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남미문학은 유니크 하다. 너무 재미있는 이야기. 손을 놓을 수 없다.

미래가 행복하게 나타나도 그녀는 일부러 그 기쁨을 크게 떠벌리지 않는다. 인생이란 변덕스러워서 어느 순간 예기치 않게 그 기쁨에 찬물이 끼얹어질 수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그와 반대로, 미래가 불행할 경우에는 어느정도 이야기를 낙관적으로 다듬어 들려준다. 농담도 끼워 넣고 어깨를 으쓱하며, 우울한 미래를 얼버무리고, 그녀의 누추한 방으로 들어간다. 그녀의 몸, 그녀의 입, 그녀의 다리, 그것이 바로 미래인 것이다. - P31
청춘기의 시작을 맞이한 우리는 거울에 비칠 때마다 모습이 달라졌다. 수천 가지 유년기의 모습이 고집스럽게 남아 있어도, 우리의 갈 길을 막아도, 우리의 얼굴은 새로운 길을 열기 위해 몸부림쳤다. 마치 이렇게 속삭이는 것 같았다. - P37
너희 둘은 카스토르와 폴룩스처럼 항상 붙어 다니는구나, 그가 경쾌한 걸음으로 우리에게 다가오며 말을 걸었다. - P53
우리는 심사숙고한 독서를 통해 우연히 만난 동료였다. 우리의 만남은 전적으로 우연(아슬아슬한)에 의한 것이었지만 운명(위장한 의지)에 의한 것이기도 했다. - P55
"알아 둬. 특권은 타고나는 거야. 만들어지는 게 아니고." 에롤은 전에는 볼 수 없었던 진지한 표정으로 우리를 노려보았다. "그 외의 것은 모두 훔친 거야." - P69
어쩌면 내 기쁨은 나 자신이 그녀에게 기쁨을 선사했다는 감정에서 나왔을 것이다. 엘비라는 즉시 옷을 입고 간호사다운 태도를 취했지만, 나는 그 순간 내가 한 여자에게 기쁨을 안겨줄 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고, 그것이 내가 그때까지 배워 온 삶의 지혜 중 가장 중요한 것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고, 앞으로는 그것보다 더 훌륭하고 지혜로운 것이 다시없을 것임을 알 수 있었고, 그리고 그와 똑같은 일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을 것임을 알 수 있었다. - P101
필로파테르 신부가 맨 먼저 우리에게 제기했던 문제는 그가 위험하다고 생각해 온 것이었다. 그는 우리의 독서와 지적인 취미에 대해 잘 알았다. 그는 우선 우리에게 다음과 같이 경고했다. "극단으로 흐르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 P103
"너와 나는 바싹 말라 버릴 수도 있어, 여호수아. 우리가 같은 샘물을 마시면 우리는 옹졸한 인간으로 변하고 말 거야. 우리를 대항해 벽을 세우는 사람이 없다면, 우리가 우리 자신을 보도록 유도하는 사람이 없다면" - P104
"봐라, 얘들아, 내가 듣고 싶은 말을 하면서 스스로 만족하면 안 된단다. 그렇다고 해서 순전히 반대를 위한 반대만 해서도 옳지 않아. 진지해져야 한단다. 달아나면 안 돼." - P113
그건 마치 크기가 같지 않은 여섯 갈래 길이 갈려 나오는 동그란 광장으로 돌아간 것 같았다. 우리는 다른 다섯 갈래 길을 포기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단지 하나의 길만 선택해야 한다. 두 번째 길에서, 세 번째 길에서, 네 번째 길에서, 다섯 번째 길에서 과연 무엇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야 우리는 그걸 알 수 있을까? 우리는 이런 생각으로 우리 자신과 타협하는 것은 아닐까? 우리가 어떤 길을 선택하든 그건 중요하지 않다. 우리 마음속에는 진정한 길이 이미 정해져 있고, 다른 길들은 우리 자신의 본질과는 상관없는 우연이며, 풍경이며, 상황일 뿐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치부하는 건 아닐까? - P135
"누가 죄인인지 자네가 어떻게 알 수 있단 말인가? 특히 자네가 결백하다는 사실을 무슨 수로 알 수 있단 말인가?" - P117
내가 좋아하는 것은 선이 될 수도 있고 악이 될 수도 있어. 나는 그녀에게 말했다. 그러나 그건 내 의지를 표현하는 거야. 따라서 선이든 악이든 내가 행하는 것은 자유로울까? 내 자유가 자유로울 뿐만 아니라 미덕이 될 수 있으려면 나는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악을 위한 자유? 악은 악이라는 단지 그 이유만으로 자유롭지 않단 말인가? - P183
돈키호테도 산초 판사에 게 이렇게 말하지 않았던가. 기적(극히 드물게 발생하는)은 미스터리(진실이 밝혀지면 더 이상 미스터리가 아니다.)로 남겨 두는 것이 좋다고 말이다. - P227
"구세주, 나는 살아 있는 기억의 죽은 애인이야. 내게 내일 같은 건 없어. 시간이 모든 의미를 잃어버렸어. 오늘은 어제와 또 내일과 똑같아. 날이면 날마다 똑같아. 구세주,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냔 말이야!" "원한다면." 내가 말했다. "네 죽음을 더 이상 뒤로 미루고 싶지 않다면, 루차 사파타." "뒤로 미루지 않아." 그녀가 대답했다. "빨리 끝내고 싶어." - P26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