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산에서 가을을 만나다






가을바람이 산들산들,아니 우리집은 쌩쌩 불어 들어와 보조주방 문을 닫고 있어야만 그나마 견딜만 하다. 나이탓인지 추운듯 하여 며칠 저녁에 잠깐 보일러도 돌리고 활짝 열어 놓던 문들도 닫고 겨우 조금 열어 놓고 그 사이로 불어 들오는 바람으로 가을을 느끼고 있다. 그런데 아침 하늘도 좋지만 바람이 정말 선선하니 좋은 듯 하여 딸들 베란다 창에 매달려 뒷산을 몇 번 바라보다 모든 일 뒤로 미루고 물 한 병 챙겨들고 디카에 MP챙겨 들고 나갈 준비를 하는데 여시가 난리났다. 저도 데리고 가라고 하는데 녀석,집안에서도 덜덜 떨고 있는데 밖에 나가면 장난아닐 듯 하고 산에는 아직 모기가 극성이라 '안돼..엄마 혼자 다녀올께 집에서 기다려..' 했지만 지지배 '끙끙~~~~' 현관까지 따라 나와 포기할 줄 모르고 따라붙더니 중문을 닫아 버리자 포기하고 눈물을 줄줄 흘리며 그저 하염없이 바라만 보다 들어가 버렸다. 그래서 나 혼자 고고씽,뒷산으로.

점심시간이라 사람들이 없을 줄 알았는데 근처 사무실이나 그외 분들이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산을 오르는 분들이 더러 있다. 울아파트 사람들도 있고 다른 분들도 있고 울 아래층 아저씨도 있고...산을 오르는 길 얖 옆으로 분홍 코스모스가 가득이다. 오직 한가지 색으로 산들산들 바람에 흔들흔들 나부끼는 코스모스, 아 가을인가 멀리 언덕에 누가 심어 놓았는지 해바라기 또한 노랗게 꽃을 활짝 피었다.이곳에서 가을을 뭉턱 만나는 기분, 혼자 신나서 코스모스에 앉아 있는 나비를 따라 디카를 요리조리 움직여 보기도 하고 남들 가지 않는 길로 해바라기도 만나러 가고... 그런데 뭔가 자꾸 다리에 '척..' 와서 달라 붙는다. 메뚜기 녀석들 정말 많다. 여기저기 '폴짝 폴짝..' 메뚜기 때문에 깜짝깜짝..그래도 용감하게 여기저기 오르고 내리고 그렇게 남들 가지 않는 길로 가다보니 나보다 늦게 올라 오셨던 분들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다. 뒷세상은 내 것이라 여기며 천천히 오르며 가을을 만나는데 가을냄새 너무 좋다.

요즘 부증이 조금 가라앉아서인지 몸이 무겁지 않으니 이상하게 숨도 차지 않고 가뿐하게 산을 오른다. 이런 내 모습이 신기해 하면서 쓰러지 나무들 구경하고 참나무의 냄새도 맡아보고 버섯도 찾아 보고 도토리도 찾아보고 두리번 두리번 거리며 오르다보니 중간에 의자에 있는 곳에 금방 도착,그리고 바로 정상을 향하여 고고, 가을바람과 함께 오르다보니 금방 올랐다. 풀이 아직은 무성하지만 그래도 뻣뻣한 기운이 많이 죽었다.이제 금방 풀들이 '푸그르..' 사그라들고 산행하기에 좋을 듯 하다. 나무를 보러 버섯을 보러 숲으로 들어가면 아직도 시커먼 산모기가 손으로 달라 들어 '윙..' 하고는 독침을 발사,아니 처서가 지나면 모기 입도 삐뚫어 진다는데 이녀석들은 도대체 처서가 지난것을 모르는지 아푸다. 물린 곳이 간질간질,침을 바르고 또 숲을 헤매이다 밤송이를 만났다. 하지만 알맹이는 없고 빈 밤송이 그리고 푸른 밤송이, 가을임을 알려준다.

메뚜기도 많고 나비도 많고 산새들도 바쁘고 그야말로 자연박물관에 온 것같은 이 속에서 바람과 소리 그리고 냄새에 취해 혼자서 흥얼흥얼 노래를 부르며 빠르게 움직이다 보니 내리막길, 너무 빨리 산을 타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지며 내리막길에 아카시나무에 있는 아카시재목버섯을 보려고 가다가 영지버섯도 만났다. 지난번에 내가 처음 영지버섯을 발견하고 딴 곳인데 또 있다. 아카시나무에는 재목버섯들이 여기저기 큼직큼직한것들이 탐스럽게 달려 있다. 누군가 따서 버린것도 있고 그래도 녀석들 마지막 열정을 쏟아 붓듯 몸을 키우고 있다. 내리막길을 지나 오솔길로 접어 들어 다시 나뉜 산으로 들어가니 소나무향이 좋다. 혼자서 호젓하게 숲길을 걸으며 흥얼흥얼 그러다 커다란 버섯도 만나고 시원한 바람도 만나고... 아 정말 시원하다. 집에서는 추울줄 알고 도톰한 조끼도 입고 왔는데 덥다. 이런...

사람들이 지나간 곳은 여지없이 길임 만들어져 있다. 길은 여기저기 그야말로 중구난방으로 어디를 가도 길이다. 산의 많은 부분이 헐리고 산을 둘러싸고 여기저기서 아파트도 들어서고 한참 공사중인 곳도 있고 물류센터도 들어선다고 하고 나더니 길은 여러곳에서 생겨나고 나무는 사람들에게 길을 내어 주고 있고 올 여름을 이기지 못하고 넘어진 나무도 있고 생을 마감한 나무들도 많고... 가끔 와도 정말 좋은 곳인데 왜 바로 아파트 곁에 있으면서 너무도 멀게만 느끼며 사는지. 산을 한번 오른다는 것이 정말 힘든 일임을 늘 느끼지만 오면 정말 좋다. 처음엔 이 산도 정말 힘들었는데 이젠 정말 뒷산이다. 내가 맘대로 누비고 다니는...이 산에서 계절마다 많은 것을 보고 배우고,오늘도 가을을 가득 담아본다. 일회성이 아니라 정말 자주,아니 날마다 올라야 하는 산인데 그렇게 될까...산에 오니 정말 좋다. 내려가는 길엔 엠피의 윤밴 노래를 크게 틀어 귀에 이어폰을 꽂고는 혼자서 신나게 어깨를 흔들어가며 내려오는데 정말 좋다. 가을바람도 선선하니 좋고 가을바람에 흔들리는 코스모스도 이쁘고 그 옆에 뚱딴지는 아직 꽃이 피지 않았지만 곧 바고 노란꽃을 볼 수 있으리라... 그리곤 오는 길에 아파트 화단에서 누군가 내다 버린 '알로카시에' 를 주워 들고 왔다. 울집에 새로운 초록이 식구가 생기게 된 것이다.

2011.9.20


 
뚱딴지와 코스모스...이 길에 코스모스가 없었는데 어쩌다 이렇게 코스모스 길이 되었는지.














 


 
아카시나무는 뿌리가 깊지 않아 산사태의 원인이 되기도 한단다.


 
아파트 바로 옆 중학교에서 이런 꼬리표 만들어 나무마다 달아 놓았다..




멀리까지 내다보이는 가을날...



아직 영글지 않은 듯 보이는 밤송이..


 
누가 가져갔을까...알맹이


 
날 경계하는 녀석...넌 누구냐~~?


 
아카시재목버섯과 영지버섯


 
20여cm가 되는 버섯과 손가락 하나 길이의 버섯..




 
엄청 큰 녀석이 스삭...아고 깜짝이야~~

















  

코스모스 한들한들 피어 있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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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jy 2011-09-21 15: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난주말에 나들이 나갔을때는 코스모스길인데도 햇볕이 따까웠는데요, 이번주 들어서니 찬바람이 제대로입니다^^;

서란 2011-09-22 22:51   좋아요 0 | URL
이젠 산들산들 가을바람에 흔들흔들 코스모스가 제격이에요.
 

초록세상,화분정리 하던 날



20년된 행운목...

지난번에 행운목을 하나 옮겨 심고 여기저기 작은 화분들 조금 손을 보았는데
무언가 화분배열이 맘에 들지 않는다. 사랑초는 큰화분 밑에 숨겨져 있어 햇빛을 못보고
접란도 그렇고...암튼 맘에 들지 않아 늘 베란다에 나가서 서성이며 화분들을 보다가
맘이 심란하니 맘에 들지 않는 것이 더욱 눈에 들어와 날도 쌀쌀하고 기분도 꿀꿀하고
모든것 뒤로 미루고 걸레와 비를 들고 고무장갑 끼고 베란다로 고고~~

천장까지 닿은 행운목을 일단 낑낑거리며 옮기고 옮겨 심었던 행운목 화분도 옮기고
말발도리 화분과 접란 사랑초 화분을 옮기고는 그동안 밑에 마른 잎이며 흙 모래가 떨어져
지저분하게 되어 있는 것을 쓸고 닦고... 그렇게 좁은 공간에서 앉았다 일어났다 무거운 화분들과
씨름하다보니 날이 추운것도 모르겠다.윤밴의 신나는 음악을 틀어 놓고는 그렇게 화분들과
춤을 추다보니 그런대로 배열이 맞아 들어간다.

인삼벤자민 화분을 제일 앞에 두고는 벽쪽으로 커다란 행운목과 작은 행운목을 놓고
창가 쪽에 작은 항아리를 놓고 그 위에 사랑초 화분을 올려 놓아 햇빛을 많이 받게 하고는
커다란 행운목 위에는 접란 새끼와 바이올렛을 삽목하여 올려 놓았다.
말발도리도 벤자민 앞에 두고 접란도 자리를 찾아 놓고나니 바닥청소도 했겠다 화분 자리도
잡아 주었겠다 맘이 후련하다. 넉줄고사리를 잘라 행운목과 그외 식물들 밑에 심어 주고
바이올렛 삽목을 몇 개 더 하고 장미허브도 삽목하고 제라늄도 두어개정도 삽목하고
녀석들 간만에 물을 훔뻑 주었더니 내 기분까지 개운 개운~~~

행운목이 세 개인데 올해 꽃을 피워 주려는지... 날마다 새 잎이 돋아 나오는 윗부분을
보고 또 보고 그렇게 들여다봐도 감감무소식이다. 꽃봉오리가 올라 올 때가 되었는데 말이다.
행운목 제일 큰 놈은 두번 꽃이 피었고 중간크기의 행운목도 그러고 보니 두번 꽃이 피었다.
작은 것은 이제 화분을 옮겨 심었으니 뿌리가 자리를 잡는 기간도 있어야 하고 좀더 시간이 걸릴텐데
올해 큰놈의 대입이 있으니 꽃을 기다려본다.
날이 꿀꿀하고 기분도 꿀꿀한데 허리가 아프지만 안방베란다부터 거실베란다까지
한바퀴 돌며 물도 주고 삽목도 하고 약간의 배열도 다르게 하여 햇빛을 많이 볼 수 있게 하고...
그러고 나니 한결 기분이 좋다. 녀석들도 좋아하는 것 같아
따듯한 커피를 한 잔 베란단 의자에 앉아 마시는데 여시가 저하고 놀아주지 않는다고 난리...
지지배 그러면서 엄마가 무얼했나 시찰이다. 한바퀴 돌더니 놀자고 뱅글뱅글...
햇볕이 따듯한 날이었으면 베란다 이불에서 졸고 있었을텐데 날이 쌀쌀하니
따듯한 거실 이불만 찾는다.동물이나 사람이나 이제 따듯한 것이 좋은 계절이 돌아왔다.
초록이들도 제자리에서 이제 굳건하게 가을을 나고 겨울을 나고 봄에 또 이쁜 꽃들 보여주리라.

2011.9.19



 행운목이 세 개... 문 뒤로 보이는 베란다 화단...


여기에서 시작된 화분정리~~


 거실 베란다...




날이 우중충하니 꼭 숲같다...


 
식물들은 햇빛을 따라간다...



화분정리 하는 사이 두번이나 불이 들어왔다 나갔다...또 정전... 현관등이...



여긴 안방 베란다... 군자란이 가득한 화단...요즘 창가의 화분에 제라늄 삽목 재미~~




아젤리아가 심심한지 피었다 졌다~~~


 
제라늄 삽목한 것이 잘 자라고 있다..여기저기~~



제라늄...화무십일홍이라 했다..지기 시작하는 녀석...


 
심심해 심심해~~놀아주세요~~~




20여년 함께한 군자란...

언젠가 우리집에 화분이 얼마나 되고 하고 세어 보았다... 100...200...250....아고 넘 많다.
지금은 글쎄~~~? 얼마나 될까...? 아니 얼마가 아니라 큰녀석들 분갈이를 해야 할 것들이 넘 많다.
군자란에서 새끼를 떼어내어 다시 심어주고..그렇게 한다면 새끼가 새끼를 새끼가 새끼를...
그렇게 이어진 20여년의 세월 속에 화분만 가득하다. 물주는 것도 장난이 아니고 누렁잎을 떼어 내는
것도 일이다. 한 해를 보내고 나면 잘잘한 바이올렛 화분에 다시 삽목하는 것도 일이고
꽃이 피면 씨를 받를 받아 놓는것도 실외기 베란다에 있는 것은 겨울에 얼어죽지 않게 하는 것도
정말 일이다. 어찌하다보니 초록세상으로 변한 울집 베란다,
작은것들 키우다보니 세월가면서 커진 녀석들,그런가 하면 삽목하여 늘어난 녀석들...
그렇게 식구를 늘려 가더니 이젠 나와 모두가 친구다.
녀석들이 내게 주는 것은 정말 많다. 기분이 울적할 때는 꽃으로 초록빛으로 맘을 달래주고
날이 좋으면 좋은대로 또 새로운 세상을 보여준다. 녀석들이 없었다면 정말 삭막했을것만 같은 베란다,
유실수도 좋고 채소도 좋고 꽃도 좋고.... 가꾸다보면 주인장을 닮아 가는 것이 베란다이고
그 집안의 얼굴처럼 보이는 것이 베란다이다. 녀석들이 있어 난 오늘도 행복이다.

201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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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누구냐? 가을 군자란 꽃






다른 것들은 봄에 다 피고 지고...지금은 씨로 맺혀 있건만
이녀석은 봄에도 피었는데 가을에 또 꽃을 피우고 있다.
봄에 핀 녀석들은 색이 무척이나 진하고 고운데
제철에 피지 않아서일가 색이 연하다. 그래도 기특하다.
볼 것 없는 지금 이렇게 꽃을 보여주고 있으니 말이다.




군자란 꽃만 필소냐 '나도 있다' 라며 피려고 준비하는 '아젤리아'
이 꽃 말고 몇 송이 피었다 지고 지금 피어 있는 녀석도 있는데 그리 좋지 못하다.
그래도 얼마나 기특한지 하나 지면 또 하나 몽오리가 올라오고..
이녀석들 봄에는 무엇하고 이제서 피고 있는것인지..
아닌가 봄에 피는 녀석보다 먼저 피고 있는 것인가~~



삽목한 제라늄

며칠전에 세개 가지를 잘라 삽목한 제라늄이다.
작은 것이라 어찌살까? 했는데 잎이 나오고 있다. 가을볕이 좋긴 좋은가보다.
이 화분들은 바이올렛이 있던 안방베란다의 화분받침대에 있는 작은 화분들인데
여름 우기에 베란다문을 열어 놓았더니 빗물에 바이올렛이 다 죽었다.
거실베란다에는 바이올렛이 많지만 이곳엔 바이올렛이 오랜시간 피어 있었으니 이젠 제라늄으로
물갈이를 해 보려고 삽목을 몇 군데 했는데 역시나 제라늄은 생명이 강하다.
벌써 뿌리를 내리고 잎을 올리고 있나보다.




바이올렛 화분에서 동거를 하고 있는 '달래' 다
이녀석은 산에서 데려온 것이 무척 오래 되었는데 뽑아내도 흙 속에 생명을 감추고 있어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는데 이 녀석 또한 가을에 올라오니 뜯어서 달래간장이나 해먹을까..ㅋㅋ

간만에 초록이들과 시간을 나누어본다. 오늘은 기분도 꿀꿀하고 해서
어제 하려다 못한 베란다의 8년생 천장에 닿고 있는 '율마' 이발을 했다.
그냥 재봉가위로 쑥덕쑥덕 삐죽삐죽 나온 것들을 밑에 신문지를 깔고는 잘라내고 버리고
잘라내고는 버리고... 그렇게 내 마음의 잔가지를 치듯 이발을 했다.

율마녀석들은 잘 자라다가도 여름 장마철에 꼭 곰팡이가 생겨 한쪽면이 죽고는 한다.
어느 정도 햇볕을 보면 화분을 돌려주고 돌려주며 키워야 제대로 된 모양으로 키울 수 있는게
율마다. 하지만 가끔 이렇게 이발도 해 주어야 하는데 자연스런게 좋다고
지금까지 한번도 가위를 대지 않고 키웠더니 더이상 자라지도 않고 자꾸 못난 모습만 보여줘
큰맘 먹고 잘라내 주었더니 맘이 시원하다.
식물도 생가지를 잘라내니 '건드리지 마세요~~' 하는 것처럼 향을 품어내는 녀석..
덕분에 향기로운 향을 맡아가며 이발을 했다.

201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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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토리묵키위무침






 





어제 쑤어 놓은 도토리묵,오늘 저녁에 무쳤다.
배추김치를 담고 남은 부추에 양파 당근 그리고 사다 놓고 먹지 않은 키우 2개..
키위 하나는 더 오래되어 달달하게 익은 것이고 하나는 단단한 것이다.
여기에 고추가루,간장,참기름,다진마늘,통깨를 넣고 살살 애기 다루 듯 무쳤다.

난 과일을 잘 먹지 않아 음식에 잘 넣어 먹는다.
키위는 과일중에 제일이라고 장에는 최고이니 음식에 잘 넣는다. 물엿을 넣어야 할 고기요리에
키위를 넣으면 맛있다. 샐러드에 넣어도 맛있는데 오늘은 처음으로 도토리묵무침에 넣어 보았다.

옆지기가 올 시간 즈음해서 무쳤다. 너무 오래되면 맛이 없으니 바로 무쳐서 먹어야 제맛,
무쳐서 큰 접시에 담고 있는데 그가 왔다.도토리묵 하나에 키위를 올려 놓고 간이 맞는지
맛은 어떤지 먹어보라 했더니..'음~~~~' 고개만 끄덕끄덕...
-맛이 어때요..도토리묵무침에 키위를 넣어 보았는데 내 오늘 특별요리 어떠냐고요~~?
-음.....(말 없이 고개만 끄덕끄덕~~)
-말 안하면 못 먹게 한다. 맛있는 것...
-최고~~~~ 최고야~~~역시~~
맛있을 때는 맛있다고 말을 해줘야 더 신이나서 할텐데 먹기 바쁜 옆지기,
마님이 이렇게 해주는 것이 당연하다고 느끼고 있는 것 같다.
도토리묵에 키위를 넣으니 새콤하면서도 달콤하여 맛있다. 궁합이 안맞을 듯 하면서
묵무침에 과일이나 파프리카 등을 넣어도 맛있겠다는 생각을 가져본다.
요리는 창의다.내 요리라고 할 수는 없지만 레시피가 따로 없다.
그냥 그날 눈에 들어노는 것들 넣고 하는 것이다..그래도 맛만 있으면 굳~~~


201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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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토리묵 직접쑤기





행운목 분갈이를 마치고 도토리 묵을 쑤었다.
지난번 청룡사에 갔다가 그곳 절 앞에서 이것저것 파시는 할머니께 일부러 도토리묵가루를
사왔다. 지난번에 한 번 사다가 몇차례 쑤어 먹었는데 그냥 마트에서 사는 것보다 맛있다.
서운산에서 도토리를 주워다 묵가루를 만들어서인지 도토리 냄새가 더 강하다.

일반 물컵으로 한 컵의 묵가루에 물 5컵 반을 넣었다. 1:5의 비율로 하는데 되직한 듯 하여
난 가루 한 컵에 물 다섯컵 반을 넣는다. 그리고 천일염 1티숟갈과 식용유 몇 방울을 넣고
한방향으로 저어주면 오분여 지나면 몽글 몽글 뭉쳐나간다. 풀 쑤울때와 비슷하다.


 

오분여 젓다가 다시 삼분여 더 저어주면 된다. 그러면 풍선처럼 꽈리가 '뽀글 뽀글' 하며 터진다.
시골에서 살아서 묵을 쑤울 때 친정엄마는 '꽈리를 잘봐라...그게 일어나야 제대로 된 거다~.'
하시던 말씀이 생각난다. 엄마는 묵도 잘 쑤시고 두부며 모든 것들 잘하시는데
난 못하는게 너무 많다. 많이 배워야 하는데 그러지도 못하니..
옆지기는 다른 것은 아니어도 어머님께 동동주 담는 거나 배워야 하는데...
하며 말하기도 하듯 친정엄마는 주변에서 소문난 술 잘 담기로 자자하다.
내가 묵을 자주 쑤어 먹는다고 하니,'가르쳐 주지도 않았는데 잘해먹네..' 하시던 엄마..
그러다 고모와 작은엄마가 아버지 제사때나 명절 때 '형님 묵좀 주세요.형님이 한것이 맛있어요..'
하면 '아고..우리 막내도 집에서 잘 쑤어 먹는다는데...' 하시며 은근히 자랑하듯 말씀 하신다.
주기 싫다는 것이 아니라 젊은 것도 해 먹는데... 말씀을 그렇게 하시면서도 다 퍼주신다.
당신 먹을 것 하나도 남김없이.. 엄마는 고구마가루로 묵을 쑤기도 망대,은행가루,청포묵,도토리묵은
기본으로 쑤신다. 가루가 있으면 제사나 명절 때는 몇가지를 쑤신다. 제사상에 올릴 것과
식구들이 모여서 함께 먹을 것을 따로 쑤신다. 그리고 모두 싸주시려고 더욱 넉넉하게...

몇 해 전 한번 도토리를 주워다 드렸는데 얼마나 좋아하시는지..
아버지가 계시던 때인데 두분이 껍데기를 까서 하우스에 말리고 방앗간에 가서 타다가
우물에 큰그릇들 놓고 그 안에서 쓴물이 빠질 때까지 우려 낸 다음 앙금을 낸 것을
냉동실에 넣어 두었다가 오래도록 두고두고 쓰셨는데 처음 묵을 쑤실 때는 무척 많이 쑤셔서
회사 직원들 맛보이라고 많이 주셨다. 그리곤 가을만 되면 도토리좀 주워다 달라고 했는데
내가 산행갔다가 큰사고를 당해 뼈도 부러지고 병원생활을 오래도록 했기에
그 말씀을 하시지는 않지만 늘 서운해 하신다.올핸 도토리라 주어볼까...


 

묵가루를 일반 컵으로 한 컵을 쑤면 죽가게에서 파는 죽그릇에 두개가 나온다.
그렇게 쑤어 놓으면 몇 번은 먹을 수 있다.
묵을 다 덜어내고 팬에 남은 묵누릉지를 긇어 먹는 맛도 남다르다.
시골에서 살던 어린시절 엄마가 묵을 쓰고 나면 난 꼭 묵누릉지를 긇어 달라고 옆에서 조르곤 했다.
그러니 내가 묵을 쑤고 나서도 두말 하면 잔소리,이럴 때는 프라스틱 숟갈로 긇으면 싹싹 긇어진다.
묵누릉지가 더 맛있기도 한데 야채와 함께 묵무침을 하면 도토리묵무침이 더 맛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가끔 친구와 가는 밥집에서는 도토리묵을 썰어서 말렸다가 살짝 불려서 마요네즈에 버무려
묵샐러드를 내 놓는데 참 맛있다.새롭고... 묵을 많이 쑤면 그렇게도 해볼만한 가을이다.
햇볕이 좋으니 잘 마를 듯 한데 지금은 그냥 묵무침을 해 먹기에도 부족하니 이것도 다음에 한번
해봐야겠다. 말려서 냉동실에 넣어 두었다가 반찬이 없을 때나 손님이 왔을 때 묵샐러드를 하면
좋을 듯 하다. 내일은 묵무침하여 맛있게 먹을 수 있겠다.두어시간이면 묵이 단단하게 굳는데
오늘은 옆지기가 회식이 있다니 내일 해먹어야 할 듯...

201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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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jy 2011-09-07 14: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참, 이렇게까지 해주시지 않아도 제가 묵 쑤어 본다니깐요^^^; 왠지 저를 위한 레시피인듯 싶어서 괜히 우쭐하고 있습니다요ㅋ

서란 2011-09-07 21:51   좋아요 0 | URL
정말 쉬워요..한번 해보세요..
십여분 투자하면 반찬이 한가지가 뚝딱~~~
오늘 도토리묵키위무침을 했는데 맛있게 먹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