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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좋은 것을 너에게 줄게
정여울 지음, 이승원 사진 / 이야기장수 / 2022년 7월
평점 :
이 책 제목이 좋구나. 《가장 좋은 것을 너에게 줄게》라니. 이 책에 담긴 글은 정여울이 쓴 것에서 좋은 걸 모았다고 한다. 다시 보니 ‘가슴이 따듯해지는 이야기 모음’이란다. 여러 글을 쓰고 거기에서 가슴이 따듯해지는 이야기를 모았다니, 멋지다는 생각이 든다. 펜데믹을 지나는 세 해 동안 쓴 글. 난 그동안 어떤 책을 보고 뭘 썼는지. 책은 별로 못 보고 글도 잘 쓰지 못했다. 다른 때도 우울했지만, 코로나19 뒤로 더 우울했던 것 같기도 하다. 이런 말을 하다니. 정여울은 우울함보다 우울해도 그것보다 나은 걸 말하려고 하는데. 자신이 마음 쓰는 사람한테는 가장 좋은 걸 주고 싶기도 하겠지. 여기 담긴 글은 정여울이 생각하는 사람뿐 아니라 이 책을 만날 사람도 생각한 거겠다.
책을 보다가 난 책을 그렇게 잘 보지 못한다는 생각을 했다. 책 한권이라도 집중하고 글 하나하나를 보고 글을 쓰면 훨씬 잘 볼지도 모를 텐데, 내가 책을 그렇게 빨리 보지는 못하지만 한번 보고 만다. 책을 보고 쓰기는 하지만, 대충 쓴다. 대충 쓰고도 썼다고 기분 좋게 여긴다. 책을 보고 쓰다보면 더 잘 쓰고 싶은 마음이 드는데, 책 이야기를 잘 쓰려고 애쓰지는 않은 것 같다. 애쓰지도 않고 잘 쓰고 싶다고 생각만 하다니. 정여울이 말한 것처럼 책 한권이라도 깊이 있게 보면 다른 책도 좀 괜찮게 보려고 하지 않을까 싶다. 한번쯤 해 보고 싶은데, 게으른 난 아마 안 하겠지. 지금까지처럼 책을 보겠지. 이런, 내가 나를 잘 믿지 못한다. 다른 사람보다 자기가 자기를 믿고 응원해야 할 텐데.
지금까지 정여울이 쓴 책은 여러 권 봤다. 나온 책이 많지만 내가 본 건 그리 많지 않다. 글을 참 열심히 쓰는 작가라는 생각이 든다. 작가는 다 글을 열심히 쓰겠지만. 작가가 되려고 애쓴 이야기도 대단했다. 어머니는 작가가 되는 걸 반대했다고 하던데. 정여울은 어렸을 때는 부모님 말을 잘 듣는 사람이었다. 부모가 하라는대로 했다고 할까. 어느 순간 그런 게 답답하게 느껴지고 자신이 하고 싶은 게 생겼겠지. 자신의 트라우마를 낫게 하려고 심리학을 공부하고 그런 글을 쓰기도 했다. 신화와 고전 공부도 했던가. 정여울은 멋진 사람이구나. 나처럼 생각하는 사람 많을 것 같다. 이름도 멋지지 않나.
헤르만 헤세, 융. 그러고 보니 헤르만 헤세도 융을 만났다고 한 것 같다. 내가 아는 게 그 정도밖에 안 되다니. 정여울이 좋아하는 작가는 더 많을지도 모를 텐데. 헤르만 헤세를 많이 말해서 헤세가 가장 먼저 생각난다. 난 그런 작가가 없다. 그저 소설, 이야기가 재미있었다. 재미뿐 아니라 깊이있게 생각해야 할 텐데. 여기엔 책 이야기도 있는데 헤세 책은 없구나. 그건 다른 데 있으니 괜찮겠다.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버지니아 울프, 헬렌 한프. 이 세 작가 공통점은 뭘까. 여성이라는 거다. 버지니아 울프는 여성한테 자기만의 방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지금은 자기만의 방을 가진 여성이 많지만, 온전히 자기만의 시간은 갖지 못할지도 모르겠다. 여전히 여성은 살아가기 힘든 세상이다. 시간이 갈수록 더 나아지기를 바랄 수밖에 없겠다.
요즘은 자존감이 높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 말 보면서 난 자존감 낮은데 하기도 한다. 어떻게 해도 올라가지 않는 자존감. 여기에서 정여울은 자존감이 높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다. 그런 말에 위로받는 사람도 있겠다. 바로 나구나. 나도 이런저런 말에 휘둘리기도 하는가 보다. 그저 그런가 보다 하면 될 텐데. 사람이 이런저런 것에 휩쓸리지 않으려면 책을 보고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책이 모든 걸 알려주는 건 아니지만. 책만 믿으면 안 되기도 하겠다. 잘못 생각하지 않으려면 여러 사람이 말하는 걸 들어야 한다. 책도 여러 가지를 봐야 할 텐데. 가끔 책에 쓰인 말에 휘둘리기도 하는구나.
내가 나를 좋아하기. 여전히 난 잘 못한다. 정여울은 그걸 잘 하는 사람이다. 그렇게 되기까지 애썼겠지. 그런 걸 배워야 할 텐데. 나한테 안 좋은 점도 있지만, 그저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겠다. 다른 사람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겠지. 하나로 규정하지 않고 그 사람이 가진 여러 가지 면을 보려고 해야 한다. 그러면 뜻밖의 면을 알게 되기도 하겠지. 세상도 사람도 오래 봐야 잘 보이겠다. 풀꽃처럼.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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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러는 우울증을 극복하려고 ‘남을 행복하게 하기’라는 새로운 과제에 도전해볼 것을 제안했다. 만약 ‘나’가 끝없이 우울하고 처량하다는 생각으로 괴롭다면, 둘레에서 한 사람을 골라 ‘오늘은 그 사람을 기쁘게 해주자’는 생각으로 최소한 세 가지 좋은 일을 실천해보는 거다. (230쪽~23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