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책 수선가의 기록 - 망가진 책에 담긴 기억을 되살리는
재영 책수선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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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차례 '책수선'에 대한 같은 수업을 받고 그나마 남은 것이 있다면 내가 아끼는 책을 생활 속에서 좀 더 소중하게 다루는 법이었다.

☝읽다가 만 페이지를 접어서 표시하지 말 것_접는 순간 종이의 물성이 변하면서 훼손의 길로 들어선다. ✌ 테이프와 본드 절대 사용하지 말 것_ 나역시 집에서 종종 그 이상의 훼손을 막기 위해 인류 최고의 발명품 중 하나라 할 수 있는 테이프를 아주 잘 활용하곤 했다. 테이프는 일정기간이 되면 특유의 찐덕거림이 약해지면서 책에 누런변색을 남기며 훼손시킨다. 👌책 가까이 음식물을 두지 말 것_복구가 제일 어려운 얼룩의 대표라고 배웠다. 👊책을 펼친 채로 뒤집어 엎어놓지 말 것_특히 떡제본 책 같은 경우 속지들이 한 장 한 장 자유로워지는 데 기여하게 된다. 🖐 책장에서 책을 꺼낼 때 손가락으로 책의 윗부분만 잡아당기면서 빼내지 말 것_아이들 손이 많이 타는 책의 훼손이 제일 많은 경우인데, 반복되는 행위로 책등 윗부분이 뜯겨져 나간다.

열심히 배우고도 실제로 써먹지 못한 기술적인 부분이야 그렇다치더라도 이 때 이후로 책을 좀 더 아끼고 소중히 다루게 됐으니 영 썩힌 것은 아니었나 보다.

사실 이 때도 책에 테이프를 붙이면 안 된다거나 책을 뒤집어 엎어놓지 말라는 가르침을 받으며 나도 모르는 사이에 책을 훼손하고 있었던 것에 적잖이 놀랐다.
그런데 '어느 책 수선가의 기록'을 읽다가 더 놀라운 사실을 알게됐다. 🙀😱🥶 책을 만질 때, 특히 희귀서적을 다룰 때 절대 면장갑을 끼면 안된다는 것이다. 아니 왜? TV나 영화에서 보면 오래된 서적이나 기록본들을 발견했을 때, 혹은 도서관에서 일하는 사서들이 소중한 책을 다룰 때 항상 새하얀 면장갑을 끼는 모습을 봐온터라 선뜻 이해가 되지 않았다. "기름 성분에 취약한 책을 만질 때 장갑을 끼면 손의 유분이 천에 스며들게 되고 종이에 닿게 된다. 특히나 면은 기름 흡수를 아주 잘하기 때문에 아주 신속하게 손의 유분을 종이로 옮기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장갑을 끼면 손의 체온이 올라가서 맨손일 때보다 더 많은 땀과 유분이 나올 수 있다"는 게 재영책수선님의 설명이다.
하여 책을 만질 때는 손을 비누로 깨끗하게 씻고 핸드크림을 바르지않은 맨 손으로 만지는 게 제일 좋은 방법이라고 한다.

몰랐던 부분을 하나 더 알게 된 게 좋았고, 대부분의 인친들이 책과 관련된 분들이라 나누고 싶어 꽤 길게, 쉽게 하는 실수들을 적어보았는데 알고보면 이 책은 작가님이 한국에서 작업실을 시작하고 만난 150여 권의 책 중 스무권 여에 대한 인연과 그 안에서 느낀 '책생'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 사연들과 책이 수선되기 전후의 상태를 사진으로 만나면서, 그 안에 의뢰인들과 작가님의 마음이 더해져 새롭게 탄생되는 한 권 한 권의 작품들을 보면서 나역시 책에 대한 사랑을 더 많이 품게 됐다.

#어느책수선가의기록 #재영책수선 #위즈덤하우스 #몽실북클럽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책수선 #책관리 #보존 #훼손 #테이프안돼요 #면장갑안돼요 #접어서도안돼요 #깨끗한맨손으로봐야죠 #작업실너무궁금 #구경가고싶은데 #고칠책없나찾아봐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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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투 나서 속상해! 샘과 왓슨 마음자람새 그림책 4
기슬렌 뒬리에 지음, 베랑제르 들라포르트 그림, 정순 옮김, 이보연 자문 / 나무말미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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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남매 중 막내로 태어난 나는 자주 화가 났다. 같은 막내인데 내 단짝친구는 온 가족이 귀여워했고, 특히 아빠의 사랑을 독차지하다시피 했다. 그런데 나는 늘 몸이 약한 큰언니와 아들인 오빠가 우선인 부모님 밑에서 자랐으며, 심지어 아빠는 심부름을 시킬때만 나를 찾았다. 그땐 어린 마음에 '막내의 권리'를 뺏긴 것만 같아 늘 억울하고 자주 짜증이 났던 것 같다.

두 아이의 엄마가 되면서 내 어린시절을 떠올리며 늘 같은 사랑을 주겠다고 다짐하곤 했다. 그런데 막상 엄마가 되고 보니 전혀 다른 두 아이의 성향과 상태에 맞춰서 각기 다른 모습의 사랑을 주게 됐다. 물론 그 사랑의 무게는 최대한 공평하게 전했다고 생각하지만, 아이에 따라 전해지는 사랑의 모습이 다르니 각자가 보는 '사랑의 무게'도 받아들이는 것 같다.
특히 큰 아이 입장에서는 아직 손이 많이 가는 어린 동생만 이뻐하는 것 같아 보였는지, 질투도 많이하고 보이지않는 곳에서 나름 해코지도 하고 정도가 심해지면 울면서 하소연을 하기도 했다.

그런 모습을 보며 최선을 다해 노력했다고 생각한 나 역시 상처를 받고 간혹 지칠 때면 그 자리에서 대놓고 '그렇다'라는 답으로 아이에게 더 큰 상처를 남기곤 했다. 나도 엄마가 처음이라 나름 다짐하고 노력했던 부분을 못 알아주니 속상함에 울컥했던건데, 지금도 한번씩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위축되는 모습의 큰 아이를 보면 내 잘못같아서 속이 쓰릴 때가 있다.

책 제목을 보자마자 큰 아이 생각이 나서 서포터즈 신청을 했는데, 나도 왓슨처럼 큰 아이의 말에 공감해주고 인내심을 갖고 아이의 속상함을 들어줬더라면 좀 더 자존감 있는 아이로 성장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몇 년만 더 빨리 이 책을 만나 왓슨의 속상한 상황을 들어주고 공감해주고 이해해주고, 더 나아가 왓슨이 스스로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작은 길라잡이가 되어줬으면 아이가 덜 상처받았을텐데 하는 생각이 계속 머리속을 맴돈다.

성인이 되고 난 언젠가 오래된 가족사진첩에서 아빠가 아주 어린 날 안고 있는 생소한 투샷을 보며 조금은 마음의 위로를 받았던 것처럼 내 아이는 이 책을 읽으면서 자신이 얼마나 사랑받고 있는지 느끼게 되길 바란다. 나 또한 이보연 소장님의 조언처럼 사소한 것이라도 잊지말고 칭찬해주고, 아이의 장점이나 노력에 대해 말해주는 엄마가 되야겠다. 아이의 말과 행동을 경청하고 관심을 보여줘야겠다. 뭐든 다 쉽지않을때면 그저 꼭 안아주기라도 해야겠다.

#질투나서속상해 #기슬렌뒬리에 #베랑제르들라포르트 #정순 #나무말미 #나무말미출판사 #신간그림책 #그림책육아맘 #책육아맘 #그림책출판사 #샘과왓슨시리즈 #서점 #도서관 #질투 #인성그림책 #마음자람새그림책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엄마인성부터챙기자 #이런엄마라서미안해 #너가최고야 #너는나의태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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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어 - 손으로 만든 표정의 말들 딴딴 시리즈 1
이미화 지음 / 인디고(글담)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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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담출판사의 문학에세이 브랜드 인디고에서 '딴딴시리즈'를 기획했다. 먹고 사는 일이나 단순한 취미 이상의 그 무엇_스스로를 좀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줄 수 있는 무해한 딴짓, 딴생각을 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을 계획인가 보다. 시작부터 5편의 라인업이 소개됐는데, 평소 관심있던 분야도 있고 궁금했지만 잘 모르던 분야도 있어 벌써부터 기대감 상승 중이다.

어린시절 지역동아리 공연에서 마주한 '수어'에 선망과 동경의 마음을 품었던 영화 에세이스트 저자가 우연히 읽게 된 만화책 한 권 덕분에 본격적으로 '수어'를 배우며 알게된 새로운 세상을 우리에게 소개한다.

새로운 언어를 배운다는 건 새로운 문화에 들어가게 된다는 의미와도 일맥상통하는 것 같다. 모든 언어가 그렇듯 농인들의 언어를 배우기 위해서는 그들의 문화를 배우고 익히는데서부터가 시작이다. 덕분에 내가 경험하지 못해서, 내가 인식하지 못해서 알게 모르게 그들을 향해 저질렀던 잘못들을 깨닫고 반성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사실 사회초년병 시절, 집근처 복지관에서 수어를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있어 나역시 초급반 이수를 한 적이 있다. 그런데, 저자와 마찬가지로 평소 표정변화가 많지 않았던지라 온 얼굴 근육을 이용해 언어를 표현하는 게 어려웠던 기억이 떠올랐고, 격하게 공감하며 그 에피소드를 읽었다. 또한, 한국어와 한국수어가 같은 언어가 아니라는 저자의 말처럼 2단계 문장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어려움을 느낀 나머지 나는 결국 '수어'배우기를 포기하고 말았는데, 이사를 한 이후에는 배우고 싶어도 장소와 시간을 맞출 수 없어 두고두고 후회로 남았다.

하여 글을 쓰며 먹고 살기 위해 많은 일을 벌이고 수습하고 완료하는 과정 속에서도 수어 공부하는 걸 놓치않고, 농인들의 인권 신장을 위해서 크고작은 활동까지 해내는 모습을 보니 진심 존경스럽다.

개인적으로 살면서 다양한 차별해 직면하며 살아온 나역시 그저 읽는것에 그치지 않고 내가 즐겨보는 유튜브 채널을 유심히 살펴 '한글자막을 달아달라'는 댓글달기부터 실천해봐야겠다.

#수어 #이미화 #인디고 #딴딴 #딴딴시리즈 #손으로만든표정의말들 #글담출판사 #아독방 #아직독립못한책방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책읽는내내얼굴근육과씨름한1인 #농인과청인 #한국어와한국수어 #문화는같지만언어는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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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장면 - 다섯 작가가 풀어낸 다섯 가지 짜장면 이야기
정명섭 외 지음 / 북오션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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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 이 책을 읽는 내내 먹어도 먹어도 계속해서 짜장면이 먹고싶어질 수 있음.

🥣공화춘 살인사건_정명섭
믿고 읽는 역사소설, 추리소설 전문가 정명섭작가님이 실화를 소재로 적어내려간 '공화춘'에서 짜장면을 먹다 발생한 살인사건. 시대는 다르지만 웬지 지금도 인천 짜장면 거리에 가면 공화춘이라는 이름의 짜장면가게가 있을 것 같아 그 역사의 현장속으로 직접 가보고 싶어진다.

🥣은상_원투
제주 마라도에서 만났던 두 아이가 고등학생이 돼서 우연히 서울의 한 권투체육관에서 마주치게되는데, 짜장면 한 그릇으로 연결된 악연인줄로만 알았는데 결국은 서로에게 힘이 되어준다. 마치 그 옛날 각자의 엄마와 아빠가 짜장면 한그릇으로 힘을 냈듯이.

🥣철륭관 살인사건_조동신
웬지 전통과 역사를 자랑하는 음식점에는 알게모르게 음모와 배신과 비밀이 있을것만 같은데 그런 내 마음을 반영해주는 듯한 이야기다. 끝이 조금 싱겁게 끝나 아쉬움이 남았지만, 나름 긴장과 기대를 하며 지켜보는 묘미가 있다.

🥣데우스 엑스 마키나_강지영
내용에 대한 짐작도 할 수 없는 제목에 자신의 실수로 행방불명된 제자를 찾기 위한 여정을 3년째 계속해가고 있는 주인공의 사연이 아찔하면서도 신선했다. 그리고 생각지도 못한 인연의 고리가 드러나며 읽는 재미를 배가시킨다.

🥣환상의 날_장아미
생전에 짜장면을 좋아했던 아빠의 기일 현실과 환상의 틈새에서 예기치 못한 일에 휘말리게 되는 '민영'. 마치 한여름밤의 꿈처럼 나역시 이 책의 환상에서 아직까지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한 권의 책으로 '짜장면'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다만 '짜장면'을 먹고 싶은 욕구를 참아내기 힘들다는 함정이 있다.

#짜장면 #공화춘살인사건 #정명섭 #원투 #은상 #철륭관살인사건 #조동신 #데우스엑스마키나 #강지영 #환상의날 #장아미 #북오션 #몽실북클럽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또짜장면생각난다 #에어컨바람에서왜짜장면냄새가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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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승무원 - 서비스와 안전 사이, 아슬했던 비행의 기록들 어쩌다 시리즈 1
김연실 지음 / 언제나북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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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로 우리가 아는 승무원이라함은 '단정', '깔끔', '바름'의 대명사 아닌가? 그런데 여기 스스로 '똘끼충만 승무원'이라고 고백하며 B급 병맛 이야기를 풀어놓겠다는 이가 있다.

김연실. 성적따라 적성에도 안 맞는 대학에 입학해 '아싸'생활을 자처하며 패밀리 레스토랑 알바를 하다가 자신의 적성을 찾고 내친김에 제대로 된 서비스직 공부도 할겸 승무원학과에 진학 후 진짜 승무원이 됐다.

서비스업에서 자신의 실력을 인정받고 진정한 '인싸'로 거듭난 데다가 워낙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을 좋아하는 자신과 '승무원'이라는 직업이 안성맞춤이라고 생각했던 처음 마음과 달리 막상 실전에서는 실무교육 내내 겉돌고 같이 입사한 동기들에게 민폐만 끼치는 것 같아 자존감을 바닥을 치기도 했다. 결국 실무 교육 중 퇴사선포를 했으나, 그러거나 말거나 끝까지 끌어주고 밀어준 동기들 덕분에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렇게 신입은 중견선배가 되고 사무장이 됐고, 5년간의 비행을 끝으로 시작이 그랬던 것처럼 또 쿨하게 퇴사했다.

만화책이 아닌데 비행기 승무원을 소재로 하는 한 편의 재미있는 만화책을 읽은 기분이다. 남의 직장생활 이야기가 이리 재미있을 일인가 싶다. 단숨에 휘리릭 읽힌다. 늘 예쁜 모습만 보이려하는 승무원들의 이면을 보게 된 것 같아서 나름 스릴도 있다. 왜 하필 피하고 싶은 일은 꼭 내게 오고야 마는지 하늘 위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읽으며 같이 웃고 울고 놀라고 긴장하며 순식간에 5년의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저자가 말한 것처럼 B급 병맛 코미디는 아니다. 누구보다 자신의 삶을 사랑하고 직업의식 투철하며 사람을 아낄 줄 아는 사랑스러운 전직 승무원의 생생하고도 아름다운 인생이 담겨있다.

본인의 에피소드와 함께 중간중간 비행기에서 조심해야 할 상황이나 알아두면 좋을 상식들까지 재미있게 설명해 둔 부분은 완전 꿀팁이다.

#어쩌다승무원 #김연실 #언제나북스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비행기스타그램 #여행스타그램 #나도꽃길한번걸어보고싶다 #작가님앞날에도꽃길만펼쳐지길 #꽃길수첩은아까워서못쓰겠어요 #굿즈서랍에고이간직할께요 #비행기타고싶다 #여행가고싶다 #승무원은못하고대신비행기타고여행이라도가게해주세요 #나쁜코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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