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만 보고 사랑이야기 인줄 알고 읽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그런데 그래서 더 좋았다.


"이제 너도 책 속으로 도망치는 구나." 독서의 기쁨을 발견한 아들에게 어머니가 한 말이었다. 책에 대한 어머니의 이런 생각, 좋은 글이 지닌 마술과 같은 힘이나 광채를 아무리 이야기해도 이해하지 못하는 어머니는 그를 슬프게 했다.

(독서의 기쁨을 모르는 사람은 슬프다.) - P101

단 하나의 포르투갈어 단어와 이마에 적힌 단 하나의 전화번호가 도대체 어떻게 질서 정연했던 삶에서 그를 떼어내고, 베른에서 멀리 떨어진 포르투갈 사람의 인생에 개입하게 할 수 있었을까.

(인생의 전환점은 우연이 일어난다.) - P110

"그레고리우스, 그건 글이 아니에요. 사람들이 말하는 건 글이 아니라고요. 그냥 말을 하는 거예요." - P180

지금의 내가 아닌,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갈 수 있는 그시절로 다시 가고 싶은, 다시 한 번 손에 모자를 쥐고 따뜻한 이끼 위에 앉아 있고 싶은 것이 시간으로 다시 돌아가길 원하면서 그사이에 일어난 일들을 겪은 나를 이 여행에 끌고 가려고 하는 것, 이는 모순되는 갈망이 아닌가. - P184

그런데 어쩌면 마리아 주앙이 그에게 눈이 멀지 않았다는 것, 다른 사람들처럼 그에게 압도당하지 않았다는 게 이유였을 거요. 그에게 필요했던 게 바로 그거였을지도 몰라요. 그를 지극히 당연하게 자기와 똑같이 보는 태도 말이오. 자연스럽고 수수한 말과 눈빛과 행동으로 그를 그 자신에게서 구원할 동등함...

(친구란 동등한 사람이다.) - P196

"난 지금 내 인생이 완전해지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경험을 하지 못했다고 후회하는 게 아니야. 현재 완성되지 못한 자기 인생에 대한 의식 자체가 불행이라면 누구나 평생 필연적으로 불행할 수밖에 없지. 반대로 완전하지 못하다는 자각은 죽지 않고 살아 있는 인생을 위한 조건이야. 그러니 불행을 만드는 요소는 분명히 이와는 다른 그 무엇이지. 그건 바로, 완성되고 완전한 경험을 하는 건 앞으로도 불가능하다는 인식이야." - P264

나는 밤을 새운 얼굴로 아침의 태양을 마주 보며 생각에 잠겼다. 이들은 인생이 가볍든 힘들든 가난하는 부유하든 상관없이 더 많은 삶을 원한다. 끝나고 나면 모자라는 인생을 더 이상 그리워할 수도 없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이들은 삶이 끝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삶이 끝나는걸 원하지 않는다. 누구든지.) - P269

인생은 우리가 사는 그것이 아니라 산다고 상상하는 그것이다. - P279

과거의 흔적은 왜 나를 슬프게 하는가? 그 흔적이 뭔가 기쁜 일에 대한 기억이라고 하더라도? - P301

"그는 지금 제정신이 아니야. 자기 연인을 희생시키려고 해. 여러 사람의 목숨이 달려 있어. 그가 계속 이 말을 되풀이해. 한 사람 대 여러 사람의 목숨, 이게 그의 계산이야. 날 도와줘. 도와줘야해,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야." - P369

"아주 오래전 일이오. 30년도 넘은 일. 하지만 바로 어제 일어난 일인 것만 같소. 내가 약국을 그냥 가지고 있어 다행이오. 내가 우리의 우정 속에서 살 수 있으니까. 가끔 우리가 결코 서로를 잃은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소. 그냥 그가 죽었을 뿐이라는 생각…."

(죽는다고 끝난건 아니다.) - P440

"네가 언젠가 죽으리라는 걸 기억해, 어쩌면 내일일지도 몰라" - P448

사람들은 자기 자신에게 무엇이 없는지 알지 못해요. 그게 나타나기 전까지는 말이에요. 그러다가 그게 나타나면 단 한순간에 확실해지지요.

(나타나기 전까지는 무엇이 없는지 모른다.) - P455

여행은 길다. 이 여행이 끝나지 않기를 바랄 때도 있다. 아주 드물게 존재하는, 소중한 날들이다. 다른 날에는 기차가 영원히 멈추어 설 마지막 터널이 있다는 사실에 안도한다. - P489

기차가 지나는 거리만큼 기억이 지워지고, 세상이 조금씩 다시 과거로 돌아간다면? 그가 베른 역에 도착할 때면 모든 것이 예전과 똑같아진다면 여기에 머물렀던 시간도 사라지는 걸까? - P534

우리 인생은 바람이 만들었다가 다음 바람이 쓸어갈 덧없는 모래알, 완전히 만들어지기도 전에 사라지는 헛된 형상. - P537

왜 완행열차를 선택했느냐는 그의 질문에, 그녀는 지금 들고 있는 책을 마저 다 읽으려고 탔다고 대답했다. 그녀는 기차만큼 책 읽기에 좋은 장소는 없다고, 새로운 것을 향해 자기가 이렇게 마음을 활짝 여는 곳은 그 어디에도 없다고, 그래서 완행열차의 전문가가 되었다고 말했다.

(기차는 책을 읽기에 가장 좋은 장소가 맞다.) - P5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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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01-05 16: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진정한 세문집 완독파!
새파랑님 새해 명작 독파 응원합니다!^^

새파랑 2022-01-05 20:22   좋아요 2 | URL
오늘 저녁에 약속이 있어서 새벽에 열심히 읽었습니다 ^^

서니데이 2022-01-05 22: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어제 읽은 책을, 읽은 척으로 읽었던 생각이 나네요.
작은 휴대전화 화면으로 봐서 그런 것 같아요.
오늘은 알고 봐서 그런지, 읽은 책으로 잘 보이는데.^^
새파랑님, 좋은 밤 되세요.^^

새파랑 2022-01-06 00:04   좋아요 2 | URL
제가 글씨를 잘 못씁니다. 악필 😅 즐거운 새벽 되세요~!!

서니데이 2022-01-07 00:10   좋아요 1 | URL
글씨 괜찮은데요.
저도 손글씨를 잘 못 써요.^^

새파랑 2022-01-07 00:18   좋아요 2 | URL
ㅋ 괜찮다는 말을 들어본적이 없는데 😅 그냥 좋은 문장 따라 쓰는데 의미를 두고 있습니다~!!

오늘도 맑음 2022-01-07 11: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역시 표지를 보고 사랑이야기인 줄 알고, 바로 패스 였는데, 오~ 옮겨놓으신 문장들을 보니... 어느덧 제 장바구니로~ 클릭 하는 순간.... 절판인가요?

새파랑 2022-01-07 11:57   좋아요 2 | URL
저만 그렇게 생각한게 아니었군요? ㅎㅎ 저도 이책 절판이어서 우주점 오프라인에서 구매했어요 ^^
 

책이 상당히 두꺼운데 너무 재미있고 좋다. 역시 기차는 언제나 좋다.


우리의 삶은 죽음이라는 저 바다로 흘러드는 강과 같다. - P5

"전…… 저는 이 번호를 기억하지 않으려고 했어요. 잊어버리려고 했는데, 날아가는 편지를 본 순간, 적어두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연한 만남이 이후의 인생을 바꿀 수도 있다.) - P11

이마에 적힌 숫자는 아직 남아 있었다. 그는 따뜻한 물에 수건 끝을 적셔 이마를 문지르려다 말고 멈칫했다. 몇 시간 후 그날 일어난 일을 다시 떠올려보면서, 거울 앞에 서 있던 바로 그 순간 모든 것이 결정되었음을 깨달았다. 갑자기 수수께끼 같은 여자와 만난 흔적을 지우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그 찰나에 들었던 것이다. - P13

그가 라틴어 문장을 좋아하는 이유는 이 문장들이 과거의 모든 침묵을 자기 안에 품고 있기 때문이었고, 뭔가 대답하라고 강요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 언어는 온갖 소란스러움에서 떨어져 있었고, 확고부동하며 아름다웠다.

(라틴어를 배워볼까? ㅎㅎ) - P25

우리는 많은 경험 가운데 기껏해야 하나만 이야기한다. 그것조차도 우연히 이야기할 뿐, 그 경험이 지닌 세심함에는 신경 쓰지 않는다. 침묵하고 있는 경험 가운데, 알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의 삶에 형태와 색채와 멜로디를 주는 경험들은 숨 숨어 있어 눈에 띄지 않는다. 그러다가 우리가 영혼의 고고학자가 되어 이 보물로 눈을 돌리면, 이들이 얼마나 혼란스러운지 알게 된다.

(침묵하는 경험이 오히려 삶을 바꾼다.) - P27

우리가 우리 안에 있는 것들 가운데 아주 작은 부분만을 경험할 수 있다면, 나머지는 어떻게 되는 걸까? - P28

6시 정각에 그는 역안내 데스크에 전화를 걸었다. 제네바에서부터 스물여섯 시간 동안 기차를 타야 했다. 파리를 거쳐 바스크 지방의 이룬에서 야간열차로 갈아타야 하며 리스본에는 아침 11시 무렵에 도착한다고했다. 그는 기차표를 예약했다. 제네바로 가는 기차는 7시 반에 있었다.

(언제나 행동을 먼저 해야 변화가 따른다.) - P43

너무 일찍 찾아온 인생의 비참함, 쫓기는 눈빛, 심각한 질병의 징후들. 그러나 다른 무엇보다도 변한 얼굴이 증명하는, 잡을 수 없이 흘러가는 시간과 살아 있는 모든 것을 황폐하게 만드는 잔인함이 그를 움찔하게 만들었다.

(시간이 주는 비참함) - P45

인생을 결정하는 경험의 드라마는 사실 믿을 수 없을 만큼 조용할 때가 많다. 이런 경험은 폭음이나 불꽃이나 화산 폭발과는 아주 거리가 멀어서 경험을 하는 당시에는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다.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하고, 인생에 완전히 새로운 빛과 멜로디를 부여하는 경험은 소리 없이 이루어진다. 이 아름다운 무음에 특별한 우아함이 있다. - P55

"사람들은 가끔 정말 두려워하는 어떤 것 때문에 다른 무엇인가에 두려움을 갖기도 하지요." - P63

어떤 도시를 그곳에 있는 책을 통해 알아가는 것, 이는 그가 언제나 해오던 일이었다. - P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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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2-01-05 00: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일력의 아래, <읽은 척>은 뭐예요? ^^
조금 재미있었어요.
이 책 표지가 두 가지인데, 영화이후 나온 책인가봐요.
잘읽었습니다. 좋은 밤 되세요.^^

새파랑 2022-01-05 06:47   좋아요 2 | URL
제가 글씨를 못써서 ㅎㅎ 읽은 책입니다~! 영화를 안봤지만 왠지 재미있을거 같아요^^

레삭매냐 2022-01-05 11: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문득 기차를 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차 타고 여행 떠나고 싶네요.

새파랑 2022-01-05 13:25   좋아요 1 | URL
이 책을 한참 읽고 있는데 더이상 기차이야기가 안나오네요 ㅋ 기차에서 책보면 잘읽히고 좋더라구요 ^^
 
내가 죽어 누워 있을 때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81
윌리엄 포크너 지음, 김명주 옮김 / 민음사 / 2003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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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22002

˝죄, 사랑, 공포와 같은 단어는 순전히 소리에 불과하다. 죄를 지어본 적도, 사랑해 본 적도, 두려워해 본 적도 없는 사람들이 가지지 못했고, 그 말을 잊어버릴 때까지 가질 수도 없는 행위를 가리키는 단어일 뿐이다.˝



이름만 들어보았던, 그리고 왠지 어렵게만 느껴졌던 ˝윌리엄 포크너˝의 작품을 2022년 두번째 책으로 읽었다. 내가 읽은 작품은 <내가 죽어 누워 있을 때> 인데, 이 작품은 특이하게 총 15명의 화자가 등장하며  59개의 독백으로 구성되어 있다.


(애디의 입장에서 독백해보자면)
‘나는 이제 생이 얼마 안남아서 침대에 누워 있다. 그런데 가족들은 슬퍼하지 않고 각자의 일을 하거나 딴 생각을 하고 있다. 장례에 쓸 관을 만드는 톱질 소리는 내 귓가에서 계속 맴돌고, 의사는 오지 않으며, 자식들은 각자의 생각과 행동에 몰두하고 있다. 남편은 그저 나의 죽음을 방관하고 있다, 내가 빨리 죽기를 바라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정말 슬프지 않다. 그저 빨리 죽었으면, 내가 태어난 곳으로 가서 묻히고 싶을 뿐이다.‘



미국 남부의 외딴 농촌 마을에 살고 있는 남편 ˝앤스˝와 부인 ˝애디˝, 둘 사이에는 네 명의 아들과 한 명의 딸이 있다. 그런데 어딘지 모르게 가족들의 모습은 대단히 부자연스럽다. 가족 같지 않은 가족.


살아 생전에 가족이 사는 곳이 아닌 자신이 태어난 곳 ‘제퍼슨‘에 묻어 달라고 유언을 남긴 어머니 ˝애디˝는 이제 임종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가족 어느 하나도 진심으로 슬퍼하지 않는다. 남편인 ˝앤스˝는 아들들에게 일만 시키면서 아내의 죽음을 방관하기만 하고, 첫째 아들 ˝캐시˝는 어머니가 바라보는 앞에서 그녀의 관을 만드는 데에만 몰두한다. 둘째 아들 ˝달˝은 어머니의 죽음을 애써 외면하고 자기만의 공상에 빠져 있으며, 셋째 아들 ˝주얼˝은 가족의 일보다는 오직 말(Horse)에 집착한다. 넷째 딸 ˝듀이 델˝은 어머니 옆에서 간병을 하지만 마음은 딴 곳에 있고, 막내아들 ˝바더만˝은 어머니의 죽음을 받아들이기에는 아직 어리기만 하다.


돈을 아끼기 위해 아버지 ˝앤스˝는 그녀의 임종 직전에 의사를 부르고, 두명의 아들은 돈을 벌기 위해 마을로 떠나서 어머니의 임종을 지키지도 못한다. 하지만 무엇때문인지 가족들은 ‘제퍼슨에 묻어 달라‘는 어머니가 남긴 유언을 반드시 지키려고 한다. 얼마전까지 내린 폭우로 인해 다리가 끈꼈지만 가족들은 직접 만든 관에 그녀를 실고 마차를 이용하여 먼길을 돌아가면서까지, 강을 무리하게 도하하면서까지 읍내라고 할 수 있는 ‘제퍼슨‘으로 향한다.


하지만 가는 여정은 대단히 험난했고, 가족들은 어머니가 죽은지 열흘이 지난 후에야 ‘제퍼슨‘에 도착하여 어머니 ˝애디˝를 그곳에 묻는다. 그리고 그곳에서 가족들은 각자가 마음속에 숨겨 두었던 진심과 진실을 알게된다. 그리고 가장 소중한 존재였던 아내와 어머니의 부재는 순식간에 잊혀진다. 도대체 어떤 진심과 진실이었기에?




다양한 화자가 등장하고 화자들의 사연들도 다양하여 초반에는 다소 이해가 안되는 부분들이 많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다양한 사연들이 한곳에 수렴하면서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었고 곳곳에 숨겨져 있는 힌트를 찾는 재미도 있었다.


어떤 죽음은 평생 잊을 수 없는 충격을 주기도 하지만 또 어떤 죽음은 쉽게 잊혀지기도 한다. 아무리 남아 있는 사람들의 삶이 중요하더라도 잊혀진다는 건 슬픈 일일 것이다.

[허무주의자들은 죽음이 끝이라고 하고, 근본주의자들은 새로운 시작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사실상 죽음이란, 가족 또는 세들었던 사람이 집이나 마을을 떠나는 것이나 다름없다.]  P.53



하지만 비극적인 삶을 살았던 사람이라면 차라리 잊혀지는 걸 원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마 <내가 죽어 누워 있을 때>의 ˝애디˝ 역시 가족들에게 잊혀지는 걸 원했기 때문에 가족 묘지가 아닌, 고향에 묻어 달라고 유언을 남긴건 아니었을까? 살아서도, 그리고 죽어서도 마음의 고통에 시달려야 했던 ˝애디˝에게 안식처가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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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1-04 18:45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저 이 책 읽고 앤스때문에 혈압 올랐던 ㅎㅎ 새파랑님 리뷰 읽고나니 어머니의 유언ㅇ 그런 의미일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어요. 책도 좋고 리뷰도 좋아요 *^^*

새파랑 2022-01-04 19:05   좋아요 7 | URL
책이 어려워서 리뷰 쓰기도 어렵더라구요 ㅎㅎ 그냥 다른 책을 읽으려고 급하게 마무리 했습니다 😅 미니님의 리뷰보고 읽은 책이에요 ^^

혈압 만땅 앤스 였습니다 ㅋ xx 같은 놈이었어요~!!

Falstaff 2022-01-04 19:5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ㅎㅎ 읽은지 오래라 내용은 대강만 기억하고 있는데 지명이 딱, 나오네요.
하쿠나마타타 군의 제퍼슨 시.
하긴 포크너 읽으려면 하쿠나마타타(이거 농담입니다)군 제퍼슨 시를 피할 수 없겠지만, 벌써 이 작품에서도 나왔군요!!!

새파랑 2022-01-04 20:19   좋아요 2 | URL
역시 기억력이 엄청나신 골드문트 님이시군요 ㅋ 다른 작품에도 제퍼슨 시가 나오나보네요~ 제가 다른 포크너 책에서 제퍼슨을 찾아보겠습니다 ^^

Falstaff 2022-01-04 20:31   좋아요 3 | URL
‘하쿠나마타타‘는 농담이고요, 포크너의 많은 작품은 가상의 지명인 요크나파토파 군에 있는 제퍼슨 시에서 벌어집니다. 새파랑 님 리뷰를 보니, <내가 죽어...>는 죽은 엄마가 제퍼슨 출신이구먼요. 아마 거기까지 가려고 하다가 불어난 강물에 관이 떠내려가고 뭐 그렇지요? ㅎㅎㅎ 확인하기 귀찮아서리....
하여튼 이 미국의 대표적 지방주의 작가인 포크너, 하면 요크나파토파, 제퍼슨 시를 빼놓고 기억하면 조금 곤란할 거 같아요.
<압살롬, 압살롬>, <팔월의 빛>, <성역> 그리고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소리와 분노>도 그렇던가 아니던가.... 진짜 멋있는 작가입니다. 꼭 전 작품 도전해보셔요!

새파랑 2022-01-04 20:42   좋아요 4 | URL
맞습니다~! 엄마(애디)가 살아있을 때 유언으로 가족묘지가 아닌 자신이 태어난 제퍼슨에 묻어달라고 했다고 나옵니다. 그러다가 관 떠내려가고 ㅋㅋㅋ
관이 강에 잠겼는데 괜찮을려나 걱정하면서 읽었습니다 ㅎㅎ

포크너의 다른 책으로 <압살롬 ×2>를 구매해놨는데 이것도 한번 읽어보고 전작의 의지를 불태워보겠습니다 ^^

나뭇잎처럼 2022-01-04 21:1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윌리엄 포크너 영접하셨군요. 아 어쩜. 전 팔월의 빛 읽고 진심 5분 동안 혼자서 기립박수 쳤어요.

새파랑 2022-01-04 21:41   좋아요 3 | URL
5분동안이나 기립박수라니 무조건 읽어야 겠군요 ^^ 이름에서 좀 압도되어서 그동안 멀리(?) 했는데 꼭 읽어봐야 겠습니다~!!

나뭇잎처럼 2022-01-04 21:2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너무 좋아서요. 소리와 분노도 넘 좋았고. 압살롬만 정말 딱 읽고 싶을 때 보려고 남겨놨어요. 어쩐지 포크너는 정갈한 마음으로 읽어야 할 거 같아서 ㅎㅎ 포크너 단편도 무지 좋아요. 곰 이란 단편 읽다가 정말 무작정 우리집 강아지 입양했죠. 그 정도의 ‘견성’을 가진 생명체라면 친구를 해도 되겠다 싶어서요. (우리집 강쥐의 입양설화) ㅎㅎ 올해도 건독하시길요!

새파랑 2022-01-04 21:43   좋아요 3 | URL
강아지 입양에도 영향을 끼칠 정도라니 더 궁금해지네요 ㅋ
아 단편집도 있군요. 제가 다 찾아서 읽어보겠습니다 ^^ 추천 완전 감사합니다~!!

페넬로페 2022-01-04 21:5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윌리엄 포크너의 작품이 쉽지 않아 두 작품 읽고나서 엄두를 못내고 있는데 이 소설도 읽고 싶어요. 얼마나 비극적인 삶을 살면 차라리 잊혀지는 것을 원할 수 있는지 상상이 잘 가지는 않지만 그래도 소설 속에서 만나보고 싶어요^^

새파랑 2022-01-04 21:59   좋아요 4 | URL
막 비극적으로 산게 묘사되지는 않는데 어머니(애디)가 경험하고 느낀 인생에 대한 환멸을 토로하는 독백이 딱 1개 등장합니다 (사후에 하는 독백 ㄷㄷㄷ) 책이 읽기에는 재미있습니다~!! 단지 내가 이해한건가? 는 또다른 문제 😅 그래도 두작품을 읽으셨군요. 역시 페넬로페님~!!

희선 2022-01-05 01:4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밑에서 이 책은 두번 읽어야 하는 책이다 쓰셨군요 언젠가 다시 보시겠네요 잊히는 사람 잊히지 않는 사람... 죽은 사람을 그때는 잊었다 여겨도 어느 날 갑자기 떠올리는 일도 있지 않을까 싶어요


희선

새파랑 2022-01-05 06:50   좋아요 3 | URL
언젠가는 떠올리겠죠? 그런데 관을 옮기는 여정은 길게 나오는데 매장하는 부분은 안나오고 충격적인 결말만 나옵니다 ㅋ 완전 매력있는 작품이었습니다~!!

coolcat329 2022-01-05 09:1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있는데, 새파랑님 읽으신거 보니 올해는 도전해볼까봐요~
위에 골드문트님이 전작읽기를 추천하셨네요 ☺

새파랑 2022-01-05 11:04   좋아요 4 | URL
저 쿨캣님이 도전하면 전작읽기 시작하겠습니다 ^^ 이책 읽기에는 부담없습니다~!!

오늘도 맑음 2022-01-05 13:4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리뷰를 읽지 않았다면, 보지 않았을 윌리엄 포크너입니다.ㅎㅎㅎ
사람들이 윌리엄 포크너 작품이 어렵다하여, 기피하는 이유도 있었지만, 그 사실을 잠시 망각할 정도로 새파랑님의 리뷰가 쉽고도 깔끔합니다. 말미에 어렵더라는 소감을 읽고, 아~ 그렇구나라고 생각했어요ㅎㅎㅎㅎ 새해 벌써 두 번째 책이라니, 역시 바라만봐도 기분 좋아지는 분입니당~!!!

새파랑 2022-01-05 15:46   좋아요 3 | URL
오늘도 맑음님은 저를 너무 좋게 봐주시는거 같아요 ^^ 리뷰를 잘쓰고 싶었는데 좀 아쉬움이 남습니다 ㅎㅎ 앞으로도 기분 좋아지실 수 있도록 열독하겠습니다 😄
 

이 책은 무조건 두번 읽어야 하는 작품이다.

"물속에 들어가기 전에 강바닥이 어떤지 먼저 살펴야 할텐데..." 내가 말했다. "그것은 물러서는 거네, 물러서면 행운이 따르지 않아." - P159

우리들 사이에 가로놓인 공간은 마치 시간인 듯 했다. 되돌릴 수 없는 시간 말이다. 시간은 우리들 앞으로 똑바로 달리면서 점점 사라져가는 것이 아니라, 둥그런 고리처럼 우리들과 평행으로 함께 달리는 듯하다. 그러면 시간의 차이는 없어지고, 과거와 현재, 미래는 모두 한데 포개지게 된다. - P167

"엄마는 어디 있지, 달?" 내가 묻는다. "형은 엄마를 잡지 못했어. 엄마가 물고기인 줄 알면서도 떠내려가도록 내버려 둔 거야. 엄마를 데려오지 못하다니" - P174

아버지께서 늘 하시던 말씀이 그냥 기억났을 뿐이었다. 우리가 살아 있는 이유는 오랫동안 죽어 있을 준비를 하기 위해서라고 말이다. - P195

말이란 전혀 쓸모없다는 사실도 그때 깨닫게 되었다. 말하려고 하는 내용과 내뱉어진 말이 전혀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 P198

죄, 사랑, 공포와 같은 단어는 순전히 소리에 불과하다. 죄를 지어본 적도, 사랑해 본 적도, 두려워해 본 적도 없는 사람들이 가지지 못했고, 그 말을 잊어버릴 때까지 가질 수도 없는 행위를 가리키는 단어일 뿐이다. - P200

너의 삶이 시간 속으로 풀려 간다면 그건 멋진 일이지. 그저 시간 속으로 환원된다면, 멋진 일이고 말고. - P240

가끔씩 난 확신할 수가 없다. 누가 미치고 누가 정상인지 알게 뭐란 말인가. 어느 누구도 완전히 미치거나, 완전히 정상일 수는 없을 거다. 마음의 균형이 제대로 잡히는 것이 쉽진 않으니까. 중요한 것은 사람이 어떻게 행동하느냐가 아니라,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의 행동을 어떻게 생각 하느냐다. - P268

"너희들은 모른다." 아버지가 말한다. "우린 젊음을 함께했고, 함께 늙어왔다. 늙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하는 괜찮다는 말, 슬픔과 시련으로 가득한 험한 세상에서 괜찮다는 말은 진실이란다. 너희들은 이해하지 못하지." - P270

그러나 누가 미치고 누가 정상인지 말할 권리를 가진 사람이 있는지, 난 확신할 수 없다. 정상적이거나 비정상적인 갖가지 일을 저지른 후, 다시금 똑같은 공포와 놀라움으로 자신의 광기 어린 행위를 지켜보는 누군가가 우리 안에 들어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 P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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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2-01-04 17: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일단 사두긴 했습니다.

새파랑 2022-01-04 19:18   좋아요 1 | URL
레삭매냐님 스타일일거 같아요~!! 저는 읽긴 읽었는데 좀 어러웠습니다 😅

수이 2022-01-04 21: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궁금하지만 가벼운 내용은 아닐 거 같아요;;; 조금 더 뒤로 미뤄야겠어요~

새파랑 2022-01-04 21:39   좋아요 0 | URL
vita님이라면 완전 재미있게 읽으실거 같아요~!! 전 아직 좀 부족해서 계속 앞부분으로 다시 가서 읽고 그랬어요 😅
 

오늘도 좀 늦게 독서를 시작한다.




땅은 죽은채 누워 있다. 온기가 나를 감싸며 내 옷을 뚫고 속살에 닿는다. 내가 말했다. 당신은 걱정이 무엇인지도 몰라. 나도 모른다. 난 내가 걱정하고 있는지조차 알지 못한다. 걱정할 수 있는지 없는지도 모른다. 울 줄도 모른다. 내가 울려고 애쓰고 있는지조차 모른다. 아무것도 모르는 뜨거운 흙 속에 아무렇게나 떨어진 젖은 씨앗이 된 것 같다. - P77

하느님이 여자를 만든 이유란, 남자들은 옳은 것을 봐도 그것이 옳은 것인지 모르니까 여자들이 가르쳐줘야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옳은 말이지. - P85

정말 게으르고 움직이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이야말로 일단 출발하면 계속 움직여야 하는 모양이다. 움직이지 않고 머무르는 일도 물론 마찬가지다. 마치 그가 싫어하는 것이 움직임 자체라기보다는 멈췄다가 다시 출발하는 일인 것처럼. - P130

사람들이 그에 대해 이런저런 말을 하는 것은, 그가 하는 행동이나 말, 혹은 바라보는 눈길 때문이 아니다. 그가 다른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 보기 때문이다. 그의 눈을 통해 자신을, 자신의 행동을 들여다보게 만들기 때문이다. - P143

뭔가 새롭고 어렵고 신선한 것이라면, 그냥 안전한 것보다는 훨씬 좋은 무엇인가가 있을 것이다. 안전한 일이란 오랫동안 사람들이 그 일을 해오면서 낡아빠진 것이 되어 더 이상 할 말이 없게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새로운 일은 전에도 없었고 다시는 되풀이될 수 없는 것이다. - P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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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2-01-03 21: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달력 아래 손글씨로 같은 문장을 쓰셨군요.
매일 한장씩 넘기는 일력에 한 문장씩 나오는 것도 깔끔하고 보기 좋네요.
새파랑님, 새해 첫 월요일 잘 보내셨나요. 좋은 밤 되세요.^^

새파랑 2022-01-03 21:32   좋아요 0 | URL
2022년에는 일력에 좋은 문장 따라쓰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365일 빼먹지 않고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