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소설 보다 : 여름 2021 ㅣ 소설 보다
서이제.이서수.한정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1년 6월
평점 :
절판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2/0417/pimg_7987151333382918.png)
더운 여름이 다 갔다. 아니 2021년 여름은 짧은 장마에 칠월에 더위가 빨리 찾아오고 팔월초까지 덥다가 팔월 중순쯤 가을 장마가 찾아오고 가을이 빨리 왔다. 2020년 여름엔 비가 많이 와서 무더위가 길지 않았는데, 2021년에는 무더위가 빨리 오고 빨리 갔다. 한국은 그랬지만 다른 나라는 아주아주 더웠다고 하지. 그러면서 비가 많이 오기도 했구나. 지구가 어떻게 되려는 건지. 세상이 그래도 소설을 보는구나. 여름이 다 지나간 다음에 이 책을 펼쳐 보았다. 단편 소설 세 편이 담겼는데, 다른 때보다 길었다. 두편은 좀 길고 한편은 보통 단편소설 길이였다. 얇고 단편소설이 세 편 담겨서 가볍게 보기 좋다고 하기도 하지만, 난 그렇게 못 보는구나. 나도 그러면 좋을 텐데.
첫번째 서이제가 쓴 소설 <#바보상자스타>, 이렇게 쓰다가 바보상자가 뭔지 알았다. 흔히 텔레비전을 바보상자라 하지 않나. 그렇구나. 이 제목은 대체 뭔가 한 내가 바보 같다. 그렇다고 이해가 됐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사람이 달에 간 이야기 소행성이 지구에 부딪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와 아이돌 이야기가 나오고, 지금 주식을 하고 잘 안 된 사람 이야기. 진호 사촌형인 재호가 아이돌이 되고 이름을 바꾸고, 진호는 대학 때 같은 동아리에 있던 사람이 아이돌이 된 사촌형을 좋아한다는 말을 들었다. 그때 진호는 그 사람이 사촌형이다 말할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진호가 좋아하는 사람한테 아이돌인 윤일오가 자기 사촌형이다 말했다면 그 사람은 뭐라 했을까. 그건 끝내 알 수 없겠다. 말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이름이 잘 알려진 사람을 안다고 하기도 좀 그럴 것 같기는 하다. 나도 그런 친척이 있다면 말 안 할 것 같다.
진호는 재호와 사촌이지만 그렇게 친하게 지내지도 않았다. 진호는 어릴 때 노래하기를 좋아하고 가수가 될까 했는데, 그 꿈을 접고 공부를 하기로 했다. 재호가 싱어송라이터가 되겠다고 했을 때는 그러지 않기를 바랐다. 지금 생각하니 진호는 자신은 꿈으로 끝내고 재호는 꿈을 이뤄서 부러워한 것 같기도 하다. 누군가 꿈을 말했을 때 좋다 잘하기를 바란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런 꿈 이루기 어렵지 않을까 하는 사람도 있다. 잘 안 된다 해도 한번 해 보는 것도 괜찮을지, 현실을 바로 보는 게 좋을지. 나도 잘 모르겠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게 있지만 그걸 하지 못하고 하고 싶지 않은 걸 하는 사람이 나오는 <미조의 시대>(서이수)도 지금을 말하는 것 같다. 미조의 시대니 미조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미조가 친하게 지내는 웹툰 어시스트인 수영 언니가 더 생각난다. 수영은 웹툰 작가가 되고 싶지만, 어시스트가 되어서 그리고 싶지 않은 성인 웹툰을 그린다. 자신이 그림을 잘 그려서 그렇다고 말하기도 한다. 미조라고 괜찮지는 않다. 일을 오래 하지 못하고, 새로 일을 구하려고 할 때 집을 비워줘야 했다. 서울에서 오천만원으로는 좋은 집을 얻을 수 없기도 하다. 미조 엄마는 우울증이고, 그래도 날마다 시를 써서 우울증이 조금 나아지지 않았을까 싶다. 미조는 오빠인 충조를 안 좋게 말하기도 하는데, 충조는 좀 낫다고 생각한다. 더 안 좋은 사람도 많으니 말이다. 엄마와 자신과 살면서 때리지 않은 것만도 어딘가. 이런 생각을 하다니.
가장 어두운 소설이 <미조의 시대> 같기도 하지만, 다시 생각하니 그렇게 어둡지만은 않은 것도 같다. 앞으로 살 집을 구해야 할 일이 있지만, 엄마가 아주 많이 아픈 건 아니잖아. 이런 생각을. 우울증이 심한데. 미조는 일을 하려고 하니 일자리도 구할 거다. 원형 탈모증이 있지만 친구 같은 수영 언니도 있지 않나. 어쩐지 다 나보다 괜찮다 생각하는 것 같다. 실제 그렇기도 하다.
한정현 소설은 예전에 한번 본 것 같다. 그때 본 소설에 운동권 이야기가 있었던 것 같은데, 이번에는 5·18 광주민중항쟁이 있다. 그뿐 아니고 더 예전 일도 나오는구나. 소설 제목이 <쿄코와 쿄지>인데, 이건 한사람 이름이다. 이 이름을 보고 두 사람인가 했는데, 한사람 이름이었다. 한자가 달라서 쿄코와 쿄지가 된 거다. 5·18 광주민중항쟁도 있지만 세 여성과 여성이 되려던 사람 이야기기도 하다. 거기에서 쿄코와 쿄지는 뭔가 하겠다. 네 사람 경녀, 혜숙, 미선, 영성은 이름 뒤에 자를 붙이기로 한다. 처음에는 아들 자였는데, 나중에 스스로자(自)를 붙이자고 한다. 스스로의 공동체라는 뜻으로. 쿄코(경자京子)와 쿄지(경자京自)는 한국에서 읽는 한자를 일본말로 읽은 거다.
여럿이 잘 살았다면 좋았을 텐데, 5·18 민중항쟁 때문에 그게 무너지고 말았다. 그런 느낌이 든다. 그 일이 일어나지 않거나 거기에 없었다면 괜찮았을 텐데 싶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잊지는 못하겠지.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