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주위에는 나와 운동 취향이 비슷한 사람은 많지만, 책과 음악 취향이 비슷한 사람은 별로 없다. 음악은 전멸이고,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하고는 몇번 대화를 해본적이 있었는데, 나는 책에 대한 대화를 자주 하고 싶었지만 그사람들은 그렇지 않았던 것 같다. 자신의 취향을 드러내기 부끄러워서 그랬을 수도 있고, 좋아하는 책 분야가 달랐을 수도 있고. 아님 내가 싫었을 수도 있고...
그래서 그런지 책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있는 북플은 나에게 신세계라는 느낌이 든다. 자신이 좋아하는 걸 이야기할 수 있다는게 이렇게 기분 좋은 일인지 늦게라도 알아서 다행이다.
다락방님의 명저 <독서공감, 사람을 읽다>를 읽다보면 왠지 북플에서 아주 좋은 리뷰를 읽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고, 더 나아가서 마치 현실에서 친구가 들려주는 재미있는 책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과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 작품에는 다락방님이 즐겁게 읽으셨을 거라고 추측되는 77편의 작품과 그에 대한 코멘트, 에피소드와 감상등이 재미있게 쓰여있다. 역시 센스 있으신 작가님은 딱 77편의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만약 100편이었으면 너무 정형적이어서 실망했을거고, 50편이었으면 너무 작아서 실망했을거다.
작가님이 쓰신 밑줄 긋그, 지하철 책읽기, 책챙기기는 완전 비슷해서 완전 공감했고, 책으로 엮은 인연, 지하철에서의 이야기, 극장에서의 이야기, 라식이야기, 누군가에게 쓴 편지 등 작가님의 실전 경험 에피소드는 흥미진진했다. 인생을 마치 책처럼 소설처럼 멋지게 사는 작가님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이 책에 수록되어 있는 77 편중 7편을 읽었었는데, <독서공감, 사람을 읽다>를 읽고 나서 이 책에 수록된 9권을 구매했고, 이중 3권을 읽었다. 앞으로 더 늘어날 예정이다.
구매한 책 : <웃는 남자>, <이름 뒤에 숨은 사랑> <곰스크로가는기차>, <한눈팔기>, <테스>,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
구매하고 읽은 책 :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 <섬>, <에브리맨>
책의 힘이란, 글의 힘이란, 작가의 힘이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언젠가는 이런 책을 꼭 써보고 싶다.

그래서 내가 밑줄을 그어 놓은 문장이 있는 책을 누군가가 읽으면 부끄럽기도 하고 자랑스럽기도 하다. 내가 밑줄을 그어 놓은 글을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읽어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때도 있다. 내가 밑줄 친 글을 읽으며 어떤 감정이었을지 생각해주었으면 좋겠다. - P29
나는 왕복 네시간 동안 읽을 책을 선택하려고 책장 앞에 서서는 기쁘게 고민한다. 이 책이 좋을까 저 책이 좋을까. 몇 권 가지고 갈까, 혹시라도 한 권 가지고 갔을 때 다 읽으면 난감하니 두 권을 가져갈까. - P51
"사람들은 이 앞만 보고 뒤도 똑같을 거라고 생각해. 그게 사람들이 다른 사람을 잘 대하지 못하는 이유야." 나는 되물었다. 그렇지만 앞과 뒤가 다르다는 걸 보여주지 않았잖아. 보여주지도 않았으면서, 앞뒤가 같을 거라고 생각하는 게 잘못이라고 말하는 것도 잘못된 거 아니야?" - P158
참 이상하다. 현재를 버리고 꿈을 좇는 영화를 볼 때, 나는 분명히 속 시원하고 위로를 받았는데, 이 책에서처럼 가고 싶었던 곳에 가지 못하는 남자를 보는데도 위로를 받는다. 사실 이 책에서 나이든 선생이 "그건 나쁜 삶이 아닙니다"라고 말하는 순간, 그만 바보처럼 나는 이 책을 껴안고 싶어졌다. 아, 이토록 아름다운 단편이라니! 시니컬하게 진행되다가, 심드렁하게 이야기하다가, 이렇게 따뜻해 져버리다니! 그래, 지금 내 삶도 나쁜 삶이 아니다. 그동안 내가 한 선택으로 이루어진 삶, 내가 만든 삶이다. - P220
글이란 얼마나 대단한가. 글로 가능한 게 대체 얼마나 많은가. 인물을 새로 만들 수도 있고, 마음속에만 품고 있던 인물을 내 마음대로 등장시킬 수도 있다. 나를 거절했던 남자를 나를 짝사랑하는 남자로 탈바꿈해서 이야기를 만들 수도 있지 않은가. - P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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