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강 머리 앤이 5년 후 나에게 : Q&A a day (벤티 사이즈) 빨강머리앤 Q&A a day
더모던 편집부 엮음 / 더모던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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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전에 빨강머리 앤으로 일기장이 나온 걸 알았다. 지난달이었던가. 보통 일기장은 아니고 물음에 답을 쓰는 거다. <빨강 머리 앤이 5년 후 나에게 : Q&A a day (벤티 사이즈)>다. 이걸 보게 된 건 다른 데서 나온 걸 보다가였다. 빨강머리 앤으로도 세해 다섯해 일기장 나왔구나 했다(어린왕자도 있다). 아무것도 없이 세해 다섯해 쓰는 거였다면 좋았겠지만, 물음에 답을 안 써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랫동안 일기 쓰기는 했는데, 날마다 쓰지는 않았다. 2021년 2022년에는 별로 못 썼다. 그걸 써도 별거 안 쓰기도 한다. 지금 생각하니 일기장이 아닌 다른 곳에 날마다 조금씩 쓸데없는 걸 썼다. 그게 일기 대신이었구나. 일기장에 안 쓴 건 그거 때문이었나 보다. 그건 그냥 쓰는 거다. 내 마음을 그대로 다 쓰지는 않았다. 나만 봐도 그러다니. 자신만 보는 건 솔직하게 써라 하던데, 그게 안 되네.

 

 

 

 

 

 몇해 전에 일기 잘 써 볼까 했는데, 생각만 하고 말았다. 내가 일기를 잘 쓴 적은 한번도 없는 것 같다. 자주 쓴 적은 있지만. 하루하루가 그리 다르지 않다. 다르지 않은 것도 쓰면 괜찮을까. 예전에 김신지 책 《기록하기로 했습니다》를 보고 세해 다섯해 일기 써 보면 어떨까 했다. 그때 일기장 찾아보니 딱 마음에 드는 게 없었는데, <빨강머리 앤>을 보니 바로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본래는 2022년 마지막 달쯤 살까 했다가 지난달에 샀다. 이번 유월부터 썼다면 참 좋았을 텐데. 칠월부터 쓸지 다음해 2023년 첫날부터 쓸지. 아직도 정하지 못했다.

 

 여러 해 쓰는 일기는 몇줄 안 된다. 몇줄 안 돼서 쓰기 쉬울 것 같지만 그런 게 더 쓰기 어렵다. 그날 좋았던 거나 기억에 남는 일을 써야 할 테니 말이다. 그런 게 한해 두해 세해 그렇게 다섯해 동안 쌓이면 좋을 것 같기는 하다. 일기 쓰고 다시 보는 일 거의 없지만. 이건 해가 지나고 같은 날 일기를 보겠다. 첫해는 아무것도 없겠지만. 아직 쓰지도 않았는데 이런 생각을 하다니. 다섯해 동안 큰일 없으면 좋겠지만 그건 내 마음대로 되지 않겠지. 지금도 별론데. 해가 가기를 기다리기보다 칠월부터 쓸까. 유월과 일월을 같이 쓸까 하는 생각도 했다. 다음은 칠월 이월 이렇게 지나간 달도 다 쓰려고 했는데. 생각뿐이구나.

 

 처음엔 쓸 게 없을 것 같으니 물음에 답을 써도 괜찮겠다. 그걸 해마다 하면 재미없겠지. 같은 물음이라 해도 다른 답을 쓸지도 모르겠지만. 사람이 그렇게 많이 달라질까. 어쩐지 난 늘 같은 대답만 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일기장에 있는 물음에 답을 쓰면 자신을 알지, 그게 다가 아닐지도 모를 텐데. 이건 써 보면 알까. 일기를 써도 그렇게 달라지지 않고 마음도 달라지지 않고, 좋아졌다가 다시 본래대로 돌아갔다 한다. 왜 마음은 그런지 모르겠다. 더 나아지면 좋을 텐데. 그건 내가 그렇게 살지 않은 건가. 그런가 보다.

 

 이 일기장 열해 짜리도 있다. 그건 좀 긴 것 같다. 지금 생각하니 세해가 나았을까 싶기도 하다. 다섯해 짧지 않다. 이걸 샀으니 써야 할 텐데. 시작하면 어떻게든 채우겠지.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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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2-06-17 02: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5년 후 나에게 빨강머리앤 버전이군요.
5년후 나에게 처음 나왔을 때 샀는데, 크기가 너무 작아서 그게 조금 아쉬웠어요.
이번엔 벤티 사이즈라고 하니, 조금 크기가 컸으면 좋겠습니다.
빨강머리앤 좋아하는 분들은 일러스트도 있고, 좋을 것 같네요.
5년이 긴 것 같아도, 금방 가요.
그러니, 좋은 일들 많이 적으세요.
희선님, 좋은 하루 되세요.^^

희선 2022-06-19 00:26   좋아요 2 | URL
다른 건 크기를 보니 작더군요 작아도 괜찮겠지만 일기장처럼 보였으면 해서 좀 큰 걸로 샀습니다 크기가 다른 게 나와서 다행이다 싶어요 자기 마음에 드는 걸로 고르면 되니... 빨강머리 앤 좋아하는 사람 많겠지요 저는 어렸을 때는 잘 모르고 나중에 괜찮다는 걸 알았습니다 빨강머리 앤은 만화 텔레비전 방송으로 여러 번 해줘서... 지금도 할지... 지금 안 한다면 언젠가 또 할 것 같습니다

주말 하루 남았네요 서니데이 님 남은 주말 편안하게 보내세요


희선

파이버 2022-06-17 02: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5년 다이어리를 구입하셨군요~ 말씀대로 10년은 너무 긴 것 같고 5년도 짧지 않은것 같아요 언제 시작하실지 모르지만 좋은 시작되시길 바랍니다

희선 2022-06-19 00:27   좋아요 2 | URL
다섯해도 그렇게 짧지 않지요 세해보다 다섯해가 나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는데... 다섯해 동안 여기에 잘 쓰면 좋을 텐데... 파이버 님 고맙습니다 남은 주말 즐겁게 보내세요


희선

han22598 2022-06-17 06: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일기..쓰는거 저에게 정말 어려운 일 인 것 같아요.
하지만 왠지 일상을 기록하는 일은 좋을 것 같아서 몇번을 시도하긴 하는데,
꾸준히 잘 되지 않아요 ㅠㅠ

희선 2022-06-19 00:30   좋아요 0 | URL
일기 써도 거의 비슷한 것만 써요 2022년에는 얼마 쓰지도 못하고, 남은 날이라도 좀 쓰고 싶은데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가끔 아무것도 아닌 거 쓰고 싶기도 하잖아요 생각만 하고 안 할 때도 있지만... 아무 일도 없는 일상 좋다고 하면서 별일이 없어서 쓸 게 없다 여기기도 하네요


희선

거리의화가 2022-06-17 09: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일기 매년 초 쓴다고 생각하면서도 길어야 한달 가고 마는 것 같습니다. 왠만한 의지 가지고는 되는 일은 아니지요. 한 군데 몰아놓고 써야 하는데 그러질 못하고 이쁜 노트 보이면 거기에 적었다가 또 몇 장 적다 말고 그러기를 반복하는 것 같아요ㅠㅠ
빨간머리앤 워낙 좋아하는 캐릭터라 보기만 해도 미소지어지고 좋네요. 저도 몇 줄이라도 좋으니 매일의 기록을 남기자 해서 일기장을 장만했는데 또 며칠 밀렸네요. 다시 열심히 적어야겠습니다.

희선 2022-06-19 00:35   좋아요 2 | URL
새해가 오면 일기 새 일기장에 일기 쓰고 싶기도 하죠 지금까지 그냥 아무 공책에나 쓰고 싶을 때 썼습니다 오래전에는 날짜 있는 일기장 쓰기도 했는데, 여기 알라딘에서 받은 일기장에 써야지 하면서도 그러지 못했습니다 이번에는 잘 안 됐으니 다음해엔... 아직 2022년 반 넘게 남았는데 이런 생각을 하네요

이건 다섯해 동안 쓰는 거여서 몇줄 안 쓰면 끝납니다 이것도 날마다 하기 어려울지도 모르겠네요 하려고 하면 못할 거 없기도 하겠지요 거리의화가 님도 앤 좋아하시는군요 앤 싫어하는 사람 별로 없겠습니다 일기라고 꼭 날마다 쓰지 않아도 괜찮겠지요 거리의화가 님 앞으로 일기장에 조금이라도 뭔가 남기기를 바랍니다


희선

프레이야 2022-06-17 09: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5년 일기장 좋으네요. 빨간머리 앤이라 기분 더 밝아질 것 같아요. 전 아주아주 오래전 일기장을 가지고 있어요. 그때 이후 노트에 쓰는 일기는 하지 않았는데 그 일기를 보면 잊고 있었던 기억도 되살아나고 비교적 젊은날의 엄마와 아빠도 등장하고 그때의 고민과 갈등과 사랑도 드러나 새삼 나를 다시 보게 되어요. 글씨도 남아있고요. 희선 님 이쁜 글씨로 또박또박 일기 써내려가면 참 좋겠다 싶어요. 응원합니다. 가끔은 여기 올려 주시고요.

희선 2022-06-19 00:41   좋아요 2 | URL
앤 그림이 담겨서 여기에 날마다 짧게라도 뭔가 쓰면 앤을 만나겠습니다 오래전 일기장 앞으로도 잘 가지고 있으면 좋겠네요 시간이 더 지나고 봐도 괜찮잖아요 저는 일기 쓰고 나중에 잘 안 보지만, 어쩌다 넘겨보기도 하는데 쓰는 게 거의 똑같아요 그날 있었던 일을 잘 쓰지도 않고 그저 이런저런 생각만 적어요 프레이야 님 일기장엔 어머님 아버님 식구 이야기도 있군요 그거 보면 그때 일이 떠오르겠습니다 일기는 흘려 쓰기는 하는데 여기엔 잘 쓰고 싶기도 하네요 시작해야 할 텐데... 프레이야 님 고맙습니다 남은 주말 편안하게 보내세요


희선

바람돌이 2022-06-17 15: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이 책 예쁘네요. 막 일기가 쓰고 싶어 질거 같다는....
물론 저는 아닙니다만.... 제게 저 앤이 온다면 앞의 몇장 쓰다가 글씨가 너무 안예쁘서 책을 망치는구나하고는 그냥 고히 책만 간직할 듯합니다. ㅎㅎ
저는 희선님 매일 페이퍼나 리뷰 쓰시고, 시를 쓰시는거 진짜 대단하다 생각해요.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 여기 알라디너들 사이에서도 얼마 없어요. 훌륭하신거 맞습니다. ^^

희선 2022-06-19 00:46   좋아요 0 | URL
어린왕자 좋아하는 사람은 어린왕자로 사도 괜찮아요 예전에 어린왕자 일기장을 샀다가 작아서 다른 사람한테 준 게 생각나는군요 이건 작은 것도 있고 제가 산 건 조금 커요 글씨가 마음에 안 들어도 날마다 쓰고 시간이 흐르고 빈 칸이 채워진 걸 보는 것도 좋아요 그런 거 좋아한다니... 아무것도 없이 빈 채로 두는 것도 괜찮겠지요 공책은 채우면 자기만의 책이 되는군요 바람돌이 님 고맙습니다 코로나19 뒤로 게을러져서 책을 별로 못 보네요 아주 못 보는 건 아니니 책을 볼 때는 즐겁게 보고 싶어요


희선

mini74 2022-06-17 19: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하반기 일기시작도 좋을거 같아요. 넘 예쁘네요. 이 빨간머리앤 그림이 너무 눈에 익어서인지 넷플릭스의 앤이 낯설더라고요 ㅎㅎ

희선 2022-06-19 00:48   좋아요 1 | URL
칠월부터 시작해도 괜찮을 텐데... 어떤 물음이 있나 한번 넘겨봐야겠습니다 그거 조금만 봤어요 그거 써도 괜찮고 다른 거 써도 괜찮겠지요 빨강머리 앤은 만화영화 앤이 많이 익숙하죠 실제 앤은 그것과 다를지도 모를 텐데...


희선

페넬로페 2022-06-17 22: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런 기능의 일기장 좋으네요
빨강 머리 앤 말고 여러 버전이 있어 취향껏 선택하면 좋겠어요.
하루가 너무 빨리 가 짤막한 기록도 잘 하지 않는데 이런 것이 있다면 뭐라도 기록할 것 같네요^^

희선 2022-06-19 00:53   좋아요 2 | URL
이번주도 참 빨리 갔습니다 맑은 날보다 흐린 날이 많았던 것 같아요 비가 조금씩 와서 괜찮기는 해도 앞으로는 좀 많이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제주도와 남부 지방은 곧 장마 시작하지만 위쪽은 어떨지 모른다고 하더군요

세해 다섯해 가장 긴 건 열해고 크기도 조금 다르기도 해요 여러 가지가 있어서 좋습니다 좋은 거 잊고 싶지 않은 거 적으면 좋을 텐데...

페넬로페 님 남은 주말 편안하게 보내세요


희선

scott 2022-06-19 00: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이어리가 전,,
거의 외국어 공부 학습장으로 써버려서

내삶보다 내공부로 채워 버립니다 ㅎㅎ(종이 노트와 거의 마주 하지 않으면서)

오년 다이어리 속에
희선님의 나날들이 빼곡히 채워 지길 바랍니다

빨간 머리 앤은 영원 불멸!의 긍정의 앤^^

희선 2022-06-19 00:56   좋아요 1 | URL
다이어리에 외국어 공부하기 멋지네요 저는 안 쓴 거 좀 있어요 거기에 뭘 쓰면 좋을까 생각하는데 아직 하나도 못 썼습니다 책을 보다 마음에 드는 글 적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했는데, 저는 마음에 드는 글 자주 만나지 못해서... 제가 책을 잘 못 봐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네요 마음에 드는 게 하나나 둘이면 어떤가 싶기도 하네요 그런 것도 모아두면 참 괜찮을 텐데...

빨강 머리 앤은 앞으로도 많은 사람이 좋아할 듯합니다


희선
 
빨강 머리 앤이 5년 후 나에게 : Q&A a day (벤티 사이즈) 빨강머리앤 Q&A a day
더모던 편집부 엮음 / 더모던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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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물음에 답을 쓰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 그걸 쓸지 다른 걸 쓸지. 다섯해 동안 쓰면 좋을 텐데, 내가 쓸지 모르겠다. 쓰다가 그만두면 아쉬울 텐데. 다 쓰고 보면 재미있겠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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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보다 : 가을 2021 소설 보다
구소현.권혜영.이주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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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시간은 잘 간다. 봄 여름이 가고 가을도 갔다. 이건 ‘소설 보다’ 이야기와도 같구나. 2021년에 나온 소설 보다에서 봄 여름 가을까지 만났다. 다음 겨울을 만나면 사철을 다 만나는구나. 그때도 겨울이 다 가고 볼지도 모르겠지만. 2021년 가을에 나온 이 책 《소설 보다 가을 2021》도 가을 다 가고 만났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이라는 말이 있다 해도 꼭 그때 안 봐도 괜찮다. 소설 속 철과 현실 철이 같아도 괜찮지만 거의 다르다. 여름에 겨울이 배경인 소설을 본다거나 겨울에 여름이 배경인 소설을 보기도 하잖는가. 잊어버렸는데 소설 보다가 처음 나왔을 때는 소설이 네편 담겼다. 한해쯤 지나고 세편이 됐던가. 단편소설 세편 적지만 적지 않기도 하다. 내가 이 책을 사흘씩이나 봤으니 말이다. 내가 게을러서 그랬구나.

 

 언제부턴가 사고 싶은 게 있었다. 그게 뭐냐 하면 영어사전이다. 내가 처음으로 산 영어사전은 이제 없어서. 영어 공부도 안 할 거면서 그걸 갖고 싶어했다. 큰마음먹고 2021년에 영어사전 샀다. 사기만 하고 안 봤다. 영어사전 샀으니 모르는 건 찾아봐야 하는데 게을러서 안 찾아봤다. 이 책 ‘소설 보다 가을 2021’을 보고 영어사전에서 낱말을 찾아봤다. 첫번째 소설 <시트론 호러>(구소현)에서 시트론(citron)이다. 그런 것도 모르나 할지도. 시트론은 레몬 같은 것, 담황색이었다. 소설 안에도 ‘시트론 커스터드크림 필링’이라는 말이 나온다. 왜 제목을 시트론 호러라 했는지 모르겠다. 그냥 그런가 보다 했다.

 

 첫번째 소설에는 유령이 나온다. 그것도 지금 죽은 사람이 아니고 한 열해쯤 전 죽은 사람이다. 공선은 죽고 열해차 유령이었다. 공선이 하는 건 다른 사람이 책을 보면 그걸 같이 봤다. 책 좋아하는 사람은 죽어서도 책 보고 싶다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공선은 살았을 때는 책을 안 봤다. 유령이 되고 시간이 많아서 책을 보게 됐다. 공선은 굶어 죽었나 보다. 어쩌다가 그랬을지. 이야기만으로 나오는 효주도 가난했다. 효주는 공선이 두번째로 책을 함께 본 사람이다. 효주는 빈곤층 청년을 대상으로 한 지원금을 받았는데, 잘못돼서 지원금을 정부에 돌려주어야 했다. 이런 학생 실제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여러 사람이 돈을 빌려주어서 효주는 지원금을 돌려주었지만, 다른 빚이 생겼다. 그런 것 때문에 효주는 학교에 오지 않았을지. 공선은 유령이어서 다른 사람한테 안 보이고 손이 닿지 않지만 가끔 닿고 싶어한다. 효주는 보이고 살았지만 유령과 비슷했을지.

 

 권혜영이 쓴 소설 <당신이 기대하는 건 여기에 없다>를 보니 막막한 느낌과 이제 힘들게 살지 않아도 돼서 괜찮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밤늦게까지 일하고 집에 와서 잠이 들었는데 새벽 3시에 화재 경보 소리가 나서 깨어났다. 아파트에 불이 난 것 같지 않았지만 ‘나’는 집 밖으로 나간다. 이때 ‘나’는 엄마 아빠가 집에 없는 걸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난 이상했는데. ‘나’가 비상계단으로 나가자 문이 닫혔다. ‘나’는 거기에서 계단의 수렁에 빠지고 만다. ‘나’가 계단을 내려가고 내려가도 1층은 나오지 않았다. ‘나’는 거기에서 아무것도 안 하기로 하고 잠을 잔다. 그동안 ‘나’는 잠을 잘 못 잤다. ‘나’는 자신이 누군가의 꿈일지도 모른다고 여기기도 했다. 소설 제목 ‘당신이 기대하는 건 여기에 없다’는 ‘나’가 신용 카드로 적은 글귀다. 비상계단으로 나왔더니 이상한 곳에 갇히다니. 아무것도 안 해도 괜찮아서 좋겠지만, 하고 싶은 것도 못해서 안 좋겠다. ‘나’는 일을 해도 빚이 쌓이는 현실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 듯하다.

 

 마지막 소설 <위해>는 이주란 소설이다. ‘위해’가 누군가를 위한다는 뜻도 있지만, 해를 끼친다는 뜻도 생각하고 썼나 보다. 널 위해서 하는 말은 널 해치려고 하는 말과 같기도 하구나. 수현은 할머니한테 넌 조용히 없는 사람처럼 살아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왜 할머니는 수현한테 그런 말을 했을까. 그 일은 뚜렷하게 나오지 않지만, 수현 부모 때문이 아닐까 짐작만 했다. 지금 생각하니 나도 조용히 살아야지 생각했구나. 내가 뭔가를 해서가 아니고 다른 사람을 생각하고. 누군가 나한테 그런 말을 하지 않고 내가 생각한 거여서 다행일지도. 수현은 자신과 비슷한 아이 유리를 만나고 유리한테 마음을 쓴다. 유리한테는 수현이 있어서 좀 낫겠지. 두 사람이 오래 관계를 이어가지 못한다 해도. 수현은 수현 나름대로 괜찮았다. 나도 나 나름대로 괜찮다. 난 행복은 바라지 않는다. 그저 별 일 없이 조용히 살고 싶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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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2-06-14 06:2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책의 제목인 가을과는 다르게 단편들이 다 으스스한 내용이네요. <당신이 기대한건 여기에 없다> 가 재미있을거 같아요~!!

희선 2022-06-16 02:39   좋아요 3 | URL
으스스해서 가을 느낌을 받을지도 모르겠군요 겨울이 가까워지는 늦가을... 2022년 봄 나왔어요


희선

거리의화가 2022-06-14 07:0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종이로 된 영어사전 저도 사놓고 들춰보지를 않네요^^; 요즘 워낙 온라인 영어사전이 잘 되어있어서 말이죠. 여름에 읽는 가을 소설들이라~ 내용들이 현실적이어서 더 서늘한 느낌입니다.

희선 2022-06-16 02:42   좋아요 3 | URL
보기 편한 걸 샀으면 나았으려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사전이 좀 커요 색깔이 마음에 들어서... 색깔로 사전을 사다니... 지금까지는 잘 안 봤지만 앞으로 가끔 봐야겠어요 현실은 서늘하네요 그래도 살아야겠지요


희선

yamoo 2022-06-14 07:5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영어사전...없어진지 오래고, 도대체 어디 쳐박혀 있는지 알수도 없어요. 저도 영서 사전은 종류별로 몇 권 있었는데 편리한 전자사전과 스마트폰에 내장된 사전으로 두꺼운 사전을 볼 필요가 없어 어디로 사라졌는지 모르고, 사전이 언제부터 시야에 사라졌는지도 모릅니다. 희선님 덕분에 사전이 어디 있는지 좀 찾아봐야 겠어요.

그나저나 책 표지가 미니멀합니다. 단순하면서도 심미적이네요~

희선 2022-06-16 02:44   좋아요 2 | URL
종류별로 사전이 있으시군요 지금은 종이 사전보다 전자사전이나 인터넷 사전을 보기도 하네요 저는 컴퓨터 쓸 때 봅니다 자주 찾지도 않지만... 어디선가 보니 종이 사전을 잘 만들어야 인터넷 사전도 좋아진다고 하던데... 사전 새로 만드는 출판사 있을지 모르겠군요 사전 만들기는 좀 오랜 시간이 걸리더군요 갑자기 사전 만들기를 말하다니...

책도 작아요 단편 소설 세편 담겨서... 가벼워서 좋다고 하지만 내용은 별로 가볍지 않네요


희선

mini74 2022-06-14 22:3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비상계단 이야기 넘 무서워요. 저는 롱맨 사전 아직 갖고있습니다 *^^*

희선 2022-06-16 02:47   좋아요 2 | URL
비상계단도 그렇지만 처음부터 집이 아주 다른 곳은 아니었을지... 비상계단에서 벗어나지 못하다니, 그 안에서 다른 사람 목소리를 듣기도 하는데, 자기 목소리를 다시 듣기도 하는 것 같더군요 처음 산 사전 갖고 있으시군요


희선

바람돌이 2022-06-14 22:4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으~~~왠지 다들 좀 쓸쓸하고 으스스하고.... 가을이라서 그런걸까요? 햇빛좋은 가을도 있는데 왜 스산한 늦가을 얘기들만 담았을까하고 궁금해해봅니다. ㅎㅎ 새로 나오는 한국문학을 꾸준히 보는 희선님덕분에 한국문학이 발전합니다. 저도 배워야 하는데 참 잘 안되네요. ㅠ.ㅠ

희선 2022-06-16 02:49   좋아요 2 | URL
마지막 소설은 그래도 다른 사람을 생각하는 사람이 있으니 좀 나아요 잘 모르면서 보기도 합니다 여전히 한국 단편소설은 어렵기도 합니다 자꾸 보면 좀 알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봅니다 이 책은 비싸지 않기도 하네요


희선

파이버 2022-06-15 17:0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시트론 호러] 제목에 왜 시트론이 들어가는지 이해를 못했었던 기억이 있네요ㅎㅎ 이 책 소설 셋 다 현실이 너무 팍팍하게 묘사된 것 같아 마음이 아팠어요.

희선 2022-06-16 02:52   좋아요 2 | URL
우울하고 팍팍한 현실이어도 모르는 척하지 않아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소설 속 사람이라도 잘 살면 좋을 텐데... 어두워 보여도 아주 안 좋은 건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은 이런 말을 하다니...


희선

서니데이 2022-06-16 02:0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전에는 집에 여러가지 사전이 있었지만, 전자사전을 쓰면서 정리했던 것 같아요.
버리긴 아쉬웠는데, 그래도 그렇게 쓸 일 없다고 해서요.
요즘엔 전자사전도 쓰지 않고, 인터넷 검색을 하지만,
그래도 사전을 찾아보는 것이 편한 것들도 있을거예요.
실물 사전을 쓰는 것이 편한 직업도 있을 것 같고요.
희선님, 좋은 밤 되세요.^^

희선 2022-06-16 02:56   좋아요 3 | URL
국어사전은 어쩌다 보지만 처음 샀던 거 아직 갖고 있어요 영어사전은 없어서 있으면 좋겠다 생각했네요 사전을 가끔 본다는 사람도 있던데 저는 그러지 않는군요 앞으로는 봐야지 생각했습니다 생각만 하지 않고 정말 그래야 할 텐데... 어쩐지 사전은 버리고 싶지 않기도 한 거군요 책도 잘 버리지 않지만... 오래 안 보는 건 버리기도 해야 할 텐데...

서니데이 님 오늘 좋은 하루 보내세요


희선

그레이스 2022-06-16 23: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희선님 행복한 순간이 많으시길요!~♡

희선 2022-06-16 23:47   좋아요 2 | URL
그레이스 님 고맙습니다 그런 때는 자신이 만드는 건지도 모르겠네요


희선

mini74 2022-07-08 17:3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희선님 ~~ 축하드려요 *^^*

희선 2022-07-09 01:39   좋아요 3 | URL
미니 님 고맙습니다 미니 님 주말 즐겁게 보내세요


희선

거리의화가 2022-07-08 17:5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희선님 이달의당선작 축하드립니다^^

희선 2022-07-09 01:40   좋아요 3 | URL
거리의화가 님 고맙습니다 어느새 주말입니다 주말에 덥다고 하니 더위 조심하세요


희선

그레이스 2022-07-08 18:4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희선님 축하드려요~~~

희선 2022-07-09 01:40   좋아요 3 | URL
그레이스 님 고맙습니다 주말 편안하게 보내세요


희선

새파랑 2022-07-08 18:4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희선님 당선 경축드립니다~!!

희선 2022-07-09 01:41   좋아요 4 | URL
새파랑 님 고맙습니다 이번주 빨리도 가네요


희선

페넬로페 2022-07-11 00: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가을에 나온 한국 소설집이네요.
다가오는 우리의 가을은 어떤 모습일지요.
희선님, 축하드려요**

희선 2022-07-11 23:09   좋아요 1 | URL
지난해에 나온 건데, 늦게 봤네요 2022년에도 늦게 보겠습니다 습하고 더운 여름이어도 가을이 온다는 걸 알아서 견디지 않을까 싶습니다 여름 아주 싫어하지는 않지만, 습기는 좀... 페넬로페 님 고맙습니다


희선

scott 2022-07-11 00: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희선님 이달의 당선 축하 합니다
역쉬! 소설 보다
희선님 리뷰 ^ㅅ^

희선 2022-07-11 23:10   좋아요 1 | URL
늘 그렇지만 이번에도 참 부끄럽네요 이게, 하는 생각을 잠깐 해서... scott 님 좋은 말씀 고맙습니다


희선

thkang1001 2022-07-11 06: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희선님! 이달의 당선작 선정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행복한 한 주 되세요!

희선 2022-07-11 23:11   좋아요 1 | URL
thkang1001 님 고맙습니다 칠월 삼분의 일이 넘게 가는군요 남은 칠월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희선

thkang1001 2022-07-12 08: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희선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무더운 날씨에 건강 잘 챙기시고 행복한 한 주 보내시길 바랍니다!
 
밤에 찾아오는 구원자 안전가옥 오리지널 8
천선란 지음 / 안전가옥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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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은 모두 외롭다고 한다. 외롭지만 그걸 견디고 살아가겠지. 식구나 친구가 잠시 외로움을 달래주기는 해도 아주 없애주지 못할지도. 누군가한테 기대기보다 자기 혼자 버텨야 할까. 나도 잘 모르겠다. 나도 잘 못하는 거다. 그냥 산다. 쓸쓸하면 쓸쓸한대로. 이렇게 책을 보고. 책도 쓸쓸함을 모두 없애주지는 못한다. 책을 보다보면 내가 작게 느껴지는 때가 더 많다. 이야기 속 사람이 다 모두한테 사랑받고 잘 살아가지는 않지만, 그런 사람을 보면 부럽다. 그렇다고 내가 그렇게 되고 싶냐면 그렇지 않다. 좀 이상한 마음이지. 모두한테 사랑받는 사람 보면 부럽다면서 그건 바라지 않는다니. 난 모두는 바라지 않는다. 그저 한둘이면 된다. 아니 진짜 한사람이면 된다. 어떻게 보면 이건 큰 바람일지도. 이루지 못할. 나도 기대하지 않는다. 세상에 그런 사람은 없다는 걸 알기에.

 

 천선란 작가 이름은 들어봤는데 소설은 처음이다. 다른 소설은 SF던가. 이 소설 《밤에 찾아오는 구원자》는 뭐라 해야 할까. 굳이 그런 걸 따져야 하는 건 아니구나. 난 소설은 다 소설이다 생각한다. 그러면서 이걸 보면서는 미스터리나 판타지 같다고 생각했다. 세상에 없는 뱀파이어가 나와서. 뱀파이어는 정말 없을까. 뱀파이어 이야기는 벌써 많이 나왔다. 그런 이야기 많이 보지는 못했다. 뱀파이어가 나오지만 이건 뱀파이어 이야기가 아니다. 그러면 뭐라 해야 할까. 사람을 죽이는 뱀파이어를 쫓는 이야기. 그거 하나만은 아니구나.

 

 철마 재활병원에서 환자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여러 번 이어졌다. 이 일을 수사하는 형사 수연은 이 일에 의문을 가졌다. 어느 날 수연은 뱀파이어를 쫓는다는 완다를 만난다. 완다가 수연한테 뱀파이어가 나이 든 사람 피를 빨고 죽였다고 하자 수연은 처음에는 그 말을 믿지 못했다. 시간이 가고서야 믿는다. 사람도 아닌 뱀파이어 잡기는 더 어려울 것 같다. 그 뱀파이어를 도와주는 사람이 있다면. 서난주는 간호사로 뱀파이어를 돕는 사람이다. 난주가 나쁜 마음으로 그런 건 아니다. 난주는 재활병원에서 사는 것보다 죽는 게 낫다고 여기는 사람을 찾았다. 병원에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쓸쓸한 사람이다. 쓸쓸한 사람이 쓸쓸한 사람을 알아보는 건지. 아프고 재활병원에 있고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다고 죽는 게 나을까. 살다보면 힘들게 살기보다 죽는 게 편하다 생각할 때도 있겠다. 사람은 쓸쓸해서 죽기도 한다.

 

 이 책 제목에 나오는 구원자는 뱀파이어지만, 뱀파이어는 사람을 구원하지 않는다. 그건 다 알겠다. 사람이 쓸쓸하면 뱀파이어 속삭임에 빠져들지도 모르겠다. 지금처럼 외롭게 힘들게 사느니 죽으면 편할 거다 하는 말에. 난 어떨까. 아직 그런 말에 마음이 기울지는 않을 것 같다. 희망은 별로 없지만, 하고 싶은 건 있다. 책읽기와 글쓰기(이것도 소용없을 때가 올지도). 책을 잘 못 보고 글도 잘 못 써서 아쉽지만. 그냥 하고 싶은 거 하면 되지, 왜 잘 하고 싶어하는 건지. 남한테 인정받고 싶어서구나. 그런 마음을 버리면 편할 텐데. 아파서 집중하기 어려운 사람한테 책을 보라거나 글을 쓰라고 말하기는 어렵겠다. 그런 사람한테는 뭘 하라고 해야 할지. 사람은 하고 싶은 게 있으면 죽고 싶다는 생각 덜 할 것 같다. 이건 그저 내 생각일 뿐일지도. 사는 것보다 죽는 게 편하기는 하다. 이 말을 하고 말았다. 나도 아직 죽지 않았는데.

 

 죽음이 구원이 되는 사람 아주 없지 않을지도. 난 쓸쓸한 사람을 홀로 두지 마라는 말은 못하겠다. 사람이 사람한테는 힘이 될지도 모르겠지만. 사람이 아니면 어떤가. 사람이 아니어도 자신을 이 세상에 붙잡아 주는 걸 찾기를 바란다.

 

 

 

희선

 

 

 

 

☆―

 

 “사람은 1이 아니라 0이야. 0과 0은 만나고 아무것도 되지 못하지. 단지 0옆에 또 다른 0이 있을 뿐이야. 그러니까 인정은 하되, 그 외로움에 지지 않으면 돼. 언제나 네 안에서 치열하게 싸우면서 외로움을 잘 끌어안아 주면 된다.”  (24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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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6-10 00: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6-11 23: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넬로페 2022-06-10 00:3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천선란 작가의 책은 아직 읽지 못했어요.
이 작가의 sf는 어떻게 다가오는지 알고 싶은데 요즘 다른 책 읽느라 좀 미뤄야겠어요.
사람마다 구원의 종류는 다 다를거예요
희선님의 책읽기와 글쓰기!
언제나 좋아요.
그것이 하고 싶은것이니 그 마음만 잡고 가면 될 것 같아요^^

희선 2022-06-11 23:50   좋아요 1 | URL
천선란 작가 책도 여러 권 나왔던데 이 책 한권 봤어요 예전에 단편 보다가 끝까지 못 봤네요 도서관에서 빌려 온 거여서... 가끔 늦게 갖다주기도 했는데, 지금은 그냥 다 못 보면 말지 하게 됐습니다 나중에 다시 봐야지 하고는... 이건 장편이어서 어떻게든 봤습니다 구원은 다른 사람이 해주는 게 아니고 자기 자신이 해야 할 거예요 자신이라도 구하고 살면 좋겠습니다


희선

새파랑 2022-06-10 06:2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문장 너무 좋네요. 무언가 막혀있는 느낌의 0 이랑 외로움이 딱 맞는거 같아요~!

희선 2022-06-11 23:53   좋아요 2 | URL
영이 아무것도 없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영을 좋아할까 하는 생각이...


희선

프레이야 2022-06-10 08:3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표지의 파란 색이 묘하게 신비하네요
희선 님 지금처럼 읽고 쓰고 꾸준히 하시면 좋겠어요. ^^ 잘해야겠다는 것보다 즐기면서 하는 게 중요하겠지요. 파이팅! 마지막 문장 좋네요. 0이라 생각하고 만나면 서로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아요. 1이라 생각하니 자신을 내세우게 되겠습니다.

희선 2022-06-11 23:57   좋아요 2 | URL
잘 못해도 하고 싶은 걸 하는 것만으로도 좋은 건데, 그런 걸 잊어버리기도 합니다 코로나 뒤로는 게을러지고 2022년에는 더 게을러졌습니다 이제 여름이니 좀 나을지... 서늘할 때보다 더울 때 기분이 조금 나은 듯하더군요 몇해 전 여름에 그랬는데... 1이 아닌 0이라는 것도 잊지 않고 싶습니다

프레이야 님 남은 주말 편안하게 보내세요


희선

거리의화가 2022-06-10 08:5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천선란 작가의 글 <천개의 파랑>으로 접해봤는데요. 재밌게 잘 읽었던 책이었어요. 앞으로가 기대가 되는 작가랄까~ 인간이라면 외로움과 고독이란 감정을 죽을 때까지 안고 가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외로움에 지지 말고 외로움을 잘 끌어안아 주면 된다는 문장 참 좋네요~

희선 2022-06-12 00:06   좋아요 2 | URL
파랑색으로 된 《천개의 파랑》 어떤 이야길까 생각만 했습니다 어쩌면 SF라는 말에 바로 못 봤던 걸지도... SF도 나름 괜찮을 텐데, 그걸 자주 안 봐서... 이제 한국도 SF 쓰는 사람이 늘어난 듯합니다 그것도 있지만 거기에 관심 가진 사람이 늘어난 걸지도...

사람은 죽을 때까지 외롭겠지요 누가 있어도 그렇기도 할 텐데, 자신이 그걸 잘 끌어안으면 좀 낫겠습니다 이런 말 보면 그래야지 하는데...


희선

mini74 2022-06-10 13: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천개의 파랑 만 읽어봤어요 그냥 0일뿐이란 말. 제가 오형인데 이게 알파벳 오 가 아니라 없다는 제로의 뜻이라더군요 ㅎㅎ 저도 1이 아니라 0 입니다. ~~

희선 2022-06-12 00:08   좋아요 1 | URL
파랑이 천개일지... 오형이 제로... 오형은 다른 사람 피는 받지 못하지만 다른 혈액형인 사람한테는 줄 수 있군요 실제 그렇게 한 적 있을지... 그건 맞는 피가 없을 때 그랬겠습니다

미니 님 남은 주말 즐겁게 보내세요


희선
 
언어가 삶이 될 때 - 낯선 세계를 용기 있게 여행하는 법
김미소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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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은 다른 나라 말 공부하기에 좋은 환경이다. 인터넷이 있으니 말이다. 세계가 다 이어져 있다. 그런 거 자주 느끼는 건 아니지만. 아니 꼭 그렇지도 않던가.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을 그때 바로 알기도 한다. 내가 별로 관심을 안 가져서 그렇지(스마트폰이 없어서 그런가). 요새 참 안 좋은 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일으킨 거다. 내전이 끊이지 않는 곳 소식도 듣지만. 그런 것도 없어져야 할 텐데,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는구나. 미얀마에서도 군부 쿠데타가 일어나고 그 나라 사람이 많이 죽었다. 지금도 그리 괜찮지 않겠지. 《사피엔스》(이 책 읽었다고 말 하는 것 같구나)에서 유발 하라리는 지금은 전쟁보다 평화롭게 사는 게 더 낫다고 했는데. 여전히 무력으로 자기 뜻을 이루려는 사람이 있구나. 세계에서 전쟁이 하루 빨리 사라지기를 바란다.

 

 다른 나라 말 공부 말하다가 다른 말로 흘렀다. 다른 나라 말이라 했는데 영어다. 한국 사람뿐 아니라 세계 사람은 다 영어 공부 하려고 할까. 한국이나 일본 그밖에 몇몇 나라에서는 영어를 알아야 한다 할 것 같다. 난 영어 하면 영국보다 미국이 가장 먼저 생각나는데, 이 책 《언어가 삶이 될 때》를 보니 영어를 알면 세계 어느 나라 사람과도 말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여전히 영어를 하나도 모르는 나라 사람도 있을 거다. 프랑스 사람은 영어를 알아도 프랑스말만 쓴다지. 지금도 그럴까.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쓰는 말이 바로 영어겠다. 그런 사람에 난 들어가지 않지만. 난 영어 잘 모른다. 아주 쉬운 것만 조금 안다. 그걸 안다고 할 수 있을지. 그런 걸 부끄럽게 여기는구나. 영어 모른다고 못 사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다른 나라 사람은 다른 나라 말을 아주 조금만 알아도 안다고 말한다고 한다는 게 생각난다.

 

 김미소는 미국에서 영어 글쓰기를 가르치고 지금은 일본에서 영어를 가르친다고 한다. 나이가 그리 많지 않은데 벌써 미국과 일본을 다니다니 했다. 아버지가 엄마하고 헤어지고 베트남 사람과 결혼해서 베트남 엄마(언니라 했지만)가 있고, 동생도 있다. 김미소는 중학교를 마치고 고등학교에 들어가지 않고 검정고시를 보고 대학에 들어갔다. 학교가 자신과 맞지 않는다고 그런 결정을 하고 하다니 대단하다. 미국으로 공부하러 가기도 했구나. 그런 것도. 난 다른 곳에 갈 생각이 없다. 가고 싶다 생각한 적도 없구나. 그런 내가 영어 공부 해 보고 싶다 생각하기도 하다니. 말은 못해도 읽을 수 있으면 된다 생각했다. 한국말로도 말 거의 안 하고 사는데. 영어 공부 생각만 하고 여전히 시작도 못했다. 우울해서. 우울하다고 못하다니.

 

 한국에서 영어를 공부하고 영어를 가르치는 사람도 많을 거다. 김미소는 한국이 아닌 미국에서 영어 글쓰기를 가르쳤다. 학생과 나이 차이가 얼마 나지 않아 잘 안 되기도 했다. 잘 안 됐다고 그만두지 않고, 다음엔 일본에서 영어를 가르치기로 했다. 미국에서 일자리를 바로 구하지 못해서 일본에서 일할 수 있는지 찾아본 듯하다. 그때가 2020년이다. 2020년은 코로나로 세계가 문을 걸어 잠그기도 한 해다. 일본은 더했다. 한국에서는 아예 못 갔던가. 김미소는 미국에 있어서 일본에 가기가 좀 쉬웠다 한다. 일본에서는 학생보다 교수여서 그것 때문인지 자신이 일본말 모르는 걸 부끄럽게 여긴 듯도 하다. 일본말 모르면 그냥 영어로 하면 될 거 아닌가 싶은데. 코로나 때문에 온라인 강의를 해서 밖에 나갈 일이 거의 없었다 한다.

 

 일본에서 김미소는 일본말을 모르는 다른 나라 사람이었다. 미국에서라고 쉽지는 않았겠지만, 거기에서는 처음엔 학생이어서 좀 나았던 게 아닐까 싶다. 학생이기에 열심히 공부했다. 일본에서 김미소는 일본말을 배우러 다니고 온라인으로도 잠깐 배우고(여러 곳에서 쓰는 말을 물어보고 익혔다) 발레 학원에도 다녔다. 지금은 일본말 잘 한단다. 영어뿐 아니라 일본말도 알다니 부럽다. 이제 중국말 공부도 시작했나 보다. 다음엔 중국에 가서 영어를 가르칠까. 그런 일 없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지금 생각하니 일본에서도 중국 사람한테 영어 가르칠 수 있겠다. 그런 때 중국말을 하나도 모르는 것보다 알면 더 낫겠다.

 

 여전히 난 다른 나라 말을 공부하는 게 어떤 건지 잘 모르겠다. 그 나라 문화를 아는 것이다 하는데, 그것만 있지 않을 것 같다. 사람은 같은 말을 쓰지 않아도 조금 알기는 하는구나. 난 나라가 다르고 다른 말을 써서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해도 같은 사람이다 생각한다. 영어에서는 다른 나라 사람을 에일리언 alien(외계인)이라고도 한다던데. 지금까지 난 에일리언을 외계인으로만 알고, 다른 나라 사람은 포리너foreigner라고 한다고 알았다. 미국에서는 포리너보다 에일리언이라는 말을 더 쓸까. 이 말은 다른 나라 사람을 자신과 다르게 여기는 거 아닐까. 한국말에도 다른 나라 사람을 차별하거나 여러 사람을 차별하는 말이 있을 거다. 다른 나라 말을 안다면 그걸 좀 더 잘 알지도 모르겠고, 자기 나라 말에 갇히지 않고 좀 더 넓게 생각하겠다. 그래야 할 텐데.

 

 난 영어 공부 언제 할지, 할 수 있을까.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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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06-04 13: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희선님은 일본어 잘하시잖아요. 일본어 원서도 읽으시는 고수이신데요. ^^
저는 한국어 외에는 아무것도 안됩니다. 언어는 정말 열과 성이 있어야 되는 것 같더라구요. 저는 그 열과 성을 도저히 못내서 언어공부는 그냥 패스 ㅎㅎ 근데 의외로 유럽에서도 영어 안통하는 나라 많아요. ㅎㅎ

희선 2022-06-09 23:47   좋아요 2 | URL
일본말도 말은 거의 안 하고 그냥 읽기만 해요 여전히 모르는 거 많아요 한국말이라고 다 알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일본말은 어떻게 익히기는 했지만, 영어는 시간이 없다고 하기도 하네요 그러면서 알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건 욕심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조금씩이라도 하자고 하지만 다음날엔 또 늦게 일어나는군요 이런 말 창피하네요

영어가 통하지 않는 나라에서는 몸짓으로 말하겠습니다


희선

페넬로페 2022-06-04 14:4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영어 하나만 하면 어디가도 조금은 통할 수 있으니 영어공부하고 싶은데 여의치가 않아요.
희선님은 일본어 잘 하시니 부럽습니다.
그 나라말을 익히면 다양하게 더 이해할 수 있어 더 좋을듯 해요^^

희선 2022-06-09 23:49   좋아요 3 | URL
어디 다른 나라 갈 일은 없지만 가끔 영어를 보면 대체 무슨 말인가 할 때도 있네요 컴퓨터 쓰다보면 나오기도 하니... 그런 거 몰라도 그냥 쓰지만... 어떤 때는 쉬운 것도 알아듣는 데 시간 걸리기도 해요 조금이라도 알면 좋기는 할 텐데... 게을러서 영어 공부 못하는군요


희선

mini74 2022-06-04 22: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일본어원서 읽으시는 희선님 부러워요 ㅎㅎ 영어 뭐 그까이거. 우리에겐 파파고가 있짆아요 희선님 ㅎㅎ 저도 여러 언어 하시는 분들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

희선 2022-06-09 23:53   좋아요 2 | URL
지금은 인터넷에 영어뿐 아니라 여러 나라 말 사전이 있기도 하더군요 다른 나라에 가도 그런 게 도움이 되겠습니다 갈 일은 없겠지만... 일본말로 읽기 여전히 느립니다 자주 보고 조금 빨라지면 좋을 텐데...


희선

감은빛 2022-06-04 23: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정말 요즘은 외국어 배우기 좋은 환경이죠. 저는 앱으로 여러 나라 사람들과 대화하면서 조금씩 그 나라 말을 배우려고 하고 있어요. 비록 말을 배무는 건 생각처럼 잘 되지는 않지만, 아주 먼 나라의 사람들과 대화를 한다는 재미는 있지요. 남미쪽 사람들과 대화하면 시간대가 정반대라 재미있어요. 제가 좋은 아침이라고 얘기하면 그쪽에서는 좋은 밤이라고 하니까요.

희선 2022-06-09 23:58   좋아요 2 | URL
저는 한국 사람하고도 말을 거의 안 하는군요 감은빛 님은 다른 나라 사람하고 말을 하다니 천천히 한다 해도 대단하시네요 영어뿐 아니라 여러 나라 말을 알려고 하시기도 하고... 혼자 하기보다 누군가와 말을 하면 더 잘 알 것 같습니다 조금이라도 한다는 거 어딘가 싶어요 실시간이어서 시간대가 다르기도 하다니, 그럴 때 신기하겠습니다 감은빛 님 앞으로도 여러 나라 사람과 즐겁게 이야기 나누시기 바랍니다


희선

scott 2022-06-06 00: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두 언어 다 알고 있지만
언어는 쉼없이 학습의 끈을 쥐지 않으면
순식간에 백지가 되어 버립니다

언제 공부 시작을 정해 놓기 보다능

하루에 단어 몇개, 단 한 문장 학습 하면
1년 365일 후
학습하게 되는 양이 만만치 않은 양으로 차오릅니다
희선님 영어 공부
시!작^^

희선 2022-06-10 00:02   좋아요 2 | URL
그러고 보니 scott 님은 영어뿐 아니라 일본어도 다 잘 아시는군요 전에 스페인말도 공부했다는 말 본 듯합니다 그거 말고 더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언제 그렇게 공부를 하셨는지...

뭐든 해야 할 텐데 생각뿐이네요 다른 나라 말을 잘 아는 사람은 그만큼 시간을 들여서 아는 건데 부러워하다니... 사람에 따라 익히는 시간이 다르기는 하겠지만, 조금이라도 하면 남는 것도 있겠지요 그런 거 알면서도 안 하다니... 우울하다고... 다행하게도 책을 보면 좀 낫기는 해요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