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22015
‘내가 당신의 삶 전체를 공유해야 한다는 걸 당신은 받아들여야야 해.‘ (남자의 생각)
‘당신이 내 삶 전체는 아니라는 걸 당신은 받아들여야 해.‘ (여자의 생각)
이렇게 생각이 다른 두 남녀가 결혼을 했다. 지금도 사랑을 나누지만 초반의 뜨거운 열정은 벌써 사라졌다. 이젠 권태만이 남았다. 남자는 이제 사랑보다는 집착이 커졌고, 여자는 자유를 꿈꾸며 남자를 떠나고 싶어한다. 두 남녀는 이제 서로에게 고통일 뿐이다. 하지만 서로 떠나지 못한다. 아직 서로에 대한 기대가 남아있기 때문일까?
<신기한 구름>에 등장하는 프랑스인 ˝조제˝와 미국인 ˝앨런˝의 사랑은 정말 예상을 뛰어넘는다. 연인에 대한 집착이 강한 ˝앨런˝에 대해 ˝조제˝는 점점 사랑이 멀어짐을 느낀다. 그리고 그를 떨쳐버리기 위해 ˝조제˝는 다른 남자와 자는것도 서슴치 않고, 그 사실을 ˝앨렌˝에게 먼저 말한다. 어차피 ˝앨런˝이 물어볼테니까, 그리고 거짓말을 하고 싶진 않으니까.
[앨런이 인생에 실패한 남자의 멋진 발걸음으로 멀어져가는 모습을 지켜보았을 뿐이다. 그가 멀어져갈 때마다 그녀는 일종의 슬픔에 사로잡혔다. ˝하지만 난 이제 그를 사랑하지 않아.˝ 그녀는 이렇게 중얼거리고는, 태양이 그녀에게 반박이라도 할 것 같아 한쪽 팔을 격하게 얼굴 앞에 갖다 댔다.] P.15
모든 남자들은 ˝조제˝에게 호감을 갖는다. 그리고 그녀도 그걸 잘 안다. 그래서 자신이 원하는 사람과 자유롭게 연애를 한다. 다만 사랑에 집착하지는 않는다. 어쩌면 스스로에 대한 사랑이 없어서 그런 걸지도 모른다. 구속받기 싫어하는 자유로운 영혼.
[˝상황이 변했어. 이제 난 그때만큼 웃지 않아, 게다가 전에는 사람들과 어울리려고 술을 마셨는데, 지금은 사람들을 잊으려고 술을 마셔. 웃기지, 안그래?˝] P.183
하지만 남편인 ˝앨런˝은 이런 자유로운 ˝조제˝를 어떻게든 붙잡고 싶어한다. 그녀가 바람을 피우든, 어디로 도망가든, 자신 앞에서 옛 연인에 대한 이야기를 하든 그는 받아들이고 참으려 한다. 그냥 떠나는게 현명해 보이지만 그렇게 하지 않고, 오히려 그녀의 마음을 돌리려고 노력한다. 어떻게든 연인을 구속하려는 영혼.
[그는 그녀를 세상으로부터 단절시켰다. 그가 그녀를 지나치게 사랑해서가 아니라, 그가 세상을 사랑하지 않고 세상을 자기 뒤로, 개인적이고 자기중심적인 현기증 속으로 제쳐놓아서였다. 그가 그녀만을 보기 때문에 그녀도 그를, 오직 그만을 보아야 했다. 그녀는 지쳐서 곧장 잠에 빠져들었다.] P. 105
˝조제˝와 ˝엘런˝의 관계는 언제까지 지속될까? 과연 행복한 삶이 가능하긴 한걸까? 한명은 계속 의심하고, 한명은 계속 떠나고 싶어 하고...그러면서도 헤어지지 못하는 걸 보면, 뭔가를 기대하는 걸 보면 이런것도 사랑의 다른 형태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신기한 구름>은 내가 좋아하는 ˝프랑수아즈 사강˝의 다섯번째 작품으로, 제목처럼 ‘신기한 구름‘과 같은 남여의 미묘한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다. 시간에 따라, 날씨에 따라 그 모양이 바뀌는 구름처럼 사랑도 정해진 모양은 없다. 그때그때 달라진다. 그래서 구름도, 사랑도 우리에겐 신기하게만 보이는, 정의할 수 없는 미스테리인가 보다.
[갑자기 뉴욕에서 돌아올 때가 생각났다. 비행기 안에서 눈부신 아침 해가 아래로 떨어지고, 붉어지고, 사라지는 모습을, 그러는 동안 밤의 그림자들이 비행기를 향해 돌진해오고, 둥근 창문들 밑으로 파란색과 연보라색 그리고 검은색 구름들이 열을 지어 지나가는 모습을 보았다. 그리고 단숨에 다시 밤이 되었다. 그때 그녀는 그 구름들의 바다에, 공기·물·바람의 혼합물에 잠기고 싶은 신기한 욕구를 느꼈다.] P.152
이런 말도 안되는 내용을 가지고 이렇게 몰입감 있게, 감각적인 문장으로 쓸 수 있는 작가는 ˝사강˝ 말고는 없을것 같다.
Ps . ˝프랑수아즈 사강˝의 작품을 야금야금 읽다보니 어느덧 여덟작품이나 읽었다. 아직 구매하고 안읽은 작품이 두작품 있는데 빨리 읽어보고 싶다.(한달 후 일년 후, 마음의 푸른 상흔)










