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간만에 나온 신경숙 작가님의 '모르는 여자들' 작가님 특유의 사람들을 바라보는 시선이나 감정을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않으면서도 책을 읽는내내 시종일관 먹먹한 느낌을 받게 한다. 저자가 8년 만에 출간한 '모르는 여자들'는 7편의 마스터피스라고 칭해도 좋을 단편 걸작들이다. '세상 끝의 신발'은 자신의 유년시절에 간직하고 있던 혈연이 관계가 아닌 의형제로 맺어졌다고 말해도 좋을 작은 작은아버지의 딸 순옥언니에 대한 애잔한 그리움을 떠오리는 이야기다. 순옥언니의 부츠를 몰래 숨기며 신발이 없으면 하룻밤 더 자고 갈거라고 생각 할 만큼 순옥언니에 대한 남다른 감정을 가지고 있던 주인공... 세월이 지나 그때를 돌아보며 가족들과 단절된 삶을 살아가는 자신의 모습을 만나게 된다. '화분이 있는 마당' 오래도록 연인 관계를 유지하던 남자는 인터뷰어란 직업을 가지고 있는 주인공에게 그녀와의 미래를 떠올릴 수 없다고 이별을 통보한다. 남자 친구의 이별로 인해서 말더듬이가 된 여자.. 자신의 집 옆으로 이사오는 사진작가 k.. 그는 앞마당에 여러가지를 화초를 심으며 자신이 출장을 떠나며 그녀에게 마당의 화초를 부탁하는데 주인공은 화초를 돌보며 서서히 자신을 회복해 가는 도중 마당에서 우연히 만난 미지의 여인에게 도움을 받게 되는데 그녀는.... '그는 지금 풀숲에서' 유달리 마음이 아팠던 이야기다. 주인공은 '외계인손증후군"을 왼손에 가지고 있는 여자의 남편이다. 맞선으로 만난 여자와 세번만에 청혼하고 결혼한 남자.. 까탈스러운 시어머님 수발을 다 들으며 묵묵히 성실한 삶을 살아온 아내가 갑자기 희귀병?에 걸린 것이 이해가 되지 않으며 자신의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왼손으로 인해서 아내가 겪어야 했던 고통을 외면한 남자... 그는 아내의 왼손에게 수시로 따귀를 맞는 수모를 견디지 못하고 아내 역시도 이런 자신을 감당할 수 없어 친정으로 내려가는데..... 여동생의 말을 들으며 남자는 자신이 한번도 아내에 입장에서 생각해 보지 못한 여러가지를 떠올리며 서서히 아내가 그와 결혼해서 살면서 얼마나 외로웠을지 생각해 보게 된다. '어두어진 후에' 자폐증을 앓고 있던 형과 엄마와 할머니.. 세 사람은 강도에게 끔찍한 살해를 당하는데 경찰은 오히려 범인으로 혼자 남은 동생을 의심한다. 자신에게 속해 있는 모든 가족을 잃어버린 남자의 방황... 그에게 인간의 따뜻한 정을 다시 느끼게 해주는 무뚝뚝하게 친절을 베푸는 여자.. 여자와 그녀의 가족을 보면서 용기를 내는데... '모르는 여자들'는 자신이 20년 전에 떠난 남자 채에게 만나자는 편지를 받게 된다. 병원에서 아픈 상태의 남편을 수발 들고 있는 여자는 지나간 사랑을 만나야하나 말아아야하나 고민을 하게 되고 채를 만난 자리에서 자신에게 내미는 노트 한권을 통해서 채의 가정사를 알게 된다. 채는 궁금하다 20년 전 약속 장소에 나와 놓고도 자신을 보고 도망갔던 여자의 심정이.... '모르는 여인들'의 주인공이 하는 이야기가 있다. 20대 보다는 30대가 좋고 30대 보다는 40대가 나쁘지 않다는 말... 난 가끔씩 딱 10년 전으로 돌아가고 싶을때가 있는데 주인공은 오히려 지금이 좋다고 한다. 주인공은 불안정한 상태의 연애 심리를 가지고 있던 시절에 비해 연애 감정에서 멀어지니 자유로워졌다고 한다. 비록 낭만이나 애틋하며 두근거리는 연애 감정은 사라졌어도 자신에게 남아 있는 쓸쓸한 자유가 오히려 더 자신을 평화롭게 한 다는것을... 누구나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허전함과 공허함, 상실감, 쓸쓸함과 불안전함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져 있는 모르는 여자들.. 나나 우리처럼 평범한 사람들의 가슴속에 간직한 이야기들을 튀지 않으면서도 차분하게 들려주고 있다는 느낌을 받은 책이다. 책을 읽으면서 나 자신도 모르게 잔잔한 감동과 함께 가슴이 먹먹함을 느꼈다.
연애를 하는 방식 중에 등줄기에 싸한 느낌을 받는 연애를 하고 싶은 사람이 있을까? 여기 잘생기고 여자들에게 인기도 많으며 의문투성이의 여자로 인해서 돈도 많이 번 호러마술사 마신우... 남들이 부러워하는 늘씬하고 이쁜 모델 여친을 버리고 기꺼이 달콤하며 오싹한 연애에 빠져 들기로 한다. 그의 연애상대는 의문투성이의 마술 파트너 강여리..이들의 연애는 순탄하게 진행될지 12월 극장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 '오싹한 연애'를 책으로 미리 만났다. 1년 전 마신우는 자신의 마술쇼를 보고 있는 새까만 생머리에 바지, 티셔츠, 신발까지 새까만 색으로 도배하고 유달리 창백한 여자를 웃겨주고 싶었던 객기와 호기심의 발동으로 그들은 만나게 된다. 나름 공연장 주변 지역에서는 알아주지만 지금처럼 큰 인기를 못 누리다가 강여리를 보고서 순간적으로 떠오른 이미지를 토대로 만들어진 마술쇼가 대박을 치게 되며 그를 유명인으로 올려 놓는다. 모든 회식 자리를 거부하는 여리에게 오기가 생긴 신우는 여리를 회식 자리에 참석하게 만들고 그녀의 예고대로 다른 사람들은 하기 힘든 와이셔츠 찢는 주사를 부리며 신우를 곤란하게 만든다. 다음날 여리가 사과의 전화를 걸다가 끊어진 통화로 인해서 자꾸 신경이 쓰이는 신우는 여리의 집을 찾게 되고 그곳에서 봤던 이웃집 소년이 자신의 집까지 쫓아온다. 소년의 출현으로 만나게 된 여리를 통해서 죽은 사람을 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여리가 간직한 비밀이 서서히 드러나면서 그녀에게 동정과 함께 안쓰러운 마음 등.. 복잡한 마음 상태에 빠지게 된다. 십여년 전 일어난 사고... 단짝 친구와 여리중 한명 만이 살 수 있는 상황에서 구급대원은 빛이 나는 여리를 구하는데.. 이후 여리를 둘러싼 모든 사람들은 그녀 주변에서 멀어질 수 밖에 없다. 그녀에게 다가가고 싶어도 다가갈 수 없게 만드는 현실을 묵묵히 받아 들이는 여리... 모든 것을 이해한 신우가 여리와 하게 되는 위험스런 연애는 해피엔딩을 맞을 수 있을지.. 작년인가 차태현이 출현한 '헬로우 고스트'를 재밌게 본 기억이 있다. 차태현에게 나타나는 사람들은 그가 어릴때 사고로 죽은 가족으로 그의 자살행각을 맞기 위해 나타난 사연이 너무나 재밌으면서도 감동적으로 보았던 기억이 있는데 '오싹한 연애'는 이와는 달리 살아난 소녀 여리 주변 사람들과 그녀가 행복해지는 것을 질투하는 유령(친구.. 주희)에 의해서 가족들과도 떨어지게 된 여리의 아픔이 고스란히 느껴져서 짠하게 느껴졌다. 영화의 장르 중에 로맨틱 코미디를 좋아한다. 마신우처럼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영화라서 좋기도 하지만 시종일관 밝은 분위기의 연애이야기라 보는내내 기분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영화 '오싹한 연애'는 마신우역의 이민기씨와 귀여운 캐릭터라고 느낀 강여리역의 손예진씨가 만나 기대를 모으고 있는 작품이다. '오싹한 연애'를 읽다가 중간중간 박장대소하게 만드는 부분들이 있다. 영화에서도 이런 부분들이 잘 표현되었을지 궁금하고 두 남녀 배우가 오싹하지만 따뜻함을 느끼게 하는 독특한 재미를 제대로 소화해 냈을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영화를 보고나면 책이 궁금하고 책을 읽고나면 영화가 궁금한데 책과 영화가 어떻게 다른지 궁금해서 개봉하면 영화관으로 달려가서 보고 싶은 영화다.
애니메이션 '슈렉'을 본 사람이라면 피오나 공주를 기억할 것이다. 우리가 어릴때부터 접했던 공주들은 하나같이 다 미모에 아름다운 몸매를 자랑한다. 성격 또한 착하고 순종적이며 멋진 왕자님들은 동화책의 공주들과 단숨에 사랑에 빠진다. 물론 이들의 결혼 이후의 삶을 보여주는 작품은 없다. 요즘이야 이뼈지고 싶어 성형수술을 하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이들을 보는 시선도 거부감이 없다. '행복한 동행'의 작품위에 작은 소제목으로 '피오나의 아름다운 이야기'라고 쓰여 있어 저자 자신을 슈렉의 피오나 공주를 지칭하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존의 공주 캐릭터에서 벗어나 자존심도 있고 자신이 하고 싶은 말과 행동을 하는 대장부 같은 피오나 공주... 책을 읽으며 저자가 피오나 공주를 닮은 모습일거라 상상을 하게 된다. 행복한 동행에 담고 있는 이야기는 우리의 이웃들이 보여주는 평범한 일상의 모습들이라 읽으면서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ㄱ도 했으며 추억이 떠오르기도 했고 잔잔한 감동을 받기도 했다. 저자 박금숙씨는 파워블로거라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저자의 블로그를 방문한다는 것은 그만큼 공감하는 부분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찌보면 평범한 하루의 일상 중 기억에 남는 것을 적어 놓은 것이 일기 같은데 이런 글들을 모르는 타인들과 공유하고 그들에게서 공감을 얻어낸다는 것은 지금 우리가 타인과의 소통을 인터넷으로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싶은 마음도 든다. 여러가지 사연들 중 결혼하고 살다보니 자연스럽게 남편에 대한 이야기에 관심이 가는데 저자의 남편은 자신의 생일 저녁에 며칠 있으면 아내의 생일이 다가오자 쑥 돈봉투를 건네며 "사고 싶은 사"라는 무뚝뚝하지만 속 깊은 말을 건네는 것이나 피오나가 결혼 후 엄마처럼 비상금을 챙겨 두었다가 남편이 힘들때 내밀었더니 아내의 돈을 안 쓴다며 저자의 기대했던 말과는 전혀 다른 했던 남편의 모습을 떠올리며 왜 자꾸 옆지와 겹쳐지는지..ㅎㅎ 마트에서 잃어버린 지갑을 찾아 주려는 아가씨의 진짜 목적을 보면서 기분이 씁쓸했으며 피서철 밀리는 해수욕장 화장실에서 다른 사람들을 생각해서 미리 지퍼를 내리고 기다리는 유쾌한 할머니들의 모습은 나를 박장대소하게 했다. 언니가 남자 친구를 만나러 가는 자리에 동승해서 처음 먹어본 돈까스를 먹을 줄 몰라하는 나를 보며 언니의 남친의 짓궂은 장난이나 결혼 후 한번도 자신의 생일 챙기지 못하는 언니를 보면서 자신도 결혼 초 비슷한 일을 겪으며 11월말 되면 언니 생각에 가슴이 아프다는 글에는 저절로 공감이 가고 짠한 마음이 들었다. 나역시도 결혼하고 특별히 생일을 기억하지 않고 지낸다. 친정에 살 때부터 아침에 미역국이 올라오면 그냥 누구의 생일인지 알게 될 때도 있었는데 결혼 후 남편도 자신의 생일은 내가 챙기니 신경을 안 쓰지만 내 생일도 잊어 먹어 이제는 결혼 초 처음에 가졌던 서운함도 어느새 자취를 감추고 어쩌다 한번씩 기억해 주는 것이 오히려 고맙게 느껴질 정도다. 이외에도 갈수록 심해지는 건망증으로 이제는 나보다 식구들이 가스나 문 단속을 더 챙기는데 저자 역시도 나만큼이나 만만치 않은 건망증을 보여주고 있다. 책 속에 담긴 이야기들은 다 나의 일상과 닮아 있어 편안하면서 공감하며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사람들이 저자의 블로그를 찾는 이유가 거창하거나 멋진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내 이야기 같고 내 주변의 이야기 같은 공감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우리는 갈수록 사람들과의 관계가 삭막해지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을 한다. 이웃과 정을 쌓고 나누는 것은 이웃과 내가 서로 양보하고 보듬으며 따뜻한 마음으로 연결될 때 가능하다. 행복한 동행을 통해서 그동안 멀게만 느껴졌던 이웃을 생각해 보고 나와 내 가족을 떠올려 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작가의 역량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환경문제를 다룬 스릴러 소설들을 여러번 접했지만 근래들어 저자 장 크리스토프 뤼팽처럼 흡입력 강한 스토리를 만나지 못했는데 나의 이런 아쉬움을 단번에 해갈시켜주는 멋진 작품이다. 저자의 경력도 화려하다. 현직 의사로 '국경 없는 의사회'의 부회장을 지냈으며 국제 기아퇴치기구 명예의장으로 있다는 것만 보아도 그가 가난한 나라의 사람들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생각들을 충분히 읽을 수 있다. 폴란드 서부 도시의 한 생물학 연구소에 동물 보호단체 소속의 사람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나타나 경비원들의 교대시간을 이용해서 철창 안에 갇혀 있는 동물들을 풀어주며 실험실을 엉망으로 망가뜨리고 연구소 안쪽 냉장고에 보관되어 있던 빨간색 플라스크 한개만 가지고 간다. 이 사건이 극소수의 사람들의 이목을 끌게 된 것은 스프레이를 이용 벽에 쓰여진 글씨 때문이다. 전직 CIA 요원이었으며 의사로 일하고 있는 폴을 찾아 온 CIA 고위간부 아치볼드는 폴란드 생물학 연구소 사건을 맡아 줄 것을 권유한다. 폴란드로 날아간 폴은 연구소 소장에게서 듣게 된 말을 토대로 나름의 추리를 시작하며 이 사건을 같이 해결할 자신의 전 애인이며 최고의 요원이였던 케리를 부른다. 어린시절부터 아버지의 강압적인 태도에 주눅이 들었던 쥘리에트는 조나탕을 만나면서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그들이 벌이는 활동을 통해 점차 자신감을 회복하게 되었다. 조나탕에 의해서 이루어진 생물학 연구소 파괴 이면에 감추어둔 비밀을 알고 싶은 쥘리에트는 조나탕을 제치고 그에게 일을 맡겨던 사람중 한명을 만나기로 한다. 그들은 쥘리에트가 가지고 있는 생각이나 행동을 시험하며 마침내 '신 포식자 집단'의 리더 테드 해로우를 만나게 된다. 쥘리에트는 해로우를 통해서 자연과 인간이 하나되는 힘을 느끼게 되고 그에게 묘한 매력을 느끼게 된다. 자신의 가정환경으로 인해 인디언의 삶 속으로 빠져 들었던 해로우.. 그는 자꾸만 늘어나는 인구 증가로 인해 자연이 파괴되는 것을 저지 시켜려는 생각을 갖고 쥘리에트가 연구소에서 가져온 빨간색 플라스크에 담겨진 콜레라 변형 바이러스를 이용 인구 증가에 커다란 부분을 차지하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퍼트리기로 한다. 20억의 인구 중에 50%의 인구를 죽이려는 무서운 계획 폴과 케리는 환경단체 '원어스'에서 나간 '신 포식자 집단'에 구성원과 사람들에 대해서 알아본다. 이들을 움직이게 한 근본적인 생각을 심어준 프릿츠 교수의 67년 세미나에 참석했던 인물들을 중심으로 진실에 가까이 접근하는데... 해로우의 계획을 맞으려던 폴과 케리를 권력의 힘으로 그만두게 하는 사람들은 누구이며 엄청난 돈을 필요로 하는 신 포식자 집단을 후원하는 인물은 누구인지.. 권력도 좌지우지하는 돈의 위력이 점차 정체를 드러내는데...... 지금도 계속해서 인구는 증가하고 있다. 얼마전에 지구의 인구가 60억 넘어 조만간 70억 인구에 다가서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인구 증가는 분명 자연을 훼손하고 파괴하는 주범인 것은 사실이다. 선진국의 일부 급진 세력들은 인구 증가의 원인을 계발도상국의 영향이라고 보고 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지금도 브라질의 아마존을 비롯 열대림의 대부분을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 훼손시키는 사람들은 자국민 같아 보이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선진국의 돈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갈수록 늘어나는 인구로 인해서 지구가 위험에 처해진것을 어떻게 막아야하는가? 지금도 가난한 사람들이 굶어 죽어가고 있는 식량부족 현실과 무분별한 자연 파괴로 인해서 지구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예상치 못한 재난들은 우리가 이대로 계속해서 자연을 파괴 한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지는 쉽게 짐작할 수 있다. 환경문제에 대한 경고성을 담고 있으면서도 이야기가 흥미진진해서 나도 모르게 빠져들게 한 책이다. 세계 여러나라를 종횡무진 넘나들며 스토리를 박진감 있게 진행하고 있는 '아담의 향기'.. 스릴러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이 책을 놓치면 후회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로맨스 소설을 좋아한다. '두번째 기회'처럼 시공간을 넘나드는 이야기를 소재로 한 로맨스 소설뿐만아니라 로맨스 소설 속에 빠져 밤을 새운 적도 많고 지금도 여전히 재밌다고 느낀 로맨스 소설은 사서 모이고 있을 정도다. '두번째 기회'는 책표지에서 보여지듯 아름다운 소녀와 무심한듯 보이는 소년은 이 소설이 청소년 소설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4백년 전의 15살의 소년과 소녀가 운명적 사랑을 하였다가 이별을 맞게 되고 시간이 흘러 21세기에 운명처럼 다시 만난게 된 이야기 저자 파트릭 코뱅의 작품을 접해 본 적이 없었는데 영화로 만들어진 '리틀 로망스' '사랑한다면 이들처럼'의 원작자라고 한다. 이 책은 그가 죽기 전에 남긴 마지막 작품이라고 하며 감성이 풍부한 소설을 쓰는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등학교 1학년의 제피랭은 갑자기 일기를 쓰기로 마음을 먹는다. 공부를 많이하고 학교 교사로 재직중인 엄마가 있는데도 그의 학업 성적은 영 별로다. 남들이 보기에 잘 생긴 외모를 가지고 있지만 의외로 소심하고 자신감 부족으로 여자친구도 없다. 어느날 학교에서 가게 된 루브르 박물관 견학에서 미술선생님의 설명을 듣지 않고 자신의 발이 이끄는 곳에 들어 갔다가 보게 된 4백년 전의 소녀의 초상화... 초상화 앞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팔에 상해를 입게 된 제피랭은 놀라서 기절을 하게 된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상해로 인해서 경찰관과 심리치료사까지 만나지만 자신의 말을 믿어주지 않는 사람들로 인해서 답답하기만 하다. 박물관에서 본 소녀의 초상화를 잊을 수 없었던 제패랭은 소녀의 초상화를 보러 가던 중 그림을 그린 화가와 이름이 같은 사람의 사진관을 발견하고 그곳에서 초상화의 소녀의 사진을 다시 보게 된다. 다시한번 소녀를 만나기 위해서 노력하는 제패랭 앞에 소녀 로랑스가 모습을 드러낸다. 짧은 로랑스와의 만남으로 행복감과 함께 정신적 혼란을 겪게 되지만 다시 만날 약속을 하고 헤어지는데.... 다시 만난 로랑스는 골동품을 수집하는 아버지 덕에 알게 된 사실을 제패랭에게 들러주며 두사람을 미행하는 의문의 사람에 의해서 죽을 고비를 맞기도 한다. 4백년 전의 초상화 속의 남녀는 로랑스와 제패랭 자신... 이 모든 현상과 의문의 남자의 위협에서 벗어나고자 제패랭을 걱정하는 경찰관에게 연락을 하게 되고 경찰관은 나름의 방식으로 이 모든 사실 속에 감추어둔 비밀을 밝혀줄 사람을 알려주는데....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위대한 과학자와 수학자보다 뛰어난 머리를 가진 인물에 의해서 밝혀진 시공간의 비밀.. 청소년 소설이지만 달달한 로맨스 소설을 좋아하는데 이 소설도 이런 나의 기호를 충족시키는 작품이다. 운명적으로 맺어진 제패랭과 로랑스.. 그들은 서로를 너무나 열렬히 그리워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기에 21세기 현재에 다시 환생을 해서 만나게 된다는 것이 너무나 로맨틱하고 아름답게 느껴지기도 했다. 저자 파트릭 코뱅은 70살을 넘은 나이에 이렇듯 풋풋하고 발랄하며 흥미진진한 청소년 로맨스 소설을 썼다는데 다시한번 놀라게 됐으며 그의 다른 작품들에 저절로 관심이 간다. 나에게도 전생에 못 다한 사랑이나 만나야 할 운명이 존재한다면 그것이 두번째 기회로 이어질지.. 책을 덮고 나니 갑자기 궁금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