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22011
˝몰인정한 게 아닙니다. 비인정하게 반하는 겁니다. 소설도 비인정으로 읽기 때문에 줄거리 같은 건 아무래도 좋은 겁니다.˝
유유자적한 삶이란 어떤걸까? 그냥 아무 일없이 가만히 앉아있는 삶을 말하는건 아닐것이다. 생각과 생각, 자신에 대해 돌아보고 삶에 대해 끝임없이 철학하는 것이 유유자적한 삶이 아닐까?
[˝이지(이성과 지혜)만을 따지면 타인과 충돌한다. 타인에게만 마음을 쓰면 자신의 발목이 잡힌다. 자신의 의지만 주장하면 옹색해진다. 여하튼 인간 세상은 살기 힘들다.˝] P.15
[살기 힘든 것이 심해지면 살기 편한 곳으로 옮겨 가고 싶어진다. 어디로 옮겨 가도 살기 힘들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시가 태어나고 그림이 생겨난다.] P. 15
[서른이 된 오늘날에는 이렇게 생각한다. 기쁨이 깊을 때 근심 또한 깊고, 즐거움이 클수록 괴로움도 크다. 이를 분리하려고 하면 살아갈 수가 없다. 치워버리려고 하면 생활이 되지 않는다.] P.16
˝나쓰메 소세키˝의 세번째 소설인 <풀베개>를 읽다보면 유유자적한 삶이란 이런것이구나 하는걸 느끼게 된다. 그의 삶에 대한 통찰, 작가로서의 고민과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실연의 고통을 잊고 그 부드러운 면이나 동정이 깃드는 면, 수심 어린 면, 한 발 더 나아가 말하자면 실연의 고통 그 자체가 흘러넘치는 면을 단지 객관적으로 눈앞에 떠올리는 데서 문학과 미술의 재료가 된다.] P.47
그리고 이 책은 소설이지만 한 폭의 그림을 보거나 시를 읽는 것과 같은 느낌을 준다. 한문장 한문장 너무 마음에 와닿았다. 그래서 이야기의 줄거리 보다는 화자인 화가가 타자화 되어 바라보는 풍경과 사람들, 그리고 그가 지어내는 하이쿠와 사색을 중심으로 책을 읽었다.
(사실 이 책의 주제를 관통하는 줄거리는 없다. 게다가 화가인 그는 한폭의 그림도 완성하지는 못한다.)
[세상에는 혼자만의 수수한 삶을 사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이 내세에 환생하면 아마 명자나무가 될 것이다. 나도 명자나무가 되고 싶다.] P.166
개인적으로는 ˝소세키˝의 데뷔작인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와 두번째 작품인 <도련님>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 <그 후>로 ˝소세키˝를 처음 접해서 그런지 앞의 두 작품은 내가 읽고 싶었던, 우울하지만 여운이 남는 ˝소세키˝의 작품은 아니었다.
그래서 ˝소세키˝의 세번째 작품인 <풀베개>도 왠지 초기작의 분위기와 유사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이 책은 확실히 앞의 두 작품과 분위기가 다르며, 이후 출판되는 그의 작품의 근원이 되는 전환점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소세키˝의 작품을 전작하고 싶다면 <풀베개>는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Ps . ˝나쓰메 소세키˝ 전작도 이제 네권 남았다.
아직 안읽은 <우미인초>, <갱부>, <춘분 지나고까지>, <명암>을 순서대로 읽어야 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