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간만에 열린책들 35주년 세트 읽기.
인간실격은 이번에 읽으면 세번째 읽는 건데 다시 읽어도 역시 너무 좋다.



<인간실격>
참으로 수치스러운 삶을 살아왔습니다. - P9

<인간실격>
나는 과연 행복한 것일까요. 나는 어렸을 때부터 다른 사람들에게 행복한 사람이라는 말을 정말 자주 들었는데, 나 자신은 언제나 지옥 같은 심정이었고, 오히려 나를 행복한 사람이라고 하는 사람들 쪽이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훨씬 더 안락한 듯 보였습니다.

(밝아 보이는 사람일수록 내면에 더 큰 어둠이 있는 사람들이 있다.) - P14

<인간실격>
나는 인간에 대한 공포감에 늘 버들버들 떨면서, 또 인간으로서의 자기 언행에 조금도 자신감을 갖지 못한 채 온갖 고뇌를 가슴속 작은 상자에 숨기고, 그 우울과 긴장감을 기를 쓰고 감추며, 오로지 천진난만한 낙천성을 가장하면서 점차 광대 짓만 하는 기괴한 사람으로 완성되어 갔습니다.

(자신을 감추기 위해 가면을 쓰는 사람이 많을까, 솔직히 맨 얼굴을 드러내는 사람이 많을까?) - P17

<인간실격>
하지만 나의 본성은 그런 장난질과는 거의 정반대였습니다. 그 무렵 나는 이미 하녀와 하인들로부터 애처로운 일을 배웠고, 당하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어린아이에게 하는 그런 짓거리는, 인간이 행할 수 있는 범죄 중에서 가장 추악하고 저급하며 잔혹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나는 참았습니다. 이렇게 인간의 본성을 또 하나 보았다는 기분마저 들어서 맥없이 웃고 말았습니다. - P23

<인간실격>
피차 거짓말을 하고, 그런데도 이상하게 아무 상처도 입지 않고, 서로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것처럼, 실로 번듯하면서도 그야말로 깔끔하고 밝고 뒤끝없는 불신의 예가 인간 생활에 충만해 있는 것처럼 생각됩니다. 그러나 나는 서로를 속인다는 것 자체에는 별 관심이 없습니다. 나 역시 광대 짓을 하면서 아침부터 밤까지 사람을 속이고 있으니까요. - P25

<인간실격>
그리고 아무에게도 호소하지 못하는 나의 그 고독한 냄새를 수많은 여성이 본능적으로 맡은 탓에, 훗날 갖가지로 이용당하는 요인의 하나로 작용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다시 말해서 나는 여자들에게 사랑의 비밀을 지킬 수 있는 남자였던 셈이지요.

(입이 무거운 남자) - P26

<인간실격>
나는 아네사뿐만 아니라 여자는 대체 어떤 기분으로 살아가는 지를 생각하는 게 지렁이의 마음을 더듬는 것보다 어렵고, 성가시고, 징글징글하게 느껴졌습니다. 다만 나는 여자가 그렇게 갑자기 울음을 터뜨리는 경우, 뭐든 단것을 입에 넣어 주면 그걸 먹고 기분이 좋아진다는 사실만큼은 어려서부터의 경험으로 잘 알고 있었습니다.

(이성의 마음을 이해하는건 어느 시대나 어려운 난제인 것 같다.) - P36

<인간실격>
신이 나서 일어납니다. 심부름을 시키는 것은 여자를 실망시키는 일이 절대 아닙니다. 오히려 남자가 뭔가를 부탁하면 여자는 기뻐한다는 것을 나는 정확하게 알고 있었지요. - P58

<인간실격>
‘외로워요.‘
여자가 그 한마디를 중얼거려 주면, 나는 천만 마디의 신세타령보다 한결 공감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이 세상 어느 여자들에게서도 그 한마디를 끝내 듣지 못한 것을 나는 기이하고 이상한 일이라 여기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여자는 외롭다라는 말은 하지 않았지만, 말 못 하는 처절한 외로움을 3센티미터 정도 너비의 기류처럼 온몸에 지니고 있었어요. - P95

<인간실격>

"세상이 용서치 않을 거야."

"세상이 아니겠지. 당신이 용서하지 않겠지?"

하지만 그때 이후로 나는 세상이란 개인이 아닐까 하는 사상 비슷한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당신이 말하는 세상은 당신 개인일 뿐이다.) - P97

<인간실격>
죄와 벌, 도스토옙스키. 그 생각이 언뜻 뇌리의 한 끝을 스치고 지나가, 퍼뜩 놀랐습니다. 혹시 그 도스토옙스키가 죄와 벌을 시노님이라 생각지 않고 앤터님으로 여겼다.면? 죄와 벌, 절대 서로 통하지 않는 것,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않는 것. 죄와 벌을 앤터로 생각한 도스토옙스키의 녹조, 썩은 연못, 엉킨 실타래 속…… 아아, 이제 좀 알겠다. - P120

<인간실격>

신에게 묻겠습니다. 신뢰는 죄인가요? - P122

<인간실격>
신에게 묻겠습니다. 저항하지 않는 것은 죄인가요? 호리키의 그 아리송하고 부드러운 미소에 나는 울었고,
판단도 저항도 잊은 채 차에 올라탔으며, 그리고 이곳에
따라와 미치광이 신세가 되었습니다. 지금 이곳에서 나간
다고 해도 나는 역시 미치광이, 아니 폐인이라는 각인이
이마에 찍히게 되겠지요.인간, 실격. 이제 나는, 완전히, 인간이 아닙니다.

(인간실격...) - P137

<인간실격>

지금내게는 행복도 불행도 없습니다.

그저, 모든 것은 지나갑니다.

내가 지금까지 몸부림치면서 비명을 지르듯 처참하게
살아온 인간) 세상에서 진리에 가깝다고 생각하는 딱 한
가지는 그것뿐입니다.

그저, 모든 것은 지나갑니다.

나는 올해 스물일곱 살이 됩니다. 흰머리가 부쩍 늘어
사람들이 대개 마흔 살 이상으로 봅니다. - P140


댓글(4)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서니데이 2021-10-09 23: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책 사진을 보다가, 뒤늦게 새파랑님의 손을 보았습니다.
새파랑님,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새파랑 2021-10-10 00:40   좋아요 2 | URL
ㅋ 한번 밖에서 책사진을 찍어보고 싶었습니다~!!

바람돌이 2021-10-10 02: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인간실격 한번도 안 읽었는데 세번째라구요? 역시 새파랑님. ^^

새파랑 2021-10-10 08:26   좋아요 0 | URL
인간실격 완전 공감되고 좋아요. 좀 우울한 분위기지만 ^^
 

내가 배짱이 없었던 걸까? 너무 늦었던 걸까? 아니면 그녀가 나빴던 걸까? 혹시 처음부터 이룰 수 없었던 꿈이었던 걸까?


대학생이 되어 고향을 떠난다는건 이제 성인이 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어른이라 불리기에는 아직은 뭔가가 부족하게 느껴진다. 그건 아마 경험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결국 갈 수 있는 데까지 가보지 않았으니 짐작할 수가 없다. 과감하게 좀 더 가봤다면 좋았을걸, 하지만 두렵다. 헤어질 때 ˝당신은 참 배짱이 없는 분이로군요˝라고 했을 때는 정말 놀랐다. 23년의 약점이 한꺼번에 드러난 듯한 심정이었다. 부모라도 그렇게 정곡을찌르지는 못할 것이다.]  P.25



산시로에게 도쿄는 처음이었고, 대학교도 처음이었고, 수업도 처음이었고, 특히 사랑도 처음이었다. 그래서 첫눈에 호감을 느낀 여성 ˝미네코˝는 한없이 높아보였고, 학식이 높은 교수이자 연적으로 생각한 ˝노노미야˝는 ˝산시로˝보다 한발짝 앞서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산시로는 멍하니 있었다. 곧 조그만 목소리로 ˝모순이다˝라고 말했다. 대학의 분위기와 저 여자가 모순인지, 저 색채와 저 눈빛이 모순인지, 저 여자를 보고 기차에서 만난 여자를 떠올린 게 모순인지, 아니면 미래에 대한 자신의 방침이 두 갈래로 모순되어 있는 건지, 또는 굉장히 기쁜 것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는 것이 모순인지.. 시골 출신의 청년에게는 이 모든 것이 이해되지 않았다. 그저 왠지 모순된 것만 같았다.]  P.46



도쿄에 살게 된 ˝산시로˝에게는 세 가지의 세계가 생겼다. 첫번째 세계는 그가 멀리 떠나온 고향의 세계, 두번째 세계는 그가 현재 다니고 있는 대학의 세계, 마지막 세번째 세계는 아름다운 여성이 있는 세계다. 하지만 하늘처럼 높아서 고개를 들고 바라만 봐야 했던 세번째 세계에 ˝산시로˝는 안착할 수는 없었을까?

[세 번째 세계는 봄처럼 찬연히 흔들리고 있다. 전등이 있다. 은수저가 있다. 환성이 있다. 우스운 이야기가 있다. 거품이 이는 샴페인 잔이 있다. 그리고 그 모든 것 중 으뜸가는 것으로 아름다운 여성이 있다. 산시로에게는 이 세계가 가장 의미심장한 세계다. 이 세계는 바로 코앞에 있다. 다만 다가가기가 힘들다.]  P.107



˝산시로˝는 결코 배짱이 없지 않았다. 어떻게든 기회를 만들어서 ˝미네코˝를 만나려고 했고 그녀와 둘만의 시간을 갖기 위해 노력했으며, 약간의 망설임이 있긴 했지만 상상만으로 그치지 않고 행동으로 옮겼다. 아직 러브의 경험이 없었지만  그녀가 ˝산시로˝에게 보여주는 태도와 말들을 통해 그녀 역시 자신에게 호감이 있다는 걸 느끼고 과감하게 그의 마음을 그녀에게 전한다.

--‐------‐--------
˝오늘은 하라구치 씨한테 무슨 볼일이라도 있었던 건가요?˝

˝아니요, 볼일은 없었습니다. ˝

˝그럼 그냥 놀러 온 건가요?˝

˝아니요, 놀러 온 건 아닙니다.˝

˝그럼 왜 온 건데요?˝

산시로는 그 순간을 포착했다.

˝당신을 만나러 온 겁니다.˝ 
--‐------‐--------  P.284



하지만 그의 고백이 늦었던 걸까? 아니면 처음부터 그의 고백과는 상관없이 ˝미네코˝가 ˝산시로˝에게 느낀 감정은 단순한 연민이었던 걸까? <Pity‘s akin to love>, 연민은 사랑에 가깝지만, 결코 사랑은 아닌 것이다.


결국 ˝산시로˝는 그녀가 이야기 했던 Stray sheep,  미아가 되어 버리고 그렇게 이야기는 끝난다. 그렇게 갑자기 ˝산시로˝에 대한 마음을 접고 한순간 떠나버린 ˝미네코˝는 도대체 어떤 마음이었을까? 그녀의 자조적인 말처럼 자신을 정말 죄인이라 생각했을까?

--‐------‐--------
˝어떤가, <숲 속의 여인>은?˝

˝<숲 속의 여인>이라는 제목이 안 좋네.˝

˝그럼, 뭐라고 하면 좋겠나?˝

산시로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저 입속으로, 스트레이 십, 스트레이 십, 이라고 되풀이할 뿐이었다.
--‐------‐--------  P.335



한편의 멋진 연애소설이자 성장소설인 ˝산시로˝는 문장속에 숨겨져 있는 여백이 많은걸 생각하게 하고, 예측하지 못한 결말과 함께 강한 여운을 남기는 마무리를 보여준다. 그래서 책을 다 읽고 나서 한동안 멍하니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소세키˝의 내공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던 작품.


이 책을 포함해서 지금까지 ˝소세키˝의 여섯 작품을 읽었는데, 개인적으로 <산시로>가 가장 좋은 것 같다.

다음 책으로는 전기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인 <문>을 읽고, 그의 다른 작품들도 모두 완독하고 싶다.











댓글(21) 먼댓글(0) 좋아요(4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mini74 2021-10-08 20:57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고딩때 야자 끝나고 친구랑 이어폰 하나씩 나눠 끼고 걸으며 듣던 음악이에요. 이 음악이 떠오르는 책이라니 무지 기대가 됩니다 ~~

새파랑 2021-10-08 21:06   좋아요 6 | URL
전 초딩때~!! 정확히 매칭되는건 아니지만 그냥 떠올랐습니다. 바보같은 산시로 안타까워요 ㅜㅜ

scott 2021-10-08 21:01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문단 하루키옹의 스푸트닉 연인들이 떠오르네요 ^^

새파랑 2021-10-08 21:08   좋아요 6 | URL
와 스푸트니크 연인들~! 왠지 전반적인 느낌이 비슷한것 같아요~!!

페넬로페 2021-10-08 21:21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의 글로 산시로를 다시 생각해볼 수 있었어요~~그와 미네코에 대해서도요. 이 소설엔 여러가지 생각할 거리가 많아서 좋았던 것 같아요
젊은 시절의 나도 돌아볼 수 있었고요^^
오랜만에 새파랑님 리뷰에 읽은 책에 대해 쓸 수 있어 좋네요 ㅎㅎ

새파랑 2021-10-08 21:32   좋아요 6 | URL
최근에 페넬로페님이 리뷰를 너무 완벽하게 쓰셔서 전 간단히 제가 좋아하는 부분만 썼어요. 사랑 이야기 말고 다른것도 많이 들어있는데 ^^ 이 책 너무 좋네요~!!

청아 2021-10-08 22:05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가장 좋았다고 언급도 하셨지만 노래까지 곁들여 주신것 보니 무척 좋으셨나봐요ㅎㅎ🤭
게다가 이승환의<너를 향한 마음>이라니! 꼭꼭 읽어봐야겠어요(거의 매일하는 약속 이지만 진심🤦‍♀️)저 페넬로페님께 독서슬럼프 전염되었나봐요.책도 따라 읽고 슬럼프도 따라하기😅ㅎㅎ

새파랑 2021-10-08 22:25   좋아요 6 | URL
미미님에게도 슬럼프가 있으시다니 왠지 인간(?)처럼 느껴져서 더 좋은것 같아요 😄
저는 미미님 보관함 따라 하는중인데 ㅎㅎ 이 책 두꺼워 보이는데 잘 읽혀서 금방 읽어요. 강추합니다~!! 저 이승환 1집, 2집 완전 좋아해요 ^^

행복한책읽기 2021-10-08 23:0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젠 소세키까지 거의 섭렵. 와. 진짜 범접 불가 독서력. 정녕 닮고 싶어요.^^ 읽으면서 딱 일본풍이라고 느껴졌어요. 신기도 하죠.^^;;

새파랑 2021-10-08 23:51   좋아요 1 | URL
아직 소세키 작품은 많이 못읽었는데😅
신기하게 나라마다 그 분위기가 있는거 같아요. 일본이랑 러시이는 그게 확 느껴지더라구요~

그레이스 2021-10-09 01: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
전작읽기 함께 하시겠네요
저 지금 <문>리뷰 올리고 와서 이 글 읽고 있어요.
저도 산시로가 기억에 많이 남는 작품이예요
회화적인 느낌이 너무 좋았어요~^^

새파랑 2021-10-09 08:15   좋아요 3 | URL
그레이스님과 페넬로페님 따라서 소세키 전작 읽기 동참 입니다 ^^
전 특히 산시로라는 캐릭터가 너무 좋았어요~!!

그레이스 2021-10-09 08:17   좋아요 2 | URL
환영합니다~~~

독서괭 2021-10-09 01: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우 새파랑님도 소세키 마니아시군요. 여섯권! 이제 여섯 권 더 읽으시면 완독인가요? 화이팅입니다^^

새파랑 2021-10-09 08:18   좋아요 1 | URL
제가 현암사 책 뒤에 보니까 소세키 장편은 총 14편 이더라구요~ 이제 여덟권 더? 읽고싶은 책은 점점 많아지는데 시간은 없고 😅

2021-10-09 01: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0-09 08: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희선 2021-10-09 03: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번에 보신 《산시로》가 가장 좋으셨군요 그런 걸 만나서 좋았겠습니다 친구도 그렇지만 좋아하는 사람 마음을 잡는 건 더 어려울지도 모르겠네요

새파랑 님 오늘 한글날이고 주말이네요 주말 편안하게 보내세요


희선

새파랑 2021-10-09 08:26   좋아요 2 | URL
마음을 아는것도 어렵고 잡는것도 어려운 것 같아요. 책을 보면 주인공의 마음은 이해가 되는데 상대방의 행동은 의문 투성이 입니다 ㅎㅎ 해피앤딩이 아니어서 더 좋았던 작품 😊

bookholic 2021-10-09 09:0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해봐야겠어요.. 읽은 책과 어울리는 노래 한 곡..^^

새파랑 2021-10-09 11:42   좋아요 1 | URL
이제 첫 문장, 끝 문장에 어울리는 노래까지 볼 수 있겠군요 ^^ 기대됩니다~!!
 

이제 나에게 있어서 소세키의 최고의 작품은 산시로이다~!!


대체 그 여자는 어떤 사람일까? 세상에 그런 여자가 있을 수 있는 것일까? 여자란 그런 상황에서도 아무렇지 않게 차분히 있을 수 있는 존재일까? 교육을 받지 못한 탓일까, 대담한 것일까? 아니면 순진한 것일까? 결국 갈 수 있는 데까지 가보지 않았으니 짐작할 수가 없다. 과감하게 좀 더 가봤다면 좋았을걸, 하지만 두렵다. 헤어질 때 "당
신은 참 배짱이 없는 분이로군요"라고 했을 때는 정말 놀랐다. 23년의 약점이 한꺼번에 드러난 듯한 심정이었다. 부모라도 그렇게 정곡을찌르지는 못할 것이다.

(배짱이 없는 분이라니...) - P25

산시로는 멍하니 있었다. 곧 조그만 목소리로 "모순이다"라고 말했다. 대학의 분위기와 저 여자가 모순인지, 저 색채와 저 눈빛이 모순인지, 저 여자를 보고 기차에서 만난 여자를 떠올린 게 모순인지, 아니면 미래에 대한 자신의 방침이 두 갈래로 모순되어 있는 건지, 또는 굉장히 기쁜 것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는 것이 모순인지.. 시골 출신의 청년에게는 이 모든 것이 이해되지 않았다. 그저 왠지 모순된 것만 같았다 - P46

"자연을 번역하면 모두 인간이 되어버리니까 재미있지. 숭고하다가 위대하다든가 웅장하다든가 말이야." 산시로는 그제야 번역의 의미를 이해했다. "모두 인격상의 말이 되지. 인격상의 말로 번역할 수 없는 사람한테는 자연이 인격상의 감화를 전혀 주지 않지." - P94

세 번째 세계는 봄처럼 찬연히 흔들리고 있다. 전등이 있다. 은수저가 있다. 환성이 있다. 우스운 이야기가 있다. 거품이 이는 샴페인 잔이 있다. 그리고 그 모든 것 중 으뜸가는 것으로 아름다운 여성이 있다. 산시로는 그 여성 중 한 명에게 말을 걸었다. 한 사람을 두 번 봤다. 산시로에게는 이 세계가 가장 의미심장한 세계다. 이 세계는 바로 코앞에 있다. 다만 다가가기가 힘들다. 다가가기 힘들다는 점에서 하늘 저 먼 곳의 번개와도 같다. 산시로는 멀리서 이 세계를 바라보며 신기하게 생각한다. 자신이 이 세계 어딘가로 들어가지 않으면 그 세계 어딘가에 결함이 생길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자신은 이 세계 어딘가의 주인공이어야 할 자격을 갖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도 원만한 발달을 간절히 바라야 할 이 세계가 오히려 자신을 속박하여 자유롭게 출입해야 할 통로를 막고 있다. 산시로는 그것이 이상했다.

(세 번째 세계는 가고싶으면서도 갈 수 없는 곳) - P107


"놀라운데요. 선생님은 뭐든지 남이 읽지 않는 것을 읽는 버릇이 있다니까." - P1234

"그 여자는 차분하지만 난폭해." 히로타 선생이 말했다. "예, 난폭하지요. 입센의 여자 같은 구석이 있으니까요." "입센의 여자는 노골적이지만 그 여자는 마음이 난폭하지. 하긴 난폭하다고 해도 보통의 난폭함과는 의미가 다르지만" - P165

"선생님은 멋대로 말하는 사람이라 때와 장소에 따라 무슨 말이든 한다네. 무엇보다 선생님이 여자를 평한다는 게 골계지, 여자에 대한 선생님의 지식은 아마 제로에 가까울 거네. 러브를 한 적이 없는 사람이 어떻게 여자를 알겠나?" - P169

과연 그렇게 생각하고 보니 무슨 일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안색이 좋지 않다. 눈초리에 견디기 힘든 울적함이 보인다. 산시로는 이 활인화에서 받은 위안을 잃었다. 동시에 혹시나 자신이 이 변화의 원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순식간에 강렬하고 개성적인 자극이 산시로의 마음을 엄습해왔다. 변해가는 아름다움을 덧없이 여기는 공통된 정서는 완전히 그림자를 감추고 말았다. 나는 이 여자에게 그만큼의 영향력을 갖고 있다. 산시로는 이런 자각으로 자신의 모든 것을 의식했다. 하지만 그 영향이 자신에게 이익인가 불이익인가 하는 문제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 P282

얼마 후 미네코 쪽에서 입을 열었다.

"오늘은 하라구치 씨한테 무슨 볼일이라도 있었던 건가요?"

"아니요, 볼일은 없었습니다.

"그럼 그냥 놀러 온 건가요?"

"아니요, 놀러 온 건 아닙니다."

"그럼 왜 온 건데요?"

산시로는 그 순간을 포착했다.

"당신을 만나러 온 겁니다."

산시로는 이것으로 할 수 있는 말을 다 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미네코는 조금도 자극을 받지 않고, 게다가 평소처럼 남자를 취하게 하는 어조로 말했다.

(너무...늦은건가...) - P284

요시코가 말했다. 커다랗고 검은 눈이 베개를 벤 산시로의 얼굴 위로 떨어졌다. 산시로는 아래에서 요시코의 창백한 이마를 올려다보았다. 처음으로 이 여자를 병원에서 봤던 옛날 일을 떠올렸다. 지금도 울적해 보인다. 동시에 쾌활하다. 의지가 될 만한 모든 위로를 산시로의 베개 위로 가져왔다.

(검은 눈이 얼굴 위로 떨어진다.) - P326

노노미야는 초대장을 찢어 바닥에 버렸다. 이윽고 히로타 선생과 함께 다른 그림에 대한 평을 시작한다. 요지로만이 산시로 옆으로 다가왔다.

"어떤가, <숲 속의 여인>은?"

"<숲 속의 여인>이라는 제목이 안 좋네."

"그럼, 뭐라고 하면 좋겠나?"

산시로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저 입속으로, 스트레이 십, 스트레이 십, 이라고 되풀이할 뿐이었다. - P335


댓글(5)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cott 2021-10-08 18: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낼 모닝 리뷰 올리신다에 한 표.🖐 ^^

새파랑 2021-10-08 18:27   좋아요 1 | URL
^^ 알겠습니다. 열심히 써봐야 겠어요~!!

2021-10-08 21: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21-10-08 19: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즐거운 주말과 기분 좋은 금요일 저녁시간 되세요.^^

새파랑 2021-10-08 19:28   좋아요 2 | URL
서니데이님 몸 빨리 괜찮아지세요 ^^
 
에브리맨
필립 로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냥 오는 대로 받아들여, 버티고 서서 오는 대로 받아들여라. 다른 방법이 없어.˝

Everyman : 보통사람

한사람이 태어나서 죽을때까지 그리고 죽음 이후 남겨진 사람들까지,  이렇게 한 사람의 일생을 묵직하게 담아낸 책이 있을까?

˝필립 로스˝의 에브리맨을 읽고 나서 삶에 대한 욕망과 살아있음의 감사함을 느끼게 되었다. 주인공인 ‘그‘는 젊은 시절 성공한 인생을 살았었지만 결코 우리가 생각하는 도덕적인 삶을 살지는 않았다. 그는 세번 결혼을 해서 세번 이혼을 했고, 그의 아내였던 사람과 자식들에게 큰 상처를 남겼다.

그럼에도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살기위해 노력했고, 인생을 포기하지 않았으며, 그가 하고 싶었던 최선의 삶을 살기 위해  노력했다. 비록 그의 신체는 건강하게 태어나지 못해 언제나 생사의 갈림길에 있었지만 그는 그때마다 다시 일어났다. 결국 마지막 죽음을 피할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삶에 대한 열망을 마지막까지 놓지 않았다.

[노년은 전투가 아니다. 노년은 대학살이다.]  P.162

[목적없는 낮과 불확실한 밤과 신체적 쇠약을 무력하게 견디는 일과 말기에 이른 슬픔과 아무것도 아닌 것을 기다리고 또 기다리는 일, 결국 이렇게 되는 거야. 그는 생각했다. 이거야 미리 알 도리가 없는 거지.]  P.167


특별할 것도 없는 평범한 사람이 태어나서 늙고 병들어 죽는 이야기지만, 그 속에서 삶에 대한 위안을 주는 작품. 우리는 단지 에브리맨이다.  


Ps 1. ˝톨스토이˝의 <이반 일리치의 죽음>이 죽어가는 과정에 집중한 이야기라면, <에브리맨>은 노년의 투쟁에 집중한 이야기이다. 두 작품 모두 죽음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멋진 명작이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두 작품 모두 몰입감 축면에서는 최고라는 생각이 든다.


Ps 2. 이렇게 유명한 책을 지금까지 몰랐었다니... 이제라도 읽어서 다행이다.

댓글(15) 먼댓글(0) 좋아요(4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청아 2021-10-06 23:5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오 노년의 투쟁이라니 더 기대됩니다. 이제 필립 로스 이름만 봐도 일단 두근두근ㅎㅎ
새파랑님 오늘 시작하신것으로 기억하는데 금새 읽으셨네요. 저 1일1권이 소원인데 부럽습니다😆🥲

새파랑 2021-10-07 00:05   좋아요 4 | URL
필립 로스의 책은 잘 읽히더라구요 ㅋ 개인적으로 <죽어가는 짐승> 보다는 이 책이 많이 좋았습니다. 빨간맛은 아님 ^^ 미미님은 1일 2권도 가능하심 ~!!

막시무스 2021-10-07 00:2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정말로 재독하고 싶은 작품인것 같습니다!ㅎ 당분간은 새파랑님의 리뷰로 만족해야 할 듯요!ㅠ 굿밤되세요!

청아 2021-10-07 00:28   좋아요 4 | URL
ㅋㅋㅋㅋㅋㅋ막시무스님 이유는 아마도?그 책!ㅋㅋ파이팅요!!👍

새파랑 2021-10-07 07:10   좋아요 4 | URL
이 책은 재독해도 좋을 책인거 같아요 ^^ 막시무스님의 이유인 책의 즐거운 독서를 응원합니다~!!

2021-10-07 00: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0-07 07: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희선 2021-10-07 01:2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이 책 이야기 들었을 때 한번 보고 싶다 생각했지만 못 봤네요 사람은 나이 먹고 다 죽겠지요 평소에는 그런 걸 잘 생각하지 않는 것도 같아요 생각하면 지금을 좀 더 괜찮게 살지...


희선

새파랑 2021-10-07 07:14   좋아요 5 | URL
이 책 나왔을 당시에 유명했던 책 같더라구요. 리뷰도 많고^^ 한 사람의 인생을 엿보기에는 좋은 책 같아요~!!

mini74 2021-10-07 08:4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노년은 대학살이다 ㅠㅠ 가 퍽! 하고 가슴에 와닿아요 이반 일리치와는 또 다른 죽음의 이야기라니 ! 저도 찜 *^^*

새파랑 2021-10-07 10:40   좋아요 3 | URL
이 책 강추~!! 입니다 ^^ 필립 로스 너무 매력적이더라구요~!

그레이스 2021-10-07 22:5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노년에 대한 이야기 이언 매큐언 <암스테르담> 읽고 노년에 대한 생각을 진하게 했던 것 같아요^^
약간 두렵기도 하고...

새파랑 2021-10-08 06:05   좋아요 0 | URL
왠지 나의 미래 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좀 그렇더라구요 ㅎㅎ 저도 그래서 약간 걱정이 되네요 😅

붕붕툐툐 2021-10-08 00:2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요즘 필립 로스 달리시네요? 저도 완전 관심 있는데~ 제2의 성을 읽어야 하는 관계로 다 미뤄놓고 마음만 다급하네요?ㅎㅎ
일단 담아둡니다!ㅎㅎ

새파랑 2021-10-08 06:07   좋아요 0 | URL
최근에 필립 로스 책 3권을 읽었네요. 역시 예리하심~!!
툐툐님의 제2의 성 조기 완독을 응원합니다 ^^
 

정말 강렬한 작품이다. 한 사람이 태어나서 죽을때 까지의 인생을 엿본 기분이 든다.






"현실을 다시 만들 수는 없어요." 낸시는 아버지에게 그 말을 돌려주었다. "그냥 오는 대로 받아들이세요. 버티고 서서 오는 대로 받아들이세요." - P13

그동안 그도 난공불락의 남자로 남아 있으려는 전투에서 계속 패배했다. 시간은 그의 몸을 붕괴를 막기 위해 고안된 인공장치들의 창고로 바꾸어놓았다. 이제 그 자신의 사망에 관한 생각에서 뇌관을 제거하려면 그 어느 때보다도 부지런하고 교활해야 했다. - P24

피비는 법정에서 증언대에 선 원고, 마치 사드 후작을 고발하기라도 하듯 울분을 품은 채 잔뜩 긴장하고 있었다 - 로부터 "그의 여자친구들의 긴 행렬에서 37번 이라고 일컬어졌는데, 사실 그녀는 미래를 너무 멀리 내다본 것이었으며 피비는 아직 2번에 불과했다.

(필립 로스 식의 유머 너무 재미있다.) - P41

아홉 살 때 그의 병실에 있던 다른 소년의 침대와 비슷했다. 지금까지 긴 세월 동안 그는 살아 있었고 그 소년은 죽은 상태였다 ㅡ 그런데 이제 그가 그 소년이 된 것이다. - P49

그러나 천재의 솜씨라고 부를 수 있는 대목은 이 사업체를 자기 이름이 아닌 에브리맨 보석상‘ 이라고 부른 것이다. 이 가게는 그가 일흔셋의 나이에 도매상에 재고를 팔고 은퇴할 때까지 그의 충실한 고객이 된 유니언 카운티 전역의 보통 사람 무리에게 그 이름으로 알려져 있었다.

(에브리맨..보통 사람...) - P63

그는 아버지가 세상에서 1센티미터씩 사라지는 것을 다 지켜보았다. 맨 끝까지 그 과정을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두번째 죽음 같았다. 그렇다고 첫번째 죽음보다 덜 끔찍하지도 않은 죽음. 그는 갑자기 밀려오는 감정에 실려 자신의 삶의 켜들을 뚫고 아래로, 저 아래로 내려갔다.

(죽음을 이렇게 슬프게 표현하다니...) - P67

"언제, 도대체 언제 끝을 내야 할까? 언제 가스를 켜고 머리를 오븐에 박아야 할까? 언제쯤 이만하면 됐다고 말할 수 있는 걸까? 그렇게 십 년 동안 슬픔을 안고 살았습니다. 꼬박 십 년이 걸리더군요. 그래서 슬픔은 마침내 끝이 났는데, 이제 이놈의 병이 시작되더군요." - P74

그들 가운데 한 명이 전신 마취를 원하는지 아니면 국부 마취를 원하는지 물었다. 꼭 웨이터가 레드 와인을 원하는지 아니면 화이트 와인을 원하는지 묻는 것 같았다.

(ㅋㅋㅋㅋㅋㅋㅋ) - P75

"하지만 현실을 다시 만드는 건 불가능해." 그는 작은 소리로 말하며 딸의 등을 쓰다듬고 머리카락을 어루만지고, 품 안의 그녀를 살며시 흔들었다. "그냥 오는 대로 받아들여, 버티고 서서 오는 대로 받아들여라. 다른 방법이 없어."

(그냥 그냥 받아들여야 한다...) - P83

"그렇지 않아요. 선생님은 몰라요. 의존, 무력감, 고립, 두려움. . 그게 다 아주 무섭고 창피해요. 통증이 있으면 자신을 겁내게 돼요. 그 완전한 이질감이 정말 끔찍해요."

(통증의 끔찍함이란...) - P96

열흘 뒤 밀리선트는 수면제를 잔뜩 먹고 자살했다. - P97

이제 그 어떤 것도 그의 호기심에 불을 붙이지 못했고 그의 요구에 답을 해주지도 못했다. 그의 그림도, 그의 가족도, 그의 이웃도, 아침에 널을 깐 산책로에서 그의 옆에서 조깅하는 젊은 여자들을 빼면 아무것도, 맙소사, 그는 생각했다. 한때 나였던 남자! 나를 둘러쌌던 생활! 나의 것이었던 힘! 그때는 어디에서도 이질감은 느낄 수 없었다! 한때는 나도 완전한 인간이었는데,

(노년의 슬픔..이제는 더이상 아무것도 없다.) - P135

그녀는 전화하지 않았다. 산책을 나가서도 그녀를 다시 보지 못했다. 다른 널빤지 길을 따라 조깅을 하기로 한 것이 틀림없었다. 이로써 마지막으로 크게 한 방 터뜨려보겠다는 그의 갈망은 꺾여버린 것이다.

(나이가 들어도 필립 로스의 성욕은 줄어들지 않는다 ㅋ) - P140

노년은 전투가 아니다. 노년은 대학살이다. - P162

목적없는 낮과 불확실한 밤과 신체적 쇠약을 무력하게 견디는 일과 말기에 이른 슬픔과 아무것도 아닌 것을 기다리고 또 기다리는 일, 결국 이렇게 되는 거야. 그는 생각했다. 이거야 미리 알 도리가 없는 거지.

(죽음을 기다리는 삶이란...) - P167

하지만 사람이 어떻게 자발적으로 충만함을 버리고 그 무한한 무를 선택할 수 있을까? 나라면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그냥 차분하게 누워 작별 인사를 할 수 있을까? - P17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