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한 결정
오가와 요코 지음, 김은모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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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기억은 뿌리째 뽑혀나가지 않아. 자취를 감춘 것처럼 보여도 어딘가에 여운이 있지. 설령 기억이 없어지더라도 마음이 무언가를 간직하고 있기도 해, 떨림, 고통, 기쁨, 눈물 같은 것을.˝


내 주위에 있던 일상적인 것들과 소중한 것들이 조금씩 사라저 간다면, 그리고 기억마져 희미해진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은밀한 결정>의 이야기는 어느 외딴 곳에 떨어진 섬이 배경이다. 그 섬에서는 몇일 간격으로 어떠한 것들이 하나씩, 하나씩 소멸되게 된다. 그리고 사람들은 사라진 것들에 대한 기억도 함께 잃어간다. 주인공이자 소설을 쓰는 직업을 쓰는 ‘나‘ 역시 그렇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소멸된 것에 대한 기억을 잃지 않는다.


‘나‘의 어머니 역시 그런 사람 중 한사람이었다. 어머니는 소멸해 간 것에 대한 기억을 잃지 않는다. 당시 섬에서는 소멸한 것에 대해 개인이 가지고 있을 수 없었으며, 이를 어길경우 섬의 지배계층인 비밀 경찰에게 끌려가게 된다. 하지만 어머니는 소멸해 간 것들을 하나씩 하니씩 몰래 보관해 놓았다.

[˝하지만 모르겠어. 왜 엄마만 아무것도 잃지 않는지. 왜 아무리 시간이 가도 전부 기억하고 있는 건지.˝ 마치 그게 불행한 일인 것처럼 어머니는 눈을 내리뜬다. 나는 어머니를 위로하기 위해 한번 더 잘 자라고 입맞춤을 한다.]  P.10



이렇게 기억을 잃지 않은 몇몇의 사람들은 섬의 통제체계에 어긋나기 때문에 비밀 경찰에게 끌려가게 되고, 비밀 경찰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어머니와 같이 기억을 잃지 않는 사람들은 이 사실을 숨기면서 살아가야 했다. 하지만 어느날 어머니 역시 비밀경찰에 의해 끌려가서 죽게 된다.


소설가인 ‘나(그녀)‘에게는 나의 글을 편집해 주는 편집장 ‘R‘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녀는 편집장 역시 자기와 같이 기억을 잃는 보통사람이라 생각하였는데, 어느날 그는 그녀에게  한가지 사실을 털어놓는다. 자신(편집장) 역시 그녀의 어머니 처럼 기억을 잃지 않는다고.


더이상 소중한 사람을 잃고 싶지 않았던 그녀는 자신의 집에 비밀 경찰로부터 숨을 수 있는 폐쇄된 방을 만들고, 편집장 ‘R‘이 그곳에서 숨어지낼 수 있도록 한다. 그리고 그녀의 집에서 편집장과 함께 소설을 써나가게 된다.


그러던 어느날 섬에서 ‘소설‘이 소멸하게 되고, 섬에 있는 모든 책들은 불태워지게 된다. 하지만 그녀는 폐쇄된 방에 자신이 지금까지 쓴 소설과 집에 남아있던 일부 소설을 숨기게 된다.

[˝옛날에 누가 이런 말을 했던 기억이 나요. ‘책을 불태우는 자는 결국 인간을 불태우게 된다.˝]  P.238



그녀는 점점 소설에 대한 기억을 잃어가게 되고 글도 쓸 수 없게 된다. 하지만 편집장 ‘R‘은 이 모든 걸 다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그녀가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기억을 살릴 수 있도록 노력하지만, 되돌릴 수는 없었다. 점점 많은 것들이 사라져가고 육체의 일부, 그리고 말(언어)까지 소멸하게 되는 이 섬에는 도대체 어떤 것들이 남아있게 될까?

[˝아니,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니야. 생각해봐. 달력이 사라졌으니 한 달이 끝날 때 그 장을 쭉 찢어낼 수 없잖아. 즉, 아무리 기다려도 우리에게 새로운 달은 오지 않아. 봄이 오지 않는 거야.˝]  P.182



고요한 디스토피아를 그리고 있는 ˝오가와 요코˝의 <은밀한 결정>은 뭔가 큰 이벤트 없이도 잔잔하면서도 음울하고 비관적인 분위기를 느끼게 하는 작품이다. ˝오가와 요코˝의 작품은 처음 읽어봤는데 상당히 독특한 느낌을 받았다. 책 소개를 보면 <1984>, <백년 동안의 고독> 등이 언급되어서 이와 비슷할 거라 생각했는데(백년 동일의 고독은 안읽어봤지만 ㅎㅎ) 생각했던 것과는 비슷하지 않았다. 이책은 잔잔한 디스토피아가 딱 맞는 표현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이 책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갈릴 것 같고, 어떤 사람이 읽기에는 다소 심심할 수도 있을거라는 생각이 든다. 반면 특별한 사건 없이 문장만으로 만들어 낸 우울한 분위기는 대단히 독특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흡입력 있는 문장은 책을 계속 읽게 하고 궁금증을 자아낸다.


무언가를 잃어버린다는 것은 언제나 안타깝다. 그것이 물건이든, 기억이든 말이다. 그래도 누군가가 기억한다면 결코 사라졌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기억한다는 것은 결코 불행이 아니다.



Ps 1. 오늘은 ˝마르케스˝의 <백년의 고독>을 읽어야 겠다.


Ps 2.  이 책의 내용과 정확히 연관되는 노래는 아니지만, 왠지 이 노래가 생각이 나서 들었다.

Alan Parsons Project <Time>
https://youtu.be/jhSTEJ89V4M

Time, flowing like a river
Time, beckoning me
Who knows when we shall meet again
If ever. . But time
Keeps flowing like a river to the s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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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1-10-20 16:2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여기 제목이 페넬로페님 글 제목하고 뭔가 느낌이 비슷해요!ㅋㅋㅋㅋ새파랑님 말씀처럼 고요한 디스토피아네요.
분위기는 이시구로의 <클라라>도 좀 생각나게 하구요.😉 소설이 없는 세계라니..🤦‍♀️

새파랑 2021-10-20 17:03   좋아요 4 | URL
저는 소설이 없는 세계에서는 절대 살 수 없습니다~!! 쎈(?)걸 좋아하시는 미미님과는 약간 안맞을거 같아요 😆

그레이스 2021-10-20 18:0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신비주의적인 것때문일까요?
백년동안의 고독이 거론되는 것은?
스토리는 다른데...^^

새파랑 2021-10-20 18:08   좋아요 4 | URL
제가 곧 백년동안의 고독을 읽고 유사점을 찾아보겠습니다~!!

그레이스 2021-10-20 19:15   좋아요 3 | URL
차라리 기억전달자?

새파랑 2021-10-20 19:22   좋아요 3 | URL
와우 기억전달자 찾아보니까 왠지 비슷한 느낌인거 같아요 ^^ 근데 전 첨보는 책이었어요 😅

새파랑 2021-10-20 22:17   좋아요 1 | URL
이제 백년동안의 고독 1권 절반 읽었는데 이 책하고 비슷한 분위기가 있네요 ^^

그레이스 2021-10-20 22:18   좋아요 2 | URL
우와 그렇게나 빨리요?@@

mini74 2021-10-20 18:0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는 코코 생각나요. 기억돠지 않으면 사라지는 ㅠㅠ 소재가 독특하네요 . 아 왜 이리 재미있는 책들이 많은걸까요 ㅎㅎ

새파랑 2021-10-20 18:10   좋아요 4 | URL
코코가 뭔지 모르지만 이 책도 특이한거 같아요. 전 읽다보면서 하루키의 <세계의 끝>이 떠올랐어요. 약간 분위기도 비슷합니다 ^^

mini74 2021-10-20 18:23   좋아요 4 | URL
만화영화 코코~ 넘 재미있어요. 시간되시면 추천 ! 거기 나오는 단테란 개가 짱 멋집니다 ㅎㅎ 그러다 폭풍오열ㅠㅠ

서니데이 2021-10-20 18:5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호불호가 사람마다 있을 수 있다고 하시니 조금 더 소개를 읽어보고 사야겠네요.
잘읽었습니다. 새파랑님, 저녁 맛있게드시고 좋은 시간 되세요.^^

새파랑 2021-10-20 19:15   좋아요 4 | URL
서니데이님은 왠지 이책 괜찮으실거 같아요~!! 저녁 많이 드시고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

페넬로페 2021-10-20 19:1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조용하지만 섬뜩한 디스토피아인데요^^
연로한 엄마를 보면 어쩌면 기억만이 삶을 지탱하는 힘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봤거든요^^
오늘 선곡 끝내줍니다.
제가 좋아하는 곡이기도 하고 이 책과도 잘 어울려요^^

새파랑 2021-10-20 19:24   좋아요 4 | URL
이 노래는 그렇게 유명하지는 않은거 같은데 역시 페넬로페님은 👍 쓸쓸함이 비슷한 느낌이었어요~!!

막시무스 2021-10-20 19:2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흥미로운 내용인듯합니다!ㅎ 저는 리뷰 읽으면서 너무 시끄러운 고독이 생각났어요! 백년고독이랑 비교글 기대하겠습니다! 즐건 저녁시간되십시요!

새파랑 2021-10-20 19:26   좋아요 3 | URL
너무 시끄러운 고독 왠지 재미있어 보입니다. 바로 보관함으로 직행 ^^

coolcat329 2021-10-20 19:5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섬에서 하나씩 소멸해가는건 크리스티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생각이 나고 책 태우는건 화씨451 이 생각나네요. 기억전달자도 떠오르고요 ㅋ

새파랑 2021-10-20 20:07   좋아요 3 | URL
와우 비슷한 느낌의 디스토피아적인 책이 많네요. <은밀한 결정> 이 책도 처음 출판된게 20년 전이라고 합니다 ^^

붕붕툐툐 2021-10-20 22:5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잔잔한 디스토피아~ 전 안 봐도 불호쪽일 듯하여 일단 패쓰합니다! 그래도 페이퍼는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새파랑 2021-10-20 23:07   좋아요 2 | URL
툐툐님에게 불호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극호만 어울리심 ^^

희선 2021-10-21 01: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가즈오 이시구로 소설 《파묻힌 거인》에서도 사람들이 기억을 잊어요 그래도 잊지 않은 사람이 나타나요 가즈오 이시구로 소설과 오가와 요코가 말하는 건 조금 다를지 몰라도 무언가를 잊는 건 비슷해서... 괴로워도 잊지 않는 게 좋을 텐데, 그게 자기 마음대로 되지 않으면 괴롭겠습니다 잊을 수밖에 없다니, 잊지 않는 사람은 왜일지...


희선

새파랑 2021-10-21 06:48   좋아요 2 | URL
이시구로 작품도 안읽은 작품들 읽어야 하는데 파묻힌 거인은 못읽었네요 ㅜㅜ 괴로운 것들도 있을테니 다 기억한다는게 항상 좋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다 잊는다는건 더 안좋은것 같아요~~
 

주변에 있던 일상적인것과 소중한 것이 하나씩 소멸된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섬 사람들은 그렇게 멋진 것들을 영원히 마음속에 간직할 수 없어. 섬에 사는 한 마음속에 있는 것들을 순서대로 하나씩 잃어버릴 수밖에 없지. 조금 있으면 너도 처음으로 뭔가를 잃을 때가 올 거야."
- P5

"하지만 모르겠어. 왜 엄마만 아무것도 잃지 않는지. 왜 아무리 시간이 가도 전부 기억하고 있는 건지." 마치 그게 불행한 일인 것처럼 어머니는 눈을 내리뜬다. 나는 어머니를 위로하기 위해 한번 더 잘 자라고 입맞춤을 한다. - P10

내일 찾아올지 모를 무언가의 소멸에 대비해 섬 전체가 마음의 준비를 하는 듯한 정적이 주위를 가득 채운다. 이렇게 섬은 밤을 맞는다. - P25

그때 우리는 서로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눈을 마주보며, 훨씬 전부터 서로의 마음 한구석에 도사리고 있는 불안을 느꼈다. 분수의 물보라에 반사된 빛이 R씨의 옆얼굴을 비추었다.
입 밖에 내면 실현될 것만 같아서 나는 그가 모르도록 가슴속 깊이 가만히 중얼거렸다. 만약 말이 사라지면 어떻게 될까. - P34

"나는 알아, 에메랄드가 얼마나 아름답고, 향수가 얼마나 향기로운지. 내 마음에서는 아무것도 사라지지 않거든." - P84

"내 기억은 뿌리째 뽑혀나가지 않아. 자취를 감춘 것처럼 보여도 어딘가에 여운이 있지. 작은 씨앗 같은 거야. 어쩌다 비가 내리면 다시 떡잎이 돋지. 그리고 설령 기억이 없어지더라도 마음이 무언가를 간직하고 있기도 해, 떨림, 고통, 기쁨, 눈물 같은 것을." - P107

"아니,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니야. 생각해봐. 달력이 사라졌으니 한 달이 끝날 때 그 장을 쭉 찢어낼 수 없잖아. 즉, 아무리 기다려도 우리에게 새로운 달은 오지 않아. 봄이 오지 않는 거야." - P182

"옛날에 누가 이런 말을 했던 기억이 나요. ‘책을 불태우는 자는 결국 인간을 불태우게 된다." - P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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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좋은 문장들이 많은 책이다. 정말 아껴보고 싶은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너였다. 지금껏 내가 만난 최고의 문장은, 나는 오늘도 너라는 낱말에 밑줄을 긋는다. 너라는 말에는 다정이 있어서, 진심이 있어서, 쉬어갈 자리가 있어서, 차별이 없어서, 사람이 있어서 좋았다. 나는 너를 수집했고 너에게 온전히 물들었다. - P5

줄 긋기는 인간의 오랜 습벽이다. 별들을 가만두지 못하고 줄을 그어 별자리를 만들고 그에 어울리는 신화를 지어낸다. 그뿐인가. 이 개념과 저 개념에 줄을 그어 없던 학문을 만들어내고 진보를 거듭한다. 전 지구인을 ‘랜선‘으로 연결해 새로운 국경, 새로운 인류를 만들어낸다. 인생이란 어떤 사람에게 선을 잇고 어떤 언어에 줄을 그을 것인가를 선택하는 일이다. 세상의 많고 많은 말들 중에 내가 밑줄을 그은 말들이 나의 언어가 된다. 이 책 안에 쓸모 있는 문장들이 있어서 단 몇 줄이라도 그대의 것이 된다면, 나는 메밀꽃처럼 환히 흐드러지겠다. - P8

‘진심‘이란 말도 홀로 세워놓고 보면 초라해 보인다. 무수한 친절과 예의로 치장된 관계의 말들 속에서 어느 마음이 진실이고 거짓인지 잘 분간되지 않을 때가 많다. 마음은 너무 드러내도 문제고 너무 안 드러내도 문제다. 그래서 진심은 참 까다롭다. 나는 진심이 겉으로 드러난 정황 혹은 정도를 가리켜 진정성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진정성이 느껴지는 사람이나 식당이나 물건에 신뢰와 호감을 갖게 된다. 진정성의 농도, 진심이 느껴지는 정도에 따라 가치가 달라진다. 즉 진심은 일종의 자본이다. - P19

오늘 생을 마감하는 사람에게 내일이라는 시간은 전 재산을 주고도 사지 못하는 가치를 지닌다. 우리 모두는 시간 앞에서 유한한 존재들이다. 내가 가진 시간의 양이 목숨이다. 그러므로 내가 누군가에게 시간을 내고 있다는 말은 내 목숨의 일부를 내주고 있다는 의미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을 때, 누군가를 미워하고 있을 때,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을 때도 내 목숨이 사용된다. 그래서 인생에서 시간은 어느것에 더 목숨을 소비하고 사용했느냐의 결과를 말한다. - P20

정말은 정말일 때만 쓸 수 있다. 정말은 진심일 때만 쓸수 있다. 정말 사랑한다면 그에게 일 순위로 시간을 내주어야 한다. 그를 사랑하기 위해서는 분산되지 않는 목숨의 몰입이 있어야 한다. 다른 어떤 것보다 우선해서 그에게 시간을 쓰고 있다면 그가 알아주는 몰라주는 나의 진심을 의심할 필요가 없다. 그 마음만큼 진짜가 없고, 그 시간만큼 정말인 것은 없다. 시간이 진심이다. - P21

탐욕의 언어로 믿음을 정의하지 말자. 믿는 마음을 더럽히지 말자. 믿음은 바라는 것이 아니다. 믿음은 자신의 마음을 지켜보는 것이다. 나의 유익과 기대 때문에 누군가를 힘들게 하거나 자신을 옭아매게 해서는 안 된다. 믿음은 내 마음을 지키고 다스리는 일이다. 나의 욕심을 잠그는 일이다. - P25

너를 믿는다는 말은 내 마음을 단단히 지켜내겠다는 각오다. 나를 끝까지 믿는 나에 대한 확신이다.
- P25

제제의 말이 맞다. 사람은 꼭 총을 맞아야 죽는 게 아니다. 사랑이 멈추면 죽는다. 사랑은 마음의 화학작용이라서 발열반응이 일어나지 않으면 생성되지 않는다. 반응하고 결합하는 것이 사랑의 원리다. 애플민트와 라임이 만났을 때처럼 개별의 본질과 특성을 망가뜨리지 않고 서로를 허용하며 농도를 맞추면 된다. - P31

우리가 사랑을 갈구하는 이유는 혼자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사랑해도 함께 있다고 해도 인간은 홀로이다. - P39

"선생은 오늘을 ‘오! 늘‘이라고 풀이 하셨대. 오늘 하루가 항상, 영원하다는 의미로, 괴짜 같지 않아?" - P49

사랑이 꼭 곁에 두는 것,
소유하는 것만이 아니다.
그리워하는 것,
마음을 분명히 하는 것도
사랑이다. - P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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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나리자 2021-10-19 14: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나를 끝까지 믿는 마음,,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그런 확신을 하면서 나아가야 성장하는 거겠죠.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새파랑님.^^

새파랑 2021-10-19 16:35   좋아요 2 | URL
이 책 너무 마음에 드네요 ㅜㅜ 모나리자님도 꼭 읽어보세요 ^^

서니데이 2021-10-19 19: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시인들은 에세이를 써도 문장이 좋다고 해요.
이 책도 좋은 모양이네요.
공기가 차가운 저녁입니다.
따뜻하고 좋은 하루 되세요.^^

새파랑 2021-10-20 07:27   좋아요 2 | URL
어제는 약속이 있어서 책을 못읽었네요 ㅜㅜ 이책 좋습니다. 서니데이님도 좋아하실듯^^
 

오늘은 독서를 좀 늦게 시작했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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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10-19 00: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책 펼치자 마자 새파랑님 전체 문장에 밑 줄५✍⋆* 그으 신다 🖐^^

새파랑 2021-10-19 07:47   좋아요 1 | URL
너무 좋네요. 완전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책~!! 이건 세번 읽어야 됩니다^^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61
테네시 윌리암스 지음, 김소임 옮김 / 민음사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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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희곡 읽기는 계속된다. 이번주에 읽은 희곡은 ˝테네시 윌리암스˝의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다. 이전에 읽은 그의 희곡 <뜨거운 양철 지붕 위의 고양이>, <유리동물원>에 이은 세번째 읽은 작품인데, 결론부터 이야기 하면 아주 재미있었다.


몇편 읽어보지 않았지만 ˝테네시 월리암스˝의 희곡 특징이라면 다른 희곡 작가들에 비해 ‘희극‘적 성격이 다소 약하다는 점을 들 수 있겠다. 시종일관 무거운 느낌으로 진행되지는 않더라도, 중간에 유머 포인트가 별로 없다.  그런데 이러한 흐름의 일관성이 오히려 결말부분의 비극성에 무게를 실어준다.


[사람들이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타고 가다가 묘지라는 전차로 갈아타서 여섯 블록이 지난 다음, 극락이라는 곳에서 내리라고 하더군요.]  P.12



언어 유희가 아니고, 실제 저런 전차의 이름이 미국의 ‘뉴올리언스‘에 있다고 한다. ‘욕망‘이라는 전차를 타고 동생인 ˝스텔라˝를 찾으러가는 언니 ˝블랑시˝는 뉴올리언스의 빈민가에 살고 있는 동생의 집에 잠시 살게 된다. 동생은 당시 ˝스탠리˝와 결혼한 상태였으며  아이를 임신한 상태였다.


평온한 동생의 집안에 언니 ˝블랑시˝가 오게 된 후 집안은 일대 혼란을 겪게 된다. ˝블랑시˝는 사사건건 동생 집에 대해 간섭을 하게 되고, 안하무인으로 마치 자기 집처럼 편하게 지낸다. 고등학생 선생님이었던 ˝블랑시˝는 도대체 왜 빈민가에 있는 동생네 집에서 떠나지 않고 있는걸까?

[블랑시 : 슬픔이 진실을 가져오나 봐요.

미치 : 슬픔은 분명 사람에게서 진실을 끄집어내요.

블랑시 : 얼마 안 되는 진실이나마 슬픔을 경험한 사람만이 갖고 있죠.

미치 : 당신 말이 맞아요.]  P.55



˝블랑시˝는 이남자 저남자에게 추파를 던지다가, 결국 제부인 ˝스탠리˝의  친구인 ˝미치˝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순수한데다 마마보인 ˝미치˝는 그녀의 유혹에 아무 의심없이 넘어간다.


하지만 제부인 ˝스탠리˝는 그녀가 못마땅했고, 뒷조사를 통해 결국 그녀가 왜 떠나왔는지, 그녀가 왜 가난하게 되었는지, 그녀가 왜 첫번째 결혼에 실패하였는지 밝혀지게 되고, 그녀와 ˝미치˝와의 관계도 무산된다.


이에 큰 충격을 받은  ˝블랑시˝는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게 되고, 제부에게 마져 겁탈을 당한다. 그리고 이후 정신이상 증세로 인해 정신병원으로 옮겨가게 된다.


과거의 잘못 때문에 현재에도 꼭 불행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이 극복할 의지가 있다면 그리고 반성한다면 과거의 시간은 과거일 뿐이다. 하지만 ˝블랑시˝가 보여준 현재의 겉모습은 다소 진실됨이 없었다. 나이를 속이고 외모를 감추기 위해 어두운 조명아래서만 사람을 만나고, 알콜 중독에 과거 자신의 소문에 대해 두려워하며, 거짓말을 일삼는 그녀의 모습은 결코 진실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녀 본인은 ‘마음속으론 거짓말 한 적 없다‘고 생각한다.


그녀의 비극은 그녀만의 잘못이었을까? 그건 아니었다. 과거의 아픔은 그녀의 잘못이 결코 아니었다. 그럼에도 그 아픔이 오늘날의 그녀를 망가지게 했으며, 이를 극복해 보려고 새로운 사랑을 찾던 찰나에 무너지게 되었다. 그래서 그녀의 비극은 독자에게 공감을 준다. 만약 누군가가 위로해 줬더라면 비극은 희극으로 바뀔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재미있게 읽은 희곡 작품이었지만, 개인적으로는 <양철지붕 고양이>가 좀 더 좋았다고 생각한다. 코로나 시대에 연극보러 갈 수 없는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이번주에도 희곡 1편을 읽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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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10-18 18:4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1등.🖐 ^^^^^^^

새파랑 2021-10-18 18:54   좋아요 5 | URL
저는 항상 5등인데 😅 스콧님 페이퍼 음악 들으러 가야 겠어요 ^^

mini74 2021-10-18 18:4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제게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는 무조건 비비안 리와 말론 브란도 ~ 희곡으론 아직 못 읽어봤어요 새파랑님 리뷰 👏 넘 좋아요 ㅎㅎ

새파랑 2021-10-18 18:55   좋아요 5 | URL
비비안리와 말론 브란도가 누군지 모르겠어요 😅 영화가 좋다는 이야기는 들어봤는데 재미있나보네요~!! 희곡 읽다보니 영화같은 느낌이 더 강하게 들더라구요 ^^

mini74 2021-10-18 18:57   좋아요 6 | URL
이런 세대차이 ㅠㅠ 비비안리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스칼렛역을 맡는 배우, 말론 브란도는 청춘의 심볼로 제임스 딘이 말론 브란도 짝퉁이었답니다. 그러다 제임스 딘은 요절하면서 영원한 청춘의 심볼이 되었지요 ~~ 우리때는 최고의 스타였어요 ㅠㅠㅠ

페넬로페 2021-10-18 20:07   좋아요 4 | URL
말론 브란도는 대부로 유명한 배우입니다.
지옥의 묵시록으로도 유명하고요^^
새파랑님은 신세대이시군요^^

새파랑 2021-10-18 21:49   좋아요 4 | URL
제가 영상에 좀 많이 약해서요 😅 신세대 까지는 절대 아닙니다 ㅋ

막시무스 2021-10-18 18:59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p12의 문장이 정말 멋지군요!ㅎ 그래도 욕망의 전차를 타고 출발해서 극락에서 내렸으면 괜찮을 법도 한데요!ㅎ 즐건 저녁시간되십시요!

새파랑 2021-10-18 21:50   좋아요 3 | URL
그런데 내린곳이 실제로는 극락이 아니었다는게 문제 였던거 같아요 ㅎㅎ 영문으로 읽으면 더 재미있을거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

청아 2021-10-18 19:10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표지그림이 무섭네요. 저랑은 인연이 없는 것으로..😔 영화를 먼저 찾아봐야겠어요! 말론 브란도 새파랑님 얼마전 읽으신
조셉 콘래드의 <암흑의 핵심> 을 영화화한 지옥의 묵시록에서 커츠대령 역으로 나와요😆

새파랑 2021-10-18 21:53   좋아요 3 | URL
앗 표지 무서워 하시는 미미님 ㅋ 너무 금방 읽어져서 도서관에 가서 읽고 나오셔도 괜찮을거 같아요 ^^ 앗 <암흑의 핵심>도 영화가 있었군요~ ㅋ

반유행열반인 2021-10-18 20:0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도 진작 마련해놨는데 고전은 늘 새파랑님이 먼저 읽으시네요 ㅋㅋㅋ저도 언젠가는…읽겠숩니다 ㅋㅋㅋ

새파랑 2021-10-18 21:56   좋아요 3 | URL
요즘 왠지 고전에 손이 많이 가더라구요 ㅎㅎ 열반인님의 리뷰도 보고 싶네요~!! 왠지 읽고 화 내실듯 ^^ 남자 주인공이 좀 발암 유발자입니다 ㅋ

Falstaff 2021-10-18 20:11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음하하하... <뜨거운 양철...>과 <욕망이란...>은 언제나 절대비교 선상에 오르는 작품인뎁쇼, 다른 건 다 모르겠고, 주인공이 당대 최고의 아름다움을 견주는 엘리자베스 테일러와 비비안리가 경합한 때문이고, 이들이 둘도 없는 명연을 펼친 때문이고, 무엇보다 은하계 스타로서 망가지길 서슴지 않았던 이유입니다. 눈부신 열연들이었습니다. 지금 시각으로 보면 조금 촌스러울지 모르지만 당대의 명화입니다. 꼭 보셔요!

stella.K 2021-10-18 20:19   좋아요 7 | URL
ㅎㅎ 촌스럽긴 하죠. 막 오버해서 연기를 하잖아요.
근데 그게 되게 자기 배역에 열심인 것처럼 느껴지기도 해요. 정말 열연.
가끔 울엄니 땜에 <전원일기> 같은 옛 드라마를 보는 경우가 있는데
그때 당시엔 좋다고 봤을텐데 지금 보면 정말 어색하고 웃기더라구요.

페넬로페 2021-10-18 21:54   좋아요 5 | URL
저도 이 두 작품이 헷갈려요~~
다시 찾아봐야겠어요^^

새파랑 2021-10-18 21:59   좋아요 4 | URL
테네시 윌리암스의 작품은 다 영화로도 유명한가 보네요. 당대 최고의 여배우가 주연이었다니~~ 책이 영화 시나리오 같이 느껴지는 이유가 있었네요~!!

어색하더라도 언젠가는 찾아보겠습니다 😆

페넬로페 2021-10-18 20:1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제목부터가 넘 적나라해요.
일단 제목에 주제가 내포되어 있는것 같아요^^
인간은 강하기도 하지만 한없이 약한 존재라 그렇게 하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잘 안되는 존재같아요^
어떨땐 지극히 비극적인 것에 카타르시스를 느낄때도 있는데 이 책도 찜합니다^^

새파랑 2021-10-18 22:00   좋아요 4 | URL
저는 전차가 Tank를 말하는 건줄 알고 전쟁을 다룬 희곡이라고 처음에는 생각했어요 😅 읽다보면 금방 끝나버리는게 아쉽더라구요~~

stella.K 2021-10-18 20:1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오, 스텔라가 있었군요!ㅋㅋ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와 <뜨거운 양철 지붕 위의 고양이> 요게 헷갈려요.
순간 새파랑님 지난 번에 리뷰 읽었는데 또 썼나 했다능.
이제 공연도 슬슬 기지개를 펼 모양인가 봅니다.
아, 지난 2년 어떻게 살았나 싶어요.ㅠㅠ

새파랑 2021-10-18 22:03   좋아요 4 | URL
스텔라가 있었습니다 ^^ 테네시 윌리암스 작품 읽은지 얼마 안되어서 그의 작품을 또 읽었네요 ㅋ 스텔라 케이님은 연극을 자주 보시는군요. 전 실제로 본적이 별로 없어서 😅 희곡 작품을 읽다보니까 직접가서 보고 싶은 생각이 들어요. 나중에 추천 바랍니다 ^^

붕붕툐툐 2021-10-18 23: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실눈 뜨고 읽었는데도 비극적 결말이란 걸 알아버렸네요? 괜찮습니다. 제가 읽을 때는 또 다 까먹을 거예용~ㅎㅎ
꾸준한 희곡읽기 파이팅입니다!!

새파랑 2021-10-19 07:29   좋아요 1 | URL
툐툐님도 이제 실눈뜨고 읽기 경지에 오르셨군요~!! 툐툐님의 꾸준한 명상 등산도 화이팅 입니다 ^^

coolcat329 2021-10-18 23:3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 전차이름이 진짜 욕망이군요 ㅋ
저도 위에 스텔라 님처럼 욕망전차랑 양철지붕이 너무 헷갈리고 더 나아가 밤으로의 긴 여로랑도 헷갈려요. 또 유진 오닐과 테네시 윌리엄스도 헷갈리구요.ㅋ

결론은? 뭐든지 하나 읽어야 함!

새파랑 2021-10-19 07:30   좋아요 3 | URL
저 세 잭품은 다 읽어봤군요 ^^ 전 셋중에 양철지붕이 가장 좋았습니다~!! 정직한 제목 정직한 내용이었어요 ^^

레삭매냐 2021-10-19 08: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희곡 마니아가 되셨네요 이미.

전 주로 소설을 읽는 지라 -
희곡에는 까막눈이네요.

새파랑 2021-10-19 09:41   좋아요 2 | URL
이리 저리 읽다 보니 어느새 조금 읽었습니다 ^^ 레삭매냐님은 소설 천재입니다~!!

희선 2021-10-20 02: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차 이름이 욕망이었군요 그것만 가리키지 않을지도 모르죠 블랑시 삶은 별로 안 좋군요 한번 잘못됐다고 해서 좌절하면 안 좋겠지만, 다시 일어서는 걸 아주 힘들어하는 사람도 있어요 진심으로 블랑시를 도우려는 사람이 있었다면 좀 나았을지...


희선

새파랑 2021-10-20 07:30   좋아요 1 | URL
누군가가 옆에서 힘이 되어줬더라면 좋았을텐데 다들 방관하는 분위기더라구요. 단 한명이라도 진심인 사람이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