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것을 생각해내고, 사소한 것에까지 몰두하면 할수록 인간은 더 주저하게 되고 소심하게 되어서 어떤 일을 할 때 겁이 많아지게 된다.˝


<처음 소개되는 체호프 단편소설>은 러시아 작가 ˝안톤 체호프˝가 초기에 쓴 23편의 단편들이 수록된 책이다. 내가 생각하는 체호프 단편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하면 ‘뭔가 갑작스러우면서도 여운이 남는 결말‘인데, 그의 초기작은 이러한 특징에 추가하여 유머와 연민이 문장 속에 녹아있다.


이 책에 실린 23편의 작품 대부분이 좋지만, 그 중에서도 인상깊고 밑줄도 많이 그은 작품은 <베로츠카>와 <적들> 이었다.


1. <베로츠카>

민음사에서 출판된 <체호프 단편선>에도 수록되어 있는 단편으로, <체호프 단편선>을 읽을 때에도 이 작품이 좋았었는데, 다른 책에서 다시 만나도 역시 좋았다. 그때와 똑같이 비슷한 포인트에서 밑줄을 그었다.


이 작품의 줄거리를 간단히 써보면, ˝오그뇨프˝ 라는 남성이 통계연감을 만들기 위해  N군으로 장기간의 출장을 가게 되고, N군 지방의회 의장인 ˝쿠즈네초프˝ 집을 매일 방문한다. ˝오그노프˝는 의장과 가족의 따뜻한 환대를 받게 되고, 그곳에서의 추억과 사람과의 만남에 대해 큰 인상을 받는다.


특히 그는 의장의 딸인 ˝베로츠카(베라)˝에게 호감을 갖는데, N군을 떠나는 날 그는 의장의 집에 방문하여 인사를 하고 오는 길에 ˝베라˝의 배웅을 받게 된다. 마지막으로 둘이 함께 길을 걸으면서 그는 그곳에서의 추억을 그녀와 이야기한다.

[˝십 년 후에 만나서 옛날 일을 한번 회상해보는 겁니다. 우리는 지금 현재라는 시간을 느끼면서 살고 있고, 이 현재는 우리 삶을 가득 채우면서 우리를 흥분시키고 있죠. 그러나 십 년 후에 만날 때에는 우리는 이미 이 다리에서 마지막으로 만나고 있는 지금의 날짜도, 달도, 심지어 연도도 기억하지 못할 겁니다. 당신도 아마 많이 변하실 거고요. 당신도 변하실테죠?˝]  P.45



이제 배웅의 끝자락에 도달하게 되는데, 갑자기 ˝베라˝는 정신이 혼미해지고 울음을 터트린다. 그리고 그에게 ˝저는 당신을 사랑해요!˝라는 고백을 한다. 그 역시 그녀에게 호감이 있었지만, 그는 고백을 듣는 순간 자신의 마음이 변한것을 느끼게 된다.

[그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난 후 여자를 매력 있게 만드는 도도함을 던져버린 그녀는 왠지 키도 더 작아 보였고 더 평범해 보였고 더 침울한 얼굴처럼 보였다. ‘이게 무슨 일이야?‘ 그는 두려움을 느끼면서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나는 그녀를 사랑하는 걸까 그렇지 않은 걸까?‘]  P.49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몰라서 당황한 그는 그녀의 사랑을 정중히 거부한다. 이후 그는 그녀가 집으로 가는 걸 배웅해주겠다고 하지만 그녀는 이를 거부하고 혼자서 집으로 간다. 돌아가는 길에 느꼈을 그녀의 마음은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이후 그는 한밤중에 다시 아쉬움을 느끼고 그녀의 집을 찾아가지만, 그녀 방의 창문만을 바라보고 다시 돌아간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그는 인간은 자유의지로 결정을 내릴 수 없다는 사실을 몸소 체험하면서 확신하게 되었고, 선량하고 친절한 사람도 자신의 의지에 상관없이 가까운 사람에게 혹독하고 부당한 고통을 주게 되는 상황을 스스로 연출했던 것이다.]  P.54



그렇게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녀가 먼저 사랑을 고백했다고 해서 마음이 변한 것은 왜그랬던 걸까? 사랑까지는 아닌 단지 호감이었던 걸까? 아니면 자신이 가지고 있던 환상이 깨져서인 걸까?

[그의 마음은 고통스러웠고, 베라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자 앞으로는 찾을 수 없는 아주 중요하고 친숙한 무언가를 잃어버린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는 베라와 함께 젊은 날의 한 부분이 사라져 버렸고, 그가 그처럼 헛되이 날려버린 그 순간이 다시는 오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P.54       



2. <적들>

방금 의사인 ˝키릴로프˝의 여섯살 난 아들이 죽었다. 아들이 누워 있는 방에서 느껴지는 것은 비통함 보다는 인간의 슬픔에서 나오는 아름다움 뿐이었다. 끝없이 이어지는 정적 속에서 ˝키릴로프˝는 미세한 떨림으로만 아내가 살아있음을 인지할 뿐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아보긴˝이란 남자가 집으로 찾아오고, 남자의 아내가 죽을것처럼 아프니 자기 집으로 진료를 와달라고 요청한다. 방금 자식을 잃은 슬픔과 아내를 혼자 둘 수 없기 때문에 ˝키릴로프˝는 방문진료를 거부한다. 하지만 ˝아보긴˝은 죽어가는 아내를 살려야 하기 때문에 그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그에게 감정적으로 호소한다.

[˝저에게 당신의 의지를 강제할 어떤 권리도 없습니다. 원하신다면 가시면 되고 원하지 않으신다면, 할 수 없죠. 그렇지만 저는 당신의 의지가 아니라 당신의 감정에 호소하는 겁니다. 젊은 여자가 죽어가고 있단 말입니다! 방금 당신 아들이 죽었다고 말씀하셨죠? 당신이 아니라면 누가 나의 공포감을 이해할 수 있단 말입니까?˝]  P.86



결국 슬픔과 걱정을 뒤로 하고 의사 ˝키릴로프˝는 ˝아보긴˝의 아내를 진료하기 위해 그와 같이 가게 된다. 이동하면서 느꼈을 그의 슬픔을 누가 이해할 수 있을까?

[일반적으로 말이란 아무리 화려하고 깊이가 있어도 별다른 감정이 없는사람에게만 효력을 발할 뿐, 행복이나 불행에 빠져 있는 사람에게는 언제나 만족을 주지 못하는 법이다. 따라서 말을 하지 않는 것이 때로는 행복이나 불행을 표현하는 보다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들은 말을 하지 않을 때 오히려 서로를 더 잘 이해하기도 하고, 장례식 때 낭독되는 열정적이며 애정어린 조사는 단지 제3자에게만 감동을 줄 뿐, 죽은 사람의 부인과 아이들에게는 아무 반응도 얻지 못하는 무용지물이 되기도 한다.]  P.87



하지만 ˝아보긴˝의 집에 도착해보니 그의 아내는 없었다. 아내는 다른 남자와 바람이 나서 남편을 속이고 ˝아보긴˝이 없는 틈을 타 달아난 것이었다. 이런 황당한 상황에 남편 ˝아보긴˝은 분노를 느끼지만, ˝키릴로프˝는 이보다 더한 분노를 느낀다. 타인의 사랑싸움에 희생된 그의 슬픔은 무엇으로도 보상받을 수 없었다. 훗날 그는 아들의 죽음을 떠올릴때 이때의 불쾌한 경험도 같이 떠올리지 않을까?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의사는 자신의 아내도 아니고 자신의 아들 안드레이도 아닌 아보긴과 방금 전에 머물렀던 집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생각했다. 그의 생각은 불공평했고 비인간적일 정도로 잔인했다. 그는 돌아오는 내내 아보긴과 그의 아내, 파프친스키, 그리고 장밋빛 어둠 속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과 향수 냄새를 풍기는 사람을 비난했고, 증오했고, 가슴에 통증이 생길 정도로 경멸했다. 그리고 그의 머릿속에는 그런 사람들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 생겼다.]  P.102

[시간이 지나면 키릴로프의 슬픔은 사라질 것이다. 그러나 인간의 마음에 새겨진 불공평하고 부적합한 이러한 신념은 의사가 무덤에 갈 때까지 사라지지 않고 그의 머릿속에 남아 있을 것이다.]  P.102





역시 ˝체호프˝는 ˝체호프˝였다. 순간의 찰나를 독자가 실제 보고 있는 것처럼 묘사하는 능력과 그 순간에 인물들이 느꼈을 감정을 표현하는 능력은 ˝체호프˝가 당연 최고인 것 같다. 위에서 소개한 두편의 단편 외에도 인상적인 작품이 많으니 체호프의 초기작을 읽어보고 싶은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이 책을 계기로 다시한번 러시아에 대한 애정이 살아남을 느꼈다. 역시 땅은 넓고 봐야 한다.



끝으로 책의 뒷표지에 쓰여있는 ˝체호프˝에 대한 ˝막심 고리키˝의 말이 인상적이어서 소개해본다.

《체호프는 속물성이라는 어두운 바다 속에서 그것이 얼마나 비극적이고암울한 농담과도 같은지 열어 보였다. 유머러스한 단어와 문장들 너머로 얼마나 많은 것을 숨기고 있는지 알기 위해 우리는 주의를 기울여 책을 읽어야만 한다.》



Ps 1. 지금까지 읽은 ˝체호프˝의 책이 총 5권인데 역시나 안좋은 작품이 없었다. 전부다 100점 인데 굳이 순위를 매겨보자면 아래와 같다.

1. 체호프 단편선 (민음사)
2. 지루한 이야기 (창비)
3. 벚꽃동산 (열린책들 / 희곡)
4. 사랑에 관하여 (팽귄)
5. 처음 소개되누 체호프 단편소설 (인디북)


혹시나 내가 놓치고 안읽은 ˝체호프˝의 작품이 있을수도 있으니 다른 출판사에서 나온 책들도 다 찾아 읽어봐야 겠다.


Ps 2. 이 글을 보신 분들 모두 메리 크리스마스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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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2-01-07 19:30   좋아요 3 | URL
ㅠㅇㅠ;;;ㅋㅋㅋㅋ

mini74 2022-01-07 19:36   좋아요 3 | URL
저희 유투브 삼총사해요 *^^* ㅎㅎ

새파랑 2022-01-07 19:41   좋아요 3 | URL
헉 ~ 갑자기 혹 합니다 ^^

청아 2022-01-07 19:43   좋아요 3 | URL
🙄무서운 분들ㅋㅋㅋㅋ

서니데이 2022-01-07 21:0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즐거운 주말과 기분 좋은 금요일 되세요.^^

새파랑 2022-01-08 00:11   좋아요 2 | URL
서니데이님 감사합니다 ^^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thkang1001 2022-01-07 21: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행복한 주말과 휴일 보내세요!

새파랑 2022-01-08 00:12   좋아요 1 | URL
thkang님 감사합니다 ^^ 불금 잘 보내셨길 바랍니다~!!

초란공 2022-01-07 21:5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2관왕 축하드립니다^^

새파랑 2022-01-08 00:12   좋아요 1 | URL
2관왕이라고 하시니까 부끄럽네요 ㅜㅜ 감사합니다~!!

러블리땡 2022-01-08 00: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왕 새파랑님 2관왕 축하드려요~ 짝짝짝!!!

새파랑 2022-01-08 00:13   좋아요 1 | URL
러블리땡님도 축하드려요~!! 감사합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

희선 2022-01-08 00:5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새파랑 님 또 축하합니다 안톤 체호프 소설 안 좋은 게 없다니, 체호프도 새파랑 님이 좋아하는 작가군요


희선

새파랑 2022-01-08 07:49   좋아요 2 | URL
어제 기절(?)해서 이제봤어요 ^^ 또 감사합니다~!!

페넬로페 2022-01-08 00:5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와우, 새파랑님, 2관왕 축하드려요.
알라딘 서재에서 당연히 새파랑님은 2관왕이십니다. 제가 대표라면 10관왕 드릴텐데요....
성실하게, 묵묵히 독서하시고 글 쓰시는 모습에 언제나 감동받고 많이 배웁니다**

새파랑 2022-01-08 07:50   좋아요 4 | URL
언제나 미숙해서 부끄럽지만 감사합니다 ^^ 주말에도 재미있는 책 읽으면서 즐겁게 보내세요~!! 저도 대표라면 페넬로페닝께 100관왕을 드리고 싶어요 ^^

thkang1001 2022-01-08 02:1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감사합니다!

새파랑 2022-01-08 07:51   좋아요 2 | URL
thkang님 또한번 감사합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

thkang1001 2022-01-08 09: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감사합니다!

bookholic 2022-01-08 18: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새파랑 님, 이달의 당선작 2관왕 축하드립니다~~^^
올해도 늘 좋은 글 부탁드려요~~

새파랑 2022-01-08 18:43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아직 22년에는 책을 많이 못읽고 있는데 오늘부터 달려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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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체호프의 단편은 너무 좋다.

아, 사랑은 억지로 하는 것이 아니구나.
그럼 내가 언제 자발적인 사랑을 할 수 있겠는가? - P53

태어나서 처음으로 그는 인간은 자유의지로 결정을 내릴 수 없다는 사실을 몸소 체험하면서 확신하게 되었고, 선량하고 친절한 사람도 자신의 의지에 상관없이 가까운 사람에게 혹독하고 부당한 고통을 주게 되는 상황을 스스로 연출했던 것이다. - P54

인간은 발달할수록 많은 것을 생각해내고, 사소한 것에까지 몰두하면 할수록 인간은 더 주저하게 되고 소심하게 되어서 어떤 일을 할 때 겁이 많아지게 된 것 같아. - P71

"저에게 당신의 의지를 강제할 어떤 권리도 없습니다. 원하신다면 가시면 되고 원하지 않으신다면, 할 수 없죠. 그렇지만 저는 당신의 의지가 아니라 당신의 감정에 호소하는 겁니다. 젊은 여자가 죽어가고 있단 말입니다! 방금 당신 아들이 죽었다고 말씀하셨죠? 당신이 아니라면 누가 나의 공포감을 이해할 수 있단 말입니까?" - P86

일반적으로 말이란 아무리 화려하고 깊이가 있어도 별다른 감정이 없는사람에게만 효력을 발할 뿐, 행복이나 불행에 빠져 있는 사람에게는 언제나 만족을 주지 못하는 법이다. 따라서 말을 하지 않는 것이 때로는 행복이나 불행을 표현하는 보다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들은 말을 하지 않을 때 오히려 서로를 더 잘 이해하기도 하고, 장례식 때 낭독되는 열정적이며 애정어린 조사는 단지 제3자에게만 감동을 줄 뿐, 죽은 사람의 부인과 아이들에게는 아무 반응도 얻지 못하는 무용지물이 되기도 한다. - P87

문지방에 아보긴이 나타났지만 들어갈 때 보았던 그가 아니었다. 그의 몸에서 느껴졌던 풍만함과 섬세한 세련미는 사라져버렸고, 그의 얼굴·손·몸짓은 공포로 인한 혐오스런 표정도 아니고 육체적 질병으로 인한 고통스런 표정도 아닌 그 무엇으로 일그러져 있었다. 그의 코 · 입술 · 콧수염 등 얼굴의 모든 것이 떨고 있었고 마치 얼굴에서 떨어져나가려는 듯이 보였고, 눈은 고통으로 오히려 웃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 P93

그런데 대체 왜 이런 거짓말을 했을까요? 제가 사랑을 요구한 것도 아닌데 대체 왜 이런 추악한 속임수를 썼을까요? 사랑하지 않으면 그렇다고 직접 솔직하게 이야기하면 될 것을, 더군다나 내 마음을 알고 있으면서도. - P97

시간이 지나면 키릴로프의 슬픔은 사라질 것이다. 그러나 인간의 마음에 새겨진 불공평하고 부적합한 이러한 신념은 의사가 무덤에 갈 때까지 사라지지 않고 그의 머릿속에 남아 있을 것이다. - P102

"그런데 당신은 참 답답한 사람이군요. 왜 내게 대항하지 않았습니까? 왜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겁니까? 그렇게 제대로 할 말을 하지 못하면 어떻게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겠습니까? 그렇게 우유부단해서 어떻게 살겠습니까?"

그녀는 쓴웃음을 지었다. 나는 그녀의 얼굴에서 살 수 있습니다 하는 표정을 읽었다. - P145

세상에 내려온 천사는 아내가 될 수 없고, 집에서 남편과 같이 살면 사탄이 된다. 정말 진리야. 당신은 전생에 사탄이었고 지금도 사탄이야. - P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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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12-24 10: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해피 크리스마스 이브!
🎄 ℳ𝒶𝓇𝓇𝓎 𝒞𝓇𝒾𝓈𝓉𝓂𝒶𝓈 🎅🏻
。゚゚・。・゚゚。
゚。  。゚
 ゚・。・゚
⠀()_/)
⠀(。ˆ꒳ˆ)⠀
ଫ/⌒づ🎁
손 얼릉 나으시길 바랍니다!

새파랑 2021-12-24 11:28   좋아요 1 | URL
다음주면 완전히 회복해서 날아다닐 겁니다 ^^ 그동안 못한 운동을 해야겠어요 ㅋ

스콧님도 메리크리스마스 입니다~!!
 

역시 체호프는 체호프다.






그는 평생을 살면서 이렇게 좋은 사람들을 얼마나 자주 만날 수 있을까, 이러한 만남 뒤에는 그들에 대한 추억을 제외하곤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는 것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를 생각하면서 걸어갔다. - P35

하찮은 기억의 흔적을 제외하곤 아무것도 남지 않고 사람들의 얼굴과 말들은 희미해지고 과거 속으로 깊이 잠기곤 한다. - P35

그러나 그가 지금 쪽문을 통해 그 집에서 나가게 되면 이 모든 것은 실제적인 의미를 영원히 상실하면서 추억으로 변할 것이고 한두 해가 지나면 마치 환상이나 상상의 산물처럼 그의 의식 속에서 사랑스런 형상으로 희미하게 기억될 것이다.

‘인생에서 사람보다 더 고귀하고 소중한 것은 없어!" - P36

"한 십 년쯤 지나서 우리가 갑자기 만나게 된다면..."
그가 말했다.
"그때 우리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요?" - P45

"십 년 후에 만나서 옛날 일을 한번 회상해보는 겁니다. 우리는 지금 현재라는 시간을 느끼면서 살고 있고, 이 현재는 우리 삶을 가득 채우면서 우리를 흥분시키고 있죠. 그러나 십 년 후에 만날 때에는 우리는 이미 이 다리에서 마지막으로 만나고 있는 지금의 날짜도, 달도, 심지어 연도도 기억하지 못할 겁니다. 당신도 아마 많이 변하실 거고요. 당신도 변하실테죠?" - P45

그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난 후 여자를 매력 있게 만드는 도도함을 던져버린 그녀는 왠지 키도 더 작아 보였고 더 평범해 보였고 더 침울한 얼굴처럼 보였다.

‘이게 무슨 일이야?

그는 두려움을 느끼면서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나는 그녀를 사랑하는 걸까 그렇지 않은 걸까?‘ - P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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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차 구매한 책들이다. 아마 2021년의 마지막 책 구매 페이퍼가 될 것 같다. 추가구매를 더 해서 아직 안온 책이 몇권 있지만 어쨋든 마지막은 마지막이다.

12월 2차에는 그래도 나름 구매욕을 꾹 눌러서 8권을 구매했다. 새책은 1권, 중고책은 7권이다. 역시 좋은 중고책을 사면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구매한 책을 간단히 평을 해보면,


1. 처음 소개되는 체호프 단편선 : 체호프

˝체호프˝의 초기 단편들이 실린 작품이라 해서 구매했다. 지금 읽고 있는데 완전 좋다. 역시 단편은 ˝체호프˝가 희망이다.


2. 감정의 혼란 : 슈테판 츠바이크

너무나 좋아하는 책이어서 다 읽은 후 친구 생일선물로 줬었다. 그래서 안가지고 있었는데, 왠지 소장욕이 갑자기 생겨서 구매했다. 녹색광선 책은 다 모아야 겠다.


3. 연애의 기억 : 줄리언 반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도 읽어야 하는데, 아직 못읽고 있다. 다른 분들께서 ˝줄리언 반스˝는 <연애의 기억>이지 라고 해서 구매했다. ‘예감‘보다 ‘연애‘를 먼저 읽어야겠다.


4. 평범한 인생 : 카렐 차페크

오랜만에 보는 열린책들 세계문학 신작인데다가, ˝차페크˝여서 오프라인에서 구매했다. 오늘 다 읽었는데, 생각보다 철학적이어서 읽는 재미보다는 생각하는 재미가 있는 작품이었다.


5. 고리오 영감 : 발자크

˝발자크˝는 녹색광선의 <미지의 걸작> 만 읽어봤는데, 오프라인 우주점에 가보니 이 책이 있길래 구매했다. 표지도 마음에 들고 유명한 작품이니 읽어봐야겠다.


6. 리스본행 야간열차 : 파스칼 메르시어

이 책이 그렇게 좋다고 하길래 구매했다. 게다가 ‘열차‘라니  기대된다. 제목에 기차나 열차가 들어 있으면 다 재미있더라.


7. 에피 브리스트 : 테어도어 폰타네

<마담 보바리>랑 <안나 카레니나>랑 비교되길래 구매했다. 한참 재미있게 읽고 있다가 중간에 끈겨서 방치중이다. 다시 읽기 시작해야겠다.


8. 제3의 사나이 : 그레이엄 그린

스콧님이랑 미미님이 그렇게 재미있게 읽으셨다길래 구매했다. 또한 최근에 읽은 ˝그레이엄 그린˝의 <사랑의 종말> 이 너무 좋아서 그의 작품을 찾아읽고 싶어졌다. 생각보다 ˝그레이엄 그린˝의 책이 국내에 많이 출판되지 않은 것 같았다. 내가 구매한 책은 완전 구버젼이다 ㅜㅜ




내년에는 책 구매보다는 그동안 사놓고 못읽은 책을 읽는데 집중해야 겠다. 그리고 궁금하지 않으시겠지만, 내 북플 닉네임이 ˝새파랑˝인데, ˝새파랑˝으로 한 이유는 북플 가입을 하고 있을 때 듣고 있던 노래가 밴드 ˝가을방학˝의 4집에 수록되어 있는 <새파랑>이었기 때문이다. ˝새파랑˝은 다른 어느곳에도 쓴 적 없는,  북플에서만 쓰고 있는 닉네임이다. 그럴 일은 없을 것 같지만 혹시 다른 곳에서 이 닉네임을 보신다면 그건 제가 아닙니다. 북플 전용 닉네임입니다. ˝가을방학˝ 음악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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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1-12-22 23:08   좋아요 8 | 댓글달기 | URL
지난번이 마지막이라더니요?! 새파랑님 거짓말은 샛노랑과 새빨강 사이~~~ ㅋㅋㅋ

새파랑 2021-12-22 23:14   좋아요 8 | URL
앗 ㅋ 제가 그랬었나요? 😅 이번은 진심입니다~!! 제가 그때 가을방학 1집을 듣고 있었다면 닉네임이 ˝새빨강˝이 되었을지도 모르겠군요 ㅎㅎ 이건 왠지 검열(?)에 걸릴지도 ㅋㅋ

scott 2021-12-22 23:19   좋아요 7 | URL
자냥님 쎈수!👍👍

새파랑님 읽고 싶은 책 구매에서 마지막은 저얼대 없음용 ㅋㅋㅋ

새파랑 2021-12-22 23:21   좋아요 7 | URL
저는 잠자냥님 댓글보고 마시고 있던 맥주를 뿜을뻔 했습니다 😅

페넬로페 2021-12-22 23:14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이 구입하시는 책은 언제나 신선해 보여요~~
이 책들에 대한 글도 기대할께요^^

scott 2021-12-22 23:19   좋아요 6 | URL
1월 새파랑님 표!
리뷰 기대 합니돵!^^

새파랑 2021-12-22 23:22   좋아요 6 | URL
이번에 구매한 책들은 대부분 북플에서 좋다고 하신 작품만 구매한 거여서 좀 빵빵해 보이는거 같아요 ^^

새파랑 2021-12-22 23:23   좋아요 6 | URL
어떤 순서로 읽어야할지 고민입니다 😅

scott 2021-12-22 23:21   좋아요 8 | 댓글달기 | URL
가을 방학 <새파랑> 음악 들어 봐야 겠네요!
새파랑님 2022년 읽고 싶은 신간 쏟아져 나오는 순간

구매쟁이로 ^0^

새파랑 2021-12-22 23:26   좋아요 6 | URL
그 앨범에 다른 좋은 노래가 더 많아요 ㅋ 닉네임으로 쓰기에는 ˝새파랑˝이 가장 적절해 보였습니다 😄
22년이 두렵네요 ㅋ 이제 책 둘곳도 별로 없어요 😅

독서괭 2021-12-22 23:26   좋아요 8 | 댓글달기 | URL
아앗! 저 가을방학 좋아하는데, 얼마전에 새파랑 들으면서 혹시 새파랑님 닉넴이 이걸로 지으신 걸까 했는데 맞군요-!
제목에 기차나 열차가 들어가면 다 재미있다는 깨달음?ㅋㅋㅋㅋ
<광기와 우연의 역사> 재밌어서 츠바이크 더 읽어보고 싶었는데 <감정의 혼란>이 그리 좋다고요? 알겠습니다(슝)

새파랑 2021-12-22 23:33   좋아요 7 | URL
독서괭님도 가을방학 좋아하시는군요 ㅋ 저는 완전 사랑해요^^ 그 촉이 맞는거였습니다 ㅎㅎ
아직 <감정의 혼란>을 안읽으셨군요. 전 츠바이크 작품 중에 <감정의 혼란>이 젤 좋더라구요~!!

청아 2021-12-22 23:44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줄리언반스는 <연애의 기억>이군여 저는 그걸 모르고<예감은..>읽었는데 너무 기대했다가😅 츠바이크 선물 훌륭하네요ㅎㅎ 가을방학 들어볼래요(슝2)

새파랑 2021-12-22 23:50   좋아요 7 | URL
아마(?) 열반인님과 스콧님이 이런 비슷한 이야기를 해주셨던 기억이 😅 미미님 가을방학 들으시면 잠 못자실텐데요 ㅎㅎ

건수하 2021-12-23 00:14   좋아요 7 | URL
저는 예감은~ 좋았는데 연애의 기억이 더 좋다는 거군요? 일단 담고봐야겠어요 ㅎㅎ

scott 2021-12-23 00:23   좋아요 6 | URL
반스의 명작은 <플로베르의 앵무새!> ㅎㅎ이지만
<예감은,,,>번역에 문제가 있어서 출판사에서 재판으로 찍을때 대폭 수정을!!
영화를 추천 합니다..

연애의 기억이 좀더 !^^

청아 2021-12-23 00:24   좋아요 6 | URL
안그래도 저 새 좋아하는데 끌리네요!!😆

햇살과함께 2021-12-23 00:22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닉네임 궁금했는데^^ 저도 가을방학 좋아해서 콘서트도 여러번 간 밴드인데.. 그 기사 이후 요즘은 듣지 못하고 있어 슬프네요..

새파랑 2021-12-23 00:31   좋아요 5 | URL
그 노래가 그 닉네임입니다 ㅋ파랑색도 좋아하고 ^^ 콘서트도 가셨군요. 그 사건(?)으로 해체하고 좀 그렇게 되서 안타깝지만 그래도 전 아직도 자주 들어요. 너무 좋아서 안들을수가 없네요 😅

희선 2021-12-23 01:43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노래 듣다가 새파랑이라 하셨군요 어딘가에도 새파랑 님이라는 사람이 있는지... 저는 본 적 없어요 혹시 보면 다른 분이겠지 할게요 십이월 얼마 남지 않았네요 사신 책 즐겁게 만나세요


희선

새파랑 2021-12-23 07:05   좋아요 6 | URL
우연히 지은 닉네임이지만 자주 불려서 마음에 듭니다^^ 희선님도 남은 9일간 좋은 책 좋은 시 많이 만나세요~!!

demianee 2021-12-23 09:21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리스본행 야간열차 저도 아직 책으론 안읽어봤는데. 8년 전 영화로보고 반해서!! ㅎㅎ

새파랑 2021-12-23 11:02   좋아요 4 | URL
좋은 작품은 꼭 영화화 되는거 같더라구요 ㅋ 저는 책을 먼저 읽고 영화를 봐보겠습니다~!!

그레이스 2021-12-23 09:51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평범한 인생 좋다고 하시니 이 책 픽
언제 읽으려나 싶네요
그래서 구매 책탑 안올리기로 했어요^^

새파랑 2021-12-23 11:04   좋아요 4 | URL
저는 이게 루틴(?)같이 되다보니 올리고 싶더라구요 ㅋ 기록을 남겨야지 안까먹고 읽을거 같아서요. 평범한 인생 괜찮아요 ^^

mini74 2021-12-23 10:07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얼마 후에 진짜 마지막 구매 이러면서 올라오는거 아닌가요 ㅎㅎ 리스본, 전 넘 재미있게 읽었어요 *^^* 연애의 기억 막 끌려요 ㅎㅎ

새파랑 2021-12-23 11:05   좋아요 4 | URL
구매 페이퍼는 이게 진짜 마지막입니다. 올해는 ^^ 리스본은 다다다음 책읽기로 찜~!!

오거서 2021-12-23 22:49   좋아요 2 | URL
구매 후기를 쓰는 때는 마지막이지요. 진짜 마지막 또는 아마 마지막 뭐라 해도 마지막이지요. ㅎㅎㅎ
후기를 쓰고나서 다시 구매하기 전까지는. ㅋㅋㅋ

scott 2021-12-24 00:50   좋아요 1 | URL
이제 12월 2차 구매 포스팅일뿐

12월 마지막 일주일 안에
새파랑님 광활점에 가신다에 한 표!🖐^^

새파랑 2021-12-24 06:59   좋아요 1 | URL
마지막이라는 말을 함부러 하면 안되겠어요 😅
끝날때 까지는 끝난게 아닌거 같아요 ㅋ

바람돌이 2021-12-23 10:4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내가 뭔가를 하고 있는 순간에 운명같은 음악으로 닉네임을. 완전 멋져요.
최초의 인류 루시의 이름도 그렇게 지어졌다죠.
아 근데 저는 알라딘 가입할 때 카피카피 룸룸 카피카피 룸룸. 일어나요 바람돌이 모래의 요정. 이런 노래를 듣고 있었던 것도 아닌데 왜 닉네임을 저렇게 했는지.... 솔직히 아무 생각이 없었고, 제가 이렇게 오래 알라딘 서재생활 할 줄 몰랐고..... 갑자기 새파랑님 닉네임이 부러워짐요. ^^

새파랑 2021-12-23 11:09   좋아요 4 | URL
ㅋ 바람돌이님 닉네임도 멋있어요~!! 우연히 지은 닉네임이 맘에 드네요 ^^ 저도 바람돌이님처럼 오래 활동해보겠습니다~!!

오늘도 맑음 2021-12-23 13:2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귀여운 새파랑님~!
늘 리뷰에 이게 마지막 구매라고 하시면서, 얼마 지나지 않아 책 탑을 쌓아 리뷰달고 계심~!! 진심 사랑스러워요~!!!

scott 2021-12-23 13:33   좋아요 4 | URL
동감합니다 .🖐 ^^

새파랑 2021-12-23 13:34   좋아요 4 | URL
앗 제가 그렇게 하는게 너무 티가 났나 보네요 😅 이제는 진심입니다~!! 그래도 맑음님이 아주 좋게(?) 봐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

coolcat329 2021-12-23 14:4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연애의 기억이 그렇군요.왜냐면 저는 재미가 없어서 중간까지 읽다 말았거든요.
저도 리스본행 있는데 안 읽었어요.
이 중 두 권 읽었는데 저도 내년엔 사놓은 책 읽기가 목표입니다.

새파랑 2021-12-23 14:59   좋아요 3 | URL
쿨캣님은 별로셨군요 ㅋ 제가 직접 확인해 보겠습니다~!! 내년에는 같이 사놓은 책 읽기 하시죠 ^^

잠자냥 2021-12-23 15:47   좋아요 4 | URL
그런데 줄리언 반스는 저 위에 스콧 님도 말씀하셨지만, 반스가 국내에서 이렇게(?) 뜨게 된 작품들(그러니까 <연애의 기억>,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시대의 소음> 등등 다산책방에서 나온 작품들)보다는 그 이전에 열린책들에서 나온 <10 1/2장으로 쓴 세계 역사>, <플로베르의 앵무새> 등 신재실 교수가 번역한 작품들이 훨씬 좋고 그 책들이 오히려 줄리언 반스의 대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반스의 연애 소설도 신재실 씨가 옮긴 <내 말 좀 들어봐>, <사랑, 그리고>가 더 재미나고요....(이 책들은 둘 다 절판이네요). 암튼 저는 다산책방에서 나온 줄리언 반스 작품들은 좀 싱겁더라고요.

새파랑 2021-12-23 15:56   좋아요 3 | URL
절판된 책을 알려주시다니 ㅋ
아 열린책들에서 나온게 확실히 좋군요. 맨날 우주점에서 보고 지나쳤는데 다시 시도를 해봐야겠습니다. 잠자냥님은 좀 매운걸(?) 좋아하시는거 같아요 ^^

coolcat329 2021-12-23 16:35   좋아요 4 | URL
10 1/2 은 폴스타프님, 잠자냥님 추천으로 사놨는데, 또 좋은 작품들이 있군요.
접수했습니다~^^
 
평범한 인생 열린책들 세계문학 275
카렐 차페크 지음, 송순섭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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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변한다. 결국 인생에서 가장 강력한 것은 시간이다."


"카렐 차페크"의 <평범한 인생>은 액자식 구성으로, 한 남자가 태어나서 죽기 직전까지 쓴 자서전이다. 그 남자가 자서전을 쓴 이유는 자신의 인생을 정리하기 위해서였다. 아주 평범한 삶이였을지라도 남과 똑같은 삶은 아니었을 것이고, 내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적어도 한명쯤은 있겠지 라는 마음에서 쓰기 시작한 자서전. 자서전이 특별한 사람의 전유물은 아니다.


겉으로 봤을때는 누구보다 평범하게 살아온 인생. 나는 자서전을 쓰면서 지난날을 돌이켜 본다.

[나의 삶에서는 비일상적이고 극적인 일은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았다. 내게 기억나는 것이라곤 조용하고 당연해 보이는, 거의 기계적인 세월의 흐름이며, 내게 다가올 마지막 순간까지도 다른 시간들과 마찬가지로 별로 극적이지 못할 것이다.]  P.19



믿음직하고 너무나 높게만 보였던 아버지, 언제나 자식 걱정만 하는 어머니, 가족은 나에게 세상을 처음 마주하게 해준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학교에  입학하게 된 후 냉혹한 현실과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사랑이라는 감정도 처음 접하게 된다.

[위대하고 힘든 것이 사랑이다. 또한 가장 행복한 사랑일지라도 도가 지나치면 끔찍하고 부담스러워진다. 고통 없는 사랑이란 없다. 사랑으로 죽을 수 있고, 고뇌를 통해 사랑의 원대함을 측정할 수 있다면.]  P.103



유년기를 마치고 김나지움에 입학해서 보낸 8년간의 세월은 그의 성장에 또다른 영향을 끼쳤다. 소극적인 성격에 친구 하나 없이 보낸 그 시절의 나는 살아남기 위해 열심히 공부했다. 그리고 졸업을 하고 철학과에 입학했다. 하지만 처음 발을 디딘 '프라하'는 나에게 또한번의 충격을 주었다. 미지의 세계에 대한 불안감과 경험해 보지 못한 환경은 그의 생각을 바꾸게 했고, 결국 나는 아버지의 뜻을 거르고 학업을 포기한다. 그리고 어린시절 동경했던 기차를 기억하면서 철도청에 취직한다.

[철도가 지니고 있는 독특하고 약간은 이국적인 정취와 먼 곳에 대한 동경, 매일같이 도착하고 출발하는 모험을 수용하는 낭만이 있었던 것이다. 그래, 철도에는 뭔가 내게 걸맞은 것이 있었고, 철도는 나의 끊임없는 몽상에 어울리는 테두리였다.]  P.178



그는 철도관련 일을 하면서 자신이 상관으로 모시던 역장의 딸과 결혼을 하고, 이후 안정되고 승승장구하는 삶을 살아간다. 자식은 없었지만 대신 역장으로서의 주어진 임무에 매진하고 부인에게는 따뜻한 모습을 보이기 위해 애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왠지 모를 공허함과 권태를 느낀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였을까? 무엇이 나를 변하게 한걸까?

[우리 사이에는 틈 같은 게 생겼고, 아무것도 그걸 원상으로 돌려놓을 수가 없었소. 당신이 내게 더욱 가까이 다가온다 해도 그 틈은 사라지지 않았소. 당신은 누워 있어도 잠이 들지 않았고, 나도 잠을 자지 않고 있었지만, 우리는 대화를 나누지 않았소. 아마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말하지 않으려 했던 것처럼 말이오.]  P.116



지난날을 돌이켜보면서 쓴 자서전의 초반에는 내가 좋게 기억하는, 그래도 강하게 인식되어 있는 과거를 회상하면서 쓴다. 하지만 과거를 생각하고 생각할수록 그동안 꺼내보이기 싫었던, 숨겨두었던 또다른 자아들을 떠올리게 되고, 자서전의 후반에는 이러한 자아들에 대해, 자기가 잃어버렸어야만 하는 것들에 대해 써내려간다.

[그러니까 우리에게 세 번째 인물이 있는 거군. 첫 번째는 평범하고 행복한 사람이고, 두 번째는 출세를 위해 몸부림치는 억척이이고, 이 우울증 환자가 세 번째 인물이지.]  P.159



내 속에 잠재되어 있던 욕망, 억눌렀던 자아들이 폭발하면서 그의 글은 점점 거칠어지고 혼란스러워진다. 무엇을 억제하고 살았던가? 왜 그때 하고 싶었던 것들을 내려놓아야 했던가? 인생의 막바지에 다다른 나는 내 속에 숨어있던 자아들과 이야기를 한다.

[그래, 하지만 운명들이 그렇게 많으면, 그처럼 많은 가능성들이 있으면 어떻게 하란 말인가! 어떻게 모두의 손을 잡고 이끌 수 있는가? 영원히 나 자신을 들여다보며 내 삶의 방향을 바꿔 가야 하는가?]  P.207




그렇다면 수 많은 자아를 억누르고 살아왔던 나의 평범한 인생은 축복이었을까? 불행이었을까? 차페크의 <평범한 인생>은 독자에게 내면을 돌아보게 하고, '모든 인생은 평범하지만, 동시에 특별하다'는 따뜻한 위로를 보내는 것 같다. 꼭 성공한 인생만이 위대한 것은 아니다.



Ps 1. 이 책은 "차페크"가 쓴 철학 3부작(호르두발, 별똥별, 평범한 인생)의 마지막 작품으로, 책의 내용이 상당히 철학적이다. 그리고 마음에 와닿는 문장이 수두룩하다. 초반부만 잘 넘기면 후반부를 아주 감명깊게 읽을 수 있다.

Ps 2.  책을 읽고나서 체호프의 <지루한 이야기>가 떠올랐다. 오늘 저녁에는 체호프를 읽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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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1-12-22 20:0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정말 철학적이군요! 어제? 리뷰 올리신 정체성에 관한 책과도 느낌이 비슷해보여요. 기회가 있을때 자신의 삶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말씀처럼 자서전이 특별한 사람들의 전유물이 아니듯 모든 개개인의 삶은 나름의 가치를 지니니까요😄

새파랑 2021-12-22 20:10   좋아요 5 | URL
그러고보니 왠지 비슷한 책을 계속 읽는 기분이 드네요 😅
답안지는 잠자냥님 리뷰를 참고하시면 됩니다 ^^

저도 한번 부끄럽지만 과거를 돌아봐야 겠습니다 ㅋ 어디 멀리 휴가가서 😆

그레이스 2021-12-22 20:52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숨쉬듯 책읽는 달인 새파랑님!

새파랑 2021-12-22 21:54   좋아요 6 | URL
제가 평일 남는 시간에는 책만 봐서 그런가봐요 ^^ 달인은 아니죠 ㅎㅎ

scott 2021-12-23 00:43   좋아요 3 | URL
독보적 걷기도 탑!👌^^

페넬로페 2021-12-22 23:07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누구나 다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면 평범하면서도 철학적일 것 같아요^^
언젠가 내 인생을 돌아볼 때 난 어떤식으로 나를 표현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 보기도 합니다^^

새파랑 2021-12-22 23:19   좋아요 6 | URL
이 책 읽고나서 도대체 이 책의 리뷰는 어떻게 써야되지? 고민했어요 😅
책 읽으면서도 생각을 많이 했는데, 생각을 글로 쓰려니 힘들더라구요. 저는 자서전은 못쓸거 같아요 ^^

페넬로페님은 잘 표현하실거 같아요~!!

munsun09 2021-12-22 23:15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저도 읽고 싶어 주문 들어갔는데...
감사합니다

새파랑 2021-12-22 23:20   좋아요 6 | URL
두껍지 않은 책이었는데 많은걸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었어요. 문장도 매끄럽고 좋았습니다~!!

scott 2021-12-23 00:4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저얼대 평범 하지 않습니다

세문집 독!파 랑 ^ㅅ^

새파랑 2021-12-23 07:00   좋아요 3 | URL
22년에는 닉네임 바꿀까요? ^^ 그냥 보면 저 완전 평범합니다 ㅋㅋ

오거서 2021-12-23 22:37   좋아요 1 | URL
새파랑님 독보적!
평범하지 않아요. ^^;

새파랑 2021-12-24 06:55   좋아요 0 | URL
독보적 미션만 잘하지 다른건 다 평범한거 같은데 😅 칭찬 감사합니다~!! 열심히 해야 겠어요~!!

희선 2021-12-23 01:4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제목처럼 《평범한 인생》이라 생각해도 자기 삶을 되돌아 보면 여러 가지 일이 떠오르기도 하겠습니다 살면서 하지 못한 걸 생각하고 아쉬워하지만, 한 것도 있으니 그것도 생각해 보는 것도 괜찮겠습니다 잃은 것도 있지만 얻은 것도 있을 테니... 사람은 잃은 걸 더 크게 여기기도 하는군요 크게 성공하지 못해도 괜찮겠지요


희선

새파랑 2021-12-23 07:02   좋아요 4 | URL
저도 하지 못하고 아쉬웠던 순간들이 가끔 생각나더라구요. 얻은것에 만족 하면 되는데 이상과 현실은 약간 차이가 있나봐요 ㅎㅎ

mini74 2021-12-23 10:1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수많은 자아를 억누르며 사는 평범한 삶이 축복인지 불행인지에 대한 물음이 확 와닿네요 새파랑님. 평범하지만 특별하다는 위로를 주는 책. 연말에 꼭 필요한 위로같은 느낌 ㅎㅎ 저번 잠자냥님 글 읽으며 1월에 사야지 했는데 ㅠㅠ 맘이 급해지네요 ㅎㅎㅎ

새파랑 2021-12-23 11:11   좋아요 4 | URL
잠자냥님 별 다섯에 저의 허접한 리뷰면 읽어보셔도 좋을거 같아요 ^^ 전 위로를 받았습니다~!!

바람돌이 2021-12-23 10:5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오늘도 이렇게 새로운 작가를 알아갑니다. 세상에서 평범하게 사는게 얼마나 힘든지는 살아본 이는 다 알지요. ^^

새파랑 2021-12-23 11:11   좋아요 3 | URL
저도 이제 차페크는 두번째 읽은 작품이었어요 ㅋ 살아있는것 자체도 어떻게 보면 기적인거 같아요~!!

오거서 2021-12-23 22:39   좋아요 1 | URL
12월 3주 신간 중에 차페크 에세이 두 권 보이더라구요. ^^;

새파랑 2021-12-24 06:55   좋아요 0 | URL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확인해보겠습니다. 그래도 구매는 내년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