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라와 태양
가즈오 이시구로 지음, 홍한별 옮김 / 민음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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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소설 《클라라와 태양》에 나오는 에이에프(Artificial Friend 아티피셜 프렌드)는 지금 세상에 없지만, 우리 생활에 인공 지능은 많이 쓰인다. 사람과 바로 이야기하지는 못해도 사람이 뭔가 말하면 그걸 듣는 게 있는 듯하다. 난 그런 건 없지만. 언젠가는 정말 에이에프가 나올지도 모르겠다. 그건 전자제품이라고 하기는 어렵겠지. 에이에프는 따로 전기로 충전하지 않고 햇빛을 받으면 되는구나. 갑자기 컴퓨터는 전자제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 사람과 같은 모습을 한 컴퓨터가 나오는 만화 봤다. 그 만화 제목은 <쵸비츠>다. 컴퓨터는 거의 네모나게 생겼는데, 거기 나오는 컴퓨터는 사람 모습이라니. 보통 컴퓨터도 있다. 컴퓨터는 거의 여성 모습이었던 것 같고 사람과 같은 크기도 있고 휴대전화기 만한 것도 있었다. 여성 모습이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조금 짐작할지도. 컴퓨터와 사랑에 빠지는 사람도 있고, 결혼한 사람은 자기 부인보다 컴퓨터와 더 잘 지내기도 했다. 그런 사람이 많았던 건 아닐지도. 컴퓨터라고 마음이 없을까. 거기에서는 자기 마음을 알아가는 컴퓨터가 나온다. 그 컴퓨터는 좀 특별한 거기는 했다.

 

 여기에서 인공 지능 로봇(에이에프)을 팔기도 하니 소설은 지금 시대보다 앞날이겠지. 이야기는 거의 클라라 시점이다. 난 클라라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 나왔다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인형이 생각나기도 했지만, 인형보다는 크고 어른보다는 작은 것 같았다. 클라라는 옷을 입었을까 안 입었을까. 이런 것도 알고 싶어하다니. 조시는 클라라를 봤을 때 클라라를 프랑스 사람 같다고 했다. 에이에프는 설정이 다 된 건 아니다. 클라라와 같은 에이에프는 배우고 익힌다. 그렇다 해도 사람보다 배우는 속도는 빠르겠지. 에이에프는 똑같지 않다. 처음에 나온 것과 새로 나온 것은 기능이 다를지 몰라도. 성격이 다 다르다니 신기하다. 클라라는 세상, 가게 바깥 세상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사람 마음을 잘 알려고 했다. 조시는 그걸 알아보고 클라라가 마음에 들었겠지. 조시는 바로 클라라를 집에 데리고 가지는 못하고 나중에 다시 오겠다고 약속한다. 그렇게 에이에프한테 약속을 하는 아이가 있는가 보다. 다시 조시가 오기 전에 다른 아이가 클라라를 마음에 들어했다. 그때 클라라는 웃지 않았다. 매니저는 클라라 마음을 알고 그 아이한테 다른 에이에프를 소개해준다. 다행하게도 조시는 약속을 지킨다.

 

 조시는 건강이 좋지 않았다. 무슨 병인지 나오지 않았는데, 말하는 걸 들어보니 유전자 조작 때문인 것도 같다. ‘향상된 아이’라는 말이 나왔는데, 조시 언니인 샐도 그랬고 병이 들어 죽었나 보다. 향상된 아이는 왜 튼튼하지 않을까. 더 튼튼해야 하는 거 아닌가. 그저 머리만 좋게 만들었을까. 이런 일은 자세하게 나오지 않아서 모르겠다. 그런 아이는 그런 아이하고만 지내야 할까. 어쩌면 에이에프는 향상된 아이한테 어울리는 친구일지도 모르겠다. 향상된 아이가 다 조시처럼 아픈 건 아닌 듯하지만, 어릴 때는 조금 다르게 지내서 친구가 없는 거 아닐까 싶다. 조시 옆집에 사는 친구 릭은 향상된 아이가 아니다 했다. 조시 집에 아이들이 모인 자리에 릭이 있었더니, 어떤 아이 엄마가 릭은 거기 있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대학에도 향상된 아이가 더 많이 갔다.

 

 책을 볼 때는 생각하지 못한 걸 쓰면서 생각했구나. 조시가 자주 아프고 첫째인 샐이 죽어서 조시 엄마는 조시도 죽을지도 모른다 여겼다. 조시 엄마는 조시가 죽으면 클라라를 조시가 되게 하려고 계획하기도 했다. 아직 조시는 살아 있는데 벌써 그런 생각을 하다니. 아무리 클라라가 조시처럼 말하고 행동한다고 해도 그건 조시가 아니다. 그걸 알아도 조시 엄마는 조시가 떠날 걸 준비하지 않을 수 없었겠지. 클라라는 해가 자신한테 자양분을 주고 거지 아저씨와 개한테 자양분을 주어 살아나게 한 것처럼, 해가 조시한테도 자양분을 주고 조시를 건강하게 만들어주기를 바랐다(거지 아저씨와 개는 죽었다 살아난 건 아닐 테지만, 클라라는 해 때문에 살았다고 여겼다). 클라라는 자신이 해한테 빌면 그렇게 해주리라 믿었다. 이런 부분은 어린아이 같지 않나. 그래도 난 클라라 마음이 해한테 닿기를 빌었다. 사람도 자신이 무언가를 하면 자신이 바라는 게 이뤄질지도 모른다 여기기도 한다. 우주는 간절한 바람은 이뤄준다고 하지 않나.

 

 엄마 아빠 그리고 친구인 릭도 조시를 생각했겠지만, 클라라가 더 많이 조시를 생각한 듯하다. 클라라는 자신한테 중요한 것도 썼다. 클라라가 무언가를 바라지는 않았지만, 나중을 보니 좀 아쉬웠다. 아니 에이에프 운명은 슬프다. 그것도 정해진 걸까. 그런 게 나오지는 않았지만 어쩐지 그렇게 보인다. 에이에프가 잘 움직이지 못해도 말은 하는데. 집에 에이에프가 친구로 지낼 아이가 없다면 다른 사람이 친구가 되면 안 되는 건가. 에이에프도 죽는다고 말하는 건지. 에이에프는 살던 집을 떠나 죽어야 한다니 슬프구나. 클라라는 자기 처지를 슬퍼하지 않았다. 자신이 가진 걸 주고도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버림받아도 사람을 원망하지 않다니. 그런 마음은 배우지 않게 했을까. 이런 말을 하다니. 클라라가 사람 마음을 잘 알고 공감해도 클라라는 누군가를 싫어하거나 미워하지 않았다. 그건 모든 에이에프가 같을지. 사람은 에이에프를 자기한테 좋게 이용만 하는구나. 에이에프는 사람이 아니다 할지도 모르겠다. 앞으로 인공 지능 로봇을 만든다면 사람과 비슷하게 만들지 않기를 바란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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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1-11-27 12:2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래요
읽을때 생각지 못한것을 쓰면서 깨닫게 되요
쓰기가 필요한 이유!
이타적으로 설계된 AI 슬프기도 하고 두렵기도 해요

희선 2021-11-30 00:03   좋아요 0 | URL
쓰면서 여러 가지 생각하면 좋을 텐데 생각날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네요 여기 나오는 인공 지능 로봇은 자신보다 남을 생각하게 만들었군요 《나를 보내지 마》도 다르지 않은... 진짜 사람은 그런 식으로 만들 듯합니다 사람만 생각하니...


희선

scott 2021-11-27 12:0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영화 <her>에서 인간은 에이아이에게 감정을 품고 공감하고 변화 하고 느끼지만
에이아이의 그녀는 수만개의 알고리즘 중 가장 적확한 답변으로 반응 하는 존재!

인간이 창조한 알고리즘을 장착한 에이아이!

질병과 감염의 시대에 필수 기기가 되고 있습니다

페넬로페 2021-11-27 12:25   좋아요 3 | URL
‘her‘ 영화 넘 좋았고도 충격이었어요.
<사양> 책보다 더 쓸쓸하고 음울한 느낌이었어요~~

희선 2021-11-30 00:05   좋아요 2 | URL
기계라 해도 사람이 하는 말에 대답하면 거기에서 감정을 느끼기도 하겠습니다 사람이 만들어 놓은 대답을 한다 해도, 사람이 그렇지요 정말 기계는 감정 갖지 못할까요 인공지능한테 말을 자꾸 하면 달라지기도 한다는데, 그것도 만들어둔 건지...

지금은 더 기계한테 의지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희선

희선 2021-11-30 00:07   좋아요 2 | URL
페넬로페 님은 영화 her를 쓸쓸하고 음울하게 보셨군요 저는 못 봤지만 그런 일도 있지 않을까 했습니다 전체가 아닌 조금만 보고 그런 생각을 했네요


희선

페넬로페 2021-11-27 12:1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 책 떡하니 책장에 버티고 있는데 아직도 입니다.
내년 저의 독서 계획은 집에 있는 책읽기로 정했어요~~
AI 는 필요악인것 같은 느낌 들어요.
편리하면서도 또 불편함을 많이 주거든요.
어떨땐 아날로그와 수동이 편할수도 있더라고요~~

희선 2021-11-30 00:18   좋아요 1 | URL
페넬로페 님 이 책 있군요 아직 못 만났다 해도 책이 있으니 만나시겠지요 다음해에는 집에 있는 책 보기, 그것도 괜찮지요 거기에 이 책도 들어가면 괜찮겠습니다

인공지능 안 쓴다 생각했는데, 꼭 말하거나 하는 것만 가리키는 건 아니군요 컴퓨터도 아주 다르지 않네요 기계 인공지능은 편하지만 고장나면 아주 안 좋지요 그게 없어도 괜찮아야 하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을 듯합니다 인터넷이 잘 안 돼도 답답하잖아요 편한 것에 길들여져서 아주 없어도 안 되겠습니다


희선

새파랑 2021-11-27 15:5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희선님의 마지막 문장에 왠지 공감이 가네요 ㅜㅜ 차라리 인간과 안비슷했더라면 그렇게 슬프지는 않았을거 같아요~!

희선 2021-11-30 00:20   좋아요 3 | URL
아직 말도 하는데 그렇게 버리다니... 친구로 지낼 아이가 없으면 버려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이 아니어서 버렸던 건지도... 아니 사람도 버리는군요


희선

서니데이 2021-11-28 01:0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전에 쵸비츠 애니메이션 본 것 같네요. 그림이 꽤 예쁘고, 처음에는 나중에 그런 이야기가 될 줄은 몰랐던 것 같았어요. 이전에 본 애니메이션이라서 다시 보고 싶기도 합니다.
희선님, 주말날씨가 차갑습니다. 감기 조심하시고 좋은 주말 보내세요.^^

희선 2021-11-30 00:23   좋아요 3 | URL
쵸비츠도 작가가 CLAMP예요 거기에 나온 사람이 다른 만화에 나오기도 하더군요 사쿠라와 샤오랑도 다른 세계에 있고... 갑자기 이런 말을 하다니... 거기에서도 자기 마음을 알아가는 거였네요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을 찾고 그 마음을 아는 거...

십일월 마지막 날이에요 오늘만 지나면 2021년 한달 남는군요


희선
 
ゴ-ストハント6 海からくるもの (角川文庫)
小野不由美 / KADOKAWA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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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트 헌트 6   바다에서 오는 것

오노 후유미

 

 

 

 

 

 

 몇달 동안 오노 후유미 소설 《고스트 헌트》를 만났구나. 책이 여러 권이기는 하지만, 이어지면서도 이어지지 않기도 한다. 시리즈라고 하면 될까. 그러면서도 뭔가를 숨겨뒀을지도. 그게 뭔지 잘 모르겠지만. 시부야 사이킥 리서치 소장인 시부야 카즈야, 나르가 어떤 사람인지 같은 거. 어쩌면 이번 6권 앞부분에서 마이와 아야코가 나르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겠다고 한 건 그래설지도. 아는 건 나르가 자존심 세고 자신이 가장 잘났다 한다는 거 정도. 왜 난 나르가 어떤지 별로 알고 싶지 않을까. 난 책속에 나오는 마이나 마사코가 아니어설지도 모르겠다. 나르가 어디 사는지 부모가 어떤지 모르면 어떤가. 별거 아닌 걸 알고 싶어하는 마음이 있어선가. 마이는 그럴지도 모르겠다. 영매사인 마사코도. 아직 여기 나오지 않은 건 말하지 않는 게 좋겠다. 예전에 우연히 알게 된 게 있다. 그건 마지막 권에 나오면 말할까 한다. 앞으로 ‘고스트 헌트’ 한권 남았다. 마지막은 부지런히 보면 좋을 텐데 어떨지.

 

 학교에는 여러 가지 일이 일어난다는 이야기가 있기도 해선지 학교가 무대였던 건 세번이다. 나머지 둘에서 하나는 전쟁 전에 지은 서양집이었고 하나는 산속에 있던 커다란 산장이 무대였다. 바로 앞에 이야기는 좀 무섭기는 했다. 산장 안은 증개축을 해서 미로였고 사람이 사라지고 죽었다. 죽어서도 살려고 산 사람 피를 바라다니. 그런 거 뭔가 상징하는 걸까. 그건 그냥 사람이 가진 집착으로만 생각해도 괜찮겠지. 이야기는 재미있게 봐도 되지 않을까. 그러면서 그런 거 보면 어떻게 쓰나 하는구나. 사람이 왜 죽고 어떻게 살아야 할까 생각하기도 한다. 어떤 책을 보든 그렇다. 그건 책, 이야기를 온전히 즐기지 못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까닭과 결과가 없는 건 없겠지만. 세상에는 그걸 따질 수 없는 일도 있을 거다. 유령, 귀신이 하는 일은 더 그럴 것 같다.

 

 타니야마 마이는 시부야 사이킥 리서치에서 아르바이트 하는 아이다. 이번에 알게 된 거 하나 있다. 나르는 마이가 다디는 학교에서 일을 의뢰해서 거기에서 마이를 만나고 나중에 사무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했다. 그때 나르는 아르바이트 하던 사람이 그만둬서 일손이 모자라다고 했는데, 실제로는 아르바이트 하던 사람은 없었다. 왜 나르는 마이를 사무소에서 아르바이트 하게 했을까. 이건 수수께끼구나. 돈도 그렇게 많이 버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데 마이와 다른 아이는 돈을 꽤 받았다. 그 돈은 어디에서 난 거지. 분명하지 않은 건 이 정도인데. 나르는 일본 지리를 잘 모르는 것 같았다. 이런 건 다음권에서 풀릴지도 모르겠다. 아무도 알고 싶어하지 않을 걸 말한 것 같다. 내가 이걸 쓰면서 읽을 사람을 생각하다니 우습구나.

 

 스님 타키가와 호쇼와 무녀 마츠자키 아야코가 사무소에 놀러왔을 때 일이 들어왔다. 요시미 아키후미는 집안이 저주 받았다고 한다. 조카인 하즈키 목에는 이상한 줄 같은 게 있고 등에는 ‘이 바보 같은 아이는 지옥에 떨어진다’는 말이 적혀 있었다(한자였는데 해석하면 저런 뜻이다 한다). 그런 걸 보면 일을 안 받아들일 수 없겠다. 스님과 무녀는 그곳에 함께 있었으니 당연히 함께 갔다. 요시미 집안은 바다가 닿는 한적한 곳에서 요릿집을 했다. 많은 사람이 쉽게 갈 수 있는 곳은 아니었다. 거기는 아는 손님만 예약 받았다. 그렇게 하고도 먹고 살 수 있을까 싶은데, 요시미 집안 사람은 다 요릿집에서 일했다. 떠난 사람도 있지만. 아키후미는 대학생이어서 쉴 때만 일을 도왔다. 요시미 집안에는 대가 바뀔 때 안 좋은 일이 일어난다는 말이 전해졌고 예전에 식구가 많이 죽었다. 할머니가 어릴 때 초대가 죽었는데 그때 많은 사람이 죽었다. 사고처럼 보이는 일도 있었는데, 식구가 식구를 죽이기도 했다.

 

 얼마전에 요시미 집안 할아버지가 죽었다. 그 뒤에 개와 새가 죽고 하즈키 목에 줄이 생기고 등에는 습진처럼 글자가 나타났다. 할머니는 이번에도 식구가 많이 죽으면 어쩌나 걱정했다. 이런저런 걸 알아봤지만 쉽게 알아내지는 못했다. 나르는 다른 사람한테 씌었던 영혼에 씌이고 만다. 린이 나르를 움직이지 못하게 하고 자게 해두었다. 할아버지가 죽고 몇 사람과 아이는 다른 영혼에 씌었다. 그것도 저주 때문이겠지. 한사람은 식구를 죽이라는 소리가 자꾸 들려서 그런 일을 저지를까봐 스스로 죽으려고 손목을 그었다. 다행하게도 그 사람은 죽지 않았다. 하지만 요시미 집안 다섯 형제에서 둘이 죽었다. 다른 사람이 와 있는데도 안 좋은 일은 일어나다니. 나르는 일하기 어렵고. 마사코와 엑소시스트인 존 브라운도 왔다. 그리고 지난 4권에 나온 야스하라 오사무도 이곳에 왔다. 야스하라는 여러 가지 자료를 찾아서 왔다. 야스하라는 5권에도 나왔구나.

 

 큰 잘못을 저질러서 저주 받은 거면 좀 나을 텐데, 그런 일은 없었다. 아니 옛날에 이곳에 찾아온 순례자나 승려를 죽인 일은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이 땅에 기근이 나타났을 때 사람들은 들고 일어났다. 그때는 주모자가 나타나면 그 사람만 처벌하겠다고 해서 다섯 사람이 목이 베어 죽었다. 그 뒤 재해가 일어나서 신사와 무덤을 만들고 제사를 지냈다. 집 밑에는 동굴이 있고 사당이 있었다. 거기에도 무언가를 모셔두었는데, 그건 바다에서 밀려온 걸로 불상을 닮은 나무 조각이었다. 그걸 에비스라 한단다. 이 땅에는 여러 가지가 섞여 있었다. 지금까지 무녀인 아야코는 그렇게 크게 도움이 안 됐는데 이번에는 큰일을 했다. 영혼을 정화했다. 아야코는 나무 힘을 빌렸나 보다. 도시는 나무가 죽어서 그 힘을 빌리지 못했는데, 여기는 나무가 살아 있었다. 영혼을 정화하자 나르한테 씌었던 영혼도 정화됐다.

 

 이걸로 다 끝나지 않았다. 여기에서 저주를 한 건 에비스였다. 그건 오래전에 사람들이 신으로 모시고 신사를 지었는데, 지금은 거기에 요시미 집안 집이 있었다. 그 신은 자연재해를 막아주기도 하지만, 사람이 자신을 모시지 않으면 벌을 내렸다. 신도 잘 모셔야 할 것 같다. 시간이 많이 지나면 그런 건 잊히기도 한다. 그러니 신을 모시던 사람이 있던 곳에 집을 지었겠지. 나르는 에비스를 제령하자고 한다. 자신은 줄곧 누워 있었던 게 자존심 상하기도 했다. 요시미 아키후미가 잘 모시겠다고 했지만. 그걸 하지 않으면 또 같은 일이 일어날 거다. 모두 함께 동굴로 가고, 스님과 존은 힘이 빠졌다. 나르가 나섰다. 나르는 힘을 쓰면 안 되는데 힘을 쓰고 쓰러졌다. 나르는 초능력이 있고 그게 꽤 큰 힘인가 보다.

 

 앞으로 한권 더 보면 ‘고스트 헌트’ 다 보는구나. 이건 일곱권이어서 다행이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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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25 14: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1-26 01: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21-11-25 17: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노 후유미 책이 재미있긴 한데, 원서 보는 건 시간 많이 걸려서 잘 안되더라구요.
잘읽었습니다. 희선님, 좋은 저녁시간 되세요.^^

희선 2021-11-26 01:57   좋아요 1 | URL
오노 후유미 책 나온다는 말 있었는데 안 나오는군요 제가 모르고 지나쳤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십이국기 단편집 나온다고 했는데... 원서 보려면 시간을 더 들이기는 해야 해요 천천히 봐서 괜찮기도 합니다


희선
 
드립백 코스타리카 엘 베나도 라 로마 - 10g, 5개입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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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피 이름 참 길다, 코스타리카 엘 베나도 라 로마다. 2021년이 오고 알라딘 커피 한달도 빼놓지 않고 먹어보지는 않았다. 이달은 몇번째일까, 나도 잘 모르겠다. 그건 그렇게 중요하지 않구나. 알라딘에서 산 커피 바로 다 마시지는 않는다. 내가 게을러서다. 드립백커피는 마시려면 시간이 걸린다. 그걸 잘 알고 한다기보다 그냥 물을 끓이고 그 물로 원두를 적시고 30초 뜸을 들인 다음 물을 붓는다. 여러 번 물을 부으면 커피가 된다.

 

 드립백은 원두를 볶고 갈고 무게를 재지 않아도 된다. 드립커피는 원두 가루 무게를 잴까. 자주 커피를 내리다 보면 원두 가루를 어느 정도 넣어야 할지 알겠다. 드립백에는 십그램이 들었다. 십그램은 커피를 맛있게 먹을 양일까. 어떤 건 적기도 하던데, 알라딘 커피는 언제나 십그램이다. 별걸 다 생각하는구나. 원두 가루가 많고 적은 것에 따라 맛도 좀 다르지 않을까 싶다. 원두 가루가 적으면 물을 조금 부으면 되겠지만.

 

 

 

 

 

 

 코스타리카 엘 베나도 라 로마도 괜찮다. 알라딘 커피는 늘 괜찮다고 생각하는구나. 커피 잘 모르지만 알라딘 커피는 커피를 잘 몰라도 마시기에 부담스럽지 않다. 자몽의 산미, 체리의 묵직한 단맛 다크 초콜릿의 묵직한 바디감이 좋은 커피란다. 이번에는 조금 진한 느낌이 든다. 난 진하다고 느껴도 연하게 느끼는 사람 있을지도. 물을 잘 조절하면 괜찮을 텐데. 난 많이 부었다. 거의 이백밀리리터다. 드립백 마신 지 얼마 안 됐을 때는 물 덜 부었는데 더 부어도 괜찮을 것 같아서 더 부었더니 괜찮았다. 커피 많이 마시고 싶어서.

 

 지구온난화로 커피가 사라질 수도 있다는 말 들었다. 커피 못 마시게 되면 참 아쉬울 것 같다. 지구가 자꾸 안 좋아지면 커피뿐 아니라 다른 것도 없어지겠다. 커피를 재배할 수 없게 되면 그걸로 사는 사람도 일이 없어지겠구나. 하나가 사라지면 줄줄이 영향을 받는다. 이런 말 하면서 드립백커피를 마시다니. 어쩐지 이것도 지구에 안 좋을 것 같은 느낌. 가끔만 마셔야겠다.

 

 

 

 

 

 가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십일월이라 해야겠구나. 단풍 별로 못 봤는데, 지금은 거의 다 떨어지지 않았을까 싶다. 며칠만 지나면 2021년 한달만 남는구나. 2021년에도 별로 한 게 없다. 다른 해보다 더 못한 것 같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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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11-25 00:1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올해 커피 작화 상태가 좋지 않아 수확량이 전년도에 비해 반으로 뚜욱 ㅜ.ㅜ
원두 값 오르고 지구 온난화로 커피콩도 사라질지도 ㅠ.ㅠ

커피맛과 향을 대체 할 수 있는 것이 없는 것 같습니다!!

희선 2021-11-25 00:18   좋아요 3 | URL
원두 값이 올라서 커피값을 올렸더니 커피가게에 오는 손님이 줄었다는 기사 봤어요 그렇지 않아도 힘들 텐데, 원두 값이 올라서 더 힘들겠습니다 지구가 더 나빠지지 않아야 할 텐데...

정말 커피를 대신할 건 없겠습니다 커피맛 잘 아는 건 아니지만, 다른 차를 마셔볼까 해도 잘 안 돼요


희선

새파랑 2021-11-25 00:2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드립백 포장지가 사진에 있는 단풍느낌이 나네요. 가을 커피인듯 합니다 ㅎㅎ 역시 커피는 남미~!!

희선 2021-11-25 01:19   좋아요 1 | URL
십일월이고 가을이어서 저렇게 했을지도 모르겠네요 저는 커피 하면 늘 아프리카를 먼저 떠올리는군요 남미에서도 커피를 재배하는데...


희선

서니데이 2021-11-25 00: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올해 커피 가격이 많이 올라갈 거라고 해요. 원가가 상승하면 매장의 커피 가격이나 시판 제품도 가격이 올라갈 수 있겠네요. 매달 알라딘 커피를 사긴 하는데, 먹는 것보다 선물하는 게 더 많았던 것 같습니다. 희선님, 사진 잘 봤습니다. 좋은 밤 되세요.^^

희선 2021-11-25 01:21   좋아요 1 | URL
한국 사람은 커피 많이 마시는데 커피값이 오르면 안 좋아하겠습니다 저도 그렇군요 저는 거의 집에서만 마시지만 커피값이 오르면 올랐구나 하네요 서니데이 님이 보낸 커피는 다른 분이 맛있게 드셨겠네요


희선

페넬로페 2021-11-25 00: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물도 잘 마시지 않고 커피만 마시거든요~~
요즘은 드립으로 해서 마시는데 저의 기술이 좋지 않아 커피맛이 그저 그래서 아쉬워요^^
드립백은 물만 부어면 되니 간편할 것 같아요**

희선 2021-11-26 01:33   좋아요 1 | URL
저하고 비슷하시네요 저도 물을 마셔야지 하면서도 커피를 마십니다 물이 더 낫겠지만, 그것도 잘 안 됩니다 드립커피는 원두가루와 물을 잘 조절하면 괜찮을 텐데, 그건 자꾸 하다보면 페넬로페 님 입맛에 맛는 양을 찾겠지요 드립백은 원두가루가 늘 같아서 물만 잘 부으면 돼요 예전에 드립커피를 마셔볼까 하고 드리퍼를 찾아보기도 했는데 그러다 말았습니다


희선

페크pek0501 2021-11-25 14: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커피 종류, 술 종류. 너무 어려워요. ^^

희선 2021-11-26 01:33   좋아요 0 | URL
저도 커피 이름 잘 몰라요 이름이 쓰여 있어서 아네요 여러 번 마셔보면 기억할지...


희선
 
혼잣말 - 한지민 그리고 쓰다 누군가의 첫 책 2
한지민 지음 / KONG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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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야기가 있는 그림책은 아니예요. 그림집이라 하면 될까요. 그림뿐 아니라 글도 조금 있어요. 여기 담긴 그림을 그린 작가 이야기예요. 책 제목이 《혼잣말》인데 그림도 혼잣말 같은 느낌이 듭니다. 그림만 담기지 않아 다행일지도 모르겠네요. 그림만 있었다면 제가 무슨 말을 할 수 있겠어요. 글이 있다 해도 할 말이 많은 건 아니예요. 여기까지 쓴 걸 보니 비슷한 말을 여러 번 한 것 같네요. 이렇게 쓰기까지도 시간 조금 걸렸어요. 책을 다 보고 무슨 말 쓰지 하고 가만히 앉아 있었어요. 조금 졸리기도 해서 눈 감기도 했어요. 그렇게 있다 뭔가 떠올린 건 아니예요. 아무것도 안 하다가 시작하면 어떻게든 끝나겠지 하고 썼습니다.

 

 그림 그리는 사람은 자기 그림집이 나오기를 바랄 것 같습니다. 그런 거 한번도 본 적 없지만. 그림만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은데 그림만 담겨 있으면 아무것도 못 쓸 듯합니다. 저는 지금까지 책에 담긴 그림을 봤습니다. 사실 저는 그것만으로도 좋아요. 그림 보기 좋아하는 사람은 그 그림이 있는 곳에 가서 보고 싶어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림 보기 좋아하는 사람뿐 아니라 그림 그리는 사람도. 여기에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쓴 한지민도 그럴 것 같네요. 여기에는 미술관이라는 그림도 있어요. 그림 그리는 사람이 미술관에서 그림 보기 좋아하겠다는 건 그냥 떠올린 건데, 누구나 생각할 수 있을까요. 한지민은 미술관에 가면 그리고 싶은 걸 만나기도 한답니다. 저는 어디에 가면 쓸거리를 만날지. 어디에 가기보다 제 방에서 떠올리는 게 더 좋기는 해요.

 

 앞에서 작가 한지민은 어린시절 이야기를 해요. 한때 외갓집에서 외할머니와 살았나 봐요. 무슨 사정으로 그랬을지. 부모가 다 일해서 한지민을 돌봐줄 사람이 없어서 그랬을까요. 한지민은 첫째딸이고 동생이 넷이고 막내가 남동생인가 봐요. 할아버지는 한지민 어머니가 아들을 낳지 못했다고 밥도 상 위에 올려두지 못하게 했답니다. 그건 대체 언제 얘길까요. 지금은 그런 일 없겠지요. 딸을 넷이나 낳은 건 아들을 낳으려고였나 봅니다. 그게 아니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예전에는 그런 사람 많았다고 들었습니다. 지금은 아들 딸 구별하지 않겠지요. 아니 그런 일 아주 없지 않을지도.

 

 어떤 예술이든 그것만 하고 먹고살기 힘들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름이 아주 잘 알려진 몇 사람을 빼고는. 그림은 더 힘들겠지요. 한지민은 그림 하고 싶었는데 부모님이 반대해서 대학에서는 그림 공부 못했습니다. 그래도 한지민은 그림을 그만두지 않고 대학원에 들어갔나 봅니다. 어머니가 학비를 내주기도 했어요. 아버지는 차 사고로 세상을 떠났는데, 어머니는 아버지가 한지민이 그림 못하게 해서 미안하게 생각했다고 하고 돈을 줬어요. 아버지가 살아 있었다면 학비 내줬을 거다면서. 한지민은 아버지와 그림 문제로 사이가 멀어진 적도 있지만, 친하게 지낸 적도 있는 것 같아요.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셔서 한지민은 그걸 아쉽게 여겼어요. 아쉬움보다 슬픔이겠습니다. 이건 누구나 그러겠습니다. 사람 일은 모르니 그때그때 마음을 쓰면 좋을 텐데.

 

 책 제목은 ‘혼잣말’인데 ‘한사람’이라 해도 괜찮을 듯합니다. 아니면 ‘뒷모습’. 한사람이 아닌 두 사람을 그린 그림도 있군요. 그건 겨우 한점이에요. 뒷모습도 많아요. 뒷모습은 조금 쓸쓸해 보이기도 합니다. 누구든. 혼자가 아니고 누군가 함께 있다면 뒷모습도 덜 쓸쓸해 보일까요.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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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1-11-19 09: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자기가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고 사는 삶은 쓸쓸함보다 행복함이 더 많지 않을까요? 이 책 쓰신 한지민이란 작가도 그럴듯해요. 방에 홀로 앉아 글을 쓰시는 희선님도 같이 떠올라서 미소짓게 하는 리뷰네요. ^^

희선 2021-11-23 00:22   좋아요 0 | URL
부모님이 반대했지만 나중에라도 그림을 공부했네요 그걸 좋아하니 했겠습니다 이렇게 책으로 내기도 했네요 책 만드는 강의를 듣고, 마지막이 이렇게 책을 내는 거였다고 합니다 이 책을 만든 출판사 대표가 그런 강의를 하더군요


희선

서니데이 2021-11-21 21: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작가 이름이 한지민이라서 처음에는 배우가 저자가 아닐까 생각했는데, 동명의 다른 분인것 같네요.
예술가로 성공하기 전에는 경제적인 문제가 있는데, 그게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잘읽었습니다. 희선님, 좋은 주말 보내세요.^^

희선 2021-11-23 00:24   좋아요 1 | URL
어떤 일이든 아주 잘되는 사람은 많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저마다 자신이 하고 싶은대로 하지 않나 싶어요 뭐든 잘하는 사람은 아주 많으니... 저도 글 잘 쓰는 사람 아주 많은데 하면서도 유치한 글 씁니다

어제부터 춥네요 서니데이 님 감기 조심하세요


희선

2021-11-22 12: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1-23 00: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scott 2021-11-23 12: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이그림책 독특하네요
뒷모습과 옆 모습을 포착한 그림
희선님 말씀처럼 혼잣말 하듯

자본주의 사회에서 창작은 결국 누군가 소유 하지 않으면 창작자들은 생활고에 시달리는 것 같습니다
작가님이 예술의 끈을 놓지 않고 이렇게 계속 그림을 그렸으면 좋겠네요

희선 2021-11-24 23:56   좋아요 1 | URL
잘 쓰지는 못해도 이렇게 써서 이 책을 조금 알렸네요 정말 그렇다면 좋을 텐데... 자신이 그린 그림을 이렇게 책으로 내서 좋았을 것 같습니다

다른 것보다 그림은 팔아야 하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림을 사는 사람이 아주 없지 않겠지만, 그림을 다른 걸로 생각하게 된 것 같기도 해서 아쉽습니다 그건 어쩔 수 없나 싶기도 하네요


희선
 
유리고코로
누마타 마호카루 지음, 민경욱 옮김 / ㈜소미미디어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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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안에 안 좋은 일이 이어서 일어나면 이상할 것 같다. 안 좋은 일은 그렇게 잇달아 일어나기는 하지만, 그건 그저 우연일 뿐이겠지. 료스케는 함께 일하고 사귀는 지에를 어머니 아버지와 동생한테 소개했다. 그때는 괜찮았지만, 얼마 뒤 지에가 사라졌다. 아버지가 췌장암 말기 진단을 받았는데, 아버지보다 먼저 어머니가 차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아버지는 치료를 받지 않기로 했다. 아버지가 요양원에 있는 외할머니를 만나러 간 날 료스케는 집에 온다. 그날 료스케는 아버지 서재 옷장문이 조금 열린 걸 보고 그 안을 본다. 아버지가 옷장문을 제대로 닫지 않다니. 그런 일이 없었다면 이 소설도 없었겠구나. 옷장 안에는 상자가 있었다. 아버지 몰래 그런 걸 보는 건 좀 그랬지만 료스케는 상자를 열어본다. 거기에는 오래된 여성 핸드백이 있었다. 그 안에는 종이와 머리카락이 있었다. 종이에는 미사코라 쓰여 있었다. 어머니 이름이 미사코지만 료스케는 다른 사람을 떠올렸다. 료스케는 어릴 때 폐렴으로 병원에 오래 있다가 집으로 돌아왔는데, 그때 료스케는 어머니가 바뀌었다고 느꼈다. 그런 기억이 떠오르다니.

 

 상자 밑에는 서류 봉투가 있고 그 안에는 공책이 네 권 있었다. 그런 거 보면 읽어보고 싶을까. 그러고 보니 그건 비밀 상자나 판도라 상자 같기도 하구나. 료스케는 아버지가 돌아오기 전까지 공책 첫번째 것을 읽었다. 거기에는 누군가의 고백 같은 게 쓰여 있었다. 그건 그리 평범한 이야기가 아니었다. 사람을 죽이고 싶은 마음과 사람을 죽인 기록이었다. 자신한테는 유리고코로가 없다는 걸 알았는데, 사람을 죽이면 유리고코로가 생겼다. 하지만 이 유리고코로는 잘못 들은 거였다. 요리도코로라는 말을, 요리도코로는 ‘마음의 안식처’ 같은 거다. 어릴 때는 그런 거 별로 생각하지 않을 것 같은데, 내가 어릴 때 어땠는지 모르겠다. 그 글을 쓴 사람과는 달랐겠지. 그 사람은 감정이 없었다. 그게 혹하고 상관있을까. 그 사람은 어릴 때 머리 뒤에 혹이 있었는데.

 

 공책에 글을 쓴 사람은 누구고 료스케가 어렸을 때 어머니가 바뀐 건 정말일지. 어머니가 바뀌면 다른 사람도 그렇게 여겨야 하는데 아무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어른이 아이 하나 속이기는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일까. 나도 네다섯살 때 일은 거의 생각나지 않는다. 그런 걸 기억하는 사람이 아주 없지 않겠지만. 료스케는 결혼하기로 한 지에가 사라진 일과 공책이 마음 쓰였다. 첫번째 것밖에 못 봐서. 료스케는 동생 요헤이한테 도움을 구하기로 했다. 아버지가 외할머니를 만나러 갈 때 요헤이도 함께 갔다. 료스케는 아버지가 집을 나갔다는 요헤이 전화를 받고 부모님 집에 가서 두번째 공책을 읽었다. 세번째를 읽는데 동생이 연락해서 세번째 것은 가지고 가기로 했다. 다음에 집에 갔을 때는 공책이 보이지 않았다. 아버지가 알아챈 거겠지. 료스케는 아버지가 집에 오기를 기다렸다가 네번째 공책을 보여달라고 한다. 이제와서 숨길 수는 없겠지. 아버지는 순순히 네번째 공책을 료스케한테 건넨다.

 

 난 이 책 처음 봤는데 왜 뒷부분은 한번 본 것 같은지. 내가 책을 보다 넘겨봐설지도. 그때 내가 본 글이 무의식에 남아서 그 부분 볼 때 한번 본 듯한 느낌이 들었나 보다. 책을 보다가 다음이 알고 싶어도 넘겨 보면 안 되는데. 아니 어쩌면 지금까지 본 부분 때문에 다음에 무슨 말이 나올지 알았을지도. 책을 보다가 어렴풋이 깨달은 게 하나 있는데 그건 맞았다. 지금은 사이코패스 소시오패스 같은 말을 하기도 하는데, 여기 나온 사람은 뭘까. 사이코패스라 해도 사람을 죽이지 않게 되기도 할 거다. 예전에 없던 마음이 아이를 낳거나 아이가 생기면 조금 생겨날지도 모르겠다. 누군가를 만나도. 여기 나온 사람은 그러지 않았을까 싶다.

 

 몇해 전에 이 책이 나왔을 때는 못 봤는데, 이번에 다시 나오고 봤구나. 그때는 유리고코로에서 유리가 백합인가 했다. 이번에 책 보면서 요리도코로가 아닌가 했다. 이건 앞에서 말했구나. 여기 나온 사람을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라 말하기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자기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으로 산 어머니 마음은 어땠을지. 가끔 나도 어쩐지 사는 게 덧없다는 마음이 들기도 하는데, 그건 나뿐 아니라 많은 사람이 느끼는 거겠다. 나한테 마음의 안식처가 있는지 없는지 이것도 잘 모르겠다. 그냥 산다는 느낌이 든다. 이런 책을 보면서. 내 마음의 안식처는 책인가 싶기도 하다. 내가 좋아하는 것인가.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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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11-17 07:3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내용이 흥미롭네요 ㅋ 어머니가 바껴있는데 물어보지는 못하겠고 ㅎㅎ 공책에는 어떤 내용이 쓰여있을지 궁금해요~! 이야기를 위해 제대로 닫지않은 옷장이라니 ㅋ
희선님의 요리도코로는 책이 맞습니다~!!

희선 2021-11-19 01:01   좋아요 1 | URL
병원에 조금 있다가 나오니 어머니가 전과 달라지다니, 료스케가 병원에 있을 때 어머니는 한번도 안 왔을 거예요 딱 그때 바뀌다니... 어른은 다 모르는 척하고 아무 말도 안 했어요 자신이 잘못 안 건가 한 듯합니다 살면서는 거의 생각하지 않다가 핸드백을 보고 그걸 떠올렸네요 세상에 책이 있어서 다행입니다


희선

scott 2021-11-17 11:0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주부, 승려, 기업 CEO 까지 한 작가‘누마타 마호카루 ’ 56세에 쓴 작품이 일본에서 돌풍을 일으킬 정도로 대단한 인기를 모았다는 이작가의 작품 희선님이 읽어 보셨군요
전에는 각종 수상작들 신간 나오는데로 읽었는데 요즘은 도통 일본 수상작품을 찾아 읽지 않게 되었네요
일본에 주요 문학상을 수상한 작가들중에 승려 생활을 한 사람들이 꽤 있습니다
그중 가장 유명한 작가는 [렌조 미키히코]

이책 만화로도 출간 될 정도 인데 꼭 읽어봐야 겠습니다.

희선 2021-11-19 01:10   좋아요 0 | URL
여러 가지를 하다가 소설을 쓰다니, 이 책 예전에는 못 보고 이번에야 봤습니다 이런저런 경험을 바탕으로 소설을 쓰는 걸까요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렌조 미키히코 이름은 알지만 책은 못 봤네요 일본에는 승려를 하다 작가가 되는 사람도 많군요 한국은 스님이 글을 쓰시기도 하네요 스님이 이런 소설 쓰면 어떨지... 일본 스님과 한국 스님은 조금 다른 듯합니다 종교가 조금 다른 거겠네요 일본은 신불이라던가

찾아보니 만화로 나왔더군요 이런 게 만화로도 나오다니 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일본 소설은 만화로도 나오는 거 많네요 미스터리도...


희선

서니데이 2021-11-17 17: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책이 이번에 새로 개정판으로 새로 나온 모양이네요. 이전 표지보다 디자인이 더 나은 것 같아요.
이 책 제목 <유리고코로>가 무슨 말인지 몰라서, 소개를 읽어봤는데, 전개가 독특했던 기억이 나요. 동명의 영화가 있어서 책도 찾아봤던 기억이 있고요.
잘 읽었습니다. 희선님, 좋은 저녁시간 되세요.^^

희선 2021-11-19 01:13   좋아요 1 | URL
시간이 흘러서 개정판을 냈나 봅니다 나오면 그런가 보다 하는군요 예전에 못 봐서 이렇게 보기도 했습니다 다른 건 개정판 나오면 예전에 봤는데 하는군요

이거 영화로도 만들었군요 일본은 소설로 영화나 드라마 많이 만들기는 하지요 그런 거 생각하고 글을 쓰는 사람도 있을 것 같습니다 썼더니 영상으로 만들자고 하는 것도 있겠지만...


희선

서니데이 2021-11-18 21: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희선님, 오늘은 날씨가 어제보다 따뜻했습니다.
편안한 하루 보내셨나요.
좋은 밤 되세요.^^

희선 2021-11-19 01:15   좋아요 1 | URL
어제는 수학능력시험 보는 날이었는데 춥지 않았습니다 저는 어제 은행 같은 데 문 늦게 여는 것도 모르고 본래 여는 시간에 갔다가 한참 기다렸습니다 다른 때는 시험 보는 날 쉬던가 했던 것 같기도 합니다 쉬지는 않고 늦게 시작하는군요

이번주 따듯하고 다음주에 춥다고 합니다 서니데이 님 오늘 좋은 하루 보내세요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