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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봉투 시니어 그림책 6
박희순 지음, 배민경 그림 / 백화만발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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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자씨가 낳은 오남매는 매년 어버이날이 되면 하얀 봉투를 내민다. 큰 돈은 아니지만, 자신들의 형편이 어떻든간에 꼬박꼬박 잊지않고 하얀 봉투를 들고 어머니를 찾아온다.

그러던 어느날 시골 마을에 어울리지 않는 대궐같은 한옥이 들어서더니 의사, 검사 아들, 의사 사위를 둔 순애씨가 이사를 온다.
그 뒤로 어버이날만 되면 자식들과 해외여행도 가고 비싼 보석도 선물받는 순애씨가 부러웠던 옥자씨는 큰아들에게 전화를 걸어 손주들한테 주고나면 얼마 남지도 않는 하얀 봉투 속 용돈에 대해 한탄하며 많이 안 줄거면 아예 오지도 말라고 화를 내고만다.

오남매에 아버이날이면 하얀 봉투를 내미는 것까지 어쩜 우리집하고 이리 똑같을까? 내심 찔리기도 하고 죄송스러운 마음으로 책을 읽었다. 은근 까다로운 친정엄마에게 몇 번 타박을 받고 차라리 맘에 드는걸로 직접 사시는 게 낫겠다싶어 가족들 사이에 암묵적 약속처럼 자리잡긴 했지만, 그래도 가끔 하시는 '엄.친. 자식들' 이야기 속에 서운함이 배어나는 듯도 하다. 게다가 마음과 달리 그런 느낌을 받을 때면 나도 모르게 짜증 섞인 타박을 하기도 했다.

어찌됐든 내 자식들 마음은 그렇게 헤아리려고 하고 행여나 친구들 사이에서 꿇리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면서 내 부모님이 친구분들 사이에서 어떤 마음을 가지실지는 헤아리지 못했던 것 같다.

사실 이 책은 시니어를 위한 그림책이라 마지막에 반전이 있지만, 나는 그저 자식된 입장에서 읽고 반성하는 시간을 가져본다. 내년 어버이날에도 똑같이 하얀 봉투를 들고 집에 내려가겠지만, 엄마의 '누구네 집 자식'이야기를 조금은 인내심을 갖고 들어드려야겠다.

#하얀봉투 #박희순 #배민경 #백화만발 #아직독립못한책방 #아독방 #시니어그림책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부모님스타그램 #시니어그림책은초면입니다만 #오만가지감정을다느끼게해주는그림책 #아직덜자라서애들그림책이그리도좋았나보다 #어르신그림책많이만들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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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즙 배달원 강정민
김현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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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은 아들 위주로 돌아가고, 꿈을 위해 이 악물고 힘들게 번 돈은 모두 아들인 남동생의 결혼자금으로 들어간지 이미 오래다. 꿈을 위한 자금확보 차원에서 교수님 소개로 들어간 학교선배의 게임회사는 노골적인 성희롱이 만연하다.
회사를 그만두고 가족과 연을 끊었지만, 꿈을 향해 나가기엔 자신이 없다. 당장 먹고 살 궁리라는 미명하에 녹즙 배달원이 됐다. 그러나 달라진 건 없다. 비정규직 미혼 여성은 여전히 먹이사슬의 최하층에 있음을 실감하며 하루하루를 술에 의존하며 살아간다.

손이 귀한집 5남매 중 막내로 태어난 나는 오빠에 이어 '아들 하나 더'를 욕심낸 아빠덕분에 세상에 나왔다. 뱃속에 있을때는 분명 아들이었는데 낳고보니 딸이었다는 이야기를 무슨 전설마냥 온 친척들의 입을 통해 들으며 성장했다. 여중, 여고를 다니며 다분히 변태같은 뽀글이 음악선생, 윤리선생도 만났다. 대학에 가니 멀쩡하게 생긴 남자동기들도 주말이면 퀘퀘한 자취방에 떼거지로 모여앉아 말 타는 부인들 비디오나 야동을 돌려보는걸 알게 됐다. 사회에 나오니 직책에 상관없이 남자상사들은 공공연히 여직원들 들으란듯이 음담패설을 해대고, 선배란 인간들은 술자리든 노래방이든 내 허벅지가 쇼파팔걸이 마냥 지들 손을 얹었다.

그 지난한 시간들을 지나면서 나는 들어도 못 들은 척, 봐도 못 본 척, 몰라도 아는 척, 아닌 척하며 찍소리 한번 제대로 못했다. 오히려 그들 사이에서는 남자의 많은 것을 이해해 주는 쿨한 여자가 됐다.

아, 됐고. 나 사실 진짜 싫거든. 쥐뿔도 능력 없으면서 성질까지 사나운 그 유전자 정말 진절머리 나거든.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것들이 날 좋은 주말 대낮에 그러고 있는 거 토 나와. 선배라는 인간들이 후배들을 노래방 도우미 취급하면서 누구는 싹수가 보이네 누구는 잘 키워봐야겠네 평가하는거 너무 웃기거든. 선배 니들도 집에 다 딸 있잖아.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나 역시 그저그런 여자 취급 받을까봐 무서워 세상 쿨한 척 살았다.

덕분에 이 책을 읽다가 혼자 감정이입 돼서 얼굴이 울그락붉그락 되기도 하고, 때론 심장이 쿵 내려앉기도, 속이 뻥 뚫린 것 같기도 하며 오만가지 감정을 다 느꼈다. 그 와중에 부끄럽지만 나만 그런건 아니구나, 나보다 더 한 삶도 있구나 안도하면서 못된 마음의 위로까지 받았다.

대신 앞으로 계속 생각할 것을 약속한다. 창희쌤의 말처럼 생각하고 생각하고 계속 생각해야 한다. 나와 내 두 딸과 그리고 또 그 아이들의 딸들을 위해 생각하기를 멈추지 않아야함을, 잊지 말아야 함을 기억해야겠다.

#녹즙배달원강정민 #김현진 #한겨레출판 #한겨레 #아직독립못한책방 #아독방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장편소설 #책추천 #알고보면니들도여동생고있고딸도있더라 #보이즈돈비앰비셔스 #자꾸야망을가지라하니애들이엄한데야망을가져요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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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똥 (25주년 특별판) 민들레 그림책 11
권정생 글, 정승각 그림 / 길벗어린이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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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주는 강아지똥 이야기 오랜만에 다시 읽으니 코로나로 매마대로 매마른 제 마음에 단비가 내리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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