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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8 - 박경리 대하소설, 2부 4권
박경리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6월
평점 :
지금 양반 상민 그런 게 없어서 다행이다(이 말 여러 번 하는구나). 그런 게 있었다면 살기 어려웠겠지. 난 양반보다 상민, 서민이었을 것 같다. 그랬다면 뭐든 하거나 남의 집살이를 해야 했을지도. 여자는 더 살기 힘들었다. 그건 양반이라고 다를 거 없었구나. 결혼하지 않으면 더 그랬겠다. 결혼이 중요한 건 아닌데, 옛날엔 어쩔 수 없이 바라지도 않는데 해야 했겠다. 여자는 사람으로 여기지 않기도 했구나. 이건 더 옛날 일일까. 아니다 조선시대에도 다르지 않았다. 그건 유교 영향이 커서가 아니었을지. 고려시대에는 덜했다는데. 조선시대가 500년이나 이어졌으니. 고려도 거의 500년이었다. 《토지》를 보니 역사를 생각하기도 하는구나. 그저 조금밖에 모르는 역사.
학교에 다닐 때 배우는 역사도 도움이 될 텐데. 그땐 그걸 그렇게 재미있게 여기지 않았다. 그때도 역사를 좋아하고 공부한 사람 있었겠다. 가끔 그런 사람 부럽다. 지금도 공부하려면 못할 거 없겠지만, 소설로 조금만 알려고 하는구나. 중, 고등학교 때도 소설을 봤다면 좋았을 텐데. 안 봐서. 《토지》 8권에 접어들고 2부 4권이다. 난 역사보다는 사람 이야기를 더 보는구나. 역사가 사람 이야기기는 하지. 자세한 이야기는 없지만 공노인은 최참판집 재산을 빼앗은 조준구를 속이고 예전 최참판집 땅을 거의 되찾았다. 김환도 그 일 한몫 거들었다. 산에서 도를 닦는 사람이다 하면서. 조준구는 바보구나. 재산을 늘리려고 하지 않았다면 괜찮았을지. 그럴 마음이 없었다면 남의 재산을 가로채지 않았겠다.
조준구 때문에 의병으로 몰려 죽은 정한조 아들 석이도 도움을 주었다. 그렇게 이어지기도 하는구나. 시간은 또 흘렀다. 서희는 둘째를 낳았다. 아들 둘은 환국과 윤국이다. 환국이는 아빠 길상을 닮은 듯하고 윤국이는 엄마 서희를 닮은 듯하다. 이 아이들이 자란 모습도 나오겠다. 지금은 어리지만. 월선이는 암이었다. 이때는 수술하기 어려웠으려나. 어떤 암이었을지. 월선이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도 용이는 월선이를 만나지 않았다. 산에서 하는 일이 다 끝나고서야 왔다. 그럴 수도 있다 여겨야겠다. 월선이도 용이를 보고 가려고 그때까지 버텼다. 용이가 오고 이틀 뒤 월선이는 떠났다. 사람이 죽는 게 자연스럽다 해도 슬펐다. 지금까지 여러 사람이 죽었는데, 월선이는 1권부터 봐서 더 슬펐나 보다. 월선이는 슬쓸하지 않게 갔다.
길상이는 하얼빈에서 옥이네를 만나고는 또 거기 가 봐야 할 텐데 한다. 마음이 다 정리가 안 된 건지. 서희는 길상이 마음을 안 것 같기도 하다. 길상이 하얼빈에 가고 없을 때 운 걸 보면. 김환이 간도 용정에 오고 길상이를 만났다. 길상이는 환이 웃는 얼굴을 보고 어디서 봤는데 했다. 난 최치수 아닌가 했는데, 김환 얼굴은 윤국이가 웃는 것과 닮았다. 그렇게 되기도 하는구나. 김환은 아이들 작은할아버지다(할아버지기도 한가). 길상은 서희가 조선으로 돌아갈 준비를 해도 그 일에는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서희는 조준구한테 복수하고 싶은 마음이 컸지만 길상은 그렇지도 않았다. 그럴 것 같기는 하다. 그런 일이 없었다면 더 나았을 텐데 하는 생각을 또 했다. 길상은 서희와 같은 마음이 아니어서 옥이네를 생각한 건 아닐까.
김두수는 회령에서 순사부장이 되었다. 그러면서도 금녀를 찾으려고 했다. 양가라는 사람이 하얼빈에서 금녀를 보고 그걸 김두수한테 말했다. 금녀는 아주 멀리 가지 가까운 곳에 있었다니. 금녀는 자신을 도와준 장인걸한테 마음이 있었구나. 금녀는 그저 장인걸을 돕고 싶어서 하얼빈에서 중국사람처럼 살았다. 난 누구를 좋아해도 그러다 마는데, 소설 속에서는 오래오래 좋아한다. 그런 거 보면서 실제 그런 게 있으려나 한다. 사람 마음은 바람이니. 김두수는 집착이구나. 그런 집착은 안 좋지. 독립운동 하는 사람을 일본에 알려주려는 마음도 있었다. 친일하는 사람 마음도 잘 모르겠다. 뭘 바라고 그러는 건지.
강포수는 산에서 사고를 내고 죽었다. 그건 사고가 아니었다. 아들인 두메는 공부를 잘했는데, 더 자랄 때까지 봐도 괜찮았을 것 같은데. 두메는 두매가 되었다. 한자 이름으로 바꾼 거였다. 두매는 혼자구나. 월선이 죽고 임이네는 월선이 재산을 어디에 두었나 알려고 했다. 임이네는 돈에만 관심이 있구나. 월선이는 길상이한테 돈을 맡겨두었다. 용이가 그걸 임이네한테 줄 테니 인연을 끊자고 했는데, 임이네는 그건 싫었나 보다. 차라리 그렇게 하지. 영팔이는 조선으로 돌아가는 걸 기쁘게 여겼다. 서희는 용정에 함께 온 사람과 조선으로 돌아가려 하는구나. 살기 어려워도 고향이 더 좋을까. 그런 마음 잘 모르겠다. 길상은 독립운동에 크게 뜻을 둔 건 아니지만, 독립운동을 하려 했다. 서희는 아이들과 조선으로 떠난다.
자신이 생각한 걸 해내는 사람 대단하다. 나도 생각한 거 하기는 하는데, 큰 건 아니다. 큰 걸 하려면 힘들어서. 책을 읽겠다는 것은 한다. 《토지》 시대가 사람을 크게 만들었을지도 모르겠다. 나라를 잃고 힘들다 해도 자기대로 산 사람도 있었겠다. 내가 그 시대에 살았다면 나도 다르지 않았을 거다. 눈에 띄지 않게 조용하게 살았겠지. 친일은 안 하고.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