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인트 (반양장) - 제12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창비청소년문학 89
이희영 지음 / 창비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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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핏줄로 굳어진 전통적 가족의 의미를 벗어나 공동체로서 가족의 범위를 확대한 어느 가족의 끈끈한 유대가 상영관을 꽉 채웠다. 혈연으로 맺어진 가족 구성원은 아니지만 그들만의 생활방식으로 가정을 이루고 살다 흩어지기도 하지만 서로에게 힘을 주는 관계로 이어진다. 급변하는 시대에 등장하는 가족의 형태도 다양하게 분화되고 있다. 연애는 필수이고 결혼은 선택이라는 유행가 가사처럼 비혼을 선언하는 이들, 부부가 결혼해도 자식은 낳지 않는 이들, 자식을 낳았지만 양육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 이들이 늘고 있다. 출산율 저하와 고령 인구 증가에 따른 인구 절벽 시대에 국가에서 센터를 설립해 아이를 키워 주는 양육 공동체(NC센터)’에서 자녀 입양을 위한 부모 면접 중심으로 이야기는 전개된다.

 

   ‘너희 모두에게 좋은 부모를 소개해 주는 것이 우리의 의무다.’

   방과 욕실을 제외한 곳곳에 감시카메라가 설치되어 센터 아이들이 문제를 일으키면 벌점으로 기록되어 부모 면접권 자체를 박탈하며 인성 함양을 도모하였다. 좋은 부모를 만나려면 먼저 좋은 아이가 되어야 한다는 센터 담당자들은 규율과 통제로 아이들을 관리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존재하지만 센터의 실적을 올리는 일에는 열을 내지 않는다. 부모 면접을 보러 온 사람들이 어떤지 센터 아이에게 알려 줘야 했다. 부모 인터뷰를 통해 아이와 부모가 행복한 가족으로 자리할 수 있는지 살피는 일은 입양 가정을 선택할 아이의 몫이다. 부모 면접 응시원서를 낸 부모의 서류를 살핀 뒤 부모를 서너 번 만나 인터뷰를 하고 한 달 합숙하며 가족으로 자리할 수 있을지 관찰하고 살핀다.

 

   폭군 아버지 밑에서 자란 박은 NC센터의 센터 장으로 어려운 아이들이 가정이라는 울타리를 멋지게 이뤄 남다른 경험 속에 자신의 빛깔을 찾기를 바랐다. 박은 죽음을 앞둔 아버지의 소식을 접하고는 번민에 휩싸였다. 세상에서 없어지기를 바랐던 아버지를 용서할 수 없었지만 죽음을 목전에 둔 아버지를 용서함으로써 자기 번민에서 조금씩 벗어날 수 있었다. 센터 자리를 비운 적이 없던 박이 심경을 정리하느라 센터를 비우면서 그의 후배 최, 제누, 아키와 노아는 현상 이면의 본질을 파악하는 일이 쉽지 않음을 알아차린다. 그동안 봐왔던 일들을 조합하여 한 사람을 이해하고 있다고 여기며 섣불리 그 사람을 판단하며 지내온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되었다.

 

    17세 소년 제누는 사려 깊은 이로 어른보다 더 어른스러운 언행으로 센터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의 본이 되었다. 성년이 되기 전 센터를 떠나 생활해야 하는 부담은 있지만 제누는 부모 선택에 신중하였다. 부모 페인트에 응하지 않았던 그는 하나와 해오름부부를 보고 자발적으로 페인트를 신청하고 부모 면접을 보았지만 부부에게 합격점을 주지 않았다. 아이 입양으로 얻을 경제적인 혜택을 앞세우는 이들과는 다른 인간적인 면이 돋보였지만 부모 면접은 결렬되어 센터를 떠나지 못하였다. 제누는 그를 친형처럼 따르는 아키와 센터에서의 삶을 공유하며 아무도 스스로를 차별하지 않는 곳에서 새로운 삶을 살 수 있기를 서로 희망했다.

 

   선택할 여지도 없이 한 가정에 태어나 경제적인 자립으로 독립적인 생활이 가능할 때까지 자식을 뒷바라지하며 부모 됨됨이에 대한 생각은 자주 하지 못하였다. 애비 없는 자식이라는 말을 들으면 안 된다는 말을 명언처럼 새기며 스스로를 옥죄며 지냈던 청소년기, 어머니는 엄한 가르침으로 남매를 길렀다. 남들에게 손가락질 안 받고 지내야 한다며 딸의 마음이 어떤지 헤아리며 사춘기 방황을 달래주기는커녕 집안일을 잘하는 옆집 아이처럼 밥상을 잘 차라기를 바랐다. 남몰래 뒤란으로 가서 눈물을 훔치며 왜 이런 집에 태어나 고생이냐며 신세를 한탄하곤 했다.

 

   사회 초년생으로 모든 것이 낯설고 익숙지 않은 때 만난 사람과 짧은 연애를 하고 결혼하여 딸과 아들의 어머니로 살아온 세월이 서른 해가 가깝지만 여전히 어머니 역할은 쉽지 않다. 한 고비를 지나면 또 맞닥뜨리게 되는 벽들이 있어 몰랐던 것들을 끊임없이 해결하며 깨닫는 여정에 삶이 존재하는지도 모른다. 자녀가 타인의 잣대에 휘둘리지 않을 자신으로 오롯한 인생을 살아가는 일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부모는 기쁠 것이다. 전통적인 가족 형태를 벗어나 또 다른 가족으로 서로 유대하며 공동체적 삶을 살아가기까지 부모 면접은 여러 유형으로 존속될 것이다. 3학년 아이들과 함께 소설을 읽으며 지금의 가족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앞으로 가족을 이룬다면 어떤 가족이었으면 하는지 고민하던 시간은 불쑥불쑥 떠올라 삶의 위로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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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트 사자의 서 - 개정 완역
빠드마쌈바와 지음, 중암 옮김 / 불광출판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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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백의 세월을 보내면서 남은 생이 그리 길지 않음을 알아차린다. 탄생과 함께 시작된 인생은 끝을 모르는 죽음으로 향하는 길처럼 여겨진다. 지난1월 중순, 아무런 준비도 없이 혈육을 멀리 떠나보내고 남은 식구들은 비탄과 통한으로 일상을 잇는 일조차 쉽지 않았다. 하고 싶은 것, 가고 싶은 곳도 많았을 망자를 생각하며 49일 동안 기도하였다. 밤에 숙소로 돌아와 잠을 청하였는데 이튿날 깨어나지 못한 채 영면한 느닷없는 죽음에 고인도 기가 막혀 말도 안 나왔을 것이다.

 

   태어나는 순서는 있어도 가는 순서는 없다는 노인들 말이 지금처럼 피부로 와 닿은 적도 없다. 한 치 앞을 모르고 영원히 살 것처럼 몸을 바쁘게 굴리더니 이승에서의 고단한 몸은 한 줌의 뼛가루로 유골함에 담겨 방문객들을 맞는다. 많은 이들의 부고(訃告)를 받고 조읠표하며 살아왔으면서도 정작 자신의 혈육이 곁을 떠나게 될 줄은 몰랐다. 현세의 업력에 따라 육도 윤회함을 믿으면서도 죽음 이후의 세계에 대한 의구심은 <<티베트 사자의 서>>를 찾게 하였다.

 

   아무것도 눈에 안 들어오고 책을 읽을 힘조차 없지만 혈육의 죽음 이후 죽음을 배우며 현세의 삶을 좀 더 잘 살기 위한 방편으로 진언과 함께 실린 글을 읽었다. 경험치 못한 세계로 넘어갈 준비를 마친 망자는 자신이 죽었음을 알아차리는 일이 힘들다. 집 주위를 맴돌며 사랑하는 가족을 바라보지만 아무도 망자를 보지 못한다. 중간계에 머물며 환생 처를 찾는 망자는 마치 집을 잃은 자가 낯선 광장에 외로이 있는 것처럼 혼란스런 상태를 잠재울 은신처를 간절히 찾는다. 망자들은 중간 상태에서 49일을 보내지만 업의 경중에 따라 그 시간이 짧아질 수도 있다

 

   중간 상태에 놓인 죽은 자는 방향을 잃고 헤매는 것처럼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지 못한다. 배가 고프지만 먹을 수도 없고 그저 향기만 맡을 뿐이다. 49일 뒤에, 가족과 친구들의 행동은 그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 임종 전부터 망자를 위해 기도하며 죽은 자가 좋은 세상으로 갈 수 있게 이끌어야 한다.

   ‘세상이란 윤회의 바다가 환상이듯

   유위의 일체법은 영원하지 못하여.

   자성이 공하고 자아마저 없음에도

   이것을 모르는 어린애 같은 범부들!’

   위의 구절처럼 자성이 공함을 모른 채 지내 온 시간을 반성하며 몸과 말, 뜻의 삼문(三門)의 선업 닦기를 분발해야 함을 일깨운다. 생명이 다해 몸이 바뀜에 따라 청정한 법성의 바르도의 광경이 출현할 때, 두려운 바르도의 험로에서 구원하여 주기를 발원하는 기도로 붓다의 정등각지로 인도하길 염한다.

 

   스승은 죽은 자의 눈앞에 나타나는 현상은 모두 스스로 만든 환영일 뿐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려 부정한 자궁 문으로 들어가지 않도록 당부한다. 수행의 근기에 부합하는 맞춤형 해탈 방법을 단계별로 실어 임종을 앞둔 때, 경을 읽어주면 좋을 듯하다. 생명이 다하는 최후의 순간 반드시 읽어야 하는 경전으로 여기는 티베트 사자의 서는 죽음과 삶의 한계를 넘어서는 위로와 희망을 전한다. 살아 있는 동안 자신이 한 일이 죽음과 죽은 후 가야 하는 곳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가늠할 수 있다. 사람의 몸도 업력에 의해 생겨난 유위법인 까닭에 생로병사(生老病死)의 고통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한 번 태어나면 죽음으로 삶을 마무리하는 유한한 시간이 갖는 의미를 천착하고, 소중한 시간을 가치 있게 보내기 위해 어떻게 살아야할 것인지 생각하며 하루하루를 보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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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보는 마음
김유담 지음 / 민음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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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방둥이인 어머니는 가부장적인 질서가 엄존했던 시대에 시어머님을 모시면서 세 살 터울인 오누이를 돌봐야 했다. 둘째 며느리임에도 불구하고 돌연한 일로 젊은 남편을 멀리 떠나보내고, 생계유지를 위한 경제활동을 병행하며 쉴 틈 없이 이어지는 돌봄에 지칠 겨를도 없었다. 스물여덟 나이부터 시작된 돌봄은 일흔 여덟인 지금까지 끝이 나지 않았다. 어느새 50을 훌쩍 넘긴 중년의 자식들을 걱정하며 상처를 안고 사는 딸을 돌본다. ‘특별재난구역속 일남은 출산 후 병을 앓다 세상을 뜬 어머니를 대신해 열 살 때부터 부엌살림을 도맡으면서 시작된 가족 돌봄은 손녀까지 양육해야 했다. 아들의 공무원 합격을 바라며 손녀 가영을 돌보는 일남은 중증 치매로 요양병원에서 지내는 아버지를 챙기느라 바빴고 별세한 아버지 곁을 지켰다.

 

   대추나무 집으로 통하는 집의 대추는 살이 차올라 한 입 베어 물면 입 안 가득 달콤함이 퍼진다. 할머니는 중병으로 입원 치료를 받는 중에도 손자 영석의 병문안에 반색하며 마당 귀퉁이에 자리한 대추를 맛보고 싶은 바람을 드러냈다. 지금은 남의 집이 되어 외부인 출입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손자와 손녀는 할머니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모험에 나섰다. 알이 굵은 대추를 손에 넣고 병원으로 향하며 할머니가 중병으로 고통 받지 않고 돌아가시길 바라는 마음을 드러내는 영석을 보며 누군가를 돌보는 일이 고통의 시간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자 씁쓸해진다. 평생 한량처럼 살아온 남편을 대신해 가사를 책임지고 살아온 입원속 분례는 남편의 갖은 폭력을 욕하면서도 치매를 앓는 시아버지와 귀 어두운 시어머니를 돌보며 지냈다.

  ‘오늘 당신은 그곳에 가게 될 거라고, 그곳이 당신의 마지막 장소가 될 거라고......’

  치매 중증으로 요양병원 입원을 앞둔 남편을 향한 아내의 외마디는 돌봄의 끝을 예비하고 있다.

 

  열 달 동안 아이를 뱃속에 품었다 산고(産苦)를 겪으며 아이를 양육하는 과정은 녹록지가 않다. 한 생명체가 세상에 나오면서부터 부모의 시간은 아이들을 챙기며 돌보는 시간으로 채워진다. 엄마는 처음이라 쉽지 않은 때, 온라인 카페를 중심으로 한 정보 교환은 어둠을 밝히는 등불처럼 자리한다. 걸어보지 못한 길을 걸을 때면 내키지 않을 때도 있지만 엄마이기에 용기 내어 지금 이 길을 걸어가야 할 때가 있다. 산후조리원에서 제일 인정받는 여자는 젖 잘 나오는 산모라는 말을 서슴지 않는 조리원 천국에 머물며 산후 조리하는 산모들의 경쟁 심리는 천국 이면의 지옥을 떠올리게 한다. 상황에 따라 달리 생각될 수 있는 공간에서 벌어지는 세계 속 진풍경은 익숙지 않은 길을 걸어가는 데 소소한 힘을 불어넣는다.

 

  눈치 안 보고 육아휴직을 챙길 수 있는 직장인이더라도 자아실현과 자녀 양육 사이의 괴리가 커질수록 이상과 현실의 거리는 멀어진다. 마흔 넘어 어렵게 얻은 딸을 키우다 회사 복직을 앞두고 아이를 돌봐 줄 베이비시터를 고용하기를 반복하는 미연의 무거운 일상을 담은 돌보는 마음은 워킹 맘의 비애가 드러난다. 직장 여성이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베이비시터라 여겼던 남희가 치매 걸린 시모를 학대하는 광경을 보고 아연실색하는 대목은 섬뜩함을 부른다.

남아를 키우는 정윤은 온라인 카페에서 띠 동갑 혜미와 소통하는 일이 잦아졌다. 두 달 차이로 태어난 아들을 키우는 공통점은 띠 동갑 나이 차가 무색할 정도다. 정윤은 손끝이 야무지고 살림 솜씨가 좋은 혜미를 보며 절대적인 희생과 엄청난 노동을 요구하는 육아의 본을 보는 듯했다. 하지만 정윤은 만남의 기회가 늘어날수록 소비를 줄이며 살뜰하게 살림하는 혜미의 극도의 개인주의에 염증을 내며 내 이웃과의 거리를 확보하기에 이른다.

 

  딸이 엄마처럼 살지 않기를 바라며 엄마는 딸에게 고소득 전문직 여성으로 안정적인 직장에서 일하기를 바랐다. 의대나 약대에 진학하여 걱정 없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며 부를 쌓기를 바라던 엄마 기대를 저버린 딸은 사회학과에 진학하여 기자로 생활하다 결혼하였다. 연애 시절 비슷한 관심사로 서로 소통하며 교감하던 시간은 결혼 후 종적을 감췄고, 그 자리에는 시댁을 찾아 함께 음식을 나누고 치우는 일로 채워졌다. 주말에는 집에서 쉬며 에너지를 충전하고 싶다고 말하는 아내의 마음을 헤아리지 않는 남편과 결혼 생활을 지속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서로의 의견에 귀 기울이며 배려하지 못한 점을 뉘우치던 연인도 현실적 무게에 봉착해서인지 크고 작은 마찰은 부서진 조각처럼 이어붙이기 힘들어지고 만다. ‘()’과는 점점 멀어진 채............

 

  살다 보면 의도하지 않은 대로 삶이 흘러갈 때가 왕왕 있다. 결혼 후 아이를 낳고 양육에 힘쓰던 주인공은 사고로 아이를 잃은 뒤 아이 하나도 제대로 건사하지 못하는 문제 엄마로 낙인찍힌 채 이혼하였다. 아이를 잃은 상실감으로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있을 엄마는 몹쓸 엄마로 익숙한 공간에서 살아갈 수 있는 에너지조차 고갈되어 머나먼 이국에서 새로운 생각을 써내려가야 하는 현실이 처연하다. ‘연주의 절반에서 연주는 꺾인 생의 절반을 조심스레 꺼내어 결혼이라는 격식을 차리지 않은 대신 비혼모를 선택하여 유튜버로 활동하며 잊고 지낸 꿈을 찾아 나섰다.


   유교적 가르침이 지배적인 전근대적 사회보다 현대사회에서의 여성은 인권을 존중받으며 제 목소리를 내며 지낸다고 하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이 산재한다. 남편과의 졸혼을 결심한 아내는 태풍 주의보가 발령된 날, 독신주의였던 시누이가 나이 많은 남자의 재처로 들어간 사연들을 들으며 일순 흔들리기도 했지만 마음을 다잡는다. 현실적 당위성을 강조하는 남편은 마음의 소리를 내는 아내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이불 먼지를 털면서 베란다 너머로 뛰어내리고 싶은 충동에 휩싸여 한참을 서있었던 아내의 외로움을 살피며 육아의 어려움을 함께 나누려는 남편의 돌봄은 환상 속에서나 가능한 것일까?


  배우 오디션을 보러 다니던 경자가 권력자의 첩이 되어 나타났을 때 보인 가족들의 냉대는 그녀의 걸음마저 얼어붙게 하였다. 하지만 구치소에 감금된 아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모를 찾았을 때의 반응은 절연에 가까워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결혼 후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여성들의 삶의 애환이 슬픈 미소로 화답한다. 누군가를 돌보며 살아가는 이들의 마음은 여러 빛깔로 채색될진대 칙칙한 빛을 짙게 드리운 삶의 그림자는 쉽지 않은 인생에 새로운 시도를 부추긴다. 잊고 지낸 자아의 본질을 찾아 정체성을 탐구하고, 자신이 원하는 바대로 살아갈 힘을 불어넣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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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 ㅅㅅㅎ - 제1회 사계절그림책상 대상 수상작 사계절 그림책
김지영 지음 / 사계절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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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잘것없는 하루를 보내며 지난 시간을 들여다본다. 사소한 한마디에 상처를 입고 속상해 하다가도 마음을 바꿔 먹는다. 타인은 나의 적이라는 말을 떠올리며 상대의 언행에 휘둘리지 말자고 자신을 다독인다. 딴에는 신경 써서 보고서를 작성해 올렸는데, 요일이 틀렸다는 질책과 함께 전해진 상사의 싸늘한 시선은 불편함이 따른다. 타인의 실수에 관대하지 않은 사람의 본바탕에는 타인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자리함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고인 물에서 오랫동안 상사의 자리에 앉아 자신이 생각하는 기준에 어긋나면 그릇된 것으로 매도하면서 한 사람의 과적을 내리깎는 경우를 종종 봐 와서인지 달갑지 않다.

 

   이를 속상해하다가도 스트레스받는 자신만 손해라는 생각에 마음을 다잡는다. 사소한 일로 치부하고 수정할 수 있는 것도 일일이 간섭하며 지금의 일까지 시시한 일로 만들어버리는 정황을 포착하며 <<내 마음 ㅅㅅㅎ>>을 보며 웃고 만다. 분홍색과 파란색이 어우러진 표지 속 아이의 마음은 자음 초성 ㅅㅅㅎ로 마음 상태를 드러낸다. 감정이 드러나는 표정에는 아이의 마음이 투영되어 지금의 심리 상황을 말해준다.

 

   낯은 알아도 마음은 모른다는 속담처럼 내 마음을 스스로 알아차리기 힘들 때가 있다. 연륜이 있는 어른으로 마음이 요동칠 때면 당혹스러워진다. 마음에서 불길처럼 솟는 분노를 다스리기 위해 깊은 호흡으로 마음을 다스리는 일조차 쉽지 않다. 아이나 어른이나 마음은 수시로 변하여 마음 상태를 가늠하기 힘들어 마음을 알 길이 없다고 하소연한다.

 

   달콤한 아이스크림을 먹다가도 심심하고, 뭘 해도 시시해진 아이는 하루에도 여러 차례 변화하는 마음을 따라잡기가 쉽지 않지만 새롭게 변화를 주며 마음의 흐름을 좇는다. 아이는 자신만 쏙 빼고 이야기하는 친구들을 보면 섭섭하면서도 함께 말하고 싶은 마음을 몰라주는 이들에게 속상함을 드러내면서도 그 감정에 빠져들어 허우적거리지 않는다. 아이는 혼자 방 안에 웅크리고 앉아 소심해져 있다가도 심심하면 상상하는 세계로 들어가 신선함을 느끼며 생생한 놀이에 흥겨워하다 씩씩해지는 과정이 이채롭다.

 

   자음 초성 ㅅㅅㅎ으로 이뤄진 형용사는 마음의 상태를 담고 있다. 긍정적인 태도보다는 부정적인 성향이 드러나는 정서에 머무르지 않는 아이는 혼자 있는 시간을 어떻게 보내면 좋을 것인지 궁리한다. 아이는 체계적이고 논리적이지는 않더라도 눈앞의 현상을 뒤집는 상상으로 생생함을 회복하는 과정에 신나 있다. 별반 다를 게 없는 일상의 반복에 시시해 있던 어른에게 가지 않은 길을 상상하는 활동으로 싱싱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에너지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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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은 내가 결정합니다 - 내 감정의 주인이 되는 자기결정권 연습
정정엽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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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세대의 가장 위대한 발견은 자신의 마음가짐을 바꿈으로써 삶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이다.’

   윌리엄 제임스의 한마디는 고착화된 습관대로 사는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머리로는 변화를 추구하며 새로운 시도를 꾀하지만 현실은 편한 대로 살던 방식대로 살아가려는 경향이 크다자신의 부족함을 채우느라 앞만 보고 달려온 이들에게 저자는 잠깐 멈추고 오던 길을 되짚어 보라고 권한다무엇을 채울 것인가 고민하기 전에 먼저 마음의 빈 공간을 점검하며 심리학적 관점에서 자신을 보며 남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삶의 결정권을 결정권자인 나에게 돌려주는 일은 주의 편향에서 벗어나 자기감을 찾는 여정의 출발이다.

 

   남편을 저세상으로 떠나보낸 뒤 일벌레처럼 생활해 온 어머니의 눈에 나지 않기 위해 자신의 욕구를 억압하며 지내온 시간이 연민으로 다가온다부모의 보호 아래 학교를 오가며 맡은 일에 충실한 친구를 부러워하며 자기 연민에 져 지내다가도 집안 살림을 돕고 현실을 수용하며 지냈다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을 의식 밖으로 밀어내며 어머니의 결정에 따라 지냈던 시절을 벗어나 홀로 생활하며 자유를 누렸을 때의 기쁨은 배가 되었다어머니 품을 벗어나 독립된 생활을 이으며 무엇인가를 지키지 못하였을 때에는 죄책감을 느낄 때도 있었지만 홀로 지내면서 스스로를 통제하고 조절하며 삶은 지속되는 것이라 여겼다.

 

   생활 반경이 다르고 생각이 다양한 사람들과 종횡으로 만나 교유하며 지내는 동안 감정의 파고는 방어벽을 넘나들었다감정은 행동을 유발하고 행동은 감정을 해소시키며 살아가는 지금감정을 제대로 만나야 상황에 맞는 올바른 판단이 가능해진다아동기부터 형성되기 시작하는 스키마는 부모의 가르침과 양육 방식외상 경험성공과 실패가 주는 경험 등에 영향을 받는다타인과 안정적인 애착관계를 형성한 경험이 적으면 정서적 박탈감은 더할 테고 안정적 애착을 희구하게 될 것이다자신의 존재와 욕구를 억압하며 남들이 보기에 괜찮은 삶을 살기 위해 온힘을 쏟아 왔다면 이제는 삶의 주도권을 자신에게 돌려주어야 한다.

 

   유아기를 거치며 타인의 존재를 인식하고그들과 내가 분리되어 있다는 사실을 경험하며 자아 경계를 만들어간다이렇게 형성된 자아 경계는 자기감으로 연결되는 만큼 소소한 의사결정 습관을 쌓으며 자기결정권을 형성해 일관성 있는 삶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죽음의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빅터 프랭클은 어떤 상황에서도 의미를 찾아 나서는 일에 집중하였고절망적 상황에서도 무엇인가를 창조하며 시련을 감내해왔다나아가고자 하는 삶의 방향으로 목적을 설정하고 삶의 의미를 찾으며 극한의 공간에서 생존할 수 있었다타인에게 죄의식열등감공격성 같은 감정을 돌림으로써 자신의 속내를 부정하는 방어기제에서 벗어나는 일은 어떤 태도로 삶을 살아갈 것인지 결정할 때 생각해 볼 일이다.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기보다는 사회적응에 필요한 심리적 가면을 쓰고 당위성에 휘둘리며 지내는 직장인을 상담·치료한 사례는 공감을 더한다자의적인 판단을 거두고 타인의 감정에 맞춰 공감의 방향을 잡고 적절한 타이밍에 조언하는 방법은 상대를 아낀다며 행했던 숱한 충고들이 떠올라 괴란쩍어진다잠정적인 이해가 없는 조언이나 충고는 공감을 일으키지 못한다는 점을 새기며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정성을 쏟고 싶다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객관적으로 인지하고 데이터화하는 방법을 터득하며 자신이 원하는 것을 정확히 알고 용기 있게 선택함으로써 남은 생은 나답게 살아가기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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