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님의 모자 - 2015 아침독서신문 선정, 2014 동원 책꾸러기 바람그림책 22
다카기 상고 글, 구로이 켄 그림, 최윤영 옮김 / 천개의바람 / 201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저 하늘에 뜬 달님은 어떤 때는 크고 어떤 때는 작고 아주 보이지 않는 날도 있지요. 한달을 주기로 커졌다 작아지는 달님을 보면 신기합니다. 캄캄한 밤하늘에 달님이 있어서 마음 든든하지요. 달님이 있으면 어두운 밤길도 그리 어둡지 않아요. 지금은 전깃불이 있어서 언제든 환하다군요. 뭐, 그러기는 합니다. 전깃불과 달님은 느낌이 많이 다르지요. 달님은 밤을 무서워한다는 말도 있더군요. 어쩌면 달님도 전깃불이 있어서 밤에 덜 무서울지도.

 

 “달님, 어떠세요?”

 

 어느 날 달님은 마녀 엄마와 딸이 언덕 위 모자 가게에서 모자를 사 가는 모습을 봐요. 모자를 쓴 마녀 엄마와 딸은 멋지게 보였어요. 어느 날엔 해적 선장이 모자를 사 갔어요. 마술사는 비단 모자를 모자 가게에서 샀어요. 달님은 그런 모습이 부러웠어요. 달님도 모자 쓰고 싶었던 걸까요. 언덕 위 모자 가게에 있는 모자가 예쁘고 멋있었던 거겠습니다.

 

 “달님, 모자 예쁘게 보였지요?”

 

 저는 모자 안 써 봤어요. 아니 저도 모르게 아주 어릴 때 모자 쓴 적 있을까요. 아기 모자. 그때 어땠는지 모르겠군요. 모자가 어울리는 사람도 있고 별로 어울리지 않는 사람도 있겠습니다. 마녀와 해적 선장 그리고 마술사는 자기한테 어울리는 모자를 썼네요.

 

 “달님은 어떤 모자가 어울릴 것 같아요?”

 

 달님은 모자 가게 할아버지한테 자신한테도 마녀 모자를 만들어 달라고 해요. 할아버지는 달님이 쓸 모자를 만들려면 시간이 걸린다고 했어요. 며칠 동안 할아버지는 커다란 마녀 모자를 만들었어요. 달님은 마녀 모자를 쓰고 마녀와 함께 놀았어요. 달님은 모자를 쓰고 누군가와 놀고 싶었을까요.

 

 “달님, 마녀와 놀아서 즐거웠지요?”

 

 다음에 달님이 쓴 모자가 어떤 건지 알겠지요. 맞아요, 달님은 해적 선장 모자를 쓰고 해적을 살펴봤어요. 얼마 뒤 달님은 마술사가 사 간 비단 모자를 썼어요. 그 모자를 쓰면 달님 모습이 거의 보이지 않았어요. 달님은 비단 모자를 쓰고 마술사를 보러 마을로 갔어요. 마술사는 세계 최고 마술사가 됐어요. 비단 모자가 마술사를 그렇게 만들어 줬을지. 그건 아니겠네요. 마술사는 비단 모자를 쓰고 자신 있게 마술을 해서 많은 사람을 즐겁게 해줬겠습니다.

 

 “달님도 그렇게 생각하지요.”

 

 달님은 모자를 세 개 갖게 됐네요. 달님은 마녀 모자, 해적 선장 모자 그리고 비단 모자를 번갈아 가면서 썼어요. 이 책 《달님의 모자》는 바로 이거예요. 달님은 기분에 따라 모자를 바꿔 쓰겠습니다. 아니 언제나 같은 차례겠네요.

 

 “달님, 모자 쓰니 기분 좋지요.”

 

 

 

희선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페넬로페 2022-12-31 23:3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달님에 전깃불이 비춰 그리 밝을 수 있을까요! 오늘 기분좋게 모자 쓴 달님이 우리 모두 비춰주며 행복 가득 주시면 좋겠어요.
희선님!
2023년에도 언제나 건강하시고 저에게 시인되어 주세요♡♡♡

희선 2022-12-31 23:56   좋아요 3 | URL
오늘 음력으로 며칠일까 보니 9일이네요 달님이 갈수록 커지겠습니다 지금은 어떤 모자를 썼을지... 2022년 제대로 정리한 건지 모르겠네요 새해에 뭘 할까 하는 거 생각해 봐야겠습니다 다른 건 없겠지만, 마음은 새롭게...

페넬로페 님 늘 건강하게 지내세요


희선

2023-01-01 00: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1-01 01: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레이스 2023-01-01 08: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모자쓴 것으로^^
아래쪽이 이울어지면 마스크를 쓴것으로!
희선님 새해도 건강하시고 좋은 글 기대해요~~♡

희선 2023-01-03 00:24   좋아요 2 | URL
달님도 마스크를... 코로나는 언제 없어질지... 없어져도 다른 게 나타날까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그레이스 님 늘 건강 잘 챙기세요 마음 몸 다...


희선

mini74 2023-01-01 09:3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어제 본 달은 상현달? 이었던 거 같아요. 마냐모자 쓰면 어울릴 것 같은 달 ㅎㅎㅎ

희선 2023-01-03 00:25   좋아요 2 | URL
밤에도 달이 보이지만 해가 지기 전에도 달이 보이더군요 네시 넘었을 때였는데... 조금씩 달이 커지겠네요 마녀 모자 쓰고 마녀와 노는 달님 생각하니 재미있기도 하네요


희선

책읽는나무 2023-01-01 15:1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희선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늘 건강하시구요^^

희선 2023-01-03 00:27   좋아요 2 | URL
새해가 오고 이틀이 갔습니다 이번엔 일기를 잘 써 봐야지 했는데, 이틀 동안 못 썼습니다 다른 거 하다가... 이제 그거 거의 다 했으니 3일부터 일기 써야 할 텐데... 밀린 것까지 책읽는나무 님 고맙습니다 모두 건강하게 지내면 좋겠습니다


희선
 
지구의 마지막 소녀 책이 좋아 3단계 17
리 베이컨 지음, 손성화 옮김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2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람이 사라지고 로봇이 세상을 지배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 로봇이 사람보다 지구한테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은 지구를 안 좋게 만들지만, 로봇은 사람한테 있어야 하는 것에서 아주 조금만 있어도 괜찮으니 세상을 망치지 않겠다. 나무는 푸르고 동물은 여기저기에서 자유롭게 살겠다. 베르나르 베르베르 소설 《제3인류》에서는 작은 사람 에마를 만들어 냈는데, 작은 사람이 본래 있던 사람을 거의 쫓아내려 하지 않았나. 사람은 자신이 만들어 낸 것에 공격받는 건가. 슈퍼 컴퓨터가 세상을 지배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지 않나. 이 책 《지구의 마지막 소녀》에서는 로봇이 인류를 모두 없앴다.

 

 소설에 나온 세상을 생각하면 끔찍하기는 하다. 로봇한테 사람이 죽임 당하다니. 이런 세상 이야기 재미있을까. 로봇은 정해진대로 다른 생각하지 않고 자기 할 일만 하겠지. XR_935와 SkD_988 시런_902 세 로봇은 태양광 발전소에서 열두해 동안 함께 일했다. 사람이 사라진 건 서른해 전이었다. 셋은 늘 같은 시간 동안 같은 일을 했다. 그런 셋 앞에 세상에 없다고 하는 사람 여자아이 에마가 나타났다. 여자아이 이름이 에마라니. 이 이름 때문에 《제3인류》 떠올리기도 했다. XR, SkD 그리고 시런 셋은 일하면서 농담도 했다. 로봇이 농담이라니. 그래선지 셋은 에마를 보고 당황했지만 에마가 다른 로봇한테 들키지 않게 도와준다. 세 로봇과 에마는 다 같은 나이다. 로봇과 사람이 같은 시간을 살아도 같지는 않겠지만.

 

 기계, 아니 로봇은 모두 이어지고 비밀이 없어야 했다. XR은 에마를 만나고 비밀을 가지게 된다. SkD와 시런도 마찬가지구나. 로봇이지만 여러 가지 생각한다. 이런 로봇이 없다고 할 수 있을까. 사람도 아무 생각없이 하루하루 살면 기계와 다르지 않을 거다. 생각, 이 세상에서 그렇다고 하는 것을 그대로 믿기보다 정말 그럴까 의문을 가져야 한다. 이런 말 하지만 나도 그런 거 잘 못한다. 어릴 때는 더했다. 나이를 조금 먹고서야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됐다. 세 로봇과 에마는 어떻게 될까 했는데. 에마는 벙커 안에 살았는데 어느 날 사람들이 병에 걸리고 자신만 괜찮았다고 했다. 에마는 엄마 아빠가 준 지도에 표시된 곳에 가려고 벙커에서 나왔다. XR과 SkD와 시런은 그 모험을 함께 한다. 에마 혼자 그곳에 갈 수 없으리라고 여기고. 로봇인데 사람 같다. 이 책 보면서 이런 생각 여러 번 했다.

 

 로봇 세상에는 수장이 있었다. 프레ㅈㅣ던트(지는 ‘ㅈ’과 ‘ㅣ’로 쓰여 있다). 수장은 날마다 아침에 연설하고 마지막에 로봇한테 비밀은 없어야 한다고 하고, 사람이 가진 안 좋은 것만 온 세계 로봇한테 보여줬다. 프레ㅈㅣ던트는 사람을 세뇌하는 그런 사람 같구나. 여기에서는 로봇을 세뇌하는구나. 정보를 다 알려주지 않고 자기가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여주고 적 하나(사람)를 만들었다. 사람도 그런 것에 잘 속는다. 로봇도 다르지 않겠구나. 거짓은 참된 것을 이기지 못하겠지. 정말 그래야 할 텐데. 현실에서 가끔 거짓이 이기는 일도 일어난다. 아니 시간이 걸린다 해도 참된 것이 이긴다고 믿고 싶다.

 

 사람은 자신과 다르고 잘 모르면 없애려고도 한다. 로봇이 반란을 일으키고 사람을 없애야 한다고 한 건 자기들이 죽을지 몰라서였을지도. 자기 마음에 안 든다고 없애면 안 될 텐데. 로봇과 사람도 평화롭게 서로 돕고 지내야 한다. 지금 세상은 사람이 로봇한테 많은 도움을 받는구나. 이건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한다. 자신과 다른 것도 받아들여야 한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조화롭게 살면 좋은 세상이 될 텐데. 왜 사람은 그러지 못하는지. 모두가 자신과 다르다고 아주 관심 갖지 않는 건 아니어서 다행인가. 세상엔 이런저런 사람이 있다고 생각해야겠다. 자신이 어디 한쪽으로 기울지 않았는지 늘 생각하면 좀 낫겠지. 한쪽으로 기울어지면 그건 언젠가 무너진다. 무너지기 전에 기울어진 걸 바로잡아야 할 텐데. 이 생각은 내가 잘 쌓아두지 못한 물건을 보고 생각했다. 다행한 건 물건이 균형을 잃고 무너지면 다시 쌓으면 된다는 거다. 세상에는 다시 쌓을 수 있는 게 많을지 무너지면 끝인 게 많을지. 무너져도 다시 쌓으면 된다는 생각은 희망일지도.

 

 여기에서는 로봇이 사람을 없앤 일이 있었지만, 다시 사람과 잘 지내려고 한다. 로봇이 모두 없앴다고 여긴 인류는 땅속에 숨어 살았다. 에마가 지구에 남은 마지막 사람이 아니어서 다행이다. 로봇과 친구가 되는 것도 재미있겠다.

 

 

 

희선

 

 

 

 

☆―

 

 몇백만 개 파일이 더 있었다. 그 파일은 프레ㅈㅣ던트가 일일 연설에 우리와 공유했던 추하고 / 끔찍하고 / 부끄러운 파일과 아주 달랐다.

 

 그 파일은 인간의 친절함 / 사랑 / 관대함 / 축하 / 혁신을 보여주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그 파일은 인류의 가장 좋은 모습이 담긴 초상이었다.  (352쪽)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서니데이 2022-12-26 21: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점점 로봇이나 무인화기기가 인력의 많은 부분을 대체하는 시대가 될 거예요.
인구가 줄어들고, 인건비를 대체할 필요가 생기니까요.
잘읽었습니다.
희선님, 따뜻한 연말 보내세요.^^

희선 2022-12-27 00:37   좋아요 0 | URL
사람이 할 일을 로봇이나 기계가 많이 하는군요 사람이 아주 없는 곳도 많이 생기고... 실체가 없는 가상 인간도 생기고... 그것도 예전에는 자연스럽지 못했나 봐요 지금은 아주 자연스러워졌다고 합니다 기계에만 의존하지 않아야 할 텐데 싶기도 해요


희선

2022-12-26 21: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2-27 00: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계절 산문
박준 지음 / 달 / 202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번에 만난 《계절 산문》은 박준 두번째 산문집이다.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이 나오고 몇해 만일까. 그런 게 뭐 그리 중요할까. 작가 책은 나오면 나오는구나 한다. 박준은 시인이구나. 이름도 시인 같다. 한번 들어볼까 하다 듣지 못한 라디오 방송도 진행했다. 지금도 하려나. 이 책을 보니 그 방송 글도 썼던가 보다. 나도 잘 모르지만 시인이면서 라디오 방송작가도 한 사람 좀 있을 거다. 이병률 시인, 허수경 시인. 시인 아니 글쓰는 사람은 텔레비전 방송보다 라디오 방송이 더 어울릴 것 같다. 요즘은 팟캐스트 하는 시인도 있구나. 그런 게 있다 해도 못 듣지만. 라디오 방송도 지방에 살아서 듣지 못한다. 들을 수 있는 것만 듣는다. 지금도 라디오 방송 듣지만 어렸을 때만큼 듣지는 않는다. 텔레비전 보면서는 다른 거 못하지만 라디오 들으면서는 여러 가지 할 수 있다. 책 볼 때는 조금 어렵지만. 이 말 처음 하는 게 아니구나. 박준이 하는 라디오 방송은 못 들었지만, 몇해 전에 두번째 시집이 나왔을 때 라디오 방송에 나온 건 들었다. 시집이 아니고 산문집 나왔을 때였던가.

 

 첫번째 산문집 보면서도 산문이 시 같은 느낌이 들었는데, 이번에도 다르지 않았다. 시인이 쓰는 산문은 거의 그렇던가. 시인이 쓴 산문 많이 봤는지 조금 봤는지. 여러 권 보기는 했는데. 얼마전에는 안희연 시인 산문집(《단어의 집》)을 만났구나. 박준 글을 보면서는 나도 이렇게 쓰고 싶다고 생각했다. 시처럼 쓴 산문을 보고. 잘 쓰지도 못하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날마다는 아니어도 그날 그날 생각하고 쓰는데. 생각해뒀다 쓰는 건 아주아주 가끔이다. 생각해도 끝내 못 쓰기도 한다. 이런 재미없는 내 이야기를 쓰다니. 재미없다 해도 읽어볼 만한 걸 써야 하는데. 언젠가는 그냥 재미없어도 쓰자고 한 것 같다. 재미없어도 쓸 게 있으면 좋겠다. 쓸 게 없네, 쓸 게 없어.

 

 여기에는 일월 산문부터 십이월 산문까지 담겼다. 그건 그 달에 느낌을 적었을까. 언젠가 나도 그런 걸 쓴 적 있지. 박준은 어릴 때부터 잘 울었단다. 갑자기 이걸 쓰다니. 잘 울면 어떤가. 하나도 울지 않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한다. 어릴 때는 실컷 울어도 나이를 먹으면 울음을 삼켜야 하지. 아니다, 나이를 먹고 울어도 된다. 남이 안 보는 데서 울면 되잖아. 이런저런 생각하다보면 눈물이 나기도 하지. 그건 자신보다 다른 사람을 생각할 때다. 누군가한테 안 좋은 말 들어도 울고 싶던가. 그건 내가 뭘 잘못했다고 그러나 해서겠지. 그때뿐 아니라 내가 잘못했구나 할 때도. 눈물이 아픈 마음을 조금 낫게 해주는 걸까.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이 생각난다. 맞다. 울어도 달라지는 건 없다. 그래도 울어야지.

 

 박준한테는 누나가 있었다. 이 책을 보니 박준보다 두살 많았던가 보다. 지난번에도 봤을 텐데. 박준 글을 보면 어쩐지 슬프기도 하다. 부모님 옆집 개 이야기도 슬펐다. 가끔 박준이 가서 물이나 먹을 걸 주기도 했는데. 개가 무섭기는 한데, 강아지가 줄에 묶인 걸 보면 안되어 보이기도 한다. 이건 예전에 느꼈던 거구나. 사나운 개를 묶어두지 않아 그 개한테 물린 사람이 있다는 기사를 본 적도 있다. 그런 개는 무섭다. 슬픈 개에서 무서운 개로 넘어가다니. 언젠가 여름에 비가 많이 오고 흙이 무너져 거기에 묻힌 새끼를 어미 개가 살려달라고 한 게 생각난다. 그 강아지들 지금도 잘 지낼까. 별게 다 생각나다니.

 

 앞으로도 박준은 누나 이야기 쓰겠지. 글을 쓰는 게 잊지 않는 거겠다. 박준 누나는 누군가 기억해줘서 좋겠다. 이런 걸 부러워하다니. 그러고 보니 여기엔 허수경 시인 이야기도 나왔구나. 박준은 허수경 시인을 선배라 했다. 독일에 사는 허수경 시인한테 돌절구를 보냈다 한다. 그런 걸 보내다니. 단단해서, 단단하게 살라고. 허수경 시인이 박준 첫번째 시집에 글을 썼던가. 별 말 하지 않았던 편안했던 선생님도 있었다. 내가 말을 잘 안 해서. 나는 말하지 않는 걸 편하게 여기지 않아서 다른 사람도 그런 나와 있으면 편하지 않을 것 같다. 말 안 하면 어떤가 싶지만. 난 다른 사람이 하는 거 듣는 게 더 편하다. 말을 잘 못해서. 할 말이 없어서 안 하고, 어떤 때는 말이 정리가 안 돼서 이상해지기도 했다. 말도 연습을 해야 조금이라도 잘 할 텐데, 박준은 말 잘 못한다고 했는데 나보다 잘 하는 것 같다. 박준은 식구나 친한 사람한테는 말 잘 한다고 했구나. 난 식구나 친구한테도 말 잘 못한다. 그런가 보다 하고 살아야지 어떡하나.

 

 친구 이야기와 누군가와 어디에서 만나고 어디에 갔다는 이야기도 담겼다. 박준 혼자였던 적도 있구나. 누군가를 생각하고 어딘가에 가기도 했다. 작가는 언제든 글을 생각할까. 박준 글을 보고 나도 여러 가지 글 써야겠다 생각했다. 앞에서도 한 말이구나. 박준처럼이 아니고, 내가 쓰고 싶은대로 써야겠다.

 

 

 

희선

 

 

 

 

☆―

 

세상 끝 등대 4

 

 

 

불행이 길도 없이 달려올 때

우리는 서로의 눈을 가려주었지  (25쪽)

 

 

 


댓글(20) 먼댓글(0) 좋아요(2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호우 2022-12-23 07: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박준시인 산문집이 나왔군요. 박준 시인은 잘 읽히면서도 진심이 느껴지는 따뜻한 글들이라 참 좋았었어요. 희선님이 책을 읽어가면서 순간순간의 느낌들을 적어가는 게 그려지네요. 읽으면서 이러쿵저러쿵 하는 모습을 상상하니 슬며시 웃음이 납니다. 저도 그럴 때 있거든요. 재밌는 글 잘 읽었습니다. 건강한 주말 보내세요~~^_^

희선 2022-12-26 00:30   좋아요 1 | URL
나온 날짜 보니 지난해 12월이네요 한해가 지나서 봤습니다 처음 나온 건 그것보다 조금 빨리 봤을지도 모를 텐데... 진심이 느껴지는 따듯한 글이라는 말은 그 글 쓴 사람한테 좋은 말이겠습니다 다른 때보다 더 이런저런 생각을 했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런 거 거의 못 쓸 때가 더 많아요

호우 님 성탄절 즐겁게 따스하게 보내셨기를 바랍니다


희선

새파랑 2022-12-23 09: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박준 시인의 이름은 시인 같기 보다는
...
미용사 같지 않나요? ㅋ 박준 헤어클럽? ㅋ

박준 시인님 작품 처음 읽었을때 산문인줄 알았습니다 ㅋ 비슷한 세대여서 그런지 공감이 많이 가더라구요~!!

희선 2022-12-26 00:33   좋아요 1 | URL
박준 헤어클럽... 어딘가에 그런 곳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간판 잘 보면 보일지...

저는 첫번째 시집 제목 때문에 보기도 했네요 그때도 그 시집 나오고 시간이 좀 지나고 봤던 것 같습니다 슬프면서도 따듯하기도 합니다


희선

거리의화가 2022-12-23 09: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박준 시인님의 산문집! 저도 이 책 읽어보고 싶어집니다. 감수성을 놓지 않고 사시는 분 같아요^^

희선 2022-12-26 00:34   좋아요 0 | URL
시인한테 감수성은 중요할 듯합니다 그것뿐 아니라 다른 것도 있어야 할지 모르겠지만... 이 책 언젠가 만나시겠군요

거리의화가 님 새로운 주 즐겁게 시작하세요 2022년 마지막 주네요


희선

서니데이 2022-12-23 22: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이 책. 저는 지난해에 선물받았던 책이었어요.
양장본의 에세이집이었던 것, 생각나네요.
희선님, 이번주 날씨가 많이 춥고, 주말에도 눈이 더 올 수도 있다고 해요.
이번 주말이 크리스마스인데, 너무 춥네요.
추운 날씨 건강 조심하시고, 좋은 주말 보내세요.
메리 크리스마스.^^


희선 2022-12-26 00:37   좋아요 1 | URL
저도 선물 받았어요 이 책 나온 거 보고 살까 말까 그랬는데... 첫번째는 제가 여러 분한테 선물하기도 했는데...

지난주 춥고 눈도 많이 왔습니다 이틀 동안 눈이 많이 내리고 아직도 안 녹았습니다 그거 녹으려면 시간 많이 걸릴 것 같습니다 눈이 있어서 좀 더 춥기도 합니다

서니데이 님 성탄절 따스하게 보냈는지... 새로운 주 즐겁게 시작하시고 건강 조심하세요


희선

2022-12-25 17: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2-26 00: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나의책장 2022-12-25 18: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읽어보고선 몇 권 더 구매해 선물했었는데 호불호없이 다들 좋아하더라고요^^
희선님은 크리스마스 잘 보내셨나요?
다음주도 많이 춥다고 하니 감기 조심하세요ㅎㅎ
따뜻하고 행복한 저녁 보내세요! Merry Christmas🎄❤

희선 2022-12-26 00:42   좋아요 1 | URL
하나 님은 다른 분한테 선물하기도 했군요 저는 첫번째 산문집을 보내주기도 했어요 그때도 괜찮았지요

성탄절 다른 날과 똑같이 보냈습니다 눈이 온 게 녹지 않아서 화이트 크리스마스였어요 성탄절이 가니 뭔가 아쉽기도 하네요 2022년이 얼마 남지 않아서 그렇겠습니다

하나 님 고맙습니다 2022년 마지막 주 즐겁게 편안하게 보내세요


희선

2023-01-06 16: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1-07 23: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23-01-06 23: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따뜻한 주말 보내세요.^^

희선 2023-01-07 23:59   좋아요 2 | URL
서니데이 님 고맙습니다 새해 오고 첫번째 주말이네요 앞으로도 하루하루 잘 가겠습니다


희선

thkang1001 2023-01-07 11: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희선님! 이달의 당선작 선정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항상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희선 2023-01-08 00:00   좋아요 0 | URL
thkang1001 님 고맙습니다 thkang1001 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마음 몸 건강하게 지내시기 바랍니다 남은 주말 편안하게 보내세요


희선

thkang1001 2023-01-08 1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희선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남은 휴일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페넬로페 2023-01-08 1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이 글을 놓쳤는가 봅니다.
박준 시인은 워낙 유명해 그의 책을 읽은 것처럼 생각되지만 아직 읽지는 않았어요. 시인이 쓴 산문이라 시처럼 읽힐 것 같아요. 박준 시인은 직장을 다니면서 글을 쓴다고 하네요. 그런 분들 보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희선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소설 보다 : 봄 2022 소설 보다
김병운.위수정.이주혜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2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철이 돌고 돌아 봄이 오듯, ‘소설 보다 봄 2022’도 2022년 봄에 나왔다. 지난해(2021)에는 15일이나 16일에 나와서 이번에도 그때 찾아보니 책이 없었다. 이제 안 나오는 건가 했다. 이 책이 나왔다는 건 4월에 알았다. 책이 나온 것에 조금 마음 놓았다. 그렇게 잘 보지도 못하는데. 한편 단편소설은 어렵다. 이 말 빼놓지 않고 쓰는구나. 자꾸 보다 보면 좀 나아질까 하는 생각도 했는데.

 

 다른 때와 다르지 않게 여기엔 소설이 세 편 실렸다. 세 편이 딱 좋은 것 같다. <윤광호>(김병운), <아무도>(위수정), <그 고양이의 이름은 길다>(이주혜)다. 소설 제목을 먼저 말하다니. 김병운 소설 <윤광호>를 보고 이광수 소설 <윤광호>가 있다는 걸 알았다. 김병운 소설에 나온 광호도 이광수 소설을 보고 자기 이름을 광호라 했단다. 진짜 이름은 따로 있었다. 누군가 윤광호 이름이 광호가 아니라는 걸 알고 놀랐다고 했는데,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이 말은 안 하는 게 나았으려나. 오래전이라고 동성애자, 성소수자가 없었을 리 없겠지. 그런 소설이 있었다 해도 이상하지 않겠다. 이광수 소설 ‘윤광호’가 그런 소설이었다. 광호는 P라는 사람한테 자기 마음을 말했는데, P는 광호한테 미모와 재력이 없어서 거절했다. 그 뒤 광호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건 예전이어서 그런 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누군가를 좋아하고 거절당한 충격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이 아주 없지는 않겠지만.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서 베르테르는 죽었구나.

 

 첫번째 소설은 성소수자가 성소수자인 광호가 폐암으로 죽은 뒤 광호 이야기를 쓴 거다. ‘나’는 광호를 만났을 때 소설을 쓰려고 했는데, 자신은 성소수자 이야기는 쓰지 않겠다고 했다. 광호는 그 말에 언젠가는 ‘나’가 자기들 이야기를 쓰게 될 거다 했는데 정말 그렇게 됐다. ‘나’는 글을 쓰는 걸로 자신을 드러내고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된 건 아닐까 싶다. 그래도 자신을 드러내는 걸 조심스럽게 여겼다. 성소수자가 죽는 일이 있기도 했는데,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자신과 다르다고 해서 틀린 건 아니지 않나.

 

 위수정 소설 <아무도>에는 남편과 따로 사는 희진이 나온다. 희진이 수형과 따로 살기로 한 건 연애를 하려고였단다. 그러면서도 희진은 수형을 좋아했다. 결혼하고 배우자를 좋아해도 다른 사람을 좋아할 수도 있겠지. 많은 사람은 그 시간을 잘 넘길지도 모르겠다. 그걸 바람이다 하는구나. 바람은 지나간다. 희진도 다시 자신이 수형과 살게 될 거다 한다. 그때 괜찮을까. 수형은 희진을 별로 탓하지 않았다. 희진이 집으로 돌아오기를 바랐다. 그런 사람도 있겠지. 희진 아버지는 희진이 고등학생 때 누군가를 잠깐 만났던 걸까. 이 소설은 이 정도밖에 말 못하겠다.

 

 

 하지만 나는 당신과 집으로 돌아갈 것이다. 당신이 이 일을 결코 잊지 못하리라는 것을 나는 안다. 그럼에도 너와 함께 생활하기 위해. 아주 오랫동안 함께 살기 위해 부모는 되지 않고.

 

 어떤 마음은 없는 듯, 죽이고 사는 게 어른인 거지 그렇지? 그런데 어째서 당신들은 미래가 당연히 있다고 믿는 건가? 그러나 이 모든 말을 나는 할 수 없었다.  (<아무도>에서, 88쪽)

 

 

 세번째 소설 <그 고양이 이름은 길다>(이주혜)에서는 쉰셋 구은정이 영이 되어 자근 근종 수술을 받는 자신을 내려다 본다. 수술할 때 정말 그런 일 일어나기도 할까. 은정은 아버지가 어딘가에 잡혀갔다 돌아오고 빈 자루가 되었을 때 가장이 된다. 가장은 무겁겠지. 누군가 짐을 지우지 않는다 해도 가장이라는 이름 자체가 무거울 것 같다. 돈을 버는 사람이 가장일까, 집안 중심을 잡는 사람이 가장일까. 거의 돈 버는 사람을 가장이다 하는구나. 돈이 뭐라고. 돈이 없으면 살기 어렵기는 하지. 은정은 식구들을 먹여 살리느라고 그동안 고생하고 병이 생긴 걸지도. 그런 때 은정은 자신을 돌아본다. 지금까지는 그럴 시간이 없었겠다.

 

 은정은 서른해 넘게 한 회사에 다녔다. 거기에서 소희 언니를 만났는데. 사장이 은정을 일본 출장에 데려간 뒤로는 사이가 멀어졌다. 사람이 사람을 그렇게 딱 잘라내다니 그런 거 보니 무섭구나. 소희 언니도 다른 사람처럼 사장과 은정 사이를 자기 마음대로 생각했던가 보다. 사장은 자신과 은정 소문이 회사에 퍼진 걸 알았을까. 알고도 모르는 척했을지도. 은정은 사실과 다른 소문이 퍼져도 그 회사에 다니다니 대단하다. 은정은 사장 비밀을 지키려고 했던 걸까. 사장이 일본에서 만난 사람이 여성이 아닌 남성이라는 건 사장이 죽고 남겨준 서랍장 때문에 알았다(사장이 만난 사람 남성 아니었던가. 난 남성으로 봤는데). 어쩌면 은정도 잠시 일본에서 보내는 시간이 괜찮았던 걸지도. 거기에서 은정은 가장이 아니었다.

 

 벌써 봄은 가고 여름엔 ‘소설 보다 여름 2022’가 나왔다. 그건 바로 보면 좋을 텐데. 이렇게 생각해도 그러지 못할 때가 많다. 이젠 겨울이 나오겠다.

 

 

 

희선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2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거리의화가 2022-12-19 09: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희선님 덕분에 <윤광호>란 소설이 있다는 걸 저도 처음 알았네요. 덕분에 담아갑니다^^ 성소수자에 대한 문제는 지금도 여전하지요. 불교계는 그래도 좀 바뀌는 것 같은데 기독교 쪽은 여전히 좋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듯합니다.

희선 2022-12-22 23:27   좋아요 2 | URL
예전보다 나아졌다 해도 여전히 안 좋게 여길지도 모르겠습니다 기독교는 성경을 말하고 이렇다 할지도... 그래도 불교계는 바뀌려고 하는군요 종교는 여러 가지를 잘 받아들이는 거여야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한데...


희선

미미 2022-12-19 10:4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 이 책 <윤광호>가 인상깊었어요. 겉보기로는 알 수 없는 사람들의 마음을 읽을 때면 어쩔 수 없이
많이들 고독하겠구나 실감하게 되요. 찾아보니 ‘겨울‘편 나왔네요 ㅎㅎ

희선 2022-12-22 23:31   좋아요 2 | URL
같은 성소수자도 서로 다르게 생각하기도 하고 마음이 맞지 않기도 하겠습니다 아니 그건 사람이라면 다 그렇겠네요 세상은 남자 여자 둘로만 나누기도 하니 자기 이야기를 터놓지 못하기도 하겠습니다 겨울 나왔더군요 여름 가을도 봐야 하는데, 2022년 건 다 늦게 보겠네요


희선

scott 2022-12-23 00:2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요 소설집은 착한 가격으로 다양한 작품을 읽어 볼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습니다
전 옆에 쌓아 놓고 보는 걸 좋아해서
이런 계간 문학지는 한꺼번에 쌓아 두고 읽어 버려요 ㅎㅎ^^

희선 2022-12-22 23:33   좋아요 2 | URL
쌓아놓고 보시는군요 저는 한권씩 보는 것도 힘듭니다 단편이어서... 예전에도 단편소설 봤지만, 잘 몰랐고 지금도 잘 모르기는 마찬가지네요 어렵게 느껴서 한권 한권 봅니다 책이 가볍고 싸서 좋지요


희선

새파랑 2022-12-19 12: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책 읽었었네요~! 리뷰 보니까 기억이 확 납니다~! 세 작품다 좋았던거 같아요 ㅋ 언제 다시 봄이 올까요? ㅡㅡ

희선 2022-12-22 23:34   좋아요 3 | URL
겨울이 가면, 눈이 녹으면... 어쨌든 봄은 옵니다 철은 어김없이 찾아오니, 이번 겨울은 추우니 잘 견디시기 바랍니다 일월엔 어떨지 모르겠네요


희선

mini74 2022-12-21 13:4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2022년 봄, 이제 벌써 2022년 겨울이네요.
그러다보면 다시 2023 봄 이 오겠지요.

희선 2022-12-22 23:35   좋아요 2 | URL
많이 늦게 봤습니다 어느새 겨울이 나왔는데... 몇달 지나면 봄이 나오겠네요 앞으로도 잘 나오면 좋겠습니다


희선
 
빛나는 그림자가 시공주니어 문고 3단계 82
황선미 지음, 이윤희 그림 / 시공주니어 / 202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세 사람이 나오면 어릴 적 친구 둘이 생각난다. 셋은 균형이 안 맞는 것 같기도 하다. 이건 내 생각일 뿐인가. 여러 사람이 친하게 지내기도 하니. 난 그것도 잘 못하지만. 그렇다고 한사람하고만 친하게 지내지도 못한다. 어릴 때도 그렇고 지금도 사람 사귀기 어렵다. 이 책 《빛나는 그림자가》는 친구 사귀는 이야기가 아닌데 이런 말을 했구나. 여자 친구, 잘 모르겠다. 비밀공책 꼭 써야 할까. 그런 거 하면 뭐가 좋은데. 비밀은 말하지 않아야 비밀이지. 셋만의 세계를 만들고 싶은 건가. 나도 여러 사람과 친하게 지내고 거기에 끼고 싶었던 적 있지만, 지금은 아니다. 그러면서 아쉬워하기도 한다. 그런 걸 소속감이라 하던가. 난 그런 게 없다. 친구 이야기 하다 이런 말로 흐르다니.

 

 이름이 좀 별난 아이 장빛나라는 학교에서 내준 숙제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일을 알아보는 데 태몽도 쓰라고 해서다. 누구한테나 태몽이 있을까. 그런 거 모르는 사람도 있을 텐데. 누구나 부모가 있다고 여기는 것과 같구나. 사람이 이 세상에 나려면 부모가 있어야 하지만, 부모와 살지 않는 사람도 있다. 이런 생각 어렸을 때는 못했던 것 같다. 어릴 때 부모와 헤어지거나 부모가 죽고 친척과 살거나 보육원에 살았던 사람도 있을 텐데. 내가 이 책을 보면서 별거 아니다 생각한 건, 여기 나오는 아이보다 더 살아설지도. 태몽을 모르거나 진짜 부모와 살지 않으면 어떤가 했다. 그걸 솔직하게 쓰면 될 텐데. 이런 말 하지만 나도 말하고 싶지 않은 거 있구나. 다른 사람은 크게 생각하지 않아도.

 

 빛나라는 먼저 다닌 학교에서 입양아라는 걸 안 아이한테 괴롭힘 당했나 보다. 그때는 친구가 거의 없었다. 5학년이 시작할 때 빛나라는 새로운 학교에 다니게 됐다. 빛나라는 새로운 학교에서 모델이 되겠다는 은재와 빵집을 하는 유리를 만났다. 빛나라는 친구한테 자신이 입양아라는 걸 들키고 싶지 않았다. 나도 어릴 때는 빛나라와 다르지 않았을지도. 그런 걸로 떠나는 친구는 진짜 친구가 아닐 것 같다. 빛나라 반에 전학생이 왔다. 빛나라는 전학 온 허윤을 보고 예전에 보육원에서 자신을 못 살게 굴던 요한을 떠올린다. 은재와 유리와 함께 쓰는 공책에 빛나라는 쓸 게 없어서 요한이 이야기를 쓴다. 요한이라는 아이는 있었지만, 상상도 함께 쓴다. 빛나라는 작가가 되고 싶었는데 학교에서 내준 숙제에는 관심도 없는 법조인이 되고 싶다고 썼다.

 

 꿈은 솔직하게 써도 될 것 같은데. 초등학교 5학년 때 작가가 되고 싶다고 생각하다니. 난 그때 하고 싶은 거 없었다. 그러고 보니 나도 거짓말 썼을지도. 다른 아이들이 말한 걸 따라 쓴 듯하다. 내가 빛나라 마음을 잘 헤아리지 못했다. 친구끼리 비밀이 없어야 한다 생각하지 않아야 한다. 은재나 유리도 말 안 했지만, 비밀 공책에 쓰지 못하는 거 있었을 거다. 은재가 윤이한테 관심을 가졌는데, 어쩌다 보니 빛나라가 윤과 함께 있었다. 은재는 오해하고 빛나라와 말하지 않았다. 그런 걸로 말 안 하다니. 말을 해야 왜 둘이 함께 있었는지 알 거 아닌가.

 

 난 여전히 여자아이 마음 잘 모르겠다. 사람 마음인가. 이런 소설에 나오는 것도 왜 그러지 하는구나. 빛나라는 은재와 유리를 잃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하게도 오해가 풀린다. 빛나라와 윤은 길고양이 주인을 찾아주려고 했다. 예전에 빛나라와 함께 지낸 요한이가 갑자기 사라졌는데, 이번에는 윤이 사라졌다. 왜 요한이는 빛나라를 괴롭혔을까. 그 마음도 모르겠다. 빛나라가 만만해 보였나. 빛나라한테 요한이는 지난 날을 떠올리게 하는 그림자였다. 그 그림자는 아주 없애지 못한다. 빛나라는 그림자를 조금 받아들인 듯하다. 언젠가 빛나라는 은재와 유리한테 그림자 이야기를 할지도 모르겠다. 말하고 싶지 않으면 안 해도 될 것 같은데.

 

 

 

희선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cott 2022-12-19 11: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즘 초딩 오학년 생들은
오디션 보러 다니고
미래의 블핑 BTS되는게 꿈 ^^

희선 2022-12-22 23:04   좋아요 1 | URL
지금은 초등학생 때부터 아이돌을 꿈꾸기도 하는군요 유튜버나 건물주인도 있을 것 같네요 아이돌이 되고 싶은 아이가 더 많을지...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