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에 처음 읽은 소세키의 책






이지만을 따지면 타인과 충돌한다. 타인에게만 마음을 쓰면 자신의 발목이 잡힌다. 자신의 의지만 주장하면 옹색해진다. 여하튼 인간 세상은 살기 힘들다. - P15

살기 힘든 것이 심해지면 살기 편한 곳으로 옮겨 가고 싶어진다. 어디로 옮겨 가도 살기 힘들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시가 태어나고 그림이 생겨난다. - P15

살기 힘든 세상에서 살기 힘들게 하는 근심을 없애고, 살기 힘든 세계를 눈앞에 묘사하는 것이 시고 그림이다. 또는 음악이고 조각이다. - P16

서른이 된 오늘날에는 이렇게 생각한다. 기쁨이 깊을 때 근심 또한 깊고, 즐거움이 클수록 괴로움도 크다. 이를 분리하려고 하면 살아갈 수가 없다. 치워버리려고 하면 생활이 되지 않는다. - P16

그러고 보면 시인은 보통 사람보다 시름이 많은 성향이라 평범한 사람의 배 이상으로 신경이 예민할지도 모른다. 세속을 초월한 기쁨도 있겠지만 슬픔도 헤아릴 수 없이 많을 것이다. 그렇다면 시인이 되는 것도 깊이 생각해볼 일이다. - P20

이를 알기 위해서는 알 수 있을 만큼의 여유가 있는 제삼자의 위치에 서야 한다. 제삼자의 위치에 서야 연극을 봐도 재미있다. 소설을 읽어도 재미있다. 자신의 이해는 문제 삼지 않는다. 보거나 읽는 동안만은 시인이다. - P21

이해관계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으니까 전력을 다해 예술 방면에서 그들의 동작을 관찰할 수 있다. 아무런 잡념 없이 아름다운지 아름답지 않은지를 감식할 수 있다. - P26

가을이 되면 그대도 억새꽃에 맺힌 이슬처럼 덧없이 사라져버릴 것만 같습니다. - P45

실연의 고통을 잊고 그 부드러운 면이나 동정이 깃드는 면, 수심 어린 면, 한 발 더 나아가 말하자면 실연의 고통 그 자체가 흘러넘치는 면을 단지 객관적으로 눈앞에 떠올리는 데서 문학과 미술의 재료가 된다. - P47

밟는 것이 땅이라고 생각하니 갈라지지나 않을까 걱정도 된다. 머리에 이고 있는 것이 하늘이라는 것을 알기에 번개가 관자놀이에 떨어지지 않을까 두려움도 생긴다. 남과 다투지 않으면 체면이 서지 않는다고 속세가 재촉하기 때문에 번뇌의 고통을 면치 못한다. - P86

아름다운 것을 더욱더 아름답게 하려고 안달할 때, 아름다운 것은 오히려 그 정도가 떨어지는 것이 보통이다. 인간사에서 차면 기운다는 속담이 바로 이것을 말한다. - P105

"몰인정한 게 아닙니다. 비인정하게 반하는 겁니다. 소설도 비인정으로 읽기 때문에 줄거리 같은 건 아무래도 좋은 겁니다. 이렇게 제비를 뽑는 것처럼 착 펴서 펼쳐진 곳을 멍하니 읽는 것이 재미있습니다." - P125

"그 가가미가 연못은 저도 가보고 싶은데요."

"가보세요."

"그림 그리기 좋은 곳인가요?"

"몸 던지기에 좋은 곳이지요."

"아직은 그리 쉽사리 몸을 던지진 않을 생각입니다."

"저는 머지않아 던질지도 몰라요."

"제가 몸을 던져 떠 있는 장면을, 괴로워하며 떠 있는 게 아니라 편하게 죽어서 떠 있는 장면을 예쁘게 그려주세요." - P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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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22010

˝안달하고 질투하는 건 바보나 하는 짓이야. 지금 얻을 수 있는 것에 만족하면 안 돼? 기회가 있을 때 인생을 즐겨야지. 어차피 100년 후엔 우리 모두 죽을 텐데 뭐가 그리 심각해? 할 수 있을 때 우리 좋은 시간 보내자.˝


˝서머싯 몸˝의 <케이크와 맥주>를 읽기 시작하면서 생각했던건 ‘케이크와 맥주‘의 상관관계 였다. 왜 제목을 이렇게 지은걸까? 궁금해하면서 책을 읽었지만, 어느순간 제목을 더 이상 신경쓰지 않게 되었다. 대신 이 책에서 가장 매력적인 인물인 드리필드의 첫 번째 부인 ˝로지˝를 중점으로 해서 읽었다.


이 책의 줄거리를 아주 간단하게 써보자면, 영국에서 거장으로 대우받던 작가 ˝드리필드˝가 타계하고, ˝드리필드˝의 두번째 부인은 생전에 ˝드리필드˝와 친했고 현재도 유명한 작가인 ˝로이˝에게  ˝드리필드˝의 전기를 써달라고 부탁한다. 하지만 ˝드리필드 부인˝은 남편과 첫번째 부인인 사이에 있었던 이야기는 몰랐기 때문에, ˝로이˝에게 그 시절 이야기를 알고 있는 사람이자 이 책의 화자인 ˝어셴든˝을 만나달라고 요청한다.


성공한 작가이자 야망이 큰 ˝로이˝ 역시 완성도 높은 ˝드리필드˝의 ‘전기‘를 쓰기 위해서는 그의 첫번째 부인 이야기를 알야야한다고 생각하고 자연스럽게 ˝어셴든˝과 만난다. ˝어셴든˝은 처음에는 그에게 다소 냉소적인 모습을 보인다. 그리고 ˝드리필드˝에 대해서는 어린시절에 잠깐 만난것 말고는 그렇게 많이 알지 못한다고 한다.


하지만 ˝로이˝ 일행과의 만남이 잦아지면서 ˝어셴든˝은 자연으럽게 그가 마음속으로만 오랜 시간 간직해왔던 ˝드리필드˝와 ˝드리필드 부인(로지)˝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씩 흘리게 된다. 그리고 말할 수 없는 추억을 혼자서 떠올린다. 과연 ˝어셴든˝과 ˝드리필드˝ 부부 세 사람 사이에는 어떤 추억이 있었던 걸까?


한적한 시골 ‘블랙스터블‘에서 ˝어셴든˝과 ˝드리필드 부부˝는 처음 만난다. 당시에는 무명의 작가였던 ˝드리필드˝는 술집의 여종업원 이었던 ˝로지˝와 결혼을 한 상태였고, 화자인 ˝어셴든˝은 아직 고등학생인데다 삼촌인 목사의 강압적인 통제 아래 지내고 있었다. 하지만 서로에게 끌린 그들은 자전거를 함께 타면서 더욱 친해진다.


하지만 ˝어셴든˝은 ˝로지˝가 문란하다는 소문을 듣게 되고, 마을의 모든 사람들은 ˝드리필드˝ 부부에 대해 안좋은 소리를 한다. 그리고 그들 부부랑 어울리는걸 못마땅해 하거나 숨기려고 한다. ˝어셴든˝ 역시 그녀의 이상한 행동을 목격하기도 해서 왠지 찜찜함을 느낀다. 하지만 언제나 그의 앞에서는 아무일도 없다는 듯이 밝게 행동하는 ˝루지˝를 미워할 수는 없었다. 그러던 어느날 ˝드리필드˝ 부부는 많은 빚을 남긴 채 런던으로 야반도주한다.

[그들이 느낄 부끄러움을 생각하니 나도 너무나 부끄러웠다. 그런데 드리필드 부인이 그 남부끄러운 사건을 아는 사람에게 말을 걸었다는 것이 나는 그저 놀라울 뿐이었다. 만약 내가 먼저 그녀를 보았다면 나와 마주치는 치욕을 피하고 싶을 그 마음을 배려해 그대로 고개를 돌렸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아주 반가운 기색으로 손을 내밀어 내 손을 잡았다.]  P.174



이후 ˝어셴든˝은 대학생이 되어 런던으로 떠나고, 런던에서 그는 ˝드리필드˝ 부부와 재회한다. ˝드리필드˝는 예전과는 다르게 작가로서 명성을 날리고 있었고, 그는 밤낮으로 창작에 매달린다. 그리고 이제 삼심대 중반이 된 ˝로지˝는 예전보다 더 매력적인 모습으로 그의 앞에 나타났다. 그리고 런던에서도 이미 많은 남성들의 인기를 받고 있던 그녀는 ˝어셴든˝에게도 접근하며, 그는 그녀의 애정을 받아들이고 그렇게 불륜관계가 된다. (요즘 읽는 책이 다 불륜내용이다...)

[그녀는 내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대었다가 얼른 떼는 입맞추고 아니었고 열렬한 키스도 아니었다. 그녀의 아주 도톰하고 붉은 입술이 내 입술에 오래 머물렀고, 나는 그 입술의 형태와 온기와 보드라움을 의식할 수 있었다. 그녀는 서두르는 기색 없이 입술을 폐고는 아무 말 없이 문을 밀어 열고 살그머니 안으로 들어갔고, 나는 혼자 남겨졌다. 나는 너무 놀라 내내 아무런 말도 못 하고 바보처럼 그녀의 입맞춤을 받아들였다. 그렇게 가만히 있다가 돌아서서 하숙집으로 걸어 돌아갔다. 로지의 웃음소리가 귓전을 맴돌았다. 업신여기거나 거슬리는 웃음이 아니라 솔직하고 다정한 웃음, 내가 좋아서 웃는 듯한 웃음이었다.]  P.206



하지만 그녀가 밀회를 갖는 사람이 자신 뿐만 아니라, 그녀 주위의 다수의 남자가 그녀의 연인이라는걸 알게 된 ˝어셴든˝은 괴로워하고, 그녀에게 진실을 고백하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게 그에게 이렇게 말한다.

[˝아이참, 왜 다른 사람들 일로 속을 썩고 그래? 그게 너한테 해될 게 뭐가 있다고? 내가 재밌게 놀아 주잖아! 나랑 있으면 행복하지 않아?˝]  P.224



그녀의 사랑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아는 사랑이 아니었다. 그녀는 타인에게 기쁨을 줄 수 있다면, 그리고 자신이 기쁠 수 있다면 누구와도 연애를 할 수 있었던 여인이었다. 속된 말로 말하면 나쁜x 이지만, 그녀의 연인들은 그녀를 욕하지 않는다. 도대체 어떤 매력이 있기에? 게다가 그의 남편인 ˝드리필드˝는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을까?


결국 그녀는 한참 작가로 명성을 날리던 남편 ˝드리필드˝를 버리고, 결혼하기 전에 자신을 좋아했던 유부남 ˝조지˝와 함께 미국으로 야반도주한다. 이후 그녀는 영국에 나타나지 않는다. 도대체 ˝로지˝라는 여자는 어떤 여자였던걸까? 왜 그렇게 갑작스럽게 떠난걸까?

[˝그럼 그냥 사랑의 행위라고 해 두죠. 천성이 정이 많은 여자였어요. 누군가를 좋아하면 그 남자와 잠자리를 하는 것이 그녀에게는 상당히 자연스러운 일이었어요. 두 번 생각하는 법이 없었죠. 그건 악덕도 아니고 음탕한 것도 아닙니다. 천성일 뿐이죠. 태양이 햇빛을 발산하고 꽃들이 향기를 내뿜듯 자연스럽게 자신을 내어 준 거예요. 그녀 자신에게 기쁜 일이었어요.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는 걸 좋아했으니까요. 됨됨이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그녀는 늘 진실하고 예의 바르고 순박한 여자였어요.˝]  P.274






사실 이 책의 주요 내용은 당시 영국 문단에 대한 풍자이지만, 개인적으로는 그 분야 보다는 ˝로지˝의 마력에 빠져서 책을 읽었다. 지금까지 ˝서머싯 몸˝의 작품은 이 책을 포함해서 딱 네편을 읽어봤는데, 그의 작품은 일단 재미있고 잘 읽히는데,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하면 등장 인물들이 모두 생동감있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특히 여자 주인공들의 대부분은 욕나오지만 마냥 미워할 수 없이 너무 매력적으로 그려진다.


<인간의 굴레에서>의 ˝밀드레드˝는 정말 악녀이고 ˝필립˝의 등골을 빼먹지만 그녀의 인생이 너무 처절하게 표현되어 있어 오히려 가엽다는 생각이 들었고,


<인생의 베일>의 ˝키티˝는 불륜을 저저르고 욕망에 무너지기도 하지만 결국에는 그녀의 삶에 대한 성찰이 매력적으로 그려져서 그녀의 미래를 응원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케이크와 맥주>의 ˝로지˝는 아주 미인은 아니지만 특이한 사랑관에 너무 생동감있고 사랑스럽게 그려져서 누구나 반할만 한 매력적인 여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현실에서 ˝로지˝같은 여자를 가까이 한다면 아마 화병이 날 것 같긴 하지만.




리뷰를 너무 한쪽(?)으로 치우쳐서 쓴 느낌이 있지만, 중요한건 이 책은 대단히 잘 읽히고 재미있다는 것이다. 일단 첫장을 넘기기만 하면 마지막장을 넘기기 전까지 쉬지 않고 읽을 수 있는 작품이다. 아직 ˝서머싯 몸˝을 접해보지 않으셨다면 이 책으로 시작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Ps 1. 지금까지 읽은 ˝서머싯 몸˝의 작품들은 다 좋았는데, 만약 한 작품만 추천하라고 하면 <인생의 베일>을 선택하겠다.

Ps 2. 왜 책 제목이 <케이크와 맥주>인지 아직도 모르겠다. 해설에 이유가 쓰여있기는 한데, 내가 원하는 답은 아닌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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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2-01-16 18:2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인생의 베일 읽어보아야겠네요
좋으셨다고 하니...^^

새파랑 2022-01-16 18:55   좋아요 3 | URL
그나마 최근에 읽어서 그런지 전 <인생의 베일>이 좋더라구요. 솔직히 다른 책은 좀 가물가물 합니다 😅

그레이스 2022-01-16 22:05   좋아요 2 | URL
생각없이 장바구니에 넣었다가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얼른 비웠습니다^^;;;

새파랑 2022-01-16 22:49   좋아요 0 | URL
헉 ㅋ 역시 가지고는 있으셨군요. 이제 읽으실 일만~!!

mini74 2022-01-16 18:4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서머싯 몸 작품의 여주인공들 정리까지 ㅎㅎ 저도 인생의 베일 좋았어요. 키티는 이름같은 여자라고 느꼈어요. 저도 이 책 사 놓고 어디에 끼여 있는데 ㅠㅠ잘 읽었어요 새파랑님 ~

새파랑 2022-01-16 19:00   좋아요 5 | URL
저는 이 책 빌려 읽고 어제 반납을 했는데 기억이 잘 안나서 리뷰를 막 썻어요 😅 서머싯 몸 작품들은 다 재미있더라구요 ^^

페넬로페 2022-01-16 18:55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벌써 몸의 작품을 네 편이나 읽으셨네요. 소설 끝부분의 로지의 말도 인상적이었지만 그래도 저는 로지에게 100% 다 맘을 줄 수는 없었어요~~
새파랑님 글 읽으며 다시 케이크와 맥주에 대한 기억을 합니다^^

새파랑 2022-01-16 19:09   좋아요 6 | URL
치킨과 맥주가 땡기네요 ㅋ 페넬로페님의 리뷰가 워낙 멋있어서 전 완전 제 마음대로 썼어요 ㅋ 혹시 이 책에 관심있으신 분들은 페넬로페님 리뷰를 보시면 됩니다 ^^

전 ˝로지˝의 그 순수함(?)이 왠지 공강이 됐어요 ㅋ

페넬로페 2022-01-16 19:14   좋아요 6 | URL
에고, 무슨 그런 말씀을요~~
그렇죠!
맥주엔 아무래도 케이크보다는 치킨이죠^^

Falstaff 2022-01-16 19:16   좋아요 6 | URL
페넬로페 님 말씀이 맞습니다. ^^
글 좋은 인간이 쓴 거 읽다가 자신도 모르게 현혹되는 거, 그거 정말 경계해야 합니다.

새파랑 2022-01-16 19:21   좋아요 5 | URL
서머싯 몸은 글을 재미있게 잘 쓰는거 같아요. 그냥 쭉 읽히더라구요 ㅎㅎ 전 현혹되었습니다 ㅋ

그레이스 2022-01-16 19:43   좋아요 4 | URL
케이크와 맥주보다는 치킨과 맥주가 어울리나요?^^

페넬로페 2022-01-16 20:36   좋아요 3 | URL
그렇죠, 그레이스님!
역쉬 치맥입네다 ㅋㅇㅋ

새파랑 2022-01-16 20:50   좋아요 3 | URL
저는 케이크를 별로 안좋아해서 맥주랑 먹어본적이 별로 없지만 치맥은 확실합니다 ^^

그레이스 2022-01-16 22:07   좋아요 3 | URL
케이크는 커피, 맥주는 치킨 ^^

bookholic 2022-01-16 19:19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케맥?^^ 너무 낯선 조합입니다~~

새파랑 2022-01-16 19:23   좋아요 4 | URL
차라리 케잌과 소주가 더 맞지 않나 싶습니다 ^^
조합해서 먹어라는 이야기는 나오지 않습니다 ㅋ

프레이야 2022-01-16 19:2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도 넷 중 인생의베일 제일 좋아합니다.
특히 후반에 키티 아버지의 대화.
영화 페인티드 베일 보셨나요. 나오미 왓츠가 키티 역할을 하는데 아버지의 원작에서의 무게는 삭제되었지만 좋아합니다. 안 보셨으면 추천드려용. 케이크와 맥주,도 찜만 해두고 아직인데 언젠가는^^
새파랑 님 일요일 저녁이 또 저무네요
편안한 시간 보내세요

페넬로페 2022-01-16 19:23   좋아요 6 | URL
인생의 베일을 꼭 읽어야겠어요
영화도 보구요^^

새파랑 2022-01-16 19:24   좋아요 6 | URL
제가 영화는 잘 안봐서 😅 프레이야님도 재미있게 보셨군요~!! 반갑습니다~!! 프레이야님도 일요일 마무리 잘하세요~! 전 다른 책의 세계로 😁

청아 2022-01-16 19:3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어떤 소설에서는 몸의 이 작품을 언급하면서 <과자와 맥주>라고 하던데요. 번역자의 선택일수도 있는데 케잌에는 맥주가 영 안어울린다는 생각이 반영되었을듯 해요.ㅎㅎ 저는 아직 239읽는 중이라 훑었습니다^^

새파랑 2022-01-16 19:40   좋아요 5 | URL
미미님의 리뷰가 기대가 됩니다 ^^ 저는 일단 리뷰를 썼다는데 의의를 뒀습니다 😅 리뷰 쓰다가 생각이 잘 안나서 책을 미리 반납할걸 후회했어요 ㅋ

바람돌이 2022-01-17 01:0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달과 6펜스 외에는 읽은 책이 없는데, 그것도 고등학교 때 읽은거라 사실 기억도 잘 안난다는..... 하지만 달과 6펜스는 딱히 다시 읽고 싶다는 생각은 안들고, 그렇다면 새파랑님 추천을 받아 인생이 베일로 다시 서머싯 몸을 만나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
그런데 다시 생각하니까 인간의 굴레에서도 읽었어요. ㅎㅎ 이놈의 기억력...ㅠ.ㅠ

새파랑 2022-01-17 06:40   좋아요 3 | URL
달과 6펜스 별로이셨군요~! 인생의 베일은 초반부터 흥미로와서 더 재미있게 읽히더라구요 ㅋ 너무 많은 책을 읽으셔서 기억이 잘안나실거 같아요 ^^

희선 2022-01-17 01:14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서머싯 몸 소설에서 여성을 인상깊게 보셨군요 여기 나온 로지는 좀 아니네요 천성이 정이 많은 여자라니... 한사람을 죽 좋아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로지를 좋아하는가 봅니다 그것도 신기합니다 실제 그런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희선

새파랑 2022-01-17 06:41   좋아요 3 | URL
실제 그런사람이 있다면 주번사람들은 병날듯 합니다 ㅋㅋㅋ 그냥 평범하지 않은 유형이어서 신기했어요 ^^

bullyeou 2022-02-23 05: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케이크와 맥주를 읽고 있는데 문장이 무건운지 나와 맞지 않는 문장인지 정말 읽히지 않아서 리뷰를 먼저 읽어보면서 저의 이해를 돕고 있습니다. 소설에 나오는 인물, 사건을 중심으로 읽어도 되겠네요. 서머싯 모음 작가가 어릴 때부터 가까이 있었네요. 낯익은 제목들... 다시 읽어봐야겠습니다.

2022-02-23 06: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 책의 주인공은 ˝로지˝인것 같다. 나쁜여자 이지만 충분히 매력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이런, 그건 아름다움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말이야. 내가 로지를 은빛 태양으로 바라보기 전에는 아무도 그녀를 중히 여기지 않았어. 내가 초상화를 그리기 전까지는 그녀의 머리카락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럽다는 걸 누구도 알지 못했다 이거야." - P203

그녀에게는 아주 희귀하다고 여겨지는 특성이 하나가 있었다. 눈 밑이 살짝 푸르스름한 데다 대단히 촉촉했다. 가끔씩 그것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 같아서 한번은 혹시 눈 밑에 바셀린을 바르는지 물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럴 수가 없었다. 그녀는 미소를 짓고는 손수건을 꺼내 건넸다.

"닦고 나서 한번 봐" 그녀가 말했다. - P205

그녀는 내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대었다가 얼른 떼는 입맞추고 아니었고 열렬한 키스도 아니었다. 그녀의 아주 도톰하고 붉은 입술이 내 입술에 오래 머물렀고, 나는 그 입술의 형태와 온기와 보드라움을 의식할 수 있었다. 그녀는 서두르는 기색 없이 입술을 폐고는 아무 말 없이 문을 밀어 열고 살그머니 안으로 들어갔고, 나는 혼자 남겨졌다. 나는 너무 놀라 내내 아무런 말도 못 하고 바보처럼 그녀의 입맞춤을 받아들였다. 그렇게 가만히 있다가 돌아서서 하숙집으로 걸어 돌아갔다. 로지의 웃음소리가 귓전을 맴돌았다. 업신여기거나 거슬리는 웃음이 아니라 솔직하고 다정한 웃음, 내가 좋아서 웃는 듯한 웃음이었다.

(그렇게 사랑에 빠진다. 나쁜여자인걸 알면서도.) - P206

그간 차마 믿고 싶지 않아 내내 부정했던 의혹이 결국 진실이었다는 걸 깨닫는 순간이었다. 그녀는 렌틴 포드, 해리 레트퍼드, 라이어널 힐리어와 외출해 식사했을 때도 나하고 그랬던 것처럼 잠자리를 했던 것이다. 나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자칫 그녀를 모욕하는 말이 나올지도 몰랐다. 질투가 났다기보다 치욕스러웠던 것 같다. 그녀의 손에 철저히 놀아난 기분이랄까. 나는 입 속에 맴도는 지독한 조롱이 입 밖으로 튀어나오지 않도록 의지력을 총동원해야 했다. - P222

"아이참, 왜 다른 사람들 일로 속을 썩고 그래? 그게 너한테 해될 게 뭐가 있다고? 내가 재밌게 놀아 주잖아! 나랑 있으면 행복하지 않아?" - P224

"그럼 된 거야. 안달하고 질투하는 건 바보나 하는 짓이야. 지금 얻을 수 있는 것에 만족하면 안 돼? 기회가 있을 때 인생을 즐겨야지. 어차피 100년 후엔 우리 모두 죽을 텐데 뭐가 그리 심각해? 할 수 있을 때 우리 좋은 시간 보내자." - P224

"그럼 그냥 사랑의 행위라고 해 두죠. 천성이 정이 많은 여자였어요. 누군가를 좋아하면 그 남자와 잠자리를 하는 것이 그녀에게는 상당히 자연스러운 일이었어요. 두 번 생각하는 법이 없었죠. 그건 악덕도 아니고 음탕한 것도 아닙니다. 천성일 뿐이죠. 태양이 햇빛을 발산하고 꽃들이 향기를 내뿜듯 자연스럽게 자신을 내어 준 거예요. 그녀 자신에게 기쁜 일이었어요.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는 걸 좋아했으니까요. 됨됨이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그녀는 늘 진실하고 예의 바르고 순박한 여자였어요." - P274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알다시피 그녀는 사랑을 불러일으키는 여자는 아니었어요. 애정만 끌어냈죠. 그런 여자를 두고 질투한다는 건 말이 안 되는 거예요. 숲속의 빈터에 있는 맑고 깊은 샘물 같은 여자였어요. 뛰어들면 참으로 황홀한, 떠돌이, 집시, 사냥터 관리인이 나보다 먼저 뛰어들었다고 해서 그 물이 덜 시원하거나 덜 깨끗할 리가 없잖습니까." - P275

"난 당신이 마음에 둔 사람은 그 사람뿐이었다는 생각을
가끔 해요."

"그렇게 볼 수도 있지."

"그 사람의 어떤 점이 마음에 들었어요?"

"그건 말이지." 로지가 말했다. "그이는 언제나 완벽한 신사였거든." - P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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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까지 왜 책의 제목이 케이크와 맥주인지는 모르겠다.


이후 여름 방학이 끝나기 전까지 나는 드리필드 부부를 한번 더 만났다. 시내에서 우연히 마주쳤을 때 그들이 걸음을 멈추고 나에게 말을 걸었다. 나는 갑자기 다시 부끄러움을 심하게 탔다. 드리필드 부인을 쳐다보면 당혹스러워 얼굴을 붉혔다. 얼굴에 죄스러운 비밀을 간직한 기색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 P110

그동안 평론가들이 그의 놀라운 가치를 극찬해도 내가 인정하지 않았던 것은 어린 시절 내 주변 사람들에게 하찮은 작가로 취급받던 그가 내 기억 속에 남아 있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 P136

"나는 후기 작품도 좋아해. 누구도 나보다 더 그 순수한 아름다움을 인식하지는 못할 거야. 그것들에 깃든 절제와 일종의 고전주의적 냉철함은 감탄할 만하지만 전반부 작품들의 자극적 풍미, 생동감, 사람 사는 냄새와 활기가 빠졌다는 건 인정할 수밖에 없네. 아무래도 첫 번째 아내가 그의 작품에 미친 영향을 아예 무시한다는 건 무리일 듯싶어." - P158

그들이 느낄 부끄러움을 생각하니 나도 너무나 부끄러웠다. 그런데 드리필드 부인이 그 남부끄러운 사건을 아는 사람에게 말을 걸었다는 것이 나는 그저 놀라울 뿐이었다. 만약 내가 먼저 그녀를 보았다면 나와 마주치는 치욕을 피하고 싶을 그 마음을 배려해 그대로 고개를 돌렸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아주 반가운 기색으로 손을 내밀어 내 손을 잡았다. - P174

바턴 트래퍼드 부인은 본인처럼 스코틀랜드 명문가 출신의 여인이 저명한 문인이 실수로 결혼한 술집 여급 출신의 아내에게 취할 법한 태도로 드리필드 부인을 대했다. 다정하고 장난스럽고 부드럽게 드리필드 부인을 열심히 다독였다. - P192

나는 그의 말뜻을 알 것 같았다. 그녀는 태양이라기보다 달처럼 은은하게 빛났다. 태양이라고 해도 하얀 새벽안개에 싸인 태양 같았다. - P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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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머싯 몸 책은 잘 읽혀서 좋다.

로이를 거만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기는 하지만 그것은그들의 착각이다. 로이는 젊은 시절에 가장 큰 매력으로 작용한 겸손함을 한시도 잃은 적이 없다. - P21

오래된 우정을 유지하려 애쓰는 건 쓸데없는 일일세, 양쪽 모두 고통스럽기만 하니까. 누군가는 남들보다 더 성장하는 것이 사실이니 받아들일 수밖에없어. - P26

앨로이 키어의 가장 탁월한 특징은 진실함이었다. 무려 이십오 년간 사기를 칠 수있는 사람은 세상에 없다. 위선만큼 성취하기 어렵고 진이 빠지는 악덕도 없다. 위선은 한시도 늦추지 않는 경계심과 영혼을 초월하는 극기가 필요하다. 불륜이나 폭음과 달리 짬짬이 훈련으로 달성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하루를 온전히 투자해야 하는 작업이다. 또한 이기적인 마음가짐도 필요하다. - P27

좋은 사람이었므로 오직 까다로운 트집쟁이만 그의 성공을 시기할 수 있었다. - P31

현자는 모름지기 상용구를 많이 쓰고(요즘 나는 ‘남이사를 가장 애용하고 있다.) 유행하는 형용사를 쓰며(‘끝내주는‘이나 뻘쭘한 같은 말) 그 상황에 딱 들어맞는 표현을 써서(‘팔꿈치로 쿡 찌르다‘ 같은 말) 환담에 소탈한 광채를 더하고 깊이 생각할 필요가 없게끔 한다. - P37

"그럼 그때나 지금이나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건 무엇인가?"

"글쎄, 『트리스트럼 샌디』, 『아멜리아』, 『허영의 시장』, 『마담보바리』, 『파르마의 수도원』, 『안나 카레니나』. 그리고 워즈워스와 키츠, 베를렌."

( 마담 보바리, 안나 카레니나  ㅋㅋㅋ) - P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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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01-16 00: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세문집으로 세계 일주 하실때!

전 제자리 걸음마ฅ🐾 중 ㅋㅋㅋ

새파랑 2022-01-16 08:43   좋아요 1 | URL
스콧님은 이미 많이 걸으셔서 천천히 가셔도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