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행방 새소설 3
안보윤 지음 / 자음과모음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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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작은 뭔가 재미있었는데, 재미있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주혁은 잠시 누나 집에서 지내기로 했다. 그 누나는 좀 별난 일을 한다. 뭐냐 하면 점을 봐주는 사람이었다. 신내림 같은 걸 받은 것도 아닌 사람이 천지선녀라는 간판을 걸고 그런 일을 했다. 누나는 겨울에 뭔가 힘을 얻을까 해서 산에 수행을 하러 갔는데, 주혁이 함께 갔다가 주혁은 집으로 돌아온다. 자신이 어떻게 산에서 돌아왔는지도 몰랐다. 주혁은 나뭇가지를 가지고 왔다. 나뭇가지는 자는 주혁을 깨웠다. 주혁은 누나한테 붙어야 하는 귀신이 자신한테 붙었다고 여겼다. 나뭇가지엔 귀신이 붙은 걸까. 그날 그곳에 누군가 찾아오는데, 나뭇가지가 그 사람 동생이 죽고 유서가 있는 곳을 알려준다. 그 말을 들은 그 사람은 집으로 돌아가 동생이 쓴 유서를 찾았다고 한다. 나뭇가지가 정말 영험한 걸까. 그 뒤로 여러 사람이 오고 나뭇가지는 여러 죽음을 보고 말해주고 주혁은 그걸 거기 온 사람한테 알려준다.


 사람은 이 세상에 오면 언젠가는 죽는다. 나뭇가지가 죽음을 본다 해도 그 죽음을 막지는 못할 거다. 죽음이 없을 때는 아무것도 몰랐다. 그런 나뭇가지가 있다니. 나뭇가지 이름은 반이다. 어린아이처럼 말한다. 만화에 나올 법한 이야기 같기도 하지만, 이런 설정은 재미있지만 이 소설 그렇게 가볍지 않다. 죽음을 말하는 거니 그럴지도 모르겠다. 소설 제목도 《밤의 행방》이 아닌가. 밤은 곧 죽음을 나타내는 게 아닐까. 밤 하면 어둡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그런 게 생각난다. 사람은 자신 앞에 놓인 죽음을 못 본다. 자기 죽음뿐 아니라 다른 사람 죽음도. 그런 걸 나뭇가지인 반은 보다니. 그런 이야기가 다른 사람한테 알려져서 사람이 찾아오기도 했나 보다. 어떤 아이는 할머니가 죽는지 죽지 않는지 알고 싶어서 찾아온다. 그 아이가 반을 집었을 때 하얗게 보였단다. 그게 죽음이 보이지 않은 건지, 다른 걸 나타낸 건지. 그 아이가 수학여행 가는 모습 어쩐지 세월호가 생각나기도 했다. 이 소설은 세월호보다 그전에 일어난 일을 이야기 하는데. 배가 가라앉는 게 나오는 건 아닐까 조금 조마조마하면서 봤다. 다행하게도 그런 건 나오지 않았지만, 그걸 생각나게 했다.


 예전에 청소년수련원에 불이 나고 아이가 죽은 일이 있었나 보다. 그런 일이 있었다니 몰랐다. 거기엔 주혁 딸 수아도 있었다. 수아는 캠프에 가고 싶지 않았는데, 엄마인 영지가 억지로 보냈다. 유치원에 다니는 수아는 다른 사람과 잘 어울리지 않았다. 그러면 좀 어떤가 싶기도 한데, 왜 영지는 수아가 다른 아이와 같아야 한다고 생각했을까. 엄마여서 그런 건지. 어릴 때부터 다른 사람과 잘 사귀면 좋겠지만, 그게 잘 안 되는 사람도 있는 거 아닌가. 수아가 죽고 주혁과 영지는 서로를 탓한 듯하다. 아이가 죽으면 남은 부모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함께 아이 이야기를 하고 아픔을 나눠야 할지도 모르겠지만, 그것도 그렇게 쉽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영지는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면서 여러 가지 일을 하기도 했는데, 주혁은 그런 모습을 좋게 여기지 않았다. 수아를 그렇게 보내놓고 그럴 수 있느냐고. 처음엔 그런 마음이 든다 해도 안 해야 할 말도 있을 텐데, 아마 주혁은 그런 말도 다 했겠지. 그리고 헤어진 거겠다. 아주 헤어진 건지 그저 따로 사는 건지 정확한 말은 나오지 않기는 했다.


 수아가 죽고 어느덧 열다섯해가 흘렀다. 시간이 그렇게 흘렀구나. 아이를 잃은 아픔은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낫지 않겠지. 그래도 주혁은 이제야 깨달았다. 영지와 함께 아픔을 함께 해야 했다는 걸. 그저 두 사람이 곁에 있기만 해도 괜찮았다고. 그때는 몰랐던 걸 지금이라도 알아서 다행일지도 모르겠다. 나뭇가지는 그걸 알게 해주려고 주혁 앞에 나타난 걸까. 그럴지도 모르겠다. 아이가 죽고 남은 부모가 서로를 위로해주면 좀 낫겠다. 그게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영지도 수아를 생각하고 캠프에 보냈을 텐데, 그런 일이 일어날지 어떻게 알았을까. 여전히 안전을 생각하지 않는 듯하다. 그 뒤에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걸 보면 말이다. 아이가 희생되는 일은 없어야 할 텐데.


 이 책을 다 보니 밤과 반은 비슷한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그저 발음이 조금 비슷한데 그런 생각을 하다니 우습기도 하구나. 밤은 어디로 갔을지.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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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3-07-23 17: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희선님 주말 잘 보내고 계신가요. 오전에는 비가 많이 오고 바람이 불었어요.
7월은 비가 많이 오는 것과 더운 날만 기억날 것 같습니다.
시원하고 좋은 주말 보내세요.^^

희선 2023-07-24 01:16   좋아요 2 | URL
이번 여름은 장마가 길군요 2020년엔 팔월까지 가기는 했네요 그때는 더운 날 그렇게 길지 않았지요 낮에는 밖에 잘 안 나가서 많이 덥지 않기도 합니다 제가 더위를 잘 안 타서 그런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서니데이 님 이번 한주 즐겁게 보내세요


희선

거리의화가 2023-07-24 09: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죽음을 보는 것이 좋을지 나쁠지 모르겠네요. 죽음이 언제 어떤 모습으로 올 지 몰라서 불안하기도 하지만 몰라서 일상을 살아갈 수도 있는 것 같아서요^^
청소년 수련원 화재 이야기하니 예전에 씨랜드 화재사건이 생각납니다ㅠㅠ 아이들이 다치거나 죽는 일이 없으면 좋겠습니다.

희선 2023-07-25 00:57   좋아요 1 | URL
나뭇가지는 죽음이 일어나야 그걸 보더군요 그걸 안다 해도 막지 못할 거예요 자신이나 누군가 죽을 날을 모르고 사는 게 낫겠지요 사람은 그걸 모르기에 힘을 내고 살겠습니다 여기 나온 건 그 사건 맞을 거예요 실제 일어난 일을 썼다는 말 들었어요 그거 찾아보니 1999년이더군요 그때도 그런 일 다시 일어나지 않게 해야 한다고 했을 텐데... 맞는 말씀입니다 아이들이 다치거나 죽는 사고 일어나지 않았으면 합니다


희선

2023-07-24 11: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7-25 00: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7-25 00: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7-25 01: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과 우연들 (리커버 에디션)
김초엽 지음 / 열림원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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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금 부지런히 책을 봤다면 좋았을 텐데, 우울한 날이 이어져서 그러지 못했다. 다른 거 생각 안 하고 책만 보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는구나. 혼자 사는 것도 아니니. 그동안 하기 싫은 거 거의 안 했으니 지금은 참아야 할 때인가.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겠다. 언젠가 난 혼자가 될 텐데, 그때 기댈 사람이 없어서 다행이다. 그런 사람이 없으니 난 뭐든 나 스스로 하려고 하지 않겠는가. 남한테 신세지지 않고. 사람이 남한테 신세지고 싶어서 신세지는 건 아니겠지만. 언제든 사람은 움직여야 한다. 그런 생각하면서도 잘 움직이지 않는구나. 지금은 아무렇지 않으니. 가만히 있으면 쓸데없는 생각도 많이 하겠다. 자주는 아니더라도 걸어야겠다.


 소설가는 소설로 말해야지 하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 소설가든 시인이든 산문을 쓸 수 있다. 요즘은 소설가나 시인이 산문 많이 쓰는 것 같기도 하다. 보통 사람도 많이 쓰던가. 소설이나 시에 담지 못하는 것도 있겠다. 소설이나 시에 자기 이야기를 쓰기도 하지만, 그것만 봐서는 그 사람을 알기 어렵다. 몰라도 큰 문제는 없지만. 내가 이렇구나. 아니 지금은 조금 다르기도 하다. 예전엔 그저 소설이나 시를 봤는데, 몇해 전부터는 작가도 보려고 한다. 그러면 소설이나 시가 더 잘 보일까. 모르겠다. 예전에는 그저 재미있게 소설을 봤는데, 지금은 조금 어렵다. 재미있는 것만 생각할 수 없어서 말이다. 아니 재미있으면 좋은 거기는 하다. 재미가 웃기는 것만 나타내지는 않는다. 생각할 거리가 있는 것도 재미에 들어가겠지. 그렇다고 그걸 내세우면 안 되는구나. 어떤 글이든 그렇다. 그거 알면서 난 그런 거 조금 썼던 것 같다. 안 쓰려고 하는데.


 이 책 《책과 우연들》을 보고 지금까지 김초엽이 글을 어떻게 썼는지 조금 알게 됐다. 김초엽 소설을 보고 여러 가지 생각을 하는구나 했는데, 김초엽이 소설을 쓰고 얼마 안 됐을 때는 밑천이 바닥날까 봐 걱정했다고 한다. 그런 말 보면서 난 그런 것도 없구나 했다. 김초엽은 자신이 소설을 쓰게 되리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작법서를 보고는 소설을 써 봐야겠다고 했단다. 이 말 어디선가 들어본 듯도 하다. 아니 조금 다른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야구장에서 야구를 보다 소설 써 볼까 하고 썼다는 말. 그렇게 비슷하지는 않구나. 작법서 같은 걸 보면 글이 쓰고 싶어지겠다. 아니 그런 거 보면 쓰고 싶은 마음이 들어도 아무것도 못 쓴다. 글은 그냥 써야 한다. 별거 쓰지도 못했는데 이런 말을 하다니. 난 글쓰기 책 별로 안 봤다. 아주 안 본 건 아니지만 그런 거 봐도 글 못 썼다. 작법서는 글을 쓰려는 사람보다 글을 쓰는 사람한테 도움이 될 것 같다. 글 쓰다가 막힐 때 보면.


 책을 여러 권 내고 몇해 동안 소설을 썼다 해도 소설은 쓸 때마다 어떻게 쓰면 좋을지 막막할까. 그런 엄살을 부리는 작가도 있겠지만, 거의 어쨌든 쓰겠다. 어쩐지 그런 거 부럽다. 글을 쓰는 사람도 아닌데 그걸 부러워하다니, 이런 나 조금 이상한 거겠지. 난 내가 만족하고 싶어서 글을 쓰려는 거다. 여전히 만족하지 못하는 글을 쓴다. 아니 쓰지 못한다. 쓸 게 없어서. 다른 책을 봐도 쓸거리를 못 찾고 생각도 못한다. 김초엽도 그렇고 작가는 다른 책이나 여러 가지를 보다가 자신이 쓸걸 찾기도 한다. 난 그런 거 못한다. 앞으로도 못할 것 같다. 그러면 그냥 책을 읽어야지 어떻게 하나. 그것도 못하면 더 안 좋을 거다. 책을 이어서 보면 좋을 텐데 그것도 못하는구나. 제대로 하는 게 없는 나다. 이런 생각으로 흐르다니 바보 같다.


 천천히 며칠에 걸쳐서 이 책을 다 보니 김초엽은 앞으로 소설뿐 아니라 과학 논픽션도 쓸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한번 쓴 게 힘들어서 바로 그런 거 쓰고 싶지 않다고 했지만. 그 책은 못 봤다. 첫번째 소설집도. 소설 쓴다고 늘 소설만 써야 하는 건 아니겠지. 김초엽은 과학을 알고 과학책 보는 것도 즐기니, 거기에서 소설 소재를 더 많이 얻으려나. 시간이 걸린다 해도 김초엽이 꼭 쓰고 싶은 것도 쓰기를 바란다. 내가 이런 생각 안 해도 김초엽은 잘 쓰겠다. 지금까지도 잘 썼구나.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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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3-07-22 09: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름처럼 초엽 작가
잘쓰고 있죠
중국에서 번역되어서
국제적인 작가로 !^^

희선 2023-07-23 01:15   좋아요 1 | URL
중국에서 번역되다니, 곧 세계에서 아는 작가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한국에 그런 작가 많겠네요 여러 나라 말로 번역되는 책 있는 듯하더군요 그렇게 해서 한국 작가가 많이 알려지면 좋겠습니다 김초엽 작가는 소설은 어느 나라 사람이든 좋아하겠지요


희선

새파랑 2023-07-22 10: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김초엽 작가님 책은 한권 읽었었나? 그랬던거 같은데~

역시 난사람 이군요 ㅋ 책을 낸다는건 정말 어려운거 같아요~
희선님도 최근이 우울했군요. 빨리 떨쳐내시길 바라겠습니다 ~!!

희선 2023-07-23 01:19   좋아요 2 | URL
작가는 작가가 되고 나면 더 열심히 쓰는 것 같기도 해요 김초엽 작가도 그러지 않나 싶습니다 논픽션도 쓰고 싶다니 그런 거 언젠가 쓰겠지요 소설도 쓰면서... 논픽션 같은 거 보면서 글 소재 많이 얻기도 하겠습니다

새파랑 님 고맙습니다 남은 주말 편안하게 보내세요


희선

페넬로페 2023-07-22 13: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김초엽작가의 소설을 좋아하는데 작가의 에세이도 좋을 것 같아요.
작가들은 항상 무엇을, 어떻게 쓸지 치열하게 고민하며 살겠죠~~

희선 2023-07-23 01:21   좋아요 1 | URL
언젠가 페넬로페 님도 이 책 보시겠군요 어떤 작가든 글을 쓰려고 많이 애쓰겠지요 책을 잘 보기라도 해야 할 텐데 싶네요 그러지 못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희선
 
토지 6 - 박경리 대하소설, 2부 2권
박경리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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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에 처음 토지를 봐야겠다 했을 때는 책장이 빨리 넘어간 것 같은데, 이번에 볼 때는 그러지 않았다. 1권 봤을 때도 말했지만 예전에 봤던 거 하나도 생각나지 않는다. 사람들 사는 건 1부가 나았다는 생각이 든다. 그건 당연한가. 동학 때문에 일본군이 조선에 왔다 해도 일본한테 나라를 빼앗기지 않았으니 말이다. 서재필이 만든 독립신문은 1910년 뒤에 나온 게 아니었다. 난 그 신문 일제 강점기 뒤에 나왔나 했는데. 일본이 조선에 왔을 때부터 서재필은 조선이 독립해야 한다고 여긴 거겠지.


 동학혁명이 있어났을 때 일본 힘을 빌린 건 잘못이었다. 지나간버린 일은 되돌리지 못하는구나. 일본뿐 아니라 청나라한테도 도와달라고 했던가. 일본군은 동학혁명을 한 사람을 모두 죽이려고 했다. 이런 거 몰랐는데 얼마전에 그런 그림 같은 거 봤다. 그때 죽은 사람 많겠다. 동학을 하다 도적이 된 사람도 있었나 보다. 김환(구천)은 그런 사람을 일본순사가 잡게 했다. 그렇게 하는 것보다 마음을 바꾸게 하는 게 나을 것 같은데, 폭력을 앞세우는 김환과 대립하는 사람도 있겠다. 동학하던 사람과 독립운동가는 조금 달랐을까. 동학을 하던 사람도 독립운동을 하려한 걸까. 그런 사람이 아주 없지 않았겠다. 여러 사람이 힘을 합치면 좋을 텐데, 그게 쉬운 게 아니었겠다.


 아직 모두가 신분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양반과 평민은 조금 다른 마음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시간이 흐르면서 달라졌을 것 같지만. 이번엔 《토지》 6권이다. 여기까지 오니 처음보다 익숙해지고 다음 이야기 알고 싶기도 하다. 한권 읽고 바로 쓰기 어렵지만, 잘 못 써도 써두는 게 낫겠지. 먼저 간도 용정 사람 일이 나온다. 용이는 월선이한테 미안하고 남자라는 것 때문에 임이네와 용정을 떠나기로 한다. 다른 때는 농사를 짓고 겨울에는 나무 베는 일을 하려고 했다. 아들 홍이는 월선이한테 맡겼다. 홍이는 공부하고 싶어하고 월선이한테 엄마라 하고 잘 따랐다. 용이는 홍이가 임이네와 함께 있으면 안 된다고 여겼다. 용이가 임이네하고 아무 일 없었다면 더 나았을 텐데. 이것도 바꾸지 못하는 일이구나.


 ‘토지’ 1부를 보면서 어린 길상이는 순수하구나 했다. 드라마 본 적 없는 것 같은데, 어른이 된 길상이는 어릴 때와 달랐던 것 같았다. 드라마 늘 보지는 않고 조금 봤을지도 모르겠다. 길상이는 지난번에 회령에 갈 때 만난 옥이네와 아무 사이도 아니다고 말하지 않고, 회령에 옥이네와 살림을 차렸다는 소문이 나자 그런 것처럼 말했다. 길상이는 서희한테 평생 종이 되고 싶지 않았다. 서희가 조준구한테 복수하겠다는 마음이 없었다면 나았을 텐데. 여러 가지 일을 잊고 서희와 길상이 둘이 아무도 모르는 곳에 가서 살았다면 훨씬 잘 살지 않았을까. 하지만 이건 그런 이야기가 아니다. 소설이니 야망을 이뤄야 할 거 아닌가. 그러면서 누군가는 상처받겠지. 서희와 길상은 회령에 갔다가 용정으로 돌아오다가 마차 사고가 난다. 길상은 서희가 죽지 않기를 바랐다.


 이동진은 서희 아빠 최치수 친구면서 독립운동을 했다. 이동진도 양반이다. 아들 상현한테 서희가 길상이와 혼인하려 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서희 남편으로 어울리는 건 길상이밖에 없다 했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는 인정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이동진뿐 아니라 김훈장도 그랬다. 김훈장은 드러내놓고 세상이 망했다 하는 듯했다. 서희와 혼인하면 길상이가 힘들겠다. 신분과 상관없이 둘이 서로 좋아한다면 좋겠지만 어떤 마음인지 모르겠다. 둘이 서로 마음이 없는 건 아닌 것 같은데. 서희는 상현을 좋아했던가 보다. 상현은 아내가 있으니 둘레에서 자신과 맞는 사람을 찾다보니 길상이 보였을까. 꼭 그런 건 아니겠지. 길상이는 용정에서 인기 많았다. 어쨌든 서희와 길상이는 혼인하겠다.


 동학에 몸담았던 사람 이야기와 평사리 사람 이야기도 나왔다. 기생이 된 봉순이도. 이제 기화라 해야 하나. 봉순이는 상현을 만나고 길상이를 찾아가려 한 것 같다. 조준구 때문에 억울하게 죽은 정한조 아들 석이는 많이 자랐다. 석이도 앞으로 나오겠다. 인물소개를 보니 서희가 땅을 찾는 데 큰일을 한다고 쓰여 있다. 두만네는 평사리를 떠나 진주로 갔다. 봉순이나 석이도 진주에 살았다. 사는 게 쉽지 않아 보인다. 석이네 식구. 일본은 토지 조사를 해서 조선 사람 땅을 거의 빼앗았다. 조준구는 거기에 붙어서 재산을 불렸다. 이동진 아들 상현은 일본에 가려는지 일본말을 배웠다. 시간이 더 흐르면 조선말은 거의 쓰지 못하게 되는구나.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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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3-07-20 23: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20권 완독, 도전인가요?
다 읽고 나시면 뿌듯하실 것 같습니다.
저는 요즘 5권짜리 완독 계획을 세웠어요. 5권도 벅찹니다.^^

희선 2023-07-22 00:12   좋아요 1 | URL
이걸 보다보니 여러 번 본 《삼국지》를 다시 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예전에 읽기만 하고 쓰지는 않아서, 잘 못 써도 써두면 조금 더 기억할 테니... 페크 님 고맙습니다 페크 님이 읽으시려는 책 즐겁게 보시기 바랍니다 다섯 권 다 보실 거예요


희선
 
토지 5 - 박경리 대하소설, 2부 1권
박경리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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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에 살기 어려워진 사람은 만주로 갔다는 게 생각났다. 거기보다 더 먼 곳으로 간 사람도 있겠다. 멕시코, 러시아로도 갔던가. ‘토지’에서 간도 용정이라는 말 봤을 때 생각난 사람은 윤동주 시인이다. 할아버지가 북간도로 갔던가 보다. 윤동주는 용정에 있는 학교에 다녔다. 이번 《토지》 5권에는 학교 이야기도 나온다. 간도는 오월까지 추운 것 같다. 저 위 북쪽이니 그렇겠지. 하동은 남쪽인데, 따듯한 곳에 살다 추운 곳에 간 사람들 고생 많았겠다. 고향을 떠나는 것도 마음 좋지 않았겠지만, 자기 나라를 떠나는 건 더 큰 슬픔이겠다. 언젠가는 고향에 돌아가겠다 생각했지만, 그 꿈을 이룬 사람은 많지 않았을 것 같다.


 지난번 4권에는 을사조약이 나왔는데, 서희와 의병이 됐던 길상이 영팔이 용이와 여러 사람은 간도 용정으로 왔다. 어느새 1911년이 됐다. 시간이 훌쩍 가다니. 길상이도 서희도 거의 어른이다. 서희는 열아홉살인데 대단하다. 서희 마음엔 복수가 있었다. 최참판집 재산을 빼앗은 조준구한테 하려는. 그걸 이루려고 서희는 돈을 많이 모으려 했다. 독립운동가가 군자금을 달라고 했을 때 서희는 주지 않았다. 서희는 자신이 평사리로 돌아가려면 그런 걸 하면 안 된다 여겼다. 서희는 딱히 친일을 하려는 건 아니었는데, 절에 시주한 걸 김훈장은 친일이다 했다. 나였다면 복수 같은 거 생각하지 않고 조용히 살다가 세상이 잠잠해지면 고향으로 돌아갈 기회를 엿봤을지도 모를 텐데. 아니 난 아예 고향에 돌아가지 않았을지도. 이렇게 되면 소설이 재미없겠지.


 이번 《토지》 5권은 조선 사람이 많이 사는 용정촌에 큰불이 나는 걸로 시작한다. 본래 거기는 불이 잘 나는 곳인가 보다. 서희는 불이 난 것을 이용해 돈을 벌려고도 했다. 그나마 독하게 하지는 않았다(내 생각일 뿐인가). 월선이 삼촌인 공노인이 서희와 여러 사람이 용정에 자리잡는 데 도움을 주었다. 서희는 할머니인 윤씨가 남겨준 재물과 양반이어서 좀 나았지만, 농사를 짓고 살던 용이나 영팔이는 용정에서 사는 게 익숙해지지 않았다. 영팔이는 청나라 사람 땅에 농사를 짓고 겨울엔 나무를 베는 일을 했다. 용이는 월선과 임이네와 함께 용정으로 왔지만, 이도저도 아닌 듯했다. 마음은 월선이와 함께 하고 싶어도 임이네는 자기 아들을 낳아서 버리지 못했다. 용이는 월선이한테 얹혀 사는 것 같아서 싫었던가 보다. 임이네는 월선이 하는 국밥집에서 일을 했는데 돈을 빼돌렸다. 그런 일을 하고도 시치미 떼고 남한테 돈을 빌려주다니. 불이 난 날 용이는 임이네가 돈을 넣어둔 베개를 불속에 던져버렸다.


 길상이는 어느새 스물일곱살이 됐다. 어릴 때와 지금 다르구나. 본래 그런 거겠지만 어린 길상이가 훨씬 나은 것 같다. 남자는, 나도 잘 모르겠다. 길상이가 서희를 생각하는 것 같기는 한데 신분 차이가 있어서 마음을 드러내지 못하는 건지. 어떤 걸까. 그저 혼자가 된 서희를 도와야 한다 생각하는 건지도. 서희는 이동진 아들인 이상현을 어떻게 생각하는 걸까. 좋아하는 마음이 있었던 건지. 아내가 있는 사람이니 더 이상 생각하지 않았을지도. 서희는 길상이한테는 말하지 않았는데, 이상현한테 자신은 길상이와 혼인하겠다고 한다. 그때 길상이는 다른 사람한테 조금 마음이 갔구나. 길상이는 길상이 대로 마음이 편해 보이지 않는다. 이제 신분 차이가 없어진 세상이지만, 거기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별로 없었다.


 용정에는 김평산(서희 아빠 최치수를 죽인 사람) 첫째 아들 거복이도 있었다. 지금은 김두수로 일본 밀정이었다. 그런 일을 하다니. 동생은 괜찮은 아이였는데. 거복이는 어릴 때 남의 물건, 먹을거리를 훔치기도 했구나. 어떤 아버지는 딸을 술집에 팔고 두수(거복)는 그 여자를 샀다. 이름은 금녀다. 이때도 자기 딸을 술집에 파는 사람이 있었다니. 용정에서 학교를 하는 송장환은 독립운동에 뜻이 있어 보인다. 인재를 기르려고 하는 건가. 그때 실제 교육이 힘이 된다 생각한 사람 있었겠다.


 월선이와 용이는 헤어질 것 같다. 용이가 떠난다고 해야겠다. 용이는 여러 가지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좋았겠다 했는데, 그게 남 탓일까. 용이가 월선이한테 미안한 마음도 있었지만, 그것보다 용이 자존심이 더 커 보인다. 용이는 자신이 마음 편하게 살려고 월선이를 떠나는 거겠지.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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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3-07-17 11: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토지는 우리나라의 가장 어렵고 핍박받는 시기가 배경이라 읽기가 쉽지 않을 듯 해요. 장대한 내용도 그렇지만 배경에서 오는 슬픔도 많을 것 같아요^^

희선 2023-07-18 02:20   좋아요 1 | URL
저는 고향을 그렇게 크게 생각하지 않지만, 토지에 나오는 사람은 고향을 그리워하더군요 그때는 다 그랬을 것 같아요 자신이 살던 나라를 떠난 사람도 있으니... 가난해서 다른 나라로 간 사람도 있군요 속아서 간 사람도 있고...


희선
 
토지 4 - 박경리 대하소설, 1부 4권
박경리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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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이 바뀌었다 해도 없는 사람은 살기 어렵다. 노비제도가 없어졌다 해도 살던 곳을 떠나지 못하는 건 살 길이 막막해서겠지. 최참판집 노비였던 사람도 다르지 않았을 거다. 노비뿐인가, 마을에서 최참판집 땅에 농사 짓지 않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지금 최참판집에서 주인 행세를 하는 사람은 최치수 먼 친척인 조준구다. 사람이 참 뻔뻔하구나. 남의 것을 빼앗으려고 하다니. 죽은 윤씨는 진작에 조준구 마음을 알아봤을지도 모르겠다. 죽지 않았다면 서희가 덜 힘들었을 텐데. 사람 목숨은 어쩔 수 없는 건가. 죽은 사람, 죽다 살아난 사람도 있구나. 서희를 도우려 했던 수동도 죽는다.


 이제 겨우 《토지》 4권을 만났다. 이번 건 1부 4권이다. 을사보호조약이 나오기도 한다. 이 말은 일본에서 하는 말이겠구나. 그 일은 1905년에 일어났다. 이름은 들어봤지만 자세한 건 모른다. 조선 외교권을 빼앗으려고 맺었다고 하는데. 일제 강점기는 1910년에서 1945년까지인데, 실제 시작은 1905년일지도 모르겠다. 일본은 동학혁명이 일어났을 때부터 조선을 조금씩 차지하려고 한 건 아닐까 싶기도 하다(더 거슬러가야 하는구나. 임진왜란). 그때부터 일본 병사가 조선에 오고 조선 사람은 자유를 잃어갔겠다. 1905년에는 더 심해졌겠구나. 그때는 조선말이나 글을 편하게 썼을 텐데. 을사조약 소식을 듣고 김훈장은 조준구를 찾아갔다. 조준구는 일본 편에 있는데, 왜 그랬을지.


 김훈장은 정말 사람들과 뭔가 하려고 했던 걸까. 잘 모르겠다. 여러 사람은 일본군이 조선에 오고 마음대로 하려는 건가 했지만, 바로 나서서 싸워야겠다 생각하지는 않았다. 사는 것도 힘든데 싸움까지 하겠는가. 최참판집에서 일하는 삼수는 조준구 비위를 맞추고 마을 사람한테 나쁜 짓을 했다. 삼수 마지막은 그리 좋지 않았다. 마음을 나쁘게 쓰니 그렇게 됐겠다. 조금 억울한 사람은 정한조가 아닌가 싶다. 농사 지을 땅이 없어서 돈을 벌러 다른 곳에 갔다가 돌아왔더니, 조준구가 한조를 폭도라 해서 일본 헌병한테 끌려 가고 죽임 당했다.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조준구 말을 듣고 끌고 가다니. 조준구가 없애고 싶은 사람에는 서희도 있었겠지만, 서희는 쉽게 건드리지 못했다. 다행이라면 다행이구나.


 조준구는 최참판집 재산을 가로채고 서희와 자기 아들 병수를 결혼시키려고도 했다. 그건 잘 되지 않았다. 병수가 서희한테 마음이 조금 있는 것 같았는데, 병수 조금 안됐구나. 길상이도 많이 자라고 봉순이도 많이 자랐다. 봉순이는 길상이를 좋아했지만 길상이는 그 마음을 받지 못한다 생각했다. 마음 깊은 곳에는 서희가 있었던 걸까.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윤보가 돌아오고 몇몇 사람과 최참판집에 쳐들어 갔다. 조준구와 조준구 아내인 홍씨를 죽이려고 했는데 두 사람을 찾지 못하고 패물과 곡식을 훔쳐 달아났다. 거기엔 용이와 길상이도 있었다. 길상이는 왜 거기에 끼었을까.


 용이 아들을 낳은 임이네는 용이와 살았다. 용이가 최참판집에 쳐들어 갔다 사라져서 임이네는 아이들과 거기 살기 어려웠다. 임이네는 월선이를 찾아갔다. 다른 데 갈 수도 있었을 텐데. 월선이는 임이네와 아이들을 받아준다. 월선이는 용이 소식을 들을 수 있을까 하고 날마다 나루터에 나갔다. 어느 날 밤에 용이가 찾아온다. 용이는 월선이한테 자기와 함께 간도로 떠나자고 한다. 서희가 간다고 하면 여러 사람과 떠난다고 했다. 함께 떠나는 사람에는 임이네와 아이들도 들어갔다. 자기 아이를 낳아서 용이는 임이네를 버리지 못하는구나. 월선이는 그걸 당연하게 여겼겠지. 박경리는 왜 둘을 다시 만나게 한 건지. 지난번에는 둘을 좋게 여긴다고 말했는데. 월선이가 힘들어 보인다. 서희도 이곳에 있는 것보다 떠나는 게 낫다고 여기고 떠나기로 한다. 윤씨는 죽기 전에 서희한테 재물을 남겨주었다. 봉순이는 길상이 마음을 알고 함께 가지 않기로 했다.


 조선을 떠나 간도 용정으로 가는구나. 거기에서 사는 거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실제 그때 조선을 떠나 간도로 간 사람 있었겠다. 구천(김환)과 함께 떠난 서희 엄마 별당아씨는 병으로 죽었다. 죽기 전까지 그렇게 안 좋은 건 아니었겠지. 누군가는 죽고 누군가는 떠나는구나. 남는 사람도 있고. 간도로 함께 가는 사람에 김훈장도 있다니. 이 사람이 오래 나오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여기에서 헤어진 사람이라고 해서 아주 못 만나는 건 아니겠지.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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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3-07-15 11: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제 겨우라니요?
벌써 4권인데요!

희선 2023-07-16 00:17   좋아요 1 | URL
페넬로페 님 고맙습니다 앞으로 보다보면 끝까지 보겠지요 남은 주말 편안하게 보내세요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