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현관
요코야마 히데오 지음, 최고은 옮김 / 검은숲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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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해 전에 요코야마 히데오 소설 《64》를 며칠에 걸쳐 읽었다. 그때는 유괴 경찰  이야기여서 읽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나 했는데, 이번에 만난 《빛의 현관》도 보는 데 시간이 좀 걸렸다. 하루에 조금 봐서 그렇기는 하지만, 앞으로 잘 나가지 않는 이야기였다. 왜 그럴까. 나도 잘 모르겠다. 그저 게을러서지 뭐. 이 책 ‘빛의 현관’ 본래 제목은 ‘노스라이트(북쪽 빛)’다. 집은 남쪽에서 빛이 들어와야 좋다고 하는데 꼭 그런 건 아닐지도 모르겠다. 난 집 잘 모른다. 공간 자체도 잘 모르는구나. 가고 싶은 곳 머물고 싶은 곳 기억에 남는 곳은 없다. 여러 가지 물건이 쌓여 있다 해도 그냥 내 방이 가장 편하다. 좀 더 좋은 걸 좋아해야 할 텐데. 그런 게 없으면 또 어떤가 싶기도 하다.

 

 집에 꿈을 가진 사람도 있는 듯하다. 여기 나오는 아오세 미노루도 그런 것 같다. 아오세는 오카지마 설계사무소에서 건축사로 일했다. 몇 달 전에 아오세가 지은 Y주택이 책에 실린 걸 보고 그 집과 같은 걸 지어달라는 의뢰가 들어온다. 일본에서는 건축가와 건축사로 나눠서 말하는가 보다. 아주 대단한 사람을 건축가라 하고 나머지는 건축사라 한단다. 아오세는 Y주택에 살게 된 요시노 도타가 집을 다 짓고 열쇠를 받고 자신한테 아무 연락이 없어서 이상했다. 건축사와 의뢰인이 오래 사이 좋게 지내지는 않는다 해도 살면서 집이 어떤지 한두 마디 정도는 할 수도 있을 텐데. 이번에 Y주택과 같은 집을 지어달라고 의뢰한 사람이 그 집에 가 보고 사람이 살지 않는 것 같다고 아오세한테 말한다. 집을 설계한 아오세는 이상했다. 아오세도 그 집에 가 보고 지금 요시노 식구가 살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

 

 자신이 지은 집을 좋다고 했는데 이사하지 않았다면 무슨 일인가 하겠다. 아오세는 요시노가 왜 그 집에 살지 않는지 알아본다. 그렇다고 그걸 꼭 알아야 한다는 마음은 없어 보인다. 그저 의문스러운. 요시노는 아오세한테 집을 의뢰할 때 아오세가 살고 싶은 집을 지어달라고 했다. 요시노 자신이 살고 싶은 집이 아니고 건축사가 살고 싶은 집이라니.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 이상하게 여겨야 하는 거 아닐까. 아오세는 자신이 살고 싶은 집을 짓는다. 헤어진 아내가 바란 나무로 지은 집이었다. 아오세 아버지는 댐공사 틀 장인으로 늘 댐공사 하는 곳으로 옮겨 다녔다. 아오세는 어릴 때 한 곳에 머물러 살지 않아서 한곳에 머물고 싶은 마음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건축사는 새 이름을 잘 아는 걸까. 아오세도 새 이름을 잘 알았다. 그건 아버지가 알려준 건가. 아오세 식구가 여기저기 옮겨다녔다 해도 그게 그렇게 나빴던 건 아닌 것 같기도 하다. 그때 본 북쪽에서 들어오는 빛을 아오세는 Y주택을 지을 때 가지고 왔다. 아무것도 없는 Y주택에는 브루노 타우트의 의자가 있었다.

 

 타우트가 뭐 하는 사람인지 난 잘 모른다. 이 책을 보니 제2차 세계전쟁이 일어나려 했을 때 타우트는 독일에서 일본으로 망명했다. 브루노 타우트는 건축가로 일본에서 일본 공예품 발전에 도움을 준 사람인가 보다. 아오세는 타우트의 의자로 요시노 일을 알게 되기도 한다. 아오세 아버지는 구관조 구로가 새장을 빠져나가 찾으러 나갔다가 벼랑에서 떨어져 죽었다. 아오세는 자기 아버지 죽음이 요시노 아버지와 상관있을지도 모른다 생각했다. 그 일과 오카지마 설계사무소에서 화가 후지미야 하루코 기념관을 만드는 공모가 나온다. 그런 거 보면서 건축사는 정치하는 사람하고도 잘 지내야 하나 하는 생각을 잠깐 했다. 개인이 지어달라는 집도 있겠지만, 나라나 시에서 지으려고 하는 것도 있겠다. 설계사무소는 좀 큰 일을 해서 이름을 알리고 싶기도 하겠다. 그런 세계 일은 하나도 모르지만. 아오세는 오카지마와 친구기도 했다. 오카지마는 화가 기념관 일을 따내려고 안 좋은 일을 조금 한 듯하다. 그게 신문에 나고 그 일에서 물러나고 오카지마는 병원 병실에서 떨어져 죽는다.

 

 오카지마가 죽다니. 꼭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 같다. 아오세는 오카지마가 병원 병실에서 담배를 피우다 잘못해서 떨어졌다 여기고 증거를 찾으려고 했다. 그런 거 찾기는 쉽지 않겠지만, 나도 오카지마가 사고로 죽었다고 믿고 싶다. 그 뒤에는 아오세가 오카지마가 생각한 후지미야 하루코 기념관을 짓게 하려는 이야기가 된다. 그건 오카지마가 아들을 생각하는 마음을 알게 해주려는 거였다. 아버지가 아들을 생각하는 마음. 아오세 아버지도 아오세를 생각하고 구관조를 찾으려 했구나. 아오세는 더는 그 구관조를 좋아하지 않았는데. 구관조라 해도 구로는 죽은 규타로가 아니니 말이다. 그래도 부모는 아이가 자라도 어리게 보는 것처럼 아오세 아버지는 구로도 아오세가 좋아한다고 여겼다. 구로가 있으면 아오세가 집으로 돌아온다고 믿었을지도. 아오세는 다시 아내와 딸과 함께 살게 될까. 두 사람한테는 희망이 보이는데, 갑자기 이런 말로 흐르다니.

 

 집에 살아야 할 사람이 살지 않고 누군가 그 집을 지어달라고 한 요시노를 쫓는 둣해서 요시노 식구한테 큰일이라도 일어났나 했다. 그런 일은 없어서 다행이다. 집엔 사람이 살아야 더 좋겠지. Y주택에 아오세 식구가 들어가 살 날이 오기를 바란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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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3-01-25 19: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나왔을 때, 소개는 읽었는데, 잊어버리고 있었네요.
요즘에는 이전보다 일본소설을 조금 덜 읽는 것 같아요.
나중에 상품소개 한 번 더 읽어야겠어요. 책을 샀는지도 한 번 더 찾아봐야겠고요.
희선님, 오늘 날씨가 많이 추워요.
감기 조심하시고, 따뜻하고 좋은 하루 보내세요.^^

희선 2023-01-26 01:19   좋아요 1 | URL
이 작가 소설은 두번째던가 세번째던가 분명히 기억하지 못하는군요 소설을 그렇게 많이 안 쓴 것 같기도 합니다

집 안은 추웠는데, 밖에 나가니 바람은 차가워도 볕이 나서 괜찮았습니다 가만히 있으면 추웠겠지만, 걸어서 덜 추웠던 거겠습니다 오늘은 좀 풀린다고 한 것도 같은데... 눈 소식이 있더군요 서니데이 님 오늘 좋은 하루 보내세요


희선
 
인생이라는 이름의 영화관 - 2020 볼로냐 라가치상 시네마 특별상 수상
지미 리아오 지음, 문현선 옮김 / 대교북스주니어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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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를 보고 영화 같은 삶을 꿈꾼 사람도 있겠지. 아니 영화 같은 삶은 아니어도 영화에서 삶의 답을 찾았다고 해야 할까. 아쉽게도 난 그런 것과는 좀 멀다. 영화관에 간 것도 얼마 안 되고 내가 본 영화도 얼마 안 된다. 내가 영화를 안 본다고 영화가 아주 없어진 건 아닌데, 영화가 예전만 못하다는 느낌이 드는 건 왤까. 난 영화와 멀어도 여전히 영화를 만들고 영화를 보고 영화에 빠진 사람 있겠지. 한국에서는 여러 곳에서 영화제를 하는 듯하다. 그런 곳에 가 본 적은 한번도 없지만. 앞으로도 없겠지. 다른 나라 영화제에서 한국 영화나 배우가 상을 받기도 한다. 영화 아주 사라지지 않기를 바란다.

 

 이 책 《인생이라는 이름의 영화관》은 그림책 같으면서도 그래픽 노블 같다. 그림이 참 많다. 그러면 그림을 제대로 봐야 하는데, 여전히 난 글을 먼저 본다. 난 언제쯤 그림을 오래 볼까. 그런 날 오기는 할지. 엄마가 떠나고 ‘나’가 울자 아빠는 ‘나’와 함께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본다. 두 사람을 떠난 엄마는 영화를 좋아하니 영화관에서 엄마를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면서. 사람은 현실에서 벗어나려고 영화나 책을 보겠지. 아빠도 ‘나’가 덜 슬퍼하기를 바라고 ‘나’와 영화를 봤겠다. 어쩌면 아빠가 더 슬픈 현실을 잊고 싶었던 건지도.

 

 ‘나’는 아빠와 영화를 자주 보러 가고 영화를 보고 나면 엄마가 보고 싶었다. 어느 날은 엄마가 보고 싶어서 영화관에 갔다. ‘나’는 열네살 때 영화관에서 한 아이를 만난다. 영화관에서 누군가를 만나기도 하는구나. 이거야말로 영화 같다. ‘나’는 남자아이와 즐겁게 지내지만, 시간이 흐르고 남자아이는 식구들과 스페인으로 이민을 간다. 다른 지역으로 이사 가는 것도 아니고 아주 다른 나라로 가다니. ‘나’는 남자아이와 언젠가 영화관에서 만나자고 약속한다. 그런 약속 지킬 수 있으려나. 언제 어디서 만나자고 뚜렷하게 말해야 할 텐데. 내가 이렇다. 가끔 영화에서는 기적이 일어나기도 한다.

 

 나이를 더 먹은 ‘나’는 영화관에서 남자를 만난다. 남자는 자신이 만들고 싶은 영화 이야기를 하고 ‘나’는 자신이 본 영화 이야기를 했다. 누군가를 만나고 결혼하고 잘 살면 좋겠지만 삶은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남자는 영화를 만들었지만 그게 잘 안 되고 ‘나’를 떠난다. ‘나’는 홀로 딸을 낳고 딸과 함께 산다. 딸이 아빠를 찾자, ‘나’는 아빠가 그랬던 것처럼 딸과 함께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본다. 딸은 영화관에서 아빠를 만날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아빠는 아니지만, ‘나’와 딸은 또 누군가를 만난다. 사람은 오고간다는 걸 나타내는 걸까. 어느 날 ‘나’는 나이 든 아빠와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다 엄마 냄새를 맡는다. 영화관에서 만난 사람은 정말 ‘나’와 아빠를 떠난 엄마였을까. 엄마였다면 좋겠다. 다른 걸 나타낸 걸지도 모를 텐데. 내가 잘 읽어내지 못한 것 같다.

 

 

 

 

 

 

 여기에는 여러 영화 포스터나 그림이 담겼는데 내가 아는 건 별로 없다. 딱 하나 알아 본 거 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영화 <원더풀 라이프>다. 이것도 난 영화가 아닌 책으로 봤다. 내가 본 책 겉면에는 영화 한 장면이 담겼다. 이 책 속에는 그 장면을 그림으로 그렸다. 나는 겨우 하나 알아봤지만, 영화 좋아하고 많이 본 사람은 나보다 더 많이 알아보겠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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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년세세 - 황정은 연작소설
황정은 지음 / 창비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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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소설집 그렇게 두껍지 않은데 며칠이나 걸려서 봤어. 여전히 책읽는 시간이 아주 적어서 그렇지. 책읽을 시간이 없다는 말은 못하겠어. 없지 않아, 있지만 그걸 내가 만들지 못하는 거야. 이런 말 안 하고 싶었는데. 슬프네. 이 책 빨리 보고 쓰고 다른 책 보고 싶었는데. 책을 잘 보려고 해야지, 다른 책 보고 싶다 말하다니. 책 제목 《연년세세》는 ‘여러 해를 거듭하여 죽 이어짐’이야. 좋은 건 연년세세하면 좋겠지만, 어떤 건 끊겨야지. 이런 이야기는 예전부터 있었을 거야. 그때보다 지금 더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게 되지 않았나 싶은 생각도 들어. 여성 삶 말이야. 좋은 것보다 안 좋은 게 이어지는 여성 삶이야. 그건 여성 스스로 끊어야 할 텐데, 어쩐지 여성이 끊지 못하는 것 같아.

 

 첫번째 소설 <파묘>는 김승옥문학상에서 처음 보고 슬프다 느꼈는데. 딸인 한영진은 왜 엄마한테 자기 집 살림을 맡겼을까 하는 생각을 했지. 그 이야기는 다음 소설 <하고 싶은 말>에서 조금 알겠더군. ‘파묘’만 보면 한영진을 알기 어려워. 엄마와 아빠가 하던 일이 잘 안 되고 아빠와 엄마는 한영진 시집 건물에 들어와 사는데, 한영진과 사위는 맞벌이여서 아이를 돌볼 사람이 없었어. 그걸 엄마 이순일이 해. 이순일은 둘째딸인 한세진한테 집에 와서 살림을 이으라고 하다니. 어떻게 그런 말을 할까 싶기도 해. 그 집에 그냥 살지 못하고 자신이 하기 어려우니 다른 딸이라도 하면 좀 덜 미안해서였을까. 그럴지도 모르지. 이순일은 자신이 힘들었던 건 잊은 걸까. 왜 딸한테만 힘든 걸 하라고 하는 건지.

 

 한영진은 자신이 하고 싶은 걸 하지 못하고 고등학교를 마치고 바로 일을 했어. 그 일을 잘하기도 했어. 다른 사람은 잘 팔지 못하는 이불과 베개를 한영진은 잘 팔았어. 그렇다고 그 일을 좋아하는 건 아닌 것 같아. 한세진이 희곡과 시나리오를 쓰는 걸 보고 자기 밑에서 일하라는 말도 했어. 한세진이 걱정스러워서 한 말일지. 그렇겠지, 그럴 거야. 글쓰기로 버는 돈이라고 해봐야 얼마 안 될 테니. 한영진은 엄마인 이순일을 조금 원망하는 것 같았어. 한영진이 일을 하게 된 건 이순일이 한영진한테 자신이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지 못한다는 말을 했거든. 그러면서 뉴질랜드에 가서 돌아오지 않는 막내 아들 한만수한테는 돌아오라고 하지 않고 자기가 하고 싶은 거 해야지 했어. 이순일과 한중언은 딸 둘과 아들 하나를 두었어.

 

 세번째 소설 <무명無名>엔 이순일 어린시절 이야기가 나와. 이순일이지만, 어렸을 때는 외할아버지가 순자라 했어. 이순일은 결혼하기 전까지 자기 이름이 순자인지 알았어. 그럴 수가. ‘파묘’에서는 외할아버지 무덤을 아주 없애서 슬픈 느낌도 들었는데, 외할아버지가 그렇게 따듯한 사람은 아니었더군. 이순일은 동생이 죽은 걸, 외할아버지가 이순일 탓을 한다 여겼던 것 같기도 해. 외할아버지는 별말 하지 않았는데. 차라리 뭔가 말을 했다면 좀 나았을지도 모르겠어. 이순일은 부모가 죽고 외할아버지와 살다 고모 집에 가게 돼. 고모는 이순일한테 학교에 보내주겠다는 말을 했지만, 그건 거짓말이었어. 자기 집 일을 시키려고 이순일을 데리고 간 거였어. 진짜 고모 맞을까. 아버지와 배다른 고모다 했는데. 그때 어려워서 그랬다고 해야 할까. 모르겠어. 아무리 어렵다 해도 조카한테 힘든 일을 시키다니. 이순일은 순자라는 친구를 사귀고 고모 집을 떠나기도 했는데, 다시 돌아와야 했어. 순자가 이순일이 있는 곳을 고모한테 알려줬던 걸지도 모르겠어.

 

 누구보다 힘들었던 사람은 이순일이겠지. 부모 없이 외할아버지와 살다 고모집에서 일했으니. 고모네가 다른 곳에 갈 때 이순일은 함께 가고 싶지 않아서 결혼해. 이순일이 보기에 한중언은 성실했어. 한중언, 잘 모르겠어. 아니 예전 아버지는 한중언과 다르지 않을지도 모르겠어. 한중언만 그런 건 아니기도 하군. 한영진 남편 김원상도 그냥 있어. 그냥 있다니 뭐가 그냥 있는 건지. 잘 모르겠어. 아버지 가장이라는 것도 무거운 짐이 되기는 하겠지. 그렇기는 해도 뭔가 일을 저지르면 엄마 여성이 해결하기도 해. 이런 이야기는 나오지 않지만 그냥 생각나서.

 

 마지막 <다가오는 것들>은 허영미와 한세진 이야길까. 그렇게 보이면서도 한세진 이모할머니, 이순일 이모인 안나 이야기 같기도 하군. 안나는 미군과 결혼하고 미국으로 갔다고 해. 그것 때문에 미국에 사는 한국 사람이 안 좋게 여기기도 했던가 봐. 양색시라는 말을 뒤에서 했다고 해. 한국 여성은 일제 강점기 때는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가고 일제에서 해방을 맞은 뒤엔 양색시가 됐다는 말이 있기도 하지. 모두 그렇게 된 건 아니겠지만, 그건 이 나라 사회가 그렇게 만든 게 아닐까. 이 소설 보니 예전에 본 《일기》가 생각나기도 했어. 한세진 이야기엔 황정은 이야기도 겹쳤더라고. 그런 일이 처음은 아니겠지. 소설이라 해도 작가 이야기도 조금은 들어갈 테니. 한세진과 황정은이 아주 똑같은 건 아닐 거야. 한세진은 이순일 딸이기도 하지.

 

 여성이 여성 삶을 알고 잊지 않고 안 좋은 건 끊어야 하지 않을까 싶어. 그러지 않으면 힘든 여성 삶은 바뀌지 않을 거야. 예전보다 지금 괜찮다고 하지만, 여전히 여성이 살기에 힘든 세상이야.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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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3-01-20 07:4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한세진, 황정은! 그렇네요!
덕분에 연년세세 리마인드 했습니다.
꼼꼼하게 읽으셔서 오래 걸리시는듯 하네요.
잊지 않고 글로 쓰는 작업, 여성의 삶을 바꾸는 시도겠지요^^
잘 읽고 가요~

희선 2023-01-22 01:36   좋아요 2 | URL
며칠에 걸쳐서 읽었지만, 하루에 읽은 건 얼마 안 돼요 그럴 때가 있기도 하네요 그건 게을러서 늦게 일어나서...

글이 꼭 남는 건 아닐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기록하고 쓰면 남겠지요 예전 사람이 썼기에 조금은 그때 일을 알기도 하니... 써두어도 잊지만 안 쓰는 것보다는 낫겠습니다 글쓰기는 혁명이다는 말이 있군요


희선

거리의화가 2023-01-20 10: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런 이야기인줄 몰랐네요. 황정은은 언젠가 접해야 할 작가라고 생각하고는 있는데 또 쉽사리 접근은 안하고 싶어서 읽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안 좋은 것은 끊어내는 게 맞죠. 여성들의 삶이 더 가벼워지길 소망하며... 리뷰 잘 읽었어요.

희선 2023-01-22 01:38   좋아요 2 | URL
예전에 <파묘> 한편만 봤을 때는 몰랐던 걸 여기 실린 소설을 보면서 알기도 했네요 단편 소설이라 해도 그게 끝은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황정은은 연작소설을 써서 여러 가지를 알게 해줬습니다 여성이 더 여성 삶을 안 좋게 만든 면도 있을 거예요 그건 잘 몰라서였을지도... 앞으로 조금씩이라도 바뀌겠지요


희선

scott 2023-01-20 11: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책 좋아 하는 독자들이 많았는데 이런 슬픈 이야기가 담겨 있었군요!

글쓰는 삶, 자기 자신을 위한 삶을 살아가게 만드는 힘이 되는 것 같습니다 ^^

희선 2023-01-22 01:41   좋아요 1 | URL
슬프지만 슬픈 것만 말하지 않겠지요 이건 이제야 생각했네요 그런 이야기를 보고 바꿔야 한다 생각할 테니... 글은 누구보다 자신한테 좋은 거겠습니다 그러다 넓어지면 다른 사람한테도 도움이 조금 되겠지요


희선

바람돌이 2023-01-20 23: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제일 좋아하는 작가 황정은
읽어내는게 참 쉽지 않지만 슬픔속에서도 뭔가 꿋꿋한 의지와 결기, 그리고 위로가 느껴져서 저는 항상 황정은 작가의 글이 좋더라구요.
희선님 명절 잘 보내세요. ^^

희선 2023-01-22 01:45   좋아요 1 | URL
예전에도 소설 보기는 했는데, 어쩐지 그때 본 건 잘 못 본 것 같기도 합니다 지금이라고 잘 보는 건 아니지만... 황정은 소설을 보면 슬프지만 따듯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이 말 다른 사람 소설 보고도 했을지도... 한국소설은 슬퍼도 그 안에 그것만 담긴 건 아니겠습니다 그것만이라도 조금 느끼면 다행일지도...

바람돌이 님도 명절 즐겁게 편안하게 보내세요


희선
 
친구의 전설 웅진 모두의 그림책 42
이지은 지음 / 웅진주니어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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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랑이와 민들레 그림이 있는 《친구의 전설》은 어떤 이야길까요. 옛날옛날에 있었을지도 모를 이야기예요. 이 책을 보니 민들레를 보면 호랑이가 떠오를 것 같습니다. 민들레를 보고 사자를 떠올리기도 하는데. 영어에는 민들레에 라이언이라는 말이 들어가기도 합니다. 그건 잠시 생각하지 않는 게 좋겠네요. 호랑이와 민들레는 어떤 사이일까 했는데, 둘이 친구가 되어도 괜찮겠습니다.

 

 누가 놀아주지 않아 심심한 호랑이는 숲속 동물을 잘 놀렸어요. 그런 호랑이를 숲속 동물은 그리 좋아하지 않았어요. 어느 날 밤 하늘에서 노란 꼬리를 끌고 뭔가 떨어져요. 이튿날 아침 호랑이가 깨어보니 꼬리에 꽃이 달렸지 뭐예요. 무슨 꽃이냐면 바로 민들레였어요. 하늘에서 노란 꼬리를 끌고 내려온 건 민들레 씨앗이었나 봐요. 꼬리에 꽃이 피면 어쩐지 이상할 것 같네요. 호랑이도 처음에는 노란색 꽃을 떼어내려고 했는데 잘 안 됐어요. 다른 동물이 호랑이 꼬리에 핀 꽃을 보고는 꼬리 꽃이라 했어요. 꼬리에 꽃이 핀 호랑이 재미있네요.

 

 꼬리 꽃이 나타나고는 호랑이가 좀 달라져요. 꼬리 꽃이 그렇게 하라고 했군요. 닭이 품은 알이 낭떠러지로 굴러 떨어지자 꼬리 꽃이 호랑이한테 알을 구하자고 하고 구해요. 닭과 알은 꼬리 꽃과 호랑이한테 고맙다고 해요. 작은 동물이 다리가 없어 냇물을 건너지 못한다고 하자 호랑이는 꼬리를 다리 대신 걸쳐줘요. 이것도 꼬리 꽃이 그렇게 하라고 했지요. 작은 동물이 냇물을 건너가자 호랑이는 커다란 나무를 가지고 와서는 다리를 놔요. 호랑이가 작은 동물을 생각하고 했겠지요. 어쩌면 자기 꼬리를 놔주는 것보다 통나무 다리를 놓는 게 낫다고 생각한 걸지도.

 

 얼마 뒤 꼬리 꽃 머리가 하얘지고 호랑이털도 하얘졌어요. 호랑이는 꼬리 꽃과 함께 지내는 게 좋았는데 꼬리 꽃이 하얘지고는 잠을 많이 잤어요. 그러던 어느 날 호랑이가 그물에 걸렸어요. 꼬리 꽃은 후 불어서 눈 감으면 지는 놀이를 하자고 해요. 꼬리 꽃이 호랑이를 불어도 호랑이는 괜찮았지만 호랑이가 꼬리 꽃을 후 하고 불자 씨앗이 날아갔어요. 그걸 본 부엉이가 큰일 났다고 하면서 숲속 동물을 불러 모으고 호랑이가 그물에 걸린 걸 알렸습니다. 호랑이는 꼬리 꽃 덕분에 살고 숲속 동물과도 친구가 됐어요.

 

 친구가 하나 생기면 다른 친구도 생기는군요. 호랑이는 꼬리 꽃을 만나고 친구를 돕는 게 어떤 건지 알게 됐어요. 지금까지 호랑이는 친구 사귀는 방법을 몰라서 친구가 없었나 봅니다. 꼬리 꽃은 떠났지만 호랑이는 쓸쓸하지 않겠습니다. 다시 꼬리 꽃과 호랑이 만나겠지요.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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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3-01-16 11: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팥빙수의 전설˝ 그 다음편이라고 들었는데, 표지의 그림이 재미있게 생겼어요.
희선님, 날씨가 많이 차갑습니다. 따뜻한 하루 보내세요.^^

희선 2023-01-19 02:48   좋아요 1 | URL
호랑이와 꼬리 꽃(민들레) 재미있게 보이죠 저는 팥빙수의 전설은 못 봤군요 그건 여름에 보면 어울리겠네요 서니데이 님 오늘 좋은 하루 보내세요


희선

바람돌이 2023-01-16 22: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호랑이와 민들레 꽃이라니 발상이 재밌네요. 아이들이 다 큰 요즘은 그림책 읽을 일이 없는데 이렇게 서재친구분들이 그림책이나 동화책 리뷰 올려주시면 그걸 읽는 것으로도 즐거워지네요. ^^

희선 2023-01-19 02:51   좋아요 0 | URL
저는 어릴 때 그림책 못 보고, 지금도 잘 못 보는군요 본다 해도 그림보다 글을 보니... 그래도 재미있어요 그림을 여러 번 보고 뭔가 찾으면 좋을 텐데, 아직 그런 일은 없습니다 바람돌이 님 고맙습니다


희선
 
내 이름을 부르면 그래 책이야 40
정이립 지음, 전명진 그림 / 잇츠북어린이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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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전거 타기 좋아하니. 그것보다 먼저 자전거 탈 수 있는지 물어봐야겠군. 난 자전거 탈 수 있어. 자전거 타기는 한번 익히면 잊어버리지 않아. 어떤 건 한번 배우고 오랫동안 안 하면 잊어버리기도 하는데, 신기하게도 자전거는 오래 안 타다가 타도 괜찮아. 자전거는 균형을 잘 잡으면 돼. 난 걷기가 더 좋지만 자전거를 타면 바람을 느껴서 괜찮겠어. 자동차는 편하지만 기름 같은 연료와 넓은 길이 있어야 달리지만, 자전거는 두 다리 힘과 좁은 길에서도 잘 달려. 자전거 경주하는 건 가볍기도 해서 힘껏 페달을 밟으면 아주 빨리 가. 그건 타 본 적 없지만.

 

 이 책 《내 이름을 부르면》을 처음 봤을 때 말하는 게 누군가 했어. 조금 더 보면 그게 자전거라는 걸 알게 돼. 자전거는 사람이 이름을 지어주고 일곱번 부르면 마음씨가 생긴대. 어떤 물건이든 사람이 소중하게 여기거나 오래되면 마음이 생길지도 모르지. 황금 날개는 첫번째 친구 준희가 이름을 지어주고 마음씨가 생겨났는데, 세번째 아이 영호는 황금 날개가 낡아서 길에 버렸어. 사람도 버림받으면 슬픈데, 자전거 마음도 그리 좋지 않겠지. 황금 날개 겉은 낡았다 해도 아직 바람을 가르고 달릴 수 있고 달리고 싶은데. 물건이 조금 고장났다고 바로 버리면 안 되겠지. 난 물건이 튼튼해서 오래 쓰는 게 더 좋은데. 새 것이 좋기는 하겠지만, 새 거 사기 귀찮기도 해.

 

 길에 버림받은 황금 날개를 자전거 타고 다니던 아이가 장난으로 돌을 던지고 연못에 빠뜨리기도 해. 며칠 동안 한 아이가 황금 날개를 지켜보다가 누군가 버렸다고 여기고 황금 날개를 가지고 집으로 가. 황금 날개는 아주 기뻤어. 그 아이는 형섭이었어. 형섭이는 중고 자전거를 사기보다 황금 날개를 고쳐서 타기로 했어. 요즘 보기 드문 아이지. 형섭이는 황금 날개 이름을 알았던 것도 아닌데 자전거를 황금 날개라 해. 황금 날개는 자신과 형섭이 마음이 잘 맞는다고 생각해. 형섭이가 황금 날개가 이런 생각을 하는 걸 모르다니 조금 아쉽군. 아니 형섭이도 알까. 알면 좋겠군.

 

 형섭이한테 장난치는 것 같은 형은 겉으로는 헌 자전거는 왜 주워온 거야 했는데, 콜라로 녹을 없앨 수 있다는 걸 알려줘. 그런 거 평범하게 말하면 안 되나 왜 장난치는 것처럼 한 거지. 형이어서 그런가. 형섭이를 괴롭힌다고 할까, 별로 안 좋아하는 아이도 있었어. 그 아이는 박세진으로 형섭이와 반장에 나갔다가 떨어졌나 봐. 세진이는 다른 친구와 영호가 버린 황금 날개에 돌을 던지기도 했어. 세진이는 황금 날개를 보고는 놀려. 형섭이는 그런 말에 기죽지 않았어. 형섭이가 아무 말 못하고 울면 어쩌나 했는데 그러지 않아서 다행이었어. 세진이는 형섭이한테 자전거 경주를 하자고 해. 처음엔 형섭이가 이겼는데 고양이를 피하다 넘어져. 형섭이는 다음에 다시 경주 하자고 해.

 

 지금은 아파트에 살지 않으면 이상하게 여긴다던데, 세진이는 형섭이가 아파트에 살지 않는다고 놀리기도 했어. 그런 걸 놀리다니. 어쩌면 세진이는 형섭이가 부러웠던 걸지도. 그냥. 어쩐지 부러운 사람 있잖아. 형섭이와 세진이 자전거 경주는 어떻게 됐을까. 세진이가 다쳐서 형섭이가 도와주고 둘은 친구가 돼. 황금 날개도 레디라는 친구를 만나. 레디는 세진이가 타는 빨간색 자전거 이름이야. 세진이도 자전거 이름을 짓고 이름을 불렀던 거군. 세진이는 아주 나쁜 아이는 아니었나 봐. 그것도 다행이야. 형섭이는 앞으로도 황금 날개를 즐겁게 타겠어. 시간이 흐르고 아주 못 타게 되면 황금 날개 마음씨는 사라질까. 이런 생각을 하다니. 언젠가 마음씨도 사라지겠지. 조금 아쉽네. 형섭이가 황금 날개를 오래오래 타기를.

 

 

 

 

*이걸 보니 예전에 내가 쓴 게 떠올랐어.

 

 

 

달리고 싶다

 

 

 

 

 달리고 싶다. 언제쯤 난 바람을 가르고 달릴 수 있을까.

 

 내가 왜 달릴 수 없는지는 아주 잘 안다.

 

 몇달 전에 난 자전거 가게에 서 있었다. 그곳에 남자아이와 아버지인 듯한 사람이 왔다. 남자아이는 종우라고 하고 곧 중학생이 돼서 아버지가 자전거를 사준다고 했다. 종우는 가게에 서 있는 자전거를 둘러보다 나를 보았다. 난 잘 보이려 했다. 종우가 내게 다가왔다.

 

 “아빠, 여기 이 자전거로 할래.”

 

 “그래, 그게 마음에 들어.”

 

 집으로 올 때 종우는 나를 탔다. 자전거 가게가 아닌 세상을 보는 건 즐거웠다. 이대로 어디든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나 혼자서는 아무데도 갈 수 없다.

 

 한동안은 같은 길을 다녔다. 종우가 학교에 갔다 올 때 나를 탔다. 그때는 다른 자전거도 보았다. 다들 자기 모습을 뽐내고 달리는 것처럼 보였다. 나도 다르지 않았다.

 

 종우가 처음 나를 타고 학교에 간 날 종우 친구가 나를 보더니 한마디 했다.

 

 “그 자전거 멋지다.”

 

 “괜찮지. 이거 타고 달리는 기분도 좋아.”

 

 어느 날부터 종우는 학교에 갈 때 나를 타지 않았다. 종우 다리 한쪽은 하얗고 다른 쪽 다리보다 두꺼웠다. 종우는 학교에서 잘못해서 다리를 다쳤다. 그날은 종우 친구가 나를 타고 집에 왔다.

 

 아침에 학교에 갈 때마다 종우는 나를 바라봤다. 타고 싶은데 탈 수 없어서 아쉬워하는 모습이었다.

 

 “휘유. 다리 언제 다 나으려나.”

 

 종우는 나를 보고 혼잣말을 하고는 학교에 갔다.

 

 나도 종우 다리가 빨리 낫기를 바란다. 종우와 함께 파란하늘 아래를 힘껏 달리고 싶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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