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썩은 잎에 익숙해지면, 이 모든 부귀영화는 물거품이 될 것이오.˝
<썩은 잎>은 <백년의 고독>의 작가인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이하 마르케스)˝가 스물세살에 쓴 데뷔작으로, 이후 출판되는 작품들, 특히 <백년의 고독>의 모티브가 되는 작품이라고 한다.
당장 글을 읽으면 ‘마콘도‘, ‘바나나 회사‘, ‘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 대령 등 <백년의 고독>을 읽어봤다면 낯이 익은 단어들이 등장하고, 특유의 신비한 분위기는 이때부터 작품속에 살아있었다.
이 책은 200쪽 정도 분량의 중편이고, 이야기가 진행되는 실제 시간은 단 30분이다. 하지만 계속적으로 바뀌는 화자와, 화자들이 회상하는 기억들이 혼재되어 있어 그냥 읽다보면 미궁에 빠지게 된다. 그런데 후반부로 갈수록 이해가 조금씩 되다가, 해설을 읽으면 아하! 하고 무릎을 치게 된다.
이 책을 쉽게 읽기 위한 팁을 드리자면 장별로 화자가 다르다는 점을 인식하고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화자는 외할아버지(이하 대령), 어머니(이하 이사벨), 아이(손자) 이며, 외할아버지는 모든 걸 알고 이야기를 하는 반면 어머니와 아이는 자신들이 관찰하고 경험한 사실만을 묘사한다.
그리고 삼대 계층은 각자의 가치관을 기준으로 자신들의 생각을 이야기 하는데, 외할아버지는 체념을, 어머니는 두려움을, 아이는 얽매이지 않음을 보여준다.
이야기의 줄거리를 간단히 소개해 보자면,
19세기말 외할사버지 일가는 전쟁을 피해 ‘마콘도‘라는 가상의 지역으로 이주를 하게 되고, 그곳에서 대령은 딸 ˝이사벨˝을 출산한다. 그러나 출산직후 외할머니는 사망하고 대령은 곧바로 외할머니 ˝아델리아다˝와 재혼한다. ˝이사벨˝이 아직 어린 시절에 대령의 집으로 이름은 알 수 없으나 의사의 직업을 가진 ‘의사‘라는 자가 그들의 집에서 살게 되고 그는 ‘마콘도‘에서 의사로서 진료를 하게 된다.
몇년 후 미국의 ‘바나나 회사‘가 ‘마콘도‘로 들어오게 되고, 이를 통해 무분별하고 부패한 외부세력이 ‘마콘도‘를 차지하게 된다. 이 책에서 말하는 ‘썩은 잎‘이 바로 이를 지칭하는걸로 추정된다. 이후 ‘의사‘는 ‘바나나 회사‘가 고용한 의사들에게 환자를 빼앗기게 되고, 이후 그는 외부와 단절한 채 골방에서 폐쇄적으로 지낸다.
[내전이 끝난 후 마콘도로 온 우리는 양질의 비옥한 토양임을 알았다. 그때 우리는 썩은 잎이 언젠가 그곳에 오리라는 것을 알았지만 그 충격이 어느 정도일지는 헤아리지 못했다. 그래서 썩은 잎이 쇄도하는 것을 느꼈을 때 우리가 할 수 있었던 유일한 일은 문 뒤로 나이프와 포크를 갖추어 식탁을 차리고 차분하게 앉아서 갓 도착한 사람들과 만나게 되기를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P.11
20년 후 의사는 목을 매달아 자살하고, 유일하게 친분이 있었던 대령과 딸, 그리고 손자(아이)는 그의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 의사의 집으로 가게 된다. 그런데 그의 시신을 묘지로 옮겨야 하나 몇가지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마콘도‘의 사제는 그가 자살했기 때문에 매장은 안된다고 하고, 읍장은 과거 그의 행적 때문에 시신을 옮기는 것을 거부한다. 과연 대령의 가족과 마을 사람들, 그리고 ‘의사‘ 사이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마콘도‘ 마을에는 과거에 어떤 아픔을 겪었던 걸까?
[˝어쨌든 일어날 일이라면 일어나게 되어 있습니다. 그건 마치 연감이 예고하는 것과 같습니다.˝] P.149
˝마르케스˝의 ‘마술적 사실주의‘의 시초인 <썩은 잎>은 남미 문학을 읽으려는 분들이 먼저 선택하기에 적절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야기도 재미있고 완독에 부담이 가지도 않는다. 그리고 <백년의 고독>을 이미 읽었거나, 혹은 앞으로 읽으시려는 분들에게도 추천하고 싶다. 이제는 남미문학이다. 마르케스 작품은 지금까지 두편 읽었는데 모두 애정이 간다. 그의 작품 전작 도전~!!
Ps. 검색해보니 저번에 읽은 <백년의 고독> 리뷰를 안썼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언젠가 다시 읽으려고 생각했는데, 재독을 하고 리뷰를 남겨야 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