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스토옙스키와 함께한 나날들 - 안나 도스토옙스카야의 회고록
안나 그리고리예브나 도스토옙스카야 지음, 최호정 옮김 / 엑스북스(xbooks)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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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 작가 하면 떠오르는 사람이 표도르 미하일리비치 도스토옙스키인지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일지. 도스토옙스키뿐 아니라 톨스토이 소설은 다 못 봤다. 아니 톨스토이가 쓴 단편소설은 한번 봤다. 이 책 《도스토옙스키와 함께한 나날들》을 보고서야 도스토옙스키와 톨스토이가 같은 시대 작가라는 걸 안 것 같다. 톨스토이가 도스토옙스키보다 일곱살 적었다. 다른 나라 작가 그것도 19세기 작가가 언제 태어났는지 잘 모른다. 나만 그럴지도. 작가한테 관심 가진 사람은 그 작가가 언제 태어났는지 정도는 기억하겠다. 나한테 표도르 마하일로비치 도스토옙스키는 가까이 하기 어려운 작가다. 그냥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언젠가 《카라마조프 씨의 형제들》을 보려다 그만뒀다. 앞부분만 잘 넘기면 재미있을지도 모를 텐데. 그걸 넘기지 못했다. 지금 생각하니 조금 아쉽구나.


 내가 아는 도스토옙스키는 도박으로 빚이 많아서 소설을 썼다는 거다. 그건 아주 조금밖에 모르는 거였다. 도스토옙스키가 도박빚이 있기는 했겠지만, 도스토옙스키는 갑자기 형이 죽고 형네 식구와 형 빚을 떠안았다. 첫번째 부인 아들인 파벨 알렉산드로비치하고도 함께 살았다. 그런 걸 보면 도스토옙스키가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다. 내가 그동안 도스토옙스키한테 가진 인상은 나쁜 사람이었던가. 나쁜 사람이라기보다 도박을 즐기고 거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이었던 것 같다. 도스토옙스키가 도박을 한 건 빚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빚을 갚으려고 도박을 한 게 버릇이 되고 거기에 빠져버린 거지. 도스토옙스키는 그 경험을 바탕으로 소설 《도박꾼》을 썼다고 한다. 여기에서 도스토옙스키는 도박하는 사람 편을 들어주는가 보다.


 도스토옙스키는 형수나 의붓아들뿐 아니라 동생한테도 돈을 주었다. 자기도 돈이 없어서 쪼들리는데, 돈이 들어오면 다른 사람한테 돈을 주었다. 이때 러시아에는 할 일이 별로 없었나 하는 생각도 든다. 사람들이 살기 어려웠으니 자기 형제한테 손을 벌렸을 거 아닌가. 난 아무리 돈이 없어도 형제한테 달라고는 안 할 텐데. 내가 돈이 없다 해도 아주 굶지 않아서 이렇게 생각하는 걸까. 그럴지도 모르겠다. 도스토옙스키 소설을 보면 그때 러시아가 어땠는지 알지도 모르겠다. 도스토옙스키는 빚 때문에 자신이 잡지에 글을 실어 달라고 해서 원고료를 얼마 받지 못했다. 톨스토이나 투르게네프는 도스토옙스키보다 돈을 많이 받았다. 그래도 도스토옙스키가 글을, 소설을 썼다는 건 도스토옙스키 자신은 소설을 써야 한다 생각해서겠지.


 두번째 부인 안나 그리고리예브나는 도스토옙스키가 악덕 출판업자와 계악하고 소설을 써야 해서 만났다. 이때 도스토옙스키는 소설 쓰기가 힘들었다. 간질 발작으로 눈을 다친 것 같았다. 안나는 속기를 배우고 그 일을 하려 했다. 안나가 작가인 도스토옙스키를 알기는 했지만, 처음에는 그저 그랬던 것 같다. 안나보다 나이도 많았으니. 이때는 마흔살만 넘어도 노인이라 했나 보다. 도스토옙스키는 거의 한달이 되어서야 안나 그리고리예브나 이름을 외웠다. 안나와 도스토옙스키는 시간이 흐르고서야 이야기를 했다. 만나고 얼마 안 됐을 때는 말하기 어렵기는 하겠다. 이때 도스토옙스키가 구술한 게 《도박꾼》이다. 안나는 속기로 받아적고 다음 날 잘 적어왔다. 도스토옙스키는 소설 구술을 다 마치고 내일부터 안나를 만나지 못하느냐고 하고 안나 집에 초대해달라고 한다. 안나는 다음날 다다음날 며칠은 다른 약속이 있다면서 나중에 오라고 했다.


 누군가는 첫눈에 반한다고도 하지만. 한달 정도도 빠르지 않을까. 도스토옙스키는 안나 집에 찾아가고 안나한테 청혼한다. 그 다음부터 거의 날마다 도스토옙스키는 안나 집에 간다. 바로 결혼하든가 하지 석달이나 기다려야 하다니 했다. 두 사람이 결혼하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나 보다. 옛날이니. 형수와 의붓아들은 도스토옙스키가 결혼하는 걸 달가워하지 않았다. 안나와 도스토옙스키가 결혼하고는 두 사람이 이야기 나눌 시간이 없었다. 친척이 도스토옙스키 집에 자꾸 찾아와서. 도스토옙스키는 다른 나라에서 석달 지내다 오려고 했는데, 그 시간은 네 해나 길어진다. 잠깐 떠나려던 게 그렇게 길어지다니. 다른 나라에 살 때 첫째딸을 잃었다. 그때 참 마음 아팠겠다.


 안나는 도스토옙스키가 도박에 빠지고 돈을 잃어도 크게 뭐라 하지 않았다. 안나는 도스토옙스키가 도박으로 돈을 잃는 걸 알면서도 기분을 바꾸라는 뜻으로 그걸 하고 오라고 한다. 그러고 나면 도스토옙스키는 다시 소설을 썼다. 도박으로는 돈을 따지 못한다는 걸 알고. 도스토옙스키는 글을 쓰고 고치고 싶어하기도 했는데, 그럴 시간이 없었다. 도스토옙스키는 그걸 아쉽게 여겼다. 안나와 도스토옙스키가 함께 산 시간은 열네해인데, 열세해째에 빚을 모두 갚았다. 빚을 다 갚았으니 앞으로는 여유 있게 글을 써도 됐을 텐데. 도스토옙스키는 《카라마조프 씨의 형제들》 2부를 쓸 계획이 있었던가 보다. 그걸 못 쓰고 죽다니. 도스토옙스키가 스스로 회고록을 썼다 해도 괜찮았을 텐데. 이런 거 아쉬워하면 뭐 하나. 도스토옙스키 소설 하나도 안 봤으면서 이런 생각을 하는 내가 조금 우습구나.


 그때 러시아 사람은 작가 도스토옙스키를 좋아했나 보다. 지금도 그런가. 도스토옙스키가 죽자 많은 사람이 찾아오고 장례행렬도 길었다. 안나와 딸은 도스토옙스키 장례식에 못 들어갈 뻔했다. 그런 일까지 있었다니. 도스토옙스키와 톨스토이가 알기는 했지만 한번도 만나지 못했단다. 같은 시대에 사니 한번 만날 수도 있었을 텐데. 언제부터 만우절은 있었을까. 도스토옙스키는 만우절에 안나한테 거짓말을 하기도 했다. 그런 거 재미있지 않나. 도스토옙스키가 안나와 가장 가깝고 남편이어서 좋은 점을 더 말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러면 또 어떤가 싶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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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3-04-13 12:2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읽고 싶은 책인데 아무래도 도 선생님 책은 웬만해서
읽지 못하고 있으니 이 책도 그냥 눈찜만하게 되네요.
몇년 전에 도 선생님 전기영화를 본적이 있는데
모르긴 해도 이 책이 참고가 되지 않았을까 싶네요.

희선 2023-04-13 23:48   좋아요 4 | URL
도스토옙스키 잘 몰랐는데, 이 책을 보고 조금 알게 됐습니다 안나가 자기 이야기를 조금 쓰기도 했는데 그건 못 썼네요 도스토옙스키가 안나를 만나서 괜찮았을 것 같아요 지나고 나서 말하는 거지만, 누군가는 만나서 괜찮고 누군가는 만나지 않은 게 나았겠다 싶기도 하네요


희선

새파랑 2023-04-14 06:1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도스토예프스키 완전 좋습니다 ㅋ <노름꾼> 읽어보시면 완전 웃깁니다~!!
<카라마죠프>도 분량압박이 있어서 그렇지 잘 읽힙니다~!!

희선 2023-04-16 00:33   좋아요 1 | URL
새파랑 님은 도스토옙스키 소설 다 보셔서 뿌듯하겠습니다 한번으로 끝나지 않을 것 같네요 <카라마조프 씨의 형제들> 앞부분을 잘 넘겼다면 좋았을 텐데, 그러지 못했네요 일본에서는 그 소설로 드라마를 만들기도 했어요 그건 미스터리 같았어요


희선

scott 2023-04-14 20: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도끼옹 안나 만나서 대 문호가 된 것!
간질 발작에 도박 중독자 도끼옹
진심으로 어질고 현명하고 인내 하는 안나를 만나서 그나마 작가로 명성을 쌓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도끼옹이 집안에서 둘째 였지만 형과 형수 동생들이 줄기차게 돈을 요구 해서
안나도 마음 고생 심했을 것 같습니다
도끼옹 작품에 이 가족들 전부 한 두번 씩 나옵니다.

희선 2023-04-16 00:39   좋아요 1 | URL
도스토옙스키가 안나를 만난 건 행운이군요 그때 못 만났다면 도스토옙스키가 소설 쓰기 힘들었겠습니다 형제들이 돈을 달라고 하다니... 그래도 도스토옙스키는 그런 걸 거절하지 않았네요 마음이 약해서 그랬나 봅니다 첫번째 결혼도 그런 마음 때문에 한 것 같기도 합니다 도스토옙스키 소설 볼 수 있을지... 예전에 보려고 한 적 있기도 한데...


희선

페넬로페 2023-04-15 01: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톨스토이가 도스토옙스키작가보다 나이가 더 적군요 저는 반대로 생각했어요.
작가들의 전기나 그래픽노블을 보면 보통 사람이 사는 방식과는 좀 다른 삶을 사는 것 같더라고요.
그냥 작가들은 작품으로만 만나야 하는건지도 모르겠네요
안나가 고생이 많았을 것 같아요^^

희선 2023-04-16 00:49   좋아요 1 | URL
같은 시대 작가였다는 거 이 책 보고 알았어요 톨스토이와 도스토옙스키는 서로의 소설을 봤어요 그런 거 생각하면 좀 신기하기도 합니다 저는 소설 보면서 작가 별로 생각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조금 달라지기도 했네요 그렇다고 다 아는 건 아니지만, 그저 소설을 보면서 작가를 조금 생각하기도 합니다 소설이 다 작가 이야기는 아닐 텐데...


희선
 
가장 좋은 것을 너에게 줄게
정여울 지음, 이승원 사진 / 이야기장수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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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 제목이 좋구나. 《가장 좋은 것을 너에게 줄게》라니. 이 책에 담긴 글은 정여울이 쓴 것에서 좋은 걸 모았다고 한다. 다시 보니 ‘가슴이 따듯해지는 이야기 모음’이란다. 여러 글을 쓰고 거기에서 가슴이 따듯해지는 이야기를 모았다니, 멋지다는 생각이 든다. 펜데믹을 지나는 세 해 동안 쓴 글. 난 그동안 어떤 책을 보고 뭘 썼는지. 책은 별로 못 보고 글도 잘 쓰지 못했다. 다른 때도 우울했지만, 코로나19 뒤로 더 우울했던 것 같기도 하다. 이런 말을 하다니. 정여울은 우울함보다 우울해도 그것보다 나은 걸 말하려고 하는데. 자신이 마음 쓰는 사람한테는 가장 좋은 걸 주고 싶기도 하겠지. 여기 담긴 글은 정여울이 생각하는 사람뿐 아니라 이 책을 만날 사람도 생각한 거겠다.


 책을 보다가 난 책을 그렇게 잘 보지 못한다는 생각을 했다. 책 한권이라도 집중하고 글 하나하나를 보고 글을 쓰면 훨씬 잘 볼지도 모를 텐데, 내가 책을 그렇게 빨리 보지는 못하지만 한번 보고 만다. 책을 보고 쓰기는 하지만, 대충 쓴다. 대충 쓰고도 썼다고 기분 좋게 여긴다. 책을 보고 쓰다보면 더 잘 쓰고 싶은 마음이 드는데, 책 이야기를 잘 쓰려고 애쓰지는 않은 것 같다. 애쓰지도 않고 잘 쓰고 싶다고 생각만 하다니. 정여울이 말한 것처럼 책 한권이라도 깊이 있게 보면 다른 책도 좀 괜찮게 보려고 하지 않을까 싶다. 한번쯤 해 보고 싶은데, 게으른 난 아마 안 하겠지. 지금까지처럼 책을 보겠지. 이런, 내가 나를 잘 믿지 못한다. 다른 사람보다 자기가 자기를 믿고 응원해야 할 텐데.


 지금까지 정여울이 쓴 책은 여러 권 봤다. 나온 책이 많지만 내가 본 건 그리 많지 않다. 글을 참 열심히 쓰는 작가라는 생각이 든다. 작가는 다 글을 열심히 쓰겠지만. 작가가 되려고 애쓴 이야기도 대단했다. 어머니는 작가가 되는 걸 반대했다고 하던데. 정여울은 어렸을 때는 부모님 말을 잘 듣는 사람이었다. 부모가 하라는대로 했다고 할까. 어느 순간 그런 게 답답하게 느껴지고 자신이 하고 싶은 게 생겼겠지. 자신의 트라우마를 낫게 하려고 심리학을 공부하고 그런 글을 쓰기도 했다. 신화와 고전 공부도 했던가. 정여울은 멋진 사람이구나. 나처럼 생각하는 사람 많을 것 같다. 이름도 멋지지 않나.


 헤르만 헤세, 융. 그러고 보니 헤르만 헤세도 융을 만났다고 한 것 같다. 내가 아는 게 그 정도밖에 안 되다니. 정여울이 좋아하는 작가는 더 많을지도 모를 텐데. 헤르만 헤세를 많이 말해서 헤세가 가장 먼저 생각난다. 난 그런 작가가 없다. 그저 소설, 이야기가 재미있었다. 재미뿐 아니라 깊이있게 생각해야 할 텐데. 여기엔 책 이야기도 있는데 헤세 책은 없구나. 그건 다른 데 있으니 괜찮겠다.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버지니아 울프, 헬렌 한프. 이 세 작가 공통점은 뭘까. 여성이라는 거다. 버지니아 울프는 여성한테 자기만의 방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지금은 자기만의 방을 가진 여성이 많지만, 온전히 자기만의 시간은 갖지 못할지도 모르겠다. 여전히 여성은 살아가기 힘든 세상이다. 시간이 갈수록 더 나아지기를 바랄 수밖에 없겠다.


 요즘은 자존감이 높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 말 보면서 난 자존감 낮은데 하기도 한다. 어떻게 해도 올라가지 않는 자존감. 여기에서 정여울은 자존감이 높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다. 그런 말에 위로받는 사람도 있겠다. 바로 나구나. 나도 이런저런 말에 휘둘리기도 하는가 보다. 그저 그런가 보다 하면 될 텐데. 사람이 이런저런 것에 휩쓸리지 않으려면 책을 보고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책이 모든 걸 알려주는 건 아니지만. 책만 믿으면 안 되기도 하겠다. 잘못 생각하지 않으려면 여러 사람이 말하는 걸 들어야 한다. 책도 여러 가지를 봐야 할 텐데. 가끔 책에 쓰인 말에 휘둘리기도 하는구나.


 내가 나를 좋아하기. 여전히 난 잘 못한다. 정여울은 그걸 잘 하는 사람이다. 그렇게 되기까지 애썼겠지. 그런 걸 배워야 할 텐데. 나한테 안 좋은 점도 있지만, 그저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겠다. 다른 사람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겠지. 하나로 규정하지 않고 그 사람이 가진 여러 가지 면을 보려고 해야 한다. 그러면 뜻밖의 면을 알게 되기도 하겠지. 세상도 사람도 오래 봐야 잘 보이겠다. 풀꽃처럼.




희선





☆―


 아들러는 우울증을 극복하려고 ‘남을 행복하게 하기’라는 새로운 과제에 도전해볼 것을 제안했다. 만약 ‘나’가 끝없이 우울하고 처량하다는 생각으로 괴롭다면, 둘레에서 한 사람을 골라 ‘오늘은 그 사람을 기쁘게 해주자’는 생각으로 최소한 세 가지 좋은 일을 실천해보는 거다.  (230쪽~23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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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3-04-09 15:4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정여울 작가도 참 부지런히 성실하게 글을 써서 책을 내는 작가인 것 같아요.
처음엔 이런 작가도 있구나! 생각했었는데, 정말 부지런히 읽고, 부지런히 쓰는 그 모습에 왠지 모를 존경심이....^^
이 책은 제목이 참 좋습니다.

희선 2023-04-13 03:26   좋아요 2 | URL
책이 얼마 나오지 않았는데, 또 나오는 걸 보기도 했군요 책은 다 못 봤지만... 전에는 한달에 한권 내는 월간 정여울을 내기도 했죠 지금 보니 라디오 방송도 하는가 봐요 그렇게 길지 않은 3분 방송이네요 그런 방송도 있다니... 정여울 작가는 부지런히 공부하고 글도 부지런히 쓰는군요 대단합니다


희선

바람돌이 2023-04-09 17: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무리 좋은 뜻이라고 한대도 뭔가 이래야 돼 저래야 돼라고 규정하는 것이 이미 폭력이라는 생각을 많이 해요. 요즘은 진짜 자존감 좀 없으면 어때. 뭐 그러면 또 그런대로 살아가는 거지. 이게 난데 그런 생각도 들더라구요.

희선 2023-04-13 03:28   좋아요 1 | URL
어쩌면 저도 어떤 말을 듣고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네요 이제는 그런 말 들어도 그런가 보다 해야겠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다고... 어떤 게 높은 게 좋을지 몰라도 꼭 그래야 하는 건 아니겠습니다 이걸 잊지 않아야겠네요


희선

2023-04-11 10: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4-13 03: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나뭇잎 수업 - 사계절 나뭇잎 투쟁기
고규홍 지음 / 마음산책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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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운 겨울엔 나무에 잎이 하나도 없다. 아니 나뭇잎을 사철 내내 달고 있는 나무도 있기는 하다. 그래도 많은 나무는 가을에 나뭇잎을 떨어뜨리고 겨울을 난다. 그런 거 참 신기하지 않은가. 나무, 식물은 어떻게 그렇게 철이 바뀌는 걸 알까. 오랜 시간 살아서 기억하는 걸지도. 나무는 사람보다 오래 산다. 어린 나무가 없지는 않겠지만, 어린 나무도 오래된 나무 기억을 갖고 있을 것 같다. 유전자에 새겨진 기억 말이다. 그건 어떤 생물한테든 있겠다.


 나무 하면 그저 하나로만 생각했는데, 《나뭇잎 수업》에서는 나뭇잎을 말한다. 내가 평소에 나뭇잎을 잘 봤는지 모르겠다. 그냥 봤던 것 같다. 책 맨 앞에 있는 나뭇잎은 뭔가 했는데, 잘 보니 알겠다. 버즘나뭇잎이다. 플라타너스라고도 하는. 하나 더 있다. 방울나무. 내가 사는 곳 가로수로 많았는데 지금은 아니다. 이 말 언젠가도 했구나. 공기를 좋게 하고 미세먼지를 줄이려면 버즘나무처럼 나뭇잎이 큰 게 도움이 될 것 같은데. 어떤 나무든 많으면 좋기는 하겠다. 나무는 인류보다 먼저 지구에 나타났다. 아주아주 오래전 지구는 식물이 뒤덮었겠다. 그때는 잎이 넓은 나무보다 잎이 좁은 나무가 많았다 한다. 어쩌다가 넓은 나뭇잎이 나타났는지는 모른단다. 기후가 영향을 준 건 아닐까.


 기후를 말하니 요즘은 걱정이다. 나무가 많이 줄어서 기후변화가 클지도 모를 텐데. 나뭇잎은 증산작용으로 더위를 식혀준다. 나무 뿌리는 물을 빨아들이고 나뭇잎은 물을 밖으로 내 보낸다. 나무 밑이 시원한 건 그 때문이다. 이런 거 잘 몰랐다. 그저 나뭇잎이 그늘을 만들어서 시원하다고 생각했다. 도시에 나무를 많이 심어서 여름에 기온이 떨어진 곳도 있지 않나. 하지만 아무 나무나 심으면 안 되겠다. 아니 한가지가 아닌 여러 가지를 심어야 한다. 언젠가 중국 어딘가에 심은 나무 때문에 여러 가지 안 좋다는 말을 보았다. 예전에 그저 나무를 심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빨리 자라는 나무 하나만 심었나 보다. 그 나무에서 날리는 꽃가루(이 책을 보니 꽃가루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구나)가 날려서 물을 덮거나 그것 때문에 불이 나기도 한다고 했다. 나무는 한가지만 있으면 안 되는데. 한국은 아카시아(아까시)라는 걸 많이 심었다가 다시 베지 않았던가.


 일제 강점기에는 이토 히로부미가 좋아했다는 가이즈카향나무를 심었는데, 나중에 그 나무를 베었다고 한다. 그런 나무에 벚나무도 있지 않나. 왕벚나무는 제주도가 산지다 한다. 벚나무는 봄에 꽃을 피우고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구나. 꽃이나 열매가 없으면 나무를 알아보기 어렵기도 하다. 그런 거 없어도 나무를 잘 아는 사람은 나무를 오래 봐서겠지. 나무도 오래 보아야 잘 안단다. 나무만 그런 건 아니구나. 이런 말 알아도 오래 본 적 별로 없다. 나무한테 미안하구나. 그저 지나면서 봄에 꽃이 피면 꽃을 보고, 연푸른 잎이 나면 그 잎을 봤다. 가을엔 열매를 맺는구나. 나무는 사람이나 여러 생물한테 많은 걸 준다. 나무가 있기에 하늘이 파랗단다. 세상에서 식물이 사라지면 다른 생물도 모두 살지 못할 것 같다.


 앞에서 말하는 걸 잊어버렸는데, 나무는 비가 내렸을 때 물을 빨아들이고 비가 오게도 한다. 비를 내리게 하려고 구름 씨앗을 뿌리기보다 나무를 더 심는 게 나을 것 같다. 예전에 <원피스>에 비를 내리게 하는 가루를 쓰는 게 나오기도 했는데, 그건 구름 씨앗을 나타낸 걸지도 모르겠다. 만화에 나온 것처럼 구름 씨앗이 다른 곳으로 갈 구름을 끌어오지 않는다 해도 사람이 억지로 비를 내리게 하려는 건 안 좋은 것 같다. 지금은 기후위기로 비가 아주 많이 오거나 아예 오지 않기도 한다. 바다에 사는 고래가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도 한다. 바다든 산이든 그냥 내버려두면 좋을 텐데. 여기에서는 나뭇잎을 말했지만, 난 나무 전체를 생각하기도 했구나. 꼭 나뭇잎만 말하지는 않기도 한다. 나뭇잎이 바뀐 꽃받침이나 가시 이야기도 있다. 나무는 움직이지 못하지만 자기 방어도 한다. 그런 걸 해서 지금까지 살아 남았겠다. 지구에는 사람만 살지 않는다. 사람은 모든 생물과 함께 살려고 해야 할 텐데.




희선





☆―


 세상 모든 생명이 그렇겠지만 풀꽃 역시 한순간에 그의 모든 것을 볼 수도 느낄 수도 없습니다. 더구나 느리게 살아가는 식물에게 다가가는 가장 좋은 방법은 한번 보고 두번 보고 자꾸만 다시 보는 것밖에 없습니다. 상상화와 꽃무릇을 한번 더 찾아보고 구별하려는 것은 다른 풀꽃을 보는 데도 이어가야 합니다.  (6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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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3-04-07 01: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비가 얼마나 소중한지
겨울엔 나뭇 가지가 부러질 정도로 눈이 쌓여야 그 다음해 봄에 가뭄이 들어서 산불이 나도 불기를 순식간에 진압 할 수 있다고 합니다
비가 너무 많이 내려도 걱정 적게 내려도 걱정

나무잎 이번 비 흠뻑 맞았으면 ^^

희선 2023-04-08 00:01   좋아요 1 | URL
요새 정말 비가 와야 했네요 사흘 흐리니 또 조금 우울하기도... 비가 여기저기 많이 적셨겠지요 그동안 물 모자란 곳도 나아졌기를 바랍니다 산불도 꺼져서 다행이에요 여기저기 산불 났다는 말 보였는데... 기후변화로 세계에 이런저런 일이 일어나는군요 나무도 비를 반겼겠습니다


희선

페크pek0501 2023-04-07 12: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무는 비가 내렸을 때 물을 빨아들이고 비가 오게도 한다.˝
나무는 홍수를 막아주기도 하죠.
이번에 가뭄기에 비가 와서 좋았답니다. 하늘이 내려 주는 선물 같았어요.

희선 2023-04-08 00:04   좋아요 1 | URL
건물이나 뭔가를 짓는다고 산을 깎기도 해서 피해를 입은 곳도 있군요 바로 앞만 생각하면 안 될 텐데... 비가 많이 와서 재해를 입는 것도 있겠지만, 나무를 베서 재해를 입기도 할 거예요 그걸 생각해야 할 텐데... 비 안 좋아하지만, 이번 비는 와서 다행이다 생각했어요


희선

그레이스 2023-04-16 08: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부제가 ‘신갈나무투쟁기‘를 생각나게하네요
표지사진은 버즘나무 이파리와 열매같기도 하고^^

희선 2023-04-17 01:04   좋아요 0 | URL
제목도 그렇지만 부제도 비슷한 걸 쓰기도 하는군요 그나마 제목엔 저작권이 없다고 하죠 제가 버즘나무에 왜 큰을 붙였는지 모르겠어요 이 책에서 그 말을 본 건지, 잘못 본 건지...


희선
 
뽀짜툰 9 - 고양이 체온을 닮은 고양이 만화 뽀짜툰 9
채유리 지음 / 북폴리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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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 봤는지 잊어버렸는데, 《뽀짜툰》은 8권을 처음으로 봤다. 처음엔 그게 8권인지 몰랐다. 제목 밑 발자국 안에 8자는 나중에 보았다. 그걸 보고 이 책이 꽤 많이 나왔구나 했다. 채유리는 고양이 한마리가 아닌 여러 마리와 살았다. 가장 많을 때는 다섯 마리였다. 그 이야기는 앞에 있을 것 같다. 8권을 가장 먼저 봤으니, 뒤로 돌아가도 괜찮을 텐데 그러지는 않았다. 8권 보고 다음 권이 나올까 했는데 2022년 3월에 9권이 나왔다. ‘뽀짜툰’은 카카오톡 웹툰에 연재하는가 보다. 연재하고 책으로도 나와서 좋겠다. 고양이와 함께 보낸 걸 책으로 간직하다니 얼마나 멋진 일인가.


 지난번 8권에는 고양이 한마리를 떠나 보낸 이야기와 또 한마리와 함께 살게 된 이야기가 있었다. 무지개 다리를 건넌 고양이는 쪼꼬였다. 암으로 죽은 것 같은데. 사람 아픈 것도 힘들지만, 함께 사는 동물이 아픈 것도 힘들겠다. 아파도 해줄 수 있는 게 그리 많지 않을 테니 말이다. 채유리는 고양이 여러 마리와 살고 아플 때 돌보기도 해서 이제 고양이 약 먹이기는 잘했다. 그런 게 익숙해져도. 고양이한테도 영양제를 먹이는구나. 그게 고양이한테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이빨도 닦아줘야 하다니. 그건 쉽지 않을 것 같다. 채유리는 고양이 셋 포비 봉구 꽁지 이빨을 닦이고 간식을 주었다. 사람도 이 닦고 바로 뭐 먹으면 안 좋은데. 자기 전에 이 닦으면 아무것도 안 먹어야지. 포비와 봉구는 이빨을 닦은 다음에 주는 간식을 먹으려고 이빨 닦기 참았다. 그런 거 귀엽기도 하구나. 꽁지는 간식이 맛없는지 이빨 닦아도 안 먹었는데, 다른 걸 주니 그건 먹었다. 고양이도 식성이 조금 다를지도 모르겠다.


 몇해 동안 고양이랑 살면 자신이 지어준 이름이 아니어도 이름 기억할 텐데, 채유리 아버지는 고양이 이름을 기억하지 않았다. 그냥 모르는 척하는 걸까. 채유리 아버지는 이름이 아닌 고양이라 했다. 남 말할 처지가 아니다. 난 알아도 이름 안 부를지도. 내가 이름 지어주면 말하려나. 모르겠다. 아마 난 아예 이름 지어주지 않을지도. 사람한테도 거의 말 안 하는데 동물한테라고 할까. 안 하겠지. 갑자기 무뚝뚝한 나를 생각하다니. 난 실제 고양이와 살기보다 그저 이렇게 책으로 보는 게 낫다. 남이 고양이나 개와 사는 이야기. 고양이 개뿐 아니라 다른 동물과 사는 사람도 있겠다. 전에도 말했는데, 동물과 함께 살면 끝까지 갔으면 한다. 함께 살지 못할 사정이 생긴다면 좋은 사람한테 보내주길.


 누군가는 개와 더 잘 살려고 시골로 이사하기도 하는데. 채유리는 이사는 못했지만, 단독주택에서 포비 봉구 꽁지와 살면 좋겠다 생각하기도 했다. 아파트에서 냄새가 난 적이 있는데, 다른 사람은 그걸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가 보다. 그건 어느 집에서 간장을 담아서 난 냄새였다. 그 냄새 때문에 포비가 토하기도 했다. 다른 집에서 공사를 하자 그때는 포비뿐 아니라 꽁지도 토했다. 봉구는 화를 냈다. 고양이는 안정된 걸 좋아하는구나. 아니 그건 사람도 마찬가지다. 사람도 이상한 냄새가 나면 안 좋고 공사하는 소리도 무척 안 좋다. 단독주택에서 살면 그런 일 덜하겠지. 채유리는 돈이 많이 들 만한 집을 생각했다. 돈을 벌면 그런 집으로 이사할지도. 오래전에 채유리 집은 형편이 아주 안 좋아졌는데 지금은 많이 좋아졌다. 그동안 부모님이 고생했겠다. 고양이도 건강하기를 바라고 채유리 부모님도 건강하기를 바란다. 무엇보다 건강이 중요하다.


 건강 하니 채유리는 자궁에 혹이 다시 생겨서 수술해야 했는데 포비 봉구 꽁지를 두고 어떻게 병원에 가나 하다 수술을 미뤘다. 몇달이 지난 밤 채유리는 배가 아팠는데 가라앉지 않았다. 병원에 가기는 쉽지 않았다. 코로나19 때문에. 지금도 그렇구나. 병원에 가니 맹장이 부었다고 했다. 한번에 두 가지 수술을 했다. 수술을 하고 채유리는 포비 봉구 꽁지가 걱정돼서 집에 있는 언니와 화상통화를 하고 고양이한테 말했는데, 고양이는 화면을 못 봤다. 소리가 들리는 것만 이상하게 여겼다. 뭐 그렇겠지. 채유리가 병원에 있다 한주 만에 돌아오니 봉구는 바로 숨고 포비는 누워있고 꽁지만이 반겼다. 본래 꽁지는 아무나 좋아한다. 고양이도 성격이 다 다르구나. 시간이 흐르고 봉구와 포비는 예전처럼 굴었다. 이런 걸 보고 부모 마음을 자식은 모른다고 해도 될까. ‘엄마가 사라졌다’는 제목 보고 나는 채유리 엄마가 어딘가에 갔나 했는데, 이 말은 포비 봉구 꽁지 처지에서 한 거였다.


 하나가 아닌 셋이어서 우당탕탕 시끄러운 날도 있지만, 포비 봉구 꽁지는 귀여웠다. 그런 애들과 사는 것도 즐겁겠지. 언젠가 무지개 다리를 건너면 슬프겠지만. 채유리는 다른 고양이와 여러 번 헤어졌구나. 가끔 꿈에 나온단다. 좋은 꿈이기를.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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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와 비 - 금오신화 을집 폴앤니나 소설 시리즈 9
조영주 지음 / 폴앤니나 / 2022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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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는 잘 모릅니다. 이런 말로 시작하다니. 모르는 걸 알아야겠다 하는 마음이 크면 좋을 텐데. 어떤 건 몰라서 알고 싶기도 하지만, 어떤 건 모르면 어떤가 하기도 합니다. 역사는 두번째일지도. 제가 이렇군요. 이렇게 생각해도 역사를 모르면 안 된다 생각하기도 해요. 오래전에 일어난 일에서 배우고 지금을 살고 앞으로 나아가야겠지요. 사육신이라는 말은 말만 아는군요. 어쩌면 여러 번 봤을지도 모를 텐데, 보고 잊어버렸겠지요. 왕과 그 아들도 잘 잇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이름은 알지만 그게 누구 아들인지 모르기도 하는 거죠. 아는 건 조금밖에 없네요. 부끄럽군요. 조선시대 일은 기록이 많이 남아서 알려고 하면 알 수 있을 텐데. 역사소설이라도 좋아해서 그걸 많이 보면 조금 알지도 모를 텐데. 왕을 둘러싼 싸움 같은 건 별로 안 좋아하네요. 역사 드라마에는 그런 것뿐 아니라 사랑도 나오는군요. 그게 정말인지 상상인지 알기 어렵기도 하죠. 역사는 끝이 정해져 있지만 그렇게 되기까지는 상상으로 채우겠지요. 그런 상상을 하는 사람이 역사소설을 쓰지 않을까 싶네요.


 중국 역사소설을 본 적은 없지만, 드라마로 만들어진 건 타임슬립으로 쓰기도 했더군요. 언젠가 드라마 딱 하나 봤는데, 그랬습니다. 중국에서도 자주 다루는 시대가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한국에도 그런 소설 아주 없지 않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렇다 해도 역사가 들어가면 끝은 정해져 있겠습니다. 시대에 따라 사람을 다르게 평가하기도 하죠. 그런 건 괜찮은 것도 있겠습니다. 지나간 일이어서 바꾸지 못하는 거지만. 역사를 보면서 그때 그 사람을 더 잘 썼다면 좋았을 텐데 하기도 하죠. 왜 왕은 그런 것도 못 알아보나 하는. 괜찮았던 왕이 오래 살지 못한 것도 아쉽게 여기네요. 왕 자리는 쉽지 않을 겁니다. 오래 산 왕이 대단하다 싶어요. 그런 사람 많지 않을지도 모르겠군요. 자기 편은 하나도 없고 다 적으로 보일지도 모를 테니, 마음이 얼마나 안 좋을까 싶습니다. 사랑도 그밖에 여러 가지 다 자기 마음대로 하지도 못하고. 갑자기 왜 왕 이야기를 하는지. 여기에도 왕이 나오는군요. 나중에 성종이라 이름 붙이는 이혈이. 왕 이름은 왕이 죽은 다음에 붙이던가요.


 제목을 보고 하늘에서 오는 비를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여름에 비가 많이 오기도 해서. 이 소설 《비와 비》에는 실제 인물이 나오지만, 상상으로 쓴 것이기도 합니다. 김시습이 썼다는 《금오신화》가 일본에서 나올 때 갑이라는 말이 있었던가 봅니다. 이런 것도 이번에 처음 알았을지도 모르겠군요. 작가 조영주는 을집을 상상하고 썼습니다. 알려지지 않은 《금오신화 을집》이라는 식으로 쓴 거더군요. 제목에 나온 ‘비와 비’는 조금 알쏭달쏭하네요. 사람 이름을 나타내지만 다른 걸 나타내는 듯도 해서. 그리고 둘 다 이름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꼭 하나로 생각해야 하는 건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뭘 생각하든 그게 틀린 건 아닐지도. 작가가 생각한 걸 맞히기는 어려울 듯합니다. 글을 쓰는 사람은 자신이 쓰는 게 어떤 건지 생각하고 쓰지만, 그걸 다 알려주지 않기도 하죠. 소설을 보는 사람이 알면 좋겠지만, 몰라도 괜찮다 생각하는 게 아닐지.


 처음엔 제목에 나온 비와 비를 박씨 노비를 줄인 박비와 전라도 감영 관찰사 수양딸인 이비로 생각할 수밖에 없을 듯합니다. 이 말에서 두 사람은 신분 차이가 보이는군요. 조선 시대에는 신분을 넘기 어려웠겠지요. 마음은 있다 해도. 이 책을 다 보고 나니 둘 다 권력싸움에 휘말린 느낌이 듭니다. 아무하고도 상관없었다면 평범하게 살았을지도 모를 텐데. 이런 소설에는 출생의 비밀이 있기도 해야겠습니다. 그저 조선 시대를 사는 백성 이야기도 나쁘지 않겠지만. 가끔은 한국에 그런 소설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거의 왕과 권력 싸움이 나오는 이야기잖아요. 왕과 좋아하기도 하는. 보통 사람이라고 해도 세상이나 권력과 상관없이 살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지 모르고 살겠지요. 지금도.


 이 소설에는 얼굴이 많이 닮은 사람이 나오기도 합니다. 처음에는 이비와 죽은 공혜왕후만 그런가 했는데, 더 보다보니 다른 사람도 닮았다고 나오더군요. 그런 일 있을지도 모르죠. 누군가를 닮아서 그 사람으로 알기도 했지만. 죽은 사람과 닮았다고 해서 그 사람을 좋아하기는 어렵겠지요. 그래도 시간은 마음을 바꾸기도 하는군요. 죽은 사람이 아니어도. 떠나면 살지만 떠나지 않는, 아니 못하는 마음이기도 합니다. 한사람을 믿고 한사람을 생각하고. 소설을 보면서 누구 누구가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들기도 하는데, 이 소설을 보면서는 그런 생각이 하나도 들지 않았습니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이건 저만 그랬던 건지도. 다른 사람은 저와 다를 것 같네요. 그건 이비 마음이었을지. 그걸 느꼈던 걸지도.


 여러 사람에서 이비가 가장 기억에 남기도 하네요. 이비는 이런저런 일로 혼란스러웠을 텐데도 거기에 오래 빠져 있지 않았습니다. 그럴 시간은 없었군요. 이비가 어떤 답에 이르기까지 이것저것 생각했을 텐데 그런 모습은 오래 보여주지 않아요. 그건 책을 보는 사람이 생각해야 하는 거겠습니다. 맨 처음에 인상 깊게 나온 박비는 중간 넘어가서는 덜 나옵니다. 어쩌다가 그렇게 됐을지. 그럴 수도 있겠지요.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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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3-03-27 01: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희선님, 주말 잘 보내셨나요. 내일 아침 많이 춥다고 해요. 따뜻하고 좋은 밤 되세요.^^

희선 2023-03-27 02:24   좋아요 2 | URL
주말은 더 빨리 가는군요 한 것도 없는데... 이번 삼월엔 거의 그렇군요 삼월 마지막 주는 좀 다르면 좋을 텐데, 어떨지 저도 모르겠네요


희선

2023-03-27 11: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3-28 02: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넬로페 2023-03-27 18: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역사에 대해 더 알고 싶지만 들어가면 들어 갈수록 복잡한 것이 또 역사라 그때부터 그냥 피하고 싶기도 해요. 한 번씩 소설의 배경으로 역사를 되짚어 가기도 해요^^

희선 2023-03-28 02:12   좋아요 2 | URL
작가가 많이 쓰는 때가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무슨 일이 일어났을 때를 배경으로 하기도 하죠 그런 일 없었던 때 없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왕은 늘 피곤했겠습니다 조금만 잘못하면 죽을 수도 있으니...


희선

2023-03-29 16: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3-30 01: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4-07 15: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4-07 23: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읽는나무 2023-04-08 07: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비와 비의 이야기라...조금 솔깃합니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읽어봐야겠어요.^^
그리고 저도 축하드립니다.
행복한 주말 보내셔요. 희선님^^

-책나무 드림

희선 2023-04-09 01:13   좋아요 1 | URL
비와 비 이름이기도 하고 다른 비도 있더군요 실제 박비가 있었다고도 합니다 그때 정치 때문에 죽을 뻔한... 이런 건 보면 어떤 게 진짜고 어떤 게 상상일까 하기도 하네요 그런 거 생각하지 않고 봐도 괜찮을 텐데... 책읽는나무 님 남은 주말 편안하게 보내세요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