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표 시골밥상과 김치





청룡사에 가서 연등을 달고 잠시 쉬다보니 시간이 많이 흘렀다. 시골에 가기엔 늦었지만
엄마께 내려간다고 했기에 약속을 지키기 위해 비가 무척이나 많이 오는데도 갔다.
가다보니 빗발은 더욱 세졌고 정말 앞도 안보일 정도이고 가끔 물세례를 받으며 그렇게 달려 갔다.
가는 길에 혹시나 늦어서 엄마가 우리가 않오려니 생각하실 수도 잇어 현충사 부근에서 전화를 드렸다.
내려가는 중이라고...그리고 큰오빠가 와 있다고 했는데 있는지 물어보니 아래부억 공사를 마치고
힘들어서 올라갔다는 것이다. 우리가 일찍 가서 도와주었으면 좋았을텐데...

그렇게 빗 속을 달려서 시골에 가니 빗발이 약간 그친듯 조금 덜 하다. 
얼른 청룡사에서 사 온 나물들을 꾸러미 꾸러미 들고 들어가니 엄마도 나물을 삶고 계시다.
머리는 염색약을 바르고.. -엄마, 무슨 나물이래. 나도 나물사왔는데.. 머리는 조금 참지 내가 와서 하게.
언니가 다녀갔는지 싸리순나물과 옻순이란다. 많이 가져왔다며 가져가란다..
-나도 취나물에 엄마 좋아하는 옻순에 고사리 두릅 다래순 사왔단 말야..
 했더니 나물 풍년이라고 좋아하시면서도 가져가라는 말만..그러지 말고 삶아서 저녁 반찬으로 다 먹자고,
그렇게 밥을 안치고 엄마는 머리 염색이 너무 든것 같다며 욕실로 향하고 난 가져간 나물들을
모두 삶았다. 정말 나물 풍년이다. 엄마는 상추와 취나물도 뜯어 놓으셨다. 

-이거 찬이 없어서 어쩐다니.. 사위 왔는데..풀밖에 없네..
-엄마,00아빠는 나물 좋아해. 이런 반찬 얼마나 좋아하는데.이게 진짜 반찬이고 얼마나 맛있는데..
했더니 그가 방에서 나와 한마디 거든다. 나물 좋아한다고..
그렇게 하여 난 나물을 삶고 엄마는 조물조물 엄마의 손맛으로 맛있게 나물을 무쳤다.
엄마가 해야 맛있다. 내가 하면 엄마의 맛이 안난다. 그렇게 하여 나물들과 고사리를 넣은 된장찌개를 
끓여 다른 반찬은 놓치 않고 나물반찬으로만 저녁을 먹었다. 정말 맛있다.
옻순과 두릅은 함께 무치고 다래순과 싸리순도 한 그릇씩..
그리고 엄마가 담으신 김치가 한그릇... 그렇게 놓고도 엄마는 생선에 조기찜도 있다고..
그런게 뭐가 필요한가, 이렇게 맛있고 값진 반찬이 가득한데..

저녁을 안먹겠다던 옆지기는 일등으로 와서 앉아 맛있게 먹기 시작,정말 맛있다며 
이나물 저나물과 쌈으로 맛난 저녁을 먹었다. 엄마와 나도 한그릇씩 밥을 비우고
나물도 비우고...오늘 처음 먹은 옻순나물을 정말 맛있다. 엄마는 옻순을 정말 좋아하시는데
아버지가 '옻' 자만 들어도 옻이 올라 옻닭이며 옻순을 그동안 먹지 못했다고 지난 이야기를 말씀 하신다.
오늘 저녁도 아버지가 안계시니 가능했지 아버지가 계셨다면 옻순나물은 그림의 떡이었을 것,
그렇게 말하고 나니 아버지 영가등도 달고 왔는데 눈물이 핑그르르... 엄마도 아버지가 많이 생각나시는 듯..
엄마는 우리가 와서 그리고 함께 맛있는 반찬을 옹기종기 모여 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먹으니
더욱 맛있게 드신듯 하다. 일하고 올라간 큰오빠가 와서 먹었으면 하셨지만 
오빠는 엄마가 부쳐준 부추전으로 술 한 잔 했다며 전화...
나이가 들어도 엄마에겐 모두가 자식인 것이다. 허리가 꼬부라질대로 꼬부라진 엄마,
내일은 대전으로 동네분들과 치료를 받으러 가신다는데...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사셔야 할 텐데... 그래도 어제는 그 많은 김치를 담아 자식들 나누어 주고
동네 이웃분들,앞집 할머니 아래집 아줌마 그리고 간암에 걸려 힘들어 하는 
아줌마에게도 나누어 주셨다며 누가 버린 배추인지 모르지만 주워다 참 많은 사람들이 잘 먹게 되었다고..
그것이 모두 엄마의 고생이었다는 것을...김치도 정말 맛있었다. 
우린 두 통을 가져오게 되었지만 엄마는 한 통만으로도 아버지가 안계시니 여름내 드실것 같다는 말씀...
엄마가 싸준 옻순과 싸리순 삶은 것 그리고 김치 두 통이나 하여 
비가 많이 내리니 잠깐 소강한때 올라오다보니 오는 길에 비가 또 많이 내린다. 
빗 속에서 하루가 길다... 그리고 마음이 빗물에 젖은 듯 먹먹한 하루이다.


2011.5.10




 

 
현충사 은행나무길..은행잎이 많이 푸르러졌다.


옻순과 두릅나물


싸리순나물


다래순나물


엄마의 문제의 김치..맛있다.

 
엄마의 텃밭에서 뜯은 상추와 취나물 그리고 엄마표 시골밥상..고사리 된장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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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오신 날 청룡사에 가다





부처님 오신 날, 가랑가랑 가랑비가 내린다. 옆지가가 오전에 한의원에 물리치료를 가면서
'기랑비가 오네..' 해서 혼자서 문자보고 얼만 웃었는지.. '방사능비는 알아도 기랑비는 몰라요~ㅋ'
했더니만 그도 웃었는지.. 혼자서 정말 얼마나 웃었는지. 받침 하나 차이로 문자에서 이런 웃음이..
비가 온다고 해도 어쩌겠는가 두번 다시 오지 않는 '부처님 오신 날' 인것을 절에 가봐야지..

올해는 큰딸이 고3이라 여기저기 절에 다니면서 기와불사를 하고 있지만 
그보다 오늘 같은 날은 꼭 등을 달거나 초불사를 하고 싶었다. 친정에도 가야해서
다른 절에는 가지 못하니 이곳만 들렸다가 친정도 갈까말까..

올해는 큰딸을 위해서 '소원성취' 등을 하나 달고 지난해 영면하신 아버지를 위해 '영가등' 을 
하나 더 달아야 한다. 옆지기가 물리치료를 마치고 온 시간, 점심시간이 조금 지났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니 나가기도 그렇고 참 예매한 날씨이지만 일단 외출을 서둘렀다.
더 늦으면 점심을 못 얻어 먹을 듯 하여.. 가는 길엔 안개와 함께 비가 점점 굵어지기 시작이다.
이곳은 산행객까지 많아 오전에는 붐볐을 듯 한데 점심이 조금 지난 시간이라 약간 한산하다.
들어서자마자 나가는 차들이 있어 여유롭게 주차를 하고는 일주문으로 가는데 
벌써 기분이 좋다. 맑은 공기하며 마음이 편해진다. 

일주문을 통과하기 전, 큰딸이 잘 되기를..올해 꼭 소원성취 하기를 빌고 
우리 가족 모두의 건강을 빌고.. 그렇게 일주문을 넘어서니 그래도 사람들이 있다.
비가 오는데도 연등이 달려 있고... 비가 오니 비닐등이고 종이도 비에 젖지 않게 잘 되어 있다.
사진을 찍고 있는데 옆지기는 먼저 점심공양을 하고 난 후 하자고 한다.
함께 공양하는 곳으로 갔더니만 조금만 늦었어도 먹지 못했을 듯.. 비빔밥과 열무김치 
그리고 절편을 얻어 들고는 마루에 한 자리 차렸다. 고추장을 넣고 쓱쓱 비벼서 맛있게 먹었다.
정말 밥 한 톨 남기지 않고 모두 먹고는 다시 대웅전 마당으로 나가서 연등접수를 했다.
딸을 위한 꼬리표는 옆지기가 쓰고 영면하신 아버지를 위한 꼬리표는 접수처에서 써 주어 달았다.
그렇게 달아 놓고 나니 마음이 편안하다. 딸아이도 소원을 성취하라고 맘 속으로 빌고
아버지도 좋은 곳으로 가시라고 빌고... 그렇게 연등을 달고는 잠시 요사채 마루에 앉아 쉬는데
그와 얼마간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비가 억수같이 온다. 정말 한여름 장대비 내리듯 한다.
비가 내리고 나니 사람들이 하나 둘 사라지고 대웅전 마당은 한산해졌다.
비닐우산을 쓴 꼬마가 신이나서 비를 즐기고 있고 우린 한참을 마루에 앉아 
앞 산의 변화무쌍한 풍경을 보며 지난 추억에 젖었다. 

비는 잠시도 쉬지 않고 더 이상 지체하다간 시골에도 내려가지 못할 듯 하여
대웅전을 한바퀴 돌고는 얼른 시골에 갈 길을 재촉했다.
청룡사를 벗어나 바로 앞 주차장에서 마을 할머니가 파시는 '다래순' 을 한봉지 하고는
청룡사를 벗어나는데 동네분들이 이것저것 파는 곳에 취나물이 보인다. 차를 주차하고
취나물을 사러 가는데 친정엄마가 좋아하시는 '옻순' 이 있어 옻순도 사고 
고사리와 두릅이 한 줌 있어 그것까지 샀다. 나물만 한가득 하서 시골로 향하는 길,
청룡저수지 근처에 오니 비는 그야말로 앞도 보이지 않게 온다. 무섭다.
그가 시골에 갈 수 있을까..꼭 가야 하나.. 했지만 어쩌겠는게 엄마가 김치를 가져가라는데..
그리고 그는 다음주엔 중국에 가니 시간도 없다. 분명 엄마는 우리가 가지 않으면 더 걱정을 하실 것이다.
날이 그래도 엄마가 김치를 담는 수고로움에 비할까... 비 때문에 아무것도 준비 못하고 시골로..
그나마 큰딸을 위한 등과 아버지를 위한 등을 달아서 마음이 놓인다..
비가 내리듯 모든 액운이 씻겨 내려가고 좋은 일들만 가득하길...


2011.5.10


 

 

 

 


늦은 점심공양..정말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일주문 앞 층층나무에 있는 부처님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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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교천변 유채물결풍경





오늘은 어버이날,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듯 우리가 딸들을 보러 녀석들이 있는 곳으로 갔다.
전날부터 미리 전화로 무엇을 가져 올 것인지 무엇을 사 올 것인지 오더를 내려주신 딸들,
그래서 바쁜 것은 나, 녀석들이 필요하다는 것 중에서 집에서 챙길 수 있는 것들 챙기고
마트에 들러 사오라는 맛있는 것들을 챙기다보니 한상자, 그리고 학교 앞 베이커리에서
사오라는 번과 산딸기크림.. 까지 녀석들의 입맛을 완성하려면 바쁘다.

어제 산에 갔다 와서는 몸이 아팠는지 씻지도 못하고 그자리에 누워 잠이 들었다.
늦은 시간 큰놈의 전화를 받으며 녀석이 가져다 달라는 책 <아프니까 청춘이다>를 적어 놓고
또 그냥 누워 잤다. 자다가 일어나 보니 아침 알람시계가 울고 있다.
내가 거실에서 자니 여시는 좋아서 옆에 딱 붙어 자고...
그런데 산에 갔다 온 것이 무리였는지 무릎이 무척 아프다. 몸도 찌뿌둥..아,왜 이리 아플까..
그래도 움직여야 한다. 녀석들을 만나기 위해서는

그렇게 마트에 들렀다가 베이커리에도 들려 녀석들이 사오라는 것들 모두 사서 뒷자석에 놓고는
학교 팔각정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큰놈과 작은놈이 차례대로 온다. 
녀석들과 만나 잠깐 이야기를 나누고 얼굴을 본 다음 
큰 녀석이 '어버이날' 인데 그냥 집에 들어가지 말고 '아빠, 엄마 좋은데 구경시켜드리세요.'
녀석 컸다고 이젠 그런 말도 하고 그래서 학교에서 가까운 곡교천변 유채꽃 구경을 가기로 했다.

학교 앞에서 턴하여 현충사 앞 곡교천변으로 향하는데 오른쪽으로 보이는 
현충사에 차들이 빼곡하다. 일요일에 어버이날이라 그런가 정말 붐비는 듯,
우리는 그러면 유채꽃밭으로...고고씽...

이곳도 주말을 맞아 노란 유채물결을 구경하러 온 사람들로 붐빈다.
주창에 차를 주차하는데 유채꽃 향이 진하게 풍겨 난다. 주차장에서 찰쌀도너츠를 팔고 있어
하나 사 먹을까 했는데 그가 싫단다. 다이어트라나.. 점심도 안먹었는데..
어쩔 수 없지..그냥 구경하는 수 밖에...



유채꽃밭 뒤로 현충사 은행나무길이..








유채꽃이 노랗게 피었다. 벌들이 얼마나 많은지.. 벌통을 놓아도 될 듯 하다.
벌들이 다 없어졌다고 하는데 이곳만은 아닌듯 하다. 여기저기 새카맣게 날아다닌다.
꽃 반 벌 반인듯 하다... 벌의 다리는 알통다리처럼 노랗게 꽃가루를 묻히고 여기저기 날아 다니느라
무척이나 바쁘다. 녀석들도 지금은 한철이란것을 아는지...








이곳은 현충사 은행나무길과 곡교천이 너무도 멋진 곳이다.
그런데 또 한가지 봄엔 유채밭 가을엔 코스모스밭이 더 멋진 풍경을 만든다.
곡교천은 지금 자연생태하천으로 거듭나느라 공사중이지만 그래도 이곳은 유채밭이 멋지게
꾸며져 있으니 주민들에게는 이보다 더 좋은 관광지가 없는 듯...

  



 









 

 



 










정말 어마어마한 양의 씨를 심은 듯 하다.
활짝 핀 유채꽃의 다음 쓰임이 궁금해진다. 사료로 쓰일까.. 아님 기름으로..
어떤 용도로 쓰일까..
그래도 이 많은 노란색 물결이 모두에게 주는 행복지수는 얼마일까..
그 또한 어머머아하겠지..
암튼 노란 유채물결로 인해 오늘 잠깐이지만 행복~~


20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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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산에서 만난 각시붓꽃과 초록세상



각시붓꽃


봄비가 내리고 뒷산이 아니 자연이 갑자기 초록세상으로 바뀌었다.
아파트 뒤산 소식이 궁금하여 산에 가고 싶은데 요즘 영화보러 다니느라 산에도 못가고 
한편으로는 옆지기가 무릎이 아파 안가겠다고 하여 기다리다 더 못가게 되었는데
더 미루다가는 각시붓꽃이 질 것 같아 오늘도 몇 번이나 가자고 하였지만 
-산은 무릎에 쥐약이야..더 있다가 괜찮아지면 갈께.. 다음달까지는 안돼..
아고 그러면 어쩌라구.. 난 각시붓꽃 못 보면 병날것 같은데.

점심에 비빔국수 아님 라면 했더니만 '비빔국수' 라고 하여 비빔국수를 하여 맛있게 먹고는
비빔국수도 해 주었으니 천천히 가줘야 하는것 아니냐고 얼러 보았지만 한의원에 가겠다니
으으으.... 여시 데리고 나 혼자 간다. 가..간다고..
그렇게 하여 혼자 가려는데 여시가 눈치 채고 데리고 가라고 성화다. 옆지기도 나가고 
오전에도 조조영화를 보고 왔는데 또 나가려고 하니 녀석 눈치9단,인정... 
그렇게 하여 물한병 챙기고 디카 챙겨 작은 가방에 넣고 여시를 안고 갔다.
녀석이 작년에 죽을 고비를 넘기고 심장이 좋지 않기에 많이 걷는다는 것은 무리다.
호야처럼 갑자기 갈 수도 있기에 그냥 나고 가는 편이 낫다. 하지만 지지배 흙냄새 맡고 난리다
잠깐 평지길에서 내려서 걷게 했더니만 좋아한다. 제 영역표시라고 오줌 한 방울 쥐어 짜 놓기도 하고..

그렇게 여시와 둘이서 산을 오르는데 산이 정말 다른 세상이다. 완전히 초록으로 덮여 있다.
흙냄새 풀냄새 나무냄새가 너무 좋다. 이맘때는 그 냄새들이 한데 어우러져 더없이 좋은 냄새로 다가온다.
깊이 깊이 숨을 들이 마시며 올라가는데 '후다닥..' 무언가 빠르게 앞에서 달려 간다.
보니 작은 다람쥐 한마리가 나무 위에서 잠깐 멈추었다가 달려가듯 올라간다. 
그 잠시 멈춤을 사진에 담고 올라가는데 기분이 좋다. 난 산에 와서 다람쥐를 보면 정말 그날은 기분이 좋다.
오늘도 그런 날이다. 그런데 각시붓꽃이 잎만 있고 보라색 꽃이 없다. 모두 졌는지 않보인다.
둥굴레도 이제 올라오고 무릇도 새 순이 삐죽삐죽 올라오고 찔레는 많이 자랐다.
오월은 아카시아와 찔레꽃 향기로 정말 온 산이,아니 우리 아파트까지 그 향기가 진동을 한다.
그 날이 머잖았는데 하얀 꽃이 핀 것과 같은 상상만으로도 기분이 좋다.

각시붓꽃을 찾았지만 오르는 길에서는 보지 못하고 '노루발풀' 꽃대가 나오는 것만 보고는 오르는데 
땀이 줄줄, 정말 덥다. 여름 날씨다.여시도 더운지 안았는데도 힘든가보다.
파리가 달려드니 도리도리를 하며 날 자꾸 쳐다본다. 가방에서 산행손수건을 꺼내어 파리를 쫒아 주었더니
가만히 있다. 정상에 올라서도 무척 덥다. 조금 있으면 아카시아로 하얗게 뒤덮일 곳,
한 부부가 멀리 내가 갈 묘지를 바라보며 있다. 울 동네를 한번 찍어 주시고
여시와 묘지가 있는 곳으로 내려가는데 그들이 내가 있던 곳으로 온다.다행이다.
뽕나무와 층층나무와 조우하고는 묘지로 내려가려다 보니 장관이다. 완전히 보라색 밭이다.
풀꽃인 조개나물과 제비꽃 할미꽃 그리고 그 속에 각시붓꽃이 있다.
정말 반갑다. 각시붓꽃..그리고 그 속엔 '봄구슬붕이' 도 있다. 정말 행운이다.
일거양득이 아닌 정말 몇 개를 얻었는지 모르게 넋을 잃고 바라보다 기억으로 남겨 보는데
땀이 줄줄 흘러 내리고 여시는 낑낑..팔도 아픈데 지지배 힘든가보다.
각시붓꽃은 수줍은 듯 풀 속에서 청초롱히 피어 있다. 며칠 있으면 그 모습 또한 보지못할뻔 했다.
정말 행운이다. 봄구슬붕이는 너무도 작고 잘 표시도 안나 그냥 내려가다 보면
발에 밟히기 딱이다. 그 작은 녀석을 살살 어루만지다 담아 본다. 넘 이쁘다. 

나비들도 이 황홀한 세상에서 물 만나듯 난리가 났다. 노랑나비 호랑나비 검은나비..
저마다 바쁜 몸짓에 내가 훔쳐 보고 있는 줄도 모른다. 꽃이 있고 나비가 있고 정말 이쁘다.
그 속에서 정말 보고 싶어던 각시붓꽃을 보았으니 더없는 행복이다.
땀이 줄줄 흘러 내려도 누군가 위에서 내려다 보는지 여시가 작은 산이 울리도록 왈왈 짖어도
개의치 않고 꽃과 나비만 쫒았다. 바라만 보고 있어도 좋고 사진에 담아도 좋고..
그러다 어디선가 꿩 한마리가 '꿩 꿩' 하는 소리에 그곳을 벗어난다.

하산길에 다시 각시붓꽃을 찾아보니 없다. 잎만 무성하고 꽃은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각시붓꽃의 뒤를 이어 은난초가 쑥 쑥 올라오고 있다. 현호색도 한 쪽에서 피어 아름다움을 뽐내고
아가배나무 꽃도 하얗게 피어 하나 둘 지기 시작인데 각시붓꽃은 언제 진 것인지..
산이 초록으로 물들고 나니 으스스 해진다. 여름엔 모기가 많아서 조금 힘든데 
더 덥기전에 자주 와야 할것만 같다. 늦게 올라더니 덥고 힘들다. 
나무 그늘에 앉아 가슴에 맺힌 화를 식히는 아줌마들도 있고 혼자 산행하는 아저씨도 있고
난 여시와 오솔길을 걸어 산을 벗어나는데 너무 힘들고 더워 물을 반병이나 벌컥 벌컥..
의자에 앉아 여시에게 물을 주었더니 할매도 지쳤는지 손바닥에 물을 부어 주었더니 
세번이나 받아 마신다. 덥긴 더웠나보다. 다음엔 데리고 나오지도 못하겠다.
작년에 쓰러지기 전까지는 나와 함께 산에 잘 다녔는데.. 녀석도 이젠 늙었다. 할매다.
나도 힘들고 저도 힘들고...의자에 앉아 시원한 바람에 땀을 식히고 산을 벗어났다.
아파트 단지로 들어서서 비로소 지지배를 내려 놓았더니 옆에서 잘 따라온다.
목줄을 하여 데리고 다니기에 옆에서 보조를 맞추어 걷는 할매를 보면 애들과 어른들이
놀란다. 너무 작다면서..아이들은 신기해서 가던 길 멈추고 한번 더 쳐다보는데
지지배는 이젠 그런 것에는 익숙하다. 쫑쫑 걸음으로 잘 따라오다 엘리베이터까지 타고
집앞에서 와서야 '왈왈' 집에 왔다고 짖는다. 할매와 나의 산행은 그렇게 하여 땀 삘삘 흘리며 끝.
그래도 보고 싶던 각시붓꽃도 만나고 봄구슬붕이도 만나고 여러 꽃들과 초록세상을 만나고 오니
기분이 정말 좋다. 가뿐하다. 한의원에 갔다 온 옆지기, 산에 갔다 온거야..
힘들어도 이 맛에 뒷산에 다녀온다. 땀 죽 흘리고 자연을 보고 오면 정말 기분이 좋다.

2011.5.7



 


애기똥풀... 줄기를 꺽어보면 애기똥과 같은 색깔의 즙이 나온다고 하여..

 



 
화살나무 꽃과 둥굴레

 
노루발풀과 각시붓꽃

 

 
체육시설과 은난초..은난초 꽃은 아직이다. 이제 올라오고 있다



 
야생화와 층층나무..

 
층층나무와 뽕나무 

 










각시붓꽃


봄구슬붕이

 


할미꽃


조개나물... 풀꽃

 

 


아가배나무 꽃

 
은방울꽃 꽃대와 오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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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점심은 비빔국수






 

 



오늘은 어린이날, 옆지기가 집에 있는 날이다.
혼자 있으면 아무거나 먹어도 되지만 옆사람이 있으면 함께 먹어야 하니
늦은 아침후에 점심은 무얼 먹을까 했는데 그가 말이 없다.
-점심은 비빔국수 할까.. 했더니 미소 짓는 그, 그는 비빔국수를 무척 좋아한다.
거기에 월요일에 담은 김치가 일부가 알맞게 익었다. 아니 신내가 난다.
비빔국수를 해 먹기에 딱이다. -비빔국수 해줄께요.. 했더니 좋아한다.
갑자기 먹고 싶은 마음이 바빠졌는지 빨리 안해준다며 라면을 삶아 먹겠단다.

그래서 부랴부랴 국수물을 올려 놓고는 김치를 썰고 친정엄마가 텃밭에서 뜯어 주신
상추를 씻어 썰어 넣고 비빔국수거리를 마련했다. 그보고 국수를 삶으라 했더니 잘 삶았다.
양념한 것에 국수를 넣고 얼른 버무렸다. 간을 보라고 했더니 맛있다며 얼른 먹고 싶단다.
인증샷 한 장 남겨 놓고 얼른 먹으라 했더니 먹다 남은 양상추에 싸서 맛있께 먹는 그,
세상을 다 가진듯 배부른 표정이다. 나도 맛있게 한그릇 뚝딱했다.
여름이면 정말 비빔국수를 많이 해 먹는다. 그러기에 열무김치보다 배추김치를 담느다.
옆지기는 배추김치를 좋아하고 비빔국수는 배추김치로 해야 맛있다.
배부른 점심, 맛있는 점심이었다.


20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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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jy 2011-05-06 15: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윤기가 자르르~ 너무 맛나게 보이네요*^^*
저희집도 국수 좋아하는데 어제 홈쇼핑보다가 안삶아도 되는 다시마국수를 훅~~ 질렀습니다~ㅋㅋ
절대 칼로리때문은 아니예요~

서란 2011-05-07 18:18   좋아요 0 | URL
제 옆지기가 비빔국수를 좋아해서 자주 해 먹다보니..
맛있어 보이나요.. 저흰 암튼 맛있게 먹어요.
다시마국수 맛있겠네요. 저도 다시마 좋아하는데..

pjy 2011-05-08 12:33   좋아요 0 | URL
생각보다 매끄러운 국수는 아니었고요~~ 다시마국수니깐 당연한건가요??
안삶아도 되서 편하고 좋더군요^^
다만 욕심내면 화장실에 자주 가게 됩니다~ 소화 정말 잘 됩니다~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