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에 활약한 문학평론가이자 영문학자인 최재서에 대한 평전입니다.
서강대 명예교수이신 김욱동선생의 연구서로 제가 읽은 선생의 첫책입니다.
2024년 출간되었고 본문 7장에 본문만 622쪽에 달합니다.
최재서의 어린시절부터 대학시절( 경제제대 법문학부 영문학 전공) 과 대학원 시절 그리고 스승인 일본의 시인 사토 기요시(佐藤清)와의 관계가 책의 전반부에 서술됩니다.
해방전까지 최재서가 문학비평가로 문예사조로서영국의 낭만주의(romanticism) 와 신고전주의를 소개하고 서구 특히 영국의 문예이론을 적용해 1930년대 당시 발표된 근대 시와 소설을 실천적으로 비평한 경우를 다릅니다.
김욱동선생께서는 일제강점기인 1920-30년대 당시 시로는 정지용, 소설로는 이태준 그리고 평론으로는 최재서를 뽑을만큼 평론분야에서 최재서를 높이 평가하셨기 때문에 그의 주요 활동인 평론에 대한 서술이 이 책에서도 큰 비중을 차지한 것 같습니다.
일제강점기 당시 식민지 지식인의 경우 일제말에 친일로 전향을 한 경우가 많았는데 최재서의 경우도 그랬습니다.
1937년 중일전쟁이 일어나고 나서 친일로 기울다가 1939년 태평양 전쟁이 발발한 이후 1920년대 이후 추구하던 문학을 포기하고 일제가 설정하고 강요한 노선에 따라 황도문학 (皇道文學)을 충실히 따르며 관변 잡지인 <인문평론> 편집을 주제하고 조선인 청년의 전쟁출병을 위한 강연과 간담회를 주최하는 등 적극적 친일에 가담합니다.
비록 제국대학 법학 전공출신들이 좀더 친일을 할 가능성이 컸다고 하나 최재서의 경우를 보면 매우 노골적으로 친일을 한것으로 평가되고, 이런 이유로 그가 해방이후 연세대/ 동국대/ 한양대에서 교편을 잡고 오로지 영문학 연구에만 매달리지 않았나 하는게 저자의 생각이신 것 같습니다. 자신의 친일전력에 대해 본인 스스로 입을 닫았던 겁니다.
이책의 제목이 < 천재와 반역> 인 것도 그래서 일제강점기를 살아온 식민지의 한 수재가 지식인으로 살면서 결국에는 일제에 협력할 수 밖에 없었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최재서가 해방이후 영문학 연구를 하면서 집필한 영문학사와 셰익스피어 연구에 대한 별도의 장에 소개했습니다. 1950년대 그 척박했던 시기 영국문학을 역사적 관점에서 소개하려는 시도를 했다는 사실은 경이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번역가로서의 최재서는 분량도 많지 않은 것이 그가 한국전쟁당시 호구지책으로 번역한 작품이 많고, 번역에 오류도 발견되어 번역가로서 선두적이기는 하지만 좋은 평가를 얻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 책은 최재서라는 일제강점기에 활약한 문학평론가에 대한 평전인 만큼 그가 나온 경성제2고보, 경성제대 법문학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일제강점 당시 일본에서 해외문학, 즉 영문학/ 불문학/ 독문학/ 노문학 등을 전공하고 문인과 교수로 활동하던 ‘ 해외문학파’와 최재서의 관계 그리고 1930년대 문학계를 양분했던 사회주의문학계열 ( 조선프롤레타리아예술가동맹,KAPF)과 이광수, 김동인, 염상섭 등으로 대표되는 민족주의 계열에 대한 대립관계가 소개되기도 합니다.
‘해외문학파’와 별개로 조선에 모더니즘을 표방하던 문필가 그룹도 존재했는데 시인 이상(李箱)과 소설가 박태원입니다.
최재서는 발표당시 이상과 박태원의 작품에 대한 평론도 남겼고, 최재서 자신도 영국의 낭만주의와 함께 T.S Elliot 으로 대표되는 신고전주의의 영향을 받았는데 이 신고전주의는 당시를 풍미하던 모더니즘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고 저자는 평가했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제1차세계대전이후 서구 지식계는 그들이 말하던 문명사회인 유럽에서 일어난 대량 살육으로( 수천만의 남성의 전사로 이 전쟁에 참전한 1890년대생들은 이후 lost generation 으로 불립니다) 충격을 받았고, 서구의 이성을 의심하고 해체하기에 이릅니다.
이후 영국에서는 줄거리보다 의식의 흐름을 따르는 모더니즘 소설이 나오게 되고 동시대 조선에서 이런 심리적 무기력을 가장 잘표현한 인물이 시인 이상과 소설가 박태원이라는 겁니다.
끝으로 책을 일다보니 발견한 최재서 관련 연구서 한권을 소개합니다. 작고하신 평론가 故 김윤식 선생의 최재서 연구서로 최재서가 일제에 협력한후 발행한 < 국민문학> 관련 연구입니다.
김윤식, 최재서의 <국민문학>과 사토 기요시 교수 (역락,2009)
끝으로 저자 김욱동교수님은 이전부터 이름을 들어보던 분으로 1990년대 ‘포스트모더니즘’이 소개되었을 때 자주 소개되던 분입니다. 책을 읽으면서 영문학 뿐만 아니라 한국문학, 일본문학에도 조예가 깊으신 것으로 보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