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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베가 박물관을 만들었어요! ㅣ 모두가 친구 27
오실드 칸스터드 욘센 글.그림, 황덕령 옮김 / 고래이야기 / 2014년 7월
평점 :
왜인지는 나도 모른다. 그저 저 페이지만 보고는 이 책이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확하게 말하면 생각이라기 보다는 직감이라고 해야 겠지. 책을 받아들고 딱하니 펼쳐 드는데, 다시 그런 느낌이 들었다. 정말 이 책은 괜찮을 것 같은데 라는. 더불어 약간의 설레임과 내용을 알고 싶은 조바심, 그리고 흥분되는 감정이 몰려 들어왔다. 왜 그런 느낌이 드는지, 어째서 드는지는 나도 설명할 길이 없다. 하지만 기원을 따라가 보면 초등학교 시절 도서관에서 새 책을 받아들고 느끼던 감정에서 비롯된 듯하다.( 난 초등학교 시절, 어린이 사서로 1년간 일한 적이 있는데, 새로 만든 도서관이라서 대부분의 책들이 다 새 책이었다.) 어른이 되고 난 지금, 그냥 안다라고 말하면 건방지게 들려올까? 이 정도의 책이라면 좋은 책이라는것을 안다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라고 말해야 하는 것일까? 아니면 이 책의 어떤 독특함이, 다른 책에서는 볼 수 없었던 참신함이 나를 설레게 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일까? 그 모든 것이 맞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분명한 것은 그 이상의 것이 있는데 그것이 무엇인지는 나도 알길이 없다는 것이다. 그저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은 이 책이 좋은 책이라는 느낌이 왔고, 그 느낌이 맞았다는 것! 첫 페이지의 첫문장인 < 이 아이는 쿠베여요.>를 " 이 아이가 쿠베에요." 라고 번역하면 읽기 더 자연스럽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상관없다. 내가 알아서 바꿔 읽으면 되니까.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통나무 몸통을 가진 쿠베라는 아이는 활짝 웃지도, 그렇다고 무표정하지도 않는 표정으로 우리는 맞는다. 내가 쿠베여요. 라고. 그의 비주얼이 그의 모든 것을 말해주는 듯하다. 나는 정직하고 진실하며 순진하지만 그렇다고 어리석지는 않아요, 라고. 우리가 아이들을 볼때 흔히 보게 되는 표정이다. 우리가 사랑할 수밖엔 없는... 그들의 순진무구한 표정 뒤로, 우리가 열광하게 되는건 그들의 열정이다. 다만 문제라면 아이들은 자신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짐작할 수 없다는 것. 그들은 그저 그것이 좋다는 이유 하나 만으로 열정을 가지고 해내기에 종종, 그 결과물로 인해 난관에 빠지게 된다. 그렇다면 행운의 화요일마다 숲에 가서 환성적인 모든 것들을 주어 모으던 쿠베는 자신의 난관을 어떻게 극복해 나갈까? 그것이 바로 이 책의 묘미라 하겠다.
일단 이 책을 읽으면 절로 미소를 짓게 된다. 누군가의 열정을 지켜보는건 흐믓한 일이니 말이다. 거기에 아이들의 열정을 무시하지 않고, 지지해주고, 조언을 해주는 어른들의 모습은 얼마나 근사하던지... 쿠베가 자신이 주어온 물건들때문에 수납할 공간이 부족해지자, 집에 박물관을 만들겠단 생각을 해내고, 그것을 적극적으로 실행에 나서는 과정들이 흥미롭기 그지없었다. 박물관에 사람들이 모여들어 자신이 모아온 물건들을 관람하는 것을 흐믓하게 바라보던 쿠베가 결국 박물관을 닫게 되는 결정을 하게 되는 과정은 또 어떤가. 논리적으로 생각하고 흔연스럽게 행동하는 모습에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숲에서 환상적인 것들을 줍는 것이 그의 열정이라서 모으긴 하지만 그것으로 자신의 삶을 엉망으로 만들지 않는 모습이 얼마나 아이답던지...우리 어른들이라면 자신이 성취한 것에 눈이 멀어서 쉽게 그것을 놓아버리지 못하기 일쑤인데 말이다. 아이다운 천진함과 순수함으로 자신의 열정을 무언가로 바꾸어 가는 모습이 귀엽고 대견하기 그지 없었다. 그런 모습을 몸매만으로도 충분히 어필하는 쿠베라는 캐릭터가 신선하고, 그에게 조언을 해주는 할머니의 현명함은 고개를 숙이게 한다. 나 역시도 그런 현명한 어른이 되었음 하고 바라마지 않지만서도, 바람처럼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쿠베의 할머니처럼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아이의 열정과 꿈을 꺽는 그런 어른은 되지 않았음 싶을 뿐이다.
그림은 귀엽고 앙징맞으며, 섬세하고 정성스럽게 그려진 티가 난다. 빡빡하고 논리적인 설명조의 그림이 아니라, 여백이 많은 그림체가 오히려 독자의 눈을 사로잡고 설득력을 더 갖게 된다는 것이 이 작가의 장점. 낯설은 그림체지만 처음 본다고 해도 이물감없이 동화화게 하던, 유머와 인간미가 배어든 좋은 동화책이였지 싶다. 완벽하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완벽 이상의 무언가가 있던 책, 간만에 괜찮은 동화책을 발견해서 무척 기분이 좋았던 작품이었다. 어른들이 아이들을 위해 여전히 이렇게 읽을만한 동화책들을 새롭게 창작해낸다는 것은 얼마나 뿌듯한 일인지... 인간의 창작력이여~~~ 영원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