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가지 이야기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49
귀스타브 플로베르 지음, 고봉만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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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버리고 간 것이 누군가에겐 소중한 것이 될 수도 있다.˝

나에게 있어서 ˝귀스타브 플로베르˝ 하면 떠오르는 작품은 <마담 보바리> 이다. 이 책을 워낙 재미있게 읽었고, 그래서 다른 책들도 읽어보고 싶었는데 생각보다 그가 남긴 작품이 별로 없어서 못읽고 읽다가 우연히 <세 가지 이야기>라는 그의 책을 알라딘 우주점에서 발견하고 구매했다.

˝귀스타브 플로베르˝의 <세 가지 이야기>에는 정직한 제목과 같이 세 가지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는데, <순박한 마음>, <구호수도사 성 쥘리앵의 전설>, <헤로디아> 세편이다.

이 중 <헤로디아>는 성경에 기반한 이야기 인데 이쪽 분야의 지식이 전무한 관계로, 재미있게는 읽었지만 확 이해하지는 못했다. 대신 나머지 두편을 소개해 보면,


1. 순박한 마음

사랑하는 누군가를 떠나보내는 마음은 언제나 안타깝다. 그럼에도 어떤 사람은 새로운 사람에게 새로운 사랑의 마음을 다시 준다. 끝나지 않는 마음을 줄 수는 없는 걸까? <순박한 마음>은 여주인공인 ˝펠레시테˝의 이별 이야기이다. 첫사랑의 배신, 조카 빅토르의 죽음, 주인집의 딸 비르지니의 죽음, 주인마님과의 헤어짐, 마지막으로 앵무새까지 그녀가 사랑했던 모든 것들을 떠나보내게 된다. 그럼에도 어떻게든 살아가는 그녀는 그녀의 마지막 사랑이 담긴 ‘앵무새‘를 박제하여 간직하고, 그녀가 이생에서 보내는 마지막 순간에 그녀의 머리 위를 날아다니는, 거대한 앵무새 한마리를 보게 된다.

[푸른빛 향연이 펠리시테의 방까지 올라왔다. 그녀는 코를 벌름거리며 신비로운 쾌락에 휩싸인채 향내음을 맡은 후 눈을 감았다. 그녀의 입술은 미소를 띠고 있었다. 마치 샘이 말라 없어져가듯, 메아리가사라지듯, 심장박동이 차츰차츰 약해지다 아주 잦아들었다. 마지막 숨을 내쉴 때, 그녀는 반쯤 열린 하늘에서 그녀의 머리 위를 활공하는, 거대한 앵무새 한 마리를 본 것 같았다.]  P.60

이야기 자체는 단조롭고 특별한 이벤트는 없지만 ˝플로베르˝는 이 작품을 통해 우리는 왜 사랑하는 것들을 떠나보내야 하는지,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에 의지해야 하는지를 묻고 있는 것 같다.



2. 구호수도사 성 쥘리앵의 전설

인간이 다른 동물을 사냥하는 것, 아니 살생을 하는 것은 죄악일까? 생존일까? 그리고 운명은 피할 수 없는 걸까? 이 작품의 주인공 ˝쥘리앵˝은 태어나면서 두가지 예언을 듣게 되는데 하나의 예언은 어머니가, 하나의 예언은 아버지가 듣는다.

어머니가 들은 첫번째 예언은 ˝그대의 아들은 앞으로 성인이 될 것이오˝ 이였기 때문에 어머니는 아들이 대주교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고,

아버지가 들은 두번째 예언은 ˝그대의 아들은!.많은 피! 무한한 영광! 영원한 행복! 황제의 가문˝ 이였기 때문에 아버지는 아들이 정복자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건강하게 성장한 ˝쥘리앵˝은 사냥에 몰두하게 되고, 점점 무자비하게 살생을 저지르게 된다. 그러던 어느날 그는 사슴가족을 잔인하게 학살하게 되고, 그는 숫사슴으로부터 ˝저주받을지어다! 저주받을지어다! 저주받을지어다! 극악무도한 놈아. 언젠가 너는 네 아비와 어미를 죽일 것이다!˝  라는 저주에 가까운 세번째 예언을 직접 듣게 된다.

자신이 자신의 부모를 죽일지도 모는다는 공포에 사로잡힌 그는 결국 부모 곁을 떠나게 되고 용병의 무리에 합류하여 나중에는 정복자로서의 위신을 떨치게 되며 황제의 딸과 결혼하게 된다. 아버지가 들은 두번째 예언이 실현된 것이다.

한편 아들의 저주받은 세번째 예언을 알지 못한 채 아들 ˝쥘리앵˝을 찾아 오랫동안 방랑하던 그의 부모는 드디어 아들이 살고 있는 성을 찾게 된다. 그런데 ˝쥘리앵˝은 마침 사냥을 나가있었다. 자신이 들은 마지막 저주 때문에 사냥을 하지 않았던 그는 하필 부모님이 방문한 날에 오랜만의 사냥을 나간 것이다. 사냥에 실패하여 살기에 가득 차 있던 그는 자신의 침대에서 잠들어 있는 부모님을 알아보지 못하고 아내의 불륜으로 오해하여 부모님을 죽이게 된다. ˝쥘리앵˝이 들은 세번째 예언이 실현된 것이다.

저주에서 벗어나기 위해 고향을 떠났지만 결국 저주가 이뤼지게 되고, 그는 심한 충격 때문에 정처없이 세상을 떠돌아다니게 된다. 그렇다면 어머니가 들은 첫번째 예언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최근에 관련된 책을 읽어서인지 <순박한 마음>은 ˝오스카 와일드˝의 <행복한 왕자>가, <구호수도사 성 쥘리앵의 전설>은 ˝소포클래스˝의 <오이디푸스 왕>이 떠올랐다. ˝오스카 와일드˝가 ˝플로베르˝보다 동생이기는 하지만... 이 책의 기본배경이 종교이다 보니 읽다보면서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 많았다.

그런데 뒤에 있는 해설에서 시대적 배경을 친절하게 잘 설명해주고 있다. <세 가지 이야기>는 ˝플로베르˝가 살던 동시대(순박한 마음), 찬란한 기독교의 시기인 중세(구호수도사 성 쥘리앵의 전설), 그리고 이교도의 시기인 고대(헤로디아) 라는 시대적 배경 속에서 욕망으로 인해 고통받는 삶을 살아야 했던 이야기로,

‘콩트‘라는 형식의 통일성과 ‘성스러운‘ 이야기라는 테마의 통일성이 조화를 이루어, ‘한 시인의 역량으로 창작된 완전무결하고, 완벽한 명작˝이라는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

해설에 있는 이런 극찬을 읽다보니 책을 다시 읽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역시 명작은 단순히 읽는것 만으로는 파악할 수 없는건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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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10-06 15:4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1등.🖐 ^^

새파랑 2021-10-06 15:58   좋아요 5 | URL
^^ 👍

2021-10-06 21: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0-06 21: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붕붕툐툐 2021-10-06 16:0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2등!! 저도 가끔 느끼는 바입니다. ‘이렇게 대충 읽어서는 왜 명작인지 파악이 어렵구나.‘ 하지만 보통 저는 작품 탓을 합니다~ 하하하하하!!
읽고 싶은 책에 담아두었는데 얼른 읽어보고 싶네용😊

새파랑 2021-10-06 16:14   좋아요 5 | URL
툐토님과의 공감대 형성~! 제가 그냥 죽치고 읽는건 하는데 역사적 배경이 나오는 책은 이해하기 힘들더라구요 ㅎㅎ ‘나는 아직 부족하군‘ 하고 제 탓을 하는데 툐툐님은 책 탓이라니 😆 역시 자애명상의 대가 툐툐님~!!

청아 2021-10-06 16:3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오~일부러 역사 공부를 따로 하지 않아도 고전을 골고루 많이 읽다보면 어느정도 감각은 가지게 되겠네용! 이 리뷰 읽으며 그런 생각이 팍 들었어요ㅎㅎ2번이야기. 어머니가 들은 예언은 마지막에 이뤄지겠죠? ‘맥베스‘ 느낌도 나고 재밌게 읽었습니다🤭 영화로도 괜찮을것 같아요ƪ(˘⌣˘)ʃ미미의예언!

새파랑 2021-10-06 17:24   좋아요 5 | URL
미미님 이제 리뷰만 보고도 작품을 예측하는 기계가 되신거 같아요 😄 해설을 보면 잘쓰여 있어서 좋았습니다~! 모범답지 보는 기분? ㅋ 미미님의 예언대로 이 책도 영화가 나올거 같아요 ^^

페넬로페 2021-10-06 17:4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이 소설은 단편집이군요.
헤로디아는 성경에서 악녀인데 내용이 궁금하네요. 언제나 해설을 읽으면 제 독서의 미약함이 발견되지만 작가들이 반 정도의 해석은 독자에게 맡긴다고 하니 그냥 우리들의 해석과 느낌을 믿어보자구요^^

새파랑 2021-10-06 17:59   좋아요 5 | URL
와우 ˝헤로디아˝가 성경에서 도 악녀였군요. 이 책에서는 왠지 헤로디아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느낌이 들더라구요. 전 페넬로페님의 해석과 느낌을 믿습니다 ^^

막시무스 2021-10-06 17:5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전혀 성격이 다른 3편의 단편 묶음이 아니라 형식과 ‘성스러운‘ 이야기라는 테마에서 통일성을 가지고 있는 모양이군요! 일단 플로베르는 보바리부인부터 시작해야 할 듯 합니다. 즐건 저녁시간되십시요!ㅎ

새파랑 2021-10-06 18:00   좋아요 5 | URL
보바리 부인 완전 강추 드립니다~!! 너무너무 재미있어요 ^^ 막시무스님도 저녁에 즐거운 책읽기 하시길 바랍니다~!!

희선 2021-10-07 01:2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플로베르 하면 《마담 보바리》가 가장 먼저 생각납니다 여기 실린 이야기도 괜찮겠네요 두번째는 《오이디푸스왕》이 생각나네요 예언은 정말 이뤄질지, 거기에서 벗어나려고 하면 좀 낫지 않을까 싶은데...


희선

새파랑 2021-10-07 07:17   좋아요 4 | URL
저도 플로베르 하면 마담 보바리 밖에 몰랐는데 이제 하나가 더 늘어났답니다 ^^ 플로베르는 글을 너무 잘 쓰는거 같아요 ㅎㅎ
책에 나온 예언은 언제나 다 이뤄지는거 같더라구요 ^^

mini74 2021-10-07 09: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별 다섯개짜리 책을 한꺼번에 두 권 !!! 플로베르의 책이군요. 저도 보바리나 알았지 ㅠㅠ 시대배경이 이래서 중요한 ㅎㅎㅎ 거군요 ~

새파랑 2021-10-07 10:36   좋아요 1 | URL
두책 합쳐도 400쪽이 안되고 자간도 넓더라구요 ^^ 미니님의 배경지식은 천재급이시 문제없음~!!
 

헤로디아는 종교적인 배경이 있어야 더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는 책인것 같다.


<헤로디아>

그녀는 분봉왕이 여론에 못 이겨 혹시 자기를 내쫓지나 않을까 염려했다. 그렇게 되면 모든 것이 끝장이었다! 어려서부터 그녀는 대제국의 주인이 되는 꿈을 키워왔다. 첫 남편을 버리고 이 남자 곁으로 온것도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이제는 이 남자가 자기를 속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 P115

<헤로디아>

"바빌론 의 딸아, 먼지 속에 가로누워라! 밀가루라도 빻아라! 허리띠를 풀고, 신발을 벗고, 소매를 걷고, 강을 건너라! 네 수치는 드러날 것이며, 네 치욕도 나타날 것이다. 너무도 흐느낀 나머지 네 이빨은 바스러질 것이다! 영원한 신께서 네 죄악을 용서치 않으시리라! 저주받을 여자야! 저주받을 여자야! 암캐처럼 뒈져버려라!" - P134

<헤로디아>

"무슨 소릴 하는 거요.. 무슨 소릴!" 사두개파의 요나타스가 반론을 제기했다. "계율에서 이러한 결혼을 죄라고 비난하긴 하지만, 절대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것은 아니오." "그만 두시오! 다들 나한테만 불공평하구리 안티파스가 말했다. 압살롬은 자기 아버지의 부인들과, 유다는 자기 며느리와 암본은 자기 누이와", 롯은 자기 딸들과 잠자리를 같이했잖소." - P135

<헤로디아>

헤로디아는 딸 살로메를 마케루스 성채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교육시켜왔다. 분봉왕이 자신의 딸에게 빠져들게 만들려는 의도였다. 그녀의 생각은 옳았다. 이제 헤로디아의 계략대로 될 것이었다. 이윽고 춤은 채워지길 열망하는 사랑의 절정으로 치달았다. 그녀는 인도의 여사제처럼, 폭포 속의 누비아 처녀처럼, 리디아의 바쿠스 신의 여제관처럼 춤을 추었다. 그녀는 세찬 비바람에 흔들리는 한송이 꽃처럼 온몸을 사방으로 흔들어댔다. 귀에 달린 보석들이 요동치고, 등에 걸친 비단이 영롱하게 반짝였다. 그녀의 팔과 다리와옷에서는 남자들의 가슴에 불을 지르는, 보이지 않는 섬광들이 튀어나왔다 - P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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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스타브 플로베르의 단편집. 마담 보바리를 기대하고 읽었는데 책을 읽은 느낌은 왠지 오스카 와일드 단편을 읽는 느낌을 받았다.






<순박한 마음>

작은 판자에 받쳐진 룰루는 방 가운데까지 튀어나온 벽난로 위에 놓였다. 매일 아침, 잠에서 깨어나면 그녀는 여명의 빛 속에서 그 새를 바라보곤 했다. 그러면 지나간 날들이며 부질없던 일들을 자잘한 데까지, 아무런 고통도 없이 평안한 마음으로 떠올릴 수 있었다. - P52

<순박한 마음>

무엇보다 그녀를 절망에 빠뜨린 것은 자신의 방을 내주어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불쌍한 룰루에게 그토록 안락한 그곳을! 불안하고 두려운 시선으로 새를 뚫어지게 바라보면서 그녀는 성령에게 간절히 기도했고, 그러다가 앵무새 앞에 무릎을 꿇고 기도를 드리는 우상숭배의 습관이 생기고 말았다. 때때로 지붕창을 통해 들어오는 햇빛이 앵무새의 유리 눈알에 닿아 눈부시게 반짝이면 그녀는 황홀경에 빠지곤 했다. - P55

<순박한 마음>

푸른빛 향연이 펠리시테의 방까지 올라왔다. 그녀는 코를 벌름거리며 신비로운 쾌락에 휩싸인채 향내음을 맡은 후 눈을 감았다. 그녀의 입술은 미소를 띠고 있었다. 마치 샘이 말라 없어져가듯, 메아리가사라지듯, 심장박동이 차츰차츰 약해지다 아주 잦아들었다. 마지막 숨을 내쉴 때, 그녀는 반쯤 열린 하늘에서 그녀의 머리 위를 활공하는, 거대한 앵무새 한 마리를 본 것 같았다. - P60

<구호수도사 성 쥘리앵의 전설>

"기뻐하소서, 어머니여! 그대의 아들은 앞으로 성인이 될 것이오!" 그녀가 소리를 지르려 했지만, 노인은 달빛에 미끄러지듯 홀연히 공중으로 날아오르더니 이내 사라져버렸다. 잔치의 노랫소리가 더 크게 들려왔다. 그러는 중에 그녀는 천사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녀가 다시 베개에 머리를 누이자, 찬란히 빛나는 석류석 함에 담긴 순교자의 유골이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 P66

<구호수도사 성 쥘리앵의 전설>

"아! 아! 그대의 아들은!.많은 피!.무한한 영광!.영원한 행복! 황제의 가문!"
그러더니 몸을 굽혀 영주가 적선한 돈을 줍고는 숲속으로 들어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영주는 사방을 둘러보며 있는 힘을 다해 소리쳐 불렀으나 아무도 없었다! 들리는 건 오직 바람 소리뿐. 아침 안개가 서서히 걷히고 있었다. - P67

<구호수도사 성 쥘리앵의 전설>

거대한 수놈은 화살 맞은 것을 느끼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죽은 사슴들을 뛰어넘더니 앞으로 달려와 쥘리앵을 뿔로 받으려 했다. 질리앵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격렬한 공포에 사로잡혀 뒤로 물러섰다. 그 기이한 동물은 멈춰 서서 타오르는 듯한 눈으로, 멀리서 교회의 종소리가 울리는 동안, 족장이나 재판관처럼 엄숙하게, 세 번 소리쳤다.
"저주받을지어다! 저주받을지어다! 저주받을지어다! 극악무도한 놈아. 언젠가 너는 네 아비와 어미를 죽일 것이다!" 그러고 나서 무릎을 꿇고 쓰러지며 조용히 눈을 감았다. - P77

<구호수도사 성 쥘리앵의 전설>

눈앞에 아버지와 어머니가, 가슴에 구멍이 뚫린 채 자빠져 있었다. 위엄 있으면서도 온화한 두 얼굴은 영원한 비밀을 간직한 듯했다. 그들의 흰 살갖뿐만 아니라 침대 시트, 바닥, 알코브*에 걸린, 상아로 만든 그리스도의 십자가상에까지 피가 튀고 고여 있었다. - P92

<구호수도사 성 쥘리앵의 전설>

그러자 문둥이는 그를 껴안았다. 그의 눈은 별처럼 빛났고, 머리카락은 태양의 빛줄기처럼 길게 뻗쳤다. 그의 코에서 새어나오는 숨결에서 장미꽃 내음이 풍겼고, 화로에서는 향이 자욱하게 피어올랐으며, 물결은 찬양하듯 노래했다. 그러는 동안, 아득해져가는 쥘리앵의 영혼속으로 넘치는 환희와 상상도 할 수 없을 희열이 해일처럼 밀려왔다. 두 팔로 쥘리앵을 껴안은 사나이의 머리와 발이 오두막의 양쪽 벽에 닿을 만큼 점점 커졌다. 지붕이 날아가버리고, 맑고 푸른 하늘이 활짝 펼쳐졌다. 자기를 천국으로 데리고 가는 예수그리스도를 마주보며, 쥘리앵은 푸른 하늘로 올라갔다. - P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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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06 00: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0-06 06: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9월 2차 책 구매 리스트이다. 9월 1차에는 11권을 구매했다고 페이퍼로 남겼었는데,

https://bookple.aladin.co.kr/~r/feed/531435882

설마 2차 페이퍼로 남겨야할 정도의 책을 구매하지는 않겠지 했지만... 야금야금 사다보니 17권을 샀다. 사진에 없는 책 한권은 <우리 사이엔 오해가 있다> 인데, 다른 곳에 있었다.

구매책을 간단히 소개해 보자면...

1. 암흑의 핵심 : 조셉 콘래드
이 작품을 읽으면서 명작이란 이런 책이구나 라는 아우라를 느꼈다. 책이 어려워서 그런걸 수도 있지만 분위기가 정말 압권이었다.

2. 비밀요원 : 조셉 콘래드
그래서 갑자기 조셉 콘래드의 작품에 관심이 생겼다. 게다가 이책은 대산 세계문학이다. 잠자냥님과 쿨캣님 리뷰 보고 구매한 책이다.

3. 가벼운 나날 : 제임스 설터
온라인 우주점 배송비를 맞추기 위해서 구매한 책. 찾아보니까 평이 좋았었다.

4.5. 토니오 크뢰거 단편집, 마의 산 : 토마스 만
열린책들 세계문학 35주년 세트를 읽으면서 토마스 만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6.7. 목로주점 : 에밀 졸라
에밀졸라의 핵심이라는 폴스타프님의 평을 믿고 구매. 주말에 시간날때 몰아서 읽어야 겠다.

8. 여인들의 행복 백화점 : 에밀 졸라
사랑을 그대품안에.

9. 세가지 이야기 : 귀스타브 플로베르
플로베르의 작품은 마담 보바리만 읽어봤는데 이 책이 우주점에 있어서 구매. 흔치않은 문학동네 양장이다.

10. 권태 : 알베르토 모라비아
레삭매냐님 리뷰보고 구매. 절판도서이지만 알라딘 우주점에 있길래 냉큼 가서 구매. 표지가 인상적이다. 모라비아의 경멸이 너무 좋았다.

11.12. 웃는남자 : 빅토르 위고
다락방님의 책에서 언급된 작품으로 도대체 얼마나 재미있길래? 라는 생각이 들어서 읽어보고 싶었다.

13. 꿈 : 프란츠 카프카
그레이스님의 인상적인 100자평을 보고 구매. 카프카는 어렵지만 언제나 관심이 간다.

14. 마지막 숨결 : 로맹 가리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를 읽고 나서 그의 작품을 조금씩 모으는 중이다.

15. 에브리맨 : 필립 로스
필립 로스의 3대 작품(맞나?) 중 하나라고 해서 구매. 전락과 죽어가는 짐승에 이은 나의 필립로스 세번째 읽을 작품. 미국의 목가는 10월 구매 리스트에 있다.

16. 약속 : 뒤렌마트
잠자냥님이 극찬한 작품이어서 급관심이 생겨 구매. 뒤렌마트의 희곡은 정말 좋았는데 이책은 어떨지 궁금하다.

17. 우리 사이엔 오해가 있다 : 이슬아, 남궁인
예전에는 국내에세이를 많이 읽었는데 요새는 안읽어서 구매했다. 서간에세이라 하니 흥미가 생겼다.


9월달에 책을 28권이나 샀다니 반성한다. 그럼에도 방금 책을 추가로 주문했다. 이건 10월 페이퍼에 소개해야 겠다. 10월에는 구매와 독서가 균형을 이루는 한달이 되도록 노력해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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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10-07 07:19   좋아요 0 | URL
고양이 책을 안사도 구매할 수 있었던 굿즈였습니다 ^^ 맨날 택배박스에 담아놓다가 예쁜 상자속에 책을 넣어두니 좋네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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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막한 사르가소 바다 펭귄클래식 38
진 리스 지음, 윤정길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08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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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일에는 항상 다른 면이 있는 거예요. 항상.”


˝샬럿 브론테˝의 <제인 에어> 좋아하시나요? 도미니카 출신의 ‘크리올‘ 작가 ˝진 리스˝가 쓴 작품인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는 <제인 에어>에 나오는 ˝로체스터의 첫번째 부인˝, 광녀라고 불리는 ˝버사˝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녀가 어떻게 광녀가 되어서 ‘손필드‘에 있는 ˝로체스터˝ 저택에 갇히게 되었는지를 ˝진 리스˝는 이 작품을 통해 새롭게 창조하였다


여기서 잠깐 ‘크리올‘에 대해 간략히 써보자면, ‘크레올‘은 ‘19세기 식민지 확장이 활발하던 영국과 관련된 단어로, 식민지에서 태어난 영국계 혈통을 ‘크리올‘이라 불렀다고 하며, ‘크리올‘은 식민지 문화에 동화되어 영국 본토에서도 배척당하고, 원주민드에게도 식민지를 대표하는 백인으로 인식되어서 배척당한 계층이라고 한다.


이 작품의 여주인공인 ˝앙투아네트(버사)˝ 역시 ‘크리올‘ 이었고, 영국 본토 사람에서도, 식민지였던 자메이카 사람에서도 융화되지 못하고 배척당하면서 모호한 정체성으로 인해 힘들게 살아가는 인물이다.


이 작품은 총 3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쿨리브리>는 ˝앙뚜아네트˝의 성장기가 그려져 있다. 그녀가 태어나기 전에는 ‘노예제도‘가 합법이었고, 그녀의 가족은 그곳에서 부를 누르고 살았으나, 노예제도가 폐지되고 나서 대농장을 유지할 수 없었기 때문에 가난하게 살아가게 되고, ˝앙투아네트˝는 영국인도 아닌, 자메이카인도 아닌 ˝크리올˝로 살아가면서 양쪽에게 다 무시당하며, ‘백인 검둥이‘, ‘백색 바퀴벌레‘로 불리게 된다.

하지만 그녀의 어머니 ˝아데트˝는 돈 많은 영국인 ˝메이슨˝과 재혼을 하게 되어 가난에서 벗어나게 되나, ˝메이슨˝이 원주민을 함부러 대했던 것이 원인이 되어 결국 그녀의 집은 자메이카인의 방화에 의해 불타게 된다. 이 방화를 계기로 그녀의 남동생은 죽게 되고, 그녀의 어머니 ˝아데트˝는 미치게 되며, ˝앙투아네트˝는 수녀원으로 들어가 자라게 된다.

[˝내 말은 전혀 듣지 않으려고 했지, 당신은 나를 비웃었어, 이 위선자야, 만일 피에르가 죽는다면 당신도 살아 있어서는 안 돼, 이곳 사람들에 대해 그리도 잘 아는 체하더니, 왜, 밖에 나가서 당신은 아무 죄도 없으니 당신 하나만은 좀 보내달라고 그러지그래. 당신은 항상 저놈들을 믿어왔다고 말해 보시지˝]  P.69



2장 <그랑부아>는 ˝앙투아네트˝와 ˝로체스터˝의 결혼과 파멸에 대한 이야기가 그려져 있다. 계부였던 ˝메이슨˝이 죽으면서 ˝앙투아네트˝에게 많은 재산이 상속되게 되고, 영국인이었던 ˝로체스터˝는 그녀의 재산을 노리고 그녀와 결혼을 하게 된다.

하지만 ˝크리올˝이라는 그녀의 신분을 못마땅히 여겼던 ˝로체스터˝는 이후 그녀에 대한 안좋은 소문과 그녀의 어머니가 광인이라는 소문을 듣게 되고, 그녀에 대한 의심때문에 그녀를 믿지 못하고, 애정은 차갑게 식어버린다. 과연 그녀에 대한 소문은 진실이었을까? 그녀의 어머니는 광인이었을까? 나쁜 피라는게 정말 있는 것일까? ˝로체스터˝는 결국 ˝앙투아네트˝의 혈통을 의심하게 되고, 그녀를 ‘광녀‘로 취급하게 된다.

[그럼 왜 당신이 어렸을 때 어머니가 돌아가셨다고 말했지?˝

˝그렇게 말하라고 사람들이 내게 가르쳐주었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그게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니까요. 어머니는 사실 내가 어렸을 때 돌아가셨다고 말해야 해요. 죽음에는 두 가지가 있거든요. 정말 죽는 것과, 사람들이 알고 있는 죽음.˝

˝최소한 두 번의 죽음이라? 행복한 사람이군.˝]  P.182



3장 <손필드>는 영국에 있는 ˝로체스터˝의 저택을 배경으로,  그곳에 갇히게 된 ˝앙투아네트˝의 비참한 생활이 그려져 있다. 그녀는 결국 광인이 되었다. 하지만 그녀가 광인이 된건 그녀의 유전적인 문제가 아니라 한사람의 욕심에 의해, 그리고 원한에 의한 잘못된 소문 때문에, 그리고 당시에는 어느곳에도 속할 수 없었던 ‘크레올‘ 이라는 이방인으로 태어난 그녀의 신분 때문이었다.

[그녀의 이름이 그레이스여서는 안 돼, 이름이라는 건 중요하니까. 그 남자가 나를 앙투아네트라고 부르지 않자, 나는 앙투아네트가 창문을 통해 슬그머니 날아가 버리는 것을 보았어, 앙투아네트의 향기도, 옷도, 거울도 모두 사라져버리는 것을 나는 보았거든.]  P.248



이 책을 읽고 나서, 자신의 이해관계 때문에 한 사람을 광인으로 만들 수 있다는 사실에 다소 놀라움을 느꼈다. 사실 진짜로 미친 사람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타인을 희생시키는 사람들인데 말이다. 그녀의 안타까운 인생은 누가 책임져야 하는걸까?


분명히 <제인 에어>를 작년에 읽었던 것 같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 내가 읽은 건 <제인 에어>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대로 안읽었던 것 같다. 이번 기회에 다시 읽어야 겠다. 모호한 문장과 흐릿한 배경으로 쉽게 읽히는 작품은 아니었으나 <제인 에어>를 읽으셨거나 읽고 싶은 분들에게 이 작품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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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10-05 00:1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1등 .🖐 ^^

새파랑 2021-10-05 00:19   좋아요 3 | URL
아 저 이책 리뷰 쓴다고 느릿느릿 하고 있어서 1등을 놓쳤네요 😅

2021-10-05 00: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0-05 07: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행복한책읽기 2021-10-05 00:3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2드~~~^^ 크리올을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데 새파랑님 덕에 각인을 할 수 있을 듯요.(과연??ㅋ) 제목조차 못들어본 작품, 제목과 줄거리 동냥질하고 갑니다. 굿나잇 새파랑님~~~^^

새파랑 2021-10-05 07:14   좋아요 2 | URL
저는 다른 책에서 보고 이 책 읽었는데, 일단 표지랑 제목이 좋아서~ 제인에어랑 이정도로 밀접한 관계가 있는 작품인줄 몰랐어요 😅

페넬로페 2021-10-05 00:3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크리올이란 단어도 알게되고
첫문장, 모든 일에는 항상 다른 면이 있다라는것도 공감합니다. 작가의 시도가 참 좋은것 같습니다. 흥미로워요^^

새파랑 2021-10-05 07:15   좋아요 3 | URL
저 첫문장이 이책의 핵심 문장인것 같더라구요. 섣부른 판단은 항상 🚫

희선 2021-10-05 01:5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 알고 있었지만, 읽어보지는 않았습니다 예전에 읽었던 책이 생각나네요 제목 잊어버리고 누가 썼는지도 잊어버렸는데, 남편이 그 글을 쓴 사람을 미친 사람으로 몰고 정신병원에 가둬둔 건데... 그게 그렇게 오래전 이야기도 아니었던 것 같아요 그래도 그렇게 글을 쓴 건 거기에서 벗어났기 때문이겠습니다


희선

새파랑 2021-10-05 07:18   좋아요 4 | URL
이 책 20세기에 쓰인 위대한 책? 이런거에도 포함되어 있더라구요. 문화적 배경이 기반이 된 책이라 쉽게 읽히지는 않는데 재미있었어요 ^^ 정신병원에 가둔 이야기가 과연 어떤걸까요? 🤔

그레이스 2021-10-05 07:5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펭귄에 대한 안좋은 기억이 많아서...
(번역과 다이제스트판에 대한) 잘 안읽게 돼요,
이 책 흥미롭네요
제인에어에 소리로만 존재를 증명하던 한 여인, 가장 행복한 순간 실체를 드내어 주인공에게 불행을 가져다준 여인, 그리고 자신을 소멸시키며 전환점을 만들어준 존재였는데...

Falstaff 2021-10-05 09:01   좋아요 4 | URL
이 책은 읽으실 만하실 겁니다. 저도 이 책 읽고, 영국 문학사에서 가장 비통한 삶을 살다 간 여인으로 늘 ‘버사‘를 이야기합니다. ^^

새파랑 2021-10-05 09:18   좋아요 1 | URL
가장 비통한 삶을 살다간 여인이 맞는거 같아요~! 전 팽귄 클래식이 중고 상태가 좋아서 주로 우주점엣니 구매하는데 번역 문제가 있었군요 🤔

Falstaff 2021-10-05 09:58   좋아요 5 | URL
저는 펭귄에서 가장 지루하게 읽은 책이 솔 벨로의 <오기 마치의 모험>이었습니다. 근데 나중에 전문가 의견을 들어보니 이 책 번역이 그렇게 힘들다고 하더군요.
번역한 이태동 씨가 우리나라 영문학계에 너무도 빵빵한 이름을 자랑하는 분이라 뭐라 얘기는 못하겠고, 그냥 일반화의 오류를 범해버리자면, 권위가 넘쳐 흐르는 분들이 가끔 일을 대강하는 경향이 있.........아......있.......아.....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고, 하여튼 그렇습니다. 이 양반 제자들한테 귀싸대기 한 대씩만 두드려 맞아도 최하가 중상이라서리.... 끙.
전 하여튼 상아탑 유명 교수의 번역은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대학원생이 대신 번역하지 않았을까, 늘 이런 고민을 하면서 책을 읽어요!) 소설가, 시인의 번역도 마찬가지고요.

coolcat329 2021-10-05 10:0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 책 알고는 있었는데 이상하게 끌리진 않았어요. 근데 새파랑님 리뷰 읽고 끌리네요! 제인 에어를 초딩6때 읽고 펑펑 운 기억만 납니다ㅋ

새파랑 2021-10-05 10:44   좋아요 2 | URL
초6때 제인에어를 읽으셨군요 역시 👍 이 책 엄청 재미있고 그렇지는 않은데 읽다보면 시간이 금방 가더라구요 ^^ 다시한번 우시려면 이 책을~!!

청아 2021-10-05 12: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에구에구 꼴등(๑>ᴗ<๑)🖐 백색 바퀴벌레라니..정체성이란것 때문에 고통받는 사람이 참 많네요! 샬럿 브론테가 이 작품을
읽었다면 어떤 평가를 내렸을지도 궁금해요. 실제로도 비슷한 이유로 아내를 정신병원에 가두는 경우가 많았다고 해요. 메리 울프턴크래프트 소설에도 나옴요😭

새파랑 2021-10-05 12:39   좋아요 1 | URL
샬럿 브론테가 읽었다면 엄청 좋아하지 않았을까요? ^^
죄없는 사람을 가둔다는게 참 그런거 같아요. 요즘 세상이 그래도 조금 좋아진 거겠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