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5 - 박경리 대하소설, 2부 1권
박경리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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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에 살기 어려워진 사람은 만주로 갔다는 게 생각났다. 거기보다 더 먼 곳으로 간 사람도 있겠다. 멕시코, 러시아로도 갔던가. ‘토지’에서 간도 용정이라는 말 봤을 때 생각난 사람은 윤동주 시인이다. 할아버지가 북간도로 갔던가 보다. 윤동주는 용정에 있는 학교에 다녔다. 이번 《토지》 5권에는 학교 이야기도 나온다. 간도는 오월까지 추운 것 같다. 저 위 북쪽이니 그렇겠지. 하동은 남쪽인데, 따듯한 곳에 살다 추운 곳에 간 사람들 고생 많았겠다. 고향을 떠나는 것도 마음 좋지 않았겠지만, 자기 나라를 떠나는 건 더 큰 슬픔이겠다. 언젠가는 고향에 돌아가겠다 생각했지만, 그 꿈을 이룬 사람은 많지 않았을 것 같다.


 지난번 4권에는 을사조약이 나왔는데, 서희와 의병이 됐던 길상이 영팔이 용이와 여러 사람은 간도 용정으로 왔다. 어느새 1911년이 됐다. 시간이 훌쩍 가다니. 길상이도 서희도 거의 어른이다. 서희는 열아홉살인데 대단하다. 서희 마음엔 복수가 있었다. 최참판집 재산을 빼앗은 조준구한테 하려는. 그걸 이루려고 서희는 돈을 많이 모으려 했다. 독립운동가가 군자금을 달라고 했을 때 서희는 주지 않았다. 서희는 자신이 평사리로 돌아가려면 그런 걸 하면 안 된다 여겼다. 서희는 딱히 친일을 하려는 건 아니었는데, 절에 시주한 걸 김훈장은 친일이다 했다. 나였다면 복수 같은 거 생각하지 않고 조용히 살다가 세상이 잠잠해지면 고향으로 돌아갈 기회를 엿봤을지도 모를 텐데. 아니 난 아예 고향에 돌아가지 않았을지도. 이렇게 되면 소설이 재미없겠지.


 이번 《토지》 5권은 조선 사람이 많이 사는 용정촌에 큰불이 나는 걸로 시작한다. 본래 거기는 불이 잘 나는 곳인가 보다. 서희는 불이 난 것을 이용해 돈을 벌려고도 했다. 그나마 독하게 하지는 않았다(내 생각일 뿐인가). 월선이 삼촌인 공노인이 서희와 여러 사람이 용정에 자리잡는 데 도움을 주었다. 서희는 할머니인 윤씨가 남겨준 재물과 양반이어서 좀 나았지만, 농사를 짓고 살던 용이나 영팔이는 용정에서 사는 게 익숙해지지 않았다. 영팔이는 청나라 사람 땅에 농사를 짓고 겨울엔 나무를 베는 일을 했다. 용이는 월선과 임이네와 함께 용정으로 왔지만, 이도저도 아닌 듯했다. 마음은 월선이와 함께 하고 싶어도 임이네는 자기 아들을 낳아서 버리지 못했다. 용이는 월선이한테 얹혀 사는 것 같아서 싫었던가 보다. 임이네는 월선이 하는 국밥집에서 일을 했는데 돈을 빼돌렸다. 그런 일을 하고도 시치미 떼고 남한테 돈을 빌려주다니. 불이 난 날 용이는 임이네가 돈을 넣어둔 베개를 불속에 던져버렸다.


 길상이는 어느새 스물일곱살이 됐다. 어릴 때와 지금 다르구나. 본래 그런 거겠지만 어린 길상이가 훨씬 나은 것 같다. 남자는, 나도 잘 모르겠다. 길상이가 서희를 생각하는 것 같기는 한데 신분 차이가 있어서 마음을 드러내지 못하는 건지. 어떤 걸까. 그저 혼자가 된 서희를 도와야 한다 생각하는 건지도. 서희는 이동진 아들인 이상현을 어떻게 생각하는 걸까. 좋아하는 마음이 있었던 건지. 아내가 있는 사람이니 더 이상 생각하지 않았을지도. 서희는 길상이한테는 말하지 않았는데, 이상현한테 자신은 길상이와 혼인하겠다고 한다. 그때 길상이는 다른 사람한테 조금 마음이 갔구나. 길상이는 길상이 대로 마음이 편해 보이지 않는다. 이제 신분 차이가 없어진 세상이지만, 거기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별로 없었다.


 용정에는 김평산(서희 아빠 최치수를 죽인 사람) 첫째 아들 거복이도 있었다. 지금은 김두수로 일본 밀정이었다. 그런 일을 하다니. 동생은 괜찮은 아이였는데. 거복이는 어릴 때 남의 물건, 먹을거리를 훔치기도 했구나. 어떤 아버지는 딸을 술집에 팔고 두수(거복)는 그 여자를 샀다. 이름은 금녀다. 이때도 자기 딸을 술집에 파는 사람이 있었다니. 용정에서 학교를 하는 송장환은 독립운동에 뜻이 있어 보인다. 인재를 기르려고 하는 건가. 그때 실제 교육이 힘이 된다 생각한 사람 있었겠다.


 월선이와 용이는 헤어질 것 같다. 용이가 떠난다고 해야겠다. 용이는 여러 가지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좋았겠다 했는데, 그게 남 탓일까. 용이가 월선이한테 미안한 마음도 있었지만, 그것보다 용이 자존심이 더 커 보인다. 용이는 자신이 마음 편하게 살려고 월선이를 떠나는 거겠지.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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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3-07-17 11: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토지는 우리나라의 가장 어렵고 핍박받는 시기가 배경이라 읽기가 쉽지 않을 듯 해요. 장대한 내용도 그렇지만 배경에서 오는 슬픔도 많을 것 같아요^^

희선 2023-07-18 02:20   좋아요 1 | URL
저는 고향을 그렇게 크게 생각하지 않지만, 토지에 나오는 사람은 고향을 그리워하더군요 그때는 다 그랬을 것 같아요 자신이 살던 나라를 떠난 사람도 있으니... 가난해서 다른 나라로 간 사람도 있군요 속아서 간 사람도 있고...


희선
 
토지 4 - 박경리 대하소설, 1부 4권
박경리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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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이 바뀌었다 해도 없는 사람은 살기 어렵다. 노비제도가 없어졌다 해도 살던 곳을 떠나지 못하는 건 살 길이 막막해서겠지. 최참판집 노비였던 사람도 다르지 않았을 거다. 노비뿐인가, 마을에서 최참판집 땅에 농사 짓지 않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지금 최참판집에서 주인 행세를 하는 사람은 최치수 먼 친척인 조준구다. 사람이 참 뻔뻔하구나. 남의 것을 빼앗으려고 하다니. 죽은 윤씨는 진작에 조준구 마음을 알아봤을지도 모르겠다. 죽지 않았다면 서희가 덜 힘들었을 텐데. 사람 목숨은 어쩔 수 없는 건가. 죽은 사람, 죽다 살아난 사람도 있구나. 서희를 도우려 했던 수동도 죽는다.


 이제 겨우 《토지》 4권을 만났다. 이번 건 1부 4권이다. 을사보호조약이 나오기도 한다. 이 말은 일본에서 하는 말이겠구나. 그 일은 1905년에 일어났다. 이름은 들어봤지만 자세한 건 모른다. 조선 외교권을 빼앗으려고 맺었다고 하는데. 일제 강점기는 1910년에서 1945년까지인데, 실제 시작은 1905년일지도 모르겠다. 일본은 동학혁명이 일어났을 때부터 조선을 조금씩 차지하려고 한 건 아닐까 싶기도 하다(더 거슬러가야 하는구나. 임진왜란). 그때부터 일본 병사가 조선에 오고 조선 사람은 자유를 잃어갔겠다. 1905년에는 더 심해졌겠구나. 그때는 조선말이나 글을 편하게 썼을 텐데. 을사조약 소식을 듣고 김훈장은 조준구를 찾아갔다. 조준구는 일본 편에 있는데, 왜 그랬을지.


 김훈장은 정말 사람들과 뭔가 하려고 했던 걸까. 잘 모르겠다. 여러 사람은 일본군이 조선에 오고 마음대로 하려는 건가 했지만, 바로 나서서 싸워야겠다 생각하지는 않았다. 사는 것도 힘든데 싸움까지 하겠는가. 최참판집에서 일하는 삼수는 조준구 비위를 맞추고 마을 사람한테 나쁜 짓을 했다. 삼수 마지막은 그리 좋지 않았다. 마음을 나쁘게 쓰니 그렇게 됐겠다. 조금 억울한 사람은 정한조가 아닌가 싶다. 농사 지을 땅이 없어서 돈을 벌러 다른 곳에 갔다가 돌아왔더니, 조준구가 한조를 폭도라 해서 일본 헌병한테 끌려 가고 죽임 당했다.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조준구 말을 듣고 끌고 가다니. 조준구가 없애고 싶은 사람에는 서희도 있었겠지만, 서희는 쉽게 건드리지 못했다. 다행이라면 다행이구나.


 조준구는 최참판집 재산을 가로채고 서희와 자기 아들 병수를 결혼시키려고도 했다. 그건 잘 되지 않았다. 병수가 서희한테 마음이 조금 있는 것 같았는데, 병수 조금 안됐구나. 길상이도 많이 자라고 봉순이도 많이 자랐다. 봉순이는 길상이를 좋아했지만 길상이는 그 마음을 받지 못한다 생각했다. 마음 깊은 곳에는 서희가 있었던 걸까.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윤보가 돌아오고 몇몇 사람과 최참판집에 쳐들어 갔다. 조준구와 조준구 아내인 홍씨를 죽이려고 했는데 두 사람을 찾지 못하고 패물과 곡식을 훔쳐 달아났다. 거기엔 용이와 길상이도 있었다. 길상이는 왜 거기에 끼었을까.


 용이 아들을 낳은 임이네는 용이와 살았다. 용이가 최참판집에 쳐들어 갔다 사라져서 임이네는 아이들과 거기 살기 어려웠다. 임이네는 월선이를 찾아갔다. 다른 데 갈 수도 있었을 텐데. 월선이는 임이네와 아이들을 받아준다. 월선이는 용이 소식을 들을 수 있을까 하고 날마다 나루터에 나갔다. 어느 날 밤에 용이가 찾아온다. 용이는 월선이한테 자기와 함께 간도로 떠나자고 한다. 서희가 간다고 하면 여러 사람과 떠난다고 했다. 함께 떠나는 사람에는 임이네와 아이들도 들어갔다. 자기 아이를 낳아서 용이는 임이네를 버리지 못하는구나. 월선이는 그걸 당연하게 여겼겠지. 박경리는 왜 둘을 다시 만나게 한 건지. 지난번에는 둘을 좋게 여긴다고 말했는데. 월선이가 힘들어 보인다. 서희도 이곳에 있는 것보다 떠나는 게 낫다고 여기고 떠나기로 한다. 윤씨는 죽기 전에 서희한테 재물을 남겨주었다. 봉순이는 길상이 마음을 알고 함께 가지 않기로 했다.


 조선을 떠나 간도 용정으로 가는구나. 거기에서 사는 거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실제 그때 조선을 떠나 간도로 간 사람 있었겠다. 구천(김환)과 함께 떠난 서희 엄마 별당아씨는 병으로 죽었다. 죽기 전까지 그렇게 안 좋은 건 아니었겠지. 누군가는 죽고 누군가는 떠나는구나. 남는 사람도 있고. 간도로 함께 가는 사람에 김훈장도 있다니. 이 사람이 오래 나오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여기에서 헤어진 사람이라고 해서 아주 못 만나는 건 아니겠지.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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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3-07-15 11: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제 겨우라니요?
벌써 4권인데요!

희선 2023-07-16 00:17   좋아요 1 | URL
페넬로페 님 고맙습니다 앞으로 보다보면 끝까지 보겠지요 남은 주말 편안하게 보내세요


희선
 
수면 아래
이주란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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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어릴 때는 어땠더라. 별로 생각나지 않는데, 그때도 나름대로 슬펐다. 슬펐지만 어려서 잘 몰랐을지도. 아니 그때는 슬픔을 크게 생각하지 않았다. 어릴 때는 거의 그렇겠지. 큰 일을 겪고 아주 달라지는 사람도 있겠지만, 사람은 살면서 크고 작은 슬픔을 겪고 산다. 산 사람과 마음이 안 맞아서 헤어지거나 다른 곳으로 가게 되어서 헤어지면 조금 슬퍼도 시간이 가면 새로운 사람을 사귀기도 한다. 헤어짐이 없는 만남은 없다고도 하는데 그럴지도 모르겠다. 물건도 고장 나고 부서지면 버리거나 새로 사야 한다. 고장 나도 고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오래 쓰면 부품이 없어서 못 고친다.


 이주란 소설을 그렇게 많이 보지는 않았다. 젊은작가상과 소설 보다에서 단편 한편씩만 만났다. 단편소설 두편 보고 장편을 보는 거구나. 《수면 아래》는 장편이다. 왜 이런 말을 하느냐면 책이 얇아서다. 꼭 두꺼워야 장편은 아니겠지. 이 소설을 뭐라 하면 좋을까. 별 일이 일어나지 않는 소설. 하루하루 사는 사람 이야기. 별 일 일어나지 않지만, 조금 긴장했다. 이건 나만 그럴지도. 뭔가 일어나면 어쩌나 했다. 예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나올까 봐. 나오면 나오는가 보다 하면 될 텐데.


 해인과 우경은 고등학교 동창으로 열일곱살에 만나고 결혼했다가 헤어졌다는 말이 나온다. 왜 해인과 우경은 헤어졌을까. 소설엔 왜 헤어졌는지 나오기도 하는데, 이주란 소설에는 헤어지기까지 일어난 일보다 그 뒤 이야기가 나온다. 힘들고 괴로운 시간을 지나고 헤어진 두 사람이 여전히 가까이 살면서 만난다. 그렇다고 다시 함께 살 마음이 있는 건 아닌 것 같다. 서로를 생각하지만 마음 편한 친구로 지낸다. 해인은 모르겠지만, 우경은 아직도 해인을 좋아했다. 해인이 자꾸 눈에 아른 거려서 눈을 감고 뜨지 않으려 했다니. 이런 말은 우경이 베트남으로 홀로 떠난 다음에 보낸 전자편지에 쓰여 있었다. 소설 앞에서는 두 사람이 가까이 살았지만, 소설 끝에서는 먼 곳에 살게 된다.


 두 사람한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 이야기가 아주 안 나오는 건 아니지만 자세하게 나오지는 않는다. 베트남에서 아이를 잃었다는 말만 나온다. 아이를 잃은 슬픔은 평생 사라지지 않겠지. 아니 누군가를 잃은 슬픔은 언제까지나 사라지지 않고 마음에 남을 거다. 시간이 흐르고 조금 희미해지겠지만. 해인이 만나는 사람은 다 그런 일을 겪었다. 아버지를 여읜 장미, 할머니가 돌아가신 유진,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성규. 할머니 할아버지와 사는 환희. 환희가 할머니 할아버지와 사는 까닭은 나오지 않았지만, 부모가 없어서가 아닐까 싶다. 해인뿐 아니라 해인 엄마는 친척이 없었다. 친척이 없는 게 어떤가 싶기도 하지만. 엄마 친척이 없으니 해인도 없구나.


 여기 나온 사람은 다 슬픔이 있구나. 그런 사람이 만나고 이야기하고 함께 밥을 먹기도 하면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많은 사람이 그렇게 살아가겠지. ‘수면 아래’는 수면 위보다 잔잔할지. 여러 가지 일이 있지만 잘 보이지 않겠다. 사람 삶은 수면 아래처럼 잘 보이지 않는구나. 저마다 마음속에 슬픔이나 아픔이 있어도 그걸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아주 생각하지 않는 건 아니겠지만. 그렇게 되기까지 시간이 걸리겠구나. 처음부터 잔잔하게 살지는 않았겠다. 왜 나한테만 이런 일이 일어나느냐고 신을 원망하거나, 혹시 자기 때문은 아닐까 자책도 했겠다.


 부모가 세상을 떠나는 것도 마음 아프겠지만, 자식이 죽는 건 가슴이 더 아프겠다. 일어나지 않았으면 싶지만, 일어나기도 하는 일. 사람이 죽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그걸 자연스럽게 여기기는 무척 어렵겠다. 슬프고 마음 아파도 친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밥을 먹기도 하면 조금 낫겠지.




희선





☆―


 [해인 씨. 뭐 해요? 내년 4월까지 어떻게 기다리죠?]


 [내년 4월은 왜요?]


 [지난번 치킨집에서 받아온 메리골드 씨앗을 심을 거거든요. 꽃말은 ‘반드시 오고야 말 행복’. 메리골드는 꽃이 오래 피어 있는대요.]  (19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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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3-07-11 10: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수면 아래‘라는 제목이 인상적이네요. 사실 사람을 잃거나 헤어지는 일이 별 일이 아닌 것은 아니죠. 하지만 삶이라는 게 결국 사람들과의 헤어짐의 연속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희선 2023-07-12 03:16   좋아요 2 | URL
잘 보이지 않는 수면 아래... 사람과 헤어지는 건 그렇게 큰 일은 아니다 생각하면서도, 막상 그런 일이 일어나면 마음 아프기도 하죠 그런 건 시간이 흐르면 좀 낫겠지만... 가는 사람 오는 사람 다시 가는 사람이겠습니다


희선

반유행열반인 2023-07-11 14: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이 책 빌렸다가 제대로 펴지도 못하고 못 읽었는데 희선님이 읽으셨다니 궁금하긴 합니다. 저는 ‘모두 다른 아버지’ 소설집으로 이주란을 처음 읽었었는데 ‘넌 그렇게 말했지만’ 거기서부터는 말씀하신대로 별 일 없는 듯 별 일 있는 속시끄러워보이는 소설이라 읽기 힘들긴 하더라구요…힘들지 말길…하고 빌어주고 싶은 주인공들만 나오드라구요.

희선 2023-07-12 03:21   좋아요 2 | URL
얼마 전에 나온 소설 제목은 《별일은 없고요?》네요 지금 보니 소설집이네요 ‘넌 그렇게 말했지만’ 은 제가 처음으로 봤을 거예요 거기에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뚜렷하게 나오지 않았던 것 같네요 평범한 듯 보이지만 그렇지도 않은 그런 걸 쓰는 작가인가 싶은 생각도 듭니다 소설 많이 본 것도 아닌데 이런 말을 했네요 언제 기회가 있으면 한번 보셔도 괜찮을 거예요 사람은 상처도 주고 위로도 주는군요


희선
 
토지 3 - 박경리 대하소설, 1부 3권
박경리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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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토지》 2권에서 최치수가 죽임 당하고 김평산 귀녀 칠성이는 끌려갔다. 최참판집과 먼 친척인 조준구는 김평산이 최치수를 죽이게 이끌었다. 먼 친척이어도 재산을 가로챌 수 있으려나. 최치수가 없으면 조준구 마음대로 할 수 있다 여겼겠다. 김평산과 칠성이는 관아로 끌려가고 고문 당하고 처형됐다. 귀녀는 아이를 가져서 아이를 낳을 때까지 감옥에 갇혀 있어야 했다. 강포수는 먹을 걸 가지고 귀녀를 찾아갔다. 귀녀가 낳은 아이를 자신이 키우리라 다짐했다. 귀녀는 처음엔 강포수한테 쌀쌀맞았는데, 시간이 흐르고 강포수와 살았다면 좋았을 텐데 한다. 재물이 무슨 소용인가 귀녀는 아이를 낳고 죽고 강포수는 귀녀가 낳은 아이를 데리고 떠난다. 강포수 이야기는 이제 나오지 않을지. 《토지》 3권 시작에서는 귀녀가 아이를 낳고 강포수가 떠나는 이야기가 나오는구나.


 시간은 훌쩍 세해가 흘렀다. 그때는 부모가 세상을 떠나면 3년상을 치렀구나. 서희는 곧 열살이 되었다. 열살이 어른스러워졌나 보다. 어머니도 없고 아버지도 죽었으니. 길상이는 열여섯살이었다. 조준구는 최참판집 사랑에서 지냈다. 최치수가 없다고 해도 최참판집에는 그저 객식구였다. 아직 큰일은 없어 보이지만 조금씩 달라지고 있었겠지. 일본이 조선에 간섭도 많이 하고. 김평산 둘째 아들 한복이가 평사리에 찾아왔다. 처음엔 아이들이 살인자 자식이다 했는데, 시간이 갈수록 그런 일이 줄었다. 한복이 형인 거복이는 찾아오지 않았다. 칠성이 처인 임이네도 거지꼴이 되어 돌아왔다. 용이는 임이네가 불쌍하게 보였는지 도와준다. 도와주다가……. 용이 처인 강청댁은 아이라도 있었으면 했는데, 임이네가 용이 아이를 가진다. 왜 그렇게 흘러갔을까.


 윤씨는 칠성이가 죄가 없다는 걸 알았지만, 임이네한테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임이네가 다시 돌아왔을 때는 거지꼴이어서 마을 여자들이 조금 불쌍하게 여겼는데, 갈수록 괜찮아지는 모습을 보고는 시샘했다. 용이 처인 강청댁과 임이네는 싸우면서도 그럭저럭 지냈다. 별일 없었다면 강청댁이 용이 아이를 길렀을까. 옛날엔 역병이 돌면 많은 사람이 죽었다. 그런 건 지금도 다르지 않구나. 20세기 초에는 콜레라에 걸리면 산 사람보다 죽은 사람이 많았겠지. 그건 일본 사람이 조선에 와서 생긴 걸까. 예전에는 호열자라 했다. 그걸로 죽은 사람 많았다. 용이 처인 강청댁도 죽었다. 서희 할머니 윤씨도. 최참판집 안주인이었구나.


 최치수가 죽고 윤씨는 서희와 혼인할 사람을 정해두려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조준구는 서울에 갔다가 아내와 아이를 데리고 돌아왔다. 윤씨가 죽자 조준구는 거의 주인 행세를 했다. 조준구는 콜레라가 돌 때 물을 끓여 먹으면 괜찮다는 걸 알면서도 마을 사람한테 말하지 않았다. 그럴 때는 말해야 하는 거 아닌가. 콜레라로 죽은 사람이 많았지만, 감염 되고도 나은 사람도 있었다. 서희와 길상이도. 그걸 견디다니, 평사리 의원이던 문의원은 다른 곳에서 죽었다. 의원이 있었다면 윤씨 죽지 않았으려나. 누군가는 죽고 누군가는 살아 남았구나. 역병이 지나간 다음 해는 흉년이었다. 이래저래 많은 사람은 힘들었겠다. 조준구는 자신을 따를 만한 사람한테는 곡식을 주고 그러지 않을 것 같은 사람한테는 주지 않았다. 자기 것도 아닌데. 마을 사람 마음을 얻으려면 모두를 똑같이 대해야지 그렇게 차별하다니.


 이번에 《토지》 3권을 보면서 박경리 작가가 용이와 월선이한테 마음을 쓰는 것 같다 생각했다. 작가는 자신이 쓴 소설 속 사람을 다 소중하게 여기겠지만. 용이와 월선이를 헤어졌다 다시 만나게 했다. 두 사람을 좋게 여긴 걸지, 불쌍하게 여긴 걸지. 죽은 강청댁은 불쌍하구나. 임이네 아이도 죽었다. 아이가 죽지 않았다면 마을 사람들이 더 안 좋게 여겼을지도. 최치수와 사냥을 갔다가 다리를 다친 수동이는 서희를 도와주려고 하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예전에 드라마 거의 못 봤지만, 윤씨가 여러 가지 했을 것 같은데 소설에서는 크게 두드러지지 않는 것 같다. 이건 내 느낌일 뿐일까. 콜레라로 덧없게 죽다니. 쓰이지 않은 걸 봐야 할 텐데 내가 그러지 못했나 보다.


 여러 사람이 죽고 안주인까지 죽은 최참판집은 기우는 조선 모습 같기도 하다. 서희는 나이는 어려도 당차게 보인다.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겠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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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3-07-09 08: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소설을 쓰다보면 작가도 마음이 가는 인물이 있겠지요~~
그 당시 사람들의 삶이 여러가지로 힘들었을거예요^^

희선 2023-07-11 02:27   좋아요 2 | URL
사람은 어느 때든 살기 어려운 듯합니다 그때는 조선이 망해가는 때기도 하고 여러 가지 바뀌었다 해도 바로 받아들이지 못하기도 했겠지요 그런 걸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려면 시간이 있어야 했겠습니다


희선

2023-07-09 10: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7-11 02: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7-09 15: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7-11 02: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달콤한 숨결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96
유즈키 유코 지음, 민경욱 옮김 / 비채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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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탕은 몸에 안 좋다. 짠 소금도 많이 먹으면 안 좋구나. 설탕은 안 좋지만, 꿀은 괜찮던가. 그것도 많이 먹으면 배 속이 안 좋겠다. 모든 사람이 그런 건 아니지만, 많은 사람이 달달한 걸 좋아한다. 먹는 것뿐인가. 달달한 음악, 달달한 말도 좋아한다. 또 뭐가 있을까. 나도 모르겠다. 어쨌든 달달한 건 몸에 안 좋다. 우울한 마음엔 좀 낫던가. 그럴지도. 그것도 지나치면 안 된다. 나트륨은 몸에 중요하지만, 당은 어떨까. 당이 떨어져도 몸이 안 좋은 걸 보면 그것도 없으면 안 되겠다. 설탕에서 얻는 당이 아닌 다른 데서 얻어야 괜찮겠다. 당은 탄수화물에도 있고 과일과 채소에도 있다.


 이 소설 《달콤한 숨결》을 보고 처음 말한 게, ‘설탕, 달달한 것, 당’이라니. 제목에 ‘달콤한’이 들어가서 말이다. 이 소설 본래 제목에 들어가는 ‘우쓰보카즈라(벌레잡이통풀속)’는 달콤한 냄새를 풍겨 곤충을 끌어들여 잡아먹는 식충 식물이란다. 식충 식물에는 곤충이나 작은 동물을 잡아먹는 것도 있다. 그런 식물 못 봤지만 어쩐지 무섭구나. 그것도 자연스럽다면 자연스러운 일일 텐데. 그 식물은 자기대로 사는 거겠지. 그런 걸 보고 사람도 본능을 숨기면 안 된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왜 사람은 본능대로 살면 안 되느냐고. 사람은 여러 가지를 생각하고 남을 배려하고 산다. 그건 그렇게 사는 게 사람한테 더 나아서겠지. 사람은 그렇게 진화했다.


 남을 생각하고 사는 사람도 있지만, 그러지 않는 사람도 있다. 남을 속이고 큰돈을 빼앗는 사람. 그런 걸 하고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겠지. 피해자에서 가해자가 되기도 한다. 많은 사람은 자신이 피해를 입으면, 다른 사람이 자신과 똑같은 일을 겪으면 힘들겠지 생각하고 조심한다. 자신이 싫은 건 남한테 하지 않는. 그런 양심 있는 사람도 있지만, 자신이 당한 만큼 아니 당한 것보다 더 크게 남을 속이기도 한다. 여기 나온 사람은 사치스런 생활을 하려고 남을 속인 것만은 아니다. 여기에서는 뒤에서 조금이지만 가해자가 왜 그렇게 됐는지 말한다. 그런 사람 많지 않을 것 같은데, 내가 잘 모르는 걸까. 그렇게 하지 않고 다르게 살 수도 있었을 텐데, 모두 이 사회 탓만 해도 될지.


 다카무라 후미에는 초등학생 때는 살이 쪄서 아이들한테 놀림 당했다. 중학생이 될 때쯤 살을 빼고 중학생 때는 아주 달라졌다. 대학생이 됐을 때도 여전히 날씬하고 예뻤는데, 사귀던 사람과 헤어지고 먹는 것으로 풀어서 다시 살이 쪘다. 그 뒤 다시 살을 빼고 일자리를 얻고 남자를 만나고 결혼한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다시 살이 쪘다. 살이 빠졌다 늘었다 빼다니. 그런 거 하는 사람 대단하기도 하다. 아이 기르기가 힘든 후미에한테 어느 날 이름이 잘 알려진 남성 연예인 디너쇼표가 온다. 후미에는 여러 행사에 응모하는 취미가 있었다. 그런 게 많아서 자신이 그걸 했는지 안 했는지 기억하지 못했지만, 디너쇼표를 버리지 못하고 거기에 간다. 그곳에서 후미에는 중학교 동창이라는 스기우라 가나코를 만난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기르느라 살이 쪄서 자신없다고 여기는 후미에한테 가나코는 자신과 함께 일 해 보자고 한다. 화장품을 살 회원을 모집하는 걸로 가나코는 후미에한테 화장품을 하나 주고 생각해 보라고 말한다. 후미에는 가나코가 준 화장품을 쓰고 피부가 달라지자 살을 빼고 가나코 말을 따른다. 다른 쪽에서는 가마쿠라 시치리가하마 별장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났다. 얼마 뒤 후미에는 그 살인사건 용의자가 된다. 후미에는 앞에서 말한 것과 달랐다. 정신문제 해리성 장애는 있었지만, 다른 건 많이 달랐다(말하면 안 되는 건가). 그럴 수가 있다니. 후미에가 만난 중학교 동창 스기우라 가나코 정체도 이상했다. 다행이라면 다행이랄까 후미에 말을 듣고 이상하게 여긴 형사가 있었다. 하타 게이스케로 수사1과 형사다.


 사람이 자신도 모르게 범죄자가 되는 세상이다. 요새 새로운 피싱이 나왔다던데, 그런 거 생각하고 남한테 피해주는 사람 정말 대단하다. 그런 머리는 좀 좋은 일에 쓰면 안 될까. 난 좋은 말 잘 믿지 않는다. 남의 돈은 쉽게 벌지 못한다. 아주 힘들게 일하고 돈은 조금 받는 것도 문제가 있기는 하다. 그런 게 바뀌어야 할 텐데. 다른 형사들은 다카무라 후미에가 가마쿠라 시치리가하마 별장에서 다자키 미노루를 죽였다고 여겼지만, 하타는 후미에가 말한 선글라스 쓴 여자 정체를 밝히려고 한다. 꼬리가 길면 잡힌다일까. 이렇게 생각하면 안 되겠다. 완전범죄는 없다고 여겨야겠다. 그런 걸 말해주는 소설도 있지만, 범죄를 저지르고 아무렇지 않게 법망을 빠져나가는 이야기도 있다.


 지금 세상은 여성이든 남성이든 겉모습이 좋아야 한다고 한다. 남성보다 여성한테 더 강요하던가. 어떤 사람은 예뻐지려고 비싼 화장품을 사고 성형수술도 한다. 그런 건 지금을 사는 사람이 거부하면 좋을 텐데 그게 안 되기도 하는구나. 예쁘고 멋진 게 좋아 보이니. 나도 다르지 않구나. 반성해야겠다. 겉모습은 조금만 생각하고 마음을 가꾸자. 마음을 갈고 닦으면 달콤한 말에 쉽게 넘어가지 않을 거다. 달콤한 건 독이다 생각해도 좋겠다. 설탕은 독이나 마찬가지구나.




희선





☆―


 쌍방에게 공통된 행복의 정의는 없다. 좋은 대학을 나온다고 행복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학력이 낮다고 꼭 불행한 것도 아니다. 어떤 처지더라도 가슴 펴고 웃을 수 있는 사람이 행복하다.  (161쪽)



 하타는 아름다움과 젊음을 얻으려는 끝없는 욕망을 알 길이 없었다.


 인간은 반드시 나이를 먹는다. 나이를 먹으면서 주름이 생기고 피부 탄력도 떨어진다. 남자나 여자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래서 어쩌라는 건가. 자연스러운 현상 아닌가. 그런데 수많은 여성이 자연의 이치를 거슬러 미용에 돈과 시간을 쓴다. 때로는 부모에게 받은 몸에 칼을 대면서 젊고 아름다워지려 한다. 상품 광고에서는 마치 늙고 나이드는 게 죄라는 듯 목소리를 높인다.  (270쪽~27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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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05 21:3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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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06 01:2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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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09 10:4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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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10 01:2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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