은 들어본 적 있지만, 소설은 이게 처음이야. 은모든은 진짜 이름일까. 별걸 다 알고 싶어하는군. 이 책을 다 보고 문득 은모든은 진짜 이름일까 하는 생각을 잠시 했어.

 

 누군가 자신한테 뭔가 말하면 어떤 기분일까. 처음에는 왜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한테 자기 이야기를 할까 하다가, 딱히 할 말이 없으니 듣기만 할 것 같아. 경진은 사흘 쉬기로 하고 과외를 하고 집으로 돌아와. 얼마 뒤 과외를 마친 해미 엄마한테서 전화가 와. 해미가 집에 없다고. 해미 엄마는 과외할 때 뭔가 이상한 일 없었느냐고 말해. 경진은 과외했을 때를 떠올리고 마음에 걸리는 게 있었지만 별일 없었다고 해. 경진은 해미가 자신한테 뭔가 말하고 싶어했는데, 그때는 생각하고 싶지 않아서 자세하게 묻지 않았어. 그 뒤로 잘 모르는 사람이 경진한테 자기 이야기를 해. 곧 경진이 쉬어서 그런지 경진은 다른 사람이 하는 말을 잘 들어줘. 그런 신기한 일이 일어나다니. 재미있는 일일 듯해. 난 다른 사람 이야기 듣는 거 좋아해. 그래서 소설, 이야기를 좋아하잖아.

 

 앞에서 글이라 했는데, 책을 본 다음에 쓰는 건 감상이군. 경진이 다른 사람 말을 아주 안 들은 건 아니지만, 본래는 잘 들어주지는 않았나 봐. 해미가 말하고 싶어하는 걸 들어주지 못해서 조금 달라졌을까. 경진은 쉬는 동안 해미한테서 연락이 오길 기다려. 그 사이 경진은 친구를 만나고 친구가 결혼문제를 말하는 걸 들어주고, 우연히 길에서 만난 사람 이야기를 듣기도 해. 그러다 엄마를 떠올리고 예전에 엄마한테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생각하고 고향에 가. 고향집에서 만난 엄마는 예전과 달라졌어. 지금까지 여유가 없었는데, 이젠 다른 사람과 어딘가에 가고 산책을 하고 커피도 맛좋은 걸 마셨어. 엄마가 그렇게 바뀐 모습 보는 건 좋을 듯해. 사람은 한번밖에 못 사는데, 아등바등 산다고 뭐가 좋겠어.

 

 고향에 갈 때 그리고 고향에서도 경진은 다른 사람이 하는 말을 들어. 사람은 힘들거나 괴로운 일이 있으면 누군가한테 말하고 싶기도 하겠지. 지금 괴롭지 않다고 해도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 하고 싶을지도. 난 그런 거 별로 안 하고 싶지만. 난 그저 우울하다고만 하는군. 자세한 건 말할 수 없어서 그래. 경진은 고등학교 동창 웅이도 만나. 웅이는 경진이 싫다는데 자꾸 낮술을 마시자고 해서 왜 그러나 했어. 그건 좀 싫을 것 같더라고. 내가 술을 싫어해서 그런 거겠군. 웅이도 경진한테 자기 이야기를 해. 누나 아이 쌍둥이를 돌봐서 어른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더군. 조카가 예쁘다 해도 가끔 벗어나고 싶을 때도 있겠지. 그건 부모가 느끼는 것일 텐데. 하루쯤 친구를 만나고 스스럼없이 얘기해서 웅이 마음이 괜찮았겠지. 그런 건 한번이나 두번이면 괜찮아도 자주 그러면 말 듣기 싫을 것 같아. 웅이가 여자친구한테 자주 불평을 늘어놓았더군. 그것 때문에 헤어졌대. 상대가 말 잘 들어준다고 늘 불평을 늘어놓으면 안 된다고 말하고 싶어서 한 말이야.

 

 살다 보면 누군가 자신한테 이런저런 이야기 하는 날도 올까. 꼭 그런 건 아니겠군. 경진은 여러 사람 말을 듣고 다들 사는 게 쉽지 않구나 생각했을 것 같아. 슬픈 이야기를 한 사람도 있어. 그 이야기 보니 나도 슬펐어. 다행하게도 해미는 집에 돌아왔어. 이제 경진은 해미 이야기를 들어주려고 해. 자주는 어려워도 다른 사람 이야기 그저 들어주기만 해도 괜찮을 거야. 말하는 사람은 무언가 답을 바라지 않고, 그저 말하고 싶은 걸 거야. 난 무슨 말 들으면 뭔가 말해야 할 텐데 하는 생각을 해. 이게 문제군. 그래서 나한테 말하는 사람은 거의 없는가 봐. 그냥 난 소설, 이야기 볼래. 그것도 이야기 듣는 거잖아.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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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10-18 00: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읽은 책~!! 희선님 말대로 소설을 읽는것도 이야기를 듣는것과 같은 거겠죠? 저는 사람들이 저에게 이야기를 많이 하는 편이에요. 제가 듣는걸 좋아해서 그런건지 ㅎㅎ

희선 2021-10-18 01:40   좋아요 1 | URL
새파랑 님한테는 다른 사람이 이야기 잘 하는군요 저는 만나는 사람이 없어서... 저는 말보다 글로 쓰는 게 좋은데, 그것도 좋아해야 하죠 어떤 건 쓰기보다 말하는 게 편하겠지요 말은 하면 사라지기도 하니... 그게 아주 사라지는 건 아니지만...


희선

서니데이 2021-10-19 19: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은모든 작가는 처음 듣는 이름이예요.
민음사의 젊은 작가라고 하니, 앞으로 조금 더 많이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잘 읽었습니다. 희선님, 좋은 저녁시간되세요.^^

희선 2021-10-20 01:22   좋아요 1 | URL
저는 이름은 알았는데 책은 이게 처음이네요 찾아보니 단편도 있고 경장편이랄까 그런 것도 있군요 민음사에서 이렇게 책이 나왔으니 앞으로 더 자주 보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름이 별나서 한번 보면 잊어버리지 않을지도...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