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행복한 사람>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스스로 행복한 사람 끌레마 위즈덤 시리즈 2
랄프 왈도 에머슨 지음, 박윤정 옮김 / 끌레마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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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내가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단호하게 옳은 일을 할 수 있다면, 이미 과거에 옳은 일을 많이 해두었을 것이다. 


한동안 명상철학에 빠져 그런 책들과 명상음악을 듣던 때가 있었다. 왜 그랬을까? 읽고 있으면 마음이 정화되는듯 내 자신속에 감추어진 나와 만나는 기분을 느끼게 해주며 나자신을 뒤돌아보며 반성하게 만드는 책들 속에서 내가 진정 얻은 것은 무엇이었는지 무엇이 남았는지 모르겠지만 그런 책을 읽으며 잠시 '상념' 에 심취해 조숙한 시간을 보낸뒤로는 가까이 하지 않았던것 같다. 좋은 글과 말들을 찾아 헤매이지만 그 글들이 전해주는 것은 잠시일뿐 지속적이지는 않기에 잠언집을 읽을때는 '그시간' 만큼이라도 스스로를 정화시키는 시간으로 충분한것 같다.

'산은 산이요,물은 물이로다' 라는 말처럼 이 책의 본질은 '자기자신'으로 거듭나길 바라는 말들이 많다. '장미는 지금 현재의 장미로 존재한다'는 것처럼 예전의 장미가 아름답고 향기로웠다는 것에 흔들리지 않고 지금 현재의 장미로의 존재가 그 장미의 이유인것처럼 다른 어떤 것이 아닌 '자신'을 돌아보는, 우리 삶의 본질적인 물음과 해답의 귀결은 '자신' 임을 강조하는 글들이 마음을 끈다.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고 했던가 그가 세월속으로 사라진지 이백여년이 넘었지만 값진 그의 말들은 지금도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을 보면 영혼의 치유서처럼 여겨지기는 하지만 오래도록 남지 않는 것은 세월탓은 아닐것이다. 한참 마음이 혼란스러울때 읽어서일까 읽을때는 자기 성찰의 힘을 얻는듯 하다가 뒤돌아서면 까마득하게 멀어진다. 잠깐 한번에 읽고 말 책이 아니라 마음이 안정되지 않을때 꺼내서 읽어보면 좋은 책이며 문장들 많다. 

가방속의 핸드북으로 늘 곁에 두고 싶은 책인데 너무 성의없이 읽은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읽는 동안 내마음이 안정을 되찾고 길을 찾지 못하고 급히 흐르던 물이 물길을 찾은듯 유유해질 수 있었던 것은 잠시지만 '기쁨' 이었다. 잠시만이라도 영혼이 정화되었다는 것으로 이 책에 대한 부담감을 놓으며 모든 글들이 모두에게 이로울 수는 없지만 누군가에는 큰 힘이 될 것이다. 제목처럼 <스스로 행복한 사람>이 되고자 하는 사람,자신에게 마법의 주문을 걸어 행복해 지고 싶은 사람들이 읽으면 더욱 힘이 되는 책이며 그런 힘을 주었던 글을 소개해 본다

미덕의 힘은 시간이 흐를수록 강해진다
지금 옳은 일을 하라. 겉으로 드러나는 것은 무시하라. 그러면 앞으로도 언제나 그렇게 행동할 수 있다. 품성의 힘은 누적되는 것이다. 과거에 한 모든 이로운 일은 오늘에도 영향을 미친다.

단점도 때론 도움이 된다
진리와 씨름해보지 않으면 진리를 충분히 깨달을 수 없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자신의 단점으로 고생해보고 자신에게 없는 장점을 다른 것으로 극복해봐야,자신의 장점과 단점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사회생활에 장애가 되는 기질적인 단점을 갖고 있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 단점을 계기로 혼자 있는 것을 즐기고 스스로를 돕는 습관을 길러야 할 것이다.그래서 상처 입은 조개처럼 단단한 껍질 속에 찬란한 진주를 품어야 할 것이다.

가까운 것이 먼 것을 설명한다
우리는 가까이 있는 것이 먼 것 못지않게 아름답고 경이롭다는 것을 깨닫고 놀란다.가까운 것이 먼 것을 설명한다. 한 방울의 물은 작은 바다이다. 한 명의 사람은 자연 전체와 연결되어 있다. 그러므로 평범한 것들의 가치를 인식하면,지금껏 알지 못했던 여러 가지 깨달음을 얻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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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어를 금하노라 - 자유로운 가족을 꿈꾸는 이들에게 외치다
임혜지 지음 / 푸른숲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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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위있게 살기 위해 자발적으로 내 삶에서 포기할 수 있다는 것, 부족해 보이지만 행복해 보이는 그들의 이야기.


자신의 품위를 지키기 위하여 자발적으로 삶에서 포기하고 살 수 있는 것들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아니 무엇이 있을까 생각을 해보니 포기하기 보다는 우린 얻으며 채우며 살려고 노력하는 것들이 더 많은것 같다. 그런데 이 독일가족은 자신들의 삶과 자연과 이웃을 위해 포기하고 사는것들이 너무 많다. 작게는 내 가정을 위해 포기하는 것들이 크게는 자연과 환경 지구를 위한 것이라면 포기하고 살 수 있을까?

요즘은 엣지있게 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나름 엣지있게 사는 삶이라 할까? 포기하며 산다는 것은 어쩌면 구속되어 사는 삶이라 할 수 있겠는데 가만히 들여다보면 너무도 단란하고 행복하고 주관이 뚜렷한 삶이라 부럽기까지 하다. 그렇게 하고 살라면 우린 며칠도 못하겠지만 한번 해볼만 삶이라 말하고 싶다. 나 또한 절약이라면 발벗고 나서도 될 정도로 아이들에게 잔소리를 많이 해서 올겨울방학동안 딸들에게 '잔소리대마왕'이란 별명까지 얻었지만 아이들의 교육에 대한 면은 정말 본받고 싶으면서도 과연 우리나라에서도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작가처럼 그런 주관적인 교육을 하여 이 사회가 원하는 능력있는 아이들로 키울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가져본다. 늘 해도후회하고 안해도 후회되는 것이 아이들 교육에 관한 관심이다. 밀어준다고 생각했는데 아이들에겐 다른 부모에 비해 늘 부족하게 여겨지고 성적은 원하는 만큼 나와주지 않아 실망을 하기 마련인데 성적순이 되어버린 사회에서 아이들을 믿고 맡길 수 있는 교육이란,그런 교육적 주관이 너무 맘에 들었다.

가족의 이야기는 일상적인 것들이라 재미가 없을수도 있는데 한국인 아내와 독일인 남편과 그 사이에서의 아이들 이야기라 그런지 풀어낸 소재들이 다양하기도 하고 맛이 다 다른 반찬들처럼 재밌고 아이들을 키워가는 이야기며 남편과 아내의 부딪힐 수 있는 이야기들이 소소하게 때론 사회적인 문제면에서 다르기도 하여 재밌게 읽었다. 자연과 환경을 생각하여 차를 갖지 않고 가족이 자전거로 이동수단을 이용한다는 것부터 샤워시에도 물을 어떻게 하면 더 절약할 수 있는 방법이 있나 모색하는 아내와 남편의 차이점등을 보며 우린 너무 편하게 당연시하게 받아 들이고 있는 것들이 넓게 생각해보면 정말 큰 문제들일 수 있다는 것이 그들 부부의 이야기를 읽으며 배울점도 많다는 것을 알았다. 작은 포인트를 모아 지구촌을 위해 가끔 기부를 하기도 하는데 있는 티를 내기보다는 작은 정성도 모아서 더 큰 곳에 쓰일수 있게 기부를 하는 나눔의 모습도 정말 훈훈한 배움의 숙제이기도 하였다.

어떻게 살아야 만족을 하는지,얼마나 가져야 만족하는 삶을 사는지 보다는 내가 가진것보다 나누고 절약하는 척도로 본다면 삶의 본질을 바뀔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 남들에겐 부족해 보이지만 가족이 함께 모여 점심을 함께 먹기위하여 더 많은 돈을 받을 수 있는 자리를 피하고 가족과의 시간을 더 중요시 하는 사람들, 한국형 절약정신과 또순이 기질이 다분한 아내와 독일의 절약정신이 몸에 밴 남편의 서로 다른듯 하면서도 무척이나 닮은 모습과 자신들의 품위를 위해 포기한것들이 있는 반면에 자신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즐길 줄 아는 행복한 가족의 이야기는 새해를 맞아 우리가족에게도 어느 정도 적용해 보고 싶은 면도 있었다. 이제 모두 고등학생이 되어 기숙사로 떠나 부모의 품을 떠나게 된 아이들에게 권해 함께 읽어봐도 좋을 책이고 흔들리지 않는 그녀의 삶이 새해 벽두 내 삶을 되돌아 보게 한다. 

'세상은 앞에서 활약하는 주연들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뒤에서 배경을 이루는 보통 사람들에 의해 돌아간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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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향기, 두엄 냄새 서로 섞인들 - 길동무 셰르파의 고향, 피케를 걷다
김홍성 지음 / 효형출판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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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동무 셰르파의 고향, 때묻지 않은 그곳 피케에서 만난 순박한 사람들의 이야기.


꽃향기,두엄냄새 서로 섞여도 좋은 곳, 순박하고 욕심없는 사람들이 사는 곳으로 그가 걷기여행을 떠났다. 그의 전작 <우리들의 소풍>과 <천년 순정의 땅,히말라야를 걷다>를 무척 인상깊게 읽었다. 히말라야, 그만의 방식으로 걷기여행을 하며 농가와 마을로 이어지는 길을 걷고 그곳에서 정말 때묻지 않은 사람들과 숙식을 함께 하며 산초를 발라도 재봉틀벌레에게 물려 고생을 하면서 그들속에서 어우러졌던 깨끗한 이야기들을 덜어내지도 보태지도 않고 그만의 눈과 귀와 마음으로 전해주어 정말 따듯하게 읽을 수 있는 글과 사진이 있는 이 책은 작가가 직접 보내준 책이라 더 정감있게 읽은 책이다. 

아내와 함께 하던 밥집 <소풍> 의 구수하고 깔끔한 이야기가 있는 ’우리들의 소풍’ 에서 아내를 잃은 슬픔에 가슴이 먹먹하더니 이 여행은 어쩌면 그곳에 영혼으로 머물고 있는 아내와의 조우를 위한 여행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왠지 작가와의 인연처럼 그 책을 읽은 후에 뜻하지 않게 아는 동생이 어린애들을 놔두고 간암으로 먼저 가게 되었다. 그녀가 어린딸들을 두고 어찌 눈을 감았을까 눈물이 나고 얼마동안 그녀와의 추억에 그 소식이 거짓처럼 여겨지며 한동안 헤매이게 되었는데 그래서였을까 그가 떠난 여행에 나 또한 마음을 실어 본것처럼 맑은 공기를 함께 한 기분이 들었다.

파란 하늘과 파란 산맥, 모두가 때묻지 않은 하나로 연결된듯한 그곳에서 그가 전해주려 한것은 우리내 어릴적 추억처럼 추억의 저장고에 갇혀 있는 모든것들이 그곳에 고스란히 모여 있는듯한 느낌은 비단 작가만의 느낌은 아니란 생각이 든다. ’우리가 점심을 먹으러 들어간 식당에는 한 쌍의 제비가 분주히 드나들며 천장 모서리에 둥지를 트는 중이었다. 오래 전 추억을 더듬게 하는 이런 저런 풍경들과 시바라야는 옛 고향으로 간느 길목처럼 느껴졌다.’ 우리가 산업화와 경제발전에 우리의 소중한 추억을 잃어버리고 있다면 아직 그들은 그들만의 방식으로 추억과 전통을 천형처럼 간직하고 있는것은 아닌가. 그 값으로 그들은 가난이란것을 안고 살지만 그래서 더 행복한 얼굴을 만날 수 있었는 것 같다.

여행의 커다란 목적을 둔 것보다는 천천히 걷기여행을 하며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음식과 문화와 접하며 스스로 그들과 하나가 된것 같은 느낌을 전해주는 여행서는 정말 읽어도 개운하다. 그가 걷는 발길의 먼지처럼 나폴나폴 그의 뒤를 따라 걷고 있는 것처럼 낯선 문화가 전혀 낯설지 않고 그들이 주식으로 여기는 감자며 옥수수며 창을 함께 마신듯한 느낌에 얼근하게 취해 밤하늘 가득 찬 별들과 함께 하는 기분이다. 공기가 맑은 곳에서 보는 밤하늘 별들은 어떤 맛일지 궁금하다. 그런 풍경을 평생에 한번 볼 수 있을까? 그가 들르는 곳마다 농가의 아낙들이 퍼주는 창이며 락시가 결코 낯설지 않고 달이며 샥빠(우리나라 수제비 비슷) 한 음식들이 한번 맛보고 싶어질만큼 그가 전해주는 이야기들은 구수하다. 우리내 옛 시골길에서 만나는 이야기처럼 정이 있어 더욱 정감이 간다.

그가 또한 나처럼 글쓰기와 사진찍기를 좋아하니 더 느낌이 통한다고 할까. ’나는 카메라를 통해 많은 위안을 얻고 있었다. 사진을 찍는 순간의 몰입 상태가 피로를 잊게 하고, 그것을 누군가에게 보여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보람을 느꼈다.’ 글로 다하지 못한 느낌이 담긴 사진들은 풍경이나 인물들의 표정에서 거짓이 없이 들어나 있으니 그의 여행의 여유를 느낄 수 있다. 구속되지 않은 여행의 묘미와 함께 순박한 사람들을 만나고 함께 정을 나눌 수 있는 그곳 피케, 이 책을 통해 나눔의 정이 모여 곰파에서 공부를 하는 어린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어떤 방법이 모색되었으면 하는 바램과 함께 순박한 사람들의 표정을 잊을 수 없었던 책이다.


 
책 속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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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지 황석영 중단편전집 1
황석영 지음 / 창비 / 200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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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구 울 엄니, 내가 떠나올 때에 객지 나가 고생 말라구 하시더니...어이구 울 엄니...’


황석영,그의 중단편을 만나다 보니 결코 마음이 편하지 않다. 하루의 삶조차 결코 단순하지 않은 사람들이 사회의 불합리와 싸우듯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삶을 영위하기 위한 투쟁을 해 나가는 그들을 만나다 보면 가슴이 울컥하며 무언가 올라오듯 한다. <한씨연대기>에서 꼿꼿한 성격탓에 자신의 삶을 버리고 바닥같은 삶으로 한생을 마감한 한씨나 <삼포 가는 길>의 세사람처럼 무엇이 있을지 모르는 고향을 찾아 정처없이 발길을 재촉하는 사람들 또한 내일의 일을 예감할 수 없다. <객지> 에서도 개미처럼 자신들의 노동력을 최대한으로 팔고 있지만 그 이득은 어디로 가고 마이너스와 같은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은 그만이 표현할 수 있는 사실적인 묘사로 동혁이나 대위처럼 그 현장에서 함께 시위를 벌이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올해 떠들석하게 했던 뉴스,용산재건축현장의 시위 참사이야기를 떠오르게 하는 <객지> 는 객지나가 고생하지 말라는 엄니의 말처럼 어디든 날품팔이를 하러 다니면 일이 자신을 따라 다닐줄 알았는데 자신들의 노동력마져 착취를 당하고 있음을 안 그들에게 내일이란 없다. 그들이 시위장소로 선택한 민둥산인 뒷산처럼 그들에겐 그늘막 하나 없는 삶에 갈증만 더할 뿐이다. 그런 그들에게 마지막 보루처럼 자신들의 삶을 돌아볼 기회가 왔다. ’국회의원들이 오신단다’ 높으신 그들에게 보여지기 위한 공사에 그들의 노동력은 대단한 힘을 발휘해야 하지만 하루벌어 하루도 연명하지 못하는 그들의 노동력은 파리목숨보다 못하다. 층층이 그들의 피를 빨아 먹고 사는 이들 밑에서 그들이 선택해야 할 ’오늘’ 이란 무엇인지...

입석부근,고교시절인 1962년 이 작품으로 신인문학상을 수상했다는데 대단하다. 고교시절부터 그의 이야기꾼 기질이 엿보이는 작품은 그의 다른 작품인 <개밥바라기별>에서도 언급했듯이 그의 문학에 대한 외도로 인한 방황이 중단편들에 잘 들어나 있는것 같다. 노동자의 편에 서서 그들을 대변하듯 사실적으로 묘사를 하고 월남전 참전용사들을 대신하듯 그가 뱉어낸 <탑> 이나 그외 작품에서 전쟁후 그들이 현실에서 느끼는 괴리감이 너무도 사실적이라 그 상황속에 실제 내가 존재하는 느낌이다. 장편 뿐만이 아니라 중단편 하나로도 하나의 작품을 탄생시킬 수 있을 만큼의 영향을 발휘하는 그의 작품들은 사회적으로 관심밖의 사람들이지만 인간 존엄성을 가지게 한다.

'우리는 모두 넋이 빠져 미친 사람이 되어 있었다. 사람다운 모든 것이 탈진되어 의식이 흐려졌다.나는 배수로 속에 끓어 앉아 토했다. 전투가 끝나버렸는지,아니면 다시 끝없이 시작되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우리는 서로 누가 남았는지 바라보기조차 귀찮았다. 그래서는 죽은 자들의 굳어진 몸뚱이 사이에 넘어져 졸기 시작했다.' - <탑> 중에서

장편에 길들여져 멀리하던 중단편들의 맛을 그의 소설들을 읽다보면 되찾을 수 있다. <오래된 정원>을 읽고 한동안 먹먹하여 그의 책들을 찾아 읽던 기억이 이젠 중단편들로 인해 한동안 그의 소설속에서 헤매일듯 하다. 백화,가화,동혁 등 그들이 그토록 바라던 고향을 찾고 그들이 꿈꾸던 내일을 언제쯤 되찾을지 소설밖 상상을 하게 만드는 그의 이야기들이 있어 한해의 마무리를 그와 함께 하는 기분이다. 아무쪼록 읽어야지 하면서 뒤로 미루어 두었던 그의 단편들을 접할 수 있어 밀린 숙제를 한 기분이다. 그의 새로운 소설 <강남夢>이 언제 나올지 모르지만 새롭게 변신한 그의 이야기꾼 기질을 엿보고 싶어진다.

'서리는 매점을 경영하고 전표장사나 돈놀이를 해서 수지를 맞춥니다. 회사측에서는 하급 인부들의 노임과 작업 문제를 합숙소랑 직결시켜서 일임해버리는 게 편리한 거죠.어째선가 아쇼?' -<객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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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포 가는 길 황석영 중단편전집 2
황석영 지음 / 창비 / 200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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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 그들의 깊은 속을 들여다 볼 수 있게 하는 작가 황석영.


장편뿐만이 아니라 단편에서도 그의 힘은 놀랍다. 맛깔스런 그의 단편의 맛을 볼 수 있는 '삼포 가는 길'에는 11편의 단편들이 있다. 그중 TV 문학관으로 널려 알려진 '삼포 가는 길' 은 오래전 드라마였지만 세사람이 거친 눈밭을 걸으며 황량한 겨울속을 걸어 삼포로 향하던 풍경이 눈에 선하다. '삼포 가는 길' 도 서민들의 삶을 노래했지만 처음에 있는 작품인 '한씨연대기' 는 정말 안타깝고 불쌍하여 눈물이 난다. 

장의사에서 허드레일처럼 미천한 일을 하던 노인 한씨가 자신의 방으로 향하던 중 넘어져 그의 한 많은 삶을 마감하고 만다. 같은 집에서 옹기종기 모여 세를 살던 사람들은 그가 살던 방을 탐낼뿐 한씨의 삶에는 도통 관심이 없어 그가 어떤 노인네인지 모르기에 일터인 장의사로 그와 함께 일하던 노인네를 찾아가지만 그도 딱히 한씨에 대하여 모르기는 마찬가지다. 그의 유품을 정리하다가 발견한 청진기와 낡은 수첩에 적힌 세사람의 주소와 이름을 보고 연락을 취하여 달려온 사람들에 의해 그의 한많은 삶은 들어나게 된다. 전쟁이 발발하기전 북에서 산부인과 의사이던 그가 전쟁으로 인해 가족과 헤어져 남으로 혼자 오게 된 사연이며 꼿꼿한 성격때문에 남의 눈에 나서 불행의 길을 걷게 된 질곡의 삶. 자신이 의사라는 것도 발히지 못하고 장의사 일을 했던 그가 소중히 간직한 청진기, 때론 인생이란 둥글 둥글 굴러가기도 해야하는데 너무 반듯한 선으로 일관하여 자신을 비루하게 만든것은 아닌지 하는 안타까움을 주었던 작품이다.

'낙타누깔' 월남전에 참전한 소대장은 남들처럼 번듯하게 돈을 마련하여 돌아온것도 아니고 마지막 군생활도 병원에서 있다가 바로 왔기에 두둑한 주머니를 차고 오지 않았지만 우연히 '낙타누깔' 이란 것을 거리에 나갔다가 사들고 오게 되었다. 몸이 좋지 않았던 그가 병장과 잠깐 나갔던 외출에서 구토증을 느끼며 간신히 참아 가다가 많은 돈을 마련하여 돌아왔다는 자를 만나 하룻밤 즐기려 들어갔던 곳에서 상대에게 주었던 낙타누깔을 그가 그이 입에 넣어주자마자 그동안 참아왔던 구토증과 함께 모두 게워내고 만다. 토사물들과 함께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낙타누깔, 자신의 모습을 닮은 낙타누깔 또한 우리의 아픈 한시대를 대변해 주고 있다. 

밀살, 얼마나 배가 고프고 없으면 남의 것을 탐할까? 서리도 이만저만한 서리가 아니다. 세명이서 나누어 먹을 수 있는 닭 서리라면 괜찮겠지만 그들은 남의집 암소를 밀살하기로 한다. 미리 봐둔 암소를 산으로 끌고 와 밀살하려 하지만 양심은 있었는지 자꾸만 빗겨 맞는 도끼자루, 하지만 그런 도끼자루에 암소의 운명은 끝이나고 그들은 피를 뒤집어 쓰고 암소를 죽이고 만다. 달빛에 허옇게 들어나는 흰살과 함게 뱃속에서 나온 죽은 새끼소, 자신의 아내가 곧 해산이 다가왔으면서도 내일을 위한 밑천을 마련하기 위하여 농가의 소를 탐한 그들에게 내일은 어떤 태양이 뜰까? 아이를 잉태했던 아내는 아무일없이 해산을 한것인지 궁금증을 자아내게 하는 소설이며 죽음을 느낀 소가 그토록 절박하게 온 산이 울리도록 울었는데도 주인이나 동네사람들은 그 소시를 정말 못들은 것인지. 배고픔 앞에서는 그 무엇도 용서를 해야 하는 것인지.

나이가 어려서는 고향을 떠나고 싶지만 철이 들고부터는 고향으로 자연스럽게 돌아가는 마음, 여기 그런 두명의 남자와 여자가 있다. 떠돌이로 막일을 하는 영달과 정씨 그리고 술집 작부일을 하다가 몰래 도망가는 백화, 그들은 누구의 고향인지 그곳에서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지조차 잘 알지 못하며 길을 떠난다. 삼포, 먼 기억속의 삼포는 열집도 안되는 가구가 모여사는 정말 그림같은 고향이다. 하지만 우연히 만난 노인에게서 전해 들은 그곳은 관광호텔이 들어서고 여기저기 벌어지는 공사판으로 예전의 그곳이 아니다. 영달과 정씨와 헤어져 기차를 타던 백화가 자신의 이름을 크게 외치며 자신의 존재를 처음 밝히는 것을 보며 우리는 어쩌면 내 이름도 고향도 알지 못하며 무언가에 쫒기듯 허겁지겁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져본다. 안식을 취할 수 있는 '고향' 이 있다는 것은 어쩌면 든든한 언덕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행복한 사람인지도 모른다. 그곳까지 가는 길이 눈밭이거나 험한 길이라 하더라도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은 불행중 다행이지만 그마져도 없다는 것은 삶의 희망이 사라진것처럼 절망적이다. 

그의 단편들을 읽고 있다보면 맛깔스럽고 정갈한 우리네 토속음식을 먹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어느 티비 프로에 나와 구수한 입담을 자랑하던 그가 한동안 이슈가 된것처럼 그의 입담처럼 맛깔스런 작품들은 장편이건 단편이건 '읽는 맛' 을 느끼게 해준다. 너무 오래된 작품들이라 시대에 뒤떨어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를 쓸어버리기라도 하듯 그의 언어들은 그의 입담만큼이나 찬물에 헹구어낸 것들처럼 반들반들 윤이 난다. 우리네 삶에서 사각지대에 있어 관심을 받지 못하던 사람들의 삶을 한번 더 돌아보게 하는 작품들은 연말이라서 그런가 자신의 피를 팔아 하루하루를 살던 '이웃 사람' 이란 작품처럼 어느 티비광고문구처럼 한방울의 피가 생명을 살릴 수도 있지만 한방울의 피로 삶을 유지해야 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이 단편외에 다양한 이야기꾼 황석영을 만날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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