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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부제에 쓰인 Bestiary 라는 말은 ‘동물우화집’이라는 뜻으로 쓰이는 말입니다.

즉 이 책은 멸종위기종( Endangered Creatures)에 대한 동물우화집이라는 뜻으로 이 부제가 책의 내용의 상당 부분을 설명해줍니다.

이 책은 옥스퍼드 대학에 적을 둔 영국의 문학가 또는 에세이스트인 Katherine Rundell 의 작품입니다.

우선 동물학자나 생태학자가 아닌 에세이스트가 동물에 관한 글을 써서 놀라웠고, ‘우화’라는 형식을 채용해 각 동물당 글이 3-4쪽을 넘지 않습니다. 짭지만 매우 함축적인 글이란 인상을 받았고, 단순히 멸종위기종 동물에 대한 분류학적 설명 뿐만 아니라 고대 그리스에서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서양지식인들의 해당 동물에 대한 언급을 인용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문학작품, 즉 소설이나 시의 구절도 많이 인용되어 짧지만 매우 훌륭한 글들을 읽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를 들어 박쥐에 대한 글에서 브람 스토커(Bram Stoker)의 드라큘라(Dracula,1897)’이 인용되는 식입니다.

문과와 이과의 경계가 분명한 한국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인용이라고 생각합니다.

영국이라는 나라가 생물학과 진화론, 분자생물학 등을 리드하는 나라이고, 과학과 더불어 철학 문학을 같이 공부하는게 색다르게 취급되지 않아서 가능한 저작이 아닌가 솔직히 생각합니다.

아무튼 근래 읽은 과학책 중에서 단연 돋보이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23종의 동물을 다루었는데도 본문은 192쪽 밖에 되지 않으니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본문이후에 나온 저자후기( Author’s note)는 최근 심해진 기후변화( Climate Change)에 대한 저지의 우려를 담았습니다.

생물의 멸종(extinction)이 인간세(Anthropocene)에 들어서는 대부분 돈을 위해 남획되거나 공해등 산업화의 부작용으로 일어나다 보니, 그리고 산업혁명이후 시작된 기후변화가 그 임계점에 다다른 상황을 저자가 독자들에게 경고를 보낸 것으로 이해합니다.

확인해보니 아직 이책은 한국어판이 번역되지 않았습니다.

또한가지 언급할 것은 이 책이 영국에서 먼저 출판(2022)되고 2년후에 미국에서 출판된 점입니다. 보통 영국과 미국에서 동시에 출판되는 경우가 일반적인데 이렇게 시차가 있는 건 좀 이례적으로 보입니다.

영국판은 제목이 다르더군요.

The Golden Mole, Katherine Rundell (Faber &Faber,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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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의 정치학, 우생학 - 강제 불임에서 나치의 대학살까지
김호연 지음 / 단비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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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정치지형이 포퓰리즘(populism)과 정치적 올바름(politically correctness)에 휘둘리면서 극우진영에서 차별( discrimination)이 당연시되고 능력주의(meritocracy)를 신성시하며 공정한 경쟁을 중요시하는 흐름이 대두하고 있습니다.

2020년 한양대에서 연구하시는 김호연 교수께서 강의록을 기반으로 출간하신 이 책은 차별의 생물학적 근거를 다루는 우생학(Eugenics)를 다루는 책입니다.

한국에서도 비백인 외국인에 대한 차별과 인종주의가 분명히 존재하고 상당히 심각할 정도로 인권침해가 일어나고 있고, 이미 국제결혼으로 인종문제를 고려해야 하는데도 전문가들이 거의 전무한 실정입니다. 아직도 ‘단일민족’이라고 주장하고 현실을 도외시하는 경우가 상당한 것 같습니다.

특히 서구에서는 보수진영에서 차별과 불평등의 생물학적 근거로 사용된 우생학을 살펴보는 건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우생학은 우리가 알지못하는 사이 인구정책, 장애인 정책, 출산관련 보건 정책에 스며들어 있었습니다.

한국의 사례는 별도의 논의가 필요합니다.

주로 영국, 미국, 독일의 사례를 중심으로 설명하고 있는 책입니다.

우생학의 시작은 영국입니다. 진화론을 주장한 다원(Charles Darwin)에서 기원한 생물의 진화를 다윈 자신이 인간의 경우에 이미 적용을 했었고, 다윈의 사촌인 프랜시스 골튼 ( Francis Galton)이 최초로 우생학의 이론을 세웁니다.

19세기 산업화와 제국주의 팽창의 시기에 각종 사회문제의 출발이 인구의 질적향상에 있다고 본 우생학은 부르조아 엘리트 계급의 출산율이 낮은 반면 하층 노동자 계급의 출산율이 높은 사실은 사회전체의 노동생산성 저하를 가지고 온다고 봤습니다.

영국에서 우생학의 이런 기본적 주장은 주장으로서 끝나고 실제 법으로 입법화되지는 않았지만 19세기 남북전쟁이후 산업화를 진행하던 미국에서는 실제 이런 질이 좋지 않은 장애인, 알콜중독자, 정신병자 등에 대한 결혼을 금지하거나 앵글로색슨 백인종이 아닌 다른 인종의 이민 자체를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우생학은 기본적으로 백인종이 다른 인종에 비해 우월하고 표준적이라는 전제를 깔고 있고, 미국에서는 미국이 특히 백인 WASP (White. Anglo Saxon Protestant)의 나라라는 인식이 강해 다른 백인들, 예를 들어 유태인이나 동유럽출신 백인들의 이민도 꺼렸고 심지어 중국의 경우 이민금지법안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인종주의는 이처럼 백인을 최상위에 놓고 다른 인종들은 백인보다 열등하다는 주장인데 그 근거가 상당히 자의적이고, 과학적 근거가 불충분하지만 19세기 이래 21세기 현재까지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독일의 사례는 미국보다 우생학의 영향정도가 더 극단적입니다. 독일은 인종위생(Racial hygiene)이라는 이름으로 독일민족의 순수함을 강조하는 경향이 이미 19세기말부터 존재했는데, 독일사회가 영국이나 미국에 뒤쳐지지 않기 위해 독일인구의 생산성 증대에 노력해야 하고 이를 위해 우월한 독일인과 다른 인종간의 잡혼은 안된다는 주장이었습니다.

독일제국시기와 바이마르 시기를 거쳐 히틀러의 나치 집권기를 거치며 독일의 ‘아리안 민족 순수성’은 독일내의 장애인, 알콜중독자 등 사회부적격자의 불임수술과 안락사유도를 통한 학살로 이어졌고, 이후 유태인 대량학살(The Holocaust)로 이어졌습니다.

독일 나치의 유태인 대량학살은 현재까지 우생학과 인종주의가 촉발한 역사상 최악의 대량학살의 사례로 거론됩니다.

이 책은 뒤에 흥미로운 자료를 싣고 있는데 바로 영어권에서 연구된 우생학 관련 서지자료입니다. 진화론에서 출발해 최적자생존을 당연시하던 생각은 적격자와 부적격자를 나누는 차별을 당연한 자연법칙으로 여겼고, 특히 이런 생각은 자본가와 보수적 부르조아 계급의 재산증식과 불평등을 정당화시키는 근거로 작용해 왔습니다.

이런 생각은 서구에서 뿐만 아니라 한국을 포함한 선진국 자본가 계급에서는 일반적인 생각이라고 봅니다.

또 한가지 지적하고 싶은 건 최근의 이스라엘-가자전쟁과 현재 벌어지는 이스라엘-이란 전쟁으로 인해 유태인들이 반유대주의( anti-semitism)와 그로인한 독일의 유태인 대량학살(The Holocaust)를 자신들만의 불행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입니다.

미국의 시오니스트 유태인 백만장자들의 지지를 등에 업은 이스라엘의 네탄야후 총리는 사실상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인들을 몰살시켰습니다.

작년 미국 대학가를 달구었던 반 이스라엘 시위대는 사실상 이스라엘이 가자에 사는 팔레스타인인들을 인종청소( ethnic cleansing)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독일이 유태인을 인정청소했던 것처럼 유태인들도 팔레스타인인들을 인종청소 한 겁니다.

이런평가는 다른 곳도 아니고 미국의 유태인학자들의 비판입니다. 이런 학살극을 보고 충격받은 유태인 대학생들이 콜럼비아를 비롯한 여러대학에서 반이스라엘 시위를 벌인것도 같은 맥락에서 입니다.

가자지구 병원에 폭탄을 떨어뜨린 이스라엘이 이번엔 이란으로부터 미사일 공격을 받아 병원이 폭격당했습니다. 이스라엘은 전쟁범죄라고 노발대발하는데 본인들이 가자에서 병원을 폭격한 일은 거론하지 않습니다.

이번 이스라엘-이란전쟁을 보면 서구와 결탁한 이스라엘이 중동의 강국 이란과 끝장을 보려하는 것 같습니다.

이스라엘이 서구가 중동에 심어놓은 위성국가같은 존재인데 그 지역에서 살아온 팔레스타인인들과 페르시아 제국의 후예인 이란을 짓밟고 민주주의와 서구식 시스템을 이식하려는 것을 보면 서구의 제국주의가 아직 시퍼렇게 살아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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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ight Eaters : The New Science of Plant Intelligence (Hardcover)
Zoe Schlanger / HarperCollins Publishers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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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학에 관련된 책을 별로 읽은 기억이 없는데 책표지에 이끌려 읽게 된 책입니다.

데뷔작가인 저자는 환경전문 저널리스트로 일을하다 식물학 관련 최신 논문과 책을 접하면서 식물학에 빠져들게 되고 관련 글을 미국의 여러 잡지에 기고하게 되고 또 미국과 남미 그리고 유럽의 식물학자들을 만나 이야기하고 또 그들의 필드트립에 참여하면서 이 책을 썼습니다.

우선 젊은 데뷔작가가 호기심에 이끌려 직장을 그만두고 바로 전업으로 글을 쓸 수 있는 환경이 부러웠습니다. 한국에서 이렇게 작업하는 게 가능할 수 있을까 싶습니다.

2024년 미국과 영국에서 출판된 책인데, 저는 영국판으로 읽었습니다.

식물학에 문외한인 제가 봐도 책에는 놀라운 내용이 많습니다. 주로 1990년대부터 2020년대까지 식물학자들의 최신 연구성과가 소개되는데, 우리가 흔히 식물은 수동적( passive)이라는 편견을 깨는 사례가 나옵니다.

예를 들어 식물 중에는 꽃가루 수분을 위해 의도적으로 벌과 같은 곤충들을 유도하는 건 물론이고, 자신과 가까운 친척식물(kin)이 가까이 있을 경우 경쟁을 피해 뿌리와 잎이 의도적으로 친척식물의 잎과 뿌리를 피해 경쟁을 피해 협력( cooperation)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런 협력을 위해서는 소통이 필수적인데 학자들 중 식물간의 소통(communication)을 연구하는 경우도 있는데 서로간 화학물질( chemical components)을 내서 소통을 하는데, 꽃이 내는 향기가 그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그런데 학자들은 식물들은 동물이나 인간과 마찬가지로 의도적으로 소통을 하고 서로 돕는다는 점입니다.

심지어 주변에 있는 식물들과 잎모양과 형태를 그대로 따라 변해 주변 식물과 구별이 불가능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생존을 위한 전략이겠으나 이 책에서 처음 본 경우라 경이롭습니다.

책의 말미에는 인간과 인간의외의 생명채(nonhuman)가 같이 사는 방식을 고민하는 철학자들과 과학자들의 논의가 나옵니다.

인간이 생태계의 가장 우월한 존재라는 19세기 유럽식 사고방식이 당연하게 생각되는 현실에서 인간과 같이 지구에서 살아가는 동물의 권리 ( animal right) 뿐만 아니라 식물들도 같은 권리를 누릴 수 있다는 다소 급진적인 견해도 소개됩니다.

사실 식물학 논의에서 시작되었지만, 새롭게 밝혀진 식물의 행동과 소통 그리고 생존방식에 대한 연구결과는 함께 사는 지구에 대한 논의로 이어지며, 권리에 대한 사회적 논의로도 이어집니다.

서구의 참정권(suffrage)는 백인남성에서 백인여성 그리고 유색인종으로 확대되는데, 역사적으로 인간으로 취급받지 못했던 (nonhuman)이들의 권리가 확대되온 역사였고, 이런 맥락에서 역시 비인간영역인 동물과 식물의 생존권도 사회적으로 그리고 법적으로 논의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서구의 법률가들이 식물이나 동물들이 개발로 인해 손해를 볼 수 있다면 소송의 당사자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을 하는 대목은 타당하고 논리적인 한편 매우 놀랍다고 생각했습니다.

식물학이 한국에서 별로 주목을 받는 분야가 아니어서 그런지 아직 이 책은 한국어 번역이 되지 않았습니다.

영어판의 경우 식물학에 그리고 식물 분류학(taxonomy)에 불가피한 라틴어 학명이 등장해 매우 곤혹스럽지만 저자가 의외로 라틴어 풀이도 같이 해주고 있어 읽기의 어려움은 없습니다.

생물학 중 특히 진화생물학에 관심이 많았는데 리 책을 통해 다양한 식물학 분야를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어느학문이나 마찬가지자만 맥락을 알기 위해 역사적인 설명은 불가피하고, 그런 의미에서 과학사나 인류학, 곤충학 등 인접분야의 학자들의 설명과 주장이 같이 들어가 논의가 더 풍부해졌다고 생각합니다.

제목인 ‘the light eater’는 빛을 먹는 생명체로 풀이할 수 있는데 광합성을 식물의 가장 중요한 정체성으로 파악한 직관적 제목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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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처음 출간된 이 유명한 책이 2024년 발간 10주년을 맞아 새로운 작가후기와 함께 10주년 기념판으로 재출간 되었습니다.

뉴요커 (the New Yorker)라는 잡지에 글을 써온 저널리스트인 저자가 고생물학(paleontology)과 지질학(geology)그리고 진화생물학(evolutionary biology), 고인류학(paleo anthropology),곤충학((entomology) 등 이외에도 셀수 없이 세분화된 생명과학 분야의 글을 쓰고 인터뷰를 해서 책을 낸다는 건 한국에선 생각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이 책은 이미 지질학적 관점에서 5번의 지구상 생물의 대멸종이 있었고, 현재 지질학적으로 새로 정의된 인간세(Anthropocene)에서 바로 인간에 의해 인간이 바꾸어놓은 생태환경의 변화로 인해 많은 생물들에 멸종의 위기에 처해있다는 주장이 이 책의 주제입니다.

지질학적인 먼 과거를 이야기하다보니 과거 기후변화로 인한 생물의 멸종, 잘 알려진 소행성(asteroid)의 충돌로 인한 공룡의 멸종, 빙하기때 생물의 멸종 등을 언급합니다.

전체 지구의 역사로 봤을 때 인간의 출현은 매우 최근이나 18세기 산업혁명과 도시화로 환경이 파괴되면서 인간에 의해 수많은 종의 생물들이 지구상에서 사라졌거나 사라지기 직전의 위기에 처해있어 자연상태에서 생존할 수 없어 인간들의 보호아래 겨우 명맥을 유지하는 경우도 소개됩니다.

특히 인간세는 흔히 생각하던 산업혁명이후가 아니라 네안데르탈인을 포함한 고인류가 지구상에 나타나기 시작한 이후라고 설명합니다. 덩치가 큰 맘모스나 마스토돈과 같은 거대 포유류가 고인류가 나타나면서 멸종에 이르렀는데, 대체로 초식성이 이 거대 포유류들이 덩치로 육식 포유류에 맞섰지만, 고인류는 생각보다 강력한 포식자로 먹이사슬 위에 자리잡았다는 겁니다.
저자에 따르면 인류가 출현한 이후 거대포유류 멸종에 대한 단서가 나타나고 있다고 합니다.

고인류학에서 네란데르탈인은 현생인류(Homo Spiens)에 의해 대체(replacement)되었다는 주장이 오랜기간 정설이었지만 고인류를 유전적으로 분석하는 고생물유전학(Paleogenetics)이 발전하면서 네인데르탈인과 현생인류가 결합해 현재 인간들의 유전자 지도에 그 흔적을 남겨놓은 사실이 확인되었습니다. 네인데르탈인이 멸종한 것이 아니라 현생인류에 유전적인 흔적을 남겨 우리는 네인데르탈인의 후손이라는 말입니다.

이 책의 후기는 출간 10년이후 취재했던멸종위기종들의 근황을 확인하고 또한 곤충들의 상당수가 멸종의 위기에 처한 현상황에 대한 경고를 보냅니다. 공룡보다 먼저 지구상에 나타나 이전 5번의 대멸종의 위기를 통과해온 곤충류가 인간세를 맞아 이전에 보기 어려운 멸종의 위기를 맞고 있는 겁니다.

생태계 먹이사슬의 하부에 위치해 양서류와 파충류 그리고 포유류들의 먹이가 되어온 곤충이 사라진다는 건 지구의 자연생태에 커다란 재앙인 것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곤충이나 야생동물들은 늘 발견의 대상이거나 인간의 사회의 배경으로서만 인식되어와서 그 심각성을 간과하기 쉽습니다.

저 역시 저널리스트의 자연과학책으로 생물의 멸종에 대한 주제라 심각한 연구과제라기보다 혹시 센세이션을 노린 출판이 아닌가 솔직히 의심했습니다. 하지만 읽으면서 저자가 퓰리처상을 수상한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학자의 논문처럼 형식적 고루함에서 탈피하면서도 최신 연구결과를 인용하고, 논문저자인 학자들 연구소를 방문하고 이들이 조사하는 현장에 동행하고 인터뷰하면서 이야기를 입체적이고 알기쉽게 설명해주었습니다.

후속취재를 위해 야생동물의 서식지를 여러번 방문하고 시간적인 비교를 하는 대목은 이 책이 오랜 준비기간과 여러사람들간 협업의 산물이라는 걸 실감합니다.

사족으로 ‘뉴욕커(the New Yorker)’라는 잡지에 대해 한마디 하려 합니다. 아마도 시사와 정치,외교 등 미국사회의 현재를 가장 잘 취재하는 잡지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저자와 같은 일급필자들이 스탭으로 참여하고 단행본을 낸 이들도 많이 있습니다. 또한 유려한 영어문장을 접할 수 있는 잡지이기도 합니다. 매달 일러스트레이션으로 표지를 그리고 특히 시사만평에 해당하는 한컷만화가 압도적인 잡지입니다. 제가 예전에 구독했었던 뉴스위크에 비하면 급이 훨씬 높은 기사를 접할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책과 관련된 책 몇가지 소개합니다.

이 책이 번역이 안된 줄 알았는데 2022년 한글로 번역되었습니다.

여섯번 째 대멸종, 엘리자베트 콜버트 지음, 김보영 번역, 최재천 감수 (쌤엔파커스,2022)

그리고 위에서 언급한 소행성충돌로 인한 공룡의 멸종에 대한 테마는 별도의 책을 한권 소개합니다.

The Last Days of Dinosaurs: An Asteroid,Extinction, and the Beginning of of Our World, Riley Black ( St. Martin’s Press,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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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적으로 제목에 이끌려 읽은 책입니다.

도시에 대해 관심이 원래 있었지만 여태 읽어온 모든 책에서 도시에 사는 주체는 늘 인간(Human)이었지, 인간이 아닌 생물(Non-Human)인 경우는 없었습니다.

도시에 사는 주체의 관점(Perspective)을 인간과 비인간으로 확장해서 도시생활을 살핀다는 점, 그리고 생태학(ecology)과 야생동물보존 (Conservation)의 입장에서 왜 미국의 도시에 야생동물들이 모여들어 살게되었는지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생태학이 자연상태라고 간주하는 도시가 아닌 지역(Rural Area) 라는 공간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고 인간이 건설한 인공적인(Artificial)환경에 야생동물이 살게 된 이유를 설명한 겁니다.

서울만에도 도심하천인 청개천이나 한강변에서 수많은 물고기들과 물새를 목격하고 살지만 거의 늘 보는 것이니 당연한 듯 여겼지만, 야생동물이 도시로 모여드는 이유는 사람들이 도시로 몰리는 이유와 상당히 유사합니다.

한마디로 먹고 살기가 좋다는 이유이죠. 하지만 우리는 이런 이유를 도시에 사는 사람에게만 적용했지 야생동물도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을 못했습니다.

저지는 인간사회에 도시가 발달한 이유가 먹을거리를 쉽게 찿을 수 있고 물을 쉽게 구할 수 있는 강이나 호수 주변에 주러 발달했다고 했고, 도시가 경제활동에 따라 먹을거리를 생산하기도 하고 다른 지역의 먹을거리가 모이기도 하기 때문에, 그리고 미국의 경우 도심(Downtown)과 교외(Suburbs)의 경계가 불분명(blurred)한 경우, 또 도시발달로 도심에 공원과 자연보호구역이 늘어나 야생동물의 이동이 용이해진 점도 지적하고 있습니다.

즉 사람들이 경제지리(Economic Geography)적 입지론을 입장에서 도시의 발달을 생각하고 그 도시발달의 혜택이 단지 인간 뿐만 아니라 도시 주위에 살고 있는 야생동물에게도 돌아간다는 말입니다.

이런 혜택을 알고 도시에 몰려들어 살기 시작한 야생동물들은 그들이 원래살던 자연환경과 다른 인공환경인 도시에 살기위해 환경에 적응(adaptation)을 시작하고 행동과 형태의 변이가 일어나기도 합니다.

즉 먹을거리가 풍부해 대체로 더 오래 살고, 사람과 마주치지 않기 위해 주로 밤에 활동(Nocturnal)을 하는 등 도시에서 인간과 같이 공존하기 위해 생리적으로나 행동적으로 변화를 보입니다.

책 후반부에 이런 도시에 사는 동물들이 환경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진화(evolution)가 일어나는 경우가 목격되었다고 합니다. 대체로 다윈(Charles Darwin)이 주장한 진화론은 생물들의 진화가 오랜시간동안 천천히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져왔는데, 일부 도시에 사는 야생동물들은 도시의 급격한 변화에 따라가기 위해 진화속도도 빨라졌다는 점입니다.

마지막으로 책의 물리적 상태에 대해 소개하려 합니다.

본문은 총 14장과 마지막 Coda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 장마다 미국의 도시에 살고 있는 하나의 야생동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릅니다.

서두에서 언급했다시피 단지 동물에 대한 이야기 뿐만 아니라 미국에서 어떻게 도시가 발달되었는지, 도심의 공원 (Parks)과 요세미티와 같은 국립공원(National Parks)가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그리고 야생동물 보존에 대해 미국은 어떤 입법과정을 거쳤는지, 도시의 정치적 사회적 변화가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그리고 최근의 COVID 19 pandemic과 기후변화가 도시에 사는 야생동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등 여러방면의 이야기들이 복합적으로 들어 있습니다.

저자는 특히 인간과 야생동물들이 어떻게 도시에서 공존(coexistence)할 수 있는 방안을 찿을까를 고민하고 있고 이 책을 집필한 목적이기도 합니다.

책 본문이 210쪽 정도니 작은 책이지만 저자가 집필에 5년이나 걸렸다고 하는 이유가 이런 다양한 분야를 망라하기 때문입니다. 2022년 캘리포니아대학 출판부에서 발간한 책인데 같은 해 한국어 번역본이 발간되었습니다.

어쩌다 숲, 피터 S. 알레고나 지음, 김지원 번역 ( 이케이북,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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