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집앞 은행에 잠깐 볼일이 있어 나가는 길,분리수거를 버리려도 앞동 분리수거장소에 갔더니
내가 원하난 크기의 화분이 정말 많이 나와 있다. 겨울동안 잘 키우지 못하고 죽여버린 식물을
버리고 빈 화분들이 줄줄이 나와 있다. '아싸,요거 몇 개 들고 가야지' 했더니 큰딸이 옆에서 난리가
났다. '엄마, 팔 아프면서 무슨 화분이야.글구 우리집에 화분 엄청 많잖아 안돼..' 녀석 저보고
들고 가라고 했나 아니면 저보고 키우라고 했나. '언니야... 군자란 분갈이 할 것이 몇 개 있거든요.
그래서 엄마는 큰 화분이 필요한데 딱 안성맞춤의 화분들이 줄줄이 나와 있네.이런것 버리는 사람들
이해를 못하겠어..멀쩡한 것을 왜 버려..' 했더니 녀석 은행을 가면서도 집앞 수퍼를 가면서도 투덜
거린다.
그런다고 내가 들고오지 않을 사람인가.마침 좌탁위에 <<테이블야자>>도 너무 커서 화분이 비좁
은데 안성맞춤의 화분이 있다. 아주 깨끗하고 멀쩡한 것이.은행에 들러 총무를 맡고 있는 동창회
볼일을 마치고 집앞 수퍼에 들렀더니 주인 언니가 잠깐 놀다 가란다.딸은 먼저 들어가고.. 딸이
그럴까. 잠깐 수다 떨다가 화분 가지고 들어가야 한다고 했더니 언니는 울집 군자란좀 분양좀
하란다. 몇 해 전에 군자란이며 목베고니아등 몇 개 분양을 했는데 가게를 하며 소홀했던지 또
필요하다며 분갈이 하면 분양하란다. 그러니 큰딸은 옆에서 더 투덜투덜. 수퍼를 나와 분리수거
장소로 가보니 화분은 그대로 있다. 무엇을 가져갈까 고민하다가 군자란 심을 것 화분 하나와
테이블야자 분갈이 해줄만한 것을 하나 해서 두개를 들고 오는데 녀석 난리다. 제가 들고 간다고
왼쪽팔로 안고 들어오면 된다고 해도 난리 난리.요즘 날이 좋아 화분들 이것저것 보살피고 있느라
베란다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고 있으니 녀석이 더 난리다. 팔도 아픈데 그런다고.
밖의 날씨는 눈이 내리고 춥지만 울집 베란다는 분명 봄이 오고 있다. 군자란 꽃대는 하루가 다르게
하나 둘 솟아 나오는 것이 보이고 이제 천리향은 활짝 피어 팝콘처럼 하얗게 피어 이쁘다. 어찌할까
하다가 일을 미루지 못하고 테이블야자를 들고 베란다에 가서 분갈이를 했다.역시나 화분이 작아
뿌리가 엉켰다. 조금 큰 화분에 옮겨 심고보니 딱 보기 좋다.좀더 큰 화분이었다면 좋았을텐데 만족.
녀석은 포트에 담긴 아주 작은 것을 지금 살고 있는 집에 이사를 오며 사서 심은 것인데 무척 많이
컸다. 꽃도 많이 피고,꽃이 필 때마다 집에 좋은 일이 있어 더욱 아끼는 녀석인데 지난 연말에는
테이블야자 꽃이 두개나 올라왔다. 분갈이를 해 주었으니 당분간은 뿌리를 잘 내리며 좀더 여유롭게
살 것이다. 그리곤 군자란을 지난 여름에 분갈이 한 것을 보니 두어개 화분에 넘치게 심은 것이
있어 옮겨 심고 싶은데 분갈이용토도 없고 팔도 아프고 그냥 또 덮어 두어야 할 듯 하다.
아침부터 날이 우중충하다고 큰딸은 뭔 날이 이러냐며 투덜인데 난 '장삭인 앨범'을 틀어 놓고
노래를 들어가며 테이블야자 분갈이도 해 주고 화분마다 물도 듬뿍 주고 나니 녀석들이 초록향을
맘껏 내게 주는 듯 하여 기분이 상쾌하다. 여기저기 꽃이 피고 있는 바이올렛도 이쁘고 함참 노랗게
피어난 수선화도 이쁘고 하나 하나 몰래 피고 있는 시클라멘도 이쁘고 밖은 겨울이지만 분명 녀석들은
봄빛이 물들어 있다. 무늬조팝도 그렇고 나무종류를 가만히 보면 가지에 겨울눈이 보인다. 녀석들
이러다 아무도 모르게 잎을 틔울 것이다. 그렇게 시나브로 봄은 오고 겨울은 물러 가겠지.
내일은 통증의학과 치료가 있는 날이라 오늘 시내에 큰딸과 잠깐 오후에 나갔다 와야 할 듯 하다.
옆지기 부추 맡겨 놓은 것이 수선이 다 되었다고 연락이 오고 딸들 새살림 나가는데 필요한 것들
하나 둘 장만해야 하고 호주에서 살고 있는 조카가 일년만에 주말에 들어왔다. 오자마자 이모가
보고 실다고 전화,녀석 나간길에 얼굴도 보고 맛난것도 사주고 수다를 맘껏 나누고 와야 할텐데
시간이 허락할지..녀석도 바쁘고 우리도 바쁘니.봄이 오고 있다고 생각을 하니 할 일이 많다.
2013.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