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밭 위의 식사
전경린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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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어지지 않는게 사랑이야. 어떤 균열이든 두 팔로 끌어안고 지속하는 그것이,사랑의 일이야.’
만지면 곧 바스러질것 같은 누경 그녀가 20살이나 위인 강주를 잃은 것은 그녀 나이 열여섯이다. 그가 결혼을 하면서 그녀의 전부를 차지하고 있던 그가 그녀에게서 떠나가 버렸다. 모든것을 잃고 달려 나가 누운 풀밭 위, 누군가 버리고 간 헝겊인형처럼 그녀 또한 강주에게서 버려졌다고 생각을 한 누경, 그들의 사랑은 불륜이다. 친척오빠이면서 유부남인 강주를 어린시절 엄마의 죽음으로 인해 그녀의 집에 오게 된 뒤로 둘은 자연스런 감정의 늪에 빠져 들었다. 소녀에서 숙녀로 거듭 그녀가 강주를 다시 만나게 되면서 자신들의 감정에 충실하듯 로맨스로 이어가는 그들,누경의 사랑에 대하여 쓰여졌기에 불륜이라기 보다는 로맨스에 가깝다.

’섬은 여자처럼 고요하겠지... 이 여자처럼 맑을 것이다. 섬은 이 여자처럼 외로울 것이다. 누경을 대입하자 막연하기만 했던 섬이 저절로 그려졌다.’ 강주와 헤어지기전 마지막 여행지로 정한 섬여행을 우연히 만난 기현과 함께 간 그녀, 하지만 그녀에겐 바다도 섬도 함께 간 기현마져 그녀에게 들어오지 않는다. 낯설다. 그런 그녀의 눈에서 선함을 본 기현은 그녀에게 다가서지만 기현에게 누경은 ’섬’ 과 같은 존재다. 아직 강주와의 사랑의 균열이 채 아물지 않은 탓일까? ’누경은 남자와 자신 사이의 덤덤한 빈터가 편안했다. 이대로라면, 숲 한가운데의 풀밭 같은 빈터에서 숨쉬기 위해서, 그 남자를 또 만나게 될것 같았다.’ 하지만 그녀에겐 모든 것들이 무의미하기만 하다.

과거의 사랑 강주, 열렬한 사랑은 그녀의 일기장에 고스란히 누적되어 그녀의 사랑을 되새김질 하게 한다. ’너 없이 어떻게 세상을 견뎠는지 모르겠다.’......’네 눈이 반짝이는구나.네가 웃으니 행복해진다. 네가 기뻐하는 것이 내겐 가장 중요해...... ’우리 관계에, 내 생애에, 아니 내 심장에...’  암수술을 한 아내가 마트에서 ’검은콩과 매실’을 사오라는 말에 군더더기없이 수긍하는 남자 강주,그의 전부인 사랑인 누경을 자신의 심장안에서 도려내지도 못하면서 현실의 아내를 받아 들이는 남자를 보며 그를 자신의 안에서 깨진 유리조각으로 도려내듯 베버리는 누경, ’ 더 많이,더 깊이 사랑한 사람은 사랑으로 다치지 않아.’ 

아픔을 치유하듯 유리공예에 매달리는 그녀, 액체이면서 깨어지지 않는 유리처럼 그녀는 어쩜 완벽한 사랑을 꿈꾸었는지 모른다. 강주와의 사랑이 사랑이었을까. 강주는 그녀를 사랑하기는 한것일까. 그가 베를린여행에서 치마대신 사온 ’초록화병’ 이 바람에 떨어져 깨어지고 그녀는 그 조각들을 간직해둔다. 미련이 남아 아직 잊지 못하는 사랑 강주처럼... 어느 날 신발장 한귀퉁이에 놓여있던 그 유리조각들은 1200도의 고열로 녹여 ’완벽한 작품’ 으로 재탄생 시킨다. 깨어진 조각들이 고열속에서 격통을 견디며 새로운 작품으로 거듭나듯 그녀 또한 사랑으로 사랑의 치유를 바라며 ’풀밭 위의 식사’ 를 고대한다. 그런 그녀의 눈에 ’새로운 감정’ 이 찾아 오고 들에 핀 꽃나무처럼 누구를 향하지는 않지만 세상을 밝히며 활짝 피어나길 바라는 희망으로 끝맺음되어 더 믿음을 준다.

작가의 전작인 <염소를 모는 여자>와 <엄마의 집>을 구매해 놓고도 읽지를 못한것이 한참인데 이 작품으로 인해 다른 작품들을 빨리 만나보고 싶어졌다. 여성작가라 그런지 표현이 무척이나 섬세하고 예리하다. 유리공예가 소재로 쓰여서 더 날카롭게 보였을지 모르겠지만 표현들이 섬세하여 날카로운 유리조각에 베인듯한 느낌이 들때가 있다. 불륜의 사랑이지만 한여자가 사랑의 상처를 안고 도가니에 들어가 다시 재탄생되는 유리작품처럼 사랑을 사랑으로 치유함이 요동치지 않고 잔잔한 파문으로 그려져 좋다. ’단지 시점의 문제인 거야.너의 시점이 있는 곳이 중심이야.헤맬 필요가 없어.’  유리 같은 여자 누경,유리 같은 강주와 그녀의 사랑, 깨어졌지만 깨어지지 않는 사랑의 원천을 잠시 행복한 시선으로 들여다 본 봄날의 아지랑이와 같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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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
다니엘 글라타우어 지음, 김라합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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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당신의 글과 사랑에 빠졌어요. 당신은 쓰고 싶은 대로 쓰면 돼요. 얼마든지 딱딱하게 써도 돼요. 난 그 모든 것을 사랑하니까요.'  '정기 구독을 취소하고 싶습니다. 이렇게 이메일로 취소 신청을 해도 되겠지요? 그럼 이만 줄입니다. 에미 로트너.' 정기 구독하는 '라이크' 지 취소를 하기 위해 보낸 메일이 라이크가 아닌 '라이케' 라는 사람에게 잘못 보내졌다. 이메일이 잘못 보내졌다면 어떻게 할까? 요즘은 손편지가 아닌 문자나 이메일을 쓰기에 가끔 잘못보내기도 하고 잘못오기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다른 사람이 읽어도 되는 내용이라면 괜찮겠지만 중대한 내용이거나 비밀에 부쳐야 할 내용이라면 어떻게 할까? 어느날 이메일이 아닌 문자가 왔는데 당황하는 문자가 온적이 있다. 어떤 아가씨가 애인에게 보낸 문자였는데 내용은 정말 절박했다. 삶이 기로에 선 듯한 내용이었는데 어떻게 해야할까 고민이 되었다.망설이다 답장을 보내주었다. 잘못보냈으니 다시 보내시라고 용기를 내라고... 그녀가 다시 보냈는지는 모르겠지만 잘못 온 문자때문에 잠깐 그녀의 고민에 나도 편승을 하여 그의 미래가 어떻게 되었을까 종종 궁금하기도 했다. 물론 결정을 잘했으리라 믿지만.

에미가 보낸 메일이 잘못 전달된것은 왼손잡이인 그녀의 버릇때문이다. i를 쓸때 왼손잡이라 e에 먼저 손이 가는 버릇때문에 i가 ei가 되면서 '라이크'가 아닌 '라이케'라는 남자에게 전달되면서 그들의 '이메일 데이트' 는 시작이 되었다. 사람의 말보다 글이 더 마음을 움직일때가 많다. 손편지가 한참 유행하던 때 '펜팔'이나 '위문편지'의 힘을 봐도 그럴 것이고 한때 나 또한 글의 힘을 빌려 편지로 글로 마음을 풀어 내던 때가 있었다. 글로 이어지는 데이트는 그들이 만든 환상 속에서 때로는 열정적이기도 하고 북풍을 잠재워주듯 따듯하기도 하고 일상적이기도 하다. 잠시가 아닌 긴 시간동안 이메일로 <소통> 한다는 것은 거기에 메어지내게 된다는 것이다. 

눈으로 보는 것을 완전히 차단한채 글속에서 생각하고 짐작하고 글로 서로를 읽어나가는 그들의 아슬아슬 데이트는 점점 서로에게 빠져든다. 때론 짧은 한줄의 글이지만 그들은 서로에게 매료되기에 충분하다. 아내와 사별하고 두 아이의 아빠였던 피아노연주자와 합께 결혼생활을 하는 웹디자이너 에미, 점점 컴속의 이메일 사랑에 매달리다 보니 어느날 자신도 모르게 남편에게 들키고 말았다. 그런 아내의 '정신적 불륜'을 눈치챈 남편은 응급실에 실려 가게 되고 결국 라이케에게 메일데이트를 중단해줄것을 정중히 부탁한다. 하지만 그들은 너무도 많이 길을 걸어왔다. 뒤돌아 가기엔 출발선이 너무 멀다. 그들의 아슬아슬한 정신적 사랑, 에미는 자신의 친구를 라이케에게 소개도 해주지만 그 또한 자신들의 사랑을 더 결속시키는 일밖에 되지 않는다. 그들의 사랑 과연 이루어질 수 있을까? 그들의 사랑의 끝은 어디일까? 궁금증을 자아내면서 아슬아슬 줄타기를 하는것처럼 남녀의 내면을 글로 잘 풀어낸 소설이다.순전히 메일로만 쓰여진 독특한 소설이면서 목소리와 겉모습이 아닌 글속에서 모든 것을 읽어내는 '통찰력'이 대단히 필요한 소설이다.

'오늘은 잠을 잘 수가 없네요. 제가 북풍에 대해 애기한 적 있나요? 창문이 열려 있을 때 북풍이 불면 못 견디겠어요. 뭐라고 한 마디라도 써주시면 좋겠어요. "그렇다면 창문을 닫아요." 이 한 마디라도 좋아요. 그럼 전 이렇게 대꾸할 거에요. "창문을 닫고 있으면 잠을 못 자요." ' 그녀의 <북풍>을 잠재워 주는 남자, 그녀의 사랑을 뿌리치고 멀리 떠나보려 했지만 더 깊게 자리한 그녀의 자리를 깨닫는 남자, 그가 보스턴으로 떠나기전 에미가 그에게 달려갈 줄 알았는데 소설은 그녀의 발목을 잡고 만다. 그들의 뒷 이야기가 몹시 궁금하게 만든다. 속편 <일곱번째 파도>에서 그들의 사랑 뒷 이야기가 전개된다고 하니 얼른 읽고 싶다. 자신의 아내가 언젠가는 젊은 남자를 만나 떠날것이란 것을 늘 염두에 두었던 베른하르트가 그녀를 라이케에게 보내 주었을지 몹시 궁금한 소설이다. 

글을 통해 누구보다 자신들의 마음속 깊숙히 파고 들어가 둥지를 틀게 된 두 남녀, 다른 어떤 것보다 위대한 <글의 힘>을 보여주는 소설로 목소리를 배제한 글로 전하는 남녀의 감정이 정말 잘 표현된 소설로 사랑을 시작하는 이들이나 일상의 밋밋함 속에서 벗어나고 싶은 사람이 읽으면 좋을 소설이다. 가끔 이런 간접적인 사랑으로 충전하고 보면 내 사랑이 새로워지기도 한다. 그들이 영영 보지 않고 글속에서 사랑을 일구어 나가길 바라는 마음도 간절하지만 한편으로는 글을 벗어나 컴퓨터 모니터를 벗어나 다시금 사랑을 재확인하고 무언가 새로운 '아름다운 상상' 을 가져다 줄 소설을 고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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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풍당당개청춘>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위풍당당 개청춘 - 대한민국 이십대 사회생활 초년병의 말단노동 잔혹사
유재인 지음 / 이순(웅진)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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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대한민국 20대,거기에 사회생활 초년병이라면 일달은 취업을 했으니 성공을 했다고 말해주고 싶다. 아니 박수를 쳐주고 싶다. 대학을 나온 고인력들이 백수로 넘쳐나는 사회에서 행정직 말단이면 어떻고 전공을 살리지 못했으면 어떠하랴 일단은 낙타가 통과하기도 힘든 바늘구멍인 '청년실업' 을 면했으니 천만다행이다. 청년실업자가 넘쳐나는 슬픈현실에서 나 또한 그런 조카를 곁에서 지켜보며 맘이 아프다. 대학 4년 동안 정말 열심히 자신의 꿈이며 평생 직장될 직업을 손안에 쥔듯 열심히 하던 녀석은 아직 바늘구멍을 통과하지 못해 일년이 지나고 다시 또 새로운 일년을 맞아 이젠 부모의 눈치를 보다가 내게 손을 내민다. 맘속에 담고 있는 자신의 불확실한 미래에 대하여서라든가 읽고 싶은 책이 있을때 내게 먼저 SOS를 보낸다. 그런 녀석이 딱하기도 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녀의 맘을 헤아릴듯 했다. 삼년동안 주위 눈치를 보지 않는다해도 부모님들 또한 속으로 무척이나 그녀가 취업을 하길,자신이 길을 찾아 나서길,그리고 안정적인 길을 찾길 고대했을 것이다. 그녀 자신이 자신의 월급으로 당당히 부모의 도움을 거절하고 싶었을만큼 부모 또한 그러했을것이다. 그것이 모든 부모의 맘이기도 하지만 현실은 너무도 냉혹하여 전공을 무시하는것은 그렇다해도 취업의 길이 보다 넓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조카 또한 자신의 길을 찾겠다고 미래의 청사진을 내게는 제시했지만 부모에게 알린다면 극구 말릴듯 하다며 '절대비밀보장' 을 요구했다. 

그녀가 청년실업에서 벗어난것은 행운일까? 우연한 아픔으로 인한 종양제거와 그 시간에 읽은 책에 대한 이야기를 써서 취업할 수 있었다는 것은 그만큼 그동안 준비하고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행운은 노력하는 자의 것이다' 라는 말처럼 노력하지 않았다면 그런 말단직 행운조차 오지 않았을 것이다. 신문을 끼고 다니는 신방과를 나왔다고 전공을 살린 직장이 아니라고 해도 몇 미리의 줄긋기와 씨름을 한다고 해도 그 자체에서 새로운 세상을 열었다는 것이 대단한데 그 나름의 고초를 유머너스하게 정리해 놓은 글들이 가슴에 와 닿는다. 

'좌절금지 청춘' 처럼 그녀의 20대는 '위풍당당' 이다. 제목에 개가 들어가고 그녀가 사무실에서 개를 키우고 싶다는 이야기를 해서일까 '개같이 벌어서 정승같이 쓴다' 라는 말이 절로 생각이 나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늘 빡빡한 업무에 시달리지만 그래도 '행복' 한 20대 청춘이 좌절하지 않고 위풍당당하여 읽는 동안 기분이 좋다. 승자독식사회에서 '경쟁'을 먼저 배우기는 했지만 약자인 '을' 에 대한 애환이 잘 그려져 있고 출판사의 의도와는 다르게 자신을 '기혼' 이라 당당하게 밝힌 점이 미소를 짓게 만든다. 암튼 우리사회의 20대의 애환과 고달픔을 살짝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였기도 했지만 그녀 혼자만의 애환이 아닌 '우리사회'의 편린을 들여다 본듯 하여 맘이 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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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망, 너무 사양해>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마망 너무 사양해 - 행복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꼬마 파리지앵의 마법 같은 한마디
이화열이 쓰고 현비와 함께 그리다 / 궁리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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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이라는 거울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정말 그 속에는 가감 없는 부모의 모습이 있다. 자신이 미처 몰랐던 부끄러운 모습까지도... 자식에게 절대적 환경인 부모가 자신의 결점을 도마에 올려 칼질을 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그런 의미에서 솔직한 자신과 대면하는 과정이다. 자신 속에 숨어 있는 부모님의 모습과, 아이 속에 숨어 있는 자신이 모습과 화해하면서 반쪽짜리 어른은 진짜 어른으로 성장한다.' 흔히 부모는 아이들의 거울이라고 말한다. 나 또한 그말을 달고 사는데 이 옮겨온 글을 읽으면서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잘하면 내탓 못하면 남편 탓을 하며 아이들을 평가하기도 하는데 은근히 속으로는 나의 잘못을 들키지 않기를 바랄때도 있다. 아이들이 커나가면서 잊고 있던 나의 옛모습과 부모님의 모습을 생각해 보기도 하는데 아이들 교육엔 정답이 없다.

'일등만 기억하는 사회' 에서 우린 선행학습과 만점에 길들여져 하나라도 틀린 성적표를 받아 오면 분함을 참지 못해 아이의 시간을 좀더 쥐어짜며 스트레스를 준다. 그렇게 해서라도 살아 남는다면 아니 자신이 원하거나 사회가 원하는 학교에 들어가고 사회원이 된다면 성공했다고 입에 침이 마르지 않도록 칭찬을 하지만 하나라도 오류가 발견되면 인정을 하지 못한다. 그사람을 낙오자라고 취급하기 일쑤이다. 그런 각박한 교실안 공부나 교실밖 공부에 늘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아이들은 잠도 제대로 못자고 먹을것 못 먹어가며 공부를 하고 대학을 가지만 '청년실업' 에 백수가 넘쳐나는 사회이다. 그런 교육에 창의력이나 상상력이 존재하기란 드문일이다. 원하는 책 한 권 제대로 읽지 못하는것이 현실일수도 있다.

그런점에서 '현비' 는 무척 사고가 개방적이며 창의적인 아이라 웃음 지으며 읽었다. 한참 개구진 나이이기도 하지만 때가 묻지 않은 현비만의 '우문현답' 은 틀에 얽매인 내 생각을 뒤집어 줄때가 많았다. 아이의 생각이 어른을 넘어서 있는 것처럼 아이에게서 배울점이 많다는 것을 알았다. 아이를 IQ로 점수를 메기듯 하듯 어른들을 생각을 꼬집는 녀석의 한마디에 뒤집어지고 '틀리면서도 배운다' 라는 현실적이면서 깨닫지 못하고 있던 것들을 일깨워 주는 '현비의 생각 꼬집기' 는 철학자다운 말처럼 생각의 틀을 깨버린다.

아이들이 어릴때는 아이들의 한마디 한마디에 놀라면서 '엄마는 거짓말쟁이' 라는 말을 듣고는 하지만 어느새 아이는 세상의 때가 묻어 그런 말을 했던가라는 것조차 잊고 살아간다. 아이에게서 새삼 다시 발견하는 '창의성' '고정관념 깨기' 는 일상의 잘잘한 일들이 부모들에게는 살아가는 힘이 된다는 것도 깨닫게 해준다. 동물을 좋아하고 잘 기르는 할아버지와 할머니와 한국형 또순이 엄마와 이론적인 파리지엥 아빠 사이에서 아이는 어느 편에 물들지 않고 자신만의 세계를 너무 잘 표현하는 것 같아 귀엽기만 하다. 그런 나날들을 기억해주는 엄마의 글들은 따스하다. 

'엄마, 내가 사무엘의 답안지를 베끼는 것도 아닌데 공부를 잘하는지 못하는지 어떻게 알겠어?' 현비의 우문현답에 난 밑줄을 그어가며 웃으며 한가지 배워나간다. 뒤돌아 보면 나 또한 '엄마의 틀' 에 아이들을 가두어가며 키운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져보는데 아이들의 창의력은 학교나 부모가 억지로 없애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져보며 읽었다. 그런면에서 개방적인 교육이 맘에 들기는 했지만 그동안 길들여진 교육관이 하루아침에 바꾸기엔 우린 너무 먼 길을 걸어왔다. 승부욕과 경쟁심만 부추기는 우리네 교육이 아닌 '학교가 좋아' 하는 현비를 개방적이게 만든 교육이 부럽기도 하고 알콩달콩 아이들과의 일상을 엄마의 시선으로 정리한것도 무척이나 부럽다. 아이들에게는 큰 재산이 될 '엄마의 창고' 에서 현비와 단비가 쑥쑥 자라나는 모습이 보기 좋게 그려진 행복 에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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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형제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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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호,강동원 두 남자의 진한 감동 - 의형제 2010 

 

감독/ 장훈
출연/ 송강호(한규), 강동원(지원), 고창석...

두 사나이의 인간적인 진한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영화..


장훈 감독 정말 대단한 감독이다. 그의 전작 <영화는 영화다>도 정말 괜찮은 영화로 잘 보았다. 두 남자의 극렬하게 대비되던 모습이 잘 그려졌었는데 이 영화 역시 두 남자를 소재로 하여 남과 북 그리고 현실적인것과 인간적인 면을 너무 잘 대비를 시킨 영화이다. 송강호, 그는 정말 대단한 배우이다. 그의 연기는 실생활처럼 어쩌면 그렇게 인간적인지. 구수한 말솜씨 하며 음식을 먹는 것,정말 현실적이다. 거기에 팬티를 입은 에로틱함까지 덤으로 보여주시는 센스. 그에 반해 강동원의 겉모습은 정말 차가움 그 자체이지만 내면은 누구보다도 따듯하고 정이 있다. 송강호의 연기에 묻힐까 은근히 걱정을 했는데 둘의 조합이 깨나 잘 맞아 떨어진 영화이다. 거기에 장훈 감독 영화에 꼭 끼는 '고창석' 정말 재밌는 배우이다. 

강동원(지원)은 남파된 간첩이지만 실패를 해서 버려진 상황이다. 북에 아내와 딸이 있어 자수도 하지 못하고 있으며 송강호는 그를 잡기 위해 작전을 펼치다 실패를 하여 국정원 자리에서 명퇴를 당하고 입에 풀칠하기 위하여 '사람찾아 주는 일' 을 한다. 주로 베트남 여자들을 찾아 주는 일을 하던 그는 지원을 우연히 현장에서 마주친다. 자신은 그가 알아차리지 못했다고 생각을 하고 그에게 접근을 하지만 지원을 그를 알고 있다. 지원의 위에는 '그림자' 라는 주동인물이 있고 지원은 그에게 늘 보고를 한다. 그런 어느날 지원은 한규에게 일을 함께 하겠다며 찾아온다. 북에서 가족을 빼내려면 돈이 절실히 필요했던 것. 하지만 현 국제정세는 혼란스럽다. 북한이 핵문제가 불거지면서 가족을 빼내는 일이 어렵게 된것이다. 그는 한규와 함께 일을 하면서 그의 너무도 현실적인 면에 반기를 든다. 좀더 인간적으로 사람들을 대해줄것을 말하며 그 속에 잠자고 있는 '따듯함' 을 끄집어 낸다. 

한규는 지원을 잡아 한몫 챙기려 하다가 그가 버려진 상황이고 북에 가족이 있다는 것을 알고는 '인간적'으로 끌린다. 슬슬 그에게 동화되듯 그가 하자는 대로 따라 가지만 둘은 늘 서로를 감시하고 있다. 그들의 '위험한 동거' 또한 웃기면서도 지원의 좀더 깊은 속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과연 그들이 이념의 벽을 넘어 현실적으로 하나가 될 수 있을까? 일에 치여 가정도 잃고 보고 싶은 딸아이의 얼굴도 못 보고 살면서 따듯한 밥한끼 제대로 챙겨먹지 않던 한규, 그가 딸을 만나고 맛있는 밥을 먹을 수 있을까. 지원은 북에서 아내와 딸을 무사히 빼내 만날 수 있을까. 그들은 처음엔 적과 같은 존재였지만 서로의 벽을 허물고 점점 <하나> 가 되어 <소통> 을 하고 <치유>를 한다. 서로에게 총을 겨누던 존재에서 마음의 병을 씻어 주는 존재로 거듭나면서 진한 <의형제애>를 과시한다. 

영화의 엔딩이 따듯해서 좋은 영화이다. 남과 북을 다르는 영화라 다소 무겁지 않을까 생각을 했는데 그렇지도 않고 가끔 웃음도 주고 어딘지 모르게 허방한 경찰들의 모습과 감초들의 톡 터지는 웃음과 다문화가정을 이루는 베트남 여자들의 이야기까지 끼어 있어 영화는 '폭 넓은 조화,어우러짐' 등을 말하기도 한다. 강동원의 차가운 '눈빛' 연기도 좋았지만 배우 송강호에게 더 주목하게 만든 영화이다. 이 영화는 송강호를 위한 영화같다. <놈,놈,놈> 에서 익살스러우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이상하면서도 재주덩어리로 비추이던 모습은 이 영화로 좀더 진한 <인간적인면>을 보여주어 그의 연기는 정말 농익었다 할 수 있다. 살짝 엉덩이의 깊은 라인을 보여주시는 센스까지 발휘하면서 어벙하면서도 이웃집 아저씨 같은 그의 잘 빚어진 도자기 같은 연기가 정말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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