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전쟁의 흑역사 - 시장 질서를 박살 내고 세계경제에 자살골을 날린 무모한 대결의 연대기
이완배 지음 / 북트리거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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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52. 공업이 발달한 선진국은 이것을 효율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그것은 효율을 가장한 착취일 뿐이다.


경제부 기자인 저자 이완배가 재미나고 흥미롭게 풀어낸 경제 이야기를 만나본다. 경제 이야기는 재미보다는 난처함이 되는 것이 다반사인데 오랜 경력을 가진 경제 기자의 노하우가  담은 이야기들을 재미나게 만들어주고 있다. 거기에 누구나 좋아하는 싸움 구경을 더해주어 책은 더욱더 커다란 재미와 흥미를 전하고 있다. 총칼을 든 진짜 전쟁부터 관세라는 무기를 사용한 전쟁까지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차고 넘친다. 그런데 이 책이 가진 가장 큰 매력은 경제 이야기를 넘어 정치, 외교, 환경 이야기까지 정말 폭넓은 이야기들을 만나볼 수 있다는 것이다.


총 2부 24챕터로 구성된 책에는 우리가 알고 있는 걸프전쟁이나 한일 무역 전쟁부터 조금은 낯선 바나나 전쟁과 구아노 전쟁까지 무척이나 흥미로운 경제 전쟁, 무역 전쟁 이야기가 담겨있다. 15, 16세기 후추 전쟁부터 2011년 디지털 세금 전쟁까지 시간 순서대로 정리하고 있어서 세계사와 연계해서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또 챕터 내용을 보여주는 멋진 그림과 이해를 돕는 유익한 지도 등이 책의 소장 가치를 높여주고 있다.


굶어죽는 기아 문제가 심각한 지금도 지구에서 생산하는 곡물의 4분의 1 이 사람이 아니라 소가 먹는다고 한다. 그리고 그 곡물들은 기아가 만연한 나라들에 있는 소위 선진국이라는 자들이 운영하는 '플랜테이션'에서 기르고 있다. 사람들이 먹을 식량도 부족한데 커피, 설탕, 담배 등의 기호식품을 키워야 하는 최빈국들의 안타까운 현실도 과거 역사와 함께 만나볼 수 있어 흥미롭다.


내륙국 몽골에 해군이 있다는 흥미로운 이야기는 남미 내륙국 볼리비아로 이어진다. 볼리비아는 바다가 없는데 해군이 있고, 해병대도 있다. 더 특이한 점은 바다의 날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사연은 재미와는 거리가 먼 전쟁 이야기이다. 또 서구 열강이 등장한다. 이 양반들 참 바쁘게 다니셨다. 세계 곳곳으로 남 등치러. 한일 무역 분쟁과 미중 무역 분쟁을 일으킨 이유가 무엇일까? 트럼프와 아베의 속내를 '현실 갈등 이론'을 바탕으로 흥미롭게 풀어내고 있다. 디지털과세 일명 구글세 도입 배경은 무엇일까?


재미와 의미를 함께 잡을 수 있는 멋진 책이 담고 있는 경제 전쟁 역사를 매력적인 장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소장 가치 최상의 책이다.



북트리거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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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경사 - ‘건축가 심훈’의 꿈을 담은 집
임창복 지음 / 효형출판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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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32. 필경사筆耕舍는 서양식도 일본식도 아니며 그렇다고 재래식도 아닌, '이상적이고 새로운 신주택'이 당대 문화주택 사조를 만나 탄생한, 우리 사회의 꿈이 집약된 집이다.

정말 특별한 책을 만나보았다. 작가 심훈의 일대기를 정리해 놓은 책으로 접근하면 평범한 '평전'이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필경사筆耕舍》에는 많은 특별한 것들이 함께하고 있어서 책을 읽는 재미와 흥미 거기에 의미를 더해주고 있는 묘한 매력을 뿜어내는 책이다.

우선 제목부터 특이하다. 문학가 심훈을 이야기하는 책의 제목이 그가 살았던 초가집 이름이다. 물론 그곳에서 「상록수」를 집필했다고 하니 제목으로 쓸 수도 있을 것 같기는 하다. 그런데 제목만큼 특별한 것은 건축학 박사가 저자라는 것이다. 공학도가 말하는 문학가의 삶 또 그의 작품들은 어떤 모습일지 기대해도 좋다. 치우침 없이 정말 객관적인 지극히 '이과생'다운 시선으로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내고 있다.


저자 임창복이 작가 심훈이 살았던 택호를 책의 제목으로 선택한 까닭은 이 책이 문학가 심훈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그 관점을 필경사를 지은 '행동하는 지식인' 심훈에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소설가 심훈이 귀향해서 시골 바다가 보이는 집을 지었다. 요즘이라면 전원생활을 시작한 것이라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고등학생 때 3·1독립 운동으로 옥고를 치른 심훈에게 전원생활은 무언가 어색하게 느껴진다.


심훈의 귀향은 '농촌계몽운동'과 흐름을 같이한다. 그러니 행동하는 인물 심훈에게 농촌 생활은 낭만이 아니라 생존이었을 것이다. 그런 심훈의 삶을 그의 소설 작품들과 다수의 글을 통해서 풀어내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이 가진 특별함은 더욱 특별해진다. 각종 글들과 소설 속 내용들로 시대상을 유추해 보고 심훈의 집 짓기도 그려본다. 「상록수」를 집필했던 장소로서의 의미보다는 집 자체의 건축적 의미에 주목하고 '필경사'를 건축적으로 풀어내고 있는 책이다.


특별한 이야기는 소설 「상록수」에 담긴 이야기와 초가집 '필경사'를 건축하던 실제 이야기를 견주며 추리처럼 흥미롭게 전개된다. 심훈의 생각을 추측하면서 공감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하며 심훈의 삶을 들여다보고 있다. 그러면서 이 책의 특별함은 '필경사'가 가진 건축적 의미와 시대적, 역사적 의미로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일제강점기 시대를 견뎌야 했던 지식인의 고뇌를 담은 소설과 그보다 더 깊은 의미를 가진 '필경사'를 통해서 심훈의 정신을 만나볼 수 있는 특별한 책이다.


"효형출판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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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환마마 - 100일의 사투 네오픽션 ON시리즈 9
배준 지음 / 네오픽션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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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환마마虎患媽媽보다 더 무서운 게 없었던 조선시대 궁궐에 그 무섭다는 호환이 닥친다. 그런데 그 호환이 좀 이상하다. 엄청난 크기의 호랑이가 궁궐을 돌아다니며 횡포를 부리는데 녀석에게 물리거나 상처를 입은 자들은 '좀비'가 된다. 그리고 좀비에게 물린 자들은 다시 좀비가 되는 악순환으로 궁궐은 초토화되어간다. 그런데 세자 이신은 정확하게는 알 수 없으나 비극적인 상황이 궁궐에 닥칠 것이라고 왕에게 조심하라 미리 경고했었다. 세자는 어떻게 '좀비 호환'을 알 수 있었을까?


혼례를 치루라는 말에 궁궐을 나갔다가 2년 만에 돌아온 세자는 서역에서 궁궐에 큰 화가 닥칠 것이라는 예언 을 가지고 왕 이청 앞에 선다. 혼인을 앞둔 공주들의 일탈을 다룬 작품들은 접해본 적이 있었지만 왕자가 특히 세자가 자신의 자유를 찾겠다고 궁궐을 나갔다가 돌아온다는 설정이 정말 신선했다.


예언대로 좀비를 만드는 호랑이가 궁궐에 등장하더니 왕 이청에게 믿지 못할 일이 벌어진다. 매일 호랑이와의 싸움이 반복되고 매일 죽음을 맞이한다.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한지를 따져볼 겨를도 없이 또다시 호랑이와 맞선다. 그럴 때마다 꽃잎이 떨어진다. 이 꽃은 또 무슨 비밀을 간직한 것일까?


'어디선가 맹수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라는 문장으로 시작되는 날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호랑이를 잡아 반복되는 불행을 막으려는 이청은 호랑이의 모습은 보지도 못하고 몇 번의 삶을 다시 살고 있다.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한 걸까? 시행착오를 겪으며 삶과 죽음을 반복하던 왕 이청은 착호군의 도움으로 호랑이에게 위협을 가하게 되고 이길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자신감을 얻게 된다. 하지만 세자 이신의 마음을 빼앗은 소녀 곶감에 의해 이청의 마음은 혼란스러워진다. 왕이 아닌 아버지로서 세자를 지키기 위한 이청의 노력은 어떤 결말을 가져올까?


《호환마마 100일의 사투》는 청소년들이 흥미로워할 소재들로 가득하다. 좀비, 타임리프 그리고 액션까지 제1회 자음과 모음 경장편 소설상 수상 작가 배준의 스토리텔링 능력을 제대로 맛볼 수 있는 작품이다. 청소년들에게 힐링을 선물해 주고, 어른들에게는 아이들의 자유, 의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한다. 재미는 차고 넘치고 흥미는 계속 이어지는 매력적인 장편소설이다.



"네오픽션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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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유도라 허니셋은 잘 지내고 있답니다
애니 라이언스 지음, 안은주 옮김 / 한즈미디어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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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죽음이니까. 내 방식대로.

《유도라 허니셋은 잘 지내고 있답니다》는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하지만 죽음 하면 떠오르는 불안감이나 깊은 어둠과는 거리가 먼 밝고 생동감 넘치는 이야기이다. 주인공 유도라는 여든 살이 넘은 고령의 할머니이다. 나름 건강한 삶을 이어오던 유도라는 나이가 더해지면서 거동이 불편해지고 있는 빠른 노화를 실감하게 된다. 그리고 죽음을 생각한다. 이렇게 점점 아파지는 몸을 안고 삶을 이어가기 싫다는 유도라의 생각은 어느 날 병원에서 만난 한 노인이 전해준 전단지로 인해 확고한 선택을 하게 된다. 안락사.

사람이란 선택을 하면 그 결과를 안고 살아야 하는 법이다. 유도라는 그 순간 깨달았다. 자신의 선택이 죽는 날까지 따라다닐 것이라는 사실을.

이야기는 어린 유도라가 전쟁을 겪으며 성장하는 과거와 여든이 넘은 나이에 홀로 살아가는 외롭고 지난한 현재의 삶을 오가며 전개된다. 현재의 유도라에게는 가족이 없다. 엄마 베아트리스와 동생 스텔라와의 삶은 아버지 앨버트가 전사하면서 모든 게 변하게 된다. 친절하고 상냥했던 베아트리스는 앨버트의 죽음과 함께 어둠 속을 헤매고 다닌다. 그사이 스텔라와 베아트리스의 관계는 너무나 악화되고 유도라의 삶은 자신의 선택과는 거리가 멀어진다. 추억은 위안을 준다고 하지만 유도라에게 추억은 아픔이고 슬픔이다.


스위스에 있는 병원과 안락사 과정을 진행하던 유도라에게 아주 조그만 소녀 로즈가 다가온다. 옆집에 이사 온 열 살 소녀는 잠들어 있던 유도라의 삶을 흔들어 깨운다. 지금의 삶에 만족하며 자신의 선택을 진행하던 유도라에게 계획에 없는 친구가 생긴 것이다. 로즈는 무척이나 밝고 통통 튀는 매력을 가진 아이다. 평온하게 죽음을 준비하던 유도라의 삶에 활력을 불어넣고 유도라를 다시 세상으로 끄집어 낸다. 하지만 임신한 로즈의 엄마 매기는 죽은 동생 스텔라를 떠오르게 하고 로즈의 가족은 불행했던 유도라 가족의 과거와 오버랩된다.

유도라는 로즈와 함께 다가온 또 다른 노인 친구 스탠리로 인해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나 많은 이들과 어울리는 유도라를 보면서 이제 '안락사'라는 안타까운 선택은 버릴 것 같았다. 하지만 유도라는 안락사 과정을 계속해서 이어간다. 과연 로즈의 밝은 웃음을, 맑은 눈을 보면서 죽음을 생각할 수 있을까? 유도라의 선택은 변하지 않을까?

"어찌나 남을 생각해 주시는지."

"칭찬 감사합니다."

'좋은 죽음'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어떻게 말해도 죽음은 아름다울 수도 편안할 수도 없을 것 같다. 물론 죽음은 누구나 한 번은 맞이할 가장 공평한 운명이라고는 하지만 반갑지는 않을 것이다. 시크한 80대 할머니와 유쾌한 열 살 소녀가 들려주는 삶과 죽음의 의미에 귀 기울여보기 바란다. 아마도 죽음 너머 삶의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한스미디어로부터 가제본을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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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로 다시 읽는 세계사 - 역사를 뒤흔든 지리의 힘, 기후를 뒤바꾼 인류의 미래
이동민 지음 / 갈매나무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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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다룬 책들이 웬만한 소설보다 더 재미있고 흥미로운 까닭은 무엇일까? 많은 이유들이 있겠지만 그중 하나는 다양한 관점일 것이다. 그리고 그 다양한 관점들이 만들어낸 다양한 이야기들이 역사를 다룬 책에 매력을 더해주는듯하다. 같은 사건이라도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흥미로운 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동민 지리교육과 교수가 《기후로 다시 읽는 세계사》를 통해서 바라본 역사는 '기후'이다. 오랜 시간 쌓아온 기후데이터와 연구 자료를 바탕으로 역사적 중요 사건들을 설명하고 있다.

기후라는 관점은 온난 습윤의 평온한 역사를 지나 한랭한 소빙기 등으로 옮긴다. '기후변화'라는 관점으로 들여다본 세계사는 정말 무척이나 흥미진진하다. 세계 정복을 꿈꾸던 몽골제국의 흥망은 물론 웬만한 대제국들의 흥망성쇠가 다 등장한다. 즉 엄청난 힘을 가졌던 로마나 당나라 등도 기후변화에 무너졌다는 분석을 들려주며 이야기의 초점을 역사에서 환경으로 자연스럽게 옮긴다.


1부와 2부에서 기후변화와 연관되어 변하는 세계사의 흐름을 재미나게 들려준다. 대제국의 흥망성쇠에는 기후변화가 한몫했다는 사실을 만나보는 즐거움을 고스란히 전달한다. 로마제국은 왜 동·서로마 제국으로 분리하게 됐을까? 또 왜 그 둘은 다른 길을 걷게 되었을까? 그 원인을 기후변화에서 찾아 제시해 주는데 정말 신박하다는 생각이 절로든다. 지정학적인 위치라는 관점에서 세계사를 다룬 책에서 살짝 맛을 보긴 했었지만 이 책《기후로 다시 읽는 세계사》를 통해서 제대로 맛을 본듯하다.


그런데 이 책은 역사를 주로 다루기보다는 '기후변화'를 다루고 있다. 3. 기후변화의 역사에서 기후위기의 시대로에서 저자는 인류가 처한 위기를 자세하게 보여주며 인류에게 다가온 재앙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각국의 상황도 들려준다. 기후에서 시작한 역사 이야기는 기후변화를 지나 이제 오늘의 기상이변을 이야기한다. 오늘 우리가 처한 상황을 '기상위기'라 표현하며 대책 수립을 강조하고 있다. 수만 년에 걸쳐서 조금씩 변화한 지구의 환경이 산업화라는 명목하에 너무나 짧은 시간에 변화하면서 지구의 환경은 대기는 물론 바다까지 모두 망가지고 말았다. 이제는 기상이변 뉴스가 일상이 되어가고 있다.


기상위기를 살아가는 인류의 한 사람으로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생각하게 하는 멋진, 피상적으로만 느껴지던 기후변화의 피해를 제대로 알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고마운 책이다. 이 책은 환경보호에 역사를 덤으로 얻어주는 럭셔리한 선물이다. 왜 탄소발자국이 중요한지 궁금하다면, 왜 쓰레기를 줄이는 삶을 살아야 하는지 궁금하다면 꼭 만나보기 바란다. 뜬구름 잡는 이야기가 아니라 손에 쏙 들어오는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갈매나무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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